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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4화

작가: 류한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선명한 어떤 여직원이 조용히 물었다.

“양 비서님은 혹시 혼나 본 적 없어요?”

양시은은 무심코 대답했다.

“없는데요...”

그녀는 말을 내뱉자마자 실수했다 싶었다.

역시나 직원들의 눈빛이 반짝였고 다들 우르르 몰려와 그녀에게 이러쿵저러쿵 물어대려 했다.

결국 양시은은 노트북을 안은 채 직원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큰일 날 뻔했네. 사무실에 더 있긴 힘들 것 같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자료가 남아 있어서 양시은은 응접실 하나를 골라 마저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안쪽에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나도현이 보였다.

그 역시 노트북을 들고 있었고 눈빛이 차갑게 느껴졌다.

양시은은 발을 들여놓았다가 곧바로 뺐다.

“잘못 들어왔어, 미안.”

나도현이 그녀를 불러세우며 매서운 시선으로 물었다.

“양시은, 왜 나를 피해 다니지?”

양시은은 대답을 망설였다.

며칠 전 그가 건넨 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피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꽤 오래 피해 다닌 터라, 나도현도 더는 참을 생각이 없었다. 그가 한발 다가섰다.

“거절해도 괜찮아. 근데 도망치는 건 뭐야?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한대?”

그가 뭔가 오해하고 있음을 깨달은 양시은은 해명하려 했지만 목이 턱 막혀 말이 안 나왔다.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현이 먼저 자리를 떴다.

“시간 준다고 한 게 강요한다는 말은 아니었어. 제발 나를 피하지 말아 줘.”

그 한마디에 양시은은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로는 굳이 그를 피해 다니지 않았다. 어떻게든 평상시처럼 대하려 애썼다.

가장 변화를 실감한 건 회사 직원들이었다. 전에는 며칠 간격으로 불호령이 떨어져서 다들 전전긍긍했지만, 양시은이 더는 그를 피하지 않자 기분도 한결 나아졌는지 여전히 무표정하긴 해도 전보다는 훨씬 온화해졌다.

사람들은 감격해서 눈물까지 글썽일 지경이었다.

양시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중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일절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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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나도현은 업무를 정리한 뒤 곧장 양시은을 찾으러 갔다.그런데 오늘 양시은은 회사에 오지 않았다. 그녀는 하민을 데려오기 위해 집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린 하민 혼자 병실에 두는 게 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바닥을 닦고 옷을 갈아입고 막 나가려던 참에, 마침 나도현이 돌아왔다.그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다가와 손을 잡았다.“잘 됐다. 준비 다 됐지? 지금 같이 갈 데가 있어.”“오늘 꼭 가야 돼?”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양시은은 하민을 데리러 가는 게 가장 급했다.“나중에 가면 안 될까? 오늘은 하민이부터 데려오고 싶어. 이제 하민이도 널 받아들였고, 아빠라고 부르겠다고 했잖아. 집에 데려와야 더 좋은 환경에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어차피 하민은 수술을 마치고 이미 회복했으니, 앞으로는 몸조리만 잘하면 돼서 더는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양시은은 조만간 하민에게 나도현의 정체를 얘기할 생각이었다.그렇다면 지금부터 부자가 함께 지내면서 정을 쌓아야 나중에 진실을 말했을 때 하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네가 애 걱정하는 거 이해해. 하민이는 내 아들이기도 해. 나도 하민이가 신경 쓰여. 근데 오늘은 우선 나랑 갔다가 다음에 같이 병원에 가서 하민이를 데려오면 되잖아. 둘 다 놓치지 않을 수 있어.”나도현은 조금 고민하다 이렇게 절충안을 내놓았다.사실 그에게는 오늘 양시은을 위해 준비해 둔 깜짝이벤트가 있었다.이걸 실행하지 않고 넘어가면 괜히 허탈하기만 할 것이다.“그래, 그럼 빨리 다녀오자.”양시은은 잠깐 고민하다가 동의했다.두 사람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쇼핑몰 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리고 곧장 그녀를 데리고 맨 위층의 웨딩숍으로 향했다.양시은은 가게 안에 진열된 웨딩드레스를 보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놀란 눈길로 나도현을 쳐다봤다.“갈 데가 여기였어? 여긴 웨딩드레스 파는 곳이잖아. 우리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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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분위기에서 양시은은 계속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직원의 도움으로 그녀는 금세 머메이드라인의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직원이 커튼을 열어 주는 순간 나도현의 눈이 반짝였다.원래도 양시은이 예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줄은 몰랐다.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었다.“너 진짜 예쁘다.”“두 분은 정말 천생연분 같아요. 드레스가 맞춤 제작한 것처럼 잘 어울리시네요.”직원 역시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양시은 자신도 드레스가 괜찮아 보였다.‘정말로 도현 씨랑 결혼하게 된다면...’그렇게 생각하다가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다.“손님, 다른 디자인 드레스도 한 번 입어 보실래요? 여러 벌 입어 보고 결정하는 게 좋거든요.”직원은 다른 스타일들을 권했다.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한 벌 입으나 여러 벌 입으나 마찬가지일 테고, 여러 스타일을 입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다음에는 무거운 장식이 많은 긴 트레인 드레스를 골랐는데, 갈아입기가 까다로워서 직원이 도와줘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그 틈에 나도현은 양시은에게 주려고 밀크티를 사러 잠깐 자리를 비웠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예상보다 훨씬 더 길게 줄을 서야 했다.양시은이 어렵게 드레스를 다 입고 나왔을 때, 나도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침 그때, 임다혜가 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혹시나 하고 들어와 봤다. 그리고 정말로 양시은이라는 걸 확인했다.“이 드레스에는 세트 베일이 있어요. 스톤이 많이 박혀 있는데, 전부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고정해 둔 거라 아주 튼튼해요. 그것도 한 번 착용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직원은 그들이 실제 구매력이 있다고 봐서 더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나도현이 아까부터 양시은을 바라보던 애정 어린 눈빛도 한몫했다.임다혜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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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다혜는 매서운 눈빛으로 양시은을 노려봤다. 그러고는 바로 손을 뻗어 양시은의 웨딩드레스를 벗기려 했다.하지만 양시은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가 임다혜의 손목을 잡아 힘껏 밀쳐 내자, 임다혜는 비틀비틀 뒤로 물러나며 자칫 넘어질 뻔했다.“양시은 씨, 지금 나한테 손을 댔어요?”임다혜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평소 나도현의 앞에서 조심스러워 보이던 양시은이, 이제는 나도현이 보호해 준다는 이유만으로 오만하게 군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양시은은 나도현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최정숙의 마음마저 돌려놓아 그녀가 설 자리가 없게 만들었다.임다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바로 다시 달려들었지만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양시은이 몸을 살짝 비키자 그녀는 바닥에 세차게 넘어졌다.임다혜는 서경 그룹의 금지옥엽 같은 존재다.집안 배경도 양시은보다 훨씬 우위였고, 한때는 최정숙의 총애까지 받았으나 이제는 모든 걸 빼앗긴 느낌이었다. 게다가 양시은에게는 아들까지 있으니 그녀는 점점 더 멀어지는 꼴이었다.지금처럼 추한 모습으로 넘어져 있는 걸 다른 사람에게까지 들키자, 임다혜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양시은 씨,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죽여 버릴 거라고요!”대낮부터 이런 소리를 내뱉는 데도 양시은은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 그녀는 임다혜와 치고받을 생각까지 했는데, 그 전에 나도현이 밀크티를 들고 나타났다.나도현은 성큼성큼 달려와 양시은의 앞을 막아서며 임다혜의 손목을 재빨리 붙잡았다.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임다혜는 뿌리치듯 내던져져 버렸다.나도현은 급히 돌아서서 양시은을 확인했다.“괜찮아? 다친 데 없어?”양시은은 고개를 저었다.이 광경을 지켜본 임다혜는 슬픔이 극에 달했다.“도현 씨, 저 기억 안 나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겉으로 나도현은 아버지의 계략에 넘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모든 게 양시은 때문이었다.더구나 그는 원래부터 임다혜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지금은 더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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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었다.임다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양시은의 성격을 몰랐다면 정말 믿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내가 모든 걸 남자한테 걸었다고 하는데, 정작 양시은 씨는 어떤데요?”임다혜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양시은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여러분, 이 여자가 말이에요, 여동생 약혼자랑 몰래 사귀더니, 이젠 제 약혼자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어요. 이런 여자는 다들 조심해야 해요!”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말에 이끌려 사방에서 몰려들었다.나도현은 키가 크고 한눈에 띄는 외모라 이내 누군가가 그를 알아봤다.“어? 저 사람 예전에 유명하던 변호사 아니야?”한마디가 떨어지자 삽시간에 웅성거림이 번졌다.“지금은 아니에요. 얼마 전부터 사업한다잖아요.”“분명히 약혼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새 갈아탄 모양이네.”“남자 하나를 두고 두 여자가 난리법석이라니, 이해가 안 되네. 그렇게까지 매달릴 일인가?”“나 변호사님, 둘 다 데리고 살면 어떤 범죄에 해당하나요?”“근데 이제는 변호사도 아니니 그냥 둘 다 데리고 살지 그래요?”...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말을 뱉었다.그러나 나도현으로서 직업이 어떻게 변하든 진심으로 신경 쓰는 건 오직 양시은뿐이었다.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시은을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 임다혜를 포함한 구경꾼들을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다들 똑똑히 기억하세요. 저는 다른 사람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고 눈길도 안 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양시은 하나뿐입니다.”그 말에 양시은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동시에 옛 기억이 떠올라 쓰린 기분도 들었다.예전에 나도현이 그녀와 만나려고 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언했었다. 그때는 감동으로 순순히 넘어갔지만 이후 여러 일들이 벌어졌다.지금까지의 일들을 떠올리자 마음이 복잡했다. 나도현이 복수심을 품은 적도 있으나, 결국 잘해 준 적도 많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 역시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그를 잊지 못하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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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양시은은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들은 점점 더 모여들었다.그러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가 그녀의 앞에 놓인 명패를 힐끗 보더니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나진 그룹 로펌도 이제 영 시원찮네. 아무나 막 끌어들이는 모양이야.”양시은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자신이 이 업계에서 출신이나 지위가 마땅히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의 경멸에 기죽을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누구나 출발점이 있는 거잖아요. 중요한 건 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느냐가 아니겠어요?”그 변호사는 그녀의 침착한 태도와 단호한 눈빛에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분수를 모르는 신참 변호사를 비웃는 표정이었다.“어찌 됐든 올해 상은 다른 로펌에 가겠네요.”“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다른 몇몇 변호사들이 다가와 말했다.“뭐요?”대형 로펌 변호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오랜만이네요, 권변.”무리 중 리더 격인 변호사가 손을 내밀어 자연스럽게 악수했다.권 변호사는 그들을 슥 훑어보더니 상황을 이해한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나진은 투자자로서 스폰서 자격으로 두 팀을 내보낼 수 있는 거였네요. 수상 확률을 높이려고 한 일인 것 같은데 왜 이름도 없는 신인 변호사한테 기회를 줬어요. 이렇게 큰 무대를 연습장으로 삼다니, 나변도 참 통이 커요.”“과찬이십니다. 근데 뭐가 됐든 나 변호사님의 계획이 아닐까요.”리더 변호사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요. 나진이 스폰서가 돼서 은변도 좋았죠? 근데 이 좋은 기회를 신인한테 넘기다니...”권 변호사는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한번 크게 웃어넘긴 뒤 손을 내저었다.“그냥 헛소리였어요. 못 들은 걸로 해요.”은 변호사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나 변호사님도 다 생각이 있으십니다. 부러우면 따라 해보시죠.”권 변호사는 더 말해봤자 손해만 볼 것 같았는지 형식적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7화

    최정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자.”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지 않아서 약만 잘 바르면 되었다.집에 돌아온 후, 옆에서 놀고 있는 하민을 보고 있자니 최정숙은 조금씩 기운을 되찾았다.퇴근하고 돌아온 나도현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은아, 잠깐 서재로 와. 얘기할 게 있어.”양시은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대답했다.“응.”서재에 들어가자 나도현은 서류 가방에서 한 장의 문서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이거 한번 봐봐.”양시은은 서류를 받아 들고 빠르게 훑어봤다.“이게 뭐야?”“이 프로그램 들어본 적 있지? 변호사들이 참가하는 토론 대회인데 대상을 타면 업계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을 수 있어.”나도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히 들어봤지.”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까다롭다고 했잖아. 전에 자주 봤었어.”그녀는 꿈을 포기한 다음에도 변호사가 된 자신의 모습을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끊임없이 이어가는 일상에서 점점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눈앞의 서류를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설렘과 함께 불안감도 뒤섞여 있었다.나도현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기회가 왔는데 한번 도전해 볼래?”“참가자 자격 요건이 높은 거로 기억하는데 내가... 그걸...”양시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로펌에 주어진 기회를 내가 가로채면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을까?”“그럴 리는 없어.”나도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무한테도 피해가 가지 않아. 너만 원하면 네 이름으로 신청할게.”“좋아. 나 할래.”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동안 그녀는 법학 공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양시은은 미소를 지었다. 마음속의 감동은 말로 이루 형용할 수가 없었다.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기자, 그녀는 며칠 동안 열정적으로 공부하며 밤늦게까지 책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6화

    최정숙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저희한테 잘해주기만 하면 된 거죠. 지난 시간 동안 다른 걸 바라본 적은 없어요.”“사랑이 밥 먹여 줘요?”계은경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결국 집안 좋고 능력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하는 법이에요. 예를 들어 제 딸처럼요.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서 예의 바르고 외모까지 출중하다죠.”“그래요? 따님을 본 적은 없지만 은경 씨 닮아서 분명히 예쁠 것 같네요.”최정숙이 칭찬하듯 덤덤히 말을 받았다.반대로 계은경은 이 이상 더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최정숙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녀는 살짝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막 이어서 얘기하려던 참이었는데, 문밖에서 양시은이 들어오는 게 보여 화제를 뚝 끊고 웃으며 한마디 건넸다.“벌써 돌아왔니?”“도현 씨 로펌에 일이 많아서요.”양시은은 가볍게 대답한 뒤 곧바로 가서 이것저것 챙겼다.그녀가 짐을 들고나오는데 마침 계은경도 따라나왔다.“시은 씨, 시간 좀 있어?”“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양시은이 덤덤히 뒤돌아보았다.계은경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제안했다.“우리 방으로 가서 이야기하자. 방안에 더 널찍하고 좋아.”양시은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나섰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계은경의 태도는 싹 달라졌다. 그녀는 양시은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너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며?”양시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대답했다.“그래서요?”“네 시어머니만 아니었어도 넌 내 앞에서 이런 식으로 말할 기회가 없었을 거다.”계은경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재벌 특유의 거만한 태도를 드러냈다.“돈 좀 있는 사람들이야 돈만 쓰면 여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 근데 끝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건 결국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사람뿐이야.”양시은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그 말씀 무슨 뜻이에요?”“좋게 말할 때 물러나라는 뜻이야. 돈이라면 얼마든지 쥐여줄게. 자리만 비워준다면 네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익을 받을 수 있을 거야.”계은경은 여전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5화

    한편 양시은은 병원에서 박은희를 간호한 지 며칠이 지났다.박은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예전에는 왜 몰랐지...”양시은은 그녀가 예전의 일을 언급하려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웃으며 말을 잘랐다.“어머님,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까 더는 언급하지 마세요.”“그래. 알겠다.”박은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머금은 채 따듯한 죽을 먹었다. 그 따듯함이 그녀의 가슴에도 퍼지는 것 같았고 나날이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나도현은 점심이 되어서야 병실로 오게 되었다. 양시은과 박은희의 화목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당연하지. 넌 내 며느리고 내 딸이나 다름없는 존재이지.”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겠지만 박은희가 웃으며 말했다. 양시은은 나도현을 힐끗 보며 미소를 지었다.“어머님 상태는 괜찮으셔. 며칠만 더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대.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응, 걱정 안 해.”나도현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그래도 쉬엄쉬엄해.”“박 여사, 오늘 몸 상태는 어때요?”이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두른 여자가 병실 앞에 서서 말을 걸었다. 여자는 바로 박은희가 입원해 있는 병실의 옆 방에서 지내고 있었다. VIP 병동엔 애초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지라 요즘 자주 찾아오고 있는 손님이었다.“어머, 엄 여사. 얼른 들어와 앉아요.”박은희는 반갑게 인사했다.“혹시 제가 눈치 없이 찾아온 건 아니죠? 어머, 오늘은 아들이 찾아온 거예요?”옆 병실을 쓰고 있는 엄현숙이 말하면서 들어오더니 나도현을 위아래 훑어보곤 기쁜 얼굴로 말했다.“아들이 참 곱게 자랐네요. 꼭 연예인처럼 어디서 본 것 같네요?”박은희는 아들을 언급하는 엄현숙에 자랑스럽게 대꾸했다.“어느 잡지에서 본 것이겠죠. 우리 아들이 인터뷰를 몇 번이나 했었거든요.”“아, 생각나네요. 그때 그 유명한 엘리트 변호사 맞죠? 이제야 기억이 나네요. 젊은 나이에 모든 걸 다 가졌다니. 정말 보기 드문 인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4화

    온지유는 비록 상심이 컸지만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김혜연과 함께 병원으로 왔다. 이번에도 인명진이 직접 김혜연에게 주의사항을 말해주며 진찰해주었다. 법로는 세상을 떠나기 전 김혜연의 아기를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법로는 온지유는 물론이고 별이와 온하윤도 잘 돌봤기에 온지유는 김혜연을 법로처럼 잘 돌봐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그러나 김혜연은 그녀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았다.“지유 씨에겐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잖아요. 아직 초기니까 저 혼자 저를 돌볼 수 있어요. 더구나 지유 씨 별장엔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계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 써줄 필요 없어요.”“안 돼요. 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소홀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잘 돌봐야 하는 거죠. 전 혜연 씨를 최선을 다해 돌볼 거예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말이에요.”법로를 언급하자 김혜연은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애당초 그녀가 신무열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법로가 직접 신무열과 이어질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다.행여나 김혜연이 무료함을 느낄까 봐 온지유는 권다솔도 불러왔다. 권다솔도 임신했던지라 배가 어느 정도 부른 상태였다.“저는 둘째한테 신경을 써줘야 하는 상황이라 혜연 씨한테 관심을 전부 쏟아부을 수 없어요. 그래서 다솔 씨를 부른 거예요. 두 사람 지금 모두 임신 중이잖아요.”제일 중요한 건 그녀가 온하윤을 임신했을 때 여이현이 그녀를 챙겨주고 돌봐주었던지라 여이현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었다.그렇게 김혜연과 권다솔은 친구가 되었고 셋이서 쇼핑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지냈다. 양시은은 현재 박은희를 간호해야 했기에 불러올 수 없었다. 만약 양시은도 시간이 되었다면 아마 넷이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여이현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규모가 점점 더 커졌고 배진호의 회사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지선율은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장다희도 어느새 톱스타가 되었다.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3화

    온지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법로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더니 이내 몸이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아, 아버지!”온지유는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쿵.법로는 그대로 모래사장에 쓰러지게 되었고 온지유의 목소리를 들은 신무열과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했을 때 법로는 힘겹게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기다려. 나 좀 기다려...”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숨이 멎어버렸다. 온지유는 그가 더는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온지유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김혜연도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이현은 온하윤을 안고 있었고 별이는 그동안 법로와 함께 지낸 시간이 많았던지라 이미 법로를 외할아버지로서 아주 좋아하고 있었기에 바로 눈물을 터뜨렸다.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었다.이젠 법로를 보내줄 때가 된 것이다. 법로는 마지막을 바닷가에서 보내고 싶어 했기에 장례식을 바닷가에서 치러주려고 했다. 하지만 온지유는 법로가 그래도 태어난 곳에 묻히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했다.그러나 신무열은 법로의 의사대로 해주려고 했다.“아버지는 경성에 묻히고 싶어 하셨어. 그러니까 아버지 의사대로 하자. 지유야, 아버지 의사대로 하는 게 너한테도 편할 거야.”“하지만 Y 국이야말로 아버지 고향이잖아요. 게다가 그곳엔 오빠도 있고요. 어머니도... 그곳에 묻혀 있는 거 아니에요?”그녀가 내뱉은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알지 못했다. 어릴 때 기억이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불완전한 상태였고 여전히 알지 못했다.신무열은 입술을 틀어 문 채 나직하게 말했다.“어머니의 죽음은 아버지에게 엄청난 고통이었어. 이젠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아버지가 원하셨던 대로 하자.”온지유도 법로가 이렇듯 갑자기 자신의 곁을 떠난 것이 너무도 괴로웠다.장례식은 다음 날에 치러졌다. 장례식장엔 오직 그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2화

    법로는 여이현의 눈빛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는 여이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온지유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한번 또 한 번 당부했다.그는 살면서 얻은 것도 있었고 잃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의 자식들이었다. 분명 비흡연자에 술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하늘은 그의 목숨을 거두어가려 했다. 법로는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벌이라고 생각했다.법로와 여이현은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여이현은 짜증 내는 법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비록 신무열이 모든 걸 잘 해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부했다.“앞으로 성질 좀 죽이며 살아. 내 빚은 네가 갚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 남은 시간은 지유와 함께 보내고 싶어. Y 국엔 아직 네가 필요하니까 이만 가봐도 돼. 내가 지금 유일하게 바라는 건 네가 나 대신 Y 국을 잘 보살피는 거야. Y 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구나.”“혜연이도 좋은 아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싸우는 일이 있게 되어도 네가 먼저 사과해. 물론 싸우는 일이 없으면 더 좋고. 알콩달콩 잘 지내야 해. 유일하게 아쉬운 게 너희들의 아이를 내가 돌봐줄 수 없구나.”“별이의 성장 과정도 더 지켜볼 수도 없고... 게다가 난 하마터면 별이와 지유를 죽일 뻔했잖니. 노석명 쪽은 내가 죽은 후에 깔끔하게 처리하려무나.”법로는 신무열에게 많은 일을 맡겼다. 노석명의 일도 빼놓지 않았고 심지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에 대해서도 이미 계획을 세웠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그의 일생이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 같았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잖아요. 우리 이제 앞만 보고 살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 하면 할수록 더 괴로워질 거라고요.”신무열은 법로가 자책하는 것을 더는 바라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말을 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1화

    비서의 말에 인명진은 침묵했다. 잊지 못한 사람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속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사람만 존재했다. 온지유, 바로 그의 율이였다.다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온지유를 찾았을 땐 이미 여이현과 결혼한 상태였고 아이도 있었다. 나중에 여이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도 온지유는 변함없이 여이현을 사랑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온지유의 마음속에 들어 살 수 없었다.온지유만 떠올려도, 그녀가 행복한 모습만 봐도 그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이 외로움은 너무도 괴로운 것이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인명진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워버렸다.“내가 준 업무는 다 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일을 너무 적게 줬나 봐요. 나한테 이런 관심을 보일 정도면?”비서는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아니요.”인명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가서 할 일이나 하세요. 쓸데없는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요.”“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비서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며칠 후.김혜연과 신무열의 태아가 성공적으로 잉태되었다. 그 뒤로 모든 건 절차대로 움직였고 김혜연은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와 신무열에게 드디어 아이가 생겼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법로를 부축해주고 있었다.“아버지, 좋은 소식도 들려왔으니까 꼭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저랑 오빠의 아이들을 아버지가 돌봐주셔야죠.”온지유는 말을 하고 나니 또 괜스레 눈물을 나올 것 같았다. 법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 주면서 아이들을 돌봐줄 생각이었다. 그녀와 여이현이 편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쉴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돈도 아끼지 않고 썼다.법로는 심지어 집안의 작은 가구도 고민하지 않고 사주었다. 특히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바로 사주었다. 온지유는 자신과 법로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은 하늘이 조금 원망스러웠다.사실 법로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고 싶었다. 다만 그의 생명은 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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