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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9화

Author: 송진
성유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환하게 웃으며 성유리를 한번 쓱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였지만 성유리의 눈엔 조금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보였다.

성유리는 성유정의 눈빛의 의미를 잘 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성유정이 나타난 것을 감사하게 여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윤청하와 점점 서먹해졌기 때문이다. 필경 수년간 엄마로서 윤청하는 성유리에게 애정을 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성유정이 등장하자 성유리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유리는 성유정의 눈빛을 무시하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성유정은 눈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방금 전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지 식사 중에도 윤청하에게 계속해서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윤청하는 태연하게 대답했고 성유리는 그녀가 이 사실을 성유정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후 윤청하는 성유리에게 한약 한 그릇을 준비해 주었다.

“이건 네 몸을 위한 거야.”

윤청하가 계속 말했다.

“내가 특별히 좋은 것만 넣었어.”

성유리는 윤청하가 부엌에서 뭔가를 바삐 준비하던 이유가 바로 이 한약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감동을 받은 걸까? 어쩌면 오랜만에 느껴본 모성애 때문에 멍해졌을 수도 있지만 성유리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사랑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윤청하가 원하는 것은 그저 성유리의 뱃속 아이가 성씨 가문과 박씨 가문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뿐이었다.

“저는...”

성유리는 거절하려 했지만 윤청하가 그녀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

“그냥 내 말 들어. 너 지금 너무 말랐어. 임신...”

윤청하는 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성유정의 눈치를 본 후 빠르게 말을 바꿨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먼저 네 몸을 잘 챙기고 난 다음에 아이를 가질 생각을 해야지.”

성유리는 그 한약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 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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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유리는 임신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로 결심하지 않았다.필경 의사가 말한 대로 첫 3개월은 아기집이 안정되지 않아 조심할 필요도 있었고 박한빈이 데려간 병원은 바로 전문적으로 박씨 가문 사람들을 돌봐주는 의사였다.그들이 병원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김서영에게 임신 소식이 전해졌고 이어서 성씨 가문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그래서인지 윤청하가 곧바로 성유리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성유리는 그때 차 안에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윤청하가 급하게 말했다.“얼른 집에 와.”“저 내일...”“먼저 집에 돌아오면 그때 얘기하자.”윤청하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성유리는 하는 수 없이 입술을 꽉 깨물며 운전사에게 말했다.“먼저 성씨 저택으로 가주세요.”운전사는 신속하게 움직였고 이내 방향을 틀어 달리다 성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그 시각, 성씨 저택 입구는 텅 비어 있었고 윤청하는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도우미가 성유리의 도착을 알리고 나서야 그녀는 성유리에게 다가갔다.오늘 윤청하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성유리를 보자마자 윤청하는 그녀의 손을 꼭 잡더니 배부터 살폈다.성유리는 불쾌한 마음에 본능적으로 자신의 배를 감쌌는데 윤청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 부끄러워? 난 네 친엄만데?”성유리는 윤청하의 다정한 모습에 여전히 적응할 수 없었다. 윤청하의 따뜻한 태도는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윤청하는 성유정을 재벌가 아가씨로 곱게 키웠고 친딸인 성유리보다 더 챙겨주고 아껴주며 모든 애정을 쏟아부었다.그래서 성유리는 늘 사랑이 고팠고 성유정을 부러워하며 윤청하의 애정이 자신에게 조금만 돌아오기를 바랐다.하지만 지금, 막상 바라던 ‘애정’이 현실로 다가오니 성유리는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한빈이가 너한테 관심이 없을까 봐 걱정했어. 결혼한 지 거의 1년이 지나는데 아직 애도 없고...”“유정이는 너희가 감정도 없이 급하게 결혼했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7화

    성유리는 잠시 멈칫했다. 처음에는 박한빈이 몸이 아픈 건가, 아니면 회사의 중요한 인물이 아프다고 그들을 부른 건가 싶었다.박한빈이 자신을 진료실까지 데리고 들어가기 전까지는.“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나요?”의사의 질문에 성유리가 미처 반응하지 못하자 박한빈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의사가 묻고 있잖아.”그제야 성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저... 지난달 7일이에요.”“그럼 혈액검사를 해보겠습니다.”박한빈은 의사의 말에 짧은 대답을 하고는 내미는 서류를 받아들였다.진료실을 나온 뒤, 성유리는 천천히 박한빈 옆으로 다가갔다.“저 괜찮아요. 그냥 저체온증이었어요. 오늘은 많이 나아졌어요!”하지만 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의 발걸음 또한 멈추지 않았다.결혼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성유리는 박한빈의 침묵과 냉랭한 태도에 익숙해졌다.잠시 후, 망설이던 성유리가 다시 말했다.“그냥 저 혼자 할게요. 당신 너무 바쁘잖아요. 여기서... 저랑 같이 안 있으셔도 돼요.”성유리는 박한빈이 이 일로 인해 김서영에게 또 잔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했다.원래부터 김서영은 그들의 결혼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고 성유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성유리가 아닌 성유정이야말로 김서영이 늘 원했던 며느리였고 세상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도 그랬다.김서영의 강력한 요구사항에도 박한빈은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성유리와의 결혼을 선택했었다.이내 성유리는 혈액 검사를 마쳤고 기다림 끝에 드디어 검사 결과를 받을 시간이 왔다.“축하합니다. 성유리 씨, 임신하셨어요.”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성유리의 표정은 잠시 굳어졌다.그리고 두 주먹도 자연스레 꽉 쥐게 됐다.몇 초 후, 성유리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임신... 이라고요?”의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네, 혈액 검사 결과 확실합니다. 다만 현재 초기 단계인데 산모님 체중도 너무 낮으니 조심해야 합니다.”의사는 계속 말을 했지만 성유리는 들을 정신이 없었고 본능적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6화

    그해 여름.박한빈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성유리는 미처 그것을 알지도 못했다.하루 종일 이어진 미열 때문에 성유리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체온이 그리 높지 않아서 약을 먹지는 않았고 저녁에는 혼자 죽을 조금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그때 옆에 있던 휴대폰이 두 번 진동했지만 성유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곧 한 통의 메시지가 또 오고 나서야 성유리는 비로소 눈을 떴다.메시지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 그녀는 내용이 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박한빈이 자신에게 방으로 오라는 문자를 남겼다는 것을.성유리는 갑자기 박한빈이 너무 귀찮게 느껴졌다.그래서 그가 보낸 메시지를 무시한 채 그냥 몸을 돌려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방문이 열렸다.복도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성유리는 눈을 떴고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또 얼마나 귀찮게 하려고 온 거지?’원래는 박한빈이 왜 이렇게 급하게 굴고 고작 하룻밤만 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 소리라도 지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따뜻하고 건조한 손바닥이 성유리의 이마에 닿았다.그 느낌은 성유리로 하여금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처음 지씨 가문에 갔을 때, 긴 여행과 큰 충격으로 고열에 시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당시 지석민은 성유리를 버리려 했고 오직 양어머니만이 그녀를 돌봐주었다.하지만 막상 친엄마는 한 번도 그렇게 해준 적이 없었고 성유리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을... 더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그래서 이렇게 누군가가 자신을 돌봐주는 느낌을 받는 것은 성유리가 정말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손바닥에서 전달된 온도가 느껴지자 성유리의 눈시울도 덩달아 뜨거워졌다. 그러던 그녀는 무심결에 낮은 목소리로 엄마라는 단어를 내뱉었다.그 말에 상대의 손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그런데 성유리가 더 이상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다음에 성유리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5화

    박한빈은 빠르게 에릭의 의도를 알아차렸고 이내 두 사람의 술잔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해 보였다. 그 화기애애함에 알리는 심지어 뭔가 불편함을 느꼈다.박한빈의 말을 듣던 알리는 처음에 두 사람이 싸울 거라 예상했었고 이미 구경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그런데 에릭은 그렇게 모든 걸 가볍게 넘겨버렸다.평소와 다른 형의 모습에 알리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고 뭔가 불만을 토로할까 했지만 박한빈이 갑자기 그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알리의 가슴이 한순간 뜨거워졌다.그러나 알리는 금방 고개를 치켜들며 박한빈과 눈을 맞췄다.“오늘 일 다 들었습니다.”박한빈이 천천히 말했다.“제 아내가 부끄러워해서...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 같네요. 실례했습니다. 죄송해요.”박한빈의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으나 알리는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이게 사과인가? 아니, 이건 자랑하는 거 아니야?’더 큰 문제는 알리가 화를 낼 수도, 그럴 자격도 없다는 것이었다.결국 알리는 일방적으로 고백한 거였고 성유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였으니 알 리가 여리저리 뛰어다니는 꼴이 오히려 마치 광대처럼 보였다.그래서 알리는 술잔을 꽉 쥐고 괜찮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박한빈은 알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보였다.그렇게 저녁 식사는 평온하고 화기애애하게 끝났고 박한빈은 기사에게 그들을 호텔로 데려다 주라고 지시했다.차 문을 닫기 전에 박한빈은 에릭에게 한마디 했다.“네가 라온시로 돌아가면 다시 연락하자.”에릭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고 알리는 여전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박한빈이 차 문을 닫고 나서야 알리는 마치 다시 살아난 것처럼 에릭을 향해 돌아앉았다.“형한텐 분명히 다른 계획이 있을 거야. 그렇지? 저 사람이 형 약혼녀를 빼앗았는데 이걸 그냥 참을 수 있어?”“두 사람이 몇 년 동안 협력했으니까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약점도 알고 있을 거야. 맞지? 우리 같이 힘을 합쳐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4화

    “유리가 그날 단호하게 거절한 이유는 사실 나랑 네 사이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야.”“유리는 나랑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나를 잘 알잖아. 그래서 내가 주변에 두고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 웃긴 이야기지만 사실 유리가 나보다 너라는 친구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게다가 친구일 뿐 아니라 우리는 긴밀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하고.”“유리는 이 일로 우리가 적이 될까 봐 걱정했어. 내가 그로 인해 더 많은 걸 잃을까 봐... 그렇지만 아라 씨는 유리에게 거절당한 후,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어.”“왜냐하면 유리는 아라 씨랑 네가 맞지 않는 걸 알고 있었고 아라 씨가 그 결혼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떤 압박을 받을지 잘 이해했거든.”“어쩌면 유리 자신도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 그래서 그 며칠 동안 유리도 그렇게 행복해하지 않았어.”“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해. 나는 유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유리는 나 때문에 아라 씨 부탁을 거절한 거잖아. 그럼 나는 유리를 대신해서 아라 씨를 도와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알기로 그게 바로 유리가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이고.”박한빈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내뱉었고 그동안 에릭은 한마디도 끼어들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에릭은 박한빈의 말을 비웃었을 것이고 그들의 서로에게 희생하는 관계가 역겨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에릭은 그냥 조용히 있었다.박한빈이 한 행동에 대한 분노도, 원망도 다 사라졌다. 이 순간, 그는 박한빈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예전의 에릭에게 여자는 단지 기분 전환용 존재였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정신적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그냥 돈을 주는 게 훨씬 더 간단했고 그렇게만 해도 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그리고 그들은 에릭이 원하는 ‘감정’도 주었지만 에릭은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걸 알았다.애릭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가난한 사람이라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3화

    “응.”“그럼 그 여자... 안 찾을 거야?”에릭은 옷을 짐 가방에 던져 넣으며 대답했는데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응. 안 찾을 거야.”너무도 담담한 에릭의 모습에 알리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에릭은 뭔가 떠오른 듯 그를 쳐다보았다.“오늘 밤 로얀이랑 저녁 약속이 있는데 시간 있으면 오던가.”“난 뭐 하러 가?”알리는 에릭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사람한테 나를 조롱할 기회라도 주겠다는 거야?”“로얀의 아내도 올 거야.”“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말했잖아, 내가 얼마 전에 호르몬 때문에 눈이 멀었던 거라고. 오늘은 확실히 성유리라는 여자를 알게 됐어. 이제 더 이상 그 여자 안 좋아해!”알리는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밤이 되자 결국 에릭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자존심까지 걸었지만 그날 식사 장소에 성유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바람에 알리는 극심한 실망감을 느꼈다.박한빈은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그들을 보고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넸다.“왔어?”그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웃음을 참지 못하는 듯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알리는 박한빈이 오늘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러니 지금 박한빈이 자신을 조롱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알리는 즉시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치켜들어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에릭은 알리를 빠르게 제어시켰다.“오늘 일은 내가 얘한테 시킨 거야. 사실 그냥 네 아내한테 장난을 치려고 했을 뿐이야.”“알아.”박한빈은 자연스럽게 에릭의 말을 받아들였다.“걱정 마. 나는 신경 안 쓰니까.”두 사람의 대화에 알리는 두 주먹을 꽉 쥐었지만 에릭은 그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박한빈에게 다시 말했다.“나 라온시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 예약했어.”“오? 언제 가는데?”“내일.”“내일... 아마 나는 너를 데려다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아.”“괜찮아, 나 혼자 갈게.”대화가 끝나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술잔을 들어 올려 살짝 부딪혔다. 그들의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2화

    “언니! 앞에 있는 오빠가 언니에게 전하라고 했어요.”성유리가 지하철역을 나서자 한 소녀가 말을 걸었다.“누가?”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물었다.하지만 소녀는 성유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성유리에게 앞으로 가면 알게 될 거라고만 말했다.결국 성유리는 소녀가 가리킨 방향대로 걸어갔다.그런데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꽃 한 송이를 건넸고 역시 앞의 사람이 주었다고 말했다.성유리의 마음속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지만 앞에는 몇십 명이 꽃을 들고 성유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 기대에 찬 얼굴로 성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걸어갔다. 아마 박한빈이 이런 일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하며.최근 박한빈은 알리에게 자극을 받은 듯 보였다. 며칠 전에는 성유리를 억지로 결혼사진을 새로 찍게 하더니 수제 팔찌까지 만들어주었고 이번에는 또 이런 일까지 벌였다.다른 것들은 괜찮았다. 크게 소란스럽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지만 오늘은 달랐다.길을 걸어온 동안, 성유리는 이미 백 명이 넘는 사람을 봤고 주변에는 수많은 구경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하고 있었다.성유리의 머리는 점점 더 새하얘졌고 박한빈에게 전화를 걸어 그만하라고 말하려고 했을 때, 장미 꽃잎으로 만든 아치형 문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그 앞에는 알리가 서 있었다....“야!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오늘 나한테 이런 망신을 줘?”알리는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에릭의 멱살을 잡았다. 그는 분노로 코가 휘어질 지경이었고 손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에릭은 알리에게 여자들은 극단적인 로맨스와 서프라이즈를 좋아한다고 하며 지난번 술 취해 고백한 건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거라며 조언해 줬다.그러면서 알리에게 다시 계획을 세우라고 했었다. 인터넷에서 가장 유행하는 꽃을 보내고 고백하는 방법으로 성유리가 감동받게 하라고.순진한 알리는 정말로 에릭의 말을 믿고 그대로 실행했다.결과는 성유리가 알리를 본 순간, 마치 유령을 본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41화

    “저번에 다 말했잖아요. 뭘 더 원하세요?”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저도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성유리는 그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전 하늘이랑 집에 있을게요.”비록 전에 아라가 거절했었지만 지금 그들이 정말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성유리에게는 좀 찝찝하게 느껴졌다.마치 사람이 불 속에 뛰어드는 걸 지켜보는 기분이었다.“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면 되지.”박한빈은 아라에 대해 다시 언급하지 않고 대답했다.“나도 얼굴만 비추고 금방 돌아올 거야. 돌아오면 우리 다 같이 놀러 가자.”“어디로요?”“어디든. 뭐... 쇼핑몰 가도 좋고.”성유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내 그녀는 박한빈에게 외투를 입혀주고 발끝을 들고 넥타이를 묶어주었다.박한빈은 가만히 서서 성유리를 쳐다봤다.성유리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마친 상태였는데 오늘 바른 립스틱은 광이 도는 빨간색이었다.그 촉촉한 질감이 그녀의 입술을 더욱 풍성하고 윤기 있게 만들어 주었다.박한빈은 성유리의 입술을 잠시 응시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술을 정말 물어버렸다.성유리는 아프다고 신음하며 그의 가슴을 세게 때렸다.그러자 박한빈은 금방 그녀를 풀어주었지만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박한빈이 미소에 성유리는 화가 나서 다시 때리려 했지만 박한빈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립스틱도 발랐잖아. 낭비하면 아까운 거 아냐?”그는 진지하게 말했다.“중독되면 어쩌시려고요?”“괜찮아.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모두 네 거야. 손해 볼 거 없어.”성유리는 더 이상 박한빈과 말이 통하지 않음을 느꼈고 잠시 대치한 후, 결국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빨리 가세요.”“그럼 집에서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성유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한빈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런데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돌아서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선물.”“뭔데요?”“직접 열어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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