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721 - Chapter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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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궁을 나선 사여묵은 먼저 돌아가 막 잠이든 염 선생에게 이 일을 알렸다. 그러고는 왕비가 깨어난 후 알리라 했다.이를 들은 염 선생은 잠이 확 달아났다. 왕비가 깨면 그녀에게 부탁해 동생을 만나려 했지만, 이제는 황제의 행동이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머리를 짜야 했다.이제 잠자기는 글렀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송석석이 옷을 입고 나오자, 염 선생이 직접 찾아와 말했다. "장군께서 다녀가시며 황제께서 왕비님을 현갑군 지휘관으로 임명할 것이라며 경위와 순방영 금군과 어전시위까지 맡기실 계획이라 했습니다. 저는 아직 그 의도를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송석석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직이라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실직입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송석석이 말을 이었다. "조정에 여인이 관리를 맡은 적은 없었다. 과거 여장군으로 이름을 날린 이방조차 위소에서만 활동했을 뿐, 조정에서 권력을 쥔 적은 없다. 나 또한 지휘관 자리를 받았다고는 하나, 지금껏 아무 일도 맡지 않았고 단지 녹봉만 더 받았을 뿐이다." 여인이 전장에 나서는 것과 여성이 관직에 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녀가 통솔해야 할 것은 단순한 군대가 아니라 현갑군, 그리고 금군, 궁중 호위까지 포함한 막중한 권력을 쥐는 것이었다."황제의 의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늘 조정 회의가 끝나면 임명 문서가 곧바로 내려올 것입니다. 게다가 장군께서 전하기를, 황제가 직접 교지를 내릴 거라고 하셨습니다." 송석석은 이번 결정이 다소 의아했지만, 임명이 이루어진다면 수락할 생각이었다. 조정에서 여인이 관직에 오른 일은 이전 왕조에는 존재했다. 다만 우리 조정에는 없을 뿐이다.여성의 지위는 너무도 낮았다. 태후도 항상 이 점을 한탄하셨다. 하여 전에 이방이 여장군이 되었을 때, 태후는 그토록 기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말을 이었다. "염 선생, 사실 줄곧 물러서고, 인내하며 양보해 왔던 장군을 황제께서도 다 보고 계셨을 것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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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자고 일어난 시만자는 조정에서 송석석에게 벼슬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현갑군의 지휘관으로서 경위와 순방영 금군을 통솔한다고 말이다.그녀는 꿈인가 싶어 눈을 비비며 물었다.“정말로 망나니가 되려는 거야?”송석석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망나니라니, 괜찮은 관료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 “그렇다면 청렴한 대관이 되는 거네.” 시만자는 턱을 괴고는 송석석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덧붙였다.“좋아, 우리 석석이는 청렴한 대관이 되는 거야.”송석석은 둘이 함께 무림을 누비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 무림인들은 지방 관리들이 탐탁지 않았다. 그들은 부패한 관리들을 ‘망나니’라며 혀를 찼었다. 그러나 청렴하고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관리들에게는 모두 존경을 표했었다. 아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와야 했고, 그로 인해 송석석은 사숙에게 반년 동안 문밖을 나서지 못한다는 벌을 받게 되었다.그 시절을 떠올린 송석석은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관료가 되더니 얼굴이 폈네?”그런 송석석을 보는 시만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오랫동안 송석석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벼슬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그 지겨운 ‘부덕부언’의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야. 조금 더 자유로워져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잖아.”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네가 그동안 세가의 부인들과 있을 때 웃음조차 입 꼭 마물어야 해서 보는 내가 답답할 지경이었어.”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시만자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왜 황제가 갑자기 너를 관직에 앉히려고 하는 거야? 네가 공을 세우고 돌아왔을 때 이미 관직을 줬어야지. 이제 와서 이러시면 반대하는 대신들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 그들은 여인이 조정에 발을 들이는 걸 원치 않을 테니 말이야.”송석석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대신들의 반대는 황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야. 왜 나를 벼슬에 앉히려 하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가 가까이 다가가야지만 황제도 우리 북명왕부가 그토록 경계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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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이날, 진성에서 변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염구진 가문의 하인들이 장을 보러 나갔다 돌아오며 전하였더니, 염철근은 하인들에게 상관하지 말고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말라고 명하였다. 그의 손자가 북명왕부에서 장사로 있으니 그들은 결코 정치적인 일에 얽히거나,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염철근은 그 일은 가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여겼다. 진성에 살며 그들은 한 가지 원칙을 고수해 왔으니, 그것은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여 손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정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날씨가 점차 추워져 햇살이 점점 더 귀해졌다."소아가 그러기를 아버님께서 아침을 적게 드셨다고 하더이다. 혹 몸이 불편하신 것은 아니 옵니까?" 염구진의 어머니, 진부연이 다가와 공손히 묻자, 염철근은 눈을 떴다. 며느리의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다.“입맛이 없는 것뿐이니 별것 아니다. 신경 쓰지 말거라.”염철근은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또 악몽을 꾸었느냐?"진부연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근래 들어 자주 희진이가 보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나이다."염철근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염희진이 온갖 고통을 당하는 악몽이었다. 염희진은 손발이 잘리거나 물에 빠지거나 혹은 불에 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생각하는 대로 꿈을 꾼다 하지 않았더냐? 너무 염려한 탓이니라. 좋게 생각해 보거라. 어쩌면 이미 혼인하고 자식도 낳아 평안히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입을 열려던 진부연은 말을 아꼈다. 어둠이 드리운 시아버지의 눈빛을 본 그녀는 그 역시 자신을 위로하려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게 생각해 보겠지만 하늘이 가엾이 여겨 다시 희진이를 만나게 한다면 그 어떤 대가라도 기꺼이 치르겠나이다."염철근은 며느리를 위로했다.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거라. 세상일은 억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강요하지 않으면 뜻밖에 기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법이니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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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마차는 왕부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진부연의 손에는 두 층으로 된 나무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눈물은 마치 끊어진 구슬처럼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18년, 수많은 낮과 밤,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날들 속에서 단 순간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매일 후회했다. 더 잘해주지 못한 자신이 미웠다.시부모님과 남편, 아들까지도 염희진을 아끼고 사랑했지만, 그녀는 엄격했다. 그녀의 손바닥을 때리고 금고에 가두어 벌을 준 적도 있었으며 배를 곯게 한 적도 있었다... 많은 일들이 세월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억울함 가득했던 그 슬픈 얼굴, 눈물 흘리던 모습, 매 맞고 잔뜩 주눅이 들었던 어깨까지 너무나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 장면들이 하나하나 모여 그녀의 마음 가장 아픈 곳을 매일같이 도려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이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녀를 꾸짖었을까? 왜 때렸을까? 왜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다른 이들처럼 소중히 대할 수는 없었을까? 마차에서 염 선생은 염희진이 납치된 후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듣고 있던 진부연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숲속에 버려졌으니,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것이었다.하늘이 도운 것이다. 누군가가 그녀를 데려가 살려주었고, 결국 그녀는 무사할 수 있었다.재주를 부리며 살던 날들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장난기가 많아 높은 곳을 오르내리곤 했지만, 재주를 배우려면 얼마나 많이 넘어졌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예쁜 얼굴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옹현으로 거처를 옮겼다.그런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었던 반주는 그녀가 은혜를 갚기도 전에 해를 당하고 말았다.염희진은 아직 반주가 돌아간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장공주를 따라 진성으로 가면 반주에게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고 의사의 치료도 받고 돌봐줄 사람도 있을 거라고 여겼다.진부연은 이 세월 동안 악한 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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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해피엔딩만을 선호했던 시만자는 슬픔에 가장 약했다.그녀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저 염희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기만 했다.“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생사에는 천명이 있는 법. 반주도 오랫동안 병고에 시달렸고 죽음이 비록 좋은 해방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크게 고통받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시만자는 반주가 진정으로 잠결에 목숨을 잃었기를 바랐다. 사실 염 선생은 그녀에게 반주가 병사했다고 말할 것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사여묵과 송석석이 반대하였다. 그들은 염희진이 누가 반주를 죽였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했다.시만자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누군가 자신의 스승을 죽였다면… 만약, 만약에 말이다. 그녀도 누가 원수인지 알려 했을 것이다. 결코 멍청하게 모른 채로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슬퍼하는 염희진의 모습에 시만자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지금 그대는 오라버니와 할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진성으로 오고 계시는 그대의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입니다. 반주께서도 이를 보시면 기뻐하실 겁니다.” 가족과 재회할 것이라는 말에도 염희진의 슬픔은 가시지 않았지만, 며칠 전부터 기다려왔던 만남이기에 기대할 뿐이었다. 시만자에게서 오라버니가 진성에 있다는 말을 듣고 이 만남을 간절히 기다려왔다. 그녀는 줄곧 일곱 살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오라비가 있었다는 것도 기억해 냈다. 그들의 얼굴도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선명했던 기억은 어머니께서 자신의 손바닥을 때리던 장면이었다. 노란색 나무 자로 손바닥을 내려치던 모습이었는데, 너무나 아팠던 기억이다. 하지만 매번 그녀가 맞고 나면 어머니도 눈물을 훔치셨다. 그러면 그녀는 애교를 부리며 어머니를 웃음을 짓게 하려 애썼다. 염희진은 슬픔을 억누르며 눈물을 닦았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 십팔 년을 헤멨고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이제 더는 그들을 슬프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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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억울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가냘픈 어머니를 껴안은 그녀는 그동안 받았던 상처가 마치 둑이 무너진 강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어머니를 껴안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못했다.이어 염 선생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다가왔고 그들은 눈물로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들 정청 안으로 들어갔다. 진부연은 여전히 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기억 속에 일곱 살이었던 염희진은 이제 스물다섯이 되었다. 그녀의 기억도 서서히 또렷해졌다. 하지만 기억 속 어머니는 젊고 활기찼었다. 그녀를 꾸짖을 때면 이웃들에게 들릴 정도로 목소리가 우렁찼지만, 이제는 말조차 힘겹게 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이 장면을 보고 있었던 시만자와 송석석은 두 사람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눈시울을 붉히며 옛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두 사람도 가슴이 뭉클해졌다.염 선생은 어릴 때부터 동생을 무진장 아꼈고 여리기만 한 진부연은 한때는 강인한 모습이었으며 어린 시절의 염희진이 장난꾸러기였다. 염희진은 매산에서의 두 사람과 많이 닮아있었다.송석석은 시간을 내어 황제의 임명장을 받아왔다. 임명장은 아직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했지만, 감사의 예는 갖추었다. 오대반이 직접 임명장을 전달하며 몇 마디 나누고 싶어 했지만, 송석석은 이 감동적인 순간을 더 보고 싶어 그더러 잠시 기다리게 했다.시만자의 말처럼 이런 상봉이야말로 가장 감격스러운 것이었다.송석석은 눈물을 닦으며 딸을 품에 꼭 안고 있는 진부연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안길 수 있는 어머니가 없었다.그녀가 몸을 돌리자 혜태비가 바로 뒤에 서 있었다. 혜태비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고 씨 유모 역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눈물이 맺힌 송석석의 모습이 혜태비는 안쓰러웠다.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리 오너라!" 송석석은 눈물을 닦으며 다가가자, 혜태비는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이제부터는 내가 너의 어미가 되어줄 것이다." 송석석은 감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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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다과를 비운 오대반이 차를 한잔 더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오대반은 환하게 웃으며 일어나 예를 갖췄다. 송석석은 곧장 그의 손을 받쳐주며 말했다. "예는 필요 없습니다. 어서 앉으시지요." 오대반이 그녀를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었기에 오늘이 감사를 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대반이 자리에 앉자, 송석석은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그동안 재 어머니를 도와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왕부에 시집온 후에도, 왕야를 위해 황상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어 깊이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오대반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왕비께서 이렇게 감사를 표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 기다린 것입니다." 송석석은 자리에 앉으며 상냥하게 답했다. "말씀하시지요." 오대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왕비께서는 그저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수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폐하께서 왕비님을 믿고 쓰기로 했다면, 그것은 매우 큰 신뢰인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부부는 절대 마음이 갈라지면 안 되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를 믿고, 함께 의논해야 합니다. 이익이나 권력 때문에 틈이 생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서로 신뢰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송석석은 오대반의 말을 곱씹으며 그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생각해 보았다. 황제가 최대한으로 신뢰한다 해도,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었다. 절대적으로 그녀를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추구하는 목표가 같더라도 절대적인 신뢰는 존재하지 않으니까.게다가 본래 의심이 많은 황제이기에 어느 정도의 신뢰도 감지덕지였다. 그리고 부부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 함은 권력이나 이익을 둘러싸고 갈등이 생길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었다.그와 사여묵은 부부이고 함께 조정에 나아가 관직에 있으니 큰 방향은 같을지라도 간혹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때로는 부딪힐 수도 있었다. 게다가 현갑군의 지휘사로 황제의 명을 따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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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오늘 장공주부는 아수라장이었다.장공주를 포함한 모든 관리들이 전부 잡혀갔고, 집안의 노비들은 일단 장공주 댁에 임시로 머물게 하고 대리사에서 사람을 보내 감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심문할 자는 모두 데려가 문초할 예정이었다. 경위와 순방영이 철수하고, 사건은 대리사에 넘겨졌다. 대리사 소경 진이 여인들에게 집으로 소식을 전하게 하고, 사건이 마무리되면 장공주 댁에서 해산시키고 보상해 줄 것이라 전하였다. 림봉아는 집이 진성이라 먼저 귀가하도록 하였고 고청란이 직접 맞이하러 왔다.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었다. 십오일이 아닌 초하루에 움직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왕비께서는 그녀에게조차 계획을 숨긴 것이다. 고청란은 왕비가 자신을 믿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녀는 모든 것을 왕비에게 말해 주었고, 심지어 아버지까지 데려갔건만, 왕비는 계획을 끝까지 숨겼던 것이다. 집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림봉아가 그녀에게 말하기 전까지는 화를 억제할 수 없었다."네 아버지는 애초에 왕비와 협력할 마음이 없었다. 그이는 너희가 십오일에 실행할 계획을 이미 장공주에게 알렸단다. 만약 계획이 앞당겨지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청란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저를 배신하셨단 말입니까? 그건 저를 죽음으로 몰수도 있는 것인데 말입니까?" 림봉아는 딸의 어깨에 힘없이 기대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딸들을 이용할 뿐이다. 장공주와 똑같은 인간일 뿐이지." "하지만… 어머니를 가장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던 고청란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셨단 말입니다." "사내의 말을 온전히 믿을 것은 아니니라. 온전히 믿었다가는 파멸을 맞게 될 것이다." 림봉아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처음에는 미모를 보고 몇 년간 마음을 두기는 하였겠지. 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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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듣고 있던 고청란은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그럴 리 없습니다. 만약 정말로 권세가를 찾으려 했다면, 전에 량소가 적합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그는 언니를 정말로 사랑했지 않았습니까?"림봉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량소는 승은백부의 세자이자 탐화랑이지. 하지만 그가 아내로 맞이한 것은 회왕부의 영안 군주다. 그러니 청우가 정실부인이 될 희망은 없다. 게다가 량소는 말로만 사랑한다고 정작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었느니라. 그리 애지중지하면서도 평처로조차 들이지 못했다."고청란은 순간 멈칫했다."평처요?"마차는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고 림봉아는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그래, 평처여야만 정실부인이 죽으면 승격될 기회가 있는 것이다. 평처가 되지 못하고 단지 첩이라면, 정실부인이 죽는다 해도 정실로 올라갈 수 없느니라. 청우는 첩이 될 수 있지만, 평생 첩으로만 남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하더구나."고청란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언니가 첩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누구든 첩이 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언니는 어머니를 위해 계속 이용당해 왔으니, 언니도 참 불쌍합니다."고청란의 어깨에 기댄 림봉아는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기침도 점점 거세졌다. 그러다 결국 피까지 토해냈다.고청란은 어머니의 등을 다독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어찌 이리도 심하게 기침하시는 겁니까? 분명히 대부를 모셔 왔다 하지 않으셨습니까?"림봉아는 더러워진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힘없이 웃었다. "어미는 곧 나을 것이니 걱정 말거라. 어미의 말을 꼭 기억해라. 앞으로 청우가 무슨 일을 시키든 절대 받아들이지 말아라. 명심하거라, 그 어떤 것도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청란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공주부도 이미 무너졌으니, 저에게 시킬 일도 없습니다. 진성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 시작하면 됩니다."고청란의 손을 잡은 림봉아는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엄히 경고했다."어미 말을 꼭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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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오늘 대리사에게 가장 바쁜 하루였다.대리시경이 명령을 내리자, 모든 사람들의 휴가는 취소되었다. 대리승 허평안도 부모상을 치르기 위해 본가로 돌아갔던 대리승 허평안은 관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차에 반역 사건이 터졌고 왕야가 상소를 올려 그를 복직시켰다. 허평안은 즉시 환복하고 대리사로 향했다.장공주와 고부진은 대리사로 끌려왔다. 사여묵이 직접 장공주를 심문하였고 진이가 고부진을 심문하였다. 그 외 관리인, 노비, 부의, 하인들은 대리승 허평안과 대리정 노정의가 맡았다.사여묵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장공주를 심문하기에 앞서 공주부의 무기들을 모두 대리사로 옮겨 증거로 삼았다.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심문을 시작하였다.해가 질 때까지 겨우 몇 사람 심문하였다. 사여묵은 교대로 심문하라는 명령을 내려 심문이 멈추지 않도록 하였다. 진이는 심문한 내용을 정리하여 사여묵에게 보고하였다.사여묵이 살펴보니, 정보는 매우 적었다. 그가 고부진의 자료를 꺼내 들었지만 가득한 물음에 비해 답변은 거의 없었고, 많은 것들은 "모르겠다"로 일관하고 있었다.진이는 머리가 아팠다."고부진은 모른다고만 일관하며 지하 감옥에 있던 여인들과 후원에 감시받던 여자들이 자기 첩들이라는 것만 인정했습니다. 그 무기들과 장공주의 반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더군요."사여묵은 고부진의 증언을 한쪽에 내려놓았다."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자백하지 않겠지." 그는 방 마마와 도준의 것을 집어 들었다."방 마마는 장공주 곁에 오래 있었던 심복이다. 그리고 도준은 공주부의 시위장이지. 이들은 뭐라 하였느냐?""방 마마는 충격이 컸는지 입버릇처럼 ‘그럴 리 없다’만 되풀이하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도준은 많은 것을 자백했지만, 대부분 사소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장공주가 누구와 빈번하게 왕래했는지, 어떻게 첩들을 괴롭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첩들이 아이를 낳으면 물에 빠트리거나, 목 조르거나, 던지는 등 온갖 방식으로 죽였다고 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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