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45화

작가: 류한나
비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을 찾는 전화입니다...”

전화한 안내데스크 쪽에서는 누군가 꼭 나도현을 만나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중이라고 했다.

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식으로 불쑥 찾아오는 사람을 일일이 다 만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 종일 그런 식이라면 끝이 없을 테니까.

그러나 막 거절하려던 참에 비서가 다음 말을 덧붙였다.

“본인 이름이 양채은이라고 합니다.”

나도현의 눈이 가늘어지며 잠시 날카로운 빛이 지나갔다.

“올려보내.”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나도현은 응접실로 직접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입을 뗐다.

“너, 얼굴이...”

눈앞의 사람은 양채은과 비슷한 체형이었다. 이목구비도 닮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특히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예전의 양채은은 이런 날카로운 느낌이 아니었는데, 방금 스쳐본 첫인상은 마치 칼을 뽑아 든 검사 같았다.

양채은은 한쪽 앉았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니 예전과의 차이는 훨씬 두드러졌다.

돌출된 쇄골, 한층 야윈 어깨뼈, 가녀린 몸에 검은 치마를 입고 앉은 모습이 꼭 밤의 장미처럼 날 선 아름다움을 풍겼다.

“오랜만이네요. 그래도 저를 기억해 줘서 다행이에요.”

양채은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이 곧 나도현의 추측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그는 잔뜩 찌푸린 미간을 약간 풀며 길게 숨을 뱉었다.

“역시 너였구나.”

양채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예전이랑 많이 달라 보일 거예요.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서 피부 조직의 70% 이상을 이식했거든요.”

너무나 담담하게 꺼내 놓는 끔찍한 사실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하기조차 힘든 과거일 텐데 양채은은 남 얘기인 양 태연했다.

나도현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

“그래도 태경 씨가 저를 바로 알아봐 줘서 기뻐요.”

양채은이 살짝 웃었지만, 나도현은 즉시 얼굴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막았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46화

    양채은의 환상은 나도현의 한마디로 산산조각 났다.“아니.”“왜죠? 언니가 없었다면 제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고 늘 곁에 있었을 거예요.”나도현은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봤다.“너는 왜 그런지도 모르니까. 그게 바로 이유야.”양채은은 멍하니 굳었다.몇 초 후, 곧게 펴 있던 허리가 풀리듯 힘없이 내려앉았다.나도현의 단호한 말은 잔혹했지만 애매하게 매달려 있던 마음을 미련 없이 놓아주기에는 오히려 나았다.사실 그녀가 직접 말한 것처럼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뒤로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나도현에게 품은 마음은 애정이라기보다 고집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약이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답변이 결국 집착을 깨뜨려 버렸다.한참을 침묵하던 양채은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알겠어요.”문 쪽으로 거의 다 갔을 때 나도현의 목소리가 등 뒤로 날아왔다.“정말로 만나지 않을 거야? 어쨌든 네 언니잖아.”둘 다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양채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다면... 그날 가볼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열고 조용히 사라졌다.나도현은 잠시 고민했다. 얼마 전 양시은이 감정 기복이 컸던 걸 떠올리자 이 사실을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있을지 망설여졌다.‘결혼식을 정말 하게 된다면 그때 만나도 늦지 않겠지.’그는 그렇게 결론짓고 양시은에게는 알리지 않기로 했다.정작 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그녀는 며칠 전부터 나도현이 던진 말 때문에 계속 마음이 흔들려 멍한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요즘 기분 안 좋아 보여요.”어느 날 참다못한 하민이 물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이다.양시은은 아이의 걱정 어린 얼굴을 보자 살짝 마음이 짠해졌다.그녀는 가만히 쪼그려 앉아 하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하민아, 엄마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근데 그 전에 네가 먼저 말해 줬으면 해. 넌... 아빠를 만나 보고 싶니?”하민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47화

    양시은과 나도현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민이 거부하지 않으니 두 사람 다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그날 양시은은 마음을 굳히고 곧장 나도현에게 결심을 털어놓았다.그녀가 결혼하겠다고 응한 순간 나도현은 단숨에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안고 깊이 입을 맞췄다. 오랜 입맞춤이 끝나고서야, 그는 거칠게 숨을 고르며 이마를 맞댔다.“드디어 네가 나랑 결혼해 주는구나.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리는 걸 듣자 양시은은 가슴이 아릿해졌다. 사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떠나기로 한 것도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겨우 내린 결정이었다.그래도 결국 이렇게 함께하게 되었으니 다행일 따름이었다.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고 제일 먼저 알린 건 최정숙이었다.그녀는 별다른 감흥도 없이 왜 이제야 결혼하냐고 투덜거렸다. 나도현이 제구실 못 하는 거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딱히 반대나 다른 반응은 없었다.양시은 쪽 부모님은 사정이 조금 복잡했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문해미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그래도 알려주는 게 도리라 여긴 양시은은 병세가 나아진 문해미 곁에 가서 천천히 설명했다.“엄마, 기쁜 소식이 있어요. 저 결혼하려고요.”문해미는 결혼이 뭔지 몰랐지만 양시은의 표정이 밝으니 따라서 웃었다.“우리 시은이 늘 행복해야 해.”그 모습에 양시은은 왈칵 울음이 터질 뻔했다.그다음에는 지인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온지유나 인명진 같은 친구들은 단톡방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결혼식 때 꼭 참석하겠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이렇게 연락을 돌려 보니 이제 정말 한 사람만 남은 듯했다.나도현이 그녀의 뒤에서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낮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사실... 나 며칠 전 만난 적 있어.”양시은은 움찔하고 돌아섰다.“왜 난 몰랐는데?”“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그래...”양시은은 몇 발짝 비틀거리듯 물러났다. 나도현이 재빨리 손을 뻗어 붙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48화

    나도현은 웨딩드레스를 양시은의 눈앞에서 살짝 들어 보였다.“딱 맞을 것 같네. 잘 보관해 둬.”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웃음기와 의미심장한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양시은은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이 사람은 늘 이렇다니까.’그래도 이 달콤함은 혼자였을 때는 결코 맛볼 수 없던 감정이었다.결혼식까지 남은 보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그사이 나진 그룹은 업무 처리에 열중하기보다 거의 전부 결혼 준비에 나선 듯했다. 이제 사내 누구나 양시은과 나도현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역시 양 비서님이에요. 저희는 죽어라 일만 했지, 양 비서님처럼 한 방에 대표님을 공략하기는 힘들걸요.”“그러게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거예요.”“맞아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우리 대표님의 그 차가운 표정을 어떻게 견디겠어요.”사람들은 장난스럽게 수군댔지만 대체로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샘내는 시선도 조금은 있었으나, 그런 건 양시은도 그냥 흘려듣기로 했다.결혼식 장소로 고른 곳은 한 호텔이었다. 나도현은 통 크게 전부 빌려 버렸고 호텔을 장식하는 데만 사흘이 넘게 걸렸다. 준비에 최고급 웨딩 전문팀이 투입됐고 하객 이동을 위한 차량 역시 꼼꼼히 마련했다.차는 그가 직접 준비한 것 외에 여이현이 몇 대를, 또 온지유 쪽에서도 몇 대를 더 보냈다. 행사 당일에는 그 차들이 웨딩카를 앞뒤로 호위하듯 따라갈 예정이었다.완벽하게 꾸며진 예식장을 둘러보던 양시은은 마음 한구석이 벅차올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달콤하고도 시큼한, 마치 꿀물 속에 푹 잠긴 기분이었다.“어때요? 감격스러워서 울 것 같죠?”나란히 서 있던 온지유가 슬며시 팔꿈치로 그녀를 찔렀다.“예식장 준비에 내 공도 꽤 들어갔어요.”양시은은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고마워요, 다들 신경 많이 써 주네요.”“친구 사이에 무슨. 미안하다 싶으면 축의금을 줄여주든가요.”온지유는 장난스레 말했다.“그건 안 되죠. 축의금은 내야 해요. 대신 그날 지유 씨 테이블에 특별히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49화

    “오늘 밤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출장을 다녀와야 해요. 내일 아침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곧 결혼하는데도 여전히 일에만 매달리는구나?”최정숙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나도현은 양시은을 바라보며 조용히 설명했다.“황남시 쪽 거래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그래. 이미 약속이 잡혀서 미룰 수가 없어.”양시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다녀와.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고, 운전 조심해.”“아쉬우면서 아닌 척하는 거 아니야?”나도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아니거든.”양시은은 어이없다는 듯 씩 웃었다.두 사람은 밖으로 나섰다. 나도현은 주변을 재빨리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양시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양시은은 난감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짧은 출장이라 이동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나도현이 호텔에 도착해 잠시 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와인 두 잔을 들고 서 있었다.“호텔 기념행사 중이라 와인을 손님께 무료로 드리고 있어요. 맛보시겠어요?”“들어와요.”나도현은 직원을 힐끗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기념행사라면서 밖에 홍보물이 하나도 없던데요?”직원은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아직 준비가 덜 돼서요. 천천히 드세요.”나도현은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은 뒤 침대에 몸을 뉘었다.한밤중, 문 쪽에서 사각대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순식간에 눈을 떴다. 누군가 키를 사용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기 때문이다.나도현은 재빨리 일어나 불을 켰다. 문가에 멈춰 선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 굳었다.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나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임다혜 씨?”임다혜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약효가 막 오르려는 시점이라 여겼다.그녀는 팔을 늘어뜨려 실크 가운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깊게 파인 슬립 차림에 불같은 몸매를 드러낸 채, 나도현에게 달려들어 그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도현 씨, 지금 많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0화

    나도현의 태도는 극도로 냉담했다.“전에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임다혜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그의 옷을 잡아당기는 동시에 자기 옷까지 마구 찢어대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어찌 나도현의 상대가 되겠는가? 나도현은 그녀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린 뒤 문을 열었다.밖에는 경찰들이 도착해 있었다. 동시에 기자들도 사전에 연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준비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었다.“이 여자가 무단으로 들어왔어요.”나도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제 방 카드까지 갖고 있었어요. 와인은 호텔 직원이 가져다 준 건데 약물이 있는 것 같으니 조사해서 처리해 줘요.”몇몇 경찰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는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인해 보니 지금까지의 정황은 나도현의 말과 일치했다.기자들 역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나도현은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흘겨보았다.“아마 기사 제목까지 정해 두셨겠죠? 유명 변호사, 결혼식 전날 밤 내연녀와 밀회 같은 거요.”기자들은 정곡을 찔린 듯 머리를 긁적이며 서로 눈치만 살폈다.“내일 그런 제목을 보게 되면 전부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겁니다.”나도현이 에이스 변호사로서 얼마나 많은 소송을 이겨 왔는지는 모두가 아는 터였다. 기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설마요, 변호사님. 저희도 직업 윤리는 지킵니다.”“그 외에 뭘 어떻게 쓰든 마음대로 하세요.”나도현은 그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났다.그 뒤 밤새 조사가 이뤄졌고, 나도현은 현지의 일을 마무리한 뒤 비행기에 오르려 할 무렵 경찰에게 전화를 받았다.“대략 파악이 끝났습니다. 와인에 최면제 성분이 들어 있었고, 호텔 직원이 매수되어 임다혜 씨에게 방 카드를 넘겼어요. 지금 임다혜 씨는 유치장에 있는데 변호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네요.”“저는 시간이 없으니 법대로 처리해 줘요. 이후 제가 변호사를 붙여서 고소를 진행할 겁니다.”나도현의 냉정한 응대에 경찰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보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1화

    나도현은 눈앞에 있는 양시은을 보았다.“그리고 줄 게 하나 더 있어.”“뭔데?”나도현이 내민 상자를 열자 안에는 반지가 있었고 그녀는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지금 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이건 내일에...”“일단 먼저 껴봐.”나도현은 오래전부터 그녀를 위해 준비한 반지임을 설명해주었고 다만 그때 그녀가 자신의 곁에 없어서 주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직접 사이즈를 재보고 산 것이 아니었기에 대충 짐작으로 반지를 맞추었고 정말로 그녀의 손가락이 맞는지는 몰랐다.그런 그의 설명을 들은 양시은은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고 나도현이 말한 그때는 아마 그녀가 그를 떠난 그때일 것이다... 그때의 그녀는 이미 그와의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몰래 반지를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그렇게 생각하니 그녀는 더는 나도현을 거절할 수 없었고 눈물을 머금은 두 눈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도 어느새 눈물에 젖어 있었다.“그럼 당신이 끼워줘. 그래 줄 거지?”“당연하지.”나도현은 대답한 후 양시은의 손을 잡아 손등에 키스했고 이내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워주었다.은빛을 내는 반지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빛을 냈다. 반지를 낀 손을 드니 자신의 인생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았고 반지에 이니셜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반지에는 대문자로 ‘N&Y'라고 적혀 있었다. 글자를 빤히 보는 양시은의 모습에 나도현이 살풋 웃으며 말했다.“우리의 성에서 하나씩 따온 거야. 마음에 들어?”양시은은 나직하게 대답했다.“응, 마음에 들어. 너무 마음에 들어.”두 사람은 밝은 달빛 아래서 서로 끌어안았다.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양시은은 일찍 일어났다.“오늘은 시은 씨가 새신부 되는 날이니까 제가 화장해 드릴게요. 오늘 하루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신부가 되어드리게 하죠!”온지유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양시은은 입꼬리를 올렸다.“저도 지유 씨에게 부탁하려고 했었어요.”온지유는 그녀의 제일 친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2화

    양시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나도현이 지금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손을 꽉 잡으며 주위에서 들리는 축복 소리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온지유도 뒤에서 대기하던 차에 올라탔다. 몇 대의 차가 긴 줄을 이루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전부 비싼 자동차였기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은 후 개인 SNS에 올렸다.[어느 집 도련님이 결혼하는 걸까. 이렇게 호화로운 차로 신부를 데리고 가다니. 너무 부럽네.]사진은 어느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각종 언론과 플랫폼에 오르게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기사를 보며 그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이 아니라 그 유명한 나진 그룹의 대표님인 나도현이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떤 네티즌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서로만을 기다리다가 오늘에야 결실을 보게 되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인터넷엔 전부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축복과 감탄으로 가득했지만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었던 양시은은 당연히 이 사실을 몰랐다.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그저 십 분이 좀 넘는 거리였지만 그녀는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다. 나도현은 그녀가 긴장감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곤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돼.”양시은은 심호흡했다.“고마워. 덕분에 좀 나아진 것 같아.”빈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나도현이 손을 꼭 잡아주고 있으니 그녀는 전처럼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결혼식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나도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차에서 내렸다. 하민이는 별이와 함께 예쁘게 차려입고 꽃바구니를 들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꽃바구니에 있던 꽃을 작은 손으로 뿌려댔다. 꽃잎들이 바닥에 살랑살랑 떨어졌다. 하민이는 어제 여이현에게 배운 대로 말했다.“두 분 축하드려요. 백년해로하시고 자식도 순풍순풍 낳기를 바랄게요.”키가 허리에도 오지 않는 아이들이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고 있으니 양시은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53화

    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것 외엔 다른 대답을 할 생각이 없었다.나도현은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은빛의 반지가 그녀의 손가락에 딱 맞게 들어갔다. 다음 순서로 그녀가 나도현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그제야 자신의 반지와 그의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의 반지에 새겨진 이니셜은 외관에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지만 나도현의 반지엔 안에 새겨져 있었고 똑같이 도드라진 디자인이었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 그 이니셜이 살을 누르게 될 것이고 아픈 것은 물론이고 불편할 것이다.양시은은 그의 반지를 보곤 한참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나도현이 그녀의 정신을 돌아오게 해주었다.“미안해. 잠깐 다른 생각 해버렸어.”양시은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뒤 작게 사과했다. 나도현은 그녀의 팔을 잡아 자신의 팔에 팔짱 끼게 한 뒤 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응. 알고 있었어.”그래서 다시 집중할 수 있게 살짝 친 것이었다. 다행히 몇 초간 넋 놓고 있었던 것이었던지라 대부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독 눈치 빠른 사람이 있었다.양채은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었다. 창문 쪽은 사각지대였던지라 대부분 사람들이 그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있는 나도현과 양시은도 그러했다.그녀는 양시은이 잠깐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이었다.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양채은은 양시은의 표정에서 놀라움을 보아냈다. 왜냐하면 그녀보다 자신의 언니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다만 양채은은 양시은이 뭘 보고 놀란 것인지 굳이 짐작하지 않았다. 이미 결혼식을 올리기도 전에 양채은은 나도현이 반지에 이니셜을 새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언니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야.”양채은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아름다운 양시은의 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만 질투 때문에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정말로 부러워서 한 말이었다.그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샴페인 잔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2화

    법로는 여이현의 눈빛에서 확신을 얻었다. 그는 여이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두 눈으로 온지유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한번 또 한 번 당부했다.그는 살면서 얻은 것도 있었고 잃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바로 그의 자식들이었다. 분명 비흡연자에 술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하늘은 그의 목숨을 거두어가려 했다. 법로는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벌이라고 생각했다.법로와 여이현은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여이현은 짜증 내는 법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비록 신무열이 모든 걸 잘 해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당부했다.“앞으로 성질 좀 죽이며 살아. 내 빚은 네가 갚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 남은 시간은 지유와 함께 보내고 싶어. Y 국엔 아직 네가 필요하니까 이만 가봐도 돼. 내가 지금 유일하게 바라는 건 네가 나 대신 Y 국을 잘 보살피는 거야. Y 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구나.”“혜연이도 좋은 아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싸우는 일이 있게 되어도 네가 먼저 사과해. 물론 싸우는 일이 없으면 더 좋고. 알콩달콩 잘 지내야 해. 유일하게 아쉬운 게 너희들의 아이를 내가 돌봐줄 수 없구나.”“별이의 성장 과정도 더 지켜볼 수도 없고... 게다가 난 하마터면 별이와 지유를 죽일 뻔했잖니. 노석명 쪽은 내가 죽은 후에 깔끔하게 처리하려무나.”법로는 신무열에게 많은 일을 맡겼다. 노석명의 일도 빼놓지 않았고 심지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에 대해서도 이미 계획을 세웠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그의 일생이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는 것 같았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잖아요. 우리 이제 앞만 보고 살기로 한 거 아니었나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런 생각 하면 할수록 더 괴로워질 거라고요.”신무열은 법로가 자책하는 것을 더는 바라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말을 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1화

    비서의 말에 인명진은 침묵했다. 잊지 못한 사람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속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한 사람만 존재했다. 온지유, 바로 그의 율이였다.다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온지유를 찾았을 땐 이미 여이현과 결혼한 상태였고 아이도 있었다. 나중에 여이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도 온지유는 변함없이 여이현을 사랑했다.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온지유의 마음속에 들어 살 수 없었다.온지유만 떠올려도, 그녀가 행복한 모습만 봐도 그는 행복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이 외로움은 너무도 괴로운 것이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다만 인명진은 빠르게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워버렸다.“내가 준 업무는 다 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일을 너무 적게 줬나 봐요. 나한테 이런 관심을 보일 정도면?”비서는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아니요.”인명진은 담담하게 말했다.“가서 할 일이나 하세요. 쓸데없는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요.”“네,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비서는 바로 자리를 옮겼다.며칠 후.김혜연과 신무열의 태아가 성공적으로 잉태되었다. 그 뒤로 모든 건 절차대로 움직였고 김혜연은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 그녀와 신무열에게 드디어 아이가 생겼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법로를 부축해주고 있었다.“아버지, 좋은 소식도 들려왔으니까 꼭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저랑 오빠의 아이들을 아버지가 돌봐주셔야죠.”온지유는 말을 하고 나니 또 괜스레 눈물을 나올 것 같았다. 법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곁에 있어 주면서 아이들을 돌봐줄 생각이었다. 그녀와 여이현이 편히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쉴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돈도 아끼지 않고 썼다.법로는 심지어 집안의 작은 가구도 고민하지 않고 사주었다. 특히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바로 사주었다. 온지유는 자신과 법로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은 하늘이 조금 원망스러웠다.사실 법로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고 싶었다. 다만 그의 생명은 다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70화

    법로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몰랐지만 시험관 시술을 받아 성공적으로 임신하게 되면 법로에겐 아주 기쁜 소식이 되어줄 것이다.김혜연과 신무열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병원장 인명진이 직접 데리고 온 환자였던지라 의사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시험관 시술을 받는 과정은 아주 고통스러웠다. 신무열은 그런 김혜연이 너무도 속상하고 가슴이 아팠지만 이미 법로의 앞에서 얘기를 꺼낸 이상 법로도 묵인하고 있었다.신무열은 김혜연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혜연아, 미안해. 고생했어. 아버지 상황도 봐서 알잖아. 게다가 이미 시험관 시술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아버지에게도 우리의 아이를...”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무열은 내뱉었던 말을 취소했을 테지만 법로의 앞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어려웠다.“괜찮아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저도 얼른 아이를 낳고 싶은걸요.”김혜연은 그런 신무열을 안아주었다. 애초에 그녀는 신무열의 아이를 너무도 원하고 있었기에 신무열이 자신에게 부채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신무열이 그녀가 고생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법로에게 조금이나마 기쁨을 안겨주고 싶을 뿐이다.이것은 인지상정이었다. 더구나 그녀에겐 부모님이 없었고 신무열과 결혼한 순간부터 법로가 그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이 시한부이니 그녀도 당연히 신무열과 똑같이 하려 했을 것이다.신무열은 그녀의 이마에 키스해주었다.“고생했어.”“괜찮아.”곧이어 김혜연과 신무열은 서로 다른 진료실로 들어갔고 법로는 온하윤과 별이, 그리고 온지유와 함께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온지유는 따스한 햇볕이 창문으로 들어와 법로만 비추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법로 모습은 유난히도 온화해 보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나 김혜연과 신무열의 아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법로는 자기 자식들이 얼른 가정을 이루어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인명진의 덕분에 그들의 시술을 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9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왜 죽어요?”온지유는 더는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눈물을 터뜨린다면 멈추기 힘들 것 같았다.법로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세상 만물에서 죽지 않는 것은 없지. 인간은 언젠가 죽게 되어 있단다. 게다가 내가 살아서 너를 찾은 것만으로도, 네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도, 네 용서를 받은 것으로도 이미 충분하단다.”“됐으니까 얼른 식사하세요. 다른 말씀은 하지 마시고요.”법로도 계속 말을 이어가면 눈물이 흘러나올까 봐 두려웠다.“그래.”온지유는 감정을 갈무리하곤 아이들에게 법로의 곁에 더 많이 있어 주라고 말했다.신무열과 김혜연은 다음 날 점심에 도착했다. 법로는 그들을 보자마자 온지유가 부른 것임을 바로 눈치채고는 말했다.“Y 국에 처리할 업무가 얼마나 많은데 왜 온 것이냐. 지금 또 나라가 발전할 좋은 기회이지 않으냐. 내가 누누이 말했지. 중요한 일부터 하라고.”신무열은 앞으로 다가갈수록 법로의 안색이 전보다 나빠졌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요. 지유도 볼 겸 말이에요. 혜연이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경성에 좋은 의사가 있어서 겸사겸사 진찰도 받아보려고 온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도 경성에 계시잖아요. 안 그래요?”신무열은 일부러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법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내 지금 상태로는 메스를 들기도 어려울 것 같구나. 인명진이 잘하니까 아이를 원하면 인명진한테 가서 상태를 봐달라고 해.”“알겠어요.”어쩌면 핑계로 들릴 수도 있다. 법로에게 더는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서로가 어떤 생각 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법로는 음식도 잘 먹었을 뿐만 아니라 잠도 잘 잤고 아이들도 잘 돌봤다.신무열과 김혜연, 그리고 온지유도 그의 곁에 있어 주었다. 다만 신무열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한 이상 법로는 그들을 데리고 직접 인명진에게 찾아왔다.인명진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8화

    “양념 생선구이 드실 수 없어요. 지금 상태론 담백한 걸 드셔야 한다고요.”온지유는 법로가 먹고 싶다는 걸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그의 몸 상태도 고려해야 했다. 그러자 법로는 웃으며 말했다.“요즘에 너무 담백한 것만 먹었더니 양념이 있는 거로 먹고 싶더구나.”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며 망설이고 있던 때 여이현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법로의 말에 대꾸했다.“이따가 퇴원 수속 끝내면 지유가 집 돌아가서 해드릴 거예요.”“그래.”법로가 먹고 싶다고 하니 온지유는 더는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여이현은 운전을 하고 온하윤은 법로의 품에 안겨 잠들어 버렸다. 홍혜주는 병원에서 온지유와 작별 인사를 했다.집에 도착한 온지유는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고 여이현이 그녀를 도와주었다.“아버지 상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시겠다는 것도, 양념 생선구이가 드시고 싶다는 것도 말이야. 갑자기 하고 싶은 게 많아지셨잖아. 안 되겠어. 오빠한테 얼른 연락해서 오라고 해야겠어.”법로의 모습은 꼭 죽음을 앞둔 사람 같았다. 게다가 여이현도 법로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법로의 두 눈이 전보다 더 탁했기 때문이다.온지유의 가슴은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저릿하고 아팠으며 괴로웠다.“난 아직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이현 씨, 정말로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항암 치료받고 있는데도 상태가 안 좋잖아. 난...”온지유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나아지지 않았고 오늘과 같은 모습을 보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인간은 죽음을 막을 수 없어. 인간이 죽기 전의 모습을 많이 봐서 네 말이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우리도 이젠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어. 지유야, 우리 아버님께 잘해드리자.”법로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법로의 상태가 많이 나빠졌기 때문이다.온지유는 거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신무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무열은 온지유의 연락을 받았을 때 이미 눈치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7화

    홍혜주는 온지유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알고 있는 온지유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후 온지유는 아이와 홍혜주와 함께 법로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고 여이현은 운전을 맡았다.법로는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려고 했지만 온지유가 거부했다. 병원에 있어야만 언제든 법로의 몸 상태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온지유는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충격도 받고 싶지 않았다.아이를 본 법로는 너무도 기뻐했다.별이는 얼른 법로에게 다가가 몸을 기댔고 온하윤은 법로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아이의 볼을 아프지 않게 살짝 꼬집자 온하윤은 꺄르륵 소리를 내며 웃었다.“법로님, 제 존재감이 이 정도였나요?”법로의 안중에는 온통 아이들이었던지라 주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법로는 홍혜주를 발견했다.“오랜만이구나. 내가 노화가 시작되었는지 널 미처 보지 못했구나. 미안하구나.”“괜찮아요. 제가 법로님 두 손자에 비하면 확실히 아무것도 아니죠. 요즘 몸은 어떠세요?”홍혜주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지만 딱히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법로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괜찮단다. 큰 문제는 없어. 지유야, 네 오빠랑 언니가 Y 국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도 퇴원할까 한다만.”“퇴원이요? 안 돼요. 지금 상태도 안 좋으시잖아요. 인명진 쪽도 새로 개원해서 엄청 바쁘단 말이에요. 집으로 돌아갈 바엔 차라리 지금처럼 입원해 있는 게 더 나아요.”지금 법로는 VIP 병실에 입원해 있었다. 만약 법로가 퇴원하고 집에서 지낸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만큼 검사를 정확하게 할 수 없을 것이었기에 온지유는 그래도 입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법로는 더는 병원에서 지내고 싶지 않았다.“내가 의사 양반한테 물어봤단다. 지금 내 상태로 퇴원해도 된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나도 이 답답한 병실에서 벗어나면 매일 기분도 좋아질 것 같구나.”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는 별이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6화

    “그건 부대에 있을 때 얘기고요. 지금 우리 집에 왔으니 손님을 홀대할 수는 없죠.”온지유는 홍혜주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고 막상 보니 백지희도 떠올랐다. 하지만 백지희에게 연락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많이 바쁠 테니까 말이다.홍혜주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언니가 왜 저를 홀대해요. 법로 님이 아프다면서요. 지금 상태는 어떠세요?”“항암 치료 꾸준히 받고 있어요. 암 말기라 완치된다고 할 수는 없네요.”항암 치료를 받고 몇십 년을 더 산 환자도 있다고 하지만 내일 당장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다고 했기에 미래를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자 홍혜주가 말했다.“한번 만나 뵙고 싶네요.”여하간에 그녀와 인명진은 법로의 손에 키워진 것이었고 나중에 흉터남이 그녀를 통제하긴 했지만 그것은 전부 지나간 일이었다. 이젠 다들 앞만 보며 살고 있었다.“일단 식사부터 해요. 이따가 저랑 같이 가요.”“네, 그럴게요.”온지유는 도우미가 만든 음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음식을 만들었다.아이가 울고 있었던지라 여이현은 아이를 달래주고 있었다. 홍혜주는 온하윤을 보자마자 온지유와 똑같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분홍색의 통통한 볼을 보니 너무도 귀여웠다.여이현은 온하윤을 그녀에게 건네자 바로 품에 안아보았다. 그녀는 이렇듯 작은 아이는 처음 안아보는 것이었기에 순간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는 얼굴로 행여나 떨어뜨리게 될까 봐 긴장하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여이현이 웃음을 터뜨렸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요. 폭탄도 만져본 사람이 이렇게 작은 아이를 두려워하는 거예요? 그렇게 두려워하면 나중에 어떻게 아이 엄마가 되려고요?”홍혜주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어투로 말했다.“소대장님, 아이는 아이고 폭탄은 폭탄이잖아요.”두 가지는 애초에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여이현은 계속 그녀를 놀려댔다.“그럼 미리 연습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긴장할 것도 없어요. 놀러 왔으니 며칠 동안 여기서 머물면서 지유 곁에 있어 줘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5화

    나도현이 그런 양시은에게 물었다.“정말로 혼자 다 할 수 있겠어? 어머니는 지금 거동이 불편하신 상태야. 간병인을 알아봐 주지 않으면 몸 뒤척거리는 것도 힘드시다고.”그러자 양시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내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잊었어?”하민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어떤 일이든 다 해보았다. 그랬기에 누군가를 간호하는 것은 그녀에게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었다.양시은의 말에 나도현은 가슴이 아팠다.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든 아이의 병을 치료해보려고 했기 때문이다.“고생했어. 예전에는 미안했어...”조금 슬픔에 젖어버린 나도현의 목소리에 양시은은 그저 웃어넘길 뿐이다.“괜찮아. 나한테 사과하자고 모인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미 다 지나간 일이잖아. 그러니까 과거의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말자.”말을 마치자마자 양시은의 핸드폰이 울렸고 온지유의 연락이었다.“하민이와 함께 우리 집으로 놀러와요. 별이가 며칠 동안 계속 하민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온지유는 정말로 양시은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현도 온지유에게 연락해 양시은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었기에 그녀는 행사만 있으면 양시은을 불러 적응하게 할 생각이었다.양시은은 침대에 누워있는 박은희를 보며 거절했다.“미안해요. 요즘엔 바빠서 안 될 것 같네요. 바쁜 일 끝내면 찾아갈게요.”“그래요. 그럼 언제 한가해지면 연락해줘요.”“네, 알겠어요.”온지유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책을 읽던 여이현이 고개를 들어 그런 그녀를 보았다.“왜? 안 된대? 다른 사람이라도 알아볼까?”온지유는 고개를 저었다.백지희는 경성에 없었고 지선율과 장다희는 촬영일로 바빴다. 홍혜주와 용경호는 부대에 있었기에 비교적 한가한 그녀와 달리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다 나도현이 그녀에게 양시은을 잘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던지라 양시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양시은도 바쁘다고 했다.“왜 그렇게 힘이 없어. 아니면 나랑 같이 여행이라도 갈까?”여이현은 온지유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64화

    양채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난 이미 내려놨어. 언니는 이젠 부잣집 며느리잖아. 설마 기자들에게 과거의 일로 고통받고 싶은 건 아니지?”문해미와 그녀는 분명 양시은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었다. 양시은은 양채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들과 가족이었던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한 번도 문해미를 원망한 적도 없었기에 당연히 양채은도 원망하지 않았다.“채은아...”양시은이 여전히 그녀를 잡으려던 때 양채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 이런 말은 그만하자. 언니, 행복하게 사는 게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거야. 게다가 난 언젠가는 떠나야 할 운명이었다고. 1년이든 2년이든 시간을 미룰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니가 영원히 날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잖아. 난 그냥 자유롭고 싶은 거야. 엄마랑 함께 말이야. 언니, 난 이미 결정했고 바꿀 생각 없으니까 이제 더는 그런 의미 없는 말은 하지 말아줘.”“알았어...”확고한 양채은의 모습에 양시은은 결국 타협하고 말았다. 그녀는 직접 양채은과 문해미를 배웅해 주었다.“그럼 어디로 가는지 꼭 알려줘야 해. 나중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어도 연락해야 해. 알았지?”양채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양채은은 오늘 이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도시에 가서 자리를 잡고 산다고 해도 절대 양시은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고 연락도 하지 않을 것이다.양시은이 고생하면서 산 것에 비해 그녀는 나쁜 짓이 많이 저질렀기에 양시은이 행복하려면 자신이 사라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양시은은 세 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감정을 갈무리하고 들어갔다고 해도 나도현은 바로 그녀의 기분을 눈치챘고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며 나직하게 물었다.“양채은이 떠난 거야?”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아무리 설득해도 양채은은 확고하게 거절했다. 나도현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주었다.“아직 마음을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