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671 - 챕터 680

1289 챕터

제671화

왕경루의 간식은 종류가 다양하고 정교하며 맛 역시 뛰어났다. 평범한 대추 케이크조차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향긋한 느낌을 주었다. 시만자는 한입 베어 물고 웃으며 말했다. “내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것이 이와 같은 단 케이크였습니다. 집에 상주하는 요리사는 만들지 못해 오라버니께서 몰래 나가 사다 주었지요. 그래서 대추나무 아래에 숨어 함께 몰래 케이크를 먹곤 했습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스며들어 추억으로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종종 이렇게 맑은 가을날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때의 구월은 지금 진성과는 다르게 쌀쌀하지 않았습니다. 때론 무척 덥기도 하였지요. 햇살이 대추나무 틈새로 내려앉아 오라버니 얼굴에도 햇살 가득하였지요.”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옆에 있는 토끼 장식을 살짝 쓰다듬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오라버니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주아는 멍하니 그녀가 언급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선은 여전히 그 토끼에 머물러 있었다.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가슴이 불편하게 조여오는 느낌에 매우 괴롭기만 하였다.“이것은 토끼입니까?”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그렇습니다. 이는 오라버니가 저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그해 제가 대추나무에서 떨어져 어머니께서 저를 벌하여 방에 가두셨지요. 추석이었지만 밖에 나가 등불을 감상할 수 없어 오라버니가 직접 이 토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말 못나지 않았습니까?그때는 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망가뜨렸지요. 이 귀 부분은 바로 그때 부딪혀서 부러진 것입니다.” 그녀는 토끼를 주아에게 내밀었다.“보시겠습니까?” 주아는 자신 앞에 다가온, 정말 못난 토끼 인형을 바라보자 귀가 먹먹해졌다.“너는 처자인데 어찌 나무를 타고 있냔 말이다! 누가 가르쳤느냐? 결국에는 다쳤구나! 울음을 그치지 않겠느냐? 그만 그치지 못할까? 추석에는 함께 등불을 보러 갈 생각은 하지 말거라.” “울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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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이전에 그녀는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있는 장난꾸러기였고, 집안 사람들 모두 그녀를 귀여워하였다. 이 토끼 인형도 시만자의 오라버니가 아닌 그녀의 오라버니가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이 사실을 모두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부모님과 오라버니의 얼굴이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녀에게는 조부모도 있었다. 조부모는 그녀를 매우 아끼셨고, 기억 속에 아직 따스하고 자애로운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희진이가 언제쯤 커서 좀 더 이해할 수 있겠느냐?” 시만자는 그녀 곁에 다가서 남강의 풍경을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정말로 아름다운 강경이군요.” ‘강경’이라는 두 글자가 번개처럼 그녀의 뇌리에 꽂혔다. “염강경, 당신이 계속 봐주니까 점점 무법천지가 되는 거잖습니까? 나중에 사람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여보! 염강경! 아이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그녀의 가슴은 급격하게 요동쳤다. 바람이 찬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온몸에 땀이 흐르고 이마에까지 송글송글 맺혔다. “저는…” 그러고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저의 아버지 존암은... 염강경이고 이 토끼 인형은 저의 오라버니께서 만들어 주신 겁니다. 그쪽이 방금 한 말들 모두 저의 이야기입니다.. 그쪽은 우리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요? 그들은 저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납치당한 거…” 눈물이 그녀의 하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는 당황했는지 재빨리 닦았다. 그러고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시선을 밖에 고정한 채 감히 시만자를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얼굴을 보면 눈물이 멈추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대 오라버니는 염구진이고 현재 북명왕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는 왕부의 장사로서 왕부에 발을 들인 후 왕부의 힘을 빌려 그대를 찾고자 했지요. 그대가 사라진 후, 아버지께서는 관직을 그만두고 그대를 찾아 나섰고 그렇게 무려 십 년 동안 쉬어 본 적이 없으셨지요. 그러다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난 후 결국 멈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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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비록 사람은 없었지만, 매우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작은 테라스에는 두세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그네까지 놓여 있었다. 모든 테라스에는 난간이 없었기에 꼭 잡고 있지 않으면 쉽게 떨어질 수도 있다. 시만자는 염희진을 그네에 앉히고 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밀어주었다.염희진은 조금 겁이 났다. 그녀의 무공은 높지 않았고 경공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네의 끈을 꼭 잡을 뿐이었다.“구후부에서 만났을 때는 저의 신분을 알지 못하셨는데, 어찌 돌아가자마자 바로 확신하신 겁니까?” 염희진은 이 점이 이해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처럼 보였고 설계된 함정 같게 느껴졌다. 시만자는 답했다.“그날 그대를 보았을 때 익숙함을 느꼈습니다. 그대 입술 위의 점은 북명왕비의 어머니를 보는 듯했습니다. 눈매와 눈썹 모양도 북명왕비와 조금 닮아 있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대의 행동과 태도에서 익숙함이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염 선생이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염 선생?” 이 세 글자를 음미하는 염희진은 순간 낯선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희미하게 한 소년의 기억을 떠올랐다. 대추나무 아래에서 그녀에게 설탕 과자를 주던 소년, 해가 얼굴에 비추어 미소가 예쁘고 찬란하였다. 그러나 그 소년의 모습은 기억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소년은 지금 염 선생이 되었고, 북명왕부의 장사이다. “아직도 말씀하지 않았셧습니다. 어찌하여 제가 염희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까?” 그녀는 시만자에게 재차 물었다. “사실, 우리는 장공주가 한 사람을 방시원과 혼인시키려는 계획을 일찌감치 알았습니다. 즉 저의 의형이지요. 그들은 군에 자신들의 사람을 심으려 했기에 아마 이 일은 그대에게 숨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대를 움직이려니 자연히 알려야 했겠지요.” 염희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대 말이 맞습니다.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무엇인가 불편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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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반주를 따라 생계를 유지했기에 사람의 마음이 그리 간단치 않음을 일찍 깨달았다. 장공주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기에 그녀를 구해주고 시집도 보내주겠다 하니 모두 거짓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녀가 진성에 온 지 오래되었건만 혼사를 제안한 적이 없었고 어느새 스물여섯이 되었다. 진정으로 시집보내려 했다면 일찌감치 이야기했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그녀는 정확한 자신의 나이를 알지 못했다. 반주가 그녀를 구했을 때 칠, 팔 세가량의 아이였으니, 대략 계산하면 스물다섯, 여섯 될 것이었다.또한, 집안에서 매번 연회를 열 때마다 나가서 얼굴을 내비치게 했을 터인데 그녀는 항상 후원에 갇히게 되었고 나가기는커녕 방문조차도 나갈 수 없었다. 유모가 말하길 그녀가 규칙을 완전히 익히지 못하여 혹여 귀한 손님께 실수라도 저지를까 염려된다는 핑계만 댔다.“장공주께서 저를 구한 것에 뭔가 내막이 있을 것이란 말입니까?” 그녀는 숨이 가쁜 듯해 보였다.“확실치 않으니 조사해야 합니다. 그때의 상황을 말해줄 수 있겠습니까? 잡기단이 해산된 일에 대해서도요.” 고개를 끄덕인 염희진은 옹현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시만자에게 털어놓았다. 시만자는 돌아가서는 사여묵과 염 선생에게 전해야 하므로 자세하게 물어보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문을 다 하였다.염희진도 상세히 이야기하였고, 특히 잡기반 해산 후 혼자 생계를 꾸려가는 과정과 도적을 만난 일 전후를 면밀하게 전해 주었다.이야기를 마친 그녀는 목이 마른 듯하였다. 한참 후에야 괜찮아진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는 언제 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까?” “현재 그대는 고후부에 있으니 출입이 불편할 것이고 방씨 가문에서도 그대를 자주 불러낼 수는 없을 터이니 돌아가 염 선생과 함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그대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대의 조부와 모친도 현재 진성에 계시고, 아버지는 운현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계시니, 그대의 신분이 확정되면 염 선생이 반드시 사람을 보내 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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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염희진이 고후부로 돌아가자, 고후부인이 즉시 다가와 상황부터 물었다. 후부의 부인인 그녀가 잡기단 출신이었던 여인에게 이토록 공손하였던 것은 장공주의 체면 때문이라 하겠으나, 두 눈이 충혈되어 있음에 그만 예의를 잃은 듯 거친 말투를 보였다. “울었느냐? 정말 그녀들 앞에서 울었단 말이냐?” 여전히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는 염희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듯하였다.“부인께서는 모르실 것입니다. 우리가 간 곳은 왕경루였고 이미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였거늘 시 아가씨께서는 방시원이 무장 출신이기에 그의 아내로서 용기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며 내 손을 잡고 최고층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진실로 무섭더이다. 그러나 저는 그 여인 앞에서는 울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곳의 바람이 너무 세서 눈시울이 붉어졌을 뿐이고 마차에 올라탈 때까지 눈물을 참았습니다. 미덥지 않으신다면 탕미에게 여쭈어보시지요.” 고후부인이 고개를 들어 해탕에게 물었다. “이 말이 사실이냐?” 탕미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확실히 그러하였습니다. 시 아가씨께서 창가에서 살펴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겠냐며 도발하였습니다. 방시원의 부인으로서 이리도 용기가 없어서는 안 된다 하였지요. 그때 저는 해치려는 것은 아닐 테니 따라가 보라 하였습니다. 그러다 내려올 때쯤 바람이 세게 불어 머리도 헝클어지고 두 사람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제서야 고후부인의 표정이 조금 환해졌다.“너는 계속 곁에 있었던 것이냐?” “그녀들이 올라갈 때 따라갈 수 없었지만, 야간 문밖에 항상 있었기에 그녀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고, 또한 그녀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고후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간은 여전히 찌푸리고 있었다.“시만자라… 솔직히 말하자면, 방시원과 의형제라 칭하였고, 말끝마다 의모라고 부르지만, 서약을 한 사이도 아니니 시만자 또한 방시원과 혼인하고자 마음먹고 너를 일부러 괴롭히는 것일 수 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염희진이 놀란 눈으로 고후부인을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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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시만자도 왕부로 돌아가 송석석과 염 선생을 따로 서재로 불렀다. 사여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결과를 듣고 싶었던 염 선생은 사여묵을 기다리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첫 마디에 염 선생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염 선생, 저는 그녀가 그대의 여동생임을 확신합니다!” 시만자가 떠난 후로 그는 가만히 앉지 못했다. 혹여 시만자가 그에게 고개를 젓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하여 시만자가 자리를 비운 동안 그는 너무나도 초조해져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오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으로 마침내 시만자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가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에 시만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 말에 깜짝 놀란 그는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왕비와 시만자도 함께였기에 떨리는 다리를 옮겨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책상에 엎드린 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물었다.“아가씨께서 한 말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정녕 확신하시는 겁니까?” “확신하였습니다. 그녀는 기억하고 있는 옛일들을 말해주었습니다. 염 선생은 왜 그런 것들은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머니한테 먼지떨이로 맞은 적 있지요? 도랑에 빠져나오지 못했던 적도 할머니께서 키우시던 닭을 팔아 탕후루로 바꿨던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개똥을 주워 아버지 서재 문 앞에 둔 적도 있을 겁니다.”염 선생은 흐느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감격에 겨워 몸을 떨었다.“그녀가 착각한게 분명합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아이이고 저는 절대 아닙니다.” 그의 반응에 시만자와 송석석은 그 아이가 맞다는 것을 확실했다. 더불어 주아가 염희진이라는 것도 거의 단정 지은 뒤였다. 어린 시절의 창피한 일을 목격하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염 선생은 현재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는 여동생이 진성에 있을 줄은, 그것도 공주부에 이토록 오래 머물렀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항상 그녀를 찾고자 하였으나, 언젠가부터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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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이때 갑자기 송석석이 말을 끊어 버렸다.“몇 년 전 잡기단이 여러 차례 파괴되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야? 그녀가 말했어?” “응. 몇몇 장난꾸러기들이 그들의 밥줄인 도구들을 모조리 부숴 여러 번 새로 사 왔다고 했어. 그런데 그러면 또 와서 망가뜨려 버려서 화가 난 단장은 피를 토할 정도였다고 했어.” “언제 적 일이야?” “그녀가 말하기를, 다섯 해 전의 일이라고 했고 반년 동안 지속되었다고 해.”“음, 다섯 해 전 대장공주가 옹현에 가거나 혹은 그곳에 사람을 보낸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거라.” 송석석이 염 선생에게 명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히 왕비께서 저를 일깨워 주었군요. 저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느라 장공주께서 이른바 생명을 구했다는 사적에 대한 조사를 잊었습니다.” 염 선생은 이렇게 조심스럽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얼이 빠진 듯하였다.시만자가 계속하여 말을 이어 나갔다. “잡기단이 해산한 이후, 모두가 떠나가 버려서 그녀만 혼자 남아 무척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단장이 건강이 나빠져 다시 돌아왔고, 결국 옹현에 남아 그를 돌게 되었지요. 적어도 친척이 있었음에 당행이라 여겼답니다. 그녀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산에 가서 약초를 캐고 사냥을 하였습니다. 희귀한 것들을 캐면 값을 높게 부를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약초를 캐고 사냥하여 산에서 난 것들을 팔아 은전을 조금씩 벌었고, 단장의 병 치료를 위해 쓰고도 은전을 저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 냥이 모이면 또 다른 집을 임대하여 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요. 하지만 그곳은 사람이 많아 시끄러웠고, 심지어 주방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가끔은 산물도 도둑맞곤 하였기에 그녀는 혼자 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석창을 캐러 갔을 때, 마적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마적은 수가 많아 그녀 홀로는 대항할 수 없었지요. 마침, 장공주가 옹현으로 가던 도중 그 지역을 지나면서 부하들에게 그녀를 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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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지금은 방시원이 이 혼인 어떤 식으로 미루느냐는 것이 제일 관건이었다.고후부는 반드시 재촉할 것이니 이제는 방시원의 지혜에 달렸다.만약 방시원이 거절한다면 염희진은 당장 버려질 것이고 대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고후의 첩이 되거나 한 늙은 자의 첩이 되는 것이었다.방시원이 우선 동의하게 하려는 것도 마땅치 않았다. 방시원은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처음 마음에 들어 했던 오 씨도 계략임을 알게 되었으니 분명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두 가문이 서로 맞아 정말로 혼인을 논의하게 된다 하여도, 여자 쪽 어른은 염 선생이 되어야 하니 그는 분명히 여동생을 괴롭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감정의 소용돌이를 거친 염 선생도 결국엔 이 문제를 마주하게 되다니..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정녕 그것이 목숨을 잃는 것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그녀만은 안 됩니다. 순결한 여인으로서 계획이란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혼인하여 명예를 훼손시킬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되찾은 여동생이니 한 점의 억울함도 당해서는 아니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급히 해명했다.“염 선생, 우리는 그런 생각이 없다. 지금은 방시원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끌지 지켜봐야 하니 곧바로 옹현에 사람을 보내 그 이른바 생명을 구한 사실에 대해 조사할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면 염희진은 장공주부를 당당하게 떠날 수 있고 왕부가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날짜를 따져보면 그쯤이면 이미 한의절을 훌쩍 지난 시점이니 장공주는 진성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후일 것이다.그러나 조사를 통해 사실이 밝혀지면 염희진은 장공주를 생명의 은인으로 여길 것이니 조사는 반드시 신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공주가 염희진에게 위험한 일을 지시하기라도 한다면 연희진은 은혜를 갚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비록 시만자가 이른바 생명의 은인이 속임수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 귀띔했으나, 실질적인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니, 정을 중히 여기는 염희진은 의심을 품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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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공주부의 지하감옥에서 나온 고부진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측청에 이르니 장공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송석석을 만나 그들의 계획을 알아내 지하감옥에 올 기회를 얻게 되었고, 봉아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전할 수 있었기에 지하감옥을 벗어나 후원에서 함께 거닐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을 장공주에게 알렸으니 이는 그가 이미 고청란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었다.그는 현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발을 빼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고후부와 대장공주부는 단단히 엮여 있어 장공주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측청에 들어서니 장공주가 곁을 지키던 사람들을 물러가게 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앉으시게.” “감사하옵니다, 공주님.” 장공주는 차를 들어 천천히 마실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부진 또한 침묵을 지켰다.“그녀를 보았으니 이제는 안심하였겠지.” 장공주가 차 거품을 불며 무심하게 말했다.“주신 약은 감사했습니다.” 장공주는 그를 한 번 쳐다보았다. 비록 몇 가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 위선적인 남자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지적하곤 하였다. “또 왜 그러느냐? 림봉아가 그리도 걱정되서 그러느냐? 이제 그만 좀 하거라! 그 두 아이를 조종하려고 하는 거짓이란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고부진은 그저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장공주의 비아냥에는 침묵이 가장 좋은 대응임을 알았던 것이다.“송석석과는 자주 만나서 더 많은 정보들을 끌어내도록 하거라. 또 10월 15일 날의 계획을 흘려 그녀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 것인지 자세히 알아내거라.” “알겠습니다. 제가 라나더러 만남을 주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부진이 대답하였다. “수연과 방시원의 혼사는 너의 어머니에게 재촉하라. 지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그러자 고부진이 잠시 머뭇거렸다.“방시원이 주아를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결국 닭이오니 어찌 봉황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녀에게서는 대가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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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그러자 장공주는 손을 들어 그더러 물러가도록 했다.그녀가 고분진의 눈빛 속에 감춰진 혐오를 못 봤을리는 없겠지만 그럴수록 그와 고후부는 영원히 그녀의 노예임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했다. 고부진이 떠난 뒤, 그녀는 바로 방마마를 불렀다. "오늘 밤, 부마가 올 테니 일찍 불을 켜고 향을 피우거라. 방에 들기 전 피임약도 잊지 말거라."방 마마가 대답하였다."예, 알겠사옵니다."눈을 감고 있었던 장공주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기에 방 마마는 물러가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며 서 있었다. "부마와 가까이하기를 원치 않으시면서 왜 억지로 하시려 하십니까?"장공주께서는 눈을 뜨지 않고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을 내쉬시며 입을 열었다."갑자기 한 사람이 그리워서이다.""부마는 부마고 그 사람은 그 사람입니다. 매번 관계를 가진 후 공주께서는 기뻐하지 않으셨습니다." 방마마는 그녀의 유모로서, 집안에서 지위가 매우 높아 이와 같은 말은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었다.결국 눈을 뜬 장공주는 조롱어린 눈빛으로 변했다."너는 정말 내가 재미 하나 보려 이런다고 생각하느냐?" "노비는…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그저 공주를 걱정할 뿐이옵니다." 방 마마는 재빨리 손을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은 서로를 혐오하고 있습니다. 평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를 떠시면서 관계를 가지시니 스스로를 너무 괴롭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옵니다."장공주는 몸을 살짝 일으켰다. "너는 내가 자식을 가질 수 있다고 보느냐?" 이 질문에 방마마는 깜짝 놀랐다."자식을 갖고 싶으신 겁니까? 군주를 낳으실 때 다시는 낳지 않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예전에는 그리 생각했지만, 황형이 성공하게 된다면, 내 가업은 누가 이을 것이냐? 가의 군주도 자식을 두지 못하니, 평양후에게 돌아갈 것 아니야?" "자식을 두고자 하시면서 어찌 부마께 피임약을 먹이시는 겁니까?" 방 마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자 장공주가 냉소를 지어 보였다."내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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