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의 얼굴을 몰래 살피던 주지한, 정민환과 정기환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혀가고 있었다. 그 순간, 유건이 갑자기 팔을 뻗었다. “윽.” 남자의 손이 문에 끼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을 흘렸다. “형님!” 지한과 민환이 놀라서 그를 붙잡았다. “뭐든 저희한테 시키세요!” 유건은 끼였던 팔을 가볍게 흔들며, 싸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괜찮아.” 조금 전, 그건 단순한 충동이었다. 그저 시연이 여기 온 이유를 알고 싶었다. ‘밥을 먹으러 온 거겠지? 근데 누구랑?’유건의 가슴 한구석이, 속을 긁어대는 듯한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 ...‘가을’ 프라이빗 룸에서 시연은 은범과 마주 앉았다. 은범은 시연에게 물을 따라주었다. “꿀 레몬차로 바꿔줄까? 아니면 우유?” “아니, 이거면 돼.” 시연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마셨다. “음식은 미리 시켜놨는데, 메뉴라도 볼래?” 은범은 그녀보다 먼저 도착해, 시연이 좋아하는 것들로 주문을 마친 상태였다. “뭐든 잘 먹으니까, 괜찮아.” 잔을 내려놓으며, 시연은 본론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은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웰스’에서 온 편지 가져왔어? 줘 봐.” 그 편지에는 입소 관련 서류가 담겨 있었다. 시연은 입술을 살짝 적시며, 편지를 내밀지 않았다. “은범아, 나는 심사 비용 때문에 널 만나러 온 거야. 도대체 얼마나 나왔어?” 그는 대답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거둬들였다. “그걸 안 주겠다는 건, 우주를 ‘웰스’에 보내지 않겠다는 건가?”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들어 은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맑고 단단한 여자의 눈빛. “나는 네 돈으로 우주를 보내고 싶지 않아.” ‘그럴 줄 알았어.’ 노은범은 피식 웃었다. “언제 내가 무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어?”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시연아.” 그가 몸을 살짝 기울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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