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511 - Bab 520

545 Bab

제511화

“엄마!” 화상 외과 병동의 한 병실 안, 소미는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엄마, 내가 뭐라고 했어요?”“제발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지시연한테 가서 그런 식으로 굴었어요?” 장미리는 어쩔 줄 몰라 시선을 떨궜다. “고유건이 거기 있는 줄은 몰랐지... 네 아빠도... 그렇게 나올 줄은...”“원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어떡하냐 이제... 어떡하냐고?” 소미는 아찔한 기분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나는 지금도 충분히 무너졌어.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이 터지다니...’‘전신에 화상도 입었는데, 이젠 유건 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그녀는 유건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설마, 나도 우리 엄마랑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시연을 괴롭히는 데 나도 한몫한 거라고... 그렇게 보겠지...’ ‘기왕 피할 수는 없다면... 차라리 먼저 움직이는 게 나을지도 몰라...’ ...한편, 산부인과 교수는 양석현의 요청으로 직접 병실에 들렀다. 시연의 산소포화도 수치를 확인한 뒤, 유건에게 차가운 눈빛을 던졌다. “감정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과호흡 증상까지 왔네요.” 그러고는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임신 중기 여성이 이런 상태가 되도록 두다니, 남편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뭐 한 겁니까?” 유건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할 말이 없어. 모든 게, 내 책임이니까.’ “산소마스크 착용하고, 황체호르몬 주사 맞히세요. 조금만 안정되면 괜찮아질 겁니다. 단,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아이도 위험해요.” “네... 죄송합니다.” 유건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산부인과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고, 간호사가 들어와 조심스레 주사를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연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산소를 마시며, 창백했던 얼굴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그 곁엔 유건이 조용히 손을 잡고 앉아 있었다. “눈 떴네. 어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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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이만 가볼게.” 연락처를 교환한 뒤, 유건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 고 대표님, 조심히 가세요.” 하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또 한 번 빠르게 뛰었다. ‘단지 연락처 하나인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문이 열리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은 장소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유건의 이마가 즉시 찌푸려졌다. “소미 씨, 여긴 왜 왔어?” 목소리는 낮지만, 그 안에 깔린 분노는 감출 수 없었다. 직접 소미에게 화를 내는 대신, 그는 곁에 있던 간호사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 이게 간호사가 할 짓입니까? 환자가 이런 상태인데, 왜 막지 않았죠?” “유건 씨!” 소미가 급히 간호사의 팔을 놓고 유건의 팔을 붙잡았다. “간호사님은 잘못이 없어요. 제가... 제가 무리해서 오겠다고 했어요.”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 여사... 또 뭔가 했겠지.’ 남자가 굳이 묻지 않아도, 이미 알 수 있었던 소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우리 집안일, 제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딸 된 입장에서 부모님의 잘못을 논하는 것도... 참 어렵고요.” 유건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소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말했다. “시연이는...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 애 마음속엔, 우리가 엄마와 동생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어요. 그래서... 늘 미워했죠.” 여자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왔고, 눈물도 고였다. “하지만... 시연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정말 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렇죠?” 말만 들으면 그럴싸했다. 그런데 유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시연이랑 우주는 아주 어릴 때부터 힘든 시절을 겪었어. 그것만큼은 사실이지.” 소미는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우리가 주려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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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무슨 얘긴데?” 유건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마음속 어딘가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소미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유건 씨, 시연이... 사실은, 유건 씨를 안 좋아해요.” 그 한마디에 유건의 눈빛이 흔들렸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입꼬리를 힘겹게 끌어올리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소미는 유건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유건이 분명히... 상처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모습이, 예상보다 더 뼈아팠다. “유건 씨.” 소미는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삼키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시연이... 진짜 사랑해요?” 유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답은 안 해도 돼요. 하지만 저, 더는 못 참겠어요. 이젠 말해야겠어요.” 소미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시연이가 유건 씨한테 간 건, 사랑 때문이 아니에요. 그냥... 복수하고 싶어서였다고요.” 그 말은 마치, 정통으로 가슴을 때리는 주먹과 같았다. 소미는 떨리는 눈동자로 유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이건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에요. 시연이가 직접... 제 앞에서 말한 거예요.”“제가 ‘유건 씨랑 내 사이를 알고도 왜 유건 씨랑 결혼했냐’고 물으니까, 시연이가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소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유건을 바라봤다.“유건 씨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랑 함께하든 신경 안 쓸 거라고 했어요. 그저 나만 불행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고요.” “유건 씨...” 소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미안해요.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괜히 우리 집안일에 휘말리게 된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미안해서... 더는 못 참겠어요.” 유건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얼굴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진짜... 날 그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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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유건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 어린 시연이, 대체 어떤 고통을 겪으며 살아왔는지.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지동성이었다. 정말 우스운 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오해를 했던가. 정작 진짜 잘못된 건, 지동성이란 남자가 ‘아버지’라는 이름조차 감당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것.소미의 말에 일부 과장이 섞여 있을지 몰라도... 지동성이 시연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준 적이 있었을까?아니, 지동성은 자기 자식들에게조차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한 적이 없었다. 딸이 아버지를 그렇게까지 미워하고,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 할 정도라면, 그게 어떤 아버지란 말인가?그리고... 유건의 가슴을 더 서늘하게 만든 건...혹시, 시연이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가 정말 소미가 말한 것처럼 ‘복수’였다면?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마음 한편이 쓰디쓴 한약에 담가진 것처럼 저릿하게 아려왔다. ‘그때... 우리가 처음 계약 결혼을 했을 때, 시연이가 이혼을 고집했던 것도... 그 이유였던 걸까?’그땐 단지 무심한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숨기고 있던 게 분명했다. 그 숨겨진 이유가, 그토록 잔인한 것이라면......한편, 병실에서는...잠시 눈을 붙이고 난 뒤, 시연은 이제 괜찮다는 듯 스스로 산소호흡기를 뗐다.“시연아!” 하은이 놀라 달려왔다.“왜 벌써 일어났어? 아직 컨디션 안 좋을 텐데, 좀 더 쉬지.”“괜찮아.” 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는 잠시 숨이 가빴을 뿐이야. 지금은 정말 멀쩡해.”하은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억지로 버티는 얼굴은 아니었다.“알겠어. 근데 무리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바로 말해야 해.”“응, 알았어.” 시연은 여전히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그녀가 다른 데 시선을 두고 있을 틈을 타, 하은은 몰래 핸드폰을 꺼내 시연의 모습을 ‘찰칵’ 사진에 담았다.그리고 곧장 유건에게 전송했다.한편, 유건은 메시지 알림을 보고 화면을 터치했다. 사진 속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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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시연이 왔구나. 소개할게.” 양석현 교수는 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 “이쪽은 변이준. 네 선배야. 이준아, 여기는 시연이. 너보다 한참 어린 네 후배지.”“시연 씨, 반가워.” 변이준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시연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선배님, 안녕하세요!” 시연은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변이준... 그 이름, 나 들어본 적 있어!’ 양석현의 자랑이자, ‘의대의 천재’라고 불리던 그 이름. 학부 시절에 이미 심장 수술을 집도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강울대뿐만 아니라, 전 의학계에서 손꼽히는 인재.‘진짜 실물을 보게 되다니...!’ 시연이 실습을 시작했을 때, 이준은 이미 해외 연수 중이었다.그런데 그가 1년 만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는 가슴이 벌렁댔다. 이 순간, 직접 만나게 될 줄이야.“왜 그렇게 쳐다봐?” 변이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 아뇨... 그냥... 너무 신기해서요. 선배님, 정말 대단하시잖아요!”“오?” 변이준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눈썹을 살짝 올렸다. “시연 씨도 꽤 괜찮던데? 교수님이 그러시던데, 이번 의대생 중에 단독 진료도 보고, 응급 환자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시연 씨 하나뿐이라던데?”“에이... 선배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그만, 그만!” 양석현 교수가 웃으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 “둘 다 내 자랑스러운 제자야. 서로 띄워주기는 그만하라고.”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동시에 말했다. “네, 교수님.”“네, 교수님.”“앞으로 잘 지내봐. 이준이는 선배니까 시연이 좀 잘 챙겨주고, 시연은 후배니까 선배한테 많이 배워야 해.”“네, 교수님.” “네, 교수님.” 또다시 이구동성으로 대답이 돌아왔다.“가자, 자리 예약해놨어. 이준이가 점심 사준다니까 시연이도 같이 가자꾸나.” 양석현은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기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교수님!”...훌륭한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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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 시연의 배는 눈에 띄게 불러왔다. 방광이 눌려서 그런지, 밤에 두세 번은 꼭 깨게 되었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잠에서 깨자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고유건... 아직도 안 왔어?’ 핸드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 시연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유건의 술자리가 잦은 편이긴 해도, 결혼 후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온 적은 거의 없었다. ‘전화해 볼까...?’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대신 조심스레 방을 나서, 복도를 따라 서재로 향했다. 서재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문틈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그 공간은 이 집에서 오직 유건만 드나드는 곳.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그일 터였다. ‘이 시간까지 뭐 하는 거야... 자지도 않고.’ 시연은 문고리를 천천히 돌렸다. 사각거리는 조명 아래, 유건은 소파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테이블 위엔 반쯤 비운 와인병과 와인잔.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풍겼다. ‘진짜 술꾼 같아...’ 취한 사람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 시연은 슬쩍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손목이 잡혔다.“여보.” 유건은 눈을 떴고,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날 보러 왔네? 걱정됐어? 보고 싶었어?” 그 웃음 속엔 왠지 모를 슬픔이 섞여 있었다. ‘왜... 저런 눈빛이지?’ “이렇게까지 마셨는데, 속은 좀 괜찮아요?” 시연은 코끝을 찌푸리며 물었다. “장소미 일 때문에 그래요? 불안해서...?”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소미의 일이, 유건을 흔들어 놓았을 가능성. “하...” 유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 “분위기 한번 잘 망치네.” 여긴 본가고, 둘은 부부였다. 유건이 붙잡은 손도 아내의 손. 그런데 이 타이밍에 시연이 굳이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내다니.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연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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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유건의 약속을 들은 시연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입을 열었다.“그럼... 사실대로 말할게요.” “처음에 계약 결혼을 수락한 건... 돈 때문이었어요. 우주 치료비가 필요해서.” “그리고 나중에 당신이 장소미의 남자친구라는 걸 알았죠... 이혼을 거부한 건, 복수였어요. 그 여자한테, 그 집안에... 복수하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예요.”시연의 분홍빛 입술이 천천히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건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정말... 복수였어...’예전에 시연이 병실에서 그랬다. 유건이 누굴 사랑하든,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이 인제야 명확하게 유건의 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그동안... 내가 느낀 시연이의 다정함은... 모두 연기였던 걸까?’‘아니, 내가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유건은 더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표정을 감췄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그런 방식으로 복수한다고? 좀 유치하지 않아?”“그렇죠, 유치하죠.”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결국 복수는커녕, 나 자신만 구역질 나게 했으니까.’그녀는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미안해요.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 이혼 안 해준 것도, 당신을 이용한 것도... 그건 분명 내가 잘못한 거니까요.”그 한마디가 유건의 가슴 깊은 곳에 단번에 불을 밝혔다. ‘‘그동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지금은... 나에 대한 감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걸까?’유건은 묻고 싶었다. 정말, 정말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무서웠다.그런 유건의 망설임을 모른 채, 시연은 조용히 물었다.“이제 다 알았으니까... 어쩔 건데요? 이혼할 거예요?”“뭐...?”그 순간, 유건의 표정이 무너졌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그 질문을 참을 수는 없을 터였다.‘이혼? 또 이혼? 이혼이 무슨 일상 대화야?’‘조금만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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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다면, 두 번째도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시연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리고... 또...‘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뭔가 꽉 막힌 듯한 느낌, 그리고 불쾌한 통증. 혹시 또 쓰러지기라도 할까 두려워진 시연은,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 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유건과 나눴던 대화가 계속 맴돌았다. 특히 복수 때문에 이혼을 거부했다는 말. 그 말은 진심이었다.깜깜한 어둠 속, 시연은 가슴에 손을 얹고 속삭였다. “그렇지만... 결국, 난 지키지 못했어.” ‘난... 마음이 움직였으니까.’‘사랑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좋아하게 돼버렸어.’ ‘내가 만든 덫에 내가 걸려든 거야. 자업자득이지.’그날 밤, 유건은 끝내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시연은 식탁에서 아침을 챙겨 먹었지만, 여전히 유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출근했나...?’ ‘어제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 두통도 없나 보네. 진짜 대단한 체력이다.’시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가방을 둘러매고 현관을 나섰다. 역시나 정기환이 대기 중이었다.“형수님.” 기환은 운전석에서 시연을 힐끔힐끔 보며 입술을 몇 번이나 달싹였다.“왜요...?” 시연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할 말이라도 있어요?”“아니요... 그게...” 기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저한테 궁금한 거 없으세요?”“네...?” 시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없는데요? 왜요, 제가 뭘 물어야 하죠? 무슨 질문을 기다리는 거예요?”‘뭐야, 이건 또 무슨 희한한 대화야...’“아, 아니요... 그냥요. 하하.” 기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조용히 운전대를 잡았다.강울대병원에 도착하자, 시연이 병동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기환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핸드폰을 꺼냈다. ‘이걸... 형님한테 뭐라고 보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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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노은범이었다.“시연아.”시연보다 먼저, 은범이 담담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응, 오랜만이야.” 딱히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은범은 또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매번 마주할 때마다, 그는 더 말라가고 있었다.‘왜 이렇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복잡하지...?’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시연의 감정. 그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은범은 심재규 쪽을 힐끗 보더니, 늘 그렇듯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교수님이랑 아는 사이야. 근처에 볼일 있어서 잠깐 들른 거고. 이제 나가려던 참이었어.”‘정말 그게 다일까? 아니야, 분명 날 보러 온 거잖아.’하지만 시연은 굳이 그 사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 그럼... 내가 배웅해 줄게.”“응, 좋아.” 두 사람은 마치 친구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함께 별산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은범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배로 향했다. “많이 나왔네.”“응, 이제 슬슬 티 나기 시작했어. 4개월 지나고부터 눈에 띄더니,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느낌이야.”“그래... 참 좋다.” 은범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문득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잘 지내? 그 사람은... 너한테 잘해줘?”시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든, 나쁘든... 이젠 내 몫이야. 너까지 이런 얘기 들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 너... 상태도 안 좋은데.’정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은범은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만 데려다줘. 곧 우주 수업이 끝날 시간이잖아. 이만 돌아가.” “응, 잘 가.”“잘 있어.”시연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은범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온 후에도, 우주는 아직 수업 중이었다....심재규는 시연을 보자 바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오늘이 마침 노 사장님의 진료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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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졌고, 하늘은 한 점 구름 없이 맑았다. 농구 코트 위, 남자들의 구호와 땀방울이 어우러진 뜨거운 풍경 속, 관중석의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소리쳤다.“은범이 파이팅!” “은범이, 잘생겼다!”“오늘은 구경꾼도 많네! 은범아, 여자애들이 저렇게 많은데 한 명도 눈에 안 들어와?” “야야, 우리 은범이 여자 친구 있잖아.”“아, 그냥 농담이지 뭐... 여기, 여자 친구는 안 왔잖아?”“저기 ‘법대 퀸’, 너 좋아한 지 꽤 됐지? 아빠가 대형 로펌 대표래. 솔직히 네 여친보다 집안이 몇 배는 좋잖아. 솔직히 말해봐, 흔들리지도 않아?”“그래, 시대가 변해도, 결국은 ‘분수에 맞는 집안’이 최고잖아.”“야, 그만해.” 은범이 결국 참지 못하고 수건을 내팽개쳤다. “끝나고 밥도 없어. 다들 꺼져.”“뭐야?!”“오늘 은범이의 한턱 기대했는데...”“야야, 시연이 얘기 꺼낸 너 때문이야! 은범이가 시연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몰라서 그러냐?”“오늘의 죄인은 너로 정했다!”농구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정리할 때쯤, ‘법대 퀸’이라 불리는 여대생이 다가왔다. 손에 시원한 음료를 든 채, 수줍은 미소를 띠며.“은범아, 이거...”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범은 그녀를 스치듯 지나쳐 버렸다. 남자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었다.등에 백팩을 멘 채, 린넨 원피스를 입고 햇살을 받으며 다가오는... 시연.“우리 여친 왔네!”“흥!” 시연은 콧소리를 흘리며, 은범의 시선을 따라 ‘법대 퀸’을 슬쩍 훑었다. “내가 좀... 타이밍이 안 좋았나 보네?”‘질투 날 수밖에 없잖아. 저렇게 예쁘고, 잘 어울리데...’“무슨 소리야! 나, 이제 막 경기 끝났어. 못 봤지? 나 아까 진짜 멋있었어.” 은범은 웃으며 시연의 손을 잡았다.그제야 시연도 입꼬리를 올렸다. “물 마실래?”시연이 내민 물병을 보자 은범이 반갑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을 뒤로 뺐다.“이건 그냥 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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