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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641 - Chapter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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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1화

양시은은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단호하게 거부하지는 못했다.나도현이 말한 것처럼, 설령 두 사람의 마음이 멀어졌다고 해도 하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민을 아버지 없이 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마음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면...“일단 하민이 의견부터 물어볼래.”양시은은 나도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드디어 도망치지 않기로 한 듯했다.“이건 우리 둘만의 일이 아니고 하민이랑도 직결된 문제니까. 하민은 네가 누군지 모르잖아. 먼저 알려 주고 생각도 들어볼래.”나도현은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을 살짝 풀었다. 비록 그가 기대했던 최상의 답변은 아니지만 그래도 큰 진전이었다. 최소한 양시은이 마음을 열 기색을 보였으니 말이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그래, 하민이한테 잘 얘기해 줘. 기다릴게.”지금 당장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나도현 덕분에 양시은도 안도했다.나도현은 조용히 비서를 불러서 웨딩드레스 준비를 지시했다. 전에 양시은이 입어 봤던 드레스를 우선 사 두고 다른 것들도 마련하라고 했다.뜻밖의 업무를 받은 비서는 잠시 멍해졌다.‘우리 대표님 정말 결혼하시는 건가? 누가 우리 대표님 마음을 사로잡은 거지?’비서는 그런 상상을 하며 알 수 없는 경외심을 품었다.물론 양시은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도현이 뒤에서 이런 식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자신의 말이 화근이 된 걸 후회했을지도 모른다.나도현은 양시은이 마음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녀가 조용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래서 양시은은 하루 종일 집 침대에만 파묻혀 지냈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그러다 문득 하민을 유치원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큰일 났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그녀는 급히 차 키를 챙겨 나섰다. 하지만 도로가 꽉 막힌 탓에 차는 거북이 속도로 이동했다.속이 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공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다행히 공 선생님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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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2화

“엄마는 왜 아직 안 오지...”바로 그때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긴 머리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하민이니?”하민은 낯선 여자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쩐지 이모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이모 낯이 익어요.”양채은은 자신의 허리에도 닿지 않는 꼬마를 내려다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양시은이랑 그 사람 아이겠지.’“나는 네 엄마... 친구 정도 되는 사람이야.”“그럼 엄마가 왜 안 오는지 아세요?”“아마 오는 길일 거야. 나랑 잠깐 저쪽에 가서 놀면서 기다릴래?”하민은 잠시 망설였다.양시은이 늘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상대는 아예 낯설다고만 하기에는 좀 묘했다.한참 고민하다가 그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근데 엄마가 오면 바로 갈 거예요.”하민이 어린애 같지 않은 말투를 쓰자 양채은은 은근히 웃음을 지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그녀가 하민을 데려간 곳은 그리 멀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유치원 근처의 한 카페에 잠시 앉았다.하민은 커피라는 음료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양채은은 단호히 말렸다.“안 돼. 애들은 커피 마시면 뇌에 안 좋아. 대신 달콤한 걸로 먹어.”뇌에 안 좋다는 말에 하민은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곧장 커피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였다.‘난 바보 안 될 거야.’양채은은 자신에게는 라떼를, 하민에게는 따뜻한 우유와 티라미수를 주문해 줬다.하민은 디저트를 먹으며 퍽 즐거워 보였다.양채은은 창밖을 바라보며 눈가에 묘한 쓸쓸함이 깃들었다.사실 그녀도 이곳에 오고 싶었던 건 아니다. 단지 충동적으로 조카를 한 번 보고 싶어져서 들른 것이었다.“이모.”“응, 왜?”하민이 그녀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양채은은 고개를 떨군 채 커다란 눈동자와 마주쳤다.솔직히 말해 하민은 나도현을 닮았다. 특히 저 맑은 눈동자가 똑같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걸 보자 그녀는 잠시 넋이 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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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3화

하민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나도현은 회의를 하다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뻔했다. 그가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뜨려 하자 주주들은 잔뜩 긴장해 일제히 그를 만류했다.“대표님,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지금 가시면 안 됩니다. 이 프로젝트 아직 결론도 안 났고 방향성도 잡히지 않았는데 후에는 어떻게 합니까?”주주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쏟아 내자 나도현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날 선 시선으로 그들을 훑으며 말했다.“더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나머지는 돌아와서 얘기하죠.”주주들이 입을 떼려고 했지만 나도현은 이미 나가 버렸고 그들은 그저 한숨만 쉴 뿐이었다. 나도현이 충동적으로 구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말이다.한편, 적잖은 시간을 들여 양시은은 간신히 유치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공 선생님이 안절부절못하며 달려왔고 양시은도 급히 물었다.“선생님, 하민이 아직 못 찾았나요?”공 선생님은 반가우면서도 초조한 기색이었다.“네,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하민이 어디로 간 건지 전혀 모르겠어요...”이 말을 듣고 양시은은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유치원 하교 시간은 원래도 유괴 위험이 큰 때다.‘사람들이 북적이는 틈을 타 인신매매범이라도 끼어 있다면...’그녀는 상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곧 이를 악물고 정신을 다잡았다.“CCTV 볼 수 있죠?”“참, CCTV를 안 봤네요! 지금 바로 가요.”공 선생님도 머리를 탁 치며 서둘러 모니터실로 향하려 했다. 이렇게 중요한 걸 이제야 떠올리다니 말이다.마침 CCTV를 확인하러 가려던 찰나, 양시은이 갑자기 하민을 발견하고는 후다닥 달려가 그를 꽉 끌어안았다.“하민아, 어디 갔었어? 엄마가 놀랐잖아.”양시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무서웠던 순간이었다. 만약 하민을 못 찾았다면 어쩔 뻔했는지 상상하기도 싫었다.하민도 깜짝 놀랐다. 그도 이제는 자신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양시은에게 커다란 불안을 안겨 줬음을 깨달았다.“미안해요, 엄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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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4화

하민의 설명을 듣고서야 양시은은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널 데려간 이모 어떻게 생겼어?”“제 이모랑 닮았어요.”양시은은 손을 멈췄다.‘양채은?’그 이름이 떠오르자 묘하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제 겨우 가라앉았던 감정이 다시 요동치는 기분이었다.그때 나도현이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됐어, 하민아 이리 와.”양시은의 표정이 안 좋아 보이자 하민은 잠깐 주춤했지만 결국 나도현 쪽으로 갔다.그는 하민을 달랜 뒤 양시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우선 침착해. 하민이도 보고 있잖아.”마치 물속에 잠겨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공기를 마신 듯, 양시은은 큰 숨을 몇 번 들이쉬고는 괴로운 표정으로 돌아섰다.“나 먼저 방에 들어가서 좀 쉴게. 저녁은 이따가 먹어.”“엄마...”하민이 뒤따라가려고 했지만 나도현이 붙잡았다.양시은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밀폐된 공간 안에서 그녀는 문을 등지고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찬 기운이 옷을 뚫고 피부에 스며들어 저릿저릿했지만, 오히려 그런 감각이 지금은 감정적 혼란을 조금씩 잠재웠다.사실 그녀도 양채은이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을 보내 수소문도 해 봤다.하지만 끝내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그녀를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하민을 보러 와 놓고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대체 왜 이럴까?’양시은은 속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렴풋이 이유도 알고 있었다.나도현 때문이었다. 양채은은 아직도 그를 마음에 두고 있기에 세상을 등진 것처럼 그녀를 피하는 것이었다.양시은은 방 안에서 한동안 진정하고 저녁 무렵 식사하러 나왔다.표정은 다시 전처럼 돌아갔다. 하지만 하민은 뭔가 묻고 싶은 게 있어도 나도현이 조금 내버려두라고 한 말이 떠올라 잠자코 있었다.나도현 또한 별말 없었다. 그는 하민을 재우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채은은 이제 완전히 풀려난 건가?”전에는 어딘가에 붙잡혀 있어서 나타나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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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5화

비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을 찾는 전화입니다...”전화한 안내데스크 쪽에서는 누군가 꼭 나도현을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라고 했다.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는 사람을 일일이 다 만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 종일 그런 식이라면 끝이 없을 테니까.그러나 막 거절하려던 참에 비서가 다음 말을 덧붙였다.“본인 이름이 양채은이라고 합니다.”나도현의 눈이 가늘어지며 잠시 날카로운 빛이 지나갔다.“올려보내.”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뒤 나도현은 응접실로 직접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입을 뗐다.“너, 얼굴이...”눈앞의 사람은 양채은과 비슷한 체형이었다. 이목구비도 닮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특히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예전과 사뭇 달랐다.예전의 양채은은 이런 날카로운 느낌이 아니었는데, 방금 스쳐본 첫인상은 마치 칼을 뽑아 든 검사 같았다.양채은은 한쪽 앉았다.조금 더 가까이서 보니 예전과의 차이는 훨씬 두드러졌다.돌출된 쇄골, 한층 야윈 어깨뼈, 가녀린 몸에 검은 치마를 입고 앉은 모습이 꼭 밤의 장미처럼 날 선 아름다움을 풍겼다.“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저를 기억해 줘서 다행이에요.”양채은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이 곧 나도현의 추측을 인정하는 셈이었다.그는 잔뜩 찌푸린 미간을 약간 풀며 길게 숨을 뱉었다.“역시 너였구나.”양채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예전이랑 많이 달라 보일 거예요.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서 피부 조직의 70% 이상을 이식했거든요.”너무나 담담하게 꺼내 놓는 끔찍한 사실이었다.보통 사람이라면 말하기조차 힘든 과거일 텐데 양채은은 남 얘기인 양 태연했다.나도현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그래도 태경 씨가 저를 바로 알아봐 줘서 기뻐요.”양채은이 살짝 웃었지만, 나도현은 즉시 얼굴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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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6화

양채은의 환상은 나도현의 한마디로 산산조각 났다.“아니.”“왜죠? 언니가 없었다면 제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고 늘 곁에 있었을 거예요.”나도현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봤다.“너는 왜 그런지도 모르니까. 그게 바로 이유야.”양채은은 멍하니 굳었다.몇 초 후, 곧게 펴 있던 허리가 풀리듯 힘없이 내려앉았다.나도현의 단호한 말은 잔혹했지만 애매하게 매달려 있던 마음을 미련 없이 놓아주기에는 오히려 나았다.사실 그녀가 직접 말한 것처럼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뒤로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나도현에게 품은 마음은 애정이라기보다 고집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이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변이 결국 집착을 깨뜨려 버렸다.한참을 침묵하던 양채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알겠어요.”문 쪽으로 거의 다 갔을 때 나도현의 목소리가 등 뒤로 날아왔다.“정말로 만나지 않을 거야? 어쨌든 네 언니잖아.”둘 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양채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날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열고 조용히 사라졌다.나도현은 잠시 고민했다. 얼마 전 양시은이 감정 기복이 컸던 걸 떠올리자 이 사실을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있을지 망설여졌다.‘결혼식을 정말 하게 된다면 그때 만나도 늦지 않겠지.’그는 그렇게 결론짓고 양시은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정작 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그녀는 며칠 전부터 나도현이 던진 말 때문에 계속 마음이 흔들려 멍한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요즘 기분 안 좋아 보여요.”어느 날 참다못한 하민이 물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이다.양시은은 아이의 걱정 어린 얼굴을 보자 살짝 마음이 짠해졌다.그녀는 가만히 쪼그려 앉아 하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하민아, 엄마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근데 그 전에 네가 먼저 말해 줬으면 해. 넌... 아빠를 만나 보고 싶니?”하민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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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7화

양시은과 나도현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민이 거부하지 않으니 두 사람 다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날 양시은은 마음을 굳히고 곧장 나도현에게 결심을 털어놓았다.그녀가 결혼하겠다고 응한 순간 나도현은 단숨에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고 깊이 입을 맞췄다. 오랜 입맞춤이 끝나고서야, 그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이마를 맞댔다.“드디어 네가 나랑 결혼해 주는구나.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리는 걸 듣자 양시은은 가슴이 아릿해졌다. 사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떠나기로 한 것도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겨우 내린 결정이었다.그래도 결국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으니 다행일 따름이었다.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고 제일 먼저 알린 건 최정숙이었다.그녀는 별다른 감흥도 없이 왜 이제야 결혼하냐고 투덜거렸다. 나도현이 제구실 못 하는 거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딱히 반대나 다른 반응은 없었다.양시은 쪽 부모님은 사정이 조금 복잡했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문해미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그래도 알려주는 게 도리라 여긴 양시은은 병세가 나아진 문해미 곁에 가서 천천히 설명했다.“엄마, 기쁜 소식이 있어요. 저 결혼하려고요.”문해미는 결혼이 뭔지 몰랐지만 양시은의 표정이 밝으니 따라서 웃었다.“우리 시은이 늘 행복해야 해.”그 모습에 양시은은 왈칵 울음이 터질 뻔했다.그다음에는 지인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온지유나 인명진 같은 친구들은 단톡방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결혼식 때 꼭 참석하겠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이렇게 연락을 돌려 보니 이제 정말 한 사람만 남은 듯했다.나도현이 그녀의 뒤에서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낮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사실... 나 며칠 전 만난 적 있어.”양시은은 움찔하고 돌아섰다.“왜 난 몰랐는데?”“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그래...”양시은은 몇 발짝 비틀거리듯 물러났다. 나도현이 재빨리 손을 뻗어 붙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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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8화

나도현은 웨딩드레스를 양시은의 눈앞에서 살짝 들어 보였다.“딱 맞을 것 같네. 잘 보관해 둬.”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웃음기와 의미심장한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양시은은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이 사람은 늘 이렇다니까.’그래도 이 달콤함은 혼자였을 때는 결코 맛볼 수 없던 감정이었다.결혼식까지 남은 보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그사이 나진 그룹은 업무 처리에 열중하기보다 거의 전부 결혼 준비에 나선 듯했다. 이제 사내 누구나 양시은과 나도현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역시 양 비서님이에요. 저희는 죽어라 일만 했지, 양 비서님처럼 한 방에 대표님을 공략하기는 힘들걸요.”“그러게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맞아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우리 대표님의 그 차가운 표정을 어떻게 견디겠어요.”사람들은 장난스럽게 수군댔지만 대체로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샘내는 시선도 조금은 있었으나, 그런 건 양시은도 그냥 흘려듣기로 했다.결혼식 장소로 고른 곳은 한 호텔이었다. 나도현은 통 크게 전부 빌려 버렸고 호텔을 장식하는 데만 사흘이 넘게 걸렸다. 준비에 최고급 웨딩 전문팀이 투입됐고 하객 이동을 위한 차량 역시 꼼꼼히 마련했다.차는 그가 직접 준비한 것 외에 여이현이 몇 대를, 또 온지유 쪽에서도 몇 대를 더 보냈다. 행사 당일에는 그 차들이 웨딩카를 앞뒤로 호위하듯 따라갈 예정이었다.완벽하게 꾸며진 예식장을 둘러보던 양시은은 마음 한구석이 벅차올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달콤하고도 시큼한, 마치 꿀물 속에 푹 잠긴 기분이었다.“어때요? 감격스러워서 울 것 같죠?”나란히 서 있던 온지유가 슬며시 팔꿈치로 그녀를 찔렀다.“예식장 준비에 내 공도 꽤 들어갔어요.”양시은은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고마워요, 다들 신경 많이 써 주네요.”“친구 사이에 무슨. 미안하다 싶으면 축의금을 줄여주든가요.”온지유는 장난스레 말했다.“그건 안 되죠. 축의금은 내야 해요. 대신 그날 지유 씨 테이블에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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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9화

“오늘 밤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출장을 다녀와야 해요. 내일 아침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곧 결혼하는데도 여전히 일에만 매달리는구나?”최정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현은 양시은을 바라보며 조용히 설명했다.“황남시 쪽 거래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그래. 이미 약속이 잡혀서 미룰 수가 없어.”양시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다녀와.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고, 운전 조심해.”“아쉬우면서 아닌 척하는 거 아니야?”나도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아니거든.”양시은은 어이없다는 듯 씩 웃었다.두 사람은 밖으로 나섰다. 나도현은 주변을 재빨리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양시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양시은은 난감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짧은 출장이라 이동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나도현이 호텔에 도착해 잠시 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와인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호텔 기념행사 중이라 와인을 손님께 무료로 드리고 있어요. 맛보시겠어요?”“들어와요.”나도현은 직원을 힐끗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기념행사라면서 밖에 홍보물이 하나도 없던데요?”직원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준비가 덜 돼서요. 천천히 드세요.”나도현은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은 뒤 침대에 몸을 뉘었다.한밤중, 문 쪽에서 사각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순식간에 눈을 떴다. 누군가 키를 사용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기 때문이다.나도현은 재빨리 일어나 불을 켰다. 문가에 멈춰 선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 굳었다.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임다혜 씨?”임다혜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약효가 막 오르려는 시점이라 여겼다.그녀는 팔을 늘어뜨려 실크 가운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깊게 파인 슬립 차림에 불같은 몸매를 드러낸 채, 나도현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도현 씨, 지금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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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0화

나도현의 태도는 극도로 냉담했다.“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임다혜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그의 옷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자기 옷까지 마구 찢어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어찌 나도현의 상대가 되겠는가? 나도현은 그녀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린 뒤 문을 열었다.밖에는 경찰들이 도착해 있었다. 동시에 기자들도 사전에 연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준비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이 여자가 무단으로 들어왔어요.”나도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제 방 카드까지 갖고 있었어요. 와인은 호텔 직원이 가져다 준 건데 약물이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서 처리해 줘요.”몇몇 경찰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는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의 정황은 나도현의 말과 일치했다.기자들 역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나도현은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흘겨보았다.“아마 기사 제목까지 정해 두셨겠죠? 유명 변호사, 결혼식 전날 밤 내연녀와 밀회 같은 거요.”기자들은 정곡을 찔린 듯 머리를 긁적이며 서로 눈치만 살폈다.“내일 그런 제목을 보게 되면 전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나도현이 에이스 변호사로서 얼마나 많은 소송을 이겨 왔는지는 모두가 아는 터였다. 기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설마요, 변호사님. 저희도 직업 윤리는 지킵니다.”“그 외에 뭘 어떻게 쓰든 마음대로 하세요.”나도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났다.그 뒤 밤새 조사가 이뤄졌고, 나도현은 현지의 일을 마무리한 뒤 비행기에 오르려 할 무렵 경찰에게 전화를 받았다.“대략 파악이 끝났습니다. 와인에 최면제 성분이 들어 있었고, 호텔 직원이 매수되어 임다혜 씨에게 방 카드를 넘겼어요. 지금 임다혜 씨는 유치장에 있는데 변호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저는 시간이 없으니 법대로 처리해 줘요. 이후 제가 변호사를 붙여서 고소를 진행할 겁니다.”나도현의 냉정한 응대에 경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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