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741 - 챕터 750

1522 챕터

제741화

방 마마는 나이가 많아 다른 집사들과 분리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깨끗한 작은 감방에 따로 수감되어 있었다. 그녀는 대리사에 온 후부터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다. 진이는 직접 그녀를 심문하고 음식을 먹으라고 권했지만 그녀는 감방에 누워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사실 사여묵도 그녀가 장공주에게 불리한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공주는 그녀가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들의 감정은 이미 주종을 초월했다. 지금까지 장공주 주변의 사람들이 바뀌었지만 유독 그녀만이 장공주의 곁을 지켜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장공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온갖 더러운 일을 모두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손을 거치기도 했었다. 사여묵은 송석석에게 말했다. “진이가 오늘 도준을 심문한 결과 장공주가 원래 당신 당숙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그의 일가를 죽이라고 명령했었는데 방 마마가 도준에게 명령을 이행하지 말라고 했다더군. 그렇지 않으면 당신 당숙의 가족은 모두 몰살당했을 것이오.” 송석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미친 것 아닙니까? 외모가 우리 어머니를 닮은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부진에게 첩으로 보내 아이를 낳게 하고 우리 아버지를 닮은 사람은 데려가 얼굴을 망가뜨리고 죽이려는 것입니까?” “그러니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는 오직 방 마마만이 잘 알고 있소. 장공주부에는 역모사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피빚도 있소. 황제는 역모사건 외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아직 살아있는 그리고 이미 사망했을지도 모를 피해자들을 위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소.” 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역을 꾀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죄지만 장공주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도 유일무이한 인생이 망쳐진 것이었다. “내가 가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사람을 시켜 취조실로 데려가겠소.” “취조실에 형구는 놓지 마십시오.” 사여묵은 웃으며 말했다. “형구는 취조실에 두지 않고 전용 형구실이 있소. 지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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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그녀는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고요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노려보았다. 송석석도 그녀를 보았다. 예전에 장공주부에 갔을 때 송석석은 방 마마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방 마마는 석청색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위엄이 가득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남색 옷은 쭈글쭈글했고 비녀는 비뚤어져 귀밑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눈 밑은 처져 있었으며 얼굴은 여위고 반점도 뚜렷했다. 근심걱정에 단식까지 해서 이렇게 초췌해진 것이었다.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듯했지만 사실 그녀의 애간장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진이는 방 마마와 이야기를 하러 갔었지만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눈빛조자 주지 않았다. 하지만 송석석에게는 입을 열었다. “내 입에서 공주에게 불리한 말을 들을 생각 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도준이 당신이 우리 당숙 일가를 구했다고 하던데, 당신이 아니었으면 아마 우리 당숙 일가는 없어졌을 것이네. 그것만은 고맙소.” 방 마마는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난 그들을 살리려는 마음 없었습니다. 내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잡아온 것입니다. 그러니 죽이든 말든, 그리고 언제 죽이는 것은 모두 내 결정입니다.” “어쨌든 그들은 멀쩡히 살아서 장공주부에서 나왔소.” 그러자 방 마마는 차갑게 말했다. “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그래봤자 장공주의 증언을 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쓸데없는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 공주는 죄가 없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든 건 나와 도준이 한 것입니다.” “방 마마는 어떤 일을 말하는 것이오?” 송석석은 그녀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공주부엔 말하지 못할 일이 많지 않소?” “뒤뜰에 있던 여인들 말입니까? 흥.” 방 마마는 원통스러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보며 말했다. “모든 사람이 공주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지만 송씨 가문만은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의 부친이 공주님의 평생을 망쳤습니다. 그리고 뒤뜰에 있던 여인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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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송석석은 방 마마의 말들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심지어 좀 슬프다고 생각했다. 방 마마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확실했다. 송석석은 방 마마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장공주 몰래 당숙 일가를 풀어준 것을 보면 마음가짐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득하려는 것이었다. “그래. 모든 것이 방 마마와 도준이 한 것이라면 장공주와는 무관하니 근 몇 년 동안 당신의 손을 거쳐 장공주부로 데려온 여인은 몇 명이고 죽은 사람은 얼마인지 말해보시오.” 방 마마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안색이 창백해졌다. 송석석은 계속 말했다. “그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방 마마가 책임져야 하지 않소? 그리고 끌려온 여인들의 부모나 친척들에게도 더 이상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고 알려야 하지 않겠소? 게다가 장공주께서 모역죄를 지었으니 죽음은 면치 못할 것이오. 그러니 당신이 그 여인들의 신분을 밝히는 것도 장공주를 위해 덕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소.” 방 마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송석석을 올려다보더니 입술을 심하게 떨었다. 배가 고파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그녀의 모역죄 때문일 수도 있었다. 송석석은 더 이상 몰아붙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자 방 마마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 한 잔 주시겠습니까?” 탁자 위에는 차 주전자가 놓여 있었는데 그건 송석석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송석석은 마시지 않고 차 한 잔을 따라서 방 마마에게 건네며 말했다. “드시오.” 방 마마의 마른 나뭇가지 같은 손이 부들부들 떨며 차를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 나서 잔을 손에 쥐며 송석석에게 우는 것보다 더 보기 흉한 웃음을 지었다. “나에게 모든 사람들의 명단이 있습니다. 보아하니 대리사에서도 장공주부를 샅샅이 뒤졌겠지요. 내 방 앞에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대추나무 가장자리에 돌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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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방 마마의 말을 들은 송석석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억지로 화를 참으며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그녀의 말을 계속 들었다. 왜냐하면 방 마마가 말을 많이 할수록 자백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증언들은 나중에 장공주를 심문할 때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모역죄든 여자들을 살해한 죄든 그녀는 결국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장공주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도 예전에는 명랑하고 활발하며 존귀하기 그지없는 아가씨였습니다. 천하의 남자들이 줄을 서서 선택해 주기를 기원하는데 하필이면 송회안이라는 무부에게 첫눈에 반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하필이면 송회안의 마음속에 장공주의 자리가 눈곱만큼도 없었지요. 처음엔 나도 그저 장공주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추억에 잠긴 방 마마는 마음속에 담아둔 말이 너무 많아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더니 예전에 했던 일들을 생각하니 후회가 파도같이 몰려왔다. 그녀는 순서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그녀는 공주이니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문엄 황제가 자신의 행복을 손수 꺾었다고 문엄 황제를 욕했었지요. 장공주는 문엄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딸이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무릎을 꿇고 빌어도 문엄 황제는 동의하지 않았지요. 참 모질기도 했었지요.” “애초에 의귀비가 살아 계실 때 문엄 황제는 그녀의 부탁이라면 반드시 들어주셨는데 고작 무부인 송회안 때문에 공주의 부탁을 거절하다니. 세상에 무공을 익힌 사람이 많고 많은데 왜 하필 송회안이어야만 나라를 지킬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설령 정말 그렇다고 해도 부마로 세우고 계속 군대를 거느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부마가 실권을 장악하지 못하던 선례도 깨트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공주를 위해서라면 선례를 깨트리는 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살면서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송회안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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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사여묵은 보좌관과 병풍 뒤에서 나와 먼저 송석석을 안고 사람들에게 방 마마를 데리고 나가라고 분부했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대추나무 아래에 상자가 있을 것이오. 거기에 그 여자들의 명단이 모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니 반드시 찾아야 하오.” “네.” 보좌관은 명을 받고 나갔다. 사여묵의 품에 안긴 송석석은 마음과 목이 악취로 가득한 솜으로 막힌 듯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 “부인. 더 이상 취조하지 마시오. 방 마마가 한 말은 잊으시오. 장인께선 잘못을 하지 않았소. 모두 장공주가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해친 것이오.” 송석석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얼굴이 창백해서 말했다. “난 괜찮아요. 계속 심문할 수 있어요. 방 마마가 정신을 차리면 내가 다시 천천히 물어보겠습니다. 적어도 그 여자들의 명단은 알아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가족들에게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주십시오. 죽었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염 선생의 가족들처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겠지요.” 송석석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죽으면 다시 만날 수 없으니 실종된 것보다 더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게다가 우리는 방 마마의 입에서 장공주가 문엄 황제를 미워한다는 정보를 알았지 않습니까? 선제는 문엄 황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들이니 장공주가 문엄 황제에게 복수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선제가 살아 계실 때부터 그녀는 연왕과 역모를 꾸미지 않았습니까? 적어도 우리는 역모의 동기를 알아냈습니다.” 사여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송석석을 놓지 않고 말했다. “그래. 방금 얻어낸 정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 더 이상 그녀를 심문하지 않아도 되오.” 그는 병풍뒤에서 석석이 괴로워서 주먹을 꽉 쥐고 참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장인어른은 석석 마음속의 영웅이야. 그런데 엉뚱한 사랑싸움에 말려들어 희생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욕을 먹다니, 석석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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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고청란은 시만자를 보고 놀랐지만 그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을 하자 다소 불쾌했다.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속인 건 속인 것이기 때문에 고청란은 최소한의 예의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시 아가씨,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시만자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고청란이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고청란은 몸을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고청란은 그들에게 속은 게 화가 났지만 그들이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면 아버지에게 가서 말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팔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초라한 오두막집에는 작은 부엌과 안방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을 길 수 있는 우물도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햇빛이 기왓장 사이로 스며들었다. 보나 마나 기와지붕이 낡아 장기간 수리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이 집 안은 물바다가 될 것이 뻔했다. 시만자는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좁은 집에서 흔들리는 걸상에 앉아 머리 위에 햇빛까지 내리쬐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고청란이 그의 어머니를 부축하러 갈 때 지붕으로 날아올라 갔다. 그녀는 기와가 밀린 것이면 제자리로 조정하려고 했는데 올라가 보니 이미 기와들이 깨져 있어서 수리를 하려면 기와를 좀 사 와야 했다.고청란은 림봉아를 부축해 나와서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시만자를 보고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아가씨, 지붕에는 왜 올라간 겁니까?” “기와가 깨진 것 보지 못했습니까? 비가 오면 곤란합니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밤에 바람이 들어와 겨울에 고생일 것입니다.” 그러자 고청란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사람 찾아 수리하겠습니다.” “그래요. 수리해야지요.” 그녀는 림봉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말했다. “어머님은 왜 모시고 나왔습니까? 어서 부축해서 눕히십시오.” 림봉아는 시만자에게 절하며 말했다. “시 아가씨와 북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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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시만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왜 그러는 것입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림씨 집안의 딸이고 당신은 그들의 외손녀인데 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까?”그러자 고청란은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말했다.“조용히 하십시오. 어머니가 듣겠습니다.”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차라리 나가서 얘기합시다. 마침 홍작의사를 기다려야 합니다. 홍작의사는 당신들이 림씨 가문에 있는 줄 알고 있을 테니 그쪽으로 가서 기다립시다.”두 사람은 문을 열고 나갔다. 시만자는 몇 걸음 걷고 뒤돌아보며 물었다.“이 집은 림씨 가문에서 당신들에게 준 겁니까?”고청란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는 세를 놓았었는데 너무 낡아서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자 우리에게 잠시 머물라고 한 겁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우리를 데리고 림씨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더군요.”시만자가 물었다.“당신은 그 말을 믿습니까?”“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저희 모녀도 마땅히 갈 곳이 없고 해서 일단은 여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틀 후에 저는 일을 찾으러 나갈 것이예요. 돈을 벌면 머무는 곳을 바꿀 것이고요.”“일거리를 찾으러 나간다는 말입니까? 무슨 일을 찾으려는 겁니까?”시만자가 물었다.그녀의 물음에 고청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무공을 좀 하니까 원래는 부잣집에 가서 시녀로 일하려고 했는데 내 출신으로서는 아무도 나를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습니다. 정 안 되면 길거리에서 재주를 팔든 부두에 가서 심부름이라도 해야지요. 그래도 나에겐 힘이 남아있으니까요.”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당신의 무공은 형편없지만 힘은 있으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짐 심부름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까?”고청란은 시만자를 보며 성격이 정말로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다.“수입은 보통입니다. 내가 예전에 알아봤는데 아무래도 힘을 쓰는 일이니 찻집과 술집에서 반찬을 나르는 것보다는 많이 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시만자는 부귀한 가문의 아가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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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시만자는 화를 내는 고청란을 보며 왠지 산에서 내려와 석석과 전쟁터에 나가고 다시 진성으로 돌아와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인내심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고청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바로 자리를 떴을 텐데 말이다. 그녀는 원래 독단적이었는데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젠 시만자는 고청란의 분노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줄곧 친척에게 이용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근 몇 년 동안 조금의 신뢰도 받지 못했다. 고부진과 어머니, 그리고 언니를 가족으로 생각해 왔는데 고부진은 자신을 배신했고, 이젠 언니마저 어머니를 해하려고 했다고 하니, 그것도 외부인이 말하니 당연히 믿지 않을 만도 했다. 시만자는 화를 내지 않고 계속 말했다. “당신이 믿든 말든 이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공주부의 의원이 거짓증언을 했다해도 대리사 사람들을 속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언니가 공주부의 의원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와 잠자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고청란은 온몸을 떨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만하십시오. 어떻게 우리 언니를 그렇게 모욕할 수 있습니까? 언니가 명기라서 그러는 것입니까? 언니도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언니도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왜 당신들마저 그를 모욕하고 우리 세 모녀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그래요. 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의 선택입니다. 나는 알려줬으니 내 도리를 다 한 겁니다. 나중에 장사를 하려 거든 언제든지 나한테 은냥을 빌리러 오십시오. 우리 사이에 친분을 봐서 내가 은 300 냥은 빌려줄 수 있습니다.” 시만자는 친구를 대할 때 항상 돈으로 관계를 계산했다. 이것은 시씨 가문의 관례인데 어떤 큰 인물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석석에겐 한도가 없어 그녀에게 빌려주든 그저 주든 말만 하면 모두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몽동이에겐 오늘 아침 이 주먹으로 인해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청란과는 함께 일을 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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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고청란은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하지만 시만자는 그녀를 위로하지 않고 홍작이 오는지 골목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고청란은 한참 울다가 말했다. “그날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오는 마차에서 어머니는 저에게 언니의 어떤 말도 믿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언니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내 말을 믿는 것인가?’ 시만자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겁니까? 그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당신 언니가 왜 그랬는지는 당신 어머니에게 물어보십시오.” 홍작이 당나귀를 타고 골목으로 들어서자 시만자가 얼른 손을 흔들며 소치 쳤다. “홍작, 여기입니다.” 홍작은 그들을 보고 왜 림씨 가문 앞에서 기다리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당나귀를 타고 다가와서 물었다. “왜 여기 있는 것입니까?” “고청란과 어머님은 림씨 가문에 살지 않고 저쪽에 있어요.” 시만자는 고청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의 병세가 아주 심각합니다. 석석이 바쁜 와중에도 당신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라고 당부했으니 그녀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신의 감정 때문에 어머니를 해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홍작은 눈시울이 붉어진 고청란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치료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그러자 고청란은 얼른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선생님. 저 따라오십시오.” “그래요. 나는 돌아갈 테니 둘이서 가십시오.”시만자는 마음속에 오기가 치밀어 올라 더 이상 고청란과 다투기 싫었다. 그녀는 자신의 말투가 좋지 않아 고청란 모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기 싫었고 자신을 억울하게 하기 싫었다.고청란은 손을 뻗어 시만자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시 아가씨, 방금은 제가 잘못했으니 화내지 마십시오. 저는 단지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입니다.”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리며 부서질 듯한 눈빛으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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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문 밖으로 나오자 홍작은 더 이상 청란을 속이지 않고 말했다. “방금은 당신의 어머니가 계셔서 말하기가 곤란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한 달만 더 일찍 치료받았어도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잘 돌봐 주도록 하십시오.” 고청란은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방금 까지만 해도 그녀는 시만자의 말을 의심했는데 이젠 믿었다. ‘어머니가 지하감옥에서도 약을 드셨는데 이제 보니 폐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었어. 장공주부의 의원은 의술이 뛰어나 정말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면 분명 좋아졌을 것인데. 그런데 언니가 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녀는 멍하니 처방과 은표를 움켜쥐었다.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 마냥 흘러내렸다. 홍작은 세상의 애환에 익숙해져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일이 다 이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신이 강해지는 것만이 답인 것 같습니다.” 홍작은 당나귀를 타고 떠났다. 시만자도 함께 떠나려고 했지만 고청란의 모습을 본 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를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쨌든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돌봐야 하지 않습니까?” 고청란은 손에 쥔 은표와 처방을 모두 바닥에 내팽개치고 방으로 뛰어들어가 림봉아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말해보십시오. 언니가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림봉아는 잠깐 멍해졌다가 바로 고청란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챘다. 그녀는 한참 동안 멍해 있다가 침울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란아, 사람이라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 네 언니가 정말 힘든가 보구나. 내가 너더러 언니를 멀리하라는 것도 네가 언니를 이해했으면 해서 한 말이었단다. 그녀는 전에 장공주에게 벌을 받은 적이 있단다. 그러니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고통이 있는 것이겠지.”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나는 황실의 믿음을 얻었다고 언니에게 말했었습니다. 언니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고요. 그런데 왜…언니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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