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291 - Chapter 300

307 Chapters

제291화

삼촌과 아줌마는 나에게 가족 같은 사랑을 주셨다. 그런데도 나는 그 사랑이 혹시나 한낱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웠다.하지만 용진표의 말은 믿어도 되는 걸까?내가 이렇게 의심이 많은 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일이라 쉽게 넘어갈 수 없었다.어떻게 더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결국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지원아, 너 아직 모르고 있을 텐데 강 대표한테 작은 비밀 금고가 하나 있어.”용진표가 말을 꺼내자 나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허허.”그는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오해하지 마. 강 대표랑 나는 같은 부류가 아니야.”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용진표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구나.’인터넷에서는 그가 부인과 애인이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다.하지만 그런 소문에도 그는 자식이 딱 하나 용준호만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삼촌과 아줌마는 사이가 정말 좋으세요.”용진표는 다시 한번 웃었지만 난 그 미소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더니 그는 말을 이었다.“강 대표의 비밀 금고는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야. 당시 그 계약의 모든 수익과 그 이후의 배당금이 들어있지.”그는 잠시 내 표정을 살피더니 말했다.“지원아, 그 금고는 너희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어. 그러니까 그 돈은 너희 아버지 몫이라는 거지.”나는 충격을 받아 말을 잃었다.나는 KS 그룹에 이렇게 오래 있었지만 이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삼촌은 나에게 이 일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강 대표는 그 돈이 네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얻은 돈이라 자기는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 돈을 쓰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거라며 그 프로젝트의 모든 수익을 네 아버지 이름으로 돌려놓았지. 그리고 네가 나중에 결혼할 때 그 돈을 네 부모님이 너에게 남겨준 결혼 자금이라고 준다고 했어.”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죄책감이 찌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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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누나!” 조태혁이 나를 향해 웃으며 다가왔고 난 그 표정이 정말 얄미웠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이곳에서 조태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또 무슨 사고 쳤어?”조태혁이 사고를 안 치면 평소에 여길 올 일도 없을 것이다.조태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하게 말했다.“맞아. 무면허 운전.”그 말에 나는 문득 그가 생일 초대했던 일이 떠올랐다.아직 미성년자인데 말이다.“축하해.”나는 어이가 없어 험한 말이 나갔다.“고마워!”그는 여전히 뻔뻔하게 받아쳤다.나는 다른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무시하고 자료를 찾고 있던 경찰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고 자료가 너무 오래된 건지 경찰은 여전히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못 찾은 듯했다.“누나, 여기엔 왜 온 거야?”조태혁이 옆으로 다가오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볼일 좀 보러.”나는 대충 둘러댔다.“무슨 일이야? 잘 안 풀리면 내가 사람 찾아서 도와줄게.”조태혁이 멋진 남자 흉내를 내고 있었다.나는 비웃으며 말했다.“네 일을 해결할 사람을 먼저 찾아보는 게 어때?”무면허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은 게 다행이지 만약 그랬다면 여기서 꽤 고생했을 거다.“난 이미 해결됐어.”조태혁은 아주 뻔뻔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자 아까 강유형이 여기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역시 그가 도와줬을 것이다.다음 순간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손길에 고개를 돌리니 조태혁이 가까이 와 있었다.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우리 매형이 여기 국장이랑 아주 친하거든.”역시 내가 생각한 대로였다.하지만 그가 말한 매형이라는 표현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이 녀석이 일부러 나를 짜증 나게 하려고 작정했네.’“필요 없어!”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괜찮아. 가족끼린데 뭘. 내가 가서 바로 얘기할게.”조태혁은 고집을 부리며 나설 기세였다.역시 조나연의 친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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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조태혁은 키가 180cm나 되는 큰 체구로 나를 거의 넘어뜨릴 뻔했다.나는 중심을 잡으려고 비틀거렸지만 뭐라 하기도 전에 조나연이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그 순간 문득, 조나연이 정말 못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어떻게 그녀를 예쁘다고 생각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아마 ‘상유심생(相由心生)’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거겠지. 지금의 조나연은 내면이 꼬일 대로 꼬여서, 마음이 추하니 얼굴까지 변한 것 같았다.“조태혁, 이리 와.”조나연은 동생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누나, 살려줘!”조태혁은 내 뒤에 숨으며 어린애처럼 애원했다.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손 놔!”“누나, 제발 좀 살려줘.”조태혁은 끈질기게 내 팔을 잡고 늘어졌다.이를 악물고 참다못한 나는 발을 들어 그의 발등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아!”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놓았고 나는 그가 잡았던 팔을 재빨리 옷에 문질러 닦았다.그런데도 조나연이 내 앞을 막아섰다.나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비켜주세요.”“지원 씨, 당신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요. 정말 너무하네요.”조나연은 나를 향해 비난 섞인 목소리를 냈다.그 말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차분하게 대꾸했다.“머리가 나쁘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세요.”“당신은 강유형이랑 이미 끝났잖아요. 그런데도 왜 굳이 우리 가족을 망신 주고 날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어야 해요? 난 집에서 쫓겨났어요. 그래도 유형이가 다른 집을 마련해줄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이긴 것도 아니죠.”조나연의 원망 섞인 말에 상황이 명확히 이해됐다.그녀가 집에서 쫓겨난 게 사실이었다.어제 아줌마가 조나연을 내쫓겠다고 했을 때, 내가 굳이 말렸던 것이 떠올랐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의 살벌한 눈빛에도 나는 가볍게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요. 당신이 열받으면 그걸로 됐어요.”그러자 조나연의 얼굴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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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약한 사람만 골라서 괴롭히는 거지.강유형과 조나연이 나한테 이렇게 나오는 건 내가 항상 물러서고 싸우지 않으니까 만만하게 본 거겠지.하지만 그건 내가 지겨워서 상대도 안 했을 뿐이다.그들이 착각하고 있다면 이제라도 알려주려고 했다. 내 날 선 말에 강유형의 얼굴이 굳어졌다.“윤지원.”“손 놔.”나는 또 한 번 단호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그저 이 얘기를 전하려고 했을 뿐이야.”“지금 나더러 짜증 나라고 일부러 얘기하는 거야?”나는 가시 돋친 말투로 그를 몰아붙였다. “그런 거라면 필요 없어. 듣고 싶지 않아.”강유형은 미간을 찌푸리고 애써 분노는 참고 있는 게 느껴졌다.평소 같았으면 차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을 텐데 오늘은 달랐다.그는 몇 초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놀이공원은 예정대로 개장해. 그날 와줬으면 좋겠어.”그 말에 숨이 턱 막힌 듯 멈칫했다.그 놀이공원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나에게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개장 날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 처음 공원을 건설할 때부터, 개장 날 꼭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지금은...“나도 그곳에 있는 게 신경 쓰인다면 그날 나는 안 나갈게.”그는 내 마음속 갈등을 읽은 듯, 스스로 한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괜찮아.”나는 짧게 대답하고 그의 마음을 찌를 말을 덧붙였다.“너 때문에 가지 않을 일은 없으니까.”강유형의 얼굴이 굳었고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굳이 이렇게 상처를 주며 말해야 속이 시원해?”나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차 문을 열며 말했다.“나 바빠.”그가 손을 놓기 전 물었다.“그날 올 거야?”“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차 문을 세게 닫았다.문이 닫히며 그의 몸이 순간 뒤로 밀려났고 그가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 보였다.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서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조수석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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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지원아, 오늘 밤엔 아빠랑 같이 별을 세자.”“지원아, 약 잘 먹고 말 잘 들어야지.”“지원아...”...“아빠, 엄마...”나는 꿈속에서 두 분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은 누군가에게 붙잡혔고 귀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정신 차려. 지원아!”함께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내 얼굴이 따스한 손에 감싸였다.눈앞에 보인 건 다급한 표정의 진정우였다. 그는 내 뺨을 살며시 문지르며 말했다.“지원아, 나야.”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꿈에서 깨어났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마음이 더 아팠다.나는 입술을 꽉 물며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하지만 진정우가 내 입을 벌리며 말했다.“지원아, 이러지 마. 상처 난다고. 내 말 들어, 알겠지?”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머릿속에는 부모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아!”나도 모르게 다시 비명을 지르며 진정우의 어깨에 매달리듯 안겼다.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는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아무도 내 마음속 고통을 모를 것이다. 나는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렸고 눈물은 끝없이 흘렀다.‘우리 부모님은 왜 그렇게 끔찍한 사고로 떠나셔야 했을까?’그 억울함과 분노는 끝도 없이 이어졌고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었다.그런 나를 진정우는 단단히 안아주었다. 이성을 잃은 나는 마지막엔 그의 어깨를 있는 힘껏 물어버렸다.그러고는 또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 후,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났을 때, 희미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침대 옆에서 엎드려 있는 진정우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전날의 일이 스쳐 지나가며 눈을 감았다.아직도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기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나는 부모님의 고통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물 마실래?”엎드려 있던 진정우는 내가 깬 걸 눈치채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더 이상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는 나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고 탁자 위에 따뜻하게 데워둔 물을 내게 건넸다.“혼자 마실 수 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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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강진혁이 전화를 하다니 무슨 일일까?의아해하며 생각에 잠기고 있는데 진정우가 말했다.“메시지도 보냈어.”내가 멍하니 있자, 진정우는 휴대폰을 내밀었다.몸이 여전히 무겁고 지쳐 있었기에 망설이는데 진정우가 덧붙였다.“받기 싫으면 받지 마.”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전화가 끊겼다.휴대폰을 받아 들고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오전부터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쌓여 있었다. [우리 한번 만날 수 있을까?][지원아, 뭔가 말해야 할 게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지원아, 메시지 확인하면 답 좀 줘.]이 메시지들은 오전에 보낸 것이었고 오후에도 두 개가 더 있었다.[답장 기다리고 있어.][지금 바빠?]메시지를 보니 강진혁이 얼마나 초조하게 내 답을 기다렸는지 느껴졌다.‘그가 이렇게 망설이게 할 정도의 일이라니, 대체 뭘까?’우리가 서로 알고 지낸 이후로, 강진혁은 항상 듬직한 오빠처럼 날 지켜줬다. 웬만한 일은 혼자서 해결하고 내가 알 필요 없게 해줬다.그런 그가 이렇게 고민하는 건 정말 중대한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금세 전화를 받았다.“지원아, 어디야?”“오빠, 무슨 일이에요?”내가 바로 물었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러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괜찮아?”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빨리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전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지금 만날 수 있을까?”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당장 만나는 건 무리였다.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하려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안리영이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깨어나자마자 전화해? 얼마나 급한 일인지는 몰라도 목숨까지 걸고 전화하고 싶어?”나는 황급히 휴대폰을 가렸지만 이미 강진혁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너 병원에 있는 거야? 어디 아파?”강진혁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더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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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이제 모른 척하려는 거야?” 안리영이 짓궂게 내게 물었다.“내가 언제?”안리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 혼까지 빼놓고도 모른 척? 다들 넋 나갈 만했겠다.”나는 여전히 정신이 덜 돌아온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안리영은 목덜미를 가리키며 말했다.“어쭈, 윤지원, 너 진짜 몰랐는데 꽤 대단한데? 20년 동안 모아둔 에너지를 전부 그 사람한테 쏟아부은 거야?”나는 문득, 일부러 진정우 목에 남긴 키스 자국이 떠올라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사실은…”안리영은 손을 들어 내 말을 막았다.“해명할 필요 없어.”나는 어이없어 웃었지만 그녀 말이 맞았다. 이런 일은 설명할수록 더 오해만 깊어질 뿐이었다.안리영이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좀 괜찮아?”그녀가 말하는 건 아마 부모님 교통사고에 대해 조사한 일을 뜻하는 것 같았다.나는 눈을 감고 대답하지 않았다. 안리영은 내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이제 다 확인했으니 지나간 일로 치자. 더 이상 괜히 힘들어하지 말고.”확인했다고 해서 잊어버릴 수는 없었다. 그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었다.“그나저나, 진정우 그 사람 꽤 괜찮아. 네가 병원에 실려 왔을 때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안리영은 화제를 돌렸다. 나는 눈을 뜨고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어땠는데?”안리영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보내줄 테니까 직접 봐.”나는 그녀가 보낸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 속 진정우는 나를 안고 병원 복도를 뛰어가며 의사를 찾아다녔다. 그의 얼굴에 담긴 걱정은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영상을 보는 동안 마음이 이상했다. 쓰라리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세상에, 부모님 외에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 사람, 놓치지 마. 난 갈게. 그 사람도 밖에서 기다리는 거 같더라. 들어오기도 눈치 보일 거야.”“너는? 선배랑 밥은 잘 먹었어?” 나는 그녀를 붙잡고 궁금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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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왜 아파?”강진혁이 병실로 들어오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침대에 누워 있던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강진혁이 손으로 나를 제지하며 말했다.“일어나지 않아도 돼.”“괜찮아요.”그래도 나는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진정우 앞에서는 누워 있어도 마음이 편했지만, 강진혁 앞에서는 어쩐지 자세를 바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강진혁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부모님 사고에 관한 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솔직히 말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언제부턴가 나는 모든 걸 굳이 말로 다 설명하지 않게 됐다. 가능한 한 적당히 넘기고 싶었다.“저혈당으로 잠깐 쓰러졌어요.”그럴듯한 변명을 내놓았지만, 강진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며 먼저 물었다.“근데 오빠, 무슨 얘길 하려고 온 거예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별일 아니야.”“오빠,“나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그를 불렀다.“할 말 있으면 제대로 말해요. 이렇게 뜸 들이면 제가 더 걱정되잖아요.”“네가 몸 다 회복하고 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강진혁의 성격은 늘 이렇게 느긋했다.나는 그의 이런 태도를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오빠가 지금 말 안 하면, 더 초조해서 회복에 방해될지도 몰라요.”결국 그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알았어. 말할게.”잠시 침묵하더니, 강진혁은 마침내 말했다.“유형이가 아버지, 어머니랑 크게 다퉜어. 너는 아직 모를 것 같아서.”“몰랐어요.”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오늘 강유형을 만났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강진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엄마가 조나연을 유형이가 준 집에서 쫓아낸 걸로 시작됐어. 유형이가 화를 냈고, 엄마랑 크게 싸웠지. 아버지는 유형이를 때리셨고, 심지어는 관계를 끊겠다고까지 하셨어. 그리고… 회사에서도 내보내겠다고 하셨다더라.”초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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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오빠, 강유형은 성인이에요. 본인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죠.”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강유형을 회사에서 내보내든, 관계를 끊든, 그건 전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아버지랑 그렇게 싸우는 걸 보니 속이 타더라. 그리고 그가 회사에서 나가면 회사에도 영향이 클 거야.”강진혁은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요?”그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지원아, 난 한 번도 회사를 관리할 생각을 해본 적 없어. 그러지 않을 거였으면 애초에 회사를 떠나지도 않았겠지.”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나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다만 내 생각을 덧붙였다.“회사의 일은 삼촌께서 알아서 계획하고 계실 거예요. 강유형이 떠난다고 해서 회사가 멈추는 건 아니죠.”나는 이성적으로 말하며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더했다.“세상은 누구 없어도 돌아가게 돼 있어요.”강진혁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던 거야.”“오빠, 아마 너무 걱정되니까 그런 거겠죠.”나는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을 덧붙였다.강진혁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원아, 네가 4년 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4년 전?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도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그걸 성장이라고 하죠.”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강진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맞아. 네가 정말 많이 컸다, 우리 꼬마 지원이.”그의 말에 가슴 한쪽이 찡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내가 강가에 들어왔을 때, 강유형과 강진혁은 종종 나를 이렇게 부르며 장난스럽게, 때로는 애정을 담아 나를 놀리곤 했다.그런데 그 말을 들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오빠, 이런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세요. 너무 관여하면 오히려 안 좋아요.”그의 ‘꼬마 지원이'라는 말에 잠시 감정이 흔들렸지만 나는 결국 한마디 덧붙였다.강진혁은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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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이 상황, 얼마나 민망했을지 상상이 간다. 물론 진정우는 예외였다.“잠시만요.”진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천천히 물티슈를 꺼내 내 손을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 죽이 좀 뜨거우니까 급하게 먹지 말고.”문가에 서 있는 강진혁은 들어오기도, 물러서기도 난감해 보였다. 그 어색한 분위기가 나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내 말은 진정우에게 얼른 강진혁을 챙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진정우는 자리를 뜨기 전에 모든 음식 포장을 풀고 식기를 내 앞에 정갈히 놓아주었다.문가에 서 있던 강진혁은 그야말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애정 행위를 강제로 목격한 셈이었다.아마 나를 짝사랑하는 그의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강 실장님, 무슨 일이 신가요?”진정우는 문가로 걸어가며 강진혁에게 물었다.강진혁은 병실 밖으로 나갔고 그가 진정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듣지 못했다.진정우는 약 3분 후에 돌아왔는데 그의 평온한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가 표정을 드러내지 않자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래서 나는 죽을 먹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별일 아니야.”그의 대답은 꽤 건조했다. 아마도 그 자신도 느꼈는지 덧붙였다.“나를 스카우트하려고 하더군.”“스카우트? 어디로? KS그룹?”강진혁은 아직 총괄 감독에 불과하다. 스카우트 같은 건 인사 부서나 그룹 회장이 해야 할 일 아닌가?혹시 이미 강유형의 자리를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만약 그렇다면, 아까 그가 내게 한 말은 다 무슨 뜻이었을까?내게 심리적 준비를 시키려는 걸까, 아니면 나를 떠보려는 걸까?“어디로 간다는 얘기는 없었고 그저 내 생각을 물어봤어.”진정우는 덤덤하게 답하며 의자에 앉았다. 나는 죽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뭐라고 대답했는데?”“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어.”그의 대답은 직설적이고 단호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너무 솔직하고 귀여워서.”칭찬을 듣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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