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시간은 이미 밤 10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조영준은 오늘 저녁에 나눈 얘기들에 매우 만족한 것 같았고 떠나기 전 성유리에게 먼저 그녀의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말투나 태도가 선명하게 부드러워졌고 성유리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조영준에게 응했다. 한편, 오늘 갑자기 이 자리에 나타난 성유정은 투명 인간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차에 오를 때 박한빈을 한 번 쳐다보았었다. 성유정의 눈빛에는 억울함과 원망, 그리고 약간의 희망이 섞여 있었다. 박한빈이 그녀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성유리가 미처 보지 못했지만 성유정이 탄 조영준의 검은색 벤틀리는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환하게 웃고 있던 성유리는 삽시간에 표정이 바뀌었고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더니 차를 다가갔다. 그러나 박한빈은 앞으로 걸어 나가는 그녀를 꽉 붙잡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을 곧바로 뿌리치며 물었다. “아침에 내가 했던 말들 박 대표님께서는 다 잊었나요?” 박한빈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대답했다. “안 잊었어. 근데 너 지금 술 마셨잖아, 운전하면 안 돼.” 성유리도 이 점을 알고 있었기에 박한빈의 말에 그녀는 짜증이 나는 듯 말했다. “대리기사님 불렀어요.” 그녀는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자기 차에 올라탔다. 성유리가 예상치도 못한 일은 바로 그 순간, 박한빈이 자신을 따라 그 차에 탄 것이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당장 내려요!” “이곳에서 대리운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박한빈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방금 전화해 봤는데 시간이 늦었는지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더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 내리시라고요!” “설마 나를 여기 혼자 두려는 거야?” “박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대표님에게는 비서들이 많잖아요? 아무나 불러서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될 텐데요.” “이 시간에 누굴 불러서 야근하게 하긴 좀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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