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의 하정남은 오랫동안 침묵했다.[너희들 정말 스스로 실험실을 지으려는 거야?]“그럼요!”[충동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당연하죠! 우리는 아주 진지하다고요!”[그래, 20억이라고 했지? 이따가 네 계좌로 입금할게!]“우와, 고마워요 아빠! 사랑해요, 뽀뽀.”[헤헤...]딸 바보인 하정남은 어수룩하게 웃었다.그날 저녁, 민지는 단톡방에 아버지가 입금한 금액을 보냈다.공이 얼마나 많은지, 눈앞이 아른거릴 정도였다.[해결됐어요!] ...서준은 민지의 문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녀가 이 문자를 보낼 때 얼마나 득의양양하게 웃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그도 노력해야 할 것 같았다.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할아버지, 오랫동안 저와 바둑을 두지 않으셨는데, 한 판 하실래요?”“그래! 모처럼 돌아왔는데, 이미 오랫동안 나와 바둑을 두지 않았구나.”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서 일어나 바둑판 앞에 가서 앉았다.정말 재미가 있는 경기였다.서준은 내색하지 않고 양보했고, 어르신은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 웃었다.“서준아, 너 또 졌구나.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서준은 한숨을 쉬며 일부러 고민했다.“할아버지의 기예가 더 대단하신 거죠. 솔직히 말씀하세요, 그동안 저 몰래 연습하셨죠?”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하하하하...”할아버지는 기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건 안 돼요, 한 판 더 해요!”이번에 서준은 더 이상 봐주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승리를 거두었다.할아버지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일부러 삐진 척했다.“내가 연습했다고? 내가 보기에 네가 더 많이 연습한 것 같군! 이제 그만하겠다, 하나도 재미가 없구나!”말을 마치자, 그는 계속 말했다.“주말도 명절도 아닌데 왜 갑자기 집에 돌아온 거야? 심지어 나와 함께 바둑을 두다니? 말해봐, 무슨 일 생겼어?”“에헴!”‘역시 할아버지의 눈을 속일 수가 없군.’서준은 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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