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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Chapters

제501화

동건은 바로 입을 열었다.“내가 밥 사줄게!”“필요 없어. 오늘 나 약속 있으니까 다음에 네가 사.”말을 마치자, 수민은 자리를 떠나려 했다.동건은 얼른 쫓아갔다.“그럼 데려다 줄까?”수민은 발걸음을 멈추었다.“진심이야?”“응!”“그래, 그럼 빨리 운전해.”출퇴근길에 눈을 잠깐 붙이기 위해 수민은 이번 주에 운전을 하지 않았다.동건은 기분이 좋아서 얼른 조수석의 문을 열었는데, 아쉽게도 수민은 그를 무시하며 뒤로 걸어갔다.“난 뒤에 앉을래, 눕고 싶어.”“그래.”차에서, 동건은 운전을 하며 마음속으로 감탄했다.‘이 세상에 나보다 더 좋은 남자친구가 또 있을까? 한 시간 넘게 회사 아래에서 퇴근한 여자친구 기다리지, 또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러 데려다 주지. 하지만 만약 내가 데려다주지 않는다면 수민은 벌써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졌을 거야.’물론 동건도 무척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남자이길래 수민이 야근을 끝내자마자 바로 만나러 달려가는 건데!’수민은 뒷좌석에 누웠다.“왜 갑자기 한숨을 쉬는 거야?”“내가 언제?”“방금.”“일주일 동안 야근했다고?”“어.” 수민은 옆에 있던 쿠션에 기댔다.‘야, 훨씬 편해졌네.’“이렇게 바쁜 사람이 테니스를 칠 시간은 있고?” 동건은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수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전선우가 말한 거야?”“흥!”“너도 정말 웃기네. 너희들 말이야, 정말 어디 좀 이상한 거 아니니? 전선우, 강도겸 그리고 너!”“뭐??”“내가 코치 하나 청해서 서브 동작을 배우고 있는데, 전선우는 갑자기 달려와서 코치에게 주먹을 날린 거야. 내 코치는 하마터면 코가 꺾어질 뻔했다고. 그것 때문에 내가 400만 원이나 배상했단 말이야. 그 자식도 너처럼 정신이 나간 거지?”“코치?”수민이 되물었다. “그렇지 않으면?”“헤헤... 아무것도 아니야. 헤헤...”수민은 영문을 몰랐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숨을 쉬다가 왜 또 바보같이 웃기 시작한 거야? 역시,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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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나, 나 피곤해서 좀 쉬고 가려고 했어. 그런데 잠이 들 줄이야...”수민은 직접 다른 쪽으로 걸어가 조수석 문을 열더니 자리에 앉았다.“그럼 딱이네. 나 집에 데려다줘.”동건은 바로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정말 뻔뻔한 여자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가에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그래, 그럼 내가 오늘 널 끝까지 도와줄게. 안전 벨트 꽉 잡아.”그리고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야! 좀 천천히 운전해, 나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내 말 안 들려?”“그럼 더 좋지 않아? 죽으면 같은 곳에 묻힐 수 있잖아, 헤헤...”수민은 눈을 부라렸다.지금 두 사람의 관계로 볼 때, 죽어도 각자의 장례를 치를 것이다.20분 후.“요 앞에 세워줘. 걸어 들어가면 되니까.”“안돼! 집 앞까지 데려다줄 거야!”동건은 핸들을 돌리며 바로 지하 차고로 들어갔다.“고마워.” 차가 멈추자, 수민은 문을 밀고 내렸다.“어? 그냥 갈 거야?”수민은 발걸음을 멈추었다.“택시비를 내야 돼?”“헤헤, 그건 아니야.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안 그래?”“중점을 말해.”“나 저녁을 안 먹어서 지금 배고파.”“그래서?”“그래서 먹을 것 좀 해줘.”수민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미안, 나 밥 할 줄 몰라.”그러나 동건은 이미 변명을 생각해냈다.“네가 손 쓸 필요 없어. 지난번에 주방에 라면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혼자 끓이면 되니까.”“그래.” 수민은 몸을 돌리며 그에게 따라오라고 말했다.동건은 바로 차에서 내렸다. 차를 잠근 다음, 고분고분 수민을 따라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그냥 배달을 시키거나 아무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게 더 낫지 않아? 왜 혼자 라면을 끓이고 싶은 건데?”“라면이 좋아서 그래, 왜?”수민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참 너다운 대답이야.”동건은 말문이 막혔다.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동건은 옆에서 훔쳐보았다.‘168... 그 다음엔 뭐지? 젠장! 다 못봤어!’문이 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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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수민이 대답했다.“나 라면 안 좋아해.”동건은 믿지 않았다.그녀가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동건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한잔 안 할래?”수민은 고개를 돌려 와인 병을 바라보았다.마침 그녀가 좋아하는 술이었고, 또 마침 냉장고에 얼린 적이 있었다.“그래, 한 잔 따라줘!”이것은 정말 엄청난 유혹이었다.동건은 즉시 잔을 가지러 갔다.“자, 마셔봐. 내가 얼린 술이니 네 마음에 들 거야!”수민은 잔을 받으며 눈을 부라렸다.“그것도 내 술이 좋아서 그래.”“그래. 네 술이 좋고, 난 기술이 좋은 거야. 우리 둘 정말 천생연분이군.”“천생연분? 저리 꺼져.”수민은 말하면서 술을 마셨다.‘정말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는 여자군.’와인을 마신 순간, 수민은 동건이 확실히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했다.“어때? 널 실망시키지 않았지?” 그는 턱을 살짝 들며 팔짱을 꼈다.“괜찮은 편이야.” 수민은 동건이 자랑을 할까 봐 칭찬을 하지 않았다.“그냥 괜찮은 편이라고?!”수민은 또 한 모금 마셨다.“그래.”동건은 어이가 없었다.“야, 너 라면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이미 불었잖아.”“헐, 벌써?” 동건은 즉시 쪼그리고 앉아 계속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그가 남은 수프까지 다 마실 때, 수민은 빈 와인잔을 동건의 앞으로 내밀었다.투명한 유리, 호형의 잔, 여자가 가는 손가락으로 잔을 들고 있는 화면이 이렇게 동건의 눈에 들어왔다.가녀린 손목과 하얀 손등, 심지어 손톱까지 핑크색이었다.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내 말 무시하는 거야?!”“어?” 동건은 고개를 들더니 약간 멍해졌다.“방금 뭐라고 했어?”“한잔 더 달라고.”“아! 그래!”동건은 당황해하며 잔을 받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실수하기 쉬웠는데, 원래 잔을 들려고 한 그는 오히려 여자의 손을 잡았다.그 순간, 동건은 감전된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했다.찰싹.맑은 소리가 들려왔다.동건은 멍하니 손을 거두며 또 자신의 손등을 보았다.‘이런! 빨개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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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그만 마실래.” 수민은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술을 많이 마시면 문제가 생기기 쉬웠는데, 특히 지금 집에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이 정도의 분수는 그래도 잘 알고 있지.’동건은 멈칫했다.“아직 다 마시지 않았는데, 왜 벌써 일어서는 거야?”“진짜 우리 집을 술집으로 취급한 거야? 여기서 계속 마시고 싶어?”“이 좋은 술을 다 마시지 않으면 너무 아깝잖아?”“하나도 안 아까워. 남은 건 내일 나 혼자 마실 수 있으니까.”동건은 말을 하지 않았다.“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가.”수민은 벽에 걸린 벽시계를 가리켰다.“아니,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내가 뭘?”“필요할 때는 사람한테 달라붙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사람을 쫓아내다니. 이 세상에 너 같은 여자가 어딨어?”“아니면? 여기서 자게 하라고?”“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집에서 밤을 보내는 건 정상 아니야? 우리는 비록 가짜로 사귀는 거지만, 그래도 척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어이가 없네! 누가 그딴 걸 신경 쓴다는 거야?”말이 막 떨어지자 동건의 핸드폰이 울렸다. 톡 영상전화였다.그는 확인하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여기 있네, 신경 쓰는 사람!”수민이 미처 반응하지 못할 때, 동건은 이미 수신버튼을 눌렀다.“네, 어머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맞은편의 송보미가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 네 별장 같지가 않은데?]동건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수민이 집이요.”[정말이니?]송보미는 깜짝 놀랐다.[너 거짓말하지 마...]“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수민이 불러올게요. 수민아, 우리 어머니 전화야...”수민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동건의 곁에 앉았다.“어머님, 안녕하세요.”[그래! 이 자식이 정말 너와 같이 있을 줄은 몰랐네. 이제 쉴 건가?]“네.”[그럼 꼭 머리 말리고 자. 너무 오래 싸고 있으면 좋지 않으니까.]“네, 어머님. 바로 말리러 갈게요.”[동건이 시켜.]“네.”[이 팔찌를 끼고 있으니 정말 예쁘구나. 정말 잘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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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동건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자.” 그는 드라이를 껐다.수민은 머리카락을 만져 보았는데, 건조하지 않고 아주 매끄러웠다.“어때?”수민은 처음으로 동건의 실력을 인정했다.“헤어샵 하나 차려. 난 네 단골손님이 될 테니까.”‘이 여자 정말 어이가 없네...’그녀는 하품을 하며 곧장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뒤로 누워 이불을 꼭 껴안았다.“나 잘 거니까 불 좀 꺼줘. 문도 꼭 닫고. 그럼 안녕!”‘내가 네 종이냐?!’속으로는 투덜댔지만 동건은 그래도 시킨대로 했다.불을 끈 다음 그는 또 가볍게 문을 닫았다.술을 좀 마셨기에, 살짝 취한 상태로 자니 정말 너무 편했다. 그렇게 수민은 곧 잠이 들었다.동건은 나간 후 거실에 놓인 다 마시지 못한 와인을 보았다. 잠시 생각하다 그는 잔을 들어 술 한 잔을 따랐다.그리고 와인 병이 다 비워질 때까지 한 잔 한 잔 마셨다.그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술에 취해 눈이 흐리멍덩했으며 온몸은 날아갈 정도로 가벼웠다.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있었다.‘술기운이 밀려오고 있군.’술이 좋아서 이런 느낌도 아주 신기했다.그는 아예 소파에 누워서 좀 쉬었다 떠나려 했다.그러나 바로 잠이 들 줄이야.밤중에 목이 말라서 일어난 수민은 침대에서 내려왔다.침실 문을 열자, 거실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펴보더니, 자신이 불 끄는 것을 잊어버린 줄 알고 스위치를 눌렀다.물을 마시고 소파를 지나갈 때, 누군가 갑자기 수민의 손목을 잡았다.수민은 소름이 돋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바로 그 검은 그림자를 향해 공격했다.그러나 따뜻한 손이 수민의 손을 꽉 잡았다.그녀는 지금 통제를 당한 셈이었다.“고동...”‘앗!’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수민은 동건에게 끌려 앞으로 넘어졌다.그렇게 그녀는 결국 술기운으로 가득 찬 품에 안겼고,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에 떨어졌다.“이게 뭐하는 짓이야?!” 수민은 약간 화가 났다.그러나 동건의 손가락은 그녀의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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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이른 아침, 햇빛이 구름을 뚫고 대지에 쏟아졌다.거실 소파에서 침실 침대까지, 벗겨진 옷들이 바닥에 쫙 깔렸다.대부분은 남자의 옷이었고, 여자의 옷은 잠옷 하나밖에 없었다.동건은 눈을 천천히 떴다. 깨어난 순간, 그는 어젯밤의 뜨거운 장면을 떠올렸고, 입가가 절로 올라갔다.옆에서 깊이 잠든 여인을 바라보니, 동건은 자신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드러움과 온정을 드러냈다.수민은 아직도 자고 있었는데, 두 눈을 꼭 감으며 호흡은 평온했다.동건의 시선은 여자의 예쁜 이목구비에서 목으로 옮겨졌다. 하얀 피부에는 어젯밤에 그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다.동건은 경험이 많은 남자인 데다가, 이성의 몸에 집착할 나이가 아니었지만, 어젯밤 그는 처음 고기를 먹은 짐승처럼 피곤한 줄도 모르고 계속 힘을 썼다.수민이 뺨을 한 대 때리고서야 동건은 비로소 멈추었다.정말 아팠지만 그 느낌도 정말 짜릿하고 즐거웠다.이렇게 생각하니 남자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여자의 미간에 키스를 한 다음, 그는 일어나 살금살금 방을 나갔다.물론 동건은 수민이 계속 쉬도록 가볍게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주방에서, 동건은 몸을 돌려 라면 두 그릇을 탁자 위에 놓으려 했다, 이때 수민은 실크 잠옷치마를 입고 문을 기댄 채로 서 있었다.언제 왔는지, 거기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눈을 마주치자, 동건은 어색해했지만 곧 애틋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찍도 일어났네? 어젯밤에 내가 힘을 좀 더 썼어야 했나.”그러나 수민은 웃지 않고 시선을 그의 손에 떨어뜨렸다.라면 두 그릇 위에 계란 프라이가 하나씩 있었다.계란 프라이는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약간 탄 것 같았다.동건은 가볍게 기침했다.“한 바퀴 찾았지만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서 라면 좀 끓였어. 그러니까 그냥 먹어...”말하면서 수민을 지나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수민은 몸을 돌렸다. 라면을 보는 눈빛이든 동건을 바라보는 눈빛이든 무척 복잡했다.“이리 와, 얼른 앉아서 먹어. 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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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동건은 미소가 굳어졌다.“그게 무슨 뜻이야?”옷 들고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여기에 오지 말라니, 그건 또 무슨 뜻인가?“말 그대로야. 내가 전에 말했었지, 협력 대상과 얽매이지 않을 거라고. 어젯밤에 우린 이미 관계를 가졌어,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니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협력을 그만두는 거야.”동건은 똑바로 앉으며 어둡고 무서운 눈빛으로 수민을 바라보았다.“난 어젯밤에 취하지 않았어.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맞지?”“응.”관계를 맺을 때, 두 사람은 모두 정신이 멀쩡했다. 그래서 서로를 남이라 착각한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허...”동건은 헛웃음을 지었다.“나랑 자자마자 바로 책임을 떠넘기겠다 이거야? 나 지금 옷도 입지 않았는데?”수민은 입가를 실룩거렸다.“그건 너 자신이 옷을 입지 않은 거잖아? 왜 내 탓을 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무슨 책임을 떠넘겼다는 건데?”“지금 네가 하는 말이 그렇잖아!” 남자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조수민, 너 지금 뭐 같은지 알아?”“뭐?”“순진한 여자를 침대로 꼬신 다음 바로 차버린 남자!”수민은 침묵하다가 불쑥 물었다.“네가 순진한 여자야?”동건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네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지 마. 어젯밤의 일은 우리가 원해서 일어난 상황이잖아, 너랑 나랑 모두 성인인데, 무슨 순진한 척을 하고 있는 거니? 그동안 네가 잤던 여자들은 적게 말해도 50명은 되겠지.”“그럼 넌 너와 잔 모든 여자들에게 소리를 치면서 자신을 책임지라고 떠들어댈 거야? 그렇지 않다면 나도 너에게 책임을 질 필요가 없잖아? 왜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로 남을 강요하는 건데?”동건은 이처럼 방탕했던 자신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이 순간, 예전의 기억들이 밀려오면서 그는 후회에 잠겼다.“쳇, 누가 책임지라고 했어?! 나한테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네가 책임질 필요가 있을까?”수민은 한숨을 돌렸다.“그럼 됐어.”동건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수민의 모습을 보며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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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남자가 떠난 후, 수민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식탁 위의 그릇과 젓가락을 바라보았다.‘치우고 가라 할 걸 그랬어...’“여보세요, 청소부 하나 보내줘요. 두 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맞아요, 집안 구석구석 모두 깨끗이 청소해야 되거든요. 특히 소파...”동건은 문을 박차고 나간 후, 바로 차를 몰고 별장으로 돌아갔다.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신호등까지 무시했다.집에 들어서자, 그는 바로 옷을 벗고 샤워를 하며 어제 남긴 냄새를 씻어내려 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씻고 나오니 동건은 여전히 수민의 독특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젠장.”그는 화가 나서 소파에 걷어찼다.그러나 머릿속에서 어젯밤 두 사람이 먼저 소파에서 뒹굴다 침실로 들어간 화면이 떠올랐다.얽히고설키며 미친 듯이 키스를 하는 화면.동건은 정말 몰랐다. 왜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도발하던 여자가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차가운 모습으로 변했는지를. 심지어 무정하게 다시는 오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문제는 수민이 동건이 끓인 라면을 먹었단 것이다.‘내가 이 20여 년 동안 처음으로 주방에 들어가 한 여자를 위해 밥을 해 주었는데. 비록 라면이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서 만들었단 말이야. 그러나 그 여자는 다 먹은 다음 바로 날 차버리다니!’“미친!”동건은 또다시 소파를 걷어찼다. 그러나 그 결과...“아! 아파 죽겠네, 정말 아파 죽겠어! 너까지 나와 맞서는 거야?! 그래, 널 발로 찼다, 어쩔래! 어쩔 거냐고!”소파는 묵묵히 모든 것을 감당했다.“그래, 협력을 중지하겠다 이거지? 그럼 중지해! 나도 네가 싫어!’여기까지 생각한 동건은 핸드폰을 꺼내 수민의 모든 연락방식을 차단했다.그러고는 핸드폰을 소파에 던지며 침대에 가서 누우려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초인종이 울렸다.딩동.동건은 잔뜩 긴장을 하더니 숨소리를 죽였다.‘흥! 쫓아와서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줄 것 같아? 나도 성질이 있다고! 그래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가와서 사과를 한 다음 나에게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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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아니... 어머니, 저는 어머니 아들이잖아요! 조수민은 남이고요. 그런데 제가 욕을 좀 했다고 제 다리를 부러뜨리시겠다뇨?!”“수민이는 내가 인정한 며느리이니까 그 누구도 우리 수민이를 괴롭힐 수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동건은 코가 찡해졌다.‘며느리...’그는 등을 돌리고 팔짱을 안으며 가볍게 중얼거렸다.“그 여자는 안목이 높아서 이런 건 눈에도 안 찰 거예요...”‘어머니 아들도 마음에 안 들고요!’“하긴.” 송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수민이는 안목이 확실히 높지. 하지만 그 아이는 더 좋은 것을 가질 자격이 있어! 넌 누구나 다 너 같은 줄 알아? 하루 종일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매일 술집에 다니기나 하고...”동건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화가 나서 와와 소리를 질렀다.“저는 어머니의 아들이라고요! 친아들!”“알아, 이렇게 소리를 지르며 내 정곡을 찌를 필요는 없어.”“네?”“이건 너한테 맡길게. 시간 나면 수민이에게 가져다줘. 가능한 한 빨리, 들었어?”동건은 못 들은 척했다.송보미는 직접 그의 귀를 잡으며 말했다.“들었냐고?”“아파요, 아프다고요! 알았어요!”“참, 그리고, 다음 주말에 내가 티파티에 참가할 예정이니까, 수민이 데리고 와. 마침 나도 수민이를 내 그 친구들에게 소개해줘야지!”“그,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동건은 시선을 돌렸다. ‘이미 협력을 중지한 데다가 연락처까지 삭제했으니 어떻게 데려가겠어? 차라리 날 죽여!’송보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왜 필요가 없어? 넌 그냥 내가 시킨대로 해. 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됐어, 나 친구랑 쇼핑해야 하니까 먼저 갈게. 넌 이따가 수민이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네!”송보미는 그제야 흐뭇하게 웃으며 떠났다.이쪽의 동건은 골치가 아파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수민은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며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예전과 다름없이 가끔 술집에 가거나, 테니스를 쳤다.그러나 그녀도 나름 고민이 있었다.[수민아, 너도 동건이랑 사귄 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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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왜 그래?” 정은이 입을 열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마치 억울함을 당한 아이가 마침내 부모님을 만난 것 같았다.민지는 바로 달려왔고, 말을 하기도 전에 눈시울이 빨개졌다.서준은 그녀의 뒤를 따랐는데, 팽팽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정은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그러나 그리 당황하지 않았다.“무슨 일이야? 왜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 앉아 있어?”“정은 언니...”민지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눈물이 이미 눈가에서 맴돌고 있었지만 흘러내리지 못하게 했다.“이제 실험실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못 들어간다니?” 정은은 깜짝 놀랐다.“어제 학교의 검사팀과 소방대가 갑자기 실험실에 찾아와서 검사하겠다고 했는데...”소방점검을 정상적인 검사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문을 열고 협조했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들어온 후에 이리저리 만져보고 몇 바퀴 돌아보더니 그들에게 청천벽력의 소식을 알려주었다.“소방 점검이 불합격이니 일주일 내로 실험실에서 나가세요!”말을 마치자, 그들은 두 사람에게 설명과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직접 문에 붉은 딱지를 붙였다.민지는 계속 말했다.“그때 저와 서준이는 모두 어리둥절해졌어요. 지난주에 맞은편 실험실에서도 소방점검을 받았지만, 그 사람들은 들어와서 한 바퀴 둘러본 다음 바로 떠났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검사를 받을 때 불합격이라니? 심지어 실험실에서 나가야 한다잖아요!”방금 정리된 실험실에 새로 산 CPRT, 그들은 실험실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나가라니?정은은 여전히 냉정을 유지했다.“그럼 너희들 왜 문 앞에 앉아 있는 거야? 일주일안으로 나가면 되는 거잖아? 그럼 얼른 들어가지 않고 뭐 하고 있어?”서준이 대답했다.“이번에는 시 소방대에서 점검을 진행했는데, 백 부총장님은 학교에서도 검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실험실 열쇠를 가져가셨어요.”그러나 정은에게 다른 열쇠가 하나 있었다.그녀는 문을 열었다. “일단 들어가서 다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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