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이령은 순간 말을 잃었다.통상이라니?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동산국은 지금까지 어느 나라와도 통상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만약 이를 거절한다면 소욱이 동산국에 영토 할양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결국, 자신의 실언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이었다.이령은 속으로 깊이 후회하며 옆에 있던 원담을 바라보았다.원담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령은 그제야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통상은 양국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니, 이 뜻을 반드시 저희 폐하께 전하겠습니다.”봉구안은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폐하, 좋은 일이 이루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지만, 너무 늦추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즉시 문서를 작성해 사신들에게 서명하게 하고, 이를 동산국으로 가져가 정식 국서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사신은 황제를 대표하는 존재이므로, 한 번 서명하면 번복할 수 없는 일이었다.소욱은 미소를 머금으며 봉구안의 손을 잡고 말했다.“역시 황후의 생각이 깊구나. 여봐라, 문서를 준비하라!”……밤이 깊어지고, 궁문이 열리자 사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의 얼굴은 창백했고, 걸음걸이조차 무거웠다.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몰골이었다.궁문 앞에서는 대하 사신이 흥분한 채 동산국 사신 이령의 멱살을 잡아챘다.“동산국, 너희 정말 교묘하구나! 담대연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빠져나가더니, 결국 우리를 남제에 팔아넘겼어!”“남제가 비열하다지만, 너희 동산국은 더더욱 파렴치하구나!”이령은 태연하게 반박했다.“이보시오, 우리 동산국은 그저 억울할 뿐이오.”“담대연이 동산국 소속이 아니라는 건 폐하와 황후께서 직접 말씀하신 일이오.”“당신이 그 자리에서 반박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 나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타당한 일이오?”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덧붙였다.“대하는 여전히 강자에게는 비굴하면서 약자에게만 큰소리를 치는군.”“이 자식이…!”“무슨 짓이냐!” 궁문 앞을 지키던 호위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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