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쓰는 왕관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0 챕터

제11화

서율의 표정은 여전히 냉담했다. “말할 가치도 없어.” 도혁은 차갑게 말했다. “문서율, 내가 경고했지. 우리 결혼이 유지되는 동안 다른 남자와 얽혀 스캔들을 일으키거나, 변씨 가문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을 거야.” “변씨 가문의 이미지?” 서율은 비웃듯이 말했다. “너와 지민 씨는 늘 뉴스에 오르내리며 본인들은 이미지 신경도 안 쓰면서, 왜 내가 그걸 걱정해야 해? 변도혁, 남한테 요구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겠어?” 도혁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 번 말했지만, 나와 지민은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 없어. 그건 네 오해야.” “심야에 남녀가 한 방에 있었으면서 그게 오해라고? 누가 그런 말을 믿어?” 도혁은 잠시 침묵한 후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는 선을 넘지 않았어.” 그러나 서율은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선을 넘었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난 네 남에게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네 자신부터 돌아보라고 말하는 거야.” 서율은 더 이상 도혁과 말다툼할 의지도 없는 듯했다. “이혼할 마음이 생기면 연락해.” 서율은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 서율은 도혁, 지민, 그리고 효연과의 불쾌한 만남에 기분이 엉망이 되어 더 이상 쇼핑할 기분이 없었다. 팔찌 값을 결제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서율은 돈이 많긴 했지만, 이유 없이 돈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효연이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도혁이 그 값을 치르는 게 당연했다. 과거의 서율은 너무나 비굴했고, 늘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 그 결과, 남편을 빼앗기고 아이까지 잃었다. 그러나 이제 서율은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그녀는 지옥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지옥순은 화가 잔뜩 나서 소리쳤다. [문서율, 당장 우리 집으로 와!] 서율은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효연이 또 고자질을 했나 보네.’ 지옥순한테서 받은 수많은 수모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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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서율이 도착하자마자 지옥순과 효연은 대화를 멈췄다. “어르신,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시죠?” 지옥순은 의자에 앉아 서율을 평가하듯 쳐다보며,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재수 없는 여자가 없었다면, 내 손자는 이미 육씨 집안의 딸과 결혼했을 텐데.’ 서율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전의 단조로운 생머리 대신, 와인빛으로 염색한 머리와 세련된 드레스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지옥순은 그런 화려한 차림새를 혐오했다. 결국 지옥순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집안 며느리가 이렇게 천박한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다니! SH그룹의 명성을 완전히 짓밟고 있어! 3년이 넘게 시집와서는 아이 하나 없으니, 우리 집안에 필요 없는 암탉 같은 존재야!” 지옥순은 거칠게 명령했다. “어서 조상님들 앞에 무릎 꿇고 참회해라!” 옆에서 지켜보던 효연은 차갑게 웃으며 덧붙였다. “문서율, 너 같은 여자는 예전 같았으면 돼지 우리에 던져졌을 거야. 할머니가 너한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게 얼마나 자비로운 줄 알아?” 서율은 차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르신, 아이를 갖는 건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결혼 전에 제 몸을 검사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요. 지금까지 아이가 없는 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지옥순은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럼 우리 손자한테 문제가 있다는 거냐?” 서율은 일부러 망설이는 듯 말하며 지옥순을 자극했다. “변도혁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게... 안 되는 겁니다.” 효연은 충격에 휩싸여 말했다. “도혁 오빠는 그저 너를 거들떠보지 않았을 뿐이야! 안 될 리가 없다고!” 서율은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효연 씨, 도혁과 내가 3년 동안 부부로 지냈어요. 도혁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누구보다 잘 알죠. 게다가 지민 씨가 돌아온 지 반년이 넘었는데, 매일 같이 들어가면서도 아무 변화가 없는 걸 보면...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나요?” 서율은 고개를 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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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대가?” 서율은 비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매일 집안일을 하고, 가정법을 적용받으며 규칙에 얽매여 사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게 있을까?” “난 그동안 할머니의 심술을 견뎌야 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머니들의 모욕까지 버텨야 했어. 할머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도 못 먹고, 감금되거나 맞고 혼나는 게 일상이었지.” 서율은 차가운 눈빛으로 도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한기만이 서려 있었다. “할머니께서 기분 좋을 때는 아주머니들이 남긴 음식을 나에게 주셨어. 내가 그걸 먹지 않으면, 낭비라며 가문의 수치를 안긴다고 비난하셨지.” 그럼에도 서율은 모든 걸 참아냈다. 지옥순이 언젠가 자신을 받아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내는 더 큰 학대를 불러왔다. 도혁은 잠시 말을 잃은 채 서율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그는 지옥순이 서율에게 어떻게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서율은 도혁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변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자리가 아주머니보다 나을 게 없어. 만약 네가 나였다면, 사과를 할 수 있었을까?” 서율은 방금 샤워를 마쳤기에, 은은한 향기가 그녀를 감쌌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졌고, 그 향기는 도혁을 자극했다. 서율의 눈빛은 강렬하고 도전적이었다. 도혁의 깊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점점 더 깊어졌다. 그는 지금까지 싫어했던 서율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 수밖에 없었다. “이게 네 목적이야?” 도혁은 서율의 턱을 잡고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나를 유혹하려는 거야?” 서율은 비웃으며 말했다. “자제하지 못하는 걸 남 탓하다니, 참 남자답지 않네.” 도혁의 눈이 가늘어지며 위험한 기운이 퍼졌다. 그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게 도발이 아니었나?” 도혁은 서율을 벽에 밀치며 그녀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그게 네 목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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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밤 8시, 도혁은 지옥순, 지민, 효연과 함께 육경남의 초대를 받아 연회장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지옥순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도혁에게 말했다. “육경남이 이번 연회에 여동생을 데려온다고 들었어. 오늘 네가 잘해야 그 아가씨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야.” 이 말에 지민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도혁도 눈살을 찌푸렸다. “할머니, 전 이미 결혼했어요.” 지옥순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결혼이 무슨 대수냐? 서율과 이혼할 거잖아. 겨우 3개월이면 끝날 일인데, 그 전에 그 아가씨와 친해져야지. 이혼 후에 그 아가씨를 집에 들여오면 되는 일 아니야?” 지옥순의 태도는 마치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듯 확신에 차 있었다. 효연은 슬쩍 지민을 쳐다보았다. 이에 도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제가 이혼하더라도, 그 아가씨와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옥순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정말 어리석구나! 육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기나 해? 네 능력은 알지만, 여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전략이란다. 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잡아야 해.” “그 아가씨와 결혼하면, 육씨 가문이 우리를 도와줄 테고, 네 능력에 더해지면 SH그룹도 5년 안에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절약되겠니?” “게다가 그 아가씨도 네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해.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해.” 도혁은 답답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저는 그 아가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분이 저를 좋아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지옥순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아가씨가 널 보지 않았다는 건 아니야. 이번 SH그룹과 LJ그룹의 협력 프로젝트가 어떻게 생긴 것 같니?” 도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LJ그룹의 협력 제안은 의상할 만큼 그들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지옥순은 말을 이었다. “도혁아, 육경남이 직접 여동생을 위해 SH그룹과의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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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 그 순간, 지민이 갑작스러운 고통에 신음을 내뱉었다. 도혁은 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아, 무슨 일이야?” 지민은 눈가가 붉어지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혁아, 나... 발목을 삐끗했어.” 도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지민의 발목으로 향했다. 그곳은 이미 붉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지민은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혁아,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육경남 씨랑 여동생에게 가서 인사해.” 그러나 도혁은 지민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먼저 네 발목부터 치료하러 가자.”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지옥순은 인상을 찌푸리며 개입했다. “도혁아...” 도혁은 지옥순의 말을 막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할머니, 지금은 지민이를 돕는 게 먼저예요. 게다가 지금 이 연회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인사하러 가더라도 제대로 다가갈 수 없을 겁니다.” 지옥순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이 없으면 혼자 인사하러 가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상황을 모르는 이들에게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지민의 발목 치료를 마친 후, 도혁과 지옥순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사이 경남과 그의 여동생은 이미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경남은 갑작스러운 일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곧 돌아온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지옥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도혁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그들이 떠난 후, 효연은 그들의 뒤를 몰래 따라나섰다.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효연이 조심스럽게 방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문 밖에서 남녀의 대화 소리를 엿듣게 되었다. “서율아, 본사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금방 처리하고 다시 올게.” “알겠어. 다녀와.” 여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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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모님께서 물에 빠지신 것 같은데, 이 아가씨는 그게 연기라고 하네요... 그런데 방금 보니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 같아서 진짜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도혁의 얼굴은 단번에 굳어졌다. 그는 망설임도 없이, 외투를 벗을 새도 없이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차가운 물을 가르며 서율을 구해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감은 채로 기척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순간 숨을 죽이며 긴장에 휩싸였다. 도혁은 급히 서율의 숨결을 확인하고, 곧바로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나자 서율은 물을 많이 토해내며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제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긴장했던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서율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눈을 뜨며,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서율, 괜찮아?” 도혁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서율은 겨우 입술을 움직일 뿐이었다. 기침을 하며 또다시 물을 토해냈다. 도혁은 주위를 둘러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구급차는 불렀어?” 주변의 누군가가 당황하며 대답했다. “아, 아직 안 불렀습니다...” 도혁은 더욱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장 구급차 불러.”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했고, 도혁은 서율을 안아 구급차에 태웠다. 서율과 도혁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떠난 후, 지민은 효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효연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문서율이 갑자기 물에 빠진 거야?” 효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뭐긴 뭐겠어? 그 여우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그런 거지! 도혁 오빠가 널 챙기는 걸 보고 질투심에 불타 일부러 물에 뛰어든 거야.” 지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연기를 했다고?” 효연은 과장된 몸짓으로 상황을 설명하며 말했다. “맞아, 아까 후원에서 서율을 마주쳤는데, 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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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도혁은 오랜 침묵을 깨며 서율을 향해 물었다. “문서율,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러나 서율이 대답하기도 전에, 의사는 도혁의 무심한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며 경멸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봐요, 아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는데, 당신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의사의 눈빛에는 은근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서율 씨는 과다출혈로 긴급 수혈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그때 병원의 혈액이 긴급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해 수혈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닿은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죠.” 도혁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얼어붙은 채 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그의 표정은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도혁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혼란과 후회가 섞여 있었다. 서율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빛을 잃었고, 그녀는 도혁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병원에 있다고 말했으면 믿었을까? 아니면, 내가 또 당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고 생각했겠지?” 도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율의 말은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다.의사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끼고는, 서율의 상태를 최종적으로 점검한 후 병실을 떠났다. 그가 떠나자, 병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도혁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입원하게 된 거지?” 서율은 마치 날카로운 바늘에 찔린 듯 마음속 깊이 아픔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도 도혁이 지민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아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도혁을 응시했다. “널 따라가다가 계단에서 굴렀어.” 서율은 도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 “내가 발견됐을 때는 이미 출혈이 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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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수영장 쪽에는 CCTV가 없어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어. 하지만 이미 사람을 시켜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도혁의 차분한 말에 서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날카롭게 물었다. “조사? 어떻게 조사할 건데?” 도혁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감시 카메라가 없으니 목격자를 찾아야겠지.” 서율은 물에 빠졌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칠 때, 물가에 서 있던 사람들은 조롱하며 구경만 했을 뿐, 아무도 구해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해줄까?’ 서율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추운 날씨에 심심해서 내가 스스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혁은 여전히 차분했다. “정효연은 네가 내가 지민에게 약을 발라주는 걸 보고 질투해서 일부러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너는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서율의 눈빛은 냉소로 가득 찼다. “고작 그것 때문에 내 목숨을 담보로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그 애가 그만한 가치가 있나?” 서율의 말에는 깊은 경멸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도혁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냉정하게 말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결론을 내리진 않겠어. 네 몸 상태도 아직 좋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 서율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그녀는 도혁의 차가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변도혁, 설마 정효연 편을 들 생각은 아니겠지?” 서율은 도혁이 늘 지민과 효연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효연의 편을 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항상 도혁의 마음에서 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람이었다. 도혁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일단 네가 회복하는 게 먼저야.” 서율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도혁은 한동안 병실에 머물다가, 전화가 걸려오자 자리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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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경남은 원래 연회에서 서율의 신분을 공개해, 변씨 가문과 서율을 깔보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이 실현되기도 전에 서율이 물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율은 경남의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깊은 눈빛을 띠며 대답했다. “우리 관계에 대해서는 도혁에게 말하지 마. 지옥순은 이익에만 눈이 먼 사람이야.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아마 쉽게 도혁과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을 거야.” 서율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이어서 말했다. “도혁은 주식 지분 때문에 나와 3년이나 결혼 생활을 이어간 사람이야. 그가 그 정도로 헌신적일 리 없지. 굳이 알릴 필요도 없어.” 경남은 최근 들려오는 소문들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도혁과 서율이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는데, 지옥순은 벌써 변씨 가문과 육씨 가문의 혼인을 성사시키겠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지옥순의 뻔뻔한 성격을 고려하면, 서율의 진짜 신분이 밝혀질 경우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경남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율아, 밖에서는 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사람들은 네가 변씨 가문의 돈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비웃고 있어.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들의 비난은 계속될 거야.” 서율은 물에 빠졌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비웃음 가득한 얼굴들을 떠올렸다. “내 신분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들이 변할 것 같아? 오히려 더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겠지. 하지만 그건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 그녀는 경남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육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신분 없이도 난 그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어. 오빠, 난 내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거야.” 경남은 서율의 확고한 의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며칠 후, 서율의 몸 상태는 점차 회복되었다. 도혁은 의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나서인지, 아니면 서율에 대한 약간의 죄책감 때문인지,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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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효연은 도발적인 눈빛을 번뜩이며 오만하게 말했다. “너 도혁 오빠한테 일렀겠지? 하지만 오빠가 널 믿었을까? 문서율, 넌 도혁 오빠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죽어도, 오히려 이혼 문제까지 깔끔하게 해결될 테니 상관없겠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율은 옆에 있던 물컵을 들어 힘껏 효연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서율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차가운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나가.” 그러나 효연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화를 내는 걸 보니, 내가 한 말이 맞았나 보네?” 효연이 더 말을 잇기 전에, 병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도혁의 시선은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에 잠시 머물렀고,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침대에 누워 있는 서율을 바라보았다. 요즘 서율은 눈에 띄게 야위었고, 혈색 없는 얼굴은 그녀를 더욱 병약해 보이게 했다. 도혁은 차분하게 물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서율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변도혁, 뻔히 알면서도 묻는 거야? 누군가 날 불쾌하게 만들면 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도혁은 잠시 침묵했다. 서율이 지민을 좋아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지민을 비난했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효연과 지민에게 말했다. “너희는 먼저 나가 있어.” “도혁아...”“나가서 이야기하자.” 지민은 잠시 서율을 바라보고는 병실을 떠났다. 도혁은 서율을 향해 짧게 말했다. “난 잠시 밖에 나갔다 올게.”...병실 밖에서 효연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불평했다. “문서율이 분명 도혁 오빠에게 내가 밀었다고 고발했을 거야! 물에 빠진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어. 지금 연약한 척하면서 도혁 오빠의 관심을 다 끌어가고 있잖아! 정말 얄미운 여자야!” 효연은 멈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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