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261 - Chapter 270

303 Chapters

제261화

“박 대표님 생각도 그러십니까? 그래도 연성 쪽 물이 좋고 산이 좋지요? 만약 이곳이 금성이었다면 이 정도로 못했을 겁니다. 이 닭곰탕 좀 드셔보십시오. 밖에서 파는 것이랑은 차원이 다릅니다. 이 식당도 아직 시 영업 중이긴 한데 시간 좀 지나면 완전 대박 날 겁니다.” 조영준은 식당에 관한 자세한 얘기와 칭찬을 오랫동안 쏟아냈다. 성유리는 나중에야 그 식당에 조영준도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두 사람이 식당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는 것을 듣다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입을 뗐다. “죄송한데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조영준은 성유리를 흘깃 쳐다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고 고개를 돌려 박한빈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지만 커다란 식당 안에는 손님이 그들뿐인지라 한참을 화장실을 찾아 헤맸다. 돈을 많이 투자한 식당은 다른 곳보다 인테리어가 더욱 고급지고 독특했다. 화장실 천장에 있는 큰 샹들리에와 족히 5미터는 되는 듯한 통유리 거울을 본 성유리는 화장실이 아니라 고급 헬스장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화장을 고치려던 성유리는 화장실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누군가를 발견하고도 성유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며 거울 속 자신만 쳐다보고 있었다. 성유정은 자연스럽게 성유리의 옆에 다가와 서더니 먼저 말을 걸었다. “유리 언니, 정말 대단하네요.” 그녀는 성유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이제는 연성까지 섭렵한 거예요? 그렇게 뻔뻔하게 한빈 오빠 옆에 붙어있는 거 말이에요. 도대체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어요?” 성유리는 고치던 화장을 다 마친 뒤, 고개를 돌려 성유정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임신했다 하지 않았어? 근데 왜 조영준 씨랑 같이 있는 거야?” “제가 누구랑 같이 있든 그게 언니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럼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너랑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성유리의 말에 성유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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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시간은 이미 밤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조영준은 오늘 저녁에 나눈 얘기들에 매우 만족한 것 같았고 떠나기 전 성유리에게 먼저 그녀의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말투나 태도가 선명하게 부드러워졌고 성유리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조영준에게 응했다. 한편, 오늘 갑자기 이 자리에 나타난 성유정은 투명 인간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차에 오를 때 박한빈을 한 번 쳐다보았었다. 성유정의 눈빛에는 억울함과 원망, 그리고 약간의 희망이 섞여 있었다. 박한빈이 그녀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성유리가 미처 보지 못했지만 성유정이 탄 조영준의 검은색 벤틀리는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환하게 웃고 있던 성유리는 삽시간에 표정이 바뀌었고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더니 차를 다가갔다. 그러나 박한빈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를 꽉 붙잡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을 곧바로 뿌리치며 물었다. “아침에 내가 했던 말들 박 대표님께서는 다 잊었나요?” 박한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안 잊었어. 근데 너 지금 술 마셨잖아, 운전하면 안 돼.” 성유리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에 박한빈의 말에 그녀는 짜증이 나는 듯 말했다. “대리기사님 불렀어요.” 그녀는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자기 차에 올라탔다. 성유리가 예상치도 못한 일은 바로 그 순간, 박한빈이 자신을 따라 그 차에 탄 것이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당장 내려요!” “이곳에서 대리운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박한빈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금 전화해 봤는데 시간이 늦었는지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더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리시라고요!” “설마 나를 여기 혼자 두려는 거야?” “박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대표님에게는 비서들이 많잖아요? 아무나 불러서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될 텐데요.” “이 시간에 누굴 불러서 야근하게 하긴 좀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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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성유리가 정신을 차렸을 때, 박한빈은 이미 그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많이 했었기에 서로의 몸을 아주 잘 알았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그들은 성욕을 만족하는 것이 아닌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누는 키스를 한 기분이 들었다. 박한빈은 평소와 달리 조금 부드럽게 성유리에게 키스했는데 마치 본인에게 몹시 소중한 보물을 다루고 있는 듯했다. 성유리는 갑자기 머리가 조금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박한빈의 옷깃을 꼭 잡았다. 그 순간, 성유리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차 안의 적막을 깼다. 핸드폰 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성유리는 달콤하게 꾸고 있던 “꿈”에서 벗어났다. 박한빈은 울리는 벨 소리에 약간 흠칫했고 먼저 정신을 차린 성유리가 그를 힘껏 밀어냈다. 그리더니 박한빈에게 잡혀있던 자신의 발목을 빼냈고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발신자는 다름 아닌 성유리가 불러놓았던 대리기사였다. “네. 지금 어디 계시는지 봤어요. 저 지금 차 안에 있거든요?” 성유리는 차창을 내려 상대의 신분을 확인하고는 그더러 운전석에 타라고 말했다. 제삼자의 등장에 뜨겁게 달아오르던 두 사람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고 성유리는 술을 깨려고 창문을 더욱 밑으로 내렸다. “네 발은...” 박한빈은 성유리에게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하려고 했지만 성유리는 단호하게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그냥 조금 다친 것뿐이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꿈”에서 깬 성유리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 밖에서 박한빈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던 모습과 다른 점이 없었다. 박한빈은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는 성유리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 막히는 시간이 아니었던 터라 대리기사는 30분도 채 안 걸려 드림 타운에 도착했고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성유리는 제일 먼저 차에서 내렸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문득 발걸음을 멈추며 뒤돌아봤다. “왜 그래?” 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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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업인 채 집에 들어섰다가 입구에서 그에게 말했다. “이제 저 좀 내려놔 주세요.” 평온한 말투로 말하는 성유리에게서는 조금 전, 발이 아프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던 성유리와는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박한빈은 성유리가 일부로 더 아픈 척, 약한 척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성유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처럼 굴며 그녀의 뜻대로 짜여진 “각본”에 놀아났다. 성유리의 말에도 박한빈은 그녀를 내려줄 생각이 없었고 기다리던 성유리는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재촉했다. “빨리요! 저 좀 내려놓으시라니까요?” “발 아프다며?” 박한빈은 능청맞게 대답했다. “곧 도착인데 좀 더 업혀있지 그래?” “이미 좀 전에 다 보셨잖아요.” 성유리는 박한빈이 각본대로 행동할 겨를도 주지 않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성유정이 지하 주차장에 숨어있었다고요.” “응. 나도 봤어.” “그래서 제가 갑자기 업어달라고 한 거예요.” “응. 그것도 알고.” 성유리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한 원인을 다 말해줬지만 박한빈은 여전히 그녀를 내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박한빈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제야 잘 아시겠어요? 저는 지금 박한빈 씨를 이용하기 위해 이러는 거라고요.” “잘 알겠어. 근데 난 상관없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박한빈을 보며 성유리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박한빈이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당황했다. 집안으로 들어선 박한빈은 제일 먼저 허리를 숙이고는 성유리의 하이힐을 벗겨주었다. 조금 전에 차 안에서 벌어졌던 일이 떠오른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발을 빼내려 했지만 박한빈은 힘을 더 주며 놓지 않았다. “놓으세요.” 성유리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박한빈에게 말했다. “약 발라줄게.” “저 혼자 바를 수 있어요.” 성유리가 뭐라고 하든 박한빈은 듣지도 않았고 약품 상자를 꺼내 들고 와 성유리의 발에 난 상처를 세심하게 처리해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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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그분을 도운다고요? 무열이가 성유정을 이용해 조영준 씨한테 잘 보이려 하는 건가요?”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몰라. 나랑 아무 상관이 없거든.” “박 대표님께서 성유정을 친 동생처럼 아끼셨잖아요. 동생이 그 지경까지 됐는데 마음도 안 아프세요?” 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 혼자 불필요한 질투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누구도 똑같네.” “누가요?” 성유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처럼 박한빈에게 물었다. 박한빈도 그런 성유리의 장단에 맞춰주며 대답했다. “너는 지금 유정이가 조영준 씨한테 괜한 말을 해서 이번 프로젝트를 망칠까 봐 그러지?” “...” 성유리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박한빈은 그녀의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 박한빈은 손에 들고 있던 소독약을 내려놓으며 계속 말했다.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긴 해.” 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 박한빈에게 물었다. “조영준 씨가 오늘 식사 자리에서 보인 태도로 보면 성유정의 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던데요?” “그 사람이 유정이를 데리고 식사 자리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태도라고 할 수 있지.” 만약 정말 박한빈의 말이 사실이라면 성유리에게 좋을 점이 없었기에 그녀는 입을 꾹 닫아버렸다. 비록 연성에는 연성 은행을 제외하고도 다른 은행들이 있었지만 조영준의 권력은 그중에서도 제일 셌다. 성유정이 만약 조영준의 옆에 딱 붙어서 그렇고 그런 말들로 유혹한다면 성유리도 섣불리 행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유리는 절대로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고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걱정돼?” 그때, 박한빈이 물었다. 성유리는 마치 쓸데없는 물음을 왜 묻느냐는 듯 박한빈을 째려보았다. “유정이는 권력이 센 사람 옆에 붙어서 아부하면서 자기가 얻으려는 물건을 다 얻잖아. 근데 넌 왜 안 그러는데?” 박한빈은 성유리에게 물으며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위로 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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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성유리는 소파에 정자세로 누워있었다. 거실에 켜져 있는 환한 불빛을 쳐다보고 있던 성유리는 눈이 부셔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방법이 없자 결국 성유리는 아래로 손을 내려 박한빈의 머리를 감쌌다. 이성을 잃은 두 사람이지만 성유리는 그래도 중요한 일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박한빈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릴 때, 성유리는 정신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저를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박한빈은 뚜벅뚜벅 어디론가 걸어가기만 했다. 성유리는 마음이 조급해져 박한빈의 옷깃을 꽉 잡으며 다시 물었다. “박한빈 씨, 지금 혹시 저를 속인 거예요?” 박한빈은 성유리를 침대 위로 툭 내려놓더니 그녀의 위에 올라타며 대답했다. “유리야, 너무 조급해하는 거 아니야?” “말했잖아. 내가 제안한 조건을 허락하면 들어준다고. 근데 지금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이러시면 어떡하나?” 박한빈은 성유리에게 경고를 하듯 말했지만 성유리는 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되물었다. “만약 조금 있다가 모르는척 하고 저를 무시하면 저는 어떡하는데요?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럼 그냥 네 운이 안 좋다고 생각해야지.” “박...” 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 일이 떠오른 성유리는 박한빈과 이런 행동을 하기가 싫어 거부하려 했지만 그는 성유리의 귓가에 이런 말을 했다. “이젠 좀 알겠어? 아직도 맛을 못 느꼈나? 달콤하지 않아?” 그의 말에 성유리는 주저하지도 않고 박한빈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이빨을 꽉 깨물고 박한빈을 째려보는 성유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과 귀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박한빈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성유리의 손을 살짝 잡더니 그녀 손에 살짝 뽀뽀했다. 부드럽게 뽀뽀를 하는 박한빈이지만 다른 행동들은 완전 달랐다. 성유리는 원래 발뒤꿈치에서만 고통이 느껴졌지만 2시간 뒤, 무릎도 새빨갛게 변해 샤워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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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조영준의 태도는 어젯밤보다 확연히 좋아졌다. 몇 개의 문제만 말을 하던 조영준은 성유리에게 일주일 내로 이에 맞는 대답을 해주겠다며 약속했다. 업계에서 이 정도의 속도는 이미 아주 빠르다고 평가되었고 성유리는 박한빈이 자기 몰래 무슨 짓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영준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고 그저 옅은 미소만 지으며 조영준에게 나중에 밥이라도 사겠다고 말했다. “허허. 알겠습니다.” 조영준 또한 성유리의 말에 시원하게 동의했고 그곳을 빠져나올 때, 정민재는 연신 감탄을 하며 성유리에게 말했다. “은행장님 생각보다 사람이 좋으십니다. 게다가 하신 말씀 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닌 것 같던데... 은행장님이시면 이런 프로젝트 하나는 손가락만 까딱해도 되지 않습니까?” “그래도 과정은 건너뛰면 안 되잖아요.” 성유리는 핸드폰으로 새로 뜬 뉴스를 보며 정민재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고 차 안은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이상한 분위기에 성유리가 고개를 들자 정민재가 아까부터 자신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성 대표님, 왜 지금 이미 승패를 아시는 사람처럼 말씀하십니까? 전에는 분명 도대체 저 큰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하냐고 막 힘들어하셨는데?”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뭐 하늘에서 신선이라도 나타나 저희를 도와줬나요?” 성유리는 정민재가 호기심이 가득한 사람일 뿐 악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에 대답해 주기가 싫었고 조용히 운전해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 순간, 정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선인지 뭔지는 몰라도 저희한테는 정말 좋은 일입니다. 은행장님은 절대로 이렇게 쉬운 분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사람들 몰래 뒤에서 어떤 짓을 벌이고 다니는지 소문이 무성합니다.” 정민재의 말에 성유리는 입을 꾹 닫아버렸다. 한참 뒤, 성유리는 정민재를 똑바로 주시하며 물었다. “말해 봐요. 박한빈 씨가 뭐로 정민재 씨를 꼬드겼는지.” “그럴 리가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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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성유리가 말한 대로 조영준의 심사는 사실 그냥 과정일 뿐이었다. 5일이 지나기도 전, 성유리는 원했던 자금과 프로젝트를 바로 손에 넣었다. 하지만 자금이 떨어지는 일은 그저 첫 번째로 내딛는 발걸음과도 같기에 아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성유리는 직접 공사장으로 향했다. 연성은 이미 초여름으로 진입했기에 안전모를 하고 있는 성유리는 남들처럼 양산을 쓰지 않고 있었고 그로 인해 목과 팔, 얼굴은 강한 햇빛에 붉어졌다. 집에 돌아가는 길, 성유리는 약국에 들러 피부에 바를 약을 샀다. 도착하자마자 약을 꺼내 직접 바르려던 그때, 박한빈이 마침 집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밤 저녁 약속이 있던 박한빈이지만 이리 이른 시간에 집에 돌아왔으니 성유리는 그가 먼저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박한빈의 손에는 성유리를 위해 포장해 온 음식과 작은 케이크가 들려있었고 그녀는 집안에 들어서는 그를 가만히 쳐다만 봤다. “팔은 왜 그래?” 박한빈은 성유리의 온몸을 쓱 훑어보며 물었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타서...” 성유리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을 해주더니 손에 닿지 않는 목 부분에 약을 바를 수 없어 자연스럽게 박한빈에게 내밀었다. 박한빈은 성유리가 내민 약을 얼른 건네받았고 그녀의 피부를 샅샅이 살피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병원 안 가 봐도 돼?” “괜찮아요. 약사한테 물어봤는데 이 약만 바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성유리의 말에도 박한빈은 그녀의 피부만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고 기다리던 그녀는 살짝 짜증이 나 혼자 약을 바르려고 했다. 하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이미 약 뚜껑을 열고 있었다. 차가운 고체의 약이 성유리의 피부에 닿자 그녀는 화끈거리던 곳이 진정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박한빈은 허리를 숙이고는 성유리의 약이 잘 녹아들어 가도록 입으로 바람을 살짝 불었고 성유리는 간질거려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몸을 움찔거리며 피하려고 하는 성유리의 어깨를 박한빈은 꽉 잡았고 참다못한 그녀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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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박한빈은 성유리의 탄 피부만 걱정하면서 감정을 추슬렀고 하던 행동을 멈추려 할 때, 성유리가 그를 꼭 잡더니 말을 걸었다. “박한빈 씨.” 성유리는 박한빈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그의 이름을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에 박한빈은 온몸에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어 성유리를 가만히 쳐다만 봤다.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웃어 보였고 그녀의 손에는 그가 벗어 던진 넥타이가 들려 있었다. 부드러운 넥타이가 몸에 닿자 성유리는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박한빈의 입술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 이성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던 박한빈은 성유리의 행동에 “끈”을 놓아버렸고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는 미친 듯이 키스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마치 해안가에 떠밀려온 물고기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지만 서로를 탐냈다. 목숨을 잃고 자기 생이 마감된대도 두 사람은 서로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끝이 날 무렵, 성유리는 너무 힘이 들어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두 사람 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성유리는 아까 바른 약도 소용이 없어졌겠다고 생각했다. 박한빈이 주방에서 컵에 물을 따라 성유리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내가 너 안고 욕실까지 갈까? 씻자.” 욕망을 해결한 남자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씻고 나서 다시 약 발라줄게.” “네.” 성유리는 힘에 부쳐 짧게 대답했고 박한빈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이상함을 느낀 성유리가 미간을 찌푸리자 박한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나를 뭐라고 좀 불러줘야 되지 않나?” 성유리는 그제야 방금 전 침대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남자 역시 이런 건 절대 안 까먹네.’ 밖에서 아무리 도도하고 냉정하게 대한다 해도 옷을 벗으면 누구든 다 똑같은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박한빈은 성유리가 자기 말에 반박하며 절대 뜻대로 안 해주겠다고 생각했지만 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보.” 오직 두 글자일 뿐이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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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필경 분명 30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여보”라고 부르며 다정하게 대하던 성유리가 이리도 평온한 말투로 떠나라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한빈은 한참 동안 넋이 나간 듯 멍해 있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지? 유리 네가...” “조영준 씨랑 무슨 거래를 하신 거예요?” 박한빈은 새우를 까려고 꼈던 장갑도 벗어던지고 성유리를 안으려 했지만 그녀는 재빨리 피해버리고는 되물었다. 진지한 성유리의 표정을 본 박한빈은 쭉 뻗었던 팔을 어색하게 내렸다. 성유리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박한빈은 몰랐지만 그래도 결국 대답해 줬다. “해외 재산에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해서 내가 좀 도와줬어.” “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성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박한빈은 성유리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껴 따지듯 물었다. “아니요. 그래도 덕분에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었어요. 돈에 관한 문제도 오늘 정해졌고요. 만약 박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텐데.” 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어딘가 이상했다. ‘원활해? 정해졌다고? 그런데 왜...’ 그의 의아함이 성유리에게도 전해졌는지 이내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박한빈 씨는 이제 저한테 아무런 쓸모도 없어졌죠.” 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의 안색이 서서히 어두워져갔다. “뭐라고?” “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시는 거예요? 저는 충분히 잘 말했는데?” 박한빈의 물음에 성유리는 아주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제일 중요한 원인도 하나 있어요, 저 다음 달에 정우랑 결혼하기로 했어요.” “저희가 그저 비즈니스 사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결혼을 하기로 했으니 더 큰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죠. 박한빈 씨랑 계속 이런 사이로 지내면 서로 좋을 점이 없잖아요. 그래서...” 성유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의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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