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1289 챕터

제611화

말을 마친 송석석은 그녀를 놓아주었고, 휘청거리며 의자에 주저앉아 버린 왕청여는 머리가 아파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당신이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누가 나를 해치려는 겁니까? 당신이 아니라면 또 누가 있냔 말입니까!"왕청여를 마주하고 있으려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심지어 화도 나지 않았다. 화를 낼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왕청여는 항상 친정과 방씨 가문의 보호 속에 있었기에 가장 기본적인 사고능력조차 없었다. 다시 말해 어린아이보다 더욱 어리석다.자리에 앉은 송석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말다툼을 하는 건 이제 소용이 없어졌다. 도리를 설명한다 한들 알아듣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말은 해야 했다.“나와 그대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다는 말입니까?" 왕청여는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두 눈은 이미 빨갛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원한이 왜 없습니까? 당신은 전북망의 첫 번째 아내였고, 우리는 같은 날에 시집가지 않았습니까? 혼수품으로 제 기를 눌러 장군부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에게 무시당했습니다." 송석석은 다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천천히 내뱉었다.이 여자는 사람을 돌아버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혼수품? 제가 언제 그대와 혼수품을 비교했단 말입니까? 그대가 의식하고 비기려한 것 뿐이고, 결국 이기지 못했어도 그대가 나에게 화가 난 것이지 내가 무슨 화를 냈단 말입니까? 원한을 품고 그대를 해하려 했다고요? 제발 좀 머리로 생각한 후에 행동할 순 없습니까?" "그럼, 노세진과는..." 송석석은 답답해 그녀의 말을 확 끊어 버렸다. "제가 약당에 간 것은 영안군주의 출산을 도울 약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노세진은 약당의 약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당시에 단시의가 계시지 않아 그분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당신 두 사람이 서로를 피하고 있음을 느꼈지만, 그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요. 단지 방시원의 사촌 형이라 불편해하는 줄 알았습니다."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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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평서백부의 시녀들과 하인들을 건드린 최 씨가 장군부보다 먼저 도착했다. 최 씨는 들어서자마자 먼저 혜태비꼐 인사를 올렸는데, 연왕 일가가 그녀와 함께 있음을 보자마자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이 일이 크게 알려지면 평서백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주의 안내로 최 씨는 측정에 도착했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송석석에게 머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왕비마마, 저희 집의 아가씨께서 경솔하게 굴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옵니다." 그러자 송석석은 오히려 가볍게 손을 들어 사양을 표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가씨를 모시고 얼른 돌아가시지요. 제가 장군부에도 사람을 보냈으나, 장군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니 부인이 데려가시지요." 왕청여는 눈이 부어오른 채 최 씨를 올려다보았으나, 최 씨는 차갑게 그녀를 쏘아볼 뿐이었다. 최 씨는 다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그러지요, 오늘은 돌아가고 차후에 다시 찾아와 사과드리겠나이다." 최 씨는 냉랭한 눈빛으로 왕청여에 소리쳤다. "스스로 걸어갈 것인지, 하인들에게 억지로 끌려갈지 선택하세요!” 뒤에 서 있는 건장한 체격의 하녀들을 보자 왕청여는 울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녀는 그저 스스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송석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한 번으로 끝내시오. 다음엔 절대 용서하지 않겠소."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왕청여는 마지막으로 체면을 회복하려 했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눈빛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최 씨에게 등 떠밀려 자리를 떠나 버렸다.그녀가 밖으로 나가고 최 씨는 다시 한번 송석석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비마마, 다시 한번 사죄드리옵니다…" "부인께서 말하셨지요?”송석석이 최 씨의 말을 끊어 버리고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녀와 노세진의 일을 방시원에게 알린 것이 부인이셨지요?" 최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사옵니다. 그 일로 왕비 마마께 누를 끼쳐 정말 죄송하옵니다." 송석석은 최 씨의 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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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최 씨가 떠나고 곧이어 시만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송석석은 이마를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측비와 함께 정원을 구경하던 중이지 않았느냐?" 시만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를 상대하기 싫어서 난 그냥 나오고, 양마마와 몇몇 시녀들을 옆에 붙여 두었어. 양마마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시만자는 의자에 앉으며 다시 물었다."그런데 그 미친 여자는 대체 왜 온 거야?" 주변을 둘러보던 송석석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왕청여가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시만자 또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북망의 아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감히 내 오라버니를 찾아간 거야? 아주 뻔뻔하기 이를 데 없네? 형수 최 씨가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야. 아니면 내 오라버니가 죄책감 때문에 평생 발목 잡힐 뻔했군." "됐어. 너도 자중해. 네 오라버니도 진실을 알았으니 왕청여와 거리를 둘 거야." 하지만 시만자는 좀처럼 분히 삭히지 않았다."이렇게 뻔뻔한 인간은 또 처음이군! 밖에 또 다른 뻔뻔한 이가 있어,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아." 송석석은 그 사람이 연왕비, 시민주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런 삶을 살기로 스스로가 결정한 것이니 네가 화를 낼 필요는 없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데 연왕의 마음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어쩌면 연왕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급히 결혼한 것일 수도 있어." 시만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그럴 수가 있단 말이야?" "누가 알겠어? 어쨌든, 가서 인사는 해야지. 이후로는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으니 얼굴도 보고 적당히 잘 지내는 것이 좋아. 그리고 요즘 어떤 풍문이 돌고 있는지 잘 지켜봐 줘. 아마 우리 장군님의 얘기일 가능성이 커. 연왕이 북명왕을 먼저 찾아왔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황제께서 기분이 좋을 리 없으니 말이야." 시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쩐지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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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사여묵에게는 오랜만에 오는 쉬는 날이였는데, 연왕이 방문하는 바람에 반나절이나 날아가 버렸다. 혜태비도 그리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녀도 연왕 일가를 접대하고 싶지 않아졌다.“나는 무정한 자가 딱 질색이다. 선제와 형제라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자신의 정비를 괴롭히다 못해 결국 죽게 만들다니, 참으로 인간 말종이 따로 없다.” 그러자 고 씨 유모가 다독였다.“그들이 일부러 찾아온 것인데 웃어른인 마마 덕분에 그나마 수글어 든 것입니다.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른이 손아랫사람을 찾아뵈는 법은 없으니, 태비마마가 나서서 왕야와 왕비 마마를 도와준 것입니다.” “알고 있다. 다만 너무 화가 나서 연왕의 뺨을 갈겨 버리고 싶을 뿐이였다.”혜태비는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덧붙였다.“무정한 남자는 많지만, 무정하면서 잔인하기까지 한 자는 몇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 씨 유모는 속으로 생각했다.‘마마께서도 남자를 몇이나 보셨다고 그러시나요?’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매화원을 돌아왔다."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좀 걷자고.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는 게 좋겠소." 그러자 송석석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오늘은 원래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그들 때문에 반나절이 지나버렸소. 이제 남은 반나절은 멀리 갈 수는 없겠고, 단풍을 보러 만금산에 가는 게 어떻겠소? 올해 단풍이 유독 붉다고 들었소.” 그들은 요즘 계속 바삐 돌아쳤기에 감정을 나눌 시간이 거의 없었다. 하여 사여묵은 쉬는 날을 맞아 송석석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방시원이 추천한 만금산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었다. 반나절 동안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엔 제격이었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만자가 지금 고청란과 검술을 연습하고 있는데 그녀를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여묵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왜 기다리고 있는 것이오? 오늘은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시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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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태부 부인의 말에 사여묵과 송석석은 충격에 빠진 채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 일은 두 분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게 되었소.” 태부 부인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가에 자리 잡은 주름이 더욱 선명해졌다.송석석은 난감했다."하지만 혼사 문제라면 전문 중매인을 찾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안 된다면 고위 관직에 계신 덕망 높은 분들께 부탁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 이토록 중요한 일을 맡기에는 버거울 듯합니다." 그러자 태부 부인은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손녀는 평소에는 아주 온순하고 의젓한 아이인데 혼사에 있어서만 조금 까다로운 편이지요. 여러 번 몰래 후보를 물색해 봤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오직 그 사람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계속 설득했지만, 그녀는 그 외에는 누구와도 혼인하지 않겠다고 하여 가족들과도 냉전중입니다. 어머니 말도 좀처럼 들으려고 하지 않아서 우리는 결국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시집보내리라 다짐했습니다. 하여 맞선을 준비했지만, 중매인이 말하길 거절하였다고 하더군요. 우리 손녀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죠. 그리하여 왕야와 왕비 마마께 부탁드러 온 것입니다. 남강에서 함께 돌아왔고 왕야와 왕비 마마를 존경하고 있으니 아마 두 분이 설득하시면 듣지 않겠습니까?" 옆에 있던 안태부도 말을 덧붙였다. "사실 혼사가 성사될지 여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오. 우리는 그저 왜 거절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소. 망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소. 누구를 만나든 망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소? 왕야와 왕비도 그리 생각하지 않소?" 송석석은 그저 입술만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방시원이 진정으로 혼인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저 왕청여가 마음을 접게 하려고 혼사 이야기를 퍼뜨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태부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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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사여묵은 송석석을 몰래 한 번 힐끔 보았는데, 그녀가 화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스스로를 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확실히, 안태부는 손녀를 몹시 아끼고 있었다. 안여옥은 아마 안태부의 막내 손녀일 터, 막내는 늘 가장 사랑받는 법이다.“두 분 많이 급하신지요? 오늘 저희는…” “급하오. 이미 눈물까지 다 쏟고 있소.” 안태부는 급한 마음에 무릎을 쓸어내리며 말했다.“고집불통이지만 만약 방 씨 가문 쪽에서 납득할 만한 답을 준다면 받아들일 것이네. 그 아이는 결코 억지로 매달리지는 않을 걸세."태부 부인도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그저 ‘망치게 될까 걱정된다’는 식의 답변을 들으니, 둘러대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애는 굉장히 집요한 성격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합니다. " 사여묵의 기대는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오늘 만금산의 일몰은 강 건너간 것임이 분명했다.하지만 애써 실망을 숨기며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 그럼, 방시원을 부르도록 하지요. 두 분은 함께 계시겠습니까, 아니면?" "우리는 빠지겠네. 왕야와 왕비께서 사적으로 물어봐 주길 부탁하네. 내가 있으면 방시원은 아마도 ‘방해가 될까 두렵다’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 테지."송석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두 분을 배웅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분께서는 편히 돌아가 쉬시지요." "배웅은 필요 없습니다." 태부 부인도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이 일은 두 분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얘기가 끝나면 혹 사람을 보내 답을 주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오늘 밤은 편히 잘 수 있을 터입니다. 이이는 연속 이틀 밤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사여묵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그러지요."노 집사와 염 선생이 그들을 배웅했다. 사여묵은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송석석에게 말했다. "오늘은 만금산에 갈 수 없겠구려." 그러자 송석석은 상냥하게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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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송석석이 급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긴 어딜 간다고! 곧 네 의형제께서 올 거야. 아가씨 한분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해서, 그의 생각을 물어보려는 거야. 사실 이미 거절한 상태라, 진짜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부인할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인지 물으려는 거야.” 그러자 시만자가 눈을 반짝이며 방금 전처럼 급히 안으로 들었다. “정말? 어느 집 아가씨가 그토록 안목이 높은 것이야?” “안만수 태부의 손녀, 안여옥.” 송석석은 입을 가리고 낮게 속삭였다.“이 일은 아직 성사된 일은 아니니 밖으로 퍼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 아가씨 말이야?” 막 자리에 앉은 시만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몹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라버니가 혹시 미친건 아니지? 안여옥인데 왜 거절한 거지? 정말 훌륭한 분이잖아? 예의 바르고 의롭고, 문재도 뛰어나며, 얼굴까지 고운데, 그런 아가씨를 밀어내?” “좀 조용히 해.” 송석석이 그녀를 흘겼다.시만자는 머쓱해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입꼬리를 올렸다.“기쁜 마음에 그만. 그런데 정말 안여옥이 그를 마음에 뒀단 말이야? 혹시 한 순간의 감정은 아니겠지?” “그게 걱정이야. 네 오라버니도...” 송석석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방시원의 어머니와 아직 상계하지 않았는데 벌써 그를 오라버니라 부르는 게 맞아?” 시만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강호의 자녀들은 그런 형식 따위 신경 쓰지 않아. 좋은 날을 골라 형제로 삼을 것이니 걱정 마. 이미 의모를 뵈었고 의모께서도 딸은 내가 생겨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 “너에게도 친형제가 있잖아? 왜 굳이 방시원을 오라버니로 삼으려 하는 거야?” 송석석은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시만자는 사실 그 누구도 쉽게 정을 주지 않는 사람으로,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편이었다. 그녀와 송석석이 가까워진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왔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은 시만자는 발을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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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방시원이 쓴웃음을 지었다."혼사 이야기를 일부러 흘린 것은 왕청여의 마음을 완전히 끊어버리려는 의도였습니다. 이제 와서 제가 사실 혼인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말을 쉽게 번복하는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까?"그러자 시만자가 다시 물었다. "만약 혼인 할 생각이 있다면 안여옥을 고려해 볼 것입니까?""동생아, 내가 그녀에게 어울리기나 하겠느냐?" 방시원은 여전히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였다. "나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명성이 자자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보다도 열 살은 어리고 더군다나 나는 이미 한 번 결혼을 했던 사람인데 어찌 그녀를 넘볼 수 있겠느냐?""그녀가 기꺼이 원한다면요, 뭐." 시만자가 집요하게 파고들자 방시원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기꺼이 원할 리가 없다. 그저 일시적인 영웅심일 뿐이다. 그래서 왕야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핑계를 하나 만들어서 거절하는 것이 좋은 듯하다. 너무 노골적으로 그녀의 체면을 구기지는 말아야 하겠지. 너에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으니, 도와주겠니?""싫습니다. 전 의모님처럼 오라버니가 하루빨리 결혼해 자손을 두길 바라니깐요. 그러면 더는 왕청여도 오라버니를 노리지 않을 겁니다.""너 말이다. 네 자신도 맨날 결혼 안 한다고 말하더니, 왜 지금은 자꾸 나를 결혼시키려고 하느냐?" 방시원이 투덜거렸다."여자는 결혼 외에는 길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시만자는 송석석을 한번 바라보더니 덧붙였다."게다가 저는 결혼하지 않아도 석석이가 평생 저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사여묵은 밖을 내다보았다.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그의 마음도 함께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나가긴 글렀군..’그는 송석석을 한 번 힐끗 보았는데, 그녀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두 형제의 혼사 이야기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남편에게도 좀 신경을 쓰지? 우울해서 죽을 것만 같은데?’방시원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지금은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 여인들이 많지만,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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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염 선생이 생각해 낸 묘책은 이러했다.현재 방시원이 임명장을 받지 못해 어디로 파견될지 알 수 없었기에 태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안여옥과 혼인한다면 그를 따라 파견지로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삼 오 년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을 수 있었다. 안여옥은 순수하고 효심이 깊은 사람이기에 가족을 떠나 변방으로 가서 고생할 수는 없어 보였다.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았다. 안여옥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공경을 다 하였기에 연로하신 두 분을 떠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다음날 사여묵은 대리사로 돌아가야 했으므로, 송석석과 시만자가 함께 태부부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하자 안여옥이 나와서 기쁘게 맞이하였다. 그녀는 연노란색의 교영상의에 같은 색 백접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치마에는 은실로 된 나비들이 이쁘게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는 은은한 빛은 마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듯했다. “소녀 안여옥, 왕비 마마를 배알하옵니다!” 그녀는 몸을 낮추어 예를 올렸고 단정한 몸짓은 조금의 흠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세가의 품격이었다. 미소를 띠며 그녀를 바라보던 송석석이 시만자를 바라보니 그녀는 흡족한 눈빛으로 안여옥을 응시했다. 예전에 그녀가 예법을 읽힐 때 유모는 자를 들고 호되게 지도하였다. 그녀의 손과 무릎을 많이도 맞았다. 그렇게 힘들게 배운 예법이었지만 매우 딱딱하였다. 그러나 안여옥은 예를 드리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자세 또한 우아하고 단정하여 왕청여라는 광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뛰어난 사람이었다.안여옥의 부모는 무척 금실이 좋아 보였다. 그래서 안여옥도 온화하고 우아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다들 모이셨으니, 제가 바로 말씀드리지요. 어제 방시원이 말하기를 아직 임명장이 나오지 않았고, 변방으로 파견될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아가씨는 순수하고 효심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변방으로 그와 함께 간다면 첫째는 고생이고, 둘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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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녀는 할머니 품에 안긴 채 한참을 울었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두 눈은 붉게 부어있었지만, 눈동자는 맑고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한 말들은 모두 진심이었다.서로 눈이 마주친 송석석과 시만자는 약간의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그들은 안여옥이 포기할 것을 원한 것이었고, 방시원이 한 말을 안태부한테도 이미 전했으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태부의 집을 나선 두 사람은 곧장 왕부로 돌아갔고, 곧 사람을 보내 방시원에게 결과만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원래는 그저 결과만 전달할 생각이었지만, 송석석은 생각을 바꿔 시만자를 직접 보내 안여옥이 한 말을 그대로 전하게 했다.사랑이란 감정에 무딘 그녀였지만 안여옥이 괴로워하던 모습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안여옥이 방시원에 대한 마음은 그저 일시적은 것은 아니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과연 어떤 교류라도 있었던 걸까? 열 살이나 차이 나고, 방시원은 일찍이 군에 입대했어서 그들은 거의 만날 일이 없었다.시만자가 방시원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했을 때, 방시원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고생 많았다. 왕비께도 고맙다고 전해다오. 또한 염 선생에게도 좋은 핑계를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거라."잠시 생각에 잠기던 시마자가 입을 열었다.“안여옥은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지요. 그녀는 항상 오라버니를 위해 평안을 빌었습니다.”시만자가 눈이 높다는 걸 알기에, 이렇게까지 칭찬하는 것을 보며 안여옥이 정말 대단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훌륭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더욱 그녀와 자신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나도 그녀의 평안과 행복을 빌어. 꼭 좋은 짝을 찾길 바랄 뿐이다.”한편, 왕청여를 평서백부로 데려간 최 씨는 그녀와 담판을 짓기로 결심했다."더는 여기저기 의심할 필요 없습니다. 방시원이 아가씨께서 숨기고 있던 육세진의 옥패를 발견했고 그다음엔 제가 모든 것을 그에게 전했습니다."왕청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 씨를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배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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