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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Author: 송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02 19:00:00
말을 마친 상대는 바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성유리는 핸드폰을 손에 꽉 쥔 채 낯빛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늘이는 그때까지도 얌전히 성유리의 옆에 앉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성유리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나서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하늘이를 보며 말했다.

“하늘아, 우리 집에 못 갈 것 같아.”

“왜요? 우리 집에 안 가요?”

성유리의 말에 하늘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고 삐친 듯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계속 물었다.

“엄마가 오늘 집에 간다고 했잖아요. 나 집에 갈래! 가서 민준 오빠랑 놀 거야.”

“미안해, 하늘아. 엄마가 잘못했어.”

성유리는 떼를 쓰는 하늘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달랬다.

“근데 지금 일이 좀 생겨서 어쩔 수 없어. 여기서 며칠만 더 있자. 엄마가 약속할게. 일이 다 해결되면 바로 집으로 가자.”

하늘이는 대답이 없었다.

성유리는 지금 아이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제작사와 이우빈 회사 쪽에서는 성유리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따졌고 빨리 해결하라고 보챘다.

또 어떤 사람은 이우빈과 성유리가 현장에서 같이 있던 사진을 터뜨리면서 두 사람은 촬영을 핑계로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만약 성유리가 솔로였다면 이우빈의 팬들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겠지만 성유리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우빈의 회사로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커다란 광장에서는 성유리를 욕하고 저주하는 목소리가 울려 펴졌고 이렇게 된 이상 성유리가 지금 만화를 베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성유리가 결백하다고 해도 죄를 지은 죄인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이우빈은 이미 잠적했고 제작사는 계속 헛돈을 쓰며 현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드라마가 방영을 못 하게 된다면 그 모든 비용은 다 성유리가 책임져야 했다.

그 돈은 아마 성유리가 예상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큰돈일 것이다.

성유리는 부득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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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74화

    사하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 침묵만으로도 성유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성유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 잘됐네.” “뭐가요?” 사하나는 이미 나있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드러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성유리가 박한빈에 관한 주제로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성유리가 이렇게 애써 담담한 척하는 모습을 보니 사하나는 참을 수 없었다. “내가 그 사람을 어디서 만났는지 알아요? 그 사람이 맞선을 보려고 했다고요! 그리고는 나한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어요. 언니가 생각해 봐도 너무 냉정하지 않나요?” 사하나는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이보다 적합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성유리는 사하나의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괜찮아요.” 사하나는 시무룩해 보이는 성유리를 보고는 금세 손까지 내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생각해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앞으로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거니까.” 성유리는 살짝 웃어 보이며 하늘이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하늘이가 평범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거야. 그 외의 모든 건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 사하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다. “그래요. 언니 말이 맞아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고요.” ... 사하나의 말 덕분에 성유리는 이제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디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의 태도를 사하나를 통해 들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녀가 직접 박한빈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지금처럼 담담하게 있을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된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성유리는 이제 박한빈과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를 다시 만날 이유도 다시 얽힐 필요도 없어졌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73화

    병실 안에는 성유리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유리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하늘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한편 하늘이는 그림책을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최근에 살이 빠진 탓에 커다란 눈이 더 두드러졌고 창백한 피부 때문에 마치 인형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유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기척을 들은 하늘이는 고개를 들어 입구를 쓱 쳐다보았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는 사하나를 보자마자 하늘이는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모!” 평소 같았으면 사하나는 활기차게 반응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박한빈의 차가운 반응이 그녀를 너무나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의 일, 그리고 성유리가 자신에게 털어놓았던 자세한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때 성유리가 박한빈을 떠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그녀가 “가라앉는 배”인 그를 서둘러 떠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박한빈이 성유리를 원망하는 것도 어쩌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늘이는 그의 친딸 아닌가? 사하나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냉정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러던 그녀는 곧 하늘이와 성유리가 겪어온 일들과 성유리가 출산과 산후조리 때 겪었던 고통들이 떠올랐다. 만약 그때 자신이 옆에 없었다면 성유리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 모든 걸 박한빈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걸까? 이제 와서 친딸인 하늘이가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는데도 박한빈은 여전히 무관심한 걸까? 수많은 의문들과 이해가지 않는 박한빈의 행동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모!” 하늘이의 밝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제야 사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이상하게 여긴 하늘이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성유리 또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사하나를 보고 있었다. 성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사하나는 서둘러 미소를 지으며 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72화

    하룻밤이 지나가자 사하나는 한결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녀는 이번 일이 박한빈의 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설령 진짜 결혼을 생각한다 해도 금성에 이렇게 많은 명문가 출신의 아가씨들 중 왜 하필 자신을 선택했을까?그는 분명히 자신과 성유리의 관계를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혹시 일부러 그런 건 아닐까?’ 일부러 자신과 맞선을 보고 이 사실을 성유리에게 알리려는 의도, 그녀를 질투하게 하고 괴롭게 만들려는 계산일 수도 있다. 사하나는 생각할수록 박한빈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느껴졌다.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녀의 분노는 어느새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사하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세심하게 단장한 후 약속 장소인 카페로 향했다.그러나 카페에서 박한빈과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자신이 그를 과대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한빈은 그녀를 보더니 많이 놀란 듯해 보였다. 분명 박한빈은 여기서 그녀를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자신과 맞선을 볼 사람이 사하나라는 것을 아예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사하나가 전날 밤 머릿속에서 그렸던 모든 시나리오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하나의 계획과는 달리 박한빈은 진짜로 결혼을 하려는 거였다.  그녀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박한빈을 뚫여져라 쳐다만 보고 있었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사하나는 이미 수백 번 박한빈을 찔렀을 것이다. “사하나 씨.” 박한빈은 매우 태연하게 그녀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만나는 사람이 당신일 줄은 몰랐습니다.” “오? 그럼 누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사하나는 박한빈을 비웃듯 물었다. 그러나 박한빈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근데 사하나 씨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 같군요. 그렇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요?” 그녀의 대답에 박한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당신은 성유리의 친구죠. 그러니까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그럼 이만.” 그는 말을 마치자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71화

    “아니야!” 류수미는 쏘아붙이는 사하나의 말에 너무 급한 나머지 손을 쭉 뻗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이어가려 했다. “이번에 소개받은 사람은 바로 지화그룹의 박 대표야!” 사하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행동을 멈췄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류수미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이 내려간 뒤에서야 사하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누구라고요? 지화그룹에는 두 명이 있잖아요. 둘 중 어떤 박 대표 말씀이세요?” “지금 지화그룹에 박한빈 대표 빼고 대표가 또 있긴 해?”  류수미는 좀처럼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 사하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줬다. “박세빈 그 사람을 몇 년 전에 박한빈이 해외로 보냈잖아. 경험을 쌓으라고 보내긴 했지만 사실상 포기나 다름없었지.” “그래서 말인데 그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야. 어쩜 친형제한테도 그럴 수 있어? 네 아버지가 그 사람을...” “잠깐만요.”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려 하자 사하나는 서둘러 류수미의 말을 뚝 끊었다. “아까 그 얘기로 돌아가요. 박한빈 씨가 저랑 맞선을 본다고요?” “맞아. 그 사람 조건 어때?” “미치셨어요?” 사하나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면 박세빈 씨가 미쳤나요? 저랑 유리 언니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건가요?” “그러니까 내가 이 얘길 빨리하는 거지. 네가 보기엔 이거 심각한 문제 아니야?” 류수미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하나에게 되물었고 그 말에 사하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해졌다. “그래서 넌 갈 거야 안 갈 거야?” 류수미가 다시 물었다. “당연히...” 사하나는 단호히 거절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맞선을 본다는 건 분명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거 아닌가요?” “누가 알겠어? 어쩌면 네가 첫 번째일지도 모르지.” “네? 그러니까 지금 박한빈 씨가 맞선을 보면서 새로운 결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70화

    하늘이의 수속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비행기가 금성시에 착륙하는 와중에도 성유리는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필경 그때 금성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평생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고 다짐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찾은 금성은 별로 달라진 점이 없어 보였다. 예전처럼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주위엔 높은 건물들과 늦은 시간이지만 지나가는 행인들이 많이 보였다. 성유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금성은 그녀로 하여금 제일 속상하게 한 도시이자 도망치듯 떠난 도시였다. 하지만 하늘이의 입장에서 보면 금성은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고향이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아주 좋은 하늘이는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바깥에 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사씨 가문의 기사였고 사하나는 조수석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앞만 쳐다보던 사하나는 고개를 휙 돌려 성유리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언니, 혹시... 그분한테 전화했어요?” 저번에 사하나가 말을 한번 꺼냈을 때 성유리는 바로 거절하지 않았었다. 그저 곧 연락을 해보겠다는 말로 상황을 무마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성유리는 아직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았고 박한빈에게 연락하는 일을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사하나는 좀처럼 전화를 하지 못하는 성유리를 대신해 자기가 직접 연락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두 사람 일이니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필경 박한빈이 연락이 없다고 해도 하늘이의 친아버지는 박한빈이었고 친어머니는 성유리였으니까. 병원에 도착한 하늘이는 당일 바로 입원수속을 할 수 있었다. 사하나는 병원 주위에 성유리를 위한 집 한 채를 마련해 두었고 그녀더러 자주 집으로 돌아가 쉬라고 말해줬다. 성유리는 사하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사하나는 그녀가 하늘이를 챙기기 위해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집에 먼저 뽀얗게 쌓이겠네.’ 병원에서 모든 절차를 마친 사하나는 차에 올라타 사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성유리와 함께 있어 주고 싶었지만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69화

    성유리는 병원을 싫어한다. 이곳에서는 항상 소독약 냄새가 났고 여전히 이따금 슬프고 절망적인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간호사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의 혈관은 매우 얇아서 지금 몇 바늘을 꿰매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아이도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그러나 하늘이도 어린아이일 뿐인지라 울음을 참을 수 없었고 성유리에게 아프다고 떼를 부렸다. 성유리는 아파하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늘이의 다른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때,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주삿바늘이 성공적으로 들어갔고 코를 훌쩍거리던 하늘이도 지쳤는지 눈을 감았다. “자.” 성유리는 손을 쭉 뻗어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 여기 있어.”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떴다. 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래?” “엄마, 안 울 거지?” 아이의 물음에 성유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 방금 조금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니 걱정 마.” 하늘이는 성유리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 괜찮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성유리는 아이 앞에서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더는 웃음을 지을 수가 없었다. 행여나 울음이 터져 나올까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유리의 모습을 본 하늘이는 안도의 표정을 짓더니 다시 눈을 감았고 성유리는 여전히 아이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반대편에 있는 수액에 고정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더 큰 수액 병을 맞자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뭔가를 잃을까 봐 두려운 듯 시선을 떼고 싶지 않았다. 사하나가 들어왔을 때, 그녀가 본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성유리에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언니, 좀 쉬세요. 제가 여기서 지켜볼게요.” 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하나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68화

    성유리는 새벽에 집으로 돌아갔다. 하늘이는 깊은 밤이라 이미 성유리의 어깨에 기대 잠에 들어 있었는데 너무 지쳤는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성유리는 한손으로 잠든 아이를 부축한 채 다른 한 손으론 문을 열려고 애를 썼다. 집으로 들어선 성유리는 다른 일을 할 새도 없이 먼저 하늘이를 침대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아이한테 이불을 덮어주고 문을 닫고 나서야 성유리는 거실로 돌아갔다. 옆에 있는 조명은 켜져 있었고 그 옆에는 나가기 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책장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책장 안에는 성유리가 그려놓은 만화 작품과 미래에 대해 세워놓은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것은 마치 성유리를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성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업계에서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높게 평가받는 것 같지만 사실 제일 밑바닥에 깔린 사람이 바로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홍보나 영업, 다른 사람과 손잡고 일하기 위해 상의하는 일 또한 회사에서 하니 성유리는 그저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매일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성유리고 피곤해서 코피까지 흘리면서도 대본을 수정하는 사람 역시 성유리였다. 그리고 나중에 대중들에게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먹는 사람 또한 성유리다. 직접 그린 만화가 정말 어렵게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고 쉽지 않았지만 현장으로 나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름을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게 되었다. 성유리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너무 우스워 보였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성유리는 그 감정들을 꾹꾹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집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날 밤은 전에 뜬 눈으로 보낸 그 밤들과 다를 점이 없었다. 피로에 찌든 몸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성유리는 눈을 번쩍 떴다. 그 전날부터 호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고 게다가 어떤 사람은 방문 틈으로 물건을 집어넣기도 했다. 협박 편지와 성유리를 저주하는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467화

    말을 마친 상대는 바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성유리는 핸드폰을 손에 꽉 쥔 채 낯빛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하늘이는 그때까지도 얌전히 성유리의 옆에 앉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성유리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나서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하늘이를 보며 말했다. “하늘아, 우리 집에 못 갈 것 같아.” “왜요? 우리 집에 안 가요?” 성유리의 말에 하늘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고 삐친 듯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고 계속 물었다. “엄마가 오늘 집에 간다고 했잖아요. 나 집에 갈래! 가서 민준 오빠랑 놀 거야.” “미안해, 하늘아. 엄마가 잘못했어.” 성유리는 떼를 쓰는 하늘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달랬다. “근데 지금 일이 좀 생겨서 어쩔 수 없어. 여기서 며칠만 더 있자. 엄마가 약속할게. 일이 다 해결되면 바로 집으로 가자.” 하늘이는 대답이 없었다. 성유리는 지금 아이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제작사와 이우빈 회사 쪽에서는 성유리에게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 따졌고 빨리 해결하라고 보챘다. 또 어떤 사람은 이우빈과 성유리가 현장에서 같이 있던 사진을 터뜨리면서 두 사람은 촬영을 핑계로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만약 성유리가 솔로였다면 이우빈의 팬들은 불같이 화를 내지 않았겠지만 성유리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우빈의 회사로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커다란 광장에서는 성유리를 욕하고 저주하는 목소리가 울려 펴졌고 이렇게 된 이상 성유리가 지금 만화를 베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성유리가 결백하다고 해도 죄를 지은 죄인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이우빈은 이미 잠적했고 제작사는 계속 헛돈을 쓰며 현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드라마가 방영을 못 하게 된다면 그 모든 비용은 다 성유리가 책임져야 했다. 그 돈은 아마 성유리가 예상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큰돈일 것이다. 성유리는 부득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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