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1289 챕터

제711화

그들에게서 악취가 진동했다. 그중 두 명은 정신이 온전치 않았고 들어오자마자 제사상에 놓인 과일을 미친 듯이 먹어 치웠다. 마치 굶주려 미쳐버린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리고 몇몇은 그저 바닥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오랫동안 병에 시달린 듯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이들의 정체를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또 다른 무리가 들어왔고 들어오기 전부터 지독한 악취가 진동했다. 그 냄새는 마치 썩은 고기에서 나는 냄새처럼 역겨웠다. 시민주는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몸을 숨겼다. 손발이 불구인 여인들이 한 명씩 들려오는 것을 본 고승들은 ‘아미타불’이라 되뇌었다.자비심을 지닌 이들조차 이 끔찍한 광경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들은 숨을 삼키며 하나같이 뒷걸음질을 쳤다. 안여옥은 손수건을 꺼내 코를 가리고 태부인들과 함께 상황을 확인하러 다가갔다. 그들이 다가가 보니, 상처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했다.안여옥의 얼굴에는 분노가 서렸다. “어서 이들을 의원에 보내거라.” 안여옥이 다급히 외쳤지만, 사람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견디기 힘든 악취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 때문이었다. “부의가 있지 않느냐? 부의는 어디에 있느냐?” 량아진은 밖으로 도망치는 어느 한 시녀를 붙잡고 덧붙였다.“어서 부의를 모셔 오거라!” 시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정원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들로, 지하 감옥의 실태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끔찍한 상태로 들려오는 여인들 중 몇몇은 낯익었고, 또 몇몇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그들의 모습은 모두 형편없었다. 량아진의 외침에 시녀들은 헐레벌떡 부의를 찾아 나섰다.평소에 손끝 하나 베어도 난리가 났던 부인들은 이 처참한 광경에 완전히 혼비백산했다.다리가 잘린 여인은 너무나 쇠약해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두 눈을 뜬 그녀는 슬피 우는 것 같기도 하고 크게 웃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너무나 소름 끼쳤다.“마침내 죽이려는 겁니까? 제발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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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싸움이 계속될수록 전북망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처음 성릉관 전장에 나갔을 때를 떠올렸다. 적에게 포위되어 죽을 뻔했을 때, 소장군이 그를 구하려다 팔을 하나 잃었다. 그때도 죽음이 임박한 두려움을 느꼈었다. 잠시 한눈판 순간, 전북망은 적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쓰러졌고 다음 순간, 번쩍이는 칼날이 날아와 본능적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장공주의 발밑에 다다르자, 장공주가 사악한 얼굴로 칼을 들어 그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죽어라!”전북망은 두 손으로 칼을 간신히 붙잡았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그 순간 부병들이 다시 달려들었다.바로 그때, 경위병들이 지하 감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계단 위에 있던 필명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전북망을 향해 칼을 휘두르던 부병을 차버리고 전북망을 구했다.싸움은 계속되었다. 필명이 이끄는 정예 부대는 순식간에 적을 제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병들의 목에 칼이 겨눠졌다. 장공주는 순식간에 뒤집힌 상황을 바라보며, 이미 각오는 했지만 너무나 빠르고 갑작스러운 패배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기운이 빠진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위병들은 횃불을 들고 지하 감옥을 밝혔다. 이곳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었다. 이곳은 작은 무기고였다. 화약을 발견한 필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장 횃불을 꺼라.” 필명은 즉시 명령했다. 횃불이 꺼지자, 희미한 등불이 은은한 빛나고 있는 무기들을 비추었다. 이 무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필명은 전북망과 부상을 입은 경위병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도록 명령했고 그 외의 모든 사람은 끌려 나갔다. 장공주에 대해서는 처벌할 권한이 없었기에, 필명은 사람을 보내 지하 감옥을 지키게 하고 장공주를 감시하도록 했다. 그녀의 행동을 제한하진 않았으나, 공주부를 떠나는 것은 금지되었다. 처분은 황제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부상을 당한 전북망과 네 명의 경위병들은 상태가 심각하여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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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여러 태부인들과 안여옥 등이 차례로 떠나고, 승상 부인만이 장공주부에 남아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고통받은 여인들을 치료하려면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대장공주가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녀를 감시할 사람도 필요했다.어느 정도 치료를 마친 전북망과 그의 동료들은 경위병과 순방영이 마무리 작업을 끝낸 후 그들을 책임지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경단에 배치되어 있었고 여자들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부병들을 모두 제압한 필명은 공주부의 하인들도 한곳에 모아놓고, 모든 관리들을 통제한 뒤에야 전북망과 그 일행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습니까? 견딜만하신지요?” 다섯 명 중 두 명은 중상을 입었고, 피는 멈췄으나 상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의원이 아직 움직여선 안된다 하여 두꺼운 담요로 덮어주었다. 전북망과 다른 두 사람도 심하게 부상당했으나, 그나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전북망은 이제서야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해왔고 이를 악물며 간신히 대답했다.“괜찮소.” 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견뎌주셨습니다.”잠시 망설이던 전북망이 다시 물었다. “그 자객들은 모두 잡혔소?” 그러자 필명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자객들은 모두 도망쳤고 한 명도 잡지 못했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거의 죽을 뻔한 순간을 떠올린 전북망은 분노가 솟구쳤다. “그 자객들... 우리가 이용당한 것일 수도 있소. 자객 중 한 명과 겨뤘고 얼굴을 가렸지만, 나는 그자를 알아볼 수 있었소.” 필명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제가 지하 감옥을 어떻게 찾았는지 아십니까? 그대는 공을 세웠습니다.” 깜짝 놀란 전북망은 잠시 멍해졌다. 공을 세웠다고? 이 문제는 깊이 생각할 틈이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필명의 말을 되새겼다. 어떻게 자신이 위치한 지하 감옥을 찾을 수 있었을까? 장공주가 들어온 후 지하 감옥은 잠겨 있었으니, 입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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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장공주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쓰러져버린 림봉아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감히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했다. 함께 있던 경위병들은 장공주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 없어, 그저 경고만 할 뿐이었다. “그만하시오. 그녀를 놓으시오.” 장공주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얼굴의 반을 가려 음침하기 이를 데 없었다.“너 따위가 감히 나에게 명령을 해? 다시 한번 지껄여보거라!” 그녀는 림봉아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경위병들에게 다가갔다. 경위병들은 그녀를 건드릴 수 없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때 승상부인이 다가오더니 장공주의 따귀를 힘껏 날려버렸다. “내가 쳤다. 어쩔 테냐? 이 미친년아!” “네가 감히!” 장공주는 림봉아를 놓고 승상부인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그냥 둘 수 없었던 경위병들이 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장공주는 승상부인에게 닿지 못하자 경위병의 얼굴을 긁으며 발광했다. 얼굴이 긁혀 피투성이가 된 경위병들은 계속 난폭하게 구는 그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렇게 앞으로 넘어진 장공주는 이마가 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승상부인이 차갑게 명령했다. “밧줄을 가져오거라. 너희가 묶지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 경위병들은 급히 밧줄을 가져왔다. 승상부인의 명령이 떨어졌기에 그녀가 직접 나설 필요 없었다. 명을 받은 경위병들이 장공주를 기둥에 단단히 묶었다.장공주의 이마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 몸부림쳤지만, 단단히 묶인 터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승상부인을 노려보며 거친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이 나라의 장공주다! 네가 감히 황족을 모욕했으니, 너와 네 집안은 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네 놈들은 전부 참형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승상부인은 차갑게 대꾸했다. “미친 척은 그만하거라. 한 짓이 있으니,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여라. 네가 미쳤든 아니든, 국법은 모두를 공정하게 처벌할 것이다.” 장공주의 쉰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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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사여묵의 심각한 표정에 그들은 서원 지하에 뭔가 큰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사여묵이 자리에 앉자마자 송석석이 차 한 잔을 따라 건네며 말했다. “먼저 물 한 잔 마셔요. 제가 곧 데워둔 음식을 가져오게 할 겁니다.” 사여묵은 지하 감옥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분명 배가 고플 터였다. 물 한 컵을 단숨에 마셔버리는 것을 보니 꽤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분부를 마친 송석석이 다시 서재로 돌아왔다. 사여묵은 그들이 묻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당신 당숙 일가는 무사하오. 다행히 심한 고초는 없었고, 그저 지하 감옥에 갇혀 겁만 먹었을 뿐이오.” 송석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숙께서 진짜로 잡혀갔던 거군요.” “그렇소. 그가 있어서 처와 자식들이 그나마 놀라지 않았던 것 같소.” 사여묵은 스스로 다시 물을 따라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자들은 대부분 고부진의 첩들이었고 모두 구출했지만,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고 불구가 되었소.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소. 서원 지하 감옥에는 무기와 갑옷, 화약까지 숨겨져 있었고 반란을 일으키면 장공주가 무기와 갑옷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소.” 송석석은 눈을 반짝 빛났다.“역시! 저는 처음부터 서원이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공주부에 숨기다니, 이리도 대담할 줄은 몰랐네요. 만약 발각되면 큰일 날 텐데, 그녀는 어찌 그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을 했을까요?” 염 선생이 대답했다. “만약 친왕부였다면 감히 그런 일을 하지 못했겠지요. 어느 누가 공주부에 지하 감옥이 있을 것이라 상상이나 하였겠습니까? 더욱이 공주부는 수색하기 어려운 곳이니, 무기를 숨기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었을 것입니다. 무기가 있어도 쉽게 발견되지 않을 테니까요.” 사여묵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소. 천재지변 같은 큰 일이 아니라면, 아무도 감히 공주부를 수색하려 하지 않소. 그래서 공주부를 선택한 것이고 가장 안전하다 생각했을 것이오.” 장공주와 연왕이 결탁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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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염 선생이 말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사람을 구출한 것만이 아니라, 큰 사건을 밝힌 것이라 우리 북명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는 아니지요. 목숨을 걸고 싸운 이가 그 공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북망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지 맙시다. 장군께서는 어서 식사하시고 씻으셔야 합니다.”염 선생은 더 이상 전북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 왕비가 불편해할까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식사를 재촉하고 되도록 빨리 씻을 것을 권할 셈이었다. 몸에 풍기는 감옥의 냄새가 너무 지독하기도 했다.하지만 시만자는 여전히 불만스러웠다. “어쨌든 전북망이 우리 계획에 끼어들어 공을 세운 건 정말 불쾌합니다. 차라리 필명이 그 공로를 가져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시만자는 전북망이 송석석에게 상처를 주고 그녀의 지참금까지 탐낸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비록 그들과 함께 전장에 나갔었지만, 시만자는 전북망을 결코 같은 부류로 보지 않았다. 그녀는 전북망을 항상 경멸했다.염 선생은 웃으며 말했다. “필명도 분명히 공로를 세웠습니다. 전북망이 모든 공을 가져간 것이 아니니,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그리고 전북망이 혼자 지하 감옥에 들어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진짜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시만자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석석아, 넌 어때?” 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과거를 떠올리면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장군부에 시집간 적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심지어 ‘전북망’이라는 이름도 낯설어. 그러니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여길래.” 시만자도 마지못해 말했다.“좋아, 그럼 아주 불쾌한 낯선 사람으로 생각하자.” 송석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사여묵은 송석석을 한 번 쳐다보았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 그다지 개의치 않았지만, 송석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았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사여묵은 느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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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숙청제는 이번 사건에서 반역과 관련된 증거가 발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내실의 음모로 짐작했고 너무 도가 지나치다 느껴 한번 나서서 제재를 가하려 했으나, 직접 개입할 수 없었기에 한발 물러서서 이번 한의절에 맞춰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사실 오늘 밤 장공주부에 공격이 있을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최근 들리는 소문이 너무 많았다. 특히 량소가 흠뻑 빠졌던 그 여인이 장공주의 서녀라는 말에 그는 공주부와 고부빈을 조사하게 했다. 그 결과 고부진이 상인 림씨 가문과 교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림씨 가문의 한 여인이 북명왕부에 몇 번이나 드나든 것으로 밝혀졌다.몇 가지 소소한 정보들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공주부는 이번 한의절에도 늘 그랬듯이 고승을 초청해 초도식을 거행한다는 점과, 마침, 심청화가 한의절 전에 진성에 도착했다는 점이 맞아떨어졌다. 그는 송석석과 장공주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떠올리고 이번 일들이 림씨 가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송석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옳고 그름을 분명히 아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만약 림씨 가문이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리고 장공주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에 그녀가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무엇보다도 이 시점에서 송지안의 아내와 자식들이 실종되었으니 만약 이 일이 장공주와 관련되어 있다면, 송석석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이것이 그가 내렸던 전반적인 추측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발견되고 대량의 화약이 쌓여 있는 것을 본 그 또한 충격을 금치 못했다.마음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사여묵은 즉시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숙청제는 목승상에게 말했다. “승상은 먼저 물러가거라. 나는 아우와 몇 마디 더 나눠야겠다.” 목승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시지요. 승상!” 사여묵은 공손히 작별 인사를 건넸다. 사여묵을 한 번 바라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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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사여묵은 황제의 표정을 살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렇습니다. 그들이 실종된 후, 왕부와 국공부에서 많은 사람을 동원해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지요. 결국 장공주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청란을 공주부로 돌려보내 하인들에게 알아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 송지안의 아내와 아이들이 실종된 그날 밤, 공주부의 호위병들이 두 아이와 임산부 한 명을 지하 감옥으로 데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공주부가 관련된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주부를 함부로 침입할 수 없었고, 마침, 한의절이라 공주부가 매년 고승을 초청해 초도식 거행했지요. 순찰병과 부병들이 그날 특별히 경비를 강화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객으로 그들을 공주부로 유인해 구출 작전을 진행한 것입니다.”숙청제가 대뜸 물었다. “그 외에 나에게 숨긴 것이 더 있느냐? 정녕 장공주가 반역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정녕 공주부에 그렇게 많은 갑옷과 무기가 숨겨져 있는 줄 몰랐느냐?” 고개를 든 사여묵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장공주는 황족으로서 높은 지위에 있고, 또 자식도 없는데 그녀가 반역을 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은 숙청제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사여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앉아서 얘기해 보자.” 사여묵은 황제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숙청제는 머릿속에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의심스러운 사람이 몇 명 있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들은 대부분 진성에 머물지 않았고, 이번에도 영태비때문에 진성에 돌아온 것이었다. 게다가 연주 쪽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고,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진성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로는 휘왕과 회왕이 있었지만, 그들일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봉지에 있는 황숙들, 예를 들어 기왕, 안왕은 종일 술과 여자에 빠져 사치스러움이 극에 달한 자들이었다...아니다, 연왕은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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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사여묵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 대답했다. “무장들에 대해서는 아직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썩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었지만 숙청제는 격분하지 않았다. “대리사는 이 사건만 처리하거라, 내가 따로 사람을 보내 조사할 것이다.” “예, 폐하.” 숙청제는 엄지손가락의 옥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전에 듣기로 당분간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숙청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석석은 현갑군의 부지휘관이고 너는 이미 대리사 경이 되었으니, 현갑군 지휘관 자리는 내려놓거라. 나는 석석이를 현갑군 지휘관으로 임명할 생각이다.” 사여묵은 조금 놀랐다.“폐하, 실권이 있는 자리로 말입니까?” “그렇다. 그 애가 바로 그 자리에 오를 것이다.” 사여묵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폐하, 조정에 여인이 장군으로 임명된 전례는 있으나, 관직을 맡은 선례는 없습니다.” “그런 선례는 만들면 그만이다.” 사여묵은 황제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송석석에게 황실의 치안을 맡기는 것은 그를 더 이상 경계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의도가 있는 것인지.“석석이는 여고를 세우고 싶다며 일찍 부지휘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적이 있고 명예직이었기에 사직하지 않았던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사직할 필요는 없고 명예직도 아니니라. 현갑군은 경위와 금군을 포함하고 있으니, 실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석석이가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사여묵이 아무 말 없자 숙청제가 웃으며 물었다. “왜 그러느냐? 석석이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이냐 아니면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냐? 것도 아니면 세상에 보여주고 싶지 않고 집안에만 가두고 싶은 것이냐?” 이에 사여묵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지지합니다. 다만 그녀는 관직을 원하지 않았고, 여고를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을 뿐입니다. 폐하, 신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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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숙청제가 떠난 후, 오대반이 어전에 들어갔다. "폐하, 이제 한 식경 후면 조정에 오를 시간입니다. 제가 폐하의 의복을 준비하겠습니다." "여기서 바로 갈아입도록 하겠다." 숙청제가 손짓하자 오대반이 외쳤다."어서 용포를 가져오라. 폐하께서 환복하신다." 잠시 후 궁녀들이 용포와 황관을 들고 줄지어 들어왔다. 오대반은 모두 물러가게 하고 직접 숙청제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 숙청제의 얼굴에는 여전히 노여움이 서려 있었지만,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는 많이 누그러졌다.숙청제는 오대반을 보며 물었다. "왜 내가 석석이를 현갑군 지휘관으로 임명하였는지 아느냐?" 오대반은 용무늬 허리띠를 정리하며 답했다. "폐하의 영명하심에 그저 감탄할 따름입니다. 폐하께서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으실 것입니다." 숙청제는 양팔을 벌려 그가 겨드랑이 부분을 정리하도록 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장공주가 왜 반역을 꾀했을까? 나를 무너뜨려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저는 장공주가 참으로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폐하께서는 늘 각별히 대해주셨는데 말입니다." "그럴 리 없다 믿었던 장공주가 반역에 가담했다.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느냐?" 숙청제는 넓은 소매를 흔들며 몸에서 피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려 애썼다. "이번 일은 북명왕부와는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람들을 공주부로 끌어들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전각의 등불이 숙청제의 준수한 얼굴을 비추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였으니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면 그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왕비에게 현갑군을 맡겨 실권을 주신 것입니까? 이는 그에게 권력을 주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오대반은 의아했다.숙청제는 고개를 저으며 냉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현갑군은 대부분 그가 직접 선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그에게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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