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지자, 봉안진은 하루 휴가를 내고 주씨와 함께 장인의 집을 찾아 미리 선물을 전할 계획이었다.주씨가 봉안진의 허리띠를 매어 주는 동안, 시녀가 방으로 들어와 병풍 너머로 조심스레 말했다.“대인, 부인… 유 부인이 또 찾아오셨습니다.”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난감한 표정이었다.봉안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 여인은 이번엔 또 무슨 일로 온 것이냐?”“마님을 뵈러 오셨다고 합니다.”봉안진이 불만스러운 얼굴을 보이자, 주씨가 그의 팔을 살짝 눌러 진정시키며 부드럽게 말했다.“서방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어머님의 손님이시니 우리가 나서서 쫓아내는 건 좋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가만히 지켜보는 게 나을 듯해요.”봉안진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만을 꾹 참았다.곧 장인의 집으로 가야 하기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하인에게 단호히 일렀다.“어머님을 잘 지켜라.”“예, 대인!”봉 부인은 별채에서 머물고 있었다.그녀는 유영과 함께 참장부를 둘러본 뒤 별채로 돌아왔다.도착한 유영은 봉 부인의 손을 잡으며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어제는 제가 참 어리석었어요.”“집안과 연을 끊었다는 생각에 화가 나 언니를 원망했지만, 정작 언니의 입장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사실, 안진이가 봉가에 와서 협박하지 않았더라도, 저는 사과하러 올 생각이었어요.”“참장부를 떠나고 나니 계속 마음이 불편했거든요.”“곰곰이 생각해보니, 언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았을 거예요. 혼인 후엔 봉가 사람이 되었으니 친정을 계속 도울 수는 없었겠지요.”“언니도 원해서 우리와 연을 끊었던 게 아니었겠죠… 그때 어머니께서 언니를 많이 힘들게 하셨잖아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말을 마친 유영은 무릎을 꿇으려 했다.봉 부인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유영아, 이게 무슨 소리니? 이럴 필요 없어.”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설령 살아 계셨더라도 봉 부인은 그들에게 품었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