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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8 20:00:00
문 밖으로 나오자 홍작은 더 이상 청란을 속이지 않고 말했다.

“방금은 당신의 어머니가 계셔서 말하기가 곤란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한 달만 더 일찍 치료받았어도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잘 돌봐 주도록 하십시오.”

고청란은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방금 까지만 해도 그녀는 시만자의 말을 의심했는데 이젠 믿었다.

‘어머니가 지하감옥에서도 약을 드셨는데 이제 보니 폐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었어. 장공주부의 의원은 의술이 뛰어나 정말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해 주었다면 분명 좋아졌을 것인데. 그런데 언니가 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녀는 멍하니 처방과 은표를 움켜쥐었다.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 마냥 흘러내렸다. 홍작은 세상의 애환에 익숙해져 말로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일이 다 이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신이 강해지는 것만이 답인 것 같습니다.”

홍작은 당나귀를 타고 떠났다. 시만자도 함께 떠나려고 했지만 고청란의 모습을 본 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를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어쨌든 당신 어머니는 당신이 돌봐야 하지 않습니까?”

고청란은 손에 쥔 은표와 처방을 모두 바닥에 내팽개치고 방으로 뛰어들어가 림봉아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물었다.

“어머니, 말해보십시오. 언니가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림봉아는 잠깐 멍해졌다가 바로 고청란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아챘다.

그녀는 한참 동안 멍해 있다가 침울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란아, 사람이라면 힘든 순간이 오기 마련이지. 네 언니가 정말 힘든가 보구나. 내가 너더러 언니를 멀리하라는 것도 네가 언니를 이해했으면 해서 한 말이었단다. 그녀는 전에 장공주에게 벌을 받은 적이 있단다. 그러니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고통이 있는 것이겠지.”

“그건 진짜 이유가 아닙니다. 나는 황실의 믿음을 얻었다고 언니에게 말했었습니다. 언니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고요. 그런데 왜…언니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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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2화

    방마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장공주가 결코 소봉아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오직 자신의 억울함뿐이였다. 만약 그녀가 송회안과 혼인해 한 번이라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천지가 무너질 듯한 큰 소동을 일으켰을 것이다.송석석은 무시하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대는 첩들은 천하기에 고구한 장공주가 무엇을 하든 모두 은혜라고 하였구나. 그럼 그런 은혜를 내가 그대에게 하사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 내가 너의 사지를 잘라내더라도 너는 기꺼이 바칠셈이냐?" 방 마마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그대가 천하다고 말한 첩들도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자들이다. 부유한 가문이든, 평범한 가문이든 간에 그녀들의 부모 역시 그대가 장공주를 사랑하듯 자신의 자식들을 사랑했을 것이니라. 하지만 그런 그녀들이 납치당해 장공주 저택에서 조용히 죽어갔다. 그런데도 그대는 그녀들이 감사해야 한다 여기느냐? 너무 무서운 세상이라 생각하지 않느냐? 영혼이란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틀림없이 장공주 저택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매년 한의절에 그토록 영혼을 위로하려 했던 모양이구나. 너는 죽은 첩들과 어린 남아들을 꿈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냐?" 방 마마의 손이 갑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송석석의 차가운 눈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생명을 경외하거라." 말을 마친 그녀가 자리를 뜨자 사여묵도 병풍 뒤에서 나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방 마마를 감옥으로 돌려보내라고 명하였고, 그렇게 방 마마는 비틀거리며 끌려 나갔다. 그녀의 굽은 등은 더 이상 예전의 위엄을 조금도 간직하지 못하였다.송석석이 사여묵에 말했다."며칠 기다렸다가 그녀를 다시 심문해야 할 것입니다. 그녀가 고부진의 딸들이 어디로 갔는지, 장공주가 전에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의 행방과 수없이 교체된 경비와 하인들이 생사를 알고 있을 것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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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3화

    진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방금 확인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도 이 책자 여인들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서 바로 본가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듣고 있던 사여묵이 대뜸 물었다. "유골을 건져낸 자들은 돌아왔느냐?" "아직이옵니다. 그 우물은 깊고, 오랜 기간 봉쇄되어 있었기에 악취가 조금 가신 후에야 아래로 내려갈 수 있사옵니다. 상자를 찾은 이들에 따르면, 이미 우물 안으로 내려갔으나, 썩어 팽창한 시체는 건져 올리기 힘들고 시체가 너무 많아 유골을 건져내는 것에 방해가 된다 하였습니다." 사여묵이 말했다. "검시관은 현장에 있었느냐? 경조부에서도 검시관을 보내 협력하게 하라." "이미 보냈사옵니다." "좋다! 바로 궁에 들어가 보고해야 한다. 무기는 다 점검하였느냐?" "이미 점검을 마쳤사옵니다. 종류별로 정리해 두었으니 한 번 살펴보시지요." 진이는 급히 책상에서 책자 하나를 꺼내 사여묵에게 건넸다. 사여묵은 책자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활 1,000자루, 쇠뇌 5대, 화살 380묶음, 한 묶음은 100발, 전신 갑옷 800벌, 장검 300자루, 창 300자루, 단검 300자루, 검 600자루, 화약 3통, 그 외 도끼, 철봉, 회전창 등 무기가 1,000개 이상 기록되어 있었다.이 무기들이 저택 방어를 위해서 사용된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갑옷에 관한 규정은 매우 엄격하였고, 심지어는 친왕부에도 이런 전신 갑옷을 소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소유할 수 있었고 오직 그에게만 허락 되었다. 저택의 경비들은 가죽 갑옷이나 대나무 갑옷을 입었다. 또한, 이 갑옷들조차 밖에 입고 나갈 수 없었고 일단 밖으로 입고 나가면 금기를 어긴 것으로 간주되어 처벌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었고 누군가 이를 문제 삼아을지 여부에 달렸다.책자에 기록된 다른 무기들은 그녀가 어찌 둘러대도 무난했겠으나, 활과 쇠뇌, 그리고 갑옷은 반역의 대죄로 간주되었다.사여묵이 송석석에게 말했다. "나는 즉시 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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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4화

    한의절 밤, 공주부에서 급히 돌아온 시민주와 김도연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이후로 연왕은 화살에 놀란 새마냥 불안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었다.무상 선생의 조언도 필요 없이 이 시점에서 연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죄지은 이가 결백을 외치는 꼴이 된다.무상은 그에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매일 궁에 들어가 병수발을 들며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라고 하였고, 함께 온 사람들 또한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명하였다.연왕은 비록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행동했으나, 커다란 불안감과 걱정이 가득했다. 아무리 소식을 알아보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그는 장공주부와 친밀하게 지내온 사람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친왕이라는 신분 때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 끝에, 유일하게 소식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왕비 시민주뿐이었다. 시민주의 사촌, 시만자가 바로 북명왕부에 있었고, 북명왕비 송석석과는 절친한 사이였다.그래서 오늘 아침 연왕은 궁에 들기 전, 시민주의 방에 먼저 들렸다. "그대는 진성에서 아는 사람도 없으니 이 시기가 무척 지루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 그대에게 여동생이 한 명 있고 북명왕부에 있다 들었다. 그녀를 찾아가서 담소를 나무면서 장공주 사건에 대해 알아보거라. 하지만 절대로 티는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괜히 말실수를 하여 사람들에게 의심을 사지 않도록 명심하여라." 시민주는 연왕이 반역과 관련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자신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밤의 일은 아직도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장공주가 반역 혐의를 받고 있으니, 그녀의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연왕은 얼굴을 살짝 굳히며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바로 그 반역 혐의가 있기에 더더욱 알아봐야 하느니라. 그녀는 어머니의 곁에서 자란 내 친여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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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5화

    하지만 시민주는 차갑게 말했다. "나와 왕야는 부부다. 부부 사이에 어찌 책망할 수 있단 말이냐? 하지만 왕야께서 급히 처리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나도 반드시 중시할 것이다. 가서 마차를 준비하거라. 바로 출발할 것이다." 김도연은 시민주가 나갈 의향을 보이자, 그녀의 경멸 가득한 눈빛도 무시한 채 재빨리 밖으로 나가 마차 준비를 명하였다.하지만 시민주가 막 문을 나서려는 그때, 송석석이 경위들과 함께 연왕부로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엔 송석석을 알아보지 못했고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송석석은 필명과 여러 경위들과 함께 일부러 성대하게 과시하고 있었다.이후 세가 집안의 부인들과 고명을 받은 부인들도 심문할 계획이었기에 일부러 위세를 드러내고 세가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연왕부조차 이 정도의 진영을 갖춰었으니, 그들에게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체면을 살려주는 셈이었다. 그들의 비위를 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감사하다 할 것이니 말이다.시민주는 그들이 연왕부로 들어가려 하자 즉시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뭣들 하는 것이냐? 여기가 연왕부란 것을 잊은 것이냐?" 그러자 필명이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경위는 황제의 명을 받들어 대리사와 함께 사온의 반역 사건을 수사하고 있소. 연왕비 시민주와 측비 김도연에게 몇 가지 물어볼 말이 있소." 시민주는 어리둥절했다."반역 사건과 연왕부가 무슨 연관이 있다. 그러는 것이냐? 물을 것도 없으니 돌아가거라!" 그러자 송석석이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연왕비께서는 황명을 거역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그때 김도연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청에서 뛰어나욌다."황제의 어명이니 어서 들어오시지요." 고개를 든 그녀는 그제서야 관복을 입은 송석석을 알아보았는데, 당황하지는 않은 듯 해 보였다. 다른 소식은 모르더라도, 송석석이 현갑군 지휘사로 임명되었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알고 보니 송 지휘사이시군요.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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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756화

    옥경의 무례한 태도에도 송석석은 분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보좌관에 말했다."옥경 현주의 태도는 불손하고 황명을 거역하려는 듯 보였다고 기록하거라!" 보좌관은 즉시 책을 펼쳤고, 필명은 재빨리 먹을 갈며 대답했다. "예."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당황한 옥경이 펄쩍 뛰었다."송석석, 허튼소리 하지 마시오! 내가 언제 황명을 거역했단 말이오?" 송석석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옥경 현주가 나에게 호통을 치며 악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덧붙이거라." 보좌관은 재빠르게 글을 써 내려갔다. "이미 기록하였습니다." 옥경은 보좌관이 송석석이 말한 대로 써 내려가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찢으려 했다. 하지만 필명이 칼을 뽑으며 차갑게 말했다!"또 기록하시오. 옥경 현주가 자백서를 찢으려 하였소." 칼에 막혀 뒤로 물러난 옥경은 감히 더는 화를 내지 못했다.송석석이 사촌지간의 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을 본 김도연은 재빨리 화해를 시도했다. "부디 이 아이의 소행을 마음 담아두지 마십시오.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몰라 그러는 것뿐입니다. 사촌지간이시니 굳이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송석석은 옥경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냉정하게 말했다. "경위가 사건을 수사하는 데는 공정하고 사심이 없야 하니 사촌지간의 정을 운운하지 마시오. 친어머니와도 별다른 정이 없는 자들이 나와 무슨 정이 있겠습니까?" 송석석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김도연은 곤란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송 지휘사님께서 물으시는 것들을 아는 대로 모두 대답하겠습니다." 그러자 송석석이 김도연을 주시하며 물었다. "사온이 무기를 은닉한 사실을 그대들은 알고 있었습니까?" 김도연은 즉시 손을 휘저으며 보좌관, 보현을 바라보았다."모릅니다.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왕야께서도 아시지 못하는 일이지요." 송석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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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의 질문에 방 안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들이 대답하는 순간 모든 것이 기록되기 때문에 모두가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불효는 큰 죄였기에 당장 죄를 묻지 않더라도, 소문이 퍼지면 결코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었다.어느 대가에서 불효한 자식을 며느리로 맞이하려 하겠는가? 그들 중 오직 사여령만이 참회의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또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을 한 번 훑어보던 송석석이 보현에게 말했다. "선대 연왕비의 적자와 적녀, 서자와서녀들은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고 기록하거라. 그들이 참회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개의치 않는 것인지 알 수는 없구나."그러자 옥경이 서둘러 말했다. "어찌 그리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어찌 어머니를 돌보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 당시 아버지의 건강도 좋지 않아 아버지를 돌봐야 했고 우리도 어린 나이였기에 시집가지 않았으니 청목암에 갈 수 없었을 뿐입니다." 송석석의 눈에 비웃음이 스쳤다."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니, 모두가 그를 돌보려고 집에 남았고 정작 위독하신 어머니는 청목암으로 보내졌군요. 왜 연왕부에서 치료하지 않았지요? 그대들이 돌보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오? 아니면 연왕비께서 연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끄러운 짓들을 알게 된 것이오?" 김도연이 갑자기 몸을 떨며 말했다. "송 지휘사님, 그 말은 삼가셔야 합니다. 그 당시 왕비께서 청목암으로 가신 것은 본인께서 원하신 것이고 저희가 말렸으나 듣지 않으셨습니다. 더구나 이는 우리 연왕부의 가사 문제이니 경위가 연왕부의 집안일에 관여할 자격은 없습니다." 시민주 또한 선대 연왕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듣기 싫었다. "그렇습니다. 이것은 반역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그대가 아무리 높은 관직에 올라있더라도 친왕부의 가사 문제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북명왕비일지라도 아래위는 엄연히 지켜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건 우리 연왕부의 가사 문제일 뿐이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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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김도연은 갑자기 입을 틀어막으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 여인이 문턱을 넘은 지 3년 만에 죽었단 말씀입니까? 게다가 손발이 잘려 죽었다 하였습니까?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녀가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그리도 모질게 대했단 말입니까? 저는 그 여인이 청백한 가문에서 자라 성품이 훌륭해 보여 장공주에게 보낸 것인데.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장공주께서 그토록 대했단 말입니까?” 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잘못은 그대 눈에 띄었다는 것입니다." "그건..."김도연은 억울했다.“저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그 여인을 위했던 것입니다. 고후부는 대가였으니, 평민에게 시집가는 것보다는 고후부의 첩이 되는 것이 더 나을 것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송석석은 여전히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대는 그 여인이 공주부에서 지내게 될 줄 몰랐단 말입니까? 꽤나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 같군요.”김도연은 급히 해명했다.“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고부진도 공주부에 살지 않았기에 저는 그 여인 또한 고후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장공주가 왜 그리 대했는지도 모릅니다.” 평소에 김도연을 돕는 일이 없었던 시민주는 송석석이 큰소리로 호통치는 모습에 위기를 느꼈는지 생전 처음으로 김도연을 위해 나섰다.“송 지휘사님, 저는 김측비가 그 여인은 위해 그런 것이라 믿습니다.” 송석석이 냉소하며 말했다.“좋은 마음이라, 그러면 이 여인이 자발적으로 갔단 말입니까? 아니면 그대가 속여서 끌고 갔습니까?” 김도연은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자발적으로 간 것입니다.. 저는 그녀에게 진성으로 가면 고부진의 첩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그녀와 그녀의 가족 모두 동의한 것입니다. 또한 저는 혼례금도 주엇고 그녀의 친정에서도 혼수를 보탰습니다. 이것은 조사해도 좋습니다.” “당연히 조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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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6화

    고청우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역겹다는 눈빛이 새어 나왔다. ‘버러지 같은 놈, 능력도 없고 용맹하지도 못하면 마음이라도 독하게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천하의 멍청한 놈!’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저희 서방님은 선하신 분입니다. 제가 서방님을 참 잘 만난 것 같네요.”한편, 결심을 하고 나니 왕표는 되레 마음이 너무 편했다. 그는 고청우의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눈앞의 이 여자와 남은 평생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상상을 하고 있었다.지금까지 남들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삶도 살아봤고 나라를 위해 목숨도 잃을 뻔했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왕표는 절대 잘못한 게 없으며 더군다나 그가 남강에 있든 없든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어차피 제린과 방천허 등 부하들은 그를 원수로 인정하지도 않으니 말이다. “가서 왕진을 불러오게. 이곳을 떠나기로 했으니 그자와 논의해서 우리 사람들을 전부 데리고 가야지.”왕진은 본래 평서백부의 교두였는데 왕표를 따라 남강 전쟁에 뛰어든 것이었다.왕표는 전에 최씨가 그의 곁에 몰래 사람을 붙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부인 고청우가 남강에 오고나서 최씨가 심어놓은 사람들을 전부 제거한 것이다.때문에 지금 저택에 남아있는 부하들은 왕표의 믿음을 듬뿍 받고 있는 자들이다.한편, 왕표의 계획을 들은 왕진이 흠칫 놀랐지만 이내 찬성했다.남강에 오기 전, 왕진은 진성에서 더할 나위 없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고 평서백부에서 교두로 지내던 나날들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하지만 왕표를 따라 남강에 오고 나서부터 좋은 술을 마셔본 적도 없고 입맛에 맞는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 부귀영화를 누리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데 그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더군다나 전쟁이 터져서 왕표가 전장에 나가면 왕진도 따라가서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왕진 등 사람들은 정식적인 사병이 아니기에 지금 도망간다고 해도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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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래 저택 안으로 들어온 무당은 10분 뒤, 다시 뒷문으로 빠져나갔다.한편, 저택에 앉아있던 왕표는 온몸에 힘이 쫙 풀렸으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조금 전, 무당은 저택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쓱 훑어보더니 담담하게 한 마디만 뱉었다.“장군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그리고 나서는 고청우가 아무리 울며 빌어도 무당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굿을 해달라고 해도 단호하게 거절하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얘기했다.그러다가 저택을 떠나기 전, 무당은 왕표에게 말을 전했다.“이 땅은 장군의 무덤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가족들을 달 대피시키십시오.”무당의 말에 왕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이 남강 땅에 얼마나 많은 장군의 뼈들이 묻혀 있단 말인가! 더할 나위 없이 용맹하고 전쟁 경험이 많은 송회안 부자도 이 땅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왕표는 송회안 부자를 존경하지만 두 사람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만약 전장에서 죽는다면 평서백부가 아무리 대대손손 흥한다고 해도 왕표는 전혀 그 영광을 누리지도 못할 것이고 심지어 그의 부인과 아들도 이를 누릴 수 없다.이때, 고청우가 뒤에서 왕표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서방님, 서방님께서 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면 저와 아들도 서방님을 따라 가겠습니다.”“아니, 난 절대 죽을 수 없어!”눈물을 뚝뚝 흘리는 고청우를 보며 왕표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고청우의 손을 덥석 잡더니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우린 아무도 안 죽을 것이오. 전에도 약속하지 않았소?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남강 땅을 떠날 것이오!”흠칫하던 고청우가 당황한 기색으로 왕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저희가 정녕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요? 이 저택에 저희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모든 걸 버리고 몸만 떠날 수는 없지 않습니까?”왕표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안일한 생활을 오랫동안 보낸 왕표는 절대 가난하게 살 수는 없었다.반드시 당당하고 순조롭게 금은보화를 저택 밖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4화

    한편, 남강에서 왕표는 며칠동안 계속 좌불안석이었다. 그는 사국 병사들이 정말 쳐들어올 줄은 몰랐으며 시씨 가문 도련님이 보낸 서신이 사실일 줄도 전혀 몰랐다.왕표는 방천허 등 사람들과 몇 번이고 논의를 했지만 그자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으며 쳐들어오면 바로 전쟁을 치르면 된다고 했다.방천허가 보인 자신감에 왕표는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지만 전쟁이 일어난 순간 왕표는 절대 군영에서 지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그리고 방천허 등 병사들에게 정말 그만한 실력이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송씨 가문 군대와 북명군은 평소에도 건방진 태도로 왕표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병사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승산이 높지 못할 것이다.왕표는 자신의 다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비가 내리면 다친 무릎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으며 전장에서 다리도 잃을 뻔했다.진성으로 돌아가 오랜 시간의 치료를 통해 겨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가끔 다리가 불편했다.왕표는 전장에서 죽음에 이르렀던 그 순간을 여전히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살인으로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심지어 칼을 들 힘도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몸에 입고 있는 갑옷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적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누군가가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왕표는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렸을 것이다.물론 이제 원수가 된 왕표는 굳이 전장에 직접 나갈 필요가 없지만 남강에는 원수가 숨어서 지휘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앞장서서 싸워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다.그 전통을 만든 사람이 바로 송회안과 사여묵이었고, 제린과 방천허도 이 전통을 찬성하는 바였다. 원수가 전장에 직접 나서야만 병사들의 투지와 열정을 끌어올릴 수 있어, 짧은 시간 내에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바로 그때, 대문이 열리며 고청우가 인삼차를 들고 들어왔다.왕표는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숨긴 채 고청우를 쳐다보았고 고청우는 조금 전에 울고 온 듯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3화

    임 태의는 북명왕의 상태가 걱정되어 황실에 남아 밤을 보내려고 했지만 저녁쯤 돌아온 단 신의가 한걸음에 황실로 달려와 북명왕에게 단설환 한 알을 건네 주었다.단설환을 복용한 북명왕은 흉부 통증이 바로 완화되었고 임 태의가 맥을 짚어보니 그가 처방한 약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임 태의는 오래 전부터 단 신의의 명성을 익히 전해 들었기에 굳이 자신이 황실에 남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위로 몇 마디를 남긴 뒤 황실을 떠났다.임 태의가 가자마자 단 신의는 북명왕을 위해 처방을 했고 제자를 시켜 약왕당에서 가서 약재를 구해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약을 먹은 사여묵은 가슴에 꽉 막혀 있던 큰 돌멩이가 사라진 기분이었으며 겨우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있었다.“임 태의가 내일도 찾아올 걸세. 때문에 왕야께서 진성을 떠난다고 해도 내일 저녁까지 저택에 계시다가 출발하셔야 하네.”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임 태의께서 내일 다시 장군님의 맥을 짚어본다면 모든 게 들통나는 거 아닙니까?”“사람을 시켜 저택 밖에서 지켜보다가 임 태의가 나타나면 내가 다시 왕야께 약을…”“약을 또 드셔야 한다는 겁니까? 더 이상 중독되면 안 됩니다.”송석석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다급하게 말하자 단 신의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렇게 걱정됐다면 그 반 알도 드시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송석석이 후회 막심한 표정을 지었고 단 신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남은 반 알을 먹이려는 게 아니네. 현빙환이라는 약이 있는데 조울증을 치료하는 약이라 이 약을 복용하면 맥박이 여전히 이상하게 보일 걸세.”그제야 마음이 놓인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그 전에 드신 약이 이미 심장을 손상시켰는데 거기에 이 현빙환까지 드시면 몸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겠습니까?”“큰 문제는 없을 것이네. 그래서 치료제로 이런저런 약을 많이 드리지 않았나?”단 신의의 말에 곁에 서있던 동동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왕야께 현빙환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2화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친위병 몇 명을 거느린 척귀가 임 태의와 오대반과 함께 북명 황실로 향했다.송석석은 며칠동안 공무를 내려놓기로 하고 모든 업무를 필명과 오진에게 맡겼다.시만자도 송석석을 통해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고 오늘 임 태의와 오대반이 저택에 왔다는 소식에 시만자는 괜히 어설픈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나타나지 않았다.임 태의와 오대반은 이내 두 눈이 퉁퉁 부은 송석석을 만나게 되었고 오대반이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왕비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 태의가 계시니 왕야께서도 조만간 호전될 것입니다.”“감사합니다.”송석석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한편, 척귀 등 친위병은 왕야와 왕비의 침실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기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척귀는 침실 밖에 나타난 염구진을 보자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물었다.“염 선생, 폐하께서 왕야를 걱정하셔서 이렇게 소인을 보냈습니다. 혹시 왕야께서 예전에도 이런 질병을 앓으신 적이 있으셨습니까? 왜 갑자기 쓰러지신 겁니까?”염구진은 척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짜증이 확 났고 요즘 따라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는 것 같았다.그는 황제의 이러한 조사가 결국 불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염구진은 짜증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왕야께서 이토록 바쁘신데 쓰러지지 않을 수가 없지요. 언젠가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낮에는 대리사에서 공무를 처리하시고 저녁에는 잡다한 일로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저택으로 돌아오십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조정에 참석하시느라 한 시간도 채 못 주무시는데 몸이 어떻게 건강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노주로 가셨을 때 산속에 숨어 지낸 탓에 추위에 약해지셨고 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신 적이 없었지요.”척귀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어명을 받고 탐문하러 온 척귀는 지금 이 순간 북명왕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으며 북명왕처럼 매일 바쁘게 살면 쓰러지지 않을 사람이 없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1화

    저녁쯤, 숙청제가 송석석을 궁으로 불렀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송석석을 보며 숙청제는 사여묵이 아프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너무 걱정하진 말거라. 임 태의가 있으니 상황이 호전될 것이야.”숙청제의 말에 송석석은 영혼을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감사합니다, 폐하. 소인이 단 신의께 소식을 전했으니 단 신의께서도 곧 돌아오실 겁니다. 단 신의에게 좋은 약이 있으십니다.”“단설환을 얘기하는 것이냐?”숙청제도 단설환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으며 진성에 있는 황족과 세가들은 돌발 상황을 대비하여 한두 알 정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2년 전부터 이 약은 거의 판매를 하지 않았기에 매우 귀한 약이 되었다.“네.”“단 신의는 언제쯤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냐? 그 약을 약왕당에서 구할 수는 없는 것이냐?”숙청제의 물음에 송석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무리 빨라도 삼일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약왕당에도 현재 이 약을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홍작한테서 들었는데 단 신의께서 단설환 두 알을 가지고 계신다고 합니다.”“그럼 단설환 외에는 다른 약이 없느냐?”숙청제는 단설환의 약효가 좋다는 건 인정하지만 들리는 소문처럼 그리 신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저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고 여겼다.“다른 약은 약효가 그리 좋지 못합니다.”머뭇거리던 송석석은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전북망 장군님 모친께서도 심각한 심장 질병으로 거의 사망하시기 직전이셨는데 단설환을 드시고 목숨을 부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뒤로 매달 단설환 한두 알씩 드셨다고 하는데 효과가 확실했다고 합니다.”숙청제도 이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망자를 언급하는 건 재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내 송석석을 위로했다.“임 태의한테서 들었는데 상황이 조금은 호전되고 있으니 치료를 받고 충분히 휴식하면 곧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네, 폐하. 오늘 임 태의가 계셔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송석석의 눈시울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0화

    어서방에서, 임 태의가 허리를 숙인 채 황제에게 사여묵의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두 시간 전, 대리사 소경 진이가 북명왕의 옥패를 들고 태병원으로 달려와 북명왕이 갑자기 쓰러졌다고 외쳤다.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숙청제도 이내 보고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소인이 보기엔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의심됩니다. 상황이 매우 위험한데 소인이 도착했을 때 왕야는 이미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계셨습니다. 침술을 몇 번이나 사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셨는데 제대로 걷지 못하셔서 마차에 태워 황실로 보내 드렸습니다.”“왜 갑자기 발작을 한 것인가? 전에는 한 번도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숙청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며 속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찌 됐든 사여묵과 피를 나눈 형제였기에 평소에 의심하고 경계한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소인도 황실에 계신 염 선생한테서 들었는데 왕야는 얼마전 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했고 가끔 기침을 심하게 했다고 하셨습니다.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셨습니다. 소인이 보기엔 고뿔이 악화되면서 발작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숙청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지만 조금 의심이 들기도 했다.“고뿔을 앓고 있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태가 악화될텐데, 왜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냐?”“폐하, 염 선생께서는 왕야가 진성에 돌아온 뒤로부터 너무 바빠서 쉴 시간도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고뿔 외에도 마음에 걱정되는 일이 있어서 고뿔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뿔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평소에 풍채가 좋은 분들은 증상이 확실하게 티가 나지 않아서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잘 모릅니다. 왕야도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숙청제는 의학에 대해 전혀 몰랐기에 그저 물을 수밖에 없었다.“그럼 이젠 조금 나아졌느냐?”“폐하, 왕야는 현재 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절대 과로해서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9화

    이날 저녁, 송석석은 약왕당에서 받아온 약을 사여묵에게 건넸고 약의 위험성까지 자세하게 얘기했다.사여묵은 망설이는 듯한 송석석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위로했다.“이 정도 상해는 충분히 견딜 수 있소. 그리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약들도 이렇게 잔뜩 가지고 오지 않았소? 나중에 어의에게 진단만 받으면 바로 단설환을 먹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오. 남강으로 가는 길에도 단 신의의 당부를 잊지 않고 매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겠소.”“그래도 결국 독약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저희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사여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보기엔 지금으로써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소. 단 신의가 말을 무섭게 해서 그렇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히지 못할 거요. 그렇게 위험한 약이었다면 애당초 꺼내지도 않았겠지.”“그럼 일단 염 선생과 상의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그럴 필요 없소!”사여묵이 약을 내려놓은 뒤, 커다란 손으로 송석석의 허리를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리하오. 나중에 내가 대리사에서 쓰러지면 진이가 내 옥패를 들고 어의를 찾아갈 것이고 황실로 달려온 어의가 우왕좌왕하는 염 선생을 보아야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사여묵의 가슴팍에 기대어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전 장군님이 너무 걱정됩니다.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남강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가는 내내 제대로 쉴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남강에 가서도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전장에 어떻게 나가시려고 그러십니까?”송석석의 걱정에 기분이 좋아진 사여묵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난 왕표를 무조건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오. 일단 제린을 찾아 병사들 속에 숨어 있다가 왕표가 제대로 군을 이끈다면 난 남강 구경이나 하다 올 것이오.”사여묵의 위로에도 송석석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왕표가 군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거라는 확신 때문에 두 사람이 지금 이런 모험을 하고 있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8화

    화가 난 단 신의는 송석석의 말에 설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럭 언성을 높였다.“난 멍청한 사람을 돕지 않소. 당신들은 그런 천하의 멍청이가 따로 없소!”“세상에 이런 멍청이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한번만 더 모험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약속할게요.”송석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단 신의가 미간을 찌푸렸다.“모험을 하고 싶어도 이제 못할 수도 있소. 돌아오면 황제께서 그 죄를 어떻게 물으실 줄 알고 이러는 것이오. 그러다가 머리가 잘릴 수도 있소.”“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단 신의는 고집을 부리는 송석석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백성들에게는 두 사람과 같은 멍청이들이 필요하긴 했지만, 단 신의는 그 멍청이가 송석석과 사여묵은 아니길 바랐다.결국 단 신의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상자를 꺼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곤 조심스럽게 열었다.상자 안에는 땅콩 만한 검은 알약 하나가 있었다.“똑똑히 기억하시게. 이건 독이오. 이 약을 먹고 나면 맥박이 이상해지고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네. 그리고 짧은 시간내에 심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이건 그저 보여지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네. 이 약을 먹고 3일 정도 버틸 수 있는데 3일 뒤에는 반드시 단설환을 복용해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심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소.”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그럼 당연하지. 이건 독이오.”“그럼 단설환을 먹고 나면 바로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그렇지 않소. 며칠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하네. 눈속임을 하고 나서 바로 출발하면 절대 안 되오.”위험할 수도 있다는 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은 단 신의가 건네는 약을 받지 않았다.“그럼 혹시 다른 약은 없는지요? 폐하를 속이고 나서 장군님은 바로 출발하려고 할 겁니다. 실제로 중독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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