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혁은 오랜 침묵을 깨며 서율을 향해 물었다. “문서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나 서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의사는 도혁의 무심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경멸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봐요, 아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는데, 당신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의사의 눈빛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서율 씨는 과다출혈로 긴급 수혈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때 병원의 혈액이 긴급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수혈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닿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죠.” 도혁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얼어붙은 채 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그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도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혼란과 후회가 섞여 있었다. 서율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빛을 잃었고, 그녀는 도혁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병원에 있다고 말했으면 믿었을까? 아니면, 내가 또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고 생각했겠지?” 도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율의 말은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다.의사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는, 서율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점검한 후 병실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 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도혁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입원하게 된 거지?” 서율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듯 마음속 깊이 아픔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도 도혁이 지민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도혁을 응시했다. “널 따라가다가 계단에서 굴렀어.” 서율은 도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내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출혈이 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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