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빈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우연히 길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 적이 있었다.갓 태어난 듯 보였던 새끼 고양이였지만 주위에 어미 고양이로 보이는 고양이는 없었고 새끼 고양이 혼자 풀숲에 웅크린 채 가녀린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박한빈은 그런 새끼 고양이를 한 번 쳐다보았다.그때의 박한빈은 전혀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단순히 고양이에게 눈길 한 번 주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새끼 고양이가 몸을 일으켜 박한빈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새끼 고양이는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지만 꽤 빠른 박한빈의 보폭을 열심히 뒤따라왔다.학교 정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박한빈은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걸음을 옮겨 근처 매점으로 들어가 소시지 하나를 구매했다.그리고 새끼 고양이는 그 소시지를 아주 맛있게 받아먹었다.그날 이후로 박한빈은 하교할 때마다 그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고양이는 그에게 다가와 손바닥에 몸을 비비며 박한빈이 간식을 주길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어느 날부터 박한빈의 책가방 안에는 항상 고양이의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주말에는 고양이의 사료를 사기 위해 직접 슈퍼마켓에 가기도 했다.그는 월요일에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고 나서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마친 뒤, 집에 데려올 생각도 하고 있었다.할머니와 어머니를 설득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고양이가 자신을 따라온 것은 고양이가 자신을 선택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따라와 준 고양이에게 책임감이 생겼다.하지만 월요일에 학교로 온 박한빈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서 생선 캔을 받아먹은 고양이를 발견했다.박한빈은 혹시라도 그 캔이 고양이가 먹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 캔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고양이는 박한빈이 자신의 먹이를 뺏으려는 줄로만 알고 그의 손목을 덥석 물어버렸다.겨우 돋아난 유치였던 덕에 상처가 깊지는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박한빈의 마음은 이미 차게 식어버렸다.짐승은 결국 짐승이었다.그는 배신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