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1289 챕터

제621화

왕청여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그녀는 한 번도 최 씨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단정하고 차분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최 씨였는데, 이제는 그저 광기에 휩싸인 여인처럼 느껴졌다.“똑바로 보았느냐? 이 모습이 바로 너다. 모두가 보고 있는 네 모습이다. 단단히 미쳐서 체면도, 예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 채 기본적인 자존심마저 다 버린 너 말이다.” 최 씨가 왕청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가자, 어머니 뵈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랑 같이 가서 어머니가 쓰러지는 꼴을 지켜보고 너도 자결하거라. 그러면 이 집도 평안해지리라."왕청여는 두려움에 질려 뒤로 물러섰고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가지 않을 겁니다."최 씨의 시녀 금숙이 그녀를 의자에 앉히자 최 씨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최 씨는 순간 평서백부에 시집온 이후로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온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시부모에게는 지극정성으로, 아랫사람들에게는 공정하게, 심지어는 남편의 첩과 자식들에게조차 한 번도 부당하게 행동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첩들이 문제를 일으켰고, 남편이 그 문제를 돕고 있었기에 그녀는 온갖 고생을 다 견뎌야 했다. 남편을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직책을 마련하고, 혹여나 자식들에게까지 해가 가지 않기 위해 명성을 쌓으며 노력했다. 그렇게 평서백부의 모든 식구들이 그녀에게 기대었으나, 모두가 그녀의 말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지지해 준 사람은 오직 작은 시아주버니 부부뿐이었다. 시어머니도 나쁜 분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약해,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다.집안일은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누이 왕청여는 언제나 그녀에게 골칫거리였다. 이제는 전 부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방씨 가문에 찾아가고, 북명왕부에서까지 소란을 피워 버렸다. 비록 왕부가 아랫사람들을 엄하게 다스린다 해도, 손님들이 있고 게다가 방씨 가문쪽 많은 하인 들도 지켜보고 있었으니 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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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북명왕부로 급히 달려간 민 씨는 왕청여가 친정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평서백부로 향했다. 전북망은 당직이여서 아직 이 사태를 알지 못했고, 게다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쩔 수 없이 민 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온 것이다.민 씨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후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왕청여가 송석석을 찾아간 것이라면, 아마도 전북망과 관련된 일일 것이라 짐작했다. 평서백부의 최 씨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저 왕청여가 임신 중이라며 잘 보살피라고만 전했다. 그렇기에 민 씨는 더는 묻지 못해 여전히 의문스러움만 남았다. 아이를 가진 건 분명 기쁜 일인데 왜 북명왕부에서 그리 소란을 피웠는지.. 왕청여의 임신 소식에 전북망과 전 노부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밤, 전북망은 왕청여를 조심스럽게 돌보았다. 왕청여는 그의 품에 안겨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직 억울함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가 진심으로 대해준다면 이 결혼 생활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러나 며칠 후, 그녀가 방씨 가문을 찾아갔다는 소식이 온 거리에 퍼지고 말았다! 늘 체면을 중요시하던 전노부인은 그 일을 듣자마자 왕청여를 불러 크게 질책했다. "너는 내 아들의 아이를 품은 몸인데 방씨 가문에는 왜 간 것이냐?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짓을 했냔 말이다? 네 뱃속의 아이가 진정 내 아들의 자식이 맞느냐? 방시원이 돌아오자마자 그와 불륜을 저질러 아이를 임신한 것은 아니냐?"시어머니에게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존경심도 남아 있지 않았던 왕청여는 차갑게 답했다."그건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불륜을 저질렀다는 둥, 몰래 아이를 가졌다는 둥, 어머니께서 하시는 이러한 말씀들이 전북망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은 못 하시는 겁니까? 이런 말들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어머님 아들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조롱을 당할 것입니다!“말을 마친 왕청여는 홱하고 뒤돌아 나가버렸다.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비록 그녀가 이미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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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연왕비로부터 내일 방문하겠다는 배첩을 받은 최 씨는 문뜩 왕비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렇게 잠시 생각하고는 금숙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물을 준비하거라. 내가 직접 북명왕부에 다녀와야겠다.""부인, 먼저 배첩을 올리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냥 가면 실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그럴 필요 없다. 내가 왕비에게 이미 직접 가서 사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연왕부에서 내일 방문한다고 하니 배첩을 올릴 시간이 없었다.북명왕부에서 송석석은 최 씨의 부은 얼굴을 보고 놀라 물었다. "괜찮으신가요?"최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괜찮습니다. 이건 제가 스스로를 때린 겁니다. 평서백부에서 감히 저를 때릴 사람은 없습니다."송석석은 그녀의 집안일을 깊게 묻고 싶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최 씨의 피곤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것을 통해 세가에서 정서가 안정된 여인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사실 부인께서 굳이 찾아오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는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부인이 아니기도 하고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최 씨가 진솔하게 말했다. "왕비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찾아온 것은 단순히 사과하려는 것이 아니라,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입니다."송석석은 천천히 차 한 모금 마시며 시선을 그녀에게 돌렸다. "물어보세요."송석석은 이미 그녀가 무엇을 물으려는지 알고 있었다. 연왕부에서 평서백부에 배첩을 보냈기 때문이다.연왕의 일거수일투족은 북명왕이 단단히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몽동이까지 병사들을 이끌고 주시하고 있었다. 연왕의 신분에 걸맞게 신경 써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최 씨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려 했으나, 왕청여의 일로 너무 지쳐 있었기에 표정 관리가 어려웠다. "왕비 마마, 연왕께서 평서백부에 배첩을 보내셨습니다. 제가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왕비께서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그녀의 질문은 매우 교묘했다. 누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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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송석석이 이 정도까지 말했으니 최 씨가 못 알아들을 리는 없다 생각해 더 이상 다른 생각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도 했으니 말이다.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평서백부가 모든 관계를 깔끔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 뿐이였다. 최 씨가 떠난 후, 염 선생이 돌아왔다. 그는 왕비를 따로 찾아오는 일이 드물었으나, 최 씨가 들어온 후부터 바깥에서 지키고 있었다.송석석도 그가 듣고 있었음을 알고는 물었다. "염 선생이 보기에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적절하였는가?"염 선생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매우 적절하셨습니다. 너무 확실하지도 않으면서도 필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남강의 병력은 대부분이 송가군혹은 북명군이니깐요!”하지만 송석석은 오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구나. 하지만 평서백부는 최 씨가 이끌고 있으니 어떤 것들은 너무 확실하게 알게 해서는 안 된다. 혹 겁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염 선생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기에 왕비께서 적절히 잘 말씀하신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다른 일이 있다며 돌아서자, 송석석은 조금 의아했다.그가 용건이 있어 들어온 줄 알았던 그녀였기에 칭찬 몇 마디 하고 돌아서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랬군.'염 선생은 왕부의 장사였지만 북명왕은 모사로 쓰고 있어 왕부의 모든 사람과 일을 관리하고 있었다. 마치 집사와 같은 역할로 왕비와 북영왕에게 직접 보고하는 위치에 있었다.염 선생은 죄상사이고 원래라면 우장사가 한 명 더 있어야 하지만 북명왕이 너무 까다로웠기에 아직까지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것이다.하여 염 선생 한 명이서 두 사람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으니 왕부에서의 그의 지위는 상당히 높은게 당연했다.그는 너무나 바빠서 마주치기 힘들 정로라 그를 돕는 부관인이 여러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노 집사이고, 일반적인 잡무는 거의 그가 처리했다. 왕부에는 상전은 적지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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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정미가 나가자, 시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거슬리단 말이지."그러자 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그렇지만 쓸모는 있어. 궁궐에서 나왔으니 어련히 일을 잘 처리하지 않겠어? 덕분에 보주의 일이 많이 줄었지.""그렇군. 그러고 보니 보주도 이제 시집가야 하지 않나?"그러자 송석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맞지.. 안 그래도 이 바쁜 일들이 끝나면 좋은 사람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 중이었어. 하지만 보내기가 아쉬워. 허나 나랑 동갑인 애를 곁에 두면 진짜 노처녀가 되버리고 말거야."시만자가 장난스레 물었다. "몽천생은 어때?"그러자 송석석이 단호하게 답했다. "그 사람은 우리 보주를 굶길까 두려워."시만자가 깔깔거리며 웃었다."맞아, 사문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신부한테 줄 돈이 어디 있겠어? 그는 그냥 결혼하지 않는 게 나아. 괜히 여자만 고생시킬 테니까. 혹시 기억나? 어렸을 때 너한테 장가가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석소 사저가 호되게 혼내줬지. 어린애가 벌써부터 여자를 농락한다고 말이야."송석석도 웃었지만,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매산과 진성은 그녀의 인생을 나누는 경계선와 같았다. 지금 매산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보주와 석소 사저에 대해 말을 꺼내기 바쁘게 보주가 급히 달려왔다. "아가씨, 아니, 왕비님, 그리고 만자 아가씨, 석소 사저께서 오셨습니다. 군주님께서 곧 출산하신다고 합니다!"송석석은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출산? 벌써 그렇게 된 건가?""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석소 사저께서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단신의료를 불러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진성에 안 계시다고 합니다."당황한 송석석이 급히 물었다. "석소 사저는 어디에 있느냐?""그분은 급하게 말만 전하시고 바로 돌아가셨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습니다."송석석은 재빨리 결단을 내렸다. "우리가 가야겠어. 지금 바로 가자."시만자가 긴장을 한듯 큰 숨을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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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그 말에 잔뜩 화가 난 라사저가 그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이 늙은이가 감히! 저리 비켜! 참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다. 나이 먹은 걸 봐서 참아줬더니, 사람이 아닌짓을 하는구나. 내 평생 어르신을 욕해 본 적 없지만 너 때문에 예외를 두겠다.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거라. 내가 네 뺨을 때리도록 하지는 말거라. 입조심이 힘들면 당장 꿰매거라!”어르신들께 깍듯했던 라사저는 강호인이었다.그녀가 한 치를 물러서면 상대는 한 자를 넘보는 격이니, 더는 봐줄 수 없었다.노태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자 승은백부 부인이 노태부인을 부축하며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곧 북명왕비께서 오시니,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내가 그자를 두려워할 것 같으냐?”노태부인이 가장 싫어하는 이가 바로 송석석이었다.“왕비라 한들 내 승은백부를 간섭할 수는 없다. 게다가 회왕비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그년이 뭔 상관이냔 말이다!”하지만 란이의 비명소리에 노태부인도 저도 모르게 몸을 떨고 말았다. “단신의 제자가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왜 아직도 촉진제를 쓰지 않는 것이냐?”그들이 계단을 올라갔을 때, 안에 있던 여인들은 모두 커튼을 사이에 두고 서 있었는데, 커튼 뒤가 바로 란이의 출산 방이었다.란이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비록 이마의 피는 멎었지만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량소가 계단에서 세게 밀친 것이었다. 그때 라사저와 석소 사저가 곁에 없었고 석소 사저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란이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뒤였다.계단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란이의 몸이 무거워 첫 번째 계단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혀버리고 만 것이다. 석소 사저가 그녀를 안아 올렸을 때는 이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운 좋게도 홍작이 미리 와 있었기에 빠르게 상처를 처리할 수 있었다. 송석석이 미리 준비해 둔 최고의 산파도 곁에 있었는데, 그는 진성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였고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찾는 이였다.이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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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바깥방에 있던 여인들 또한 송석석을 보더니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송석석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커튼을 들어 올려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시만자도 그 뒤를 따랐다.참담한 란이의 상태를 보자마자 송석석은 진정하기 위해 찬 공기를 한 웅큼 들이마셨다.‘어떻게 이마를 다친 거지? 왜 또 이마를 다쳤단 말이냐..!’“홍작,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송석석은 란이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땀과 눈물을 천천히 닦아주었다. 홍작은 한창 침을 놓고 있었다. 비단 이불이 높이 덮여 있었고 란이의 배에는 침이 한가득 꽂혀 있었다.홍작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단순히 태기가 움직인 정도가 아니고, 태아에게까지 상처를 입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촉진 약을 썼지만, 이미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란이의 얼굴이 그만 일그러졌다.“언니... 너무 아파요...” “걱정 말거라. 내가 여기 있으니 곧 괜찮아질 것이다.” 송석석은 그녀를 걱정하면서 다시 홍작에게 물었다. “단신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현재 성 밖에서 진료 중이라, 석소 사저가 직접 모시러 갔습니다. 제발 늦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홍작은 애써 차분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 안에 담긴 불안은 숨길 수 없었다.시만자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라사저는 문밖에 서서 승은백부의 그 무리들. 그중에서도 노태부인을 감시하고 있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고 아까까지만 해도 심한 말들을 주저 없이 찌껄이고 있었던 터라 단단히 지켜야 했다. 혹시라도 사람을 시켜 안 좋은 말이라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사저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어쩌다 이렇게 된 것입니까?”시만자가 라사저에게 묻자 라사저는 화가 난 얼굴로 나무에 묶인 량소를 가리켰다. “저자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우리가 경계를 늦춘 문제도 있다.” 라사저는 전후 경과를 자세히 설명했다. 마침내 연유를 잃은 아픔에서 벗어난 량소가 군주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뉘우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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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란이 옆에 있던 시녀 두희는 재부인의 말을 듣고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왕비가 나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왕비님. 군마가 군주님께 황제폐하에게 가서 좋은 말을 해서 자신의 세자신분을 회복시키려고 했는데 군주가 동의하지 않자 그는 화가 나서 군주를 밀친 것이었습니다. 군주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송석석은 화가 치밀어 올라 커튼을 걷고 밖으로 나가 차가운 시선으로 태부인을 보았다. 태부인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놀라 멍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나이도 많고 책봉까지 받은 몸이라 왕비라고 해도 승은백부의 일은 상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 물었다.“왕비께서는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그러자 송석석이 그녀를 째려 보았다.“다시 한번 군주를 모욕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리기라도 한다면 황실을 모욕한 죄로 생각하겠습니다.”“왕비가 어떻게 감히...!”송석석은 발로 의자를 걷어차 의자는 문으로 날아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란이에게 어떠한 변수라도 생긴다면 당신의 보배인 손자도 함께 잃을 것이니 각오하십시오.”송석석의 행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었고 태부인도 등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송석석에게 승은백부의 일을 간섭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승은백부인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왕비, 화를 푸십시오. 지금으로서는 군주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연홍은 분만 촉진약을 달여 가지고 왔고 송석석은 약을 받아 차가운 표정으로 분만실로 들어갔다.시만자도 들어와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승은백부인에게 말했다.“며느리가 안에서 출산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되어서 함께 있어주지도 않으십니까?”승은백부인은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서 북명왕비의 노여움을 살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만자의 말에 그녀는 동서들에게 태부인을 잘 보살피라고 하고 시만자를 따라 들어갔다.승은백 부인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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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승은백 부인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그 후 그녀는 도움을 청하듯 산파를 바라보았다. 산파는 평생 출산을 하다가 위험한 경우를 많이 봐왔는데 가장 위험한 경우는 어른도 아이도 지킬 수 없었다.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승은백 부인은 다급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란이의 땀을 닦아주었다. “애야, 고생했다. 너무 고생했어.” “너무 아픕니다.” 란이는 아프다는 말만 하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었다. 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회 왕비가 왔다. 그녀는 분만실로 뛰어들어 송석석을 밀치고 란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란아, 어마마마가 왔다. 지금 상태가 어떠는냐?” “너무 아픕니다..” 회 왕비를 본 란이는 기뻐하지도 않고 오히려 두려운 표정으로 회 왕비의 손을 뿌리치고 송석석을 찾았다. “좀만 참거라. 여자가 아이를 낳는 건 다 아프 단다. 내가 널 낳을 때도 아팠는데 결국 이겨내지 않았느냐? 참거라.” 회 왕비는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거라. 그러면 덜 아플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홍작이 말을 덧붙였다. “왕비님, 군주님은 복부를 부딪혀 복중의 아기가 지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뿐 만 아니라 현재 군주님의 목숨까지 위험합니다. 그건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홍작의 말을 들은 회 왕비가 반문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태의가 이리로 오는 길이니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그러자 홍작은 속으로 태의의 수준은 자신과 비슷하니 오직 사부님께서 오셔야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태의의 의술을 부정해 약왕당에게 시비를 불러오기 싫었다. 태의는 곧 도착했지만 들어올 수 없어 병풍 밖에서 상황을 묻고 출산을 촉진하는 약을 처방했다. 방금 이미 한 그릇 마셨는데 또 한 그릇을 마셔야 했기에 란이는 그만 심한 통증으로 인해 겨우 두 모금 마시고는 다시 토해냈다.어쩔 수 없어 침대 앞에 커튼을 치고 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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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그렇게 또 30분이 흘렀다. 란이는 너무나 아파서 소리를 낼 수조차 없었고 온몸이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흠뻑 젖었다. 송석석은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며 귓가에서 계속 말했지만 란이는 지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힘겹게 눈을 떠 겨우 한 마디 했다. “그냥 차라리 죽고 싶을 뿐입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거라. 단신의가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니 조금만 더 참거라.” 송석석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는데 이건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회 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란아, 말 들어.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언니 말대로 단신의가 곧 도착할 테니 조금만 더 버티거라.” 란이는 힘없는 신음소리만 낼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은 힘을 모두 통증을 저항하는 데 사용했는데 오장육부가 뒤틀린 아픔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밖에 있던 태부인도 드디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엔 배가 부딪혀 출산을 하려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심각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란이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량소까지 연류 할까 봐 걱정되었다. 황제폐하께서 노하시면 승은백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량소의 목숨도 더 이상 부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노부인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곁에 있는 하인에게 량소가 도망갈 수 있게 내려보내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하인은 바로 알아채고 호위 몇 명을 불러 량소를 내려주려 했으나, 그만 라 사저에게 들켜 버려 회초리로 사람들을 물리쳤다. “왕비의 명령 없이 이 자를 내리려는 사람은 모두 묶어버리겠다!”라 사저는 승은백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노부인은 손자가 고생하는 걸 마음 아파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인이 일이 잘못되면 량소를 풀어줄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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