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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1화

양시은은 잠시 말문이 막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 시절 자기가 나도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를 이렇게까지 해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현은 점점 더 그녀에게 다가가며 깊고 검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혹시 너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러면 안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양시은은 입술을 살짝 비틀며 못마땅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현 변호사님, 이 세상에서 나만큼 마음도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도 없을 거야. 만약 내가 마음이 약해 졌다면 처음부터 돈 때문에 떠나지 않았겠지.” 그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늘 마음속에 떠안고 있던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자신을 속여온 것이 얼마나 웃기다는 걸 깨달았다. 정작 그녀는 죄책감 없이 그저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용서해 달라는 거냐?”나도현은 침대 옆에 손을 대며 그 반짝이는 눈빛을 그녀에게 맞추었다. 그 눈빛 속에는 잔인함이 섞인 웃음이 묻어 있었다. “꿈도 꾸지 마. 양시은,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비로소 뭘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거야.” 양시은 그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을 바라보며 손이 살짝 떨려 뜨거운 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물고 그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나한테 복수하려고 당신 원래의 평온했던 삶을 망치는 게 그 정도로 가치가 있어?” “너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 양시은.” 그가 마치 모든 것을 지해하는 신처럼 천천히 덧붙였다. 양시은은 무엇을 하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듯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저 컵을 들어 물을 천천히 마셨다. 달콤하고 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그 불타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나도현은 아무 말 없이 약을 그녀에게 던졌다. “먹어, 여기서 죽지 마.” 양시은 약을 받아 삼켰고 약의 쓴맛이 입안에 서서히 퍼졌지만 그녀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날 받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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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화

세상 일이란 예기치 않게 변하기 마련이다. 모든 전환은 인생의 작은 순간 속에서 일어나며 운명은 이미 그녀에게 선택된 답을 주었고 그 답을 따라 그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했다. “양시은!” 그녀는 갑자기 눈을 뜨며 흐릿한 눈앞에 나도현의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조롱처럼 말했다. “나도현 변호사님, 점점 더 멋있어 지네.” 하지만 나도현의 얼굴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눈을 좁히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왜 친한 척 해. 내게 빚진 것은 어떻게 갚을 건데?” 양시은은 머리를 세게 쳤다. ‘뭐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잊어버린 것 같지?’ 그렇다. 그들 사이는 이미 서로를 모르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나도현은 이미 그녀의 목을 잡고 있었고 하얀 피부 아래에서 굵은 핏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뭘로 갚을 거야?” 그는 점점 더 다가갔고 그 표정은 악몽처럼 흉악했다. 양시은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혔다. “나도현, 가까이 오지 마. 제발...” 끝없이 계속되는 악몽 그 안에서 현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결국 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나도현은 침대 옆에 서서 입술을 꽉 닫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무서워하냐?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왜 그때 날 떠났냐?” 침대 위의 양시은은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까지 움켜잡은 채 얼굴이 창백하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렸다. 나도현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듯 급히 몸을 구부려서 그녀를 깨우려 애썼다. 그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두드렸다. 그 목소리 속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 “양시은, 깨어나. 꿈이야.” 하지만 피부를 만지는 순간 그는 즉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더 세게 만져보니 그녀가 열이 세게 나고 있었다. ‘아까 주사 맞고 약을 먹었는데 왜 갑자기 다시 열이 나지?’ 아무리 불러도 양시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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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지석훈도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손으로 온도를 체크한 뒤 급하게 손을 빼었다. “상처가 감염된 것 같은데 그럴 리는 없는데. 약도 먹었고 상태는 나아져야 하는데.” 그는 급히 상황을 간단히 점검했다. 양시은의 눈꺼풀을 손으로 열고 손전등으로 비추어 봤다. 반응은 미약했다. 지석훈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며 급히 약을 하나 그녀의 입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안 되겠다. 여기서 해결할 수 없다.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자세히 검사 받아야 해.” 나도현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양시은을 그냥 안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지석훈은 불러봤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고 급하게 바람처럼 달려갔다. 그는 잠시 옷차림을 보았다. 흰색 잠옷에 대충 외투만 입고 발에는 체크 무늬 슬리퍼를 신고서도 이렇게 급히 온 것을 깨닫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자 그녀가 그를 이렇게 무정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나도현, 너 같은 놈은 절대 용서 안 해. 영원히!” 바람이 불어 지나가면서 그의 분노를 다 날려버렸다. 병원 안은 분주했고 나도현은 양시은을 안고 진료실로 직행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열 나서 혼수 상태예요.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응급실 의사들이 급히 달려와 구급 처치를 시작했다. 20분쯤 지나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상처가 감염된 건 아닌가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건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입니다. 이런 열 증상은 드물고 상태는 이제 통제가 되었어요. 혈액 검사로 원인을 밝혀볼 예정입니다.” 양시은은 이제 많이 나아 보였다. 나도현은 두어 날 동안 그녀에게 별 문제가 없었고 별장이었지만 온도가 적당히 유지되었고 상처 감염도 아니었고 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까? 입원해야 할까요?” 나도현은 불편한 마음에도 그녀의 상태를 생각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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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나도현은 양시은의 행동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픈데도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유혹하냐?” 양시은은 급하게 기침을 하며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난이야.”나도현은 차분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침대 옆에 앉았다. 기침을 마친 양시은은 적당히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심해진 거 같지? 나 왜 이래?” “검사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 나도현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답했다. 양시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때 목이 갑자기 마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뜰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하던 차에 나도현은 따뜻한 물 한 컵을 그녀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양시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잠시 온기가 퍼지는 듯했지만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무서운 존재야? 꿈속에 악몽으로 나올 만큼?” 나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아니. 그냥...” 양시은은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나도현은 쓸데없는 소리라고 웃으며 일어났다. “일찍 자.”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몇 개의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고 최근에 사건이 많았다. 다 보고나니 한시간이 지났고 양시은이 걱정되어 조용히 그녀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잠든 상태였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은 듯 꽤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려고 했지만 그때 양시은이 갑자기 그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나도현의 마음 속에도 잠시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가 그렇게 잠든 그녀를 바라보며 몇 년 전 그들 간의 사랑이 떠오르며 그때의 모든 것이 스치는 듯 했다. 그는 밤새 그녀 곁에 있었고 아침에야 자리를 떠났다. 햇살 한 줄기가 얼굴에 비춰지자 양시은은 눈을 떴다. 손에는 누군가의 잔여 온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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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뭐라고?”나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언제나 냉철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양시은이 그토록 아끼는 아이인데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양채은은 그의 변화된 표정을 보며 가슴 속에 얼음이 맺히는 듯한 냉기를 느꼈다. 그녀는 절규하듯 소리쳤다.“도현 씨의 약혼녀는 나예요. 당신이랑 이 아이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얘를 걱정하는 건데요?”나도현의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는데 마치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내뱉는 듯했다.“하민은 겨우 어린애일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양채은은 그의 눈빛에 겁먹고 한발 물러섰지만 곧 허리를 펴고 단호하게 따졌다.“무고하다고요? 그럼 나는요? 나야말로 제일 무고한 사람이 아닐까요! 난 아이도 잃고 당신도 잃고 엄마가 될 자격까지 잃었어요. 이 모든 게 다 당신이랑 시은이 때문이라고요!”“채은아, 정신 차려!”나도현은 앞으로 한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양채은은 이제 무너지고 미쳐버린 상태였다.“지금보다 더 정신이 말짱할 때가 없어요. 도현 씨, 우리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요?”그녀의 눈빛에는 한 가닥의 애처로움과 간청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나도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하민의 일은 네가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럼 가만 안 둘 테니까.”양채은은 냉소했다. 자신이 한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달은 듯 그녀의 눈에는 결연한 빛이 스쳤다.“설명? 좋아요. 말해드리죠. 하민이는 당신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냈어요. 나랑 다시 시작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영원히 걔를 볼 생각하지 말아요.”“미쳤군!”나도현은 분노에 차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채은아.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웃기지 마! 나 누구의 협박도 받지 않아!”양채은은 입술을 깨물었다.“당신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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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양채은은 심호흡을 하고 최후의 협박을 했다.“그럼 미안하지만 하민이는 내가 데려갈게요. 아마 당신이랑 시은이는 평생 하민이를 못 볼 거예요.”이 말을 남기고 그녀는 돌아서서 자신의 차에 타려고 했다.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옆에 있던 사람은 어느새 다가와 그녀를 제압해 버렸다.나도현의 눈빛은 차갑고 위험했다.“이번엔 도망 못 가. 하민이를 내놔. 미성년자 유괴가 무슨 죄인지 너도 잘 알잖아.”양채은은 입술을 깨물었다.“날 감옥에 보내겠다는 거예요?”“그건 내 전문 분야지. 하지만 하민이를 데려오면 네 변호를 맡아줄 수도 있어.”나도현의 태도는 확고했다.양채은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는 모든 법 조항을 줄줄 외우고 다녔고 그의 마음은 법전으로 꽁꽁 싸매져 따뜻한 구석이라곤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매정하군요. 하지만 난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바로 그때 저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바라보니 검은색의 수수한 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그들 사이에 멈춰 섰다.차에서 후드티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내렸다. 그는 근육이 탄탄한 팔로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아이의 목에는 날카로운 칼이 겨누어져 있었다.남자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양채은을 풀어줘. 안 그러면 얘를 죽일 거야.”하민이었다.양채은은 마스크를 쓴 남자를 보고 놀랐다.“네가 여긴 왜 왔어?”“네가 일을 망칠 줄 알았지.”마스크를 쓴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서 원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나도현은 차갑게 묻는 동시에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하민이를 구할 기회를 찾았다.마스크를 쓴 남자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칼을 하민이의 목에 더 바짝 댔다. 하민이의 눈에는 공포가 서렸지만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그는 마치 도움을 구하듯 무력한 눈빛으로 나도현을 바라보았다.“나 변호사님, 양채은을 붙잡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이 아이의 목숨이 중요한지 잘 생각해 보시지.”마스크를 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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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차는 멀리 사라졌다.마스크를 쓴 남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차 문을 닫고는 룸미러로 양채은을 쳐다보았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양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실패했으면 우리 둘 다 여기서 끝장이었어.”마스크를 쓴 남자는 화가 난 듯했다.양채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걔는 내 조카고 몸도 약해. 우리랑 도망 다니는 건 좋지 않아.”마스크를 쓴 남자는 비웃으며 되물었다.“너 정말 이런 식으로 평생 살 생각이야?”“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어? 난 이미 그 사람과 완전히 끝났는데.”양채은은 그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올랐다.마스크를 쓴 남자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일단 상황을 좀 보자.”양채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견딜 수 없는 복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배를 감싸 쥐었다.그때야 마스크 남자는 양채은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너 왜 그래?”대답을 듣기도 전에 양채은은 의식을 잃었다. 마스크를 쓴 남자는 황급히 앞으로 나가 핸들을 잡고 차를 세운 후, 급히 차에서 내렸다.그때야 그는 양채은의 아래에 피가 고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채은아, 정신 차려!”하지만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고 반응이 없었다. 유산 수술 후 제대로 몸조리도 못 해서 하혈을 하는 게 분명했다.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양채은을 뒷좌석에 눕히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한편, 아까 그 자리에서는 부하들이 모여들었다.“쫓아갈까요?”“됐어.”나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하민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아저씨랑 엄마 보러 갈까?”하민은 원래 그의 행동에 불만이었지만 엄마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반짝였다.“좋아요!”얼마 전 큰 병을 앓았던 터라 몸이 허약해 보였던 그였지만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나도현은 곧바로 그를 데리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양시은은 아직 미열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은 좀 내린 상태였다. 약을 먹고 나니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엄마!”환청인가 싶어 고개를 드니 하민이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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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분명 할 말이 있는 듯했다.나도현은 망설임 없이 보모에게 하민을 데리고 나가 놀게 하라고 지시한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할 말 있으면 해.”“이번에 아이를 찾아줘서 정말 고마워. 신세 많이 졌어. 근데 나도 여기 오래 머물기가 그래. 이제 하민이도 돌아왔으니 나도 이젠 가야겠다.”“시은아.”나도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렇게 금방 배은망덕하게 굴 거야?”“폐 끼치기 싫어.”양시은은 헛기침을 하며 민망함을 감췄다. “알았어.”나도현은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서 나가버렸다.양시은은 그가 그렇게 쉽게 승낙할 줄 몰라서 잠시 당황했다.하지만 이게 나았다. 질척거리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기느니,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나았던 것이다.나도현이 나가보니 하민은 보모들과 같이 놀고 있었다.그는 눈을 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장난감 하나를 하민에게 건넸다.“네 엄마가 떠난다는데, 넌 어떻게 할 거야?”“당연히 엄마랑 같이 가야죠.”하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나도현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네 엄마는 지금 아프시잖아. 너도 몸이 약한데 엄마 혼자 너까지 돌보면 너무 힘들 거야.”“그럼 어떡해요?”하민은 갑자기 놀 기분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들고 큰 눈을 깜빡였다.나도현은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집을 봐. 보모도 많고 너랑 엄마를 잘 돌봐줄 수 있어. 그리고 가정 주치의도 있어서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너희 두 사람을 잘 보살필 수 있지.”“아저씨, 혹시 엄마를 붙잡아 두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죠?”하민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어린아이에게 속마음을 들킨 나도현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냥 너희들이 걱정돼서 그래.”하민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럼 좋아요. 엄마한테 말해볼게요.”양시은은 떠날 준비를 하다가 하민의 말에 의아했다.“여기가 뭐가 좋아? 내 집만큼 편한 곳이 없지. 집에 가자.”“엄마, 저 여기 있을래요. 여기 엄청 재미있어요.”하민은 입술을 깨물며 애처롭게 말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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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오늘은 최정숙이 찾아왔다.양시은은 그녀가 올 줄 몰랐다. 양시은의 표정을 보는 순간, 최정숙 역시 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두 사람을 갈라놓은 건 자신이었다. 그 당시 그들은 새로운 신분을 얻었고 강태경이 나도현이 되면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 나니 그녀는 문득 깨닫게 되었다.나도현은 양시은을 포기하지 못했고 양시은 또한 그 세월 동안 나도현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심지어 나도현의 하나뿐인 아들 하민이까지 양시은은 아무런 불평 없이 키우고 있었다.8억은 분명 집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써버렸을 텐데 양시은은 한 번도 그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다.양시은은 참 괜찮은 아이였다.그녀는 진심으로 양시은이 존경스러웠다.하지만 양시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를 설득하려고 하지 마시고 도현 씨를 설득하세요. 그 사람이 놓지 않으려는 거예요.”그녀는 독하고 돈만 밝히는 여자 노릇도 했다.하지만 나도현은 여전히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그러니 최정숙이 그들을 완전히 갈라놓으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했고 나도현이 바로 그 근본적인 문제였다.최정숙은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뜻을 존중하려 할 줄은 몰랐다.“너 분명 도현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었는데, 왜 말하지 않았어?”양시은은 고개를 숙였다.“저는 제 나름의 생각이 있고 아주머니도 아주머니 나름의 생각이 있겠죠. 만약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우리 관계를 허락하셨다면 8억을 주면서 그를 떠나라고 하지 않았을 테죠.”8억을 받았으니, 약속은 지켜야 했다.그리고 최정숙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그러니 가능성 없는 싸움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양시은은 단 한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최정숙은 그제야 양시은의 강인함과 나도현의 고집을 깨달았다.“네가 8억을 받고 도현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 그 아이는 널 찾아 미친 듯이 헤맸어. 그런데 결국에는 찾지 못했지. 그러다가 도현은 심한 우울증에 걸렸어.”양시은은 숨이 턱 막혔다.최정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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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그녀는 나도현을 사랑했고 평생 그와 함께하고 싶은 꿈을 꿨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그녀는 더 이상 나도현과 함께할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도현 씨와 다시 만날 생각 없어요. 아주머니, 우리 관계를 더 이상 반대 안 하신다니 고마워요. 우리는 4년이나 떨어져 있었고 저도 더 이상 예전의 양시은이 아니에요. 그러니 그 사람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어요.”나도현이 자신을 계속 미워해도 괜찮았다. 미움이 오래되면 그도 언젠가는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이다.“왜? 도현이가 널 계속 미워하게 놔둘 거야? 하민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아? 아니면 양채은 때문이야? 도현이를 그녀에게 양보할 생각이야?”최정숙은 정곡을 찔렀다.그녀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그들 두 사람 모두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냥 도현 씨와 너무 오래 떨어져서...”“하지만 도현이는 널 잊지 못했어. 이 모든 게 내 잘못이야. 네가 말하기 어려우면 내가 말할게.”최정숙은 차분하게 말했다.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그녀에게는 이제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아 있었다. 바로 아들의 행복이었다.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 나도현의 마음의 병은 양시은만이 고칠 수 있었다.“아주머니, 말씀하지 마세요.”“도현이가 널 얼마나 챙기는지 못 봤어?”아플 때 나도현은 곧바로 지석훈을 불렀고 그녀를 여기에 가둬 놓았지만 생활에 필요한 것은 하나도 부족하지 않았다.심지어 하민이가 양시은의 아이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위해 사람을 찾아다녔다.이 순간, 최정숙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그녀는 심호흡을 했다.“시은아, 도현은 하민이를 처음 본 순간 친자 확인을 했어. 하지만 내가 손을 썼어.”양시은은 담담했다.처음에 나도현이 그렇게 화를 내며 추궁했을 때 그녀는 그가 분명 뭔가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누군가 막았을 거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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