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문, 심청화는 손에 서신을 들고 사숙을 찾아갔다. "사숙, 사여묵 사제가 서신을 보내왔는데 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진성으로 한 번 오라 하였습니다." 사숙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기에 지금 누구도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출입하던 자들 또한 발이 묶였고 밖으로 나간 자들 중 돌아오지 않은 이들도 감히 다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남강 떠나기 전 그는 북산에 집을 짓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었다. 그 땅에 오층 높이의 채성루를 지을 생각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 달을 볼 수 있고 무공을 연마할 수도 있었다. 특히 경공을 수련하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장소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내년 봄에 공사를 시작하려고 계획했는데 그들은 이제서야 서둘러 집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지세가 높고, 맞은편엔 폭포가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그 풍경을 누리려는 속셈 이었다.하지만 하나같이 별로 대단한 성과는 이루지도 않았으면서, 누리는 것에는 제일 앞장서니 화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 꼴불견이였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형, 임병일은 이미 폐관을 선언하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다.숨을 테면 숨어보라지. 꼭 기억해 둘 거라고 다짐한 그였다. 내년까지 채성루가 완공되지 않으면 절대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였다. 심청화는 사숙이 말이 없자, 조심스레 다시 일깨웠다."사여묵 사제가 급하게 서신을 보내온 것이니,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끝나면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에게 별로 대꾸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여묵의 일이라고 하자 사숙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심청화는 그 작은 목소리가 사숙의 최대한의 양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사여묵의 일이 아니었더라면 분명 '꺼져라' 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는 급히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지금 바로 하산하겠사옵니다. 만약 일이 발생한다면 사숙께 다시 서신
최신 업데이트 : 2024-10-1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