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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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다음날 고청란과 시녀가 황실로 찾아와 말을 돌려줌과 함께 답례품도 건넸다. 노집사가 그들을 대접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송석석이 오지 않자 결국 자리를 떴다. 그들이 갈 때 마침 시만자를 만났는데 시만자가 열정적으로 맞이했다. “말 돌려주시러 오신 겁니까? 요즘은 황실이 바빠서 시간이 없으니 며칠 후에 함께 무공을 논합시다.” 고청란을 몸을 굽히고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럼 며칠 후에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시만자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저도 할 일이 있어서요, 먼저 돌아가십시오.” 향귀와 고청란은 황실에서 나와 마차에 올라탄 후 향귀가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길을 좀 더 멀리 돌아가야 할 것 같구나. 시만자라는 여자가 그렇게 열정적일 줄은 몰랐네. 내가 보기엔 네가 시만자와 먼저 친해져서 황실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는 게 더 빠를 것 같군.” 이리저리 굽이도는 바람에 향귀는 기분이 좋지 않아져 담담하게 말했다. “비록 네 언니가 말을 잘 듣진 않지만 확실히 일 하나는 깔끔하게 처리하더군. 허나 넌 왜 이리도 느릿한 것이냐? 네 어머니를 뵙기 싫은 것이냐?” 그러자 고청란이 무릎을 꿇고 빌었다. “사부님, 제발 공주 어머님께 말씀 좀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어머니를 한 번만 뵐 수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며칠만 기다리거라.”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녕공주의 혼사가 임박했으니 그들이 가장 분주할 때 아닙니까? 지금은 공주부로 돌아갈 수 있지만 만약 내가 왕야의 눈에 띄어서 날 조사한다면 그땐 어머니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고청란은 그녀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울먹이며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내가 목숨을 걸고 일을 하길 원하시면 나에게 단맛이라도 맛보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머니를 보지 못했으니 어머니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온 힘을 다해 공주 어머님을 위해 일을 하겠습니까?”그러자 향귀는 눈살을 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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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8월 8일은 한녕이 시집가는 날인데, 공주가 시집가는 건 보통 귀족 딸이 시집가는 것과 달랐다. 한녕과 혜 태비는 하루 전날 밤에 궁으로 돌아갔고 송석석도 따라갔다. 미우 장공주와 민지 장공주는 곁에서 동생인 한녕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부마와 시댁과 잘 생활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 미우 장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씨 가문과 염 씨 가문은 우리 상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 집안이라고 할 수 있지.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겉으로는 아주 조화로울 것이다. 그리고 규칙이 많아봤 자 황궁만 하겠니? 게다가 넌 공주인 데다 자신의 저택까지 있으니 그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네 시부모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니 네가 제씨 가문에 가서 잠깐 머무른다고 해도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하진 못할 것이다.” 한녕도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여덟 살 즘에 머리를 다쳤고 시어머니는 그와 죽마고우였기 때문에 그가 어리석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성공해서 제수찬과 그의 동생인 제진을 낳았던 것이었다. 제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내기 편한 사람들이었다. 한녕은 사실 조금도 긴장되지 않았는데 왜 다들 자신이 긴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긴장하는 척을 하기로 택했다. 그래야 사람들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아무래도 다 괜찮았다. 인생은 연극과 같은 것이니 모두가 기뻐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예복을 입은 하녕의 이목구비는 몹시 뚜렷해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특히 눈이 유난히 밝았다. 한녕의 몸에서는 황실의 공주다운 날카로운 귀기가 없었고 오히려 성스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제 황후도 대황자와 둘째 공주를 데리고 왔는데 한녕이 자신의 사촌 동생에게 시집가는 것이기에 그녀는 형수로서 혼수를 많이 보냈다. 수민은 잠시 들르더니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축하한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그녀는 떠날 때 송석석을 힐끔 쳐다보아 오히려 송석석을 더욱 얼떨떨하게 했다. ‘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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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한녕이 결혼하던 날, 제씨 가문에는 매우 떠들썩해졌다. 혼수는 어제 이미 공주부로 보냈지만 혼례식과 잔치는 제씨 저택에서 올렸다. 손님들이 하도 많이 와 제씨 저택의 문턱이 다 밟혀 사라질 정도였다. 장공주가 제씨 저택으로 가기 전에 청란이 한 번 돌아오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림봉아는 공주부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는데 그 지하 감옥은 비린내가 하도 심해서 매일 한 시간씩 문을 열고 통풍을 했는데 그것도 장공주의 마음이 자비로워서 배푼 결과였다. 그곳에는 림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첩들과 잘못을 저지른 하인들이 몇 명 더 있었다. 하인은 그곳에 들어가면 다신 나갈 수 없었다.그곳에서 풍기는 비린내는 피 비린내라 고청란은 들어가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그녀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어머니가 수감된 감옥으로 향했다. 이 감옥은 철창으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벽으로 쌓여서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감옥 문 아래에는 작은 창이 있었는데 바로 거기로 음식을 넣어주었다. 모두 독방에 살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각 감방에는 침대와 변기가 있었고, 한 달에 한 번씩 목욕을 할 수 있었는데 부마가 올때청결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또한 만약 한 달 동안 난리를 피우지 않는다면 반나절 동안은 돌아다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고청란은 임무를 나가기 전에 장공주의 자비하에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장공주는 그녀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비참한 지 직접 보여주었다. 향귀가 문을 열라고 하자 고청란은 어머니를 보기 위해 바로 뛰어들어갔다. 감방 안에는 매우 여윈 한 부인이 누워 있었는데 소리를 듣고 기침을 하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들어온 사람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본 그녀는 몸부림치며 벌떡 일어났다. “어머니.” 고청란은 그녀를 껴안고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그들이 의사를 찾아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왜 아직 기침이 이렇게도 심하신 겁니까..?” 림봉아가 고청란을 확 끌어 안았는데 뼈만 앙상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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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제씨 가문의 잔치엔 손님들로 붐비었다. 제씨 가주가 지금의 이부상서이기도 하고 셋째 집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황후의 아버지인 제씨 어르신은 진성의 권력자들 중에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초대했다. 그중엔 장군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장군부가 비록 권세가에서 밀려나기 일보직전이긴 하지만 조상 중에 대장군을 배출한 건 사실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장군부는 지금 없어졌을 것이다. 제상서는 조정의 요원이자 국장이니 대외적으로 당연히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 씨 가문 또한 당연히 초대를 받았다. 방시원이 돌아온지 사흘 만에 척사 탐정단의 모든 사람에게 황령이 내려왔다. 방시원은 3품 참장으로, 제방은 4품 장군으로 책봉되었다. 그리고 선평후부의 장문수는 정원백으로 책봉을 받았고 그의 부인인 이석은 3품 숙인으로 책봉받았다. 전례를 깨트린 봉작은 장문수가 척사단의 주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체포된 후 모진 고문을 당했지만 한 사람도 말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냈다. 숙청제는 이러한 정신으로 군대의 사기를 북돋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는 한쪽 다리를 다쳐서 앞으로 전쟁터에 나갈 수 없게 되었기에 백작의 자리를 주고 아내를 숙인으로 책봉하여 남은 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숙청제는 척사단의 방시원과 제방, 노홍, 그리고 진 씨 가문의 두 아들을 특히나 쓸 계획이었다. 그저 병사인 왕두와 왕오, 그리고 장태 등인도 각자 품계를 올려 황명이 파견되기만을 기다렸다. 방시원은 진성으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잔치에 참석한 것이었고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봐 놀랐다. 방 씨 저택에도 방시원이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열 계획이었지만 그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육씨 부인도 그가 정신이 없을 때 손님을 대접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일단 미뤄두었다.방시원의 정신 또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진성으로 돌아온 후부터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그는 여전히 척사 탐정단의 사람이었는데 한 번 깨어나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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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아가씨.” 최 씨의 시녀인 금숙이 왕청여를 불르자 왕청여는 시선을 돌리고 창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이제 3품 참장이라니.” “아가씨,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남의 일을 의논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금숙은 최 씨를 오랫동안 따라다녔고 최 씨 곁에서 가장 유능한 시녀라 왕청여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바로 알아채고 귀띔해 주었다. 그러나 왕청여는 금숙의 귀띔을 전혀 듣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오빠는 남강으로 떠나기 직전에야 황제폐하께서 참장으로 책봉했었지. 참장은 한 곳을 지키는 주장이라는 뜻인데 그는 어디로 파견되는 것일까?” 그러자 금숙은 정색하며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께서 신경 쓰셔야 하는 사람은 전 도련님입니다. 전 도련님도 오늘 여기에 오셨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책봉한 것이지?” 왕청여는 금숙의 말을 못 들은 듯 씁쓸하게 말했다. “이석의 부군은 작위까지 받고 그는 3품 참장을 책봉받다니. 대체 얼마나 큰 공을 세웠기에 이러는 것일까? 그저 정보를 주고받은 것밖에 없는데 이렇게까지 하다니 전장에서 피 흘리며 싸우는 전사들이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금숙은 왕청여의 팔을 힘껏 잡고 말했다. “아가씨, 여긴 제씨 가문입니다. 말 조심하십시오.” 팔에서 전해오는 아픔이 왕청여를 정신 들게 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교차하여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누가 너보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였느냐?” 그러자 금숙이 담담하게 말했다. “부인께서 아가씨가 길을 잃을까 봐 저보고 따라가라고 하셨습니다.” 왕청여는 차갑게 말했다. “정말로 내가 길을 잃을까 봐 널 보낸 것이냐? 내가 분수도 모르고 망신을 당해 평서백부의 명성을 손상할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건 아니고?” “아가씨께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부인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택 안에 사람이 많아 시끄러우신 것이면 저와 함께 정원에 가서 산책을 좀 하시겠습니까? 오늘은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머리를 식히기 좋을 것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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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이튿날 왕청여는 한껏 치장을 하고 귀밑머리에 작약 한 송이까지 꽂으며 홍이를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어디론가 향했는데, 그곳에 방시원이 있기만을 바랬다. 그곳에 있다면 방시원이 자신을 아직도 사랑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만금산 아래에는 계곡이 있었는데, 계곡의 시냇물이 만금산에서 비탈을 타고 내려와 작은 폭포를 형성했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무슨 일이 생겨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면 이곳에 와서 검술을 연습했지.’ 방시원은 이전에 왕청여를 데리고 이곳에 왔었다. 홍이는 그녀를 부축하여 산에 올랐는데, 인적이 드물어 서서히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부인, 우린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아직 날씨가 더운데 더 걸을 수 있겠습니까?” “거의 다 왔다.” 왕청여는 몇 년 동안 산길을 걸어본 적이 없어 당연히 힘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차가운 눈빛으로 홍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나든지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러자 홍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직은 규칙을 잘 모르지만 부인께서 이 산에 오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여기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위험에 처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홍이는 왕청여가 비밀스럽게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몰라 갑자기 어젯밤에 금숙 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왕청여가 산중턱에 도착했을 때 폭포소리를 듣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가 여기에 있을까?’ 그녀는 순간 발걸음이 무거워져 앞으로 걸어가기가 너무 두려웠다. ‘그가 없다면 밤새 잠도 못 이루고 그를 생각했던 나만 우스워지는 것 아닌가?’ 왕청여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산길을 따라 걸어갔다. 오랫동안 오지 않은 탓에 이곳에이렇게 작은 길이 생긴 줄도 몰랐다. ‘누군가가 이곳의 경치를 발견했나 보군. 예전에 그와 함께 왔을 땐 그가 내 손을 잡고 반 키 높이의 풀을 뛰어넘는 순간 정말 짜릿하고 신선했는데.’ 산길을 굽이돌자 갑자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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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왕청여는 울먹이며 말했다. “난 상관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명예가 남아있겠습니까? 장군부의 일을 당신도 들었겠지만 늑대 소굴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모두 당신 때문입니다. 죽지 않았다면 왜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습니까? 시댁에서는 날 처가로 보냈지만 난 처가에서 계속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지금의 묵 승상 부인이 나와 전북망을 위해 중매를 서지 않았다면 난 지금까지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나는 친정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형수님은 내가 눈에 거슬려서 하루빨리 시집보내려고 하는데 묵 승상 부인이 와서 혼담을 꺼내자 난 거절할 여지조차 없었습니다.” 방시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 것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와 가족 모두가 그의 “희생”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특히나 어머니는 전까지도 병석에 누워 있다가 최근에야 조금 나아진 상태였다. 충성과 효도는 비록 양립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족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는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보상하고 싶었지만 예전처럼 생활하기 어려웠다. 집에서까지도 자기도 모르게 긴장한 상태를 유지했었다. 그 와중에 황제폐하께서 중임을 맡겼으니 그는 자신의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황제폐하의 기대 가득한 눈빛을 마주할지 몰랐다. 그렇게 그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이 답답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오늘 검술을 연마하러 온 것이었다. 하지만 왕청여의 말에 그는 실망시킨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왕청여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한마디밖에 없었다. “내가 미안하오.” 왕청여가 눈물을 흘리며 냉소했다. “당신이 내게 뭐가 미안하단 말입니까? 당신은 내가 이석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석은 선평후부의 둘째 공자를 몇 년이나 기다렸고 진 씨 가문의 두 사람도 그렇고...” 그러자 방시원이 고개를 저었다.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소. 그리고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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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방시원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러니까 장군부에서 당신을 학대하고 전북방도 당신에게 잘 대해주지 않는 데다 자객까지 집에 쳐들어와 목숨을 위협해서 이혼을 하려는 것이지, 내가 돌아왔기 때문은 아니란 말이오?” 왕청여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를 껴안자 방시원은 놀라서 황급히 그녀를 밀쳐내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왕청여는 그의 반응을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바로 마음이 아파져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정말 날 혐오하는군요.” 방시원은 이 말을 무시하고 본론만 꺼냈다. “장군부의 일은 내가 조사하겠소.” 그러자 왕청여가 말했다. “당신이 조사할 필요 없습니다. 정녕 날 못 믿어서 그러는 것입니까? 나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은 내가 혐오스럽습니까? 내가 이혼하면 저를 받아들일 것인지부터 대답해 주십시오.” 방시원은 그녀의 물음에 심호흡을 몇번이나 했지만 결국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마음이 혼란스러워진 상태라 일이 분명해지기 전에는 섣불리 대답하기 싫었다. 그는 왕청여에 대한 죄책감 또한 있어 한참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혐오스럽지 않소. 그리고 그럴 자격도 없소.” 눈물을 머금은 왕청여의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 “당신의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내가 해결할 테니 기다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왕청여는 몸을 돌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방시원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부르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자객이 장군부에 쳐들어간 일이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월과 유월이 죽었으니 왕청여도 죽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그는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 그가 왕청여를 저버린 것이니 그녀가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면 이혼을 해도 뭐라고 나무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왕청여가 다시 자신에게 시집을 온다고 해도 거절할 이유가 없고 그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청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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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최 씨는 머리가 아파 눈을 감고 머리를 문질렀다. 금숙은 계속 설득했다. “부인, 만약 이 일을 방시원에게 알려서 그가 소란을 피우면 우리 평서백부는 더 이상 명성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부인의 입에서 나간 말이라는 걸 백작께서 아시면 크게 화를 내실 겁니다.” 남강에 있는 자신의 부군을 생각하자 최 씨는 더욱 골치가 아팠다. 예전에 왕표가 진성에 있을 때는 그래도 그녀의 말을 듣고 충고를 하면 실수하지 않았었다. 그들 부부사이에는 의견이 안 맞는 게 많았는데 그녀가 참을성 있게 잘 분석해서 그를 설득해야 말을 들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듣는 척해도 마음속엔 항상 원한을 품고 있었다. 자신보다 시야가 넓은 아내를 받아들이기엔 그의 배짱이 부족했다. ‘사람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제멋대로 살 수는 없었다. 이석도 지금은 고생 끝에 낙이 온 것이지만 그 전의 몇 년을 어떻게 살았는가? 그녀의 고통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북명왕비도 지금은 왕야와 사랑이 깊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그녀가 가족을 모두 잃었을 때의 아픔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고난을 줬지만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삶과 미래를 바꿀 수가 있었다. 왕청여처럼 좋은 것만 보고 달려들다가 잘못되면 바로 다른 품으로 돌아서는 사람은 도덕은커녕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도 없는 것이였다.’ “금숙아, 나는 평서백부인이니 평서백부를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장군부와 이혼을 하는 건 반대를 하지 않겠지만 그녀가 방시원에게 들러붙어 목숨으로 바꿔온 부귀를 누리겠다는 것이라면 난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그녀는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고 나도 양심이 찔려 그렇게 둘 수 없다. 방시원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알고 있지. 이 일은 방 씨 가문의 체면과도 상관있는 일이니 그는 알아도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은 어머님과 부군, 그리고 왕청여의 원망이겠지.” 그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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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그렇게 다음날, 최 씨는 왕청여를 청하러 사람을 보냈지만 왕청여는 몸이 좋지 않다며 나중에 돌아온다고 전했다. 그녀는 전북망과 이혼하려는 일을 친정에게까지 알리기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망은 요즘 야근이라 낮에 잠을 자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멀쩡한데 갑자기 이혼하자고 할 순 없으니 무슨 일을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청여는 그날 만금산으로 간 후부터 줄곧 피곤한 기분이 자주 들었다. 두 번은 낮잠을 자기 시작해서 전북망이 야근을 갈 때까지 깨어나지 못했는데 홍이가 저녁식사를 하라고 깨워서 겨우 일어났었다.피곤하고 졸리고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그녀는 달거리 시간이 며칠이나 미뤄져 임신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날짜를 계산해 보면 그동안 전북망이 매일 문희거에 머물렀을 때가 나왔는데, 그땐 그들이 결혼한 후 가장 사이가 좋았던 기간이었다. 왕청여는 마음이 심란해서 제발 임신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녀는 감히 의사를 청하지 못하고 모자를 쓰고 홍이와 의관에 가서 맥을 짚었다. 복안당의 백발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왕청여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았다. 비록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확진을 받으니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의 팔자가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만약 방시원이 돌아오기 전에 임신했다면 그녀는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미 방시원에게 털어놓아 다시는 자신의 야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는 3품 참장의 부인이 되면 이번 생에 영광스럽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뱃속의 아이가 그녀의 모든 것을 망치려고 했다. 그녀는 넋이 나간 채 친정으로 돌아가 노부인의 방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낸 뒤 노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몇 년 전처럼 고개를 들어 온몸을 떨며 말했다. “어머니,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저 뱃속의 아이를 남겨둘 수 없습니다.” 노부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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