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채은이 떠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평생 과거에 묶여 살아갈 수는 없어. 채은아, 나한테 동생은 너 하나뿐이야.”양시은은 목구멍에 무언가가 꽉 막혀버린 것처럼 괴로웠다.옆에 있던 나도현이 들리는 통화 내용에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눈빛을 보냈다. 양시은은 잠시 망설였다.“채은아, 잠깐만 기다려줘. 내가 지금 바로 갈게. 떠나겠다고 해도 나랑 마지막 인사는 하고 가.”말을 마친 양시은은 빠르게 병실에서 나왔다. 병실엔 나도현과 박은희, 그리고 하민이만 남게 되었다. 하민이도 사실 양채은을 보러 가고 싶었다. 양채은이 그간 하민이에게 너무도 잘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눈치 없이 나설 수는 없었다.양시은과 나도현이 결혼할 때도 양채은이 찾아오긴 했지만 결혼식장에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양시은과 나도현은 겨우 이어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양시은이 어떻게든 이 모든 것을 잘 해결하리라 생각했다.양채은이 문해미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으니 분명 문해미와 함께 있을 것이었다. 급하게 달려온 양시은은 양채은을 보게 되었다. 양채은은 미소를 지었다. 비록 예전과 모습이 달라지긴 했지만 양채은이 웃는 순간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 같았다.“언니를 부를 생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왔네. 힘들지 않아? 출근도 하고 하민이도 돌봐야 하잖아.”“지난번에 이미 말했잖아. 괜찮다고. 그런 내가 그런 거 신경 쓸 것 같아?”양채은은 시원하게 웃었지만 양시은은 그럼에도 가슴이 아팠다.“네가 한 말은 잘 알겠어. 나도 괜찮아. 하지만 넌 내 하나뿐인 동생이잖아. 동생이 떠나겠다고 하는데 언니로서 어떻게 달려오지 않을 수 있어? 나는 네가 떠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넌 지금...”양채은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만약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녀가 양채은인 것을 모를 것이다. 게다가 일도 해야 했다. 하민이도 건강해졌으니 양시은의 곁에 남아 있다면 일한 돈을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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