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31 - 챕터 1640

1686 챕터

제1631화

나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차키를 그녀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내가 가지고 있어봤자 쓸모없어.”겉으로는 무심한 말이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양시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받았다.차가 한 대 있으면 좋은 일이었다. 굳이 사람을 불러 태워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하민의 등하교에도 훨씬 편하니까.“그리고 우승자에게는 약속대로 보석항 프로젝트를 드리겠습니다.”뜻밖에도 추가 보너스가 따라왔다.양시은은 깜짝 놀랐지만, 나도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별로 놀라지 않았다.그는 지천우에게 몇 마디 인사치레 말을 건넨 뒤 곧장 양시은과 함께 돌아갔다.차 안에서 양시은은 참다못해 물었다.“너 혹시 알고 있었어?”“뭘? 아, 지 대표가 연회를 연 이유 말이야? 협력 파트너를 선별하려는 목적 아니면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들 이유가 없지.”나도현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 눈빛이 차분하고 담담했다. 마치 모든 걸 손바닥 안에 쥐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잠자코 있었지만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스쳤다.‘확실히 도현 씨는 이런 면에서 능숙해. 회장님이 어떻게든 회사에 붙잡아 두려 하는 이유가 있지.’원래 출장 일정은 사흘이었지만 단 하루 만에 프로젝트를 따내서 당연히 바로 돌아갈 줄 알았다.그런데 이번에는 나도현이 해변을 아예 통째로 빌려 놓았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그들이 묵은 곳은 바다가 보이는 스위트룸이었다. 나가면 바로 호텔 소유의 전용 해변을 볼 수 있었다.아침 일찍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고 아래로 내려온 양시은은 깜짝 놀랐다.“누가 저를 불렀다고요? 이 해변을 정말 다 빌렸어요?”“네, 양시은 님.”호텔 지배인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귀빈 대접을 계속했다.“함께 오신 나도현 님께서 이미 아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양시은 님만 내려가면 된다고 하시네요.”‘도현 씨는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호텔 지배인이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표정을 짓자 양시은은 괜히 어색해서 발끝이 오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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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2화

찬찬히 생각해 보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했다.양시은은 옆에 있는 나도현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살짝 뭉클해졌다. 문득 그가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그들은 진성에서 하루 더 머무른 뒤 다음 날 비행기로 귀국했다.나도현은 겉으로는 티를 안 내도 회사 일이 마음에 걸리는 듯했고, 양시은은 문해미와 하민이 신경 쓰였다.집에 도착하자 하민은 무척 신이 나서 달려왔다.“엄마! 돌아오셨어요!”양시은은 폴짝 뛰어오르는 하민을 간신히 받쳐 들고 약간 힘들어하며 말했다.“하민아, 조심해야지. 엄마가 널 못 받으면 어떡해?”하민은 그제야 한 발짝 물러서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엄마...”“괜찮아. 우리 하민이가 건강한 게 엄마는 제일 좋아.”양시은은 아이를 달래듯 말해 주었다.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문해미의 상태가 떠나기 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양시은은 바로 문해미를 모시고 검진을 해 봤다.정밀 검진 결과, 의사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환자분 뇌 손상 부위가 스스로 회복하려고 하는 징후가 보여요.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앞으로 천천히 호전될 겁니다.”정확한 기간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양시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이었다.집으로 돌아온 뒤, 그녀는 바로 도우미에게 며칠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문해미의 증세가 좋아진 원인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도우미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특별한 건 없었어요. 다만 악몽을 자주 꾸셔서 깨어나실 때마다 평안 팔찌를 꼭 쥐고 사모님 이름을 부르시고는 했죠.”그 이야기를 듣자 양시은은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하지만 곧 좋아지신다면 그걸로 됐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도우미가 방을 나가자 하민이 다가오더니 약간 머뭇거리며 물었다.“엄마, 외할머니는 어디가 편찮으신 거예요?”양시은은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하민이 구체적인 사정을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민아, 너 그거 알고 있었어?”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양시은은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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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3화

짧은 몇 마디의 대화로 양시은은 여러 번 놀랐다.“그럼 나태욱 씨는 어떻게 된 거야?”“집안에서 입양한 양자 같은 거지. 근데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역시 몰랐던 사실임이 분명했다.나용민이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결국 그에게 경쟁 상대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결국 그와 나태욱 둘 다 승자가 아니었다.양시은은 약간 불안해졌다.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렇게 오랫동안 경쟁을 벌인 상대가 사실 수련용 도구 같은 거였다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무언가 위로의 말을 해 주려고 했는데 나도현은 담담히 말했다.“예전 같으면 벌써 아버지를 추궁하러 달려갔을 거야. 근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전혀 화가 나지 않아.”“왜?”양시은의 심장이 반 박자 늦게 뛸 정도로 놀라 무심결에 물었다.나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잠시 후에 가볍게 웃으며 시선을 옮겼다.“이제는 화낼 이유가 없어. 내가 신경 쓰는 게 달라졌으니까.”예전에는 변호사 일을 중시했기에, 최정숙과 나용민이 그의 인생에 칼을 들이밀면 분노가 치밀었다.하지만 지금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양시은뿐이다. 나용민이 뭘 하든 전혀 동요가 없었다. 양시은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줄 생각도 없었다.주변이 조용해졌다.마치 둘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만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양시은은 어느새 얼굴이 달아올라서 입을 뗄 듯 말 듯 머뭇거렸다.그런데 나도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날 호텔에서 했던 말 기억하지? 꽤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이제 답 좀 해 줘야 하지 않아?”‘답?’양시은에게는 참 낯선 단어였다.아주 오래전에 한 번쯤 들어봤지만, 그때는 최정숙이 내민 6억 원과 차가운 현실 앞에서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말을 다시 듣게 되다니 말이다.양시은은 갑자기 말을 잃었다.“잘 모르겠어...”“그건 답이 아니지. 긍정이든 부정이든, 난 네가 확신을 갖고 말해 주길 원해.”나도현이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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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눈 밑에 다크서클이 선명한 어떤 여직원이 조용히 물었다.“양 비서님은 혹시 혼나 본 적 없어요?”양시은은 무심코 대답했다.“없는데요...”그녀는 말을 내뱉자마자 실수했다 싶었다.역시나 직원들의 눈빛이 반짝였고 다들 우르르 몰려와 그녀에게 이러쿵저러쿵 물어대려 했다.결국 양시은은 노트북을 안은 채 직원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큰일 날 뻔했네. 사무실에 더 있긴 힘들 것 같아.’아직 처리하지 못한 자료가 남아 있어서 양시은은 응접실 하나를 골라 마저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안쪽에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나도현이 보였다.그 역시 노트북을 들고 있었고 눈빛이 차갑게 느껴졌다.양시은은 발을 들여놓았다가 곧바로 뺐다.“잘못 들어왔어, 미안.”나도현이 그녀를 불러세우며 매서운 시선으로 물었다.“양시은, 왜 나를 피해 다니지?”양시은은 대답을 망설였다.며칠 전 그가 건넨 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던 것이다.하지만 이미 꽤 오래 피해 다닌 터라, 나도현도 더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그가 한발 다가섰다.“거절해도 괜찮아. 근데 도망치는 건 뭐야?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한대?”그가 뭔가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은 양시은은 해명하려 했지만 목이 턱 막혀 말이 안 나왔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결국 나도현이 먼저 자리를 떴다.“시간 준다고 한 게 강요한다는 말은 아니었어. 제발 나를 피하지 말아 줘.”그 한마디에 양시은은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로는 굳이 그를 피해 다니지 않았다. 어떻게든 평상시처럼 대하려 애썼다.가장 변화를 실감한 건 회사 직원들이었다. 전에는 며칠 간격으로 불호령이 떨어져서 다들 전전긍긍했지만, 양시은이 더는 그를 피하지 않자 기분도 한결 나아졌는지 여전히 무표정하긴 해도 전보다는 훨씬 온화해졌다.사람들은 감격해서 눈물까지 글썽일 지경이었다.양시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절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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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요즘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나도현은 업무를 정리한 뒤 곧장 양시은을 찾으러 갔다.그런데 오늘 양시은은 회사에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민을 데려오기 위해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린 하민 혼자 병실에 두는 게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바닥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 막 나가려던 참에, 마침 나도현이 돌아왔다.그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다가와 손을 잡았다.“잘 됐다. 준비 다 됐지? 지금 같이 갈 데가 있어.”“오늘 꼭 가야 돼?”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양시은은 하민을 데리러 가는 게 가장 급했다.“나중에 가면 안 될까? 오늘은 하민이부터 데려오고 싶어. 이제 하민이도 널 받아들였고, 아빠라고 부르겠다고 했잖아. 집에 데려와야 더 좋은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어차피 하민은 수술을 마치고 이미 회복했으니, 앞으로는 몸조리만 잘하면 돼서 더는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양시은은 조만간 하민에게 나도현의 정체를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렇다면 지금부터 부자가 함께 지내면서 정을 쌓아야 나중에 진실을 말했을 때 하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네가 애 걱정하는 거 이해해. 하민이는 내 아들이기도 해. 나도 하민이가 신경 쓰여. 근데 오늘은 우선 나랑 갔다가 다음에 같이 병원에 가서 하민이를 데려오면 되잖아. 둘 다 놓치지 않을 수 있어.”나도현은 조금 고민하다 이렇게 절충안을 내놓았다.사실 그에게는 오늘 양시은을 위해 준비해 둔 깜짝이벤트가 있었다.이걸 실행하지 않고 넘어가면 괜히 허탈하기만 할 것이다.“그래, 그럼 빨리 다녀오자.”양시은은 잠깐 고민하다가 동의했다.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쇼핑몰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리고 곧장 그녀를 데리고 맨 위층의 웨딩숍으로 향했다.양시은은 가게 안에 진열된 웨딩드레스를 보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놀란 눈길로 나도현을 쳐다봤다.“갈 데가 여기였어? 여긴 웨딩드레스 파는 곳이잖아. 우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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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6화

이런 분위기에서 양시은은 계속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직원의 도움으로 그녀는 금세 머메이드라인의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직원이 커튼을 열어 주는 순간 나도현의 눈이 반짝였다.원래도 양시은이 예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너 진짜 예쁘다.”“두 분은 정말 천생연분 같아요. 드레스가 맞춤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리시네요.”직원 역시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양시은 자신도 드레스가 괜찮아 보였다.‘정말로 도현 씨랑 결혼하게 된다면...’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다.“손님, 다른 디자인 드레스도 한 번 입어 보실래요? 여러 벌 입어 보고 결정하는 게 좋거든요.”직원은 다른 스타일들을 권했다.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벌 입으나 여러 벌 입으나 마찬가지일 테고, 여러 스타일을 입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다음에는 무거운 장식이 많은 긴 트레인 드레스를 골랐는데, 갈아입기가 까다로워서 직원이 도와줘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그 틈에 나도현은 양시은에게 주려고 밀크티를 사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예상보다 훨씬 더 길게 줄을 서야 했다.양시은이 어렵게 드레스를 다 입고 나왔을 때, 나도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침 그때, 임다혜가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혹시나 하고 들어와 봤다. 그리고 정말로 양시은이라는 걸 확인했다.“이 드레스에는 세트 베일이 있어요. 스톤이 많이 박혀 있는데, 전부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고정해 둔 거라 아주 튼튼해요. 그것도 한 번 착용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직원은 그들이 실제 구매력이 있다고 봐서 더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나도현이 아까부터 양시은을 바라보던 애정 어린 눈빛도 한몫했다.임다혜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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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7화

임다혜는 매서운 눈빛으로 양시은을 노려봤다. 그러고는 바로 손을 뻗어 양시은의 웨딩드레스를 벗기려 했다.하지만 양시은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가 임다혜의 손목을 잡아 힘껏 밀쳐 내자, 임다혜는 비틀비틀 뒤로 물러나며 자칫 넘어질 뻔했다.“양시은 씨, 지금 나한테 손을 댔어요?”임다혜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평소 나도현의 앞에서 조심스러워 보이던 양시은이, 이제는 나도현이 보호해 준다는 이유만으로 오만하게 군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양시은은 나도현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최정숙의 마음마저 돌려놓아 그녀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들었다.임다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바로 다시 달려들었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양시은이 몸을 살짝 비키자 그녀는 바닥에 세차게 넘어졌다.임다혜는 서경 그룹의 금지옥엽 같은 존재다.집안 배경도 양시은보다 훨씬 우위였고, 한때는 최정숙의 총애까지 받았으나 이제는 모든 걸 빼앗긴 느낌이었다. 게다가 양시은에게는 아들까지 있으니 그녀는 점점 더 멀어지는 꼴이었다.지금처럼 추한 모습으로 넘어져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까지 들키자, 임다혜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양시은 씨,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죽여 버릴 거라고요!”대낮부터 이런 소리를 내뱉는 데도 양시은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그녀는 임다혜와 치고받을 생각까지 했는데, 그 전에 나도현이 밀크티를 들고 나타났다.나도현은 성큼성큼 달려와 양시은의 앞을 막아서며 임다혜의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임다혜는 뿌리치듯 내던져져 버렸다.나도현은 급히 돌아서서 양시은을 확인했다.“괜찮아? 다친 데 없어?”양시은은 고개를 저었다.이 광경을 지켜본 임다혜는 슬픔이 극에 달했다.“도현 씨, 저 기억 안 나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겉으로 나도현은 아버지의 계략에 넘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모든 게 양시은 때문이었다.더구나 그는 원래부터 임다혜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지금은 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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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8화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었다.임다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양시은의 성격을 몰랐다면 정말 믿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내가 모든 걸 남자한테 걸었다고 하는데, 정작 양시은 씨는 어떤데요?”임다혜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양시은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여러분, 이 여자가 말이에요, 여동생 약혼자랑 몰래 사귀더니, 이젠 제 약혼자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어요. 이런 여자는 다들 조심해야 해요!”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이끌려 사방에서 몰려들었다.나도현은 키가 크고 한눈에 띄는 외모라 이내 누군가가 그를 알아봤다.“어? 저 사람 예전에 유명하던 변호사 아니야?”한마디가 떨어지자 삽시간에 웅성거림이 번졌다.“지금은 아니에요. 얼마 전부터 사업한다잖아요.”“분명히 약혼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새 갈아탄 모양이네.”“남자 하나를 두고 두 여자가 난리법석이라니,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까지 매달릴 일인가?”“나 변호사님, 둘 다 데리고 살면 어떤 범죄에 해당하나요?”“근데 이제는 변호사도 아니니 그냥 둘 다 데리고 살지 그래요?”...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말을 뱉었다.그러나 나도현으로서 직업이 어떻게 변하든 진심으로 신경 쓰는 건 오직 양시은뿐이었다.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시은을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임다혜를 포함한 구경꾼들을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다들 똑똑히 기억하세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고 눈길도 안 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양시은 하나뿐입니다.”그 말에 양시은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동시에 옛 기억이 떠올라 쓰린 기분도 들었다.예전에 나도현이 그녀와 만나려고 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언했었다. 그때는 감동으로 순순히 넘어갔지만 이후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지금까지의 일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복잡했다. 나도현이 복수심을 품은 적도 있으나, 결국 잘해 준 적도 많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 역시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그를 잊지 못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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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이렇게 되자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나도현을 대단하게 생각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애인을 보호하다니 남자다워.”“진짜 좋은 남자네.”“이게 바로 진정한 사랑 아니야?”“거기 아가씨, 억지로 버텨 봐야 소용없어요. 안 될 사람은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요. 계속 우기면 결국 본인만 다쳐요.”...이런 말 하나하나가 임다혜의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하, 우습네.’나도현은 양시은을 대변한 뒤 또 한 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시은이한테 잘못이 있든 없든 여러분이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에요. 가자.”나도현은 짧게 말하며 양시은을 데리고 인파에서 빠져나왔다.그렇다고 이곳에 양시은을 데려온 이유를 잊은 건 아니었다. 그는 그녀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 주고 직접 사 주고 싶었다.그러나 양시은도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무수히 생길 것이다. 나도현이 워낙 주목받는 위치에 있고 사실관계도 복잡하니 말이다.그녀는 얼른 드레스를 벗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현은 부드럽게 밀크티를 건네며 말했다.“이거 좀 마셔. 그리고 다른 드레스도 더 입어 봐. 여러 벌 입어 보는 게 좋잖아.”“하지만...”“시은아, 너도 나랑 함께하는 미래가 기대되면서 망설이는 거잖아. 내가 너라도 그럴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하겠지. 하지만 인생은 정말 짧아.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나중에 병원에 누워서 차라리 같이 살 걸 하면서 후회하고 싶어? 하민이를 생각해 봐. 어머니도 이제 우리를 반대하지 않아. 내가 너한테 진 빚을 갚게 해 줘. 그리고... 나중에 아이 하나만 더 낳아 주면 안 돼?”여이현이 온지유와 헤어졌다가 다시 합쳤을 때, 이미 꽤 큰 아이가 있는데도 결국 딸을 하나 더 낳았다.여이현은 완전히 딸바보가 돼서 SNS마다 딸 사진을 잔뜩 올리며 사는 중이다. 그걸 볼 때마다 나도현은 부럽다고 느꼈다.사실 양시은이라고 해서 나도현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세상일이라는 게 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그래도 오늘은 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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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0화

[최주하: 왜 너라고는 안 하냐? 이 녀석이 맞을 짓을 하네.][지석훈: 나? 농담하지 마, 나 요즘 얼마나 바쁜지 안 보여? 여유가 있어야 여자도 만나고 하지.][배진호: 그만 싸워요. 둘이 동시에 연애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여이현: 나도 그렇게 생각해.]지석훈과 최주하는 말이 없어졌지만 여이현은 휴대폰을 쥐고 미소를 지었다.마침 온지유가 방에 들어오자, 여이현은 아이를 침대에 눕혀 두고 혼자 휴대폰을 보며 웃고 있었다.온지유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뭐가 그렇게 재밌어?”여이현은 온지유의 목소리를 듣자 무심코 휴대폰을 접으며 대답했다.“단톡방에서 석훈이랑 주하가 옥신각신하길래, 진호가 그 둘이 동시에 연애할 거라고 했어.”“틀린 말은 아니네요. 근데... 도현 씨는 아직도 결혼 발표 안 했어요?”온지유는 무심결에 물었다.그들은 원래 홍혜주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홍혜주와 용경호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건너뛰었다.지금은 누구의 결혼식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여이현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결혼 소식은 못 들었어. 근데 요즘 둘 다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오르는 거 보면 결혼 발표도 머지않은 것 같아.”온지유는 아이 돌보기에 전념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사실 그녀도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지만 법로가 아직 항암 치료 중이라 몸이 성치 않아서 아이를 봐 줄 수 없었다.게다가 별이의 어린 시절을 놓친 것도 아쉬운데, 둘째 딸이 너무 어려서 조금 더 챙겨주고 싶었다.“그렇구나. 그럼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그래.”여이현은 온지유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물었다.“조만간 어디 놀러 가고 싶진 않아? 내가 데려가 줄게.”“됐어!”딸도 어리고 별이도 어렸다. 여행을 가겠다고 아이 둘을 데리고 왔다 갔다 하는 건 너무 불편했다.온지유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다. 여이현은 그녀의 걱정을 읽고는 웃으며 말했다.“그거 뭐가 무서워. 사람을 좀 더 데려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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