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박한빈의 말을 듣고 상황을 이해한 듯 비웃으며 말했다. “알겠네. 당신이 저 천한 년의 친구인가 보지?” 박한빈은 변호사와 통화하던 중이었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목소리는 뚝 끊겼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자는 계속해서 빈정거리며 박한빈을 조롱했다. “아니지, 친구가 아니라 새로 사귄 남자인가? 참 대단하네. 어떻게 그 많은 남자들을 동시에 농락할 수 있지? 나도 알거든, 뭐 유명한 여신 만화작가라더니 다 허상이지. 분명 뒤에서는 당신 같은 남자들이나 떠받쳐 주는 걸 거야!” 그러면서 그녀는 박한빈을 위아래로 쭉 훑어보았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그녀는 화려한 물건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그 바람에 박한빈의 옷차림과 손목에 차고 있는 고급 시계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더욱 확신을 가졌고 박한빈에게 갑자기 존댓말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 저 여자 스폰서 맞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저 여자는 매일 촬영장에서 내 오빠랑 엮이고 있다고요. 게다가 애까지 있어요. 누구 씨앗인지도 모르는 그 애 말이죠. 당신이 고작 저런 여자를 위해 돈을 쓰고 있다고요. 기분 더럽지 않아요?” 여자는 계속해서 험한 말을 쏟아냈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여자는 점점 흥분하며 박한빈을 설득하며 성유리를 “매장”해 버리자고 했다. 그녀를 완전히 끝장내자고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했다. 박한빈은 변호사를 발견하고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은 건 알아서 잘 맡아주세요.” 그러면서 그녀의 카메라에서 메모리 카드를 빼냈다. 여자는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달려들어 따지려고 했지만 변호사가 그녀를 막아섰다.“안녕하세요. 저는 박 대표님의 변호사입니다. 문제 있으시면 저와 말씀 나누시죠.” ...그날, 박한빈은 결국 촬영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메모리 카드를 꺼내 사진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사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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