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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11 10:54:00
란이 옆에 있던 시녀 두희는 재부인의 말을 듣고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왕비가 나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왕비님. 군마가 군주님께 황제폐하에게 가서 좋은 말을 해서 자신의 세자신분을 회복시키려고 했는데 군주가 동의하지 않자 그는 화가 나서 군주를 밀친 것이었습니다. 군주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송석석은 화가 치밀어 올라 커튼을 걷고 밖으로 나가 차가운 시선으로 태부인을 보았다. 태부인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놀라 멍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나이도 많고 책봉까지 받은 몸이라 왕비라고 해도 승은백부의 일은 상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 물었다.

“왕비께서는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를 째려 보았다.

“다시 한번 군주를 모욕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리기라도 한다면 황실을 모욕한 죄로 생각하겠습니다.”

“왕비가 어떻게 감히...!”

송석석은 발로 의자를 걷어차 의자는 문으로 날아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란이에게 어떠한 변수라도 생긴다면 당신의 보배인 손자도 함께 잃을 것이니 각오하십시오.”

송석석의 행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었고 태부인도 등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송석석에게 승은백부의 일을 간섭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승은백부인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왕비, 화를 푸십시오. 지금으로서는 군주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연홍은 분만 촉진약을 달여 가지고 왔고 송석석은 약을 받아 차가운 표정으로 분만실로 들어갔다.

시만자도 들어와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승은백부인에게 말했다.

“며느리가 안에서 출산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되어서 함께 있어주지도 않으십니까?”

승은백부인은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서 북명왕비의 노여움을 살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만자의 말에 그녀는 동서들에게 태부인을 잘 보살피라고 하고 시만자를 따라 들어갔다.

승은백 부인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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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0화

    그렇게 또 30분이 흘렀다. 란이는 너무나 아파서 소리를 낼 수조차 없었고 온몸이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흠뻑 젖었다. 송석석은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며 귓가에서 계속 말했지만 란이는 지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힘겹게 눈을 떠 겨우 한 마디 했다. “그냥 차라리 죽고 싶을 뿐입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거라. 단신의가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니 조금만 더 참거라.” 송석석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는데 이건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회 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란아, 말 들어.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언니 말대로 단신의가 곧 도착할 테니 조금만 더 버티거라.” 란이는 힘없는 신음소리만 낼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은 힘을 모두 통증을 저항하는 데 사용했는데 오장육부가 뒤틀린 아픔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밖에 있던 태부인도 드디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엔 배가 부딪혀 출산을 하려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심각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란이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량소까지 연류 할까 봐 걱정되었다. 황제폐하께서 노하시면 승은백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량소의 목숨도 더 이상 부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노부인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곁에 있는 하인에게 량소가 도망갈 수 있게 내려보내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하인은 바로 알아채고 호위 몇 명을 불러 량소를 내려주려 했으나, 그만 라 사저에게 들켜 버려 회초리로 사람들을 물리쳤다. “왕비의 명령 없이 이 자를 내리려는 사람은 모두 묶어버리겠다!”라 사저는 승은백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노부인은 손자가 고생하는 걸 마음 아파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인이 일이 잘못되면 량소를 풀어줄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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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과 시만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승은백부인도 단신의에게 안방에서 군주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바깥사람들이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자 회 왕비가 잠시 망설이다가 딸의 숨결이 미약해진 걸 보고는 곧바로 허락했다. 단신의는 환경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쯤 되면 아이는 지키지 못하고 어른의 목숨을 건질 수 밖에 없으니 침을 대범하게 놓았다. 그는 란이에게 단설환을 먹인 후 출산 촉진약의 용량을 늘리도록 명령했다. 그런 용량은 태의도 두렵게 했지만 그도 단설환의 효능을 들어봤기 때문에 함부로 뭐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태의는 계속 병풍 뒤에 있어 단신의가 어떤 혈자리에 침을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어디에 놓았는지 보았다면 더욱 놀랄 것이었다. 이어서 단신의는 사향홍화와 단심을 사용했는데 사향 냄새가 퍼져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러 버렸다. 사향의 양은 엄청 조심스럽게 조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아이를 낳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이상 임신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태의는 그가 처방한 약을 듣고 단신의가 최후의 방법까지 사용했다고 생각해 결국 우여곡절 끝에 효과를 본 것이다. 게다가 앞서 복용한 단설환과 고본단약도 모두 효과를 보이자 기진맥진해 있던 란이가 서서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금침으로 혈자리를 찌르자 자궁이 움츠러들면서 아랫배의 옴을 느꼈다. 산파가 황급히 란이에게 힘을 주라고 했다. 란이가 이를 악물고 힘을 주자 고생 끝에 태아가 마침내 나왔다. 단신의는 돌아서 홍작과 산파에게 뒷수습을 맡겼다. 아이는 남자 태아였는데, 아쉽게도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호흡도 이미 끊긴 상태였다.승은백 부인은 량소를 닮은 아기를 보자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회 왕비도 한 번 쳐다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불쌍한 내 외손주.”그러자 단신의가 물었다. “당신 딸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오?”현재 란이에게는 출혈의 징조가 보였는데, 혈액 순환의 약을 너무 많이 사용했기에 바로 지혈단을 사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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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은백 부인이 죽은 아기를 안고 나가려 하자 태부인이 목놓아 울었다. 하지만 승은백부인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량소에게로 향했다. 량소는 오랫동안 묶여 있어 몸에 피가 통하지 않아 얼굴이 다 자홍색으로 변해 있었다.“이 아이가 네 아들이다. 네가 이 아이를 죽인 것이란 말이다!”승은백 부인은 아기를 번쩍 들어 량소에게 보였다. 그녀의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어려 있었고 처음엔 말투가 차분했지만 갑자기 비분이 가득한 말투로 변해 있었다.“넌 대체 언제 철이 들 것이냐? 어떻게 해야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냐 말이다! 보아라. 넌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뭘 믿고 그러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군주가 널 연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괴롭히다니. 천하의 불효자 같으니라고. 그녀가 아직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느냐?”향소는 시선을 피하며 그 아이를 보지 않았다. 방금 안방에서 전해오는 소리를 그는 모두 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기분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는 아이를 감히 보지 못했다.‘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내가 죽인 게 아니야.’“데려가십시오. 데리고.. 가십시오..!”그는 중얼거리며 입가에 피를 흘리며 말했다.“난 보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그는 소리 없이 승은백부인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았다. 원래 울고 보채야 하는 아이가 지금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아이는 정말 귀여웠다. 그의 아들인데 죽었다.그는 오열하며 소리쳤다.“데려가십시오. 데려가십시오. 나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란이를 보러 가게 저를 풀어주십시오.”승은백부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늦었다, 너무 늦었어. 량소야, 세상엔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있단다. 네 아이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단다.”승은백 부인은 화를 낸 후 슬픔으로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부터 너는 어머니의 자랑이었다.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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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3화

    승은백부의 여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공기속에서는 침묵만이 흘렀다. 큰 재난을 겪은 후 모두들 표정이 처량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아무도 기분이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태부인은 승은백부인이 방금 량소에게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렇게 창창했던 앞길이 지금은 모두 사라졌으니 태부인께서는 그들이 이혼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얼굴을 본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에 왕비가 승은백부의 일을 간섭한다고 했는데 군주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단신의를 불러 목숨을 구한 게 바로 그녀였다. 그래서 태부인은 왕비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을 하면 두 사람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소.. 회 왕비, 부디 북명왕비를 설득해서 그들의 인연을 망치지 않게 해 주시오.” 회 왕비가 송석석을 보며 말을 하려고 하자 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이모의 입에서 란이를 승은백부에 남겨두라는 말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나는 일을 크게 벌일 것입니다. 민지 장공주가 알면 반드시 그녀의 시아버지께 상소문을 올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승은백부의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승은백부는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가문의 남자들이 모두 자제하고 있었다. 량소 하나 때문에 모두의 앞길이 막막해져 여식들이 잇달아 일어나 군주를 위해 말했다. “군주께서 시집오셔서 좋은 날이 며칠 있었습니까? 임신한 지 9개월이 넘었고, 그중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3개월이나 되지 않습니까? 겨우 위험에서 탈출한 사람인데 더 이상 량소 오라버니에게 괴롭힘을 당할 순 없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군주가 승은백부를 떠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슬픈 추억만 가득한 이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때만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다. 회 왕비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럼 란이는 어떡하란 말이오? 결국 이혼의 길을 걷게 되다니.”그녀는 마음속으로 량소가 미웠지만 그가 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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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청에 있던 회왕은 송석석이 란이에게 이혼하라고 했으며 그녀를 데리고 승은백부를 떠나겠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그녀가 왜 란이의 결혼생활에 참견하는 것인가!’ 그가 사람을 시켜 송석석을 불러 나오라고 하려고 하는데 그때 사여묵이 왔다. 염 선생이 대리사로 가서 그를 데려온 것인데 그는 상황을 듣고 바로 공무를 버리고 온 것이었다. 남자는 안방으로 들어갈 수 없어 그는 곧장 별청으로 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노하여 소리를 지르는 회왕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란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단 말이오? 이혼을 사주하는 건 사람의 인연을 망치는 일이건만 앙화를 받을까 걱정되지도 않는가? 내가 있는데 감히 누가 이혼시킬 수 있는지 보겠소.” 회왕의 말이 마치자마자 자두색 두루마기를 입은 사여묵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둘러보자 승은백부의 남자들 모두 벌떡 일어나 서둘러 절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회왕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숙께서 방금 제 왕비를 말씀하신 겁니까? 그녀가 무슨 앙화를 받을 일을 했다는 것입니까? 란이를 구한 일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그녀가 랴오 같이 아내를 죽이려는 짐승 같은 놈과 이혼하라고 한 일 말씀이십니까? 다른 사람의 인연을 망치다니요? 이게 무슨 인연입니까? 무슨 인연인데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황숙은 원래 말수가 적으니 입을 다무시고 원래 간섭하는 성격이 아니니 아무것도 상관하지 마시고 원래 손해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손해를 보더라도 조카에게 한 마디도 반박하지 마십시오.” 회황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특히 승은백과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 더욱 당황했다. 승은백은 북명왕을 존경하는 동시에 몹시 두려워했다. 그는 일단 사여묵을 자리에 앉힌 후 천천히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지금 중요한 건 이혼 문제가 아니라 황제폐하와 태후마마가 죄를 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량소의 성격상 군주와 계속 부부로 지낸다면 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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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5화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어떴소? 아이는 없어진 게 확실하오?” “네. 아이는 확실히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란이는 하마터면 출혈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다행히도 단신의 덕분에 목숨만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 년은 몸조리를 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주는 현재 혼수상태니 깨어나면 엄청 슬퍼하겠지요.”사여묵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열 달을 뱃속의 아이와 함께 했는데 란이도 마음이 괴로울 것이오.” 송석석은 얼굴이 창백해서 말했다. “그녀도 하마터면 따라갈 뻔했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량소를 그대로 풀어줄 수 없습니다. 그는 적어도 감옥에서 몇 년은 지내게 해야 합니다.” “그건 내게 맡기시오.” 사여묵은 그녀가 가을바람에서 연약하면서도 강인해 보여 마음이 좀 쓰리고 아파왔다. ‘란이가 출산할 때 석석이 란이를 잃을까 봐 엄청 두려웠을 것이야.’ 생각을 마친 사여묵은 눈이 싸늘해졌다. 그의 눈빛을 본 송석석이 일깨워 주었다. “란이가 떠난 후에 시작하십시오. 지금 량소를 잡아간다면 모든 사람이 란이에게 가서 빌 것입니다. 나는 란이가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 나는 먼저 대리사로 돌아갈 테니 내일 당신이 란이를 데리고 떠난 후 내가 사람을 보내 량소를 체포하도록 하겠소. 그는 본처에게 상처를 입히고 뱃속의 아이까지 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황가인 군주를 살해하려고 했으니 처벌받기에는 충분하오.” “그는 아직 탐화랑이라 공명이 있는데...” “내가 당장 목 승상을 찾아가서 황제에게 아뢰도록 하겠소.”사여묵은 량소가 벼슬이 없어 천자의 문하생이라는 것을 순간 잊을 뻔했다. 그를 처벌하려면 일단 그의 이름을 등과록에서 지워 천자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해야 했다. 송석석은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고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강한 척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놀랐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여묵 앞에서 나약함을 드러낸 것이다. 사여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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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란이를 지키고 있었고, 시만자도 의자를 가져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승은백 부인은 사람을 시켜 그들에게 반찬을 가져다주었지만 송석석은 입맛이 없어 먹지 않았다. 그리고 시만자는 두 입 먹더니 란이가 고통스러워서 온몸을 비틀던 모습이 계속 떠올라 더 이상 먹지 못했다. 그렇게 한밤중이 되서야 란이가 깨어나 잠결에 송석석을 부르자 송석석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여기 있어.” 그녀가 깬 것을 보자마자 홍작은 서둘러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 약을 먹은 후에 란이는 더 이상 눈도 뜨지 못하고 계속 잤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다. 제일 힘든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다.” 기력을 다 쓴 란이는 메마른 호수와도 같았다. 약을 세 번 먹어야 물을 조금 마실 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약을 먹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다. 홍작은 아까전 조금이라도 눈을 붙였기에 송석석에게 속삭였다. “왕비님, 가서 눈 좀 붙이십시오.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난 졸리지 않아요.” 송석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낮에 고생했으니 어서 가서 좀 더 주무십시오. 사경이 되면 약을 한 번 더 먹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홍작이 말했다. “예. 회왕께서는 가셨지만 회 왕비께서 아직 승은백부에 계십니다. 바로 옆방에 있으신데 군주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마음먹고 란이를 데리고 가려는 것이니 회 왕비는 날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낮에 사여묵이 여기에서 떠난 후 승상을 찾아갔다. 다음날 아침 조정에서 승상이 황실 서재에 가서 한 마디 하면 숙청제가 크게 노하여 량소의 탐화랑 공명을 제거하고 등과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운 후 대리사에 이 사건을 맡길 생각이였다. 그리고 대리사에서 이 사건을 맡은 이상 이혼은 문제없을 것이다.그래서 다음날 송석석이 란이를 업고 떠날 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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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저녁, 송석석은 약왕당에서 받아온 약을 사여묵에게 건넸고 약의 위험성까지 자세하게 얘기했다.사여묵은 망설이는 듯한 송석석의 모습에 환하게 웃으며 위로했다.“이 정도 상해는 충분히 견딜 수 있소. 그리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는 약들도 이렇게 잔뜩 가지고 오지 않았소? 나중에 어의에게 진단만 받으면 바로 단설환을 먹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오. 남강으로 가는 길에도 단 신의의 당부를 잊지 않고 매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겠소.”“그래도 결국 독약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저희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사여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보기엔 지금으로써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소. 단 신의가 말을 무섭게 해서 그렇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해를 입히지 못할 거요. 그렇게 위험한 약이었다면 애당초 꺼내지도 않았겠지.”“그럼 일단 염 선생과 상의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그럴 필요 없소!”사여묵이 약을 내려놓은 뒤, 커다란 손으로 송석석의 허리를 감싸며 말을 이어갔다.“이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리하오. 나중에 내가 대리사에서 쓰러지면 진이가 내 옥패를 들고 어의를 찾아갈 것이고 황실로 달려온 어의가 우왕좌왕하는 염 선생을 보아야 의심을 하지 않을 것이오.”송석석은 사여묵의 가슴팍에 기대어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전 장군님이 너무 걱정됩니다.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남강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가는 내내 제대로 쉴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남강에 가서도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전장에 어떻게 나가시려고 그러십니까?”송석석의 걱정에 기분이 좋아진 사여묵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난 왕표를 무조건 대체하겠다는 게 아니오. 일단 제린을 찾아 병사들 속에 숨어 있다가 왕표가 제대로 군을 이끈다면 난 남강 구경이나 하다 올 것이오.”사여묵의 위로에도 송석석은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왕표가 군을 제대로 이끌지 못할 거라는 확신 때문에 두 사람이 지금 이런 모험을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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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난 단 신의는 송석석의 말에 설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럭 언성을 높였다.“난 멍청한 사람을 돕지 않소. 당신들은 그런 천하의 멍청이가 따로 없소!”“세상에 이런 멍청이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한번만 더 모험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약속할게요.”송석석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단 신의가 미간을 찌푸렸다.“모험을 하고 싶어도 이제 못할 수도 있소. 돌아오면 황제께서 그 죄를 어떻게 물으실 줄 알고 이러는 것이오. 그러다가 머리가 잘릴 수도 있소.”“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단 신의는 고집을 부리는 송석석을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백성들에게는 두 사람과 같은 멍청이들이 필요하긴 했지만, 단 신의는 그 멍청이가 송석석과 사여묵은 아니길 바랐다.결국 단 신의는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상자를 꺼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곤 조심스럽게 열었다.상자 안에는 땅콩 만한 검은 알약 하나가 있었다.“똑똑히 기억하시게. 이건 독이오. 이 약을 먹고 나면 맥박이 이상해지고 갑작스러운 발작을 일으키네. 그리고 짧은 시간내에 심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이건 그저 보여지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네. 이 약을 먹고 3일 정도 버틸 수 있는데 3일 뒤에는 반드시 단설환을 복용해야 하오. 그러지 않으면 심장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소.”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이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그럼 당연하지. 이건 독이오.”“그럼 단설환을 먹고 나면 바로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겁니까?”“그렇지 않소. 며칠 동안 안정을 취해야 하네. 눈속임을 하고 나서 바로 출발하면 절대 안 되오.”위험할 수도 있다는 단 신의의 말에 송석석은 단 신의가 건네는 약을 받지 않았다.“그럼 혹시 다른 약은 없는지요? 폐하를 속이고 나서 장군님은 바로 출발하려고 할 겁니다. 실제로 중독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7화

    사여묵은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채 침대에 앉아 등을 벽에 기대고 있었다.남강에서 돌아와 병권을 황제께 바친 뒤에도 황제는 여전히 사여묵을 의심하고 경계했지만 사여묵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황제가 의심과 경계를 조금은 풀 수 있도록 사여묵은 지금까지 최대한 언행에 조심했으며 서경과의 담판이 끝나고 나서도 황제 앞에서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였다.나중에 혹시라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더 이상 황제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황제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사국이 이번에 다시 쳐들어온 건 사국과 손잡은 내국 역적이 남강에 이미 함정을 파 놓았다는 사실을 폐하께서도 알고 계신 것이오. 그래서 사국은 저렇게 겁도 없이 남강을 계속 공격하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폐하는 내가 폐하께 대한 위협이 사국 병사들을 물리치는 것보다 더 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소.”사여묵이 씁쓸하게 웃으며 마지막 남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자, 송석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황제께서 이런 결정을 하신 게 처음은 아니잖아요.”사여묵은 송석석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고 조금 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을 때부터 계속 이렇게 숨막히는 인고를 견뎌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난 무조건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오.”송석석을 놓아준 사여묵은 강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보탰다.“난 당신처럼 용감하게 변할 것이오.”예전에 송석석이 입궁하여 황제께 상황을 보고했을 때 황제는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때 당시 송석석은 마냥 기다리거나 손을 놓은 것이 아니라 홀로 남강까지 찾아갔다.송석석은 그때 자신의 생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한편, 사여묵의 말을 들은 송석석은 바로 뜻을 알아챘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전 장군님을 응원합니다.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폐하께서 아무것도 묻지 않으신다면 전 평소와 같이 진성을 지키고 있을 것이고 만약 폐하께서 죄를 물으신다면 전 북명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6화

    사여묵이 방시원을 잘 달래어 돌려보낸 뒤, 염구진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다들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남강 땅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청춘을 다 바쳤는데 이제 또 전쟁이 난다고 하니 마음이 안 좋을 수밖에 없지요.”말을 하던 염구진은 고개를 돌려 사여묵을 힐끔 쳐다보았으며 방시원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한편, 한참동안 말이 없던 사여묵이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잘 지켜보고 있다가 무슨 소식이 들리면 바로 나에게 보고하게.”“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사여묵은 다시 연주에 관한 일에 대해 물었다.“연주에서 성문을 봉쇄했다고 들었는데 소식은 끊기지 않은 것이오? 혹시 그쪽에서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나? 계획대로 행동하고 있는 건가?”“아직 확실한 소식은 접하지 못했지만 소인은 모성을 믿습니다. 계획한대로 잘 하고 있을 겁니다.”“그래. 나도 그자를 믿네.”염구진의 대답에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성은 연주 좌부승이었고 연왕이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여묵은 바로 사람을 시켜 모성에게 접근했다.총명하고 무술 실력까지 겸비한 모성은 선황제 때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성격이 너무 오만했기에 아직까지도 직급은 그저 부승이었다. 평소에 시를 즐겨 쓰는 모성은 시문의 대부분 내용이 세상을 향한 불만 표시였기에 연왕은 모성이 조정에 불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를 곁에 두기로 했다.그렇게 모성은 오랜 세월동안 외로운 싸움을 했다. 그 중 더 높은 관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성은 연왕의 반역죄 증좌를 수집하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연주에 남았다.하지만 연왕은 섣불리 움직이지도 않고 핵심 병력의 상황도 모성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중요한 일을 논의할 때에는 모성에게 나가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때문에 모성은 하상지의 잡일을 처리해주면서 간간이 상황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확실한 증좌가 없는 탓에 모성은 지금까지도 연왕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5화

    ”소인도 오늘 폐하께 감히 많은 얘기를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폐하께서 오해하실까 봐 왕야를 찾아가지도 못했지요.”이덕회가 대답하자 목 승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잘하셨습니다. 병부는 최대한 사적으로 북명왕을 접촉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니면 혹시 병사 감찰대로 폐하께 한 사람을 추천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왕표 그자가 남강 전쟁 원수를 맡기엔 걱정된다면 방시원 장군을 황제께 추천해보십시오.”“하지만 방시원 장군님은 주군 총병이라 남강 전쟁에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방 장군을 보낼 바에는 차라리 방천허와 제린에게 전사를 맡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내란이 터지고 있는 지금 진성 주군에 대장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이덕회의 말에 목 승상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대꾸했다.“도리는 그게 맞지요. 제 말은 폐하께 왕야 한 사람만 추천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몇 명 더 추천하라는 뜻입니다.”이덕회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소인이 솔직한 성격이라 말을 돌려서 할 줄 모르니 그냥 말하겠습니다. 소인이 보기엔 왕야가 가장 적합한 원수인데 어차피 역적은 아직 나라에 위협이 될만한 존재는 아니니까 나중에 목종욱한테 처리하라고 하면 되지요.”“그 어떤 반역자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 일은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알다시피 반역자들은 사국 사람들과도 엮여 있습니다. 사국과 손을 잡았다는 건 그만큼 충분한 준비를 해왔다는 뜻이지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목 상승이 손을 저으며 말하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덕회가 대답했다.“승상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소인 북명왕과 함께 내일 다시 궁으로 가서 폐하를 만나 뵙고 내란에 대해서도 의논해보겠습니다.”“그렇게 합시다!”목 승상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사청엽은 여전히 옥에 갇혀 있었다. 황제가 아직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사청엽은 자신이 사형을 면치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이날 저녁, 혼인을 앞둔 방시원이 황실을 찾아왔다. 치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4화

    한편, 목종욱은 최선을 다해 산적들을 잡아들이고 있었다. 싹을 다 자르진 못했지만 크게 겁을 먹은 산적들이 산 속에 꽁꽁 숨어서 다시는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이다. 숙청제도 제린이 보낸 소식을 접했고, 사국 대군들이 변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제린은 사국 대군이 25만 명 정도 된다고 보고를 했고 여전히 빅토르가 대군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숙청제는 바로 병부 대신들을 불러 남강에서 사국의 25만 대군을 상대로 승산이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이덕회는 황제의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대한 신속하게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폐하, 남강은 오랜 시간의 전사와 왜란으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남강 땅은 아직 전쟁에 버틸 수 있지만 백성들은 더 이상 전쟁을 견딜 힘이 없습니다. 만약 정말 전쟁이 난다면 확실한 한 방으로 빠르게 적을 물리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메뚜기 떼처럼 매년 한 번씩 이렇게 날뛸 것입니다. 이는 저희 남강 지역의 치안에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수밖에 없습니다.”“그럼 자네 생각엔 송씨 가문 병사들과 북명군이 적들을 신속하게 물리치지 못할 것 같은가?”숙청제의 물음에 이덕회가 바로 대답했다.“이제 송씨 가문 군대아 북명군을 나눌 것도 없습니다. 전부 다 남강 병사들입니다.”이덕회는 숙청제가 남강의 병사들을 모은 게 송씨 가문과 북명왕이라고 생각할까 봐 일부러 강조했지만 숙청제의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만약 남강 전쟁이 오래 전에 끝난 전쟁이고 사여묵이 병권을 상납한지 꽤 오래 됐다면 숙청제는 이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왕표가 군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지금, 남강에 있는 병사들이 송씨 가문 군대이든 북명군이든 결국 전부 사여묵의 명령에 따르고 있다.사여묵을 남강에 보낸다는 건 병권을 다시 사여묵에게 쥐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현재 연왕도 역모를 일으켰고 황제 자리를 대놓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3화

    숙청제가 사여묵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그건 사국이 네 위엄에 겁을 먹은 것이야. 빅토르가 너를 많이 두려워하는 것 같아.”사여묵은 숙청제의 말이 진심이 아니라 살짝 비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황제께서 소인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계신 겁니다. 소인은 그렇게 대단한 능력도 없고 빅토르도 소인에게 겁을 먹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전쟁 때문에 너무 많은 걸 잃었기 때문입니다.”“네 말대로 전쟁으로 많은 걸 잃었다면 짧은 시간 내에는 원기를 쉽게 회복할 수 없지 않느냐?”“소인이 감히 추측을 해보자면 사국은 원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절대 저희 남강이 순조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가끔씩 비열한 수법으로 훼방을 놓아야 정상인데 지금까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는 게 너무 수상합니다.”숙청제가 사여묵을 빤히 쳐다보다가 물었다.“그럼 네 말은 누군가가 사국과 손잡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냐?”“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사여묵은 전에도 숙청제와 이 문제를 분석하고 논의한 적이 있었으며 그때 당시 숙청제도 사여묵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관적으로 보았을 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숙청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사여묵은 그런 황제를 힐끗 쳐다보고는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지만 꾹 참았다.사실 숙청제도 왕표가 무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사국을 상대하려면 사여묵을 다시 남강 전장으로 내보내는 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하지만 숙청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그때 당시 겨우 송석석을 이용하여 사여묵에게서 병권을 빼앗았는데 이렇게 쉽게 다시 내놓을 수가 없었으며 최후의 순간이 오지 않는 이상, 숙청제는 절대 사여묵을 전장에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때문에 사여묵이 며칠동안 어서방에 남아 숙청제와 이런저런 상의를 해봤지만 숙청제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게 어서방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아무도 먼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2화

    그날 밤, 연왕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게 되었다.솔직히 지금 상황은 연왕의 오랜 계획과 차질이 조금 있었다. 지방 지역에서 역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진성에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진성까지 쳐들어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연왕과 무상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일단 병사들을 일정한 수량까지 늘이고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진성 일대로 전이하여 병사들을 안치한 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땐 사온이 진성에서 계략을 짜고 있을 것이고 많은 세가들의 지지도 받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예전에 고부진의 딸들을 세가에 시집 보냈기에 세가들은 지지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나서 적절한 시기만 잘 고르면 반드시 성공한다. 진성에 전란이 일어나고 산적과 유랑민들이 판을 칠 때 연왕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성내로 쳐들어가 바로 궁 전체를 포위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갑자기 대석촌에 일이 터져 버려 사청엽이 체포된 탓에 연왕은 급하게 병사들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승산이 너무 낮았기에 연왕도 망설였던 것이며 지방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난다고 해서 진성까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물론 백성들은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수군거리겠지만 대부분 백성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반란과 격문을 그저 우습게 생각할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사국에서 남강을 공격한다고 해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사국에서 오래 전부터 호시탐탐 야망을 보였기에 황제가 나랏일에 관심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그리고 아직 사국과의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전패했다는 소식도 없기에 상국 무장이 무능하다는 비판을 하기에도 애매했다.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이 태평한 상황에서 연주도 꽤 부유한 땅이었기에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때문에 모두 그저 연왕이 언제 잡히는지, 언제 역모죄로 목이 잘릴지를 보고 싶어할 뿐이었다. 그리고 상국에는 사국 사람들을 물리친 북명왕이 있기에 다들 역적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으며 되레 연왕이 왜 역모를 일으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1화

    무상이 아니라는 말에 연왕은 회왕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화들짝 놀란 회왕이 변명하려던 그때, 연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회왕일 리는 없어.”회왕은 의심조차 하지 않는 연왕의 태도에 기분이 조금 묘했다.한편, 연왕은 당연히 회왕을 의심할 리가 없었다. 회왕은 무일푼으로 연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진성에서도 아무런 성과도 따내지 못했으며 사온의 비교 대상이 될 자격조차 없었다.회왕이 연주에 온 뒤로 연주 백성들은 회왕을 만나면 겉으로는 왕야라고 부르며 인사를 올리긴 하지만 뒤에서는 다들 그를 만만하게 여기고 아니꼽게 생각했다.때문에 회왕은 절대 마총우를 명령하지 못한다.조금씩 차분해진 연왕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다들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총우 그자가 귀순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무너트리고 싶어서 일부러 꾸민 짓인가?”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무상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마총우가 귀순한 건 절대 아닐 것입니다. 왕야께서 격문을 보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저희 병력은 대여섯 군데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전의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렸는데 조정에서 절대 쉽게 조사해낼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조정에서 마총우 그자를 찾아서 귀순 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날 일부러 무너트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네. 그럼 그자가 누구일 것 같은가?”연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연왕이 몇 년 동안 끌어 모은 사람들 중에 황제의 친인척과 세도가들도 있지만 친왕은 연왕과 회와 두 사람밖에 없었다.연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상대가 없었다. 연왕의 부하들 중에서 황제의 친인척들이 제일 무능하고 멍청했으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가장 의심되는 상대는 여전히 무상이었다.하지만 역모의 마음을 품은 연왕이 무상을 끌어들이고 나서 지금까지 무상은 강한 충성심을 보였고 심지어 평소에 연왕에게 쓸만한 제안도 가장 많이 하고 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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