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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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네.”주인장의 말에 온지유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핸드폰을 손에 꽉 쥔 온지유는 자꾸만 떠오르는 익숙한 얼굴에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렇게 몸을 뒤척이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온지유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튿날 아침이었다.신무열에게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온지유는 주인장 어머니가 만들어 준 옥수수 미음을 반쯤 먹고는 주인장과 함께 학교로 향했다.저번에 아이들이 글자를 잘못 읽은 걸 생각해낸 온지유는 이참에 성모와 운모부터 제대로 가르치기로 했다.허름한 교실에 들어온 온지유는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진 한쪽 벽을 칠판 삼아 몽당분필로 성모와 운모를 적어 내려갔다.다 적은 온지유는 아이들을 보며 Y 국 말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진행했다.“안녕 얘들아, 나는 신무열 선생님 대신 잠시동안 너희들의 화국어를 가르칠 온지유라고 해.”신무열이 어떻든 아이들은 죄가 없었기에 온지유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기도 했고 신무열에게 호감을 잘 쌓으면 나중에 그를 통해 법로를 만날 수도 있었기에 맡은 바 책임은 다하기로 했다.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온지유의 말을 일부러 무시하며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조용히 해.”아이들이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알고 싶었지만 그래도 약속을 한 것이니 제대로 가르치려고 한마디 한 온지유를 향해 교실에 앉아있던 남자애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화국어 좀 하고 화국인이라고 우리 선생님인 척 하지 마요,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도 하지 말라고요!”온지유가 소리 지르는 아이를 바라보자 그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자세히 보니 어제 돌을 던진 케빈이라는 아이였다.“듣기 싫으면 여기서 다른 애들 선동하지 말고 나가.”여기 오기 전에 많은 준비를 했던 온지유이기에 아이들과 Y 국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다만 말하는 게 느릴 뿐이었다.“누가 선동을 했다고 그래요? 또 사람 몰아가네, 당신 오고 나서 이 마을이 조용할 날이 없어요!”말을 마친 케빈은 온지유가 보는 앞에서 책상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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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신무열이 준 열쇠로 방문을 열고 들어간 온지유는 깔끔하게 정리된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붓기를 가라앉히는 빨간 약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아이의 상처에 펴 발라 주었다.“학교에서는 내가 발라줄 테니까 나머지는 집에 가져가서 발라, 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바로 선생님이랑 부모님께 말해줘. 울기만 하면 안 돼. 그리고 케빈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온지유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아이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러자 여자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케빈이 저 때릴까 봐 무서워요...”“괜찮아, 선생님 있으니까 이제 안 무서워해도 돼.”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아이를 어르고 달랜 끝에 온지유는 마침내 아이와 함께 방을 나섰다.그런데 방문 앞에는 또 어젯밤처럼 마을 주민들이 잔뜩 모여있었다.온지유가 그들을 바라보니 남자 하나가 튀어나오며 소리쳤다.“어젯밤 일은 우리 아린이가 잘못한 게 맞는데 오늘 일은 케빈이 잘못일 리가 없어요!”남자의 말로부터 케빈과 아린이 남매라는 걸 알아차린 온지유는 케빈이 어젯밤 일까지 같이 복수하려고 그런 일을 벌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온지유는 이내 여자아이의 옷을 내려 상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오늘부터 제가 신무열 선생님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어요. 안 그래도 케빈이 부모님을 만나 뵈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셨으니 그냥 지금 얘기하죠.”“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는데 케빈이 제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하면서 책상을 뒤집어엎는 탓에 이 아이 몸에 상처까지 났어요. 그리고 수업을 들으려는 다른 애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게 일진이나 되라고 그런 건 아니시겠죠?”“선생인 저한테도 아이들을 훈육할 권리가 없다면 선생이 왜 필요하겠어요?”그 순간만큼은 Y 국 말을 아주 유창하게 해내는 온지유에 마을 사람들은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그때 아까 온지유의 말에서 용기를 얻은 여자아이가 나서며 말했다.“케빈은 평소에도 저희를 괴롭혔었어요. 이번에도 새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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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문제가 생긴 것 같아!”“얼른 방어작전 실시해!”“주민들부터 보호해!”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마을에는 피바람이 불어왔고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중간에 낀 주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머리부터 감싸며 뛰어다녔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에는 맥을 못 추고 픽픽 쓰러져버렸다.잇따라 들려오는 총성과 그 연기 때문에 주민들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해 마을은 점점 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두세 살 먹은 아이들은 깜짝 놀라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엄마를 찾아대고 있었다.“아이들부터 살려!”특수부대원들은 아이들부터 안아서 보호하며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동맹군도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들어왔지만 화국의 위화부대가 올 줄은 몰랐기에 서둘러 철수 명령을 내렸다.전투력과 무기 등 모든 방면에서 자신들보다 우월한 화국 부대와 싸우는 건 죽겠다고 도발하는 꼴이라 재빨리 철수한 것이다.동맹군이 철수하니 애초에 주민들을 보호하라고 투입된 화국 군대는 더 쫓아가지 못했다.통집령도 손에 없고 적군도 이미 물러간 마당에 그 뒤를 쫓아가서 죽이는 건 남의 영토에서 괜한 물의를 일으킬 수 일이었기 때문이다.전쟁은 시작된 지 십여 분만에 막을 내렸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을은 쑥대밭이 돼버렸다.지붕에는 총알이 지나간 자리대로 구멍이 뚫려있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집들이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시체와 부상자들이 가득 깔려있었다.아이들과 부녀자들은 그 시체들을 붙잡고 통곡하고 있었다.이 난세에 내일을 살아낼 수 있을지도 그들에게는 의문이었다.“소대장님!”그때 여전히 훤칠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여이현이 군복을 입고 차에서 내렸다.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허리춤엔 장총을 끼고 있는 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위엄있고 냉철해 보이는 얼굴로 엉망진창이 된 마을을 훑어보던 여이현은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는지 차갑게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현장 정리하고 주민들 집 다시 지어.”“예!”여이현이 명령을 내리면 부하들도 다른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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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자세히 보니 이불과 컵에는 전부 노란색 별이 그려져 있었다.설마...“선생님, 일어나셨어요?”그때 케빈이 깨어난 온지유를 보고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들자 온지유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그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어주었다.“일어났어요?”그때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도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몸은 좀 어때요?”오랜만에 유창한 화국어를 들은 온지유는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괜찮아요. 근데 혹시 화국 군대예요?”“네.”병사들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온지유를 반가워했다.“이렇게 혼란스러운 곳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갑네요!”그들이 화국 군대라는 말을 듣자마자 온지유는 혹시나 여이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도 병사들을 잘 모르고 병사들도 온지유를 처음 봤기에 대놓고 묻기가 쑥스러워 떠보듯 물었다.“혹시 여이현 씨라고 아세요?”온지유가 살짝 기대하며 묻자 병사들은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며 답했다.“우리 소대장님을 어떻게 아세요?”병사의 말에 온지유는 흥분하며 물었다.“여이현 씨 지금 어디 있어요?”“아직 안 돌아오셔서 잘 몰라요. 아마도 임무 수행 중이실 거에요.”온지유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 병사는 친절히 답해주었다.한편 여이현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온지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어도 온지유는 여이현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네.”병사들은 아까 그렇게 흥분하더니 또 갑자기 차분해지는 온지유를 의아한 듯 쳐다봤다.“그럼 좀 쉬고 계세요. 저희는 이만 나가볼게요.”“아, 네. 감사합니다.”“아니에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뭘.” 정의가 넘쳐 흐르는 것 같은 병사들이 온지유를 향해 경례를 하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케빈이 다가왔다. “선생님, 전에는 제다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도 안 피우고 선생님께 대들지도 않을게요. 그러니까 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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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둘은 이 세상에 둘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오랫동안 눈을 맞추고 있었다.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마주 보며 지내왔었지만 지금의 이 눈 맞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했다.온지유는 빨개진 눈으로 여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무사하다니 다른 건 이제 아무 상관도 없어진 것 같았다.하지만 온지유는 제 감정을 억누르며 그에게로 다가가지는 않았다.다신 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이리 두 눈에 담았으니 온지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여이현에 대한 미움도 그의 안전 앞에서는 그토록 작아져 있었다.그렇게 그 둘은 서로에게 다가서지는 않았지만 그리움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소대장님.”그때 움직이지 않는 여이현을 한 사병이 부르며 말했다.“다들 소대장님이 들어가시길 기다립니다.”“아, 그래.”짤막하게 대답한 여이현은 고민도 없이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보고서야 온지유도 그곳을 빠져나왔다.이미 이혼한 사이라는 건 알지만 여이현의 미련없는 뒷모습을 보니 또다시 실망스러운 감정이 앞섰다.하지만 여이현이 이혼서류를 내밀던 그때보다 더한 실망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온지유는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천막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과 연기가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 위에는 검은 냄비도 놓여있었다. 아마도 병사들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삶아 먹는 것 같았다.허름한 이 마을에는 주방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다른 집들도 다 불에 냄비를 올려 쌀을 끓이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생활하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그보다 더 원시적인 것 같았다.냄비도 남들이 쓰다가 버린 것 같은 걸 쓰고 있는 병사들이 안쓰러웠던 온지유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그러자 온지유를 알아본 병사들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상처는 다 나으셨어요?”“네, 괜찮아졌어요.”그에 온지유도 웃으며 말했다.“제 성은 온 이고 이름은 지유에요. 앞으로 온지유라고 불러주세요.”“네, 지유 씨.”“아직 식사 전이시면 같이 드세요.”병사들도 예의를 갖추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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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겉으로 보기엔 괜찮았지만, 맛은 없었다.“자.”그 순간, 온지유는 고소한 밥 냄새를 맡게 되었다.고개를 들자 여이현은 그녀를 그윽한 눈길로 빤히 보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손에는 하얀 쌀밥이 담긴 밥그릇이 있었다.온지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여이현은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더니 밥그릇을 그녀의 앞에 내려놓은 뒤 수저도 건넸다.“먹어.”그는 다소 타버린 밥을 먹기 시작했다.온지유는 그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우리 이것만 먹는 거야?”여이현은 그녀의 곁에 앉았다.“응.”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 그가 많이 변한 것 같았다.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식습관도 달라졌다.온지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전에 그가 살던 곳과 하늘 땅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그녀는 하얀 쌀밥을 보며 말했다.“난 입맛이 까탈스럽지 않아. Y 국에 왔으니까 여기 생활 방식에 적응할 수 있어. 그러니까 굳이 날 위해 흰쌀밥을 준비할 필요 없어.”여이현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흰쌀밥도 얼마 안 남았어. 음식 낭비하면 안 돼.”온지유는 그를 빤히 보았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그녀는 음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밥그릇을 든 그녀는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오랜만에 먹는 따듯한 밥이라서 그런지 온지유는 아주 맛나게 느껴졌다.설령 반찬을 먹지 않아도 밥은 아주 맛있었다.여이현은 양 볼 가득 넣어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곤 옆에 있던 병사에게 눈빛을 보냈다.병사는 바로 달려와 따듯한 물을 따라주었다.“반찬도 먹어. 그러다가 체하겠어.”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맛나게 먹고 있었다.비록 그들이 만든 음식은 요리사에게 견줄 정도로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온지유는 살면서 먹은 밥 중 제일 맛있게 느껴졌다.병사들도 여자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여이현을 처음 보았다.그랬기에 궁금했다. 눈앞에 있는 여자가 대체 누군지.여하간에 그들은 온지유를 본 적 없었으니까.밖에 있던 몇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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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네, 형님.”“너희들이 쑥덕대던 여자가 누군지 내가 한번 봐야겠군...”용경호는 여이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하간에 여이현이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궁금했던 용경호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안을 보았다.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도 익숙했다.다시 여이현의 눈빛을 보았을 때 확실히 병사들이 얘기한 것처럼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설마!'‘이거 들키면 큰일이 되는 거 아닌가?'용경호는 조급해졌다. 만약 이런 곳에서 다른 여자에게 반했다면 온지유는 어떻게 하겠는가!이때 병사들이 궁금한 듯 그에게 물었다.“형님, 어떠십니까?”용경호는 병사들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구경하지 못하게 했다.“다시는 입에 함부로 올리지 마! 대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니까!”“네, 알겠습니다!”그들은 용경호의 말을 곧잘 따랐다.하지만 용경호는 누가 봐도 당황해 보였다.여이현을 걱정하는 듯한 눈빛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는 여이현이 온지유를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던지라 다른 여자에게 반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여자의 뒷모습은 이상하게도 온지유와 닮은 것 같았다...‘설마!'‘대장님께서 대용품을 찾으신 건가?!'...온지유가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찰리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찰리의 머리엔 커다란 거즈가 붙어 있었고 손에는 붕대를 감았다.그녀는 하마터면 찰리의 존재를 잊을 뻔했다.“괜찮아?”“괜찮아요?!”찰리와 온지유는 동시에 물었다.온지유는 찰리의 두 눈에 담긴 자신을 향한 걱정을 읽어냈다.“난 별로 크게 다치지 않아서 괜찮아.”온지유는 그에게 말했다.“그러는 넌, 왜 뛰어온 거야. 밥은 먹었어?”찰리가 말했다.“눈 뜨자마자 달려왔어요. 괜찮다니 다행이네요.”온지유는 웃으며 말했다.“뭐야, 나 걱정했어? 정말 놀라운데?”찰리는 당연히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누가 걱정했다고 그래요! 그냥 저희는 협력 관계니까 와 본 거죠. 적어도 생사는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아닌 척할 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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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그의 말에 온지유는 다소 마음이 아팠다.그들이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야 할 일이었다.비록 온지유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나 책에서 읽어본 적 있었던지라 공감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나라의 발전이 아주 빠른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그래도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마침 두 사람의 모습을 막 나오던 여이현이 발견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온지유와 찰리를 보았다.온지유는 다정하게 찰리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주 친해 보였다.아마 알게 된 지 꽤 된 사이일 것이다.그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며 미간을 찌푸리게 되었다.찰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온지유는 그를 친남동생 대하듯 달래주고 있었다.그녀는 찰리를 이끌고 의자에 앉았다. 찰리에게 어깨를 내어주면서 꺼진 희망을 다시 살려주고 싶었다.“괜찮아, 나라의 부흥을 위해 우리가 더 분투하는 거야!”온지유가 찰리를 보며 말했다.찰리는 그녀의 두 눈을 빤히 보았다. 힘이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다소 놀란 듯했다.“큼큼큼...”이때 누군가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찰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본능적으로 경계했다.온지유는 느릿하게 걸어오고 있는 여이현을 발견했다.“미안해, 본의 아니게 대화를 방해하게 되었네.”여이현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가 답했다.“괜찮아.”찰리는 여전히 경계했다.“누구예요?”온지유는 찰리에게 여이현을 소개했다.“이 사람은 여이현이라고 해. 대장님이기도 하고 마을을 지켜준 사람이야. 너도 대장님이라고 불러도 돼.”여이현은 찰리를 빤히 보았다.찰리는 순간 깨달았다.“아, 그럼 사람들이 수호신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바로 형이었네요!”여이현은 자신을 수호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난 수호신 같은 게 아니야. 그냥 군대를 이끄는 사람이지.”찰리가 말했다.“우리 마을을 지켜주었으니 당연히 수호신이죠. 저희 모두 고마워하고 있어요. 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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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음?”온지유는 다소 의외라는 듯 그를 보았다.여이현은 그녀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옷이 더러워졌기에. 목욕하고 싶을 것 같아서 말해뒀어.”온지유는 고개를 떨구며 옷을 살펴보았다.집에 있을 땐 그녀는 거의 매일 샤워했다.하지만 이곳에선 그때처럼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았던 터라 매일 샤워하는 것은 포기했다.샤워를 생략할 수 있으면 생략했다.폐허 속에 갇혀 있었던지라 그녀의 꼴이 깨끗할 리가 없었다.다만 여이현이 이렇게나 세심하게 목욕물까지 준비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냄새를 킁킁 맡았다.“혹시 냄새나?”“아니.”여이현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넌 항상 깨끗하게 하고 다녔으니까.”그의 말에 온지유는 멈칫했다.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보기엔 멀어 보였다. 여하간에 이혼까지 했으니 말이다. 여이현도 그녀를 더는 챙겨줄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그의 행동은 꼭 여전히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다가 시선을 피했다. 아직 이 모호한 관계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응.”온지유는 간단히 대답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응.”온지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고개를 돌리자마자 구석에서 몰래 구경하고 있던 용경호를 발견했다.그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거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용경호는 이곳으로 오자마자 여자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여이현을 발견했다.그는 온지유의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닮았습니다.”용경호는 감탄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확실히 닮은 것 같습니다.”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을 하는 거지?”“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용경호는 입을 벙긋거렸다. 이미 여이현이 온지유의 대용품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온지유와 멀리 떨어져 그리움에 버티지 못하고 온지유와 닮은 사람을 찾은 거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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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여자는 코웃음을 치며 다소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내가 한 거면, 뭐요?”온지유는 팔짱을 낀 채 심드렁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나한테 음식을 만들어 가져온 이유는 뭐지? 이틀 전만 해도 날 여기서 쫓아내고 싶어 하지 않았나?”아린은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온지유를 보며 말했다.“그쪽이 굶어 죽을까 봐 가져온 거예요. 마을은 아수라장이 되어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있거든요. 하루종일 안 보이길래 그래서 여기서 굶어 죽으면 어떻게 하나 해서 가져온 거예요. 전 우리 마을에서 누가 죽었다는 소리를 더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이유는 핑계 같았다.온지유는 이틀 전의 보여주던 그녀의 행동과 그녀의 남동생을 구해준 일이 떠올랐다.아마 미안한 마음에 온지유에게 밥상을 차려준 듯했다.온지유는 앞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은 후 테이블 가득한 음식을 보았다.“고기도 있네. 설마 집에서 아껴 먹으려던 걸 전부 가져온 건 아니지?”“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아린도 다가왔다.“다들 이 정도로 먹어요. 전 차별 대우한 적 없다고요!”씩씩대는 모습을 보니 역시 어리긴 어리다고 생각했다. 전혀 감정을 숨기지 못했으니까.온지유는 굳이 직설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수저를 들어 음식을 먹어보았다.그러자 아린은 기대하는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어때요?”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아린은 기뻤다.“맛있죠? 저도 요리 꽤 한다고요.”아린은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했다.온지유가 물었다.“넌, 밥은 먹었어?”아린은 배를 만졌다. 오늘은 그저 온지유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었을 뿐이다.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으니까.너무 기대한 나머지 밥을 챙겨 먹는 것도 잊고 있었다.온지유가 묻자 그제야 배고픈 감이 들었다.온지유는 바로 눈치채곤 밥을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먹어.”아린이 물었다.“제가 먹으면, 그럼 그쪽은 뭘 먹어요?”온지유가 답했다.“난 다이어트 중이라 쌀밥은 안 먹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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