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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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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재호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시연은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변호사님?] “지시연 씨.”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합의서 한 장에만 서명하셨더라고요. 위자료 합의서에는 서명이 없어요.” [네?] 시연은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그랬나요? 제가 깜빡했나 보네요. 다 한 줄 알았는데요.] ‘이걸 까먹었다고?’ 재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 이혼하는 여성들은 위자료 문제를 가장 신경 쓰는 법이다. 더군다나 유건이 제시한 금액은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럼 언제 한 번 다시 오실 수 있을까요?” [급할 필요 없잖아요.]시연은 미리 답을 준비해 둔 듯 담담하게 말했다. [가정법원 갈 때 같이 하면 되죠.]“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재호는 설명을 덧붙였다. “몇 가지 명의 이전 문제 때문에 여러 기관을 다녀야 하는데, 아마 서류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때 오셔서 서명하시면 돼요.” [그럼, 다 마무리될 때까지 많이 기다려야 하나요?]“보통은 그렇죠.” 여성 입장에선 위자료를 받고 이혼 서류에 서명하는 것이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가정법원엔 최대한 빨리 갈 수 없을까요?] “그건...” 재호는 난감했다.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고 대표님께 확인해 봐야 해요.” [그럼, 고 대표님께 한 번 이야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전화를 끊은 후, 재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위자료도 안 받고 이혼을 서두른다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여자네...’ ...월요일 오전 내내, 시연은 후배들의 실험 수업을 지도했다. 수업이 끝나고,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졌다. 그녀는 가운을 벗고 실험실을 나섰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익숙한 얼굴들이 인사를 건넸는데, 실험 수업을 듣던 후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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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래.” 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식권을 살짝 흔들었다. ‘우리가 지금은 연인이 아니긴 하지만, 매번 은범이한테 신세를 지는 것도 이상해.’은범은 시연의 성격을 잘 알기에,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내 학생 식당으로 이동했다. ...은범이 음식을 받아오는 동안, 시연은 자리를 잡았다. “자.” 트레이를 내려놓은 그는, 자기 갈비찜을 시연 앞에 밀어 놓았다. “너 다 먹어. 혹시라도 남으면 내가 먹을게.” “고마워.” 시연은 밥을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범아, 네 집안 사정을 떠나서라도, 내 상황 잘 알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너무...” “그만.” 은범은 말을 끊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성인이고, 내가 뭘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아.”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정말 나를 보기 싫다면, 볼 때마다 한 대씩 치는 건 어때? 아니면, 신고해, 스토커라고.” 시연은 말문이 막혔다.‘난 절대 그럴 수 없어!’ “밥이나 먹어.” 그녀가 잠시 멍하니 있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고 귀여웠다. 은범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그나저나, 그렇게 말라도 되는 거야? 애까지 있는데, 배가 전혀 안 나왔잖아.” 그 말에, 시연은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눈물이 차오를까 봐, 고개를 푹 숙였다. ...점심을 마친 후, 은범은 시연을 임진아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다. 마침 은범의 차도 강울대학교병원 후문 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시각, 유건은 고상훈을 병문안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오후 일정이 있어 바로 회사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시연과 은범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유건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췄다. 주지한, 정민환과 정기환은 눈을 마주쳤다. ‘이거 말려야 하나?’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유건은 말없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시연을 바라봤다. “은범아, 잠깐만.” 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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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시연이와 관련된 일?”유건은 짧은 침묵 후 담담하게 물었다. 재호는 피식 웃었다. ‘혹시 고 대표님은 알고 계실까? ‘전부인’ 얘기만 나오면, 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진다는 걸?’[네, 대표님. 지시연 씨가 먼저 가정법원에 가서 서명하고 싶다고 전해달랍니다. 다른 일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유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것 때문에 전화했던 거야?’ ‘그 여자, 이렇게까지 빨리 나랑 이혼하고 싶었던 거냐고.’ 유건의 속은 마치 쓴 약을 삼킨 듯 쓰리고 견디기 힘들었다.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이유는 하나뿐일 거야. 바로 노은범.’ ‘이제 공식적으로 정리하려는 거겠지.” ‘노은범 같은 사람이 내 가족관계증명서에 지시연의 이름이 남아 있는 걸 용납할 리 없으니까.’남자는 손에 쥔 핸드폰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유건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로 진행해. 시연이가 원하는 대로...”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시연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뿐이야.’[알겠습니다, 고 대표님.] ...밤 10시, 은범은 임진아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는 한 손에 야식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사람은 임진아였다. 은범은 본능적으로 안쪽을 살폈다. “시연이는?” 진아는 눈을 굴리더니, 팔짱을 꼈다. “노 사장님, 그렇게 티 나게 실망하시면, 저도 기분이 좀 나쁘네요.” 그러면서 집 안을 가리켰다. “시연이는 씻고 있어. 방금 들어갔으니까, 기다리려면 꽤 걸릴걸?” “그럼 됐어.” ‘시연이가 씻을 동안 기다리는 건 좀 웃긴 일이니, 그냥 돌아가는 게 낫겠어.’ 은범은 비닐봉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야식 좀 샀어. 같이 나눠 먹어.” “오, 굿!” 진아는 신나게 받아 들었다. “노 사장님, 고마워요!” 그리곤,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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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강수희는 겨우 마흔을 넘긴 나이에, 늘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살아왔다. 은범은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는 것은 믿을 수 없었다.더군다나, 한순간 쓰러진 게 뇌종양일 가능성이 있다니, 그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양성인지 아닌지는 확인됐나요?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아직 확실하지 않대.” 노수철이 고개를 저었다. “수술해야 조직 검사를 정확히 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 말에, 은범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술해야만 알 수 있다니...’부자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서로 같은 심정이었다. 노수철이 조용히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들어가서 네 엄마 좀 봐 드려라.” 잠시 숨을 고른 은범이 천천히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 안.강수희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날 밤, 은범은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아침이 밝아올 무렵, 눈을 뜬 강수희의 컨디션은 다행히 괜찮아 보였다. 아들을 보자, 강수희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은범아, 와 있었구나.” 강수희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머니, 천천히...” 은범이 급히 손을 뻗어 어머니를 부축하고, 베개를 받쳐 주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갑자기 움직이며 안 된다고 하셨어요. 천천히 움직이셔야 해요.” 강수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래, 알았어. 우리 아들 말 들을게.” 곧이어, 노수철도 병실에 들어왔다. 어젯밤, 아들이 병원에 남겠다고 해서 노수철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새벽부터 불안해 일찍 나온 것이었다. “여보, 좀 어때?” “네, 괜찮아요.” 노수철은 집에서 직접 가져온 아침 식사를 건넸고, 아들을 향해 말했다. “곧 담당 의사랑 면담할 예정인데, 너도 같이 가자꾸나.” “네.” 은범은 묵묵히 수저를 들었다. 강수희의 수술 일정은 미룰 수 없어서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했다. 노수철은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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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누구...?” 은범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어딘가 낯이 익긴 하지만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얼굴을 바라봤다. “하하.” 여자애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하진주야. 어릴 때 네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뚱뚱한 애, 기억 안 나?” 그제야, 은범의 기억이 스쳤다. 하씨 집안과 노씨 집안은 오래된 인연이었고, 하진주의 어머니와 강수희는 소꿉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여자애는 기억 속의 ‘통통한 꼬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늘씬하고 세련된 분위기였기에, 전혀 그때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아, 너구나!” 은범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다.” 진주는 밝게 웃었다. “맞아, 우리 가족이 해외로 나가고 나서는 한 번도 못 봤지.” 반가운 재회였지만, 은범에게 지금은 어머니의 건강이 최우선이었다. 그는 시계를 한 번 확인하더니, 강수희를 바라봤다. “어머니, 저 이제 회사에 가봐야 해요. 아버지가 곧 오실 테니까, 혹시 문제 있으면 바로 연락하세요.” “그래, 알겠어.” 강수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곁에 있는 진주를 슬쩍 바라봤다. “근데, 진주도 출근해야 한다더라. 너 회사 가는 길에 데려다줄 순 없겠니?” 진주는 어머니를 보러 온 것이었기에, 은범도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도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고마워.”“이모, 그럼 나중에 또 올게요.” “그래, 조심히 가.” 그렇게 두 사람은 병실을 나섰고, 은범은 그녀를 직장까지 태워다 준 후, 바로 회사로 향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업무를 처리한 후, 저녁 7시에 은범은 병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연아, 요즘 좀 정신이 없어서 못 보러 갔어. 아마 다음 주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시연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나도 바쁘니까 네 할 일 먼저 해. 굳이 시간 내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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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할 말을 다 하고 나서 은범은 묵묵히 침묵했다. 노수철은 아내를 거들며 말했다. “그냥 얼굴 한 번 보는 거잖아. 무슨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두 집안 사이를 생각하면 너무 무례하게 구는 것도 좋지 않아.”오랜 침묵 끝에, 은범은 망설였다. “정말 얼굴만 봐도 된다는 겁니까?” “아이고...” 노수철은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너한테 강제적으로 굴 수도 없는 노릇이잖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은범은 잠시 갈등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얼굴만 볼게요. 하지만 딱 한 번뿐이에요. 기대 같은 건 하지 마세요.” “그래, 그래.” 강수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다 알아. 아들아, 고맙다.” 은범과 하진주와의 만남은 다음 날로 정해졌다. 마침 주말 밤 8시이니, 두 사람은 함께 연극을 보기로 했다. ...주말 밤. 유건은 소미를 태우고 G시에 제일 큰 극장인 ‘시네마극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유명한 연출가의 대표작이 공연되는 날이었다.그야말로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유건은 연극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소미를 위해 함께 왔다. 주말이라 극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소미는 유건과 나란히 걸어가다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부딪혀 휘청거렸다. 유건이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고,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괜찮아?” 소미는 황급히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네, 괜찮아요.” 유건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의 발로 향했다. 은회색 하이힐이었다. 그는 미간을 좁혔다. “네 옷차림에 간섭할 생각은 없지만, 임신 3개월째잖아. 하이힐은 좀 위험하지 않아?” “너한테도, 배 속의 아이에게도.”“임신은 고되고도 위험한 과정이라 사소한 실수 하나로 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단 말이야.” 소미는 순간 굳어졌고, 얼굴빛이 미묘하게 변했다.그리고 망설이며 말했다. “그러네요... 제가 너무 경솔했어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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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고유건이 나한테 전화를?’ ‘고유건도 이 극장에 있다고?’‘날 불러낸 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아서인가?’ ‘그렇다면, 대체 왜? 전화로만 들으면, 꽤 화가 난 것 같은데...?’ 연달아 떠오르는 의문을 안고, 은범은 하진주에게 짧게 말한 뒤 극장을 나섰다. “고 대표님...” 은범이 막 입을 떼며 인사하려는 순간, 유건의 주먹이 그대로 날아왔다. 퍽!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은범은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다행히 빠르게 중심을 잡아 휘청거리면서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입가가 터졌고,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다. 은범은 손등으로 피를 닦아내며, 황당한 눈빛으로 유건을 쳐다봤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에요?!” “흥!” 유건은 냉소를 흘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은범을 내려다봤다. “여자랑 데이트하는 거, 시연이는 알고 있어요?” 그 순간, 은범의 눈빛이 번뜩 흔들렸다. 짧지만 분명한 동요...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은 유건은 순식간에 분노가 치솟았다. 그는 은범의 옷깃을 단단히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노 사장, 시연이한테 진심이에요? 아니면, 그냥 장난치는 거예요?” “고 대표!” 은범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감정을 의심받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웃기지 마요. 저는 고 대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시연이를 아끼니까, 고 대표보다 덜할 리는 없을 거예요.”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입을 닦으며, 낮고 단호하게 덧붙였다.“고 대표도 시연이를 걱정해서 이러는 걸 테니, 오늘은 넘어가 줄게요.” “은범아!!”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가녀린 실루엣이 성급히 다가왔다. 하진주였다. 은범이 갑자기 나간 게 신경 쓰여서 몰래 따라온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자마자, 은범이 맞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 것. 진주는 화가 나서 유건을 노려봤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때리다니! 우리, 신고할 수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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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아까는 미안했어.” “하하!” 진주는 시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연극은 끝까지 보고 가자?” “응, 그래.” 은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잔뜩 긴장했던 얼굴이 비로소 풀어졌다. ...주말, 시네마극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시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 시연은 일찍 일어나 씻고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시연이 유건과 가정법원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다른 서류들에 서명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미 약속된 일이었기에, 시간을 맞춰 나가려고 하는데, 주재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변호사님?” 시연은 급히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지금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늦지 않게 도착할 것 같아요.”[지시연 씨.] 전화기 너머에서 재호가 다소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아침 일찍 고 대표님이 전화하셔서, 오늘 가정법원에 못 간다고 하셨어요.]“뭐라고요?” 시연은 순간 말을 잃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연락만 받았거든요.] ‘이게 뭐야?’ 시연이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아무래도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재호는 이 대답을 끝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 “변호사님?!” 시연은 멍하니 핸드폰을 쥔 채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끝에, 그녀는 주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몇 번 울리자, 지한이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첫마디부터 어딘가 어색했다. [예, 형수님.] “지한 씨.” 시연은 대뜸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건 씨,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저랑 가정법원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간다고 하더라고요. 대체 왜죠?” 잠깐의 정적. 그 순간, 지한은 곁에 앉아 있는 유건을 힐끔 쳐다봤고, 결국 조용히 핸드폰을 유건에게 건넸다. 유건은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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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아침 시간이 한산할 거라고 생각해서, 시연은 고상훈을 뵈러 갔다. 왜냐하면 이 시간이라면 유건이 회사에 있을 확률이 높으니, 두 사람이 마주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병실 안은 고요했다. 시연은 조용히 문을 밀고 들어갔다. 고상훈은 수액을 맞은 채 침대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노인을 깨울까 봐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던 시연은, 옆에 놓인 모니터를 흘깃 보았다. 수치들은 안정적이었다. ‘다행이야.’ 그녀는 안심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희미하게 감겨 있던 고상훈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할아버지?” 그때, 깊고 주름진 노인의 눈동자에 반가움이 스쳤다. 고상훈은 힘겹게 손을 뻗었다. “시연아.” “할아버지.” 시연은 환하게 웃으며 노인의 손을 꼭 잡았다. “저 때문에 깨신 거예요?” “고맙구나, 시연아.” 고상훈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잡히도록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착한 시연이,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야. 유건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내 탓이야.” 그 순간, 욕실 문이 불쑥 열렸다. 척!긴 다리를 뻗으며 유건이 걸어 나왔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시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시연은 멍하니 서 있다가, 거의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여기 있었어요?” “하.” 유건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계속 여기 있었으면, 영영 할아버지를 안 뵈러 올 생각이었어?” “이놈아!” 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고상훈이 먼저 버럭 소리쳤다. “그게 할 소리야? 감히 또 시연이를 괴롭히려고?” 그는 힘겹게 팔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시연아, 오늘 내가 확실히 저놈을 혼내 주마!” “할아버지!” 시연은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고,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희, 원만하게 정리했어요. 유건 씨가 절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요.”그 말에, 병실 안은 순간 정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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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응.” 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하게 답했다. “왜요?” 시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소미가 고씨 가문에 순조롭게 들어가려면, 할아버지한테 그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배 속에 있는 애가 고유건의 친자가 아니라는 걸 알면, 더 쉽게 정리될 텐데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유건은 내려다보며, 마치 바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할아버지는 너랑 헤어진 것만으로도 충격받고 병상에 누우셨어. 그런데 이제 와서 네 배 속의 아이가 내 애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더 큰 충격을 받으실 텐데, 건강이 더 악화되지 않겠어?” ‘아...'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시연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까지 배웅해 줘서 고마워요. 이만 갈게요. 당신은 할아버지 곁에 있어 줘요.” ‘뭐?'유건의 눈이 순간 좁혀졌다. ‘고작 여기까지 왔다고, 그냥 가라는 거야?’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자.” 시연이 반응할 새도 없이, 유건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겨 함께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그제야 유건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배웅하겠다고 한 이상, 끝까지 해야 하지 않겠어?” 시연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가볍게 웃었다. “그래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이 정도는 별일도 아니니까.'...VIP 병동을 나와, 유건이 차를 가지러 가려 하자, 시연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괜찮아요, 난 강울대까지 걸어갈 거예요. 금방이니까요.” “그래.” 유건은 짧게 대답하고, 그녀와 함께 걸었다. 가는 내내, 시연은 한 번도 유건을 쳐다보지 않았고, 심지어 말조차 하지 않았다. 유건도 그냥 조용히 여자 옆을 걸었다. 진짜 그저 ‘배웅'하는 것처럼. “다 왔어요.” 실험동 건물 앞에서 시연이 멈춰 섰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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