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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란이 옆에 있던 시녀 두희는 재부인의 말을 듣고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왕비가 나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말했다.

“왕비님. 군마가 군주님께 황제폐하에게 가서 좋은 말을 해서 자신의 세자신분을 회복시키려고 했는데 군주가 동의하지 않자 그는 화가 나서 군주를 밀친 것이었습니다. 군주가 조심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송석석은 화가 치밀어 올라 커튼을 걷고 밖으로 나가 차가운 시선으로 태부인을 보았다. 태부인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놀라 멍해졌다. 하지만 자신이 나이도 많고 책봉까지 받은 몸이라 왕비라고 해도 승은백부의 일은 상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바로 허리를 곧게 펴고 물었다.

“왕비께서는 대체 뭘 하시려는 겁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를 째려 보았다.

“다시 한번 군주를 모욕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리기라도 한다면 황실을 모욕한 죄로 생각하겠습니다.”

“왕비가 어떻게 감히...!”

송석석은 발로 의자를 걷어차 의자는 문으로 날아가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란이에게 어떠한 변수라도 생긴다면 당신의 보배인 손자도 함께 잃을 것이니 각오하십시오.”

송석석의 행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겁을 먹었고 태부인도 등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송석석에게 승은백부의 일을 간섭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았다.

승은백부인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왕비, 화를 푸십시오. 지금으로서는 군주가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까?”

연홍은 분만 촉진약을 달여 가지고 왔고 송석석은 약을 받아 차가운 표정으로 분만실로 들어갔다.

시만자도 들어와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승은백부인에게 말했다.

“며느리가 안에서 출산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되어서 함께 있어주지도 않으십니까?”

승은백부인은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서 북명왕비의 노여움을 살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시만자의 말에 그녀는 동서들에게 태부인을 잘 보살피라고 하고 시만자를 따라 들어갔다.

승은백 부인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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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은백 부인은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그 후 그녀는 도움을 청하듯 산파를 바라보았다. 산파는 평생 출산을 하다가 위험한 경우를 많이 봐왔는데 가장 위험한 경우는 어른도 아이도 지킬 수 없었다.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승은백 부인은 다급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란이의 땀을 닦아주었다. “애야, 고생했다. 너무 고생했어.” “너무 아픕니다.” 란이는 아프다는 말만 하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사람들을 보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줄 수 없었다. 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회 왕비가 왔다. 그녀는 분만실로 뛰어들어 송석석을 밀치고 란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란아, 어마마마가 왔다. 지금 상태가 어떠는냐?” “너무 아픕니다..” 회 왕비를 본 란이는 기뻐하지도 않고 오히려 두려운 표정으로 회 왕비의 손을 뿌리치고 송석석을 찾았다. “좀만 참거라. 여자가 아이를 낳는 건 다 아프 단다. 내가 널 낳을 때도 아팠는데 결국 이겨내지 않았느냐? 참거라.” 회 왕비는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거라. 그러면 덜 아플 것이다.” 그 모습을 본 홍작이 말을 덧붙였다. “왕비님, 군주님은 복부를 부딪혀 복중의 아기가 지금 위험한 상태입니다. 그뿐 만 아니라 현재 군주님의 목숨까지 위험합니다. 그건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홍작의 말을 들은 회 왕비가 반문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태의가 이리로 오는 길이니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그러자 홍작은 속으로 태의의 수준은 자신과 비슷하니 오직 사부님께서 오셔야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태의의 의술을 부정해 약왕당에게 시비를 불러오기 싫었다. 태의는 곧 도착했지만 들어올 수 없어 병풍 밖에서 상황을 묻고 출산을 촉진하는 약을 처방했다. 방금 이미 한 그릇 마셨는데 또 한 그릇을 마셔야 했기에 란이는 그만 심한 통증으로 인해 겨우 두 모금 마시고는 다시 토해냈다.어쩔 수 없어 침대 앞에 커튼을 치고 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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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0화

    그렇게 또 30분이 흘렀다. 란이는 너무나 아파서 소리를 낼 수조차 없었고 온몸이 물에서 건져낸 것처럼 흠뻑 젖었다. 송석석은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닦아주며 귓가에서 계속 말했지만 란이는 지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아 힘겹게 눈을 떠 겨우 한 마디 했다. “그냥 차라리 죽고 싶을 뿐입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거라. 단신의가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니 조금만 더 참거라.” 송석석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는데 이건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감정이었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회 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란아, 말 들어. 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언니 말대로 단신의가 곧 도착할 테니 조금만 더 버티거라.” 란이는 힘없는 신음소리만 낼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남은 힘을 모두 통증을 저항하는 데 사용했는데 오장육부가 뒤틀린 아픔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밖에 있던 태부인도 드디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엔 배가 부딪혀 출산을 하려나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심각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란이가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량소까지 연류 할까 봐 걱정되었다. 황제폐하께서 노하시면 승은백부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량소의 목숨도 더 이상 부지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노부인은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곁에 있는 하인에게 량소가 도망갈 수 있게 내려보내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하인은 바로 알아채고 호위 몇 명을 불러 량소를 내려주려 했으나, 그만 라 사저에게 들켜 버려 회초리로 사람들을 물리쳤다. “왕비의 명령 없이 이 자를 내리려는 사람은 모두 묶어버리겠다!”라 사저는 승은백부 사람들을 잘 알고 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노부인은 손자가 고생하는 걸 마음 아파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인이 일이 잘못되면 량소를 풀어줄까 봐 여기에서 지키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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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1화

    송석석과 시만자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승은백부인도 단신의에게 안방에서 군주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바깥사람들이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자 회 왕비가 잠시 망설이다가 딸의 숨결이 미약해진 걸 보고는 곧바로 허락했다. 단신의는 환경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쯤 되면 아이는 지키지 못하고 어른의 목숨을 건질 수 밖에 없으니 침을 대범하게 놓았다. 그는 란이에게 단설환을 먹인 후 출산 촉진약의 용량을 늘리도록 명령했다. 그런 용량은 태의도 두렵게 했지만 그도 단설환의 효능을 들어봤기 때문에 함부로 뭐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태의는 계속 병풍 뒤에 있어 단신의가 어떤 혈자리에 침을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어디에 놓았는지 보았다면 더욱 놀랄 것이었다. 이어서 단신의는 사향홍화와 단심을 사용했는데 사향 냄새가 퍼져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러 버렸다. 사향의 양은 엄청 조심스럽게 조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 아이를 낳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이상 임신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태의는 그가 처방한 약을 듣고 단신의가 최후의 방법까지 사용했다고 생각해 결국 우여곡절 끝에 효과를 본 것이다. 게다가 앞서 복용한 단설환과 고본단약도 모두 효과를 보이자 기진맥진해 있던 란이가 서서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금침으로 혈자리를 찌르자 자궁이 움츠러들면서 아랫배의 옴을 느꼈다. 산파가 황급히 란이에게 힘을 주라고 했다. 란이가 이를 악물고 힘을 주자 고생 끝에 태아가 마침내 나왔다. 단신의는 돌아서 홍작과 산파에게 뒷수습을 맡겼다. 아이는 남자 태아였는데, 아쉽게도 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호흡도 이미 끊긴 상태였다.승은백 부인은 량소를 닮은 아기를 보자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회 왕비도 한 번 쳐다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불쌍한 내 외손주.”그러자 단신의가 물었다. “당신 딸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오?”현재 란이에게는 출혈의 징조가 보였는데, 혈액 순환의 약을 너무 많이 사용했기에 바로 지혈단을 사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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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은백 부인이 죽은 아기를 안고 나가려 하자 태부인이 목놓아 울었다. 하지만 승은백부인은 그녀를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량소에게로 향했다. 량소는 오랫동안 묶여 있어 몸에 피가 통하지 않아 얼굴이 다 자홍색으로 변해 있었다.“이 아이가 네 아들이다. 네가 이 아이를 죽인 것이란 말이다!”승은백 부인은 아기를 번쩍 들어 량소에게 보였다. 그녀의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어려 있었고 처음엔 말투가 차분했지만 갑자기 비분이 가득한 말투로 변해 있었다.“넌 대체 언제 철이 들 것이냐? 어떻게 해야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냐 말이다! 보아라. 넌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뭘 믿고 그러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군주가 널 연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괴롭히다니. 천하의 불효자 같으니라고. 그녀가 아직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나 하느냐?”향소는 시선을 피하며 그 아이를 보지 않았다. 방금 안방에서 전해오는 소리를 그는 모두 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기분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그는 아이를 감히 보지 못했다.‘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내가 죽인 게 아니야.’“데려가십시오. 데리고.. 가십시오..!”그는 중얼거리며 입가에 피를 흘리며 말했다.“난 보지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그는 소리 없이 승은백부인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를 보았다. 원래 울고 보채야 하는 아이가 지금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아이는 정말 귀여웠다. 그의 아들인데 죽었다.그는 오열하며 소리쳤다.“데려가십시오. 데려가십시오. 나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란이를 보러 가게 저를 풀어주십시오.”승은백부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늦었다, 너무 늦었어. 량소야, 세상엔 돌이킬 수 있는 일이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있단다. 네 아이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단다.”승은백 부인은 화를 낸 후 슬픔으로 가득 찬 말투로 말했다.“어릴 때부터 너는 어머니의 자랑이었다. 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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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은백부의 여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공기속에서는 침묵만이 흘렀다. 큰 재난을 겪은 후 모두들 표정이 처량해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니 아무도 기분이 좋지 않은게 당연했다. 태부인은 승은백부인이 방금 량소에게 한 말들을 마음에 담아두었다. 그렇게 창창했던 앞길이 지금은 모두 사라졌으니 태부인께서는 그들이 이혼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석석의 차가운 얼굴을 본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전에 왕비가 승은백부의 일을 간섭한다고 했는데 군주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 단신의를 불러 목숨을 구한 게 바로 그녀였다. 그래서 태부인은 왕비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을 하면 두 사람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소.. 회 왕비, 부디 북명왕비를 설득해서 그들의 인연을 망치지 않게 해 주시오.” 회 왕비가 송석석을 보며 말을 하려고 하자 송석석이 차갑게 말했다. “이모의 입에서 란이를 승은백부에 남겨두라는 말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나는 일을 크게 벌일 것입니다. 민지 장공주가 알면 반드시 그녀의 시아버지께 상소문을 올리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승은백부의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승은백부는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가문의 남자들이 모두 자제하고 있었다. 량소 하나 때문에 모두의 앞길이 막막해져 여식들이 잇달아 일어나 군주를 위해 말했다. “군주께서 시집오셔서 좋은 날이 며칠 있었습니까? 임신한 지 9개월이 넘었고, 그중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3개월이나 되지 않습니까? 겨우 위험에서 탈출한 사람인데 더 이상 량소 오라버니에게 괴롭힘을 당할 순 없습니다.” “맞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군주가 승은백부를 떠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슬픈 추억만 가득한 이곳에서 어떻게 살 수 있습니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때만 올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다. 회 왕비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럼 란이는 어떡하란 말이오? 결국 이혼의 길을 걷게 되다니.”그녀는 마음속으로 량소가 미웠지만 그가 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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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4화

    별청에 있던 회왕은 송석석이 란이에게 이혼하라고 했으며 그녀를 데리고 승은백부를 떠나겠다는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그녀가 왜 란이의 결혼생활에 참견하는 것인가!’ 그가 사람을 시켜 송석석을 불러 나오라고 하려고 하는데 그때 사여묵이 왔다. 염 선생이 대리사로 가서 그를 데려온 것인데 그는 상황을 듣고 바로 공무를 버리고 온 것이었다. 남자는 안방으로 들어갈 수 없어 그는 곧장 별청으로 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노하여 소리를 지르는 회왕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어떻게 란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단 말이오? 이혼을 사주하는 건 사람의 인연을 망치는 일이건만 앙화를 받을까 걱정되지도 않는가? 내가 있는데 감히 누가 이혼시킬 수 있는지 보겠소.” 회왕의 말이 마치자마자 자두색 두루마기를 입은 사여묵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둘러보자 승은백부의 남자들 모두 벌떡 일어나 서둘러 절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회왕에게 시선을 돌렸다. “황숙께서 방금 제 왕비를 말씀하신 겁니까? 그녀가 무슨 앙화를 받을 일을 했다는 것입니까? 란이를 구한 일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그녀가 랴오 같이 아내를 죽이려는 짐승 같은 놈과 이혼하라고 한 일 말씀이십니까? 다른 사람의 인연을 망치다니요? 이게 무슨 인연입니까? 무슨 인연인데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황숙은 원래 말수가 적으니 입을 다무시고 원래 간섭하는 성격이 아니니 아무것도 상관하지 마시고 원래 손해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손해를 보더라도 조카에게 한 마디도 반박하지 마십시오.” 회황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특히 승은백과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 더욱 당황했다. 승은백은 북명왕을 존경하는 동시에 몹시 두려워했다. 그는 일단 사여묵을 자리에 앉힌 후 천천히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지금 중요한 건 이혼 문제가 아니라 황제폐하와 태후마마가 죄를 묻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량소의 성격상 군주와 계속 부부로 지낸다면 또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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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635화

    그러자 사여묵이 물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어떴소? 아이는 없어진 게 확실하오?” “네. 아이는 확실히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란이는 하마터면 출혈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다행히도 단신의 덕분에 목숨만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 년은 몸조리를 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주는 현재 혼수상태니 깨어나면 엄청 슬퍼하겠지요.”사여묵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열 달을 뱃속의 아이와 함께 했는데 란이도 마음이 괴로울 것이오.” 송석석은 얼굴이 창백해서 말했다. “그녀도 하마터면 따라갈 뻔했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량소를 그대로 풀어줄 수 없습니다. 그는 적어도 감옥에서 몇 년은 지내게 해야 합니다.” “그건 내게 맡기시오.” 사여묵은 그녀가 가을바람에서 연약하면서도 강인해 보여 마음이 좀 쓰리고 아파왔다. ‘란이가 출산할 때 석석이 란이를 잃을까 봐 엄청 두려웠을 것이야.’ 생각을 마친 사여묵은 눈이 싸늘해졌다. 그의 눈빛을 본 송석석이 일깨워 주었다. “란이가 떠난 후에 시작하십시오. 지금 량소를 잡아간다면 모든 사람이 란이에게 가서 빌 것입니다. 나는 란이가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 나는 먼저 대리사로 돌아갈 테니 내일 당신이 란이를 데리고 떠난 후 내가 사람을 보내 량소를 체포하도록 하겠소. 그는 본처에게 상처를 입히고 뱃속의 아이까지 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황가인 군주를 살해하려고 했으니 처벌받기에는 충분하오.” “그는 아직 탐화랑이라 공명이 있는데...” “내가 당장 목 승상을 찾아가서 황제에게 아뢰도록 하겠소.”사여묵은 량소가 벼슬이 없어 천자의 문하생이라는 것을 순간 잊을 뻔했다. 그를 처벌하려면 일단 그의 이름을 등과록에서 지워 천자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해야 했다. 송석석은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잡고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강한 척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놀랐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여묵 앞에서 나약함을 드러낸 것이다. 사여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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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석석은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란이를 지키고 있었고, 시만자도 의자를 가져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승은백 부인은 사람을 시켜 그들에게 반찬을 가져다주었지만 송석석은 입맛이 없어 먹지 않았다. 그리고 시만자는 두 입 먹더니 란이가 고통스러워서 온몸을 비틀던 모습이 계속 떠올라 더 이상 먹지 못했다. 그렇게 한밤중이 되서야 란이가 깨어나 잠결에 송석석을 부르자 송석석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여기 있어.” 그녀가 깬 것을 보자마자 홍작은 서둘러 그녀에게 약을 먹였다. 약을 먹은 후에 란이는 더 이상 눈도 뜨지 못하고 계속 잤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송석석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다. 제일 힘든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다.” 기력을 다 쓴 란이는 메마른 호수와도 같았다. 약을 세 번 먹어야 물을 조금 마실 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약을 먹자마자 바로 잠에 들었다. 홍작은 아까전 조금이라도 눈을 붙였기에 송석석에게 속삭였다. “왕비님, 가서 눈 좀 붙이십시오. 제가 지키고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난 졸리지 않아요.” 송석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낮에 고생했으니 어서 가서 좀 더 주무십시오. 사경이 되면 약을 한 번 더 먹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홍작이 말했다. “예. 회왕께서는 가셨지만 회 왕비께서 아직 승은백부에 계십니다. 바로 옆방에 있으신데 군주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마음먹고 란이를 데리고 가려는 것이니 회 왕비는 날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낮에 사여묵이 여기에서 떠난 후 승상을 찾아갔다. 다음날 아침 조정에서 승상이 황실 서재에 가서 한 마디 하면 숙청제가 크게 노하여 량소의 탐화랑 공명을 제거하고 등과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운 후 대리사에 이 사건을 맡길 생각이였다. 그리고 대리사에서 이 사건을 맡은 이상 이혼은 문제없을 것이다.그래서 다음날 송석석이 란이를 업고 떠날 때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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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5화

    정말 형부에 눌러 앉으려는 건가? 신기하기도 하지. 보통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형부라는 곳을 떠나는 게 정상인데 왜 아직도 형부에 붙어있는 걸까?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왜 일까요?""모르겠소. 오늘 이 대인이 사건 기록을 전하며 말했는데 전북망이 유실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에 밥도 한 끼만 먹으며 매일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소. 원래는 하루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소.""정말 이상합니다. 혹시 직위마저 포기한 겁니까?" 황제의 처분이 아니라는 말에 송석석도 바로 화제를 바꿨다. "협상 중에 일어난 일들을 폐하에게 보고한 후, 폐하는 조사하지 않으셨습니까?"정영수의 암살 시도는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향병이 장공주에게 독을 준 일은 예전에 비주 사건과 똑같은 독이었으므로 황제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조사는 반드시 할 거요. 아마 오월이가 조사할 것 같소."대리사에서는 비록 반역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일이라 황제는 대리사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보주가 들어와 남은 음식을 치우자 궁녀 영씨가 말했다. "왕야님, 왕비님, 목욕은 일찍 준비하셔야 합니다."최근 협상 때문에 사여묵이 살이 빠진 것 같아 궁녀 영씨는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는 잘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사여묵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송석석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새끼손톱으로 송석석의 손목 피부를 스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빨리 준비해야겠소."설마 이 동작은…?송석석의 얼굴은 즉시 빨개졌고 귀끝까지 붉어져 급히 손을 뺐다.궁녀 영씨와 보주도 있는 데 왜 이리 가벼운 행동을 한 거지?궁녀 영씨는 그 모습에 몰래 웃으며 뒤돌아섰고 보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송석석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진 이유를 궁금해했다.보주는 의아한 듯 궁녀 영씨의 뒷모습을 한 번 쳐다봤다. "궁녀 영씨는 왜 웃으시는 겁니까?"송석석이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것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4화

    송석석이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니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자꾸나. 정말 안 되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여학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아니다, 여학은 자리가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송석석이 말했다.그러자 시만자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오늘 밤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시 사부, 어서 공지를 내려라. 네 제자들은 무공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하더구나.”시만자도 웃으며 말했다. “장기문이 제일 부지런하다. 이 녀석은 항상 최선을 다해 발전도 빠르지. 무공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자질이야. 어릴 때 사부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공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야 배우는 걸 보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그 후, 송석석은 평서백부로 향했고, 시만자는 가죽 채찍을 들고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켰다.최씨가 송석석의 말을 듣자마자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석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부인이 도와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여인은 살기가 너무 힘드니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복을 쌓는 일이지요.” 최씨는 깊은 슬픔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괜찮으시면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최씨도 그녀를 여러 번이고 도왔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최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최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긴 하다만 왕비님께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닙니다.”송석석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때, 하녀가 급히 뛰어와 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3화

    소진 소주방은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언제든 사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회 부인은 다과회를 열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곧 백성들의 입에도 소주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말은 많았지만 이혼당한 부인 중 누구도 소주방에 발을 들이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시만자는 의아해하며 홍시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많은 이혼당한 부인들이 암자에 머무르며 고된 일에 시달렸고, 심지어 때로는 끼니조차 거르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정으로 돌아간 여인들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시달리며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3월 10일 십자리강에서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경조부의 조사 결과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자수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만자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바로 송석석을 찾으러 경위부로 달려갔다.송석석은 다급히 달려온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이 일은 본래부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소주방에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소주방에 들어가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혼당한 부인임을 알리는 셈이 될 테니. 그걸 이겨내기 힘든 것이야.”"소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혼당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시만자는 속이 상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소진 소주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녀들을 위해 살길을 마련해 주려 했지만 기꺼이 죽음을 택하면서도 소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려무나.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지 않느냐.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고 강에 투신한 그 여인도 아마 절망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그래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시만자는 답답함과 좌절감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송석석은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만지며 위로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우리가 그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2화

    안태부와 목 승상은 왕부에 남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좋은 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마마는 손수 장수 찐빵을 만들었는데 그 위에 찍은 붉은 점이 마치 눈 위에 떨어진 한 송이 붉은 매화처럼 보였다.소 대장군은 무척 기뻐하며 술자리를 즐겼다. 식사 중 그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전 노장군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목 승상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 내가 전 노장군을 생각해 전북망의 중매를 서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두 사람이 원수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정말 후회스럽군.”"사람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 법이오."안태부가 말했다. 그러고는 소 대장군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 사람들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몸이나 건강하게 지키며 자손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소?"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젊고 기반이 불안정하며 또 일부 노신을 새로운 신하로 물갈이를 할 것이 뻔했다. 세월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는 법이니 이미 물러났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소 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태부의 말씀에 일리가 있으니 그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오." 이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도 이제 나이를 먹어 성릉관을 지키긴 힘들었다. 다행히도 현재 총사령관 자리는 삼랑이 맡고 있으니 당장 무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소가군은 여전히 성릉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한껏 술을 마시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목 승상은 소 대장군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 이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몸 건강히 지내게나, 친구.""자네도 몸조심하게!" 소 대장군은 공손히 인사하며 송별했다. 비록 술을 많이 마셨으나 여전히 산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었다.사여묵도 소 대장군과 함께 그들을 배웅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남씨가 란이의 손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1화

    북명황실에 도착한 란이는 외조부와 남씨를 보더니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큰절을 올렸다. 소 대장군과 남씨는 무의식적으로 문밖을 바라보았으나 한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들은 금세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남씨는 웃으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바보 같은 것, 대체 왜 울고 있느냐? 외조부를 무사히 만났으니 기쁜 게 아니더냐?"그러자 란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그러는 겁니다."소 대장군은 외손녀가 겪은 고난을 알기에 눈가에 연민이 가득했다. "란이야, 어서 이리 오렴. 어디 찬찬히 보자꾸나."소 대장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듣자, 순간 어머니의 냉담함이 떠올라란이는 가슴이 아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외조부님, 란이는 석석이 언니가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습니다."소 대장군은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촌동생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너희가 서로 도울 수 있다니 외조부는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의지하거라.""예, 외조부의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송석석과 란이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녀들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별의 슬픔을 억누른 채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 대장군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남씨가 란이에게 물었다. "란이야, 네 어머니는 왜 오지 않은 것이냐?"란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사여묵이 목 승상과 안태부를 모시고 들어왔다. 그러자 소 대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안태부, 목 승상, 모두 오랜만이오. 그간 모두 무탈하셨소?"안태부는 예를 갖추며 인사하고 목 승상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장군, 잠시 실례하겠소."송석석은 남씨와 란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후 바로 자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0화

    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외조부께서 내일이면 성릉관으로 돌아가십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이번에 뵙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 생신은 혼자 서쪽 별당에서 보내셨다고요. 어머니께서 함께 가셔서 오래도록 건강하시라고 축복해 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하지만 회왕비는 여전히 눈물을 닦으며 걱정할 뿐이었다. “아니야, 나는 못 가겠다. 게다가 그날 석석이가 찾아뵙지 않았을까?”란이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날 외조부님 생신에 언니는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폐하께서도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런 부적절한 시기에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회왕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것이냐? 어차피 대단한 날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생일상 한 번 올려드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 네외조부님께서 막 돌아오셨을 때 물론 나도 찾아뵈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누가 막아서 돌아와야 했으니,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요즘 들어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하고 있었던 란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단지 마음이 여리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냉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회왕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의 세상이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한 번 뵙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더냐? 네가 냉정하지 않다면 어째서 네 어미가 이렇게 힘든 처지에 놓인 건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네 부왕께서 나를 버리셨다. 집의 금은보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나는 이제 가진게 아무것도 없단다.”란이는 자리를 뜨려다가 어머니가 이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설득해 보려 했다. “부왕의 일은 따로 알아보면 됩니다. 그게 어머니가 외조부를 뵙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9화

    저녁 식사 후, 소 대장군과 사여묵은 오랫동안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송석석은 처음에 들어가서 듣고 싶었지만 소 대장군이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니 그녀가 들어오면 불편할 것 같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송석석은 평 사저와 대사형을 찾아갔다.저녁 식사 중에 사숙은 자신도 매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함께 가자며, 특히 대사형에게 엄격히 명령하고 돌아가도록 했다. 대사형이 왕부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 왕부가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사형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조정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사숙은 그런 인물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또한 그의 제자 사여묵에게 해를 끼칠까 우려가 되어 그들에게 반드시 왕부를 떠나라고 엄숙하게 지시했다.평 사저는 뒤에서 몰래 사숙은 일이 필요할 때만 부려 먹고 일이 끝나면 귀찮아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 사저는 평소에 남을 험담하는 일이 없지만 유일하게 사숙에 대해서만은 뒷말을 하였는데, 그것도 직접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정말로 돌아가야 합니까? 며칠 더 머무르실 수는 없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사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물었다."돌아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사숙님이 명령을 내리셨잖니." 평무종은 어린 사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에도 사부님은 우리가 자주 너를 찾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우린 강호인이라 왕부에 강호인이 많이 드나드는 것도 좋지 않고, 너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전혀 민폐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전 그저 모두가 제 곁에 있어 주는 게 좋습니다!" 송석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사숙님 혼자만 돌아가라고 하십시오."그러자 평무종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용히 말하거라. 사숙님께 들키면 나중에 벌을 받을 것이야."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왕부에선 사숙님이 저에게 벌주지 않을 겁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8화

    시만자는 원래 그들의 몸에 더 많은 구멍을 뚫어줄까도 생각했으나 보주의 말을 듣고 멈추기로 했다. 몇 번 더 찌른다면 피가 너무 빨리 흘러 그들이 너무 쉽게 죽을수도 있어서였다.송석석은 조상 묘지 앞의 작은 사당에서 향을 가져와 불을 붙여 향로에 꽂았다. 그러고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세 번 큰절을 올렸다. 그녀는 절을 올리면서 먼저 떠난 가족들이 저세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사여묵 역시 향을 피우고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송석석이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어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여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범인이 이미 처형되었으니 장모님도 저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오.”송석석은 그들이 정말로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복수는 했지만 마음속 고통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강해지고 행복해져야만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서경의 두 정탐꾼은 아직 죽지 않았으나 과다 출혈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경 말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송석석과 시만자 등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오직 사여묵만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송구하다”라는 말이었다.그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단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는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 저지른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듯 했다. 송구하다는 말이야말로 그들이 이 묘지 앞에서 비로소 할 말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보주에게 전했다. “이자들이 송구스럽다고 말하는구나.”보주는 여태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사여묵의 말을 듣자마자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시만자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송구스럽다고 해서 이 모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보주는 목이 찢어질 듯한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단지 송구하다는 말로 모든 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7화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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