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식권을 살짝 흔들었다. ‘우리가 지금은 연인이 아니긴 하지만, 매번 은범이한테 신세를 지는 것도 이상해.’은범은 시연의 성격을 잘 알기에,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내 학생 식당으로 이동했다. ...은범이 음식을 받아오는 동안, 시연은 자리를 잡았다. “자.” 트레이를 내려놓은 그는, 자기 갈비찜을 시연 앞에 밀어 놓았다. “너 다 먹어. 혹시라도 남으면 내가 먹을게.” “고마워.” 시연은 밥을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은범아, 네 집안 사정을 떠나서라도, 내 상황 잘 알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너무...” “그만.” 은범은 말을 끊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성인이고, 내가 뭘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아.”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정말 나를 보기 싫다면, 볼 때마다 한 대씩 치는 건 어때? 아니면, 신고해, 스토커라고.” 시연은 말문이 막혔다.‘난 절대 그럴 수 없어!’ “밥이나 먹어.” 그녀가 잠시 멍하니 있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고 귀여웠다. 은범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그나저나, 그렇게 말라도 되는 거야? 애까지 있는데, 배가 전혀 안 나왔잖아.” 그 말에, 시연은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눈물이 차오를까 봐, 고개를 푹 숙였다. ...점심을 마친 후, 은범은 시연을 임진아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다. 마침 은범의 차도 강울대학교병원 후문 쪽에 세워져 있었다. 그 시각, 유건은 고상훈을 병문안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오후 일정이 있어 바로 회사로 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시연과 은범이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유건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늦췄다. 주지한, 정민환과 정기환은 눈을 마주쳤다. ‘이거 말려야 하나?’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유건은 말없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시연을 바라봤다. “은범아, 잠깐만.” 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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