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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1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죽은 사람을 살리고 백골에 살이 붙게 한다’라는 전설이 현실에 존재하다니!방금 조수 노릇을 했던 간판급 의사는 잠깐 망설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빨리 심장 박동이 회복되도록 도와주세요.”“혈액을 준비해 주고요. 빨리 봉합하도록 해요.”...몇 시간 동안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매우 질서 정연한 수술이 끝나고, 마침내 수술실 문이 열렸다.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강씨 집안 사람들은 일제히 수술실에서 나오는 의료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약 7시간의 고강도 수술로 체력이 거의 다 소진된 곽혜진은 조수가 건네준 포도당을 몇 모금 마시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아직 살아있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앞으로 72시간이 중요한데 제가 직접 지킬 겁니다. 잘 버텨내면 그때 다시 얘기하도록 합시다.”“버텨내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운명입니다.”강양호는 눈물을 흘리며 곽혜진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가족들이 휘청거리는 어르신을 부축했다.곽혜진이 도착하기 전의 몇 시간 동안 의사들은 수십 번의 사망 통지서를 냈었다.심정지가 올 때마다 10여 명의 최고 전문가들이 다시 살려냈다. 하지만 10여 분이 지나면 또다시 심장이 멈췄다.미칠 지경이 된 강씨 집안 사람들은 즉시 곽혜진을 떠올렸다.유강후가 살아날 운명이었는지 동남아시아에서 실험을 하고 있어야 할 곽혜진이 회의 때문에 북아메리카에 와 있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곽혜진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 모든 기능을 잃은 유강후는 기계의 힘으로 미약한 심장 박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의식도 없고 동공도 조금 풀어져 있었다.20분 전에는 의사들이 구조를 포기하고 유강후의 사망을 선언했다.그런 그들을 강양호와 강현미가 어떻게든 버티라고 압박했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기계를 이용해 유강후의 미약한 맥박과 호흡을 유지했다.곽혜진의 도착으로 다시 희망이 생겼지만 약 7시간의 긴 수술을 기다리는 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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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2화

간단하게 침을 놓은 후, 곽혜진은 검은색 알약을 안심에게 건네며 온다연에게 먹이라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이 깨어났다. 그녀는 곽혜진을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았다.“곽 박사님...”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고, 차마 묻지도 못했다.곽혜진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유 대표님은 아직 살아있어요. 내가 여기 있는 한, 최소한 50%의 생존 확률이 있어요. 그러니 지금 유나 씨에게 중요한 건 아이를 지키는 거예요.”초췌한 얼굴과 짙은 다크서클, 온다연은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강후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기절했다.곽혜진의 등장은 그런 그녀에게 한 가닥의 희망을 안겨주었다.그녀는 극도의 심적 고통을 억누르며 간청하듯 말했다.“곽 박사님, 제발 그 사람을 살려주세요.”곽혜진이 대답했다.“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게요.”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조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곽 박사님, 유 대표님이 또 상태가 안 좋아지며 심정지가 왔습니다. 빨리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곽혜진은 즉시 자리를 떴다.온다연도 따라가려 했지만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목에서 비린내가 나는 것 같더니 입에서 피가 뿜어 나왔고, 곧이어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또다시 기절하고 말았다.깜짝 놀란 안심은 달려가 딸을 안고 엉엉 울었다.곽혜진이 뒤를 돌아보더니 조수에게 말했다.“유나 씨한테 안정제를 주사해. 양을 최대로 해서 하루 종일 자게 하는 게 좋겠어. 아니면 오늘 하루를 견디기 힘들 거야.”“우리가 최근에 개발한 신약을 사용해. 여기에 없다면 즉석에서 배합하도록 하고. 얼른 가.”“네.”곽혜진은 재빨리 수술실로 들어갔다.그 뒤로 강씨 가문 사람들은 하루 종일 수술실 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곽혜진도 수술실을 떠난 적이 없었다.유강후는 사실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다. 중간에 여러 번 심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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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곽혜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어제 응급 처치할 때 은침에 해룡의 피를 묻혔었어. 4시간이 지났는데도 죽지 않았다는 건 해룡의 피와 내 피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괜찮아.”그러자 조수가 말을 이었다.“박사님 피는 천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거잖아요. 암시장에서는 박사님 피가 십수억에 거래되고 있다는데, 지금 200cc나 뽑으셨으니 유 대표님께서 깨어나시면 정확히 계산해야 합니다.”곽혜진이 웃으며 말했다.“자식, 계산에 밝네. 감히 내 피를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고?”“그럼요. 염 대표님은 우리 실험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도 투자하지 못하게 막잖아요. 돈이 이렇게 부족한데, 당연히 한 푼이라도 챙겨야죠.”곽혜진이 말을 이었다.“돈은 작은 문제야. 유강후가 해룡의 피와 내 피를 모두 받아들이면 앞으로 피를 공급하는 개체가 될 수 있잖아. 그러면 나는 해방되는 거지.”조수가 해맑게 웃었다.“그러네요. 유 대표님이 완쾌한 후 이 소식을 퍼뜨리면, 사람들이 더 이상 피를 달라고 우리를 쫓아다니지 않고 유 대표님을 쫓아다니게 되겠네요.”“드디어 이해했구나. 내 가르침이 헛되진 않았네.”...처음 수혈할 때, 유강후는 약간의 거부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두 번째는 훨씬 나아졌고, 세 번째 수혈이 끝난 후에는 더 이상 심정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간신히 상태가 안정된 셈이다.모두가 안도감을 느꼈지만, 누구도 방심하지 않았다.사흘째 되는 날에는 상황이 더욱 좋아져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너무 기뻐서 곽혜진에게 절이라도 할 기세였다.하루 종일 잠을 자고 깨어난 온다연은 이 소식을 듣고 겨우 심신이 안정됐다.곽혜진이 또 한 번 침을 놓은 후 유산 징후도 거의 사라졌다.이때쯤 유강후가 중상을 입고 거의 죽게 됐다는 소문이 불거졌다.언론들은 우주그룹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할 것으로 추측하며 강씨 방계혈족 실권자들을 비교 분석했다.심지어 유강후가 이미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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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4화

이 몇 개 그룹은 개별적으로는 미래그룹과 비교가 안 됐지만 합치면 미래그룹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였다.거기에 동남아시아의 대진그룹과 H국의 하나그룹, 봉씨 가문까지 합세하면서 미래그룹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등했다.보름도 채 되지 않아 주가는 사건 전의 수준으로 회복됐고, 그 후에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당시 주식을 팔아버린 사람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 미래그룹의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미래그룹 본사 회의실.온다연이 대표 자리에 앉아 서류들을 바닥에 내던졌다.그녀의 앞에는 미래그룹의 전직 임원 수십 명이 서 있었다.한때 유강후의 신뢰를 받았던 이들은 딴마음을 품고 미래그룹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기업 정보를 경쟁사에 팔아넘기고 있었다.그들은 한 달 전에 휘청이던 회사가 다시 활기를 찾고 일사불란하게 돌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 배신자들의 앞에 던져진 서류는 그들이 미래그룹을 팔아먹은 증거들이었다.“이건 최근 한 달간 당신들이 경쟁사에 회사 정보를 팔아넘긴 증거와 대가로 돈을 받은 송금 기록이에요.”온다연은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당신들은 미래그룹에서 오래 근무했고 그룹의 성장을 함께한, 강후 씨가 가장 신뢰했던 부하들이었어요. 강후 씨는 당신들에게 최대한의 신뢰와 권한을 줬는데, 당신들은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돌을 던졌어요.”“미래그룹 법무팀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요.”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높은 자리에 오른 그들은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알기에 자기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고 감옥살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반발하는 사람이 있었다.“온다연 씨에게 그런 권한이 없어요. 이게 사실이라 해도 유 대표님이 우리의 거취를 결정해야지, 그쪽이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요. 온다연 씨는 유 대표님의 약혼녀일 뿐이에요. 진씨 가문의 따님이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여기 미래그룹에서 주인 행세를 할 수는 없어요.”온다연이 코웃음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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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5화

온다연이 들어오는 것을 본 강현미는 주스를 따라주라고 비서에게 시켰다.“수고했어. 그 배신자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온다연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한 달 동안 편히 지내게 둔 게 아깝네요.”“역시 너의 아이디어가 좋았어. 한 달간 가만둬서 미래그룹 주가가 바닥을 친 후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권리주를 모두 회수한 덕분에 오늘 깨끗이 정리할 수 있었어.”“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낸 거예요. 저는 그저 실행만 했을 뿐이에요.”“너희가 4년 전에 혼인신고를 해서 다행이야. 이 혼인관계증명서가 없었다면 강후가 가진 것들이 사분오열됐을 거야.”온다연은 혼인신고 후에 찍은 기념사진을 손에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4년 전의 그녀는 아직 어려 보였고, 흰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 마치 고등학생 같았다.이때까지도 유강후의 옆에서 그녀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이때 그들은 사이가 좋았고, 그녀는 자기가 원해서 유강후 곁에 있었으며 유강후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지 얼마 안 돼서 모든 것이 산산조각이 났다.게다가 그녀는 혼인관계증명서도 찢어버렸던 기억이 있다.그럼 이건 유강후가 후에 다시 발급받은 것인가?하지만 전혀 새것 같지 않았다. 모서리도 말려 있고, 사진도 낡아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수천 번 만진 것처럼.온다연은 사진과 혼인관계증명서를 어루만지며 유강후는 이것을 만질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했다. 지금 그녀의 마음과 똑같았을 것이다.그녀의 넋 나간 모습을 지켜보던 강현미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곽 박사님 말로는, 큰 문제 없대. 다만 너무 심하게 다쳐서 저승 문턱까지 갔다 왔고, 그런 피를 받았으니 적응하고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나 봐.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반드시 깨어날 거야.”“그동안 너무 지쳤어. 이번 기회에 쉬는 거라고 생각해.”온다연은 사진 속의 유강후를 어루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3년 동안 강후 씨는 어떻게 지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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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강현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나지막이 물었다.“지금도 입덧이 심해? 장 집사 말로는 요 며칠 더 심해졌다던데.”온다연은 혼인관계증명서와 사진을 가방에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괜찮아요. 장 집사님이 매일 새로운 메뉴로 식사를 준비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죠.”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을 이었다.“미래 그룹은 당분간 어머님께서 많이 신경 쓰셔야겠어요. 나온 지 오래돼서 병원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병원에 도착하니 염지훈이 와 있었다.그 역시 방금 퇴원했지만 유강후가 입은 부상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한 달 만에 만난 염지훈은 회복이 잘 된 듯했다. 그는 온다연을 보자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온다연은 코트 속에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부드러운 재질 때문에 배 부분이 약간 도드라져 보였다. 염지훈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벌써 배가 나오기 시작했어? 몇 개월 됐어?”온다연이 대답했다.“3개월이 거의 됐어요. 쌍둥이라 보통 사람들보다 배가 더 빨리 커져요.”염지훈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었다.“미래 그룹은 이제 정상화된 것 같더구나. 원래 두 달 더 머물며 도와주려 했는데, 이제 필요 없을 것 같다. 내일 동남아시아로 돌아가려고.”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몇 시에 출발해요? 배웅하러 갈게요.”그녀는 말하면서 유강후의 침대 높이를 조절하려고 허리를 굽혔다. 염지훈이 얼른 그녀를 도와주며 말했다.“이런 일은 비서에게 시켜.”“강후 씨는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걸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 물건을 만지는 것도 싫어해요. 제가 하는 게 나아요.”그녀는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유강후의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머리가 좀 기네요. 이따가 미용사를 불러 다듬어야겠어요. 안 그러면 깨어나서 머리 스타일이 망가졌다고 화낼 거예요.”그러고는 또 유강후의 손을 잡고 꼼꼼히 닦아주었다.그러던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했다.주변에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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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7화

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염지훈이 문득 물었다.“너는 언제 H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야?”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강후 씨가 깨어나면 그 사람과 상의한 후에 결정할 거예요.”염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한 번 다녀와야 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그때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과거의 일은...”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염지훈이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유씨 가문에 복수하든 용서하든 나는 항상 네 편이야.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온다연이 말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지금은 강후 씨가 빨리 깨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염지훈은 혼수 상태로 누워 있는 유강후를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유강후와의 경쟁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기 누워 있는 지금도 온다연의 마음속에는 그밖에 없었다.염지훈이 나지막이 물었다.“다연아, 유강후가 정말 그렇게 좋아?”온다연은 고개를 숙인 채 나지막이 말했다.“지훈 씨,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요?”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염지훈은 잠자코 있었다.들을 용기가 없었지만 듣고 싶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다시 폈다.그동안 살이 빠져서인지 이목구비가 더 뚜렷하고 준수해 보였지만 원래 남성미 넘치던 얼굴에 약간의 우울함이 감돌고 있었다.온다연은 죄책감에 잠깐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어린 소녀가 열 살 때 이모를 따라 명문가에 들어갔어요. 들어간 첫날, 소녀는 호화로운 홀에 서서 열등감에 고개도 들지 못했죠.”“그때 열여덟 살의 소년이 소녀를 도와줬어요. 감사한 마음이 든 소녀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하지만 소녀는 신분이 너무 존귀하고 잘생긴 소년을 어두운 구석에서 몰래 훔쳐볼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새 소녀의 눈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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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염지훈이 대답했다.“그건 예진 씨가 나를 돌봐준 대가야. 우리 둘 사이에 다른 일도 있었어. 보상이라고 생각해. 돈 말고는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권씨 집안에서 힘들게 지내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예진 씨가 권씨 가문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요.”“알아. 하지만 그건 남의 집안일이라 참견하기 좀 그래. 돈이 필요하면 줄 수 있지만 다른 일은 나도 방법이 없어.”이쯤 되자 온다연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두 사람이 한참 다른 얘기를 나누다가 염지훈이 떠나갔다.이때 날이 저물면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유강후의 몸을 금빛으로 물들였다.그는 마치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누워 있었다.온다연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또렷한 얼굴선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내가 말한 적이 있나요? 이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얼굴이라고.”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고 말을 이었다.“하지만 당신은 눈을 뜨고 있을 때가 더 보기 좋아요. 지금처럼 약해 보이는 모습은 내 취향이 아니에요.”“빨리 눈을 떠요.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 깨어나면 아쉬움이 남을 거예요.”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당겨 자기 배에 올려놓았다.“만져봐요. 벌써 배가 나왔어요. 이제 예쁜 원피스도 입을 수 없어요. 엄마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인가 봐요.”“나 혼자 버티기 힘들어요. 계속 이러고 있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저도 모르게 말을 많이 하고 지친 그녀는 그의 곁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유강후의 손은 온다연의 허리에 올려져 있었다. 그 모습은 그녀를 품에 안고 잤던 평범한 어느 날 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았다. 부드럽고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3개월 후, 미래그룹 본사 대표 사무실.요 며칠 강현미가 유럽에 출장 가서 사무실에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게다가 중요한 국제회의도 예정돼 있어서 온다연은 하루 종일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다.이때 북아메리카는 이미 겨울이었다.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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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9화

유강후는 그녀를 꼭 껴안고 머리카락에 키스를 퍼부었다.“미안해. 내가 너무 오래 잤어.”온다연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그동안의 모든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서러움, 슬픔, 그리고 남자에 대한 약간의 원망까지 모두 터져 나왔다.그녀는 돌아서서 그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그는 그녀가 손을 휘두르는 대로 내버려뒀고, 그녀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미안해. 미안해...”그는 울고 있는 온다연을 끌어안았다.“왜 이렇게 오래 잤어요? 왜? 저 혼자 너무 힘들고 무서웠어요...”“나쁜 놈, 영원히 나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또 약속을 어겼어요...”“그리고 망할 놈의 회사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았어요. 저는 회사 관리에 관심도 없는데, 매일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와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그녀는 너무 속상한 듯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유강후는 그녀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푸념을 들어주었다.그녀는 한참 울다가 지쳤는지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대며 울먹였다.“벌써 임신 5개월 차가 되어 태동을 느낄 수 있어요. 이제야 깨어난 건 너무 무책임해요. 한번 만져봐요.”유강후는 볼록하게 나온 그녀의 배에 손을 올려놓았지만 아쉽게도 태동을 느끼지 못했다.온다연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너무 꽉 안았어요. 좀 놔봐요.”유강후는 그녀를 안아서 의자에 앉혔다.그러고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그녀의 배에 대고 조용히 그 속의 작은 생명을 느껴보았다.그 동작은 한없이 부드럽고 경건해 마치 가장 확고한 신앙을 확인하는 듯했다.5개월이 넘었다. 그는 너무 오래 잤고, 깨어나니 그녀의 배가 이렇게 불러 있다.정말 아쉽다. 매일 그녀의 곁에 있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날을 놓치고 말았다.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은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그는 그녀의 배를 어루만지며 그 속의 작은 생명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피부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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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0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곳에서 더 큰 혹이 불쑥 올라왔고, 톡톡 튕기기까지 했다.유강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로 나타난 혹을 바라보며 말했다.“둘이 같이 움직이는 거야?”온다연이 대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걸 보면 둘이 맞는 것 같아요.”“보통 밤에 많이 움직이고, 낮에 이렇게 움직이는 건 처음이에요.”유강후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며 튀어나온 부분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그 결과, 그의 입술이 닿자마자 톡 튕겼다.온다연이 웃으며 말했다.“여기는 힘이 센 걸 보니 발인 것 같아요. 아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건 손이고요. 그래서 혹이 작았던 거죠.”유강후는 눈을 떼지 못하며, 그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계속 쫓아다녔다.유강후는 얼굴을 그녀의 배에 대고 중얼거렸다.“다연아, 너무 기다려진다. 애들을 빨리 보고 싶어.”온다연도 배를 살살 만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보고 싶어요. 애들이 누구를 닮았을지 궁금하네요.”“임 박사님이 아들딸 쌍둥이라고 하셨어요...”“하나는 딸이라고?”유강후는 깜짝 놀라며 기쁨을 금치 못했다.“정말 하나는 딸이야?”온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요. 임 박사님이 저를 속일 리 없잖아요.”유강후는 흥분한 나머지 그녀를 안고 몇 바퀴 돌더니 급히 내려놓았다.그는 책상을 붙잡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적응이 안 되네...”온다연이 얼른 그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언제 깨어났어요? 왜 아무도 저한테 알리지 않은 거죠?”“오늘 아침 일찍 깨어났어. 아마 네가 병원을 떠난 직후일 거야. 내가 알리지 말라고 했어. 너한테 깜짝선물을 주고 싶어서.”“막 깨어났을 때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는데, 하루 종일 재활과 간단한 훈련을 하고 나니 괜찮아졌어. 완전히 회복되려면 며칠 더 걸릴 거야.”온다연이 뒤에서 껴안고 얼굴을 그의 등에 비비며 말했다.“병원에 있었어야죠. 전화만 하면 제가 바로 당신 곁으로 갔을 텐데.”숨을 돌린 유강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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