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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작가: 류한나
양채은은 심호흡을 하고 최후의 협박을 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하민이는 내가 데려갈게요. 아마 당신이랑 시은이는 평생 하민이를 못 볼 거예요.”

이 말을 남기고 그녀는 돌아서서 자신의 차에 타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하게 옆에 있던 사람은 어느새 다가와 그녀를 제압해 버렸다.

나도현의 눈빛은 차갑고 위험했다.

“이번엔 도망 못 가. 하민이를 내놔. 미성년자 유괴가 무슨 죄인지 너도 잘 알잖아.”

양채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날 감옥에 보내겠다는 거예요?”

“그건 내 전문 분야지. 하지만 하민이를 데려오면 네 변호를 맡아줄 수도 있어.”

나도현의 태도는 확고했다.

양채은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모든 법 조항을 줄줄 외우고 다녔고 그의 마음은 법전으로 꽁꽁 싸매져 따뜻한 구석이라곤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매정하군요. 하지만 난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바라보니 검은색의 수수한 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그들 사이에 멈춰 섰다.

차에서 후드티를 입은 건장한 남자가 내렸다. 그는 근육이 탄탄한 팔로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아이의 목에는 날카로운 칼이 겨누어져 있었다.

남자는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채은을 풀어줘. 안 그러면 얘를 죽일 거야.”

하민이었다.

양채은은 마스크를 쓴 남자를 보고 놀랐다.

“네가 여긴 왜 왔어?”

“네가 일을 망칠 줄 알았지.”

마스크를 쓴 남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있어서 원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나도현은 차갑게 묻는 동시에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하민이를 구할 기회를 찾았다.

마스크를 쓴 남자는 직접적인 대답 대신 칼을 하민이의 목에 더 바짝 댔다. 하민이의 눈에는 공포가 서렸지만 울음을 꾹 참고 있었다.

그는 마치 도움을 구하듯 무력한 눈빛으로 나도현을 바라보았다.

“나 변호사님, 양채은을 붙잡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이 아이의 목숨이 중요한지 잘 생각해 보시지.”

마스크를 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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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나도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언제나 냉철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양시은이 그토록 아끼는 아이인데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양채은은 그의 변화된 표정을 보며 가슴 속에 얼음이 맺히는 듯한 냉기를 느꼈다. 그녀는 절규하듯 소리쳤다.“도현 씨의 약혼녀는 나예요. 당신이랑 이 아이는 아무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얘를 걱정하는 건데요?”나도현의 목소리는 차갑고 위협적이었는데 마치 이를 갈며 한 자 한 자 내뱉는 듯했다.“하민은 겨우 어린애일 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어?”양채은은 그의 눈빛에 겁먹고 한발 물러섰지만 곧 허리를 펴고 단호하게 따졌다.“무고하다고요? 그럼 나는요? 나야말로 제일 무고한 사람이 아닐까요! 난 아이도 잃고 당신도 잃고 엄마가 될 자격까지 잃었어요. 이 모든 게 다 당신이랑 시은이 때문이라고요!”“채은아, 정신 차려!”나도현은 앞으로 한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양채은은 이제 무너지고 미쳐버린 상태였다.“지금보다 더 정신이 말짱할 때가 없어요. 도현 씨, 우리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요?”그녀의 눈빛에는 한 가닥의 애처로움과 간청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나도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하민의 일은 네가 합리적인 설명을 해주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럼 가만 안 둘 테니까.”양채은은 냉소했다. 자신이 한 모든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것을 깨달은 듯 그녀의 눈에는 결연한 빛이 스쳤다.“설명? 좋아요. 말해드리죠. 하민이는 당신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보냈어요. 나랑 다시 시작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영원히 걔를 볼 생각하지 말아요.”“미쳤군!”나도현은 분노에 차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채은아. 이런 식으로 날 협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웃기지 마! 나 누구의 협박도 받지 않아!”양채은은 입술을 깨물었다.“당신이 날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44화

    나도현은 양시은의 행동을 느끼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아픈데도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유혹하냐?” 양시은은 급하게 기침을 하며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난이야.”나도현은 차분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침대 옆에 앉았다. 기침을 마친 양시은은 적당히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심해진 거 같지? 나 왜 이래?” “검사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 나도현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답했다. 양시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그때 목이 갑자기 마르기 시작했다. 자리를 뜰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하던 차에 나도현은 따뜻한 물 한 컵을 그녀 앞에 가져다 주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양시은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잠시 온기가 퍼지는 듯했지만 그것은 금세 사라졌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무서운 존재야? 꿈속에 악몽으로 나올 만큼?” 나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아니. 그냥...” 양시은은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나도현은 쓸데없는 소리라고 웃으며 일어났다. “일찍 자.”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몇 개의 사건 기록을 살펴보았고 최근에 사건이 많았다. 다 보고나니 한시간이 지났고 양시은이 걱정되어 조용히 그녀의 방으로 갔다. 그녀는 잠든 상태였다. 이번에는 악몽을 꾸지 않은 듯 꽤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자고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져보려고 했지만 그때 양시은이 갑자기 그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그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했다. 나도현의 마음 속에도 잠시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그가 그렇게 잠든 그녀를 바라보며 몇 년 전 그들 간의 사랑이 떠오르며 그때의 모든 것이 스치는 듯 했다. 그는 밤새 그녀 곁에 있었고 아침에야 자리를 떠났다. 햇살 한 줄기가 얼굴에 비춰지자 양시은은 눈을 떴다. 손에는 누군가의 잔여 온기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43화

    지석훈도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손으로 온도를 체크한 뒤 급하게 손을 빼었다. “상처가 감염된 것 같은데 그럴 리는 없는데. 약도 먹었고 상태는 나아져야 하는데.” 그는 급히 상황을 간단히 점검했다. 양시은의 눈꺼풀을 손으로 열고 손전등으로 비추어 봤다. 반응은 미약했다. 지석훈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며 급히 약을 하나 그녀의 입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안 되겠다. 여기서 해결할 수 없다.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자세히 검사 받아야 해.” 나도현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양시은을 그냥 안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지석훈은 불러봤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고 급하게 바람처럼 달려갔다. 그는 잠시 옷차림을 보았다. 흰색 잠옷에 대충 외투만 입고 발에는 체크 무늬 슬리퍼를 신고서도 이렇게 급히 온 것을 깨닫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자 그녀가 그를 이렇게 무정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나도현, 너 같은 놈은 절대 용서 안 해. 영원히!” 바람이 불어 지나가면서 그의 분노를 다 날려버렸다. 병원 안은 분주했고 나도현은 양시은을 안고 진료실로 직행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열 나서 혼수 상태예요.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습니다.” 응급실 의사들이 급히 달려와 구급 처치를 시작했다. 20분쯤 지나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상처가 감염된 건 아닌가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건 면역력이 약해져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입니다. 이런 열 증상은 드물고 상태는 이제 통제가 되었어요. 혈액 검사로 원인을 밝혀볼 예정입니다.” 양시은은 이제 많이 나아 보였다. 나도현은 두어 날 동안 그녀에게 별 문제가 없었고 별장이었지만 온도가 적당히 유지되었고 상처 감염도 아니었고 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까? 입원해야 할까요?” 나도현은 불편한 마음에도 그녀의 상태를 생각하며 물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42화

    세상 일이란 예기치 않게 변하기 마련이다. 모든 전환은 인생의 작은 순간 속에서 일어나며 운명은 이미 그녀에게 선택된 답을 주었고 그 답을 따라 그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야 했다. “양시은!” 그녀는 갑자기 눈을 뜨며 흐릿한 눈앞에 나도현의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웃으며 조롱처럼 말했다. “나도현 변호사님, 점점 더 멋있어 지네.” 하지만 나도현의 얼굴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눈을 좁히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왜 친한 척 해. 내게 빚진 것은 어떻게 갚을 건데?” 양시은은 머리를 세게 쳤다. ‘뭐지?’ ‘왜 이렇게 많은 것을 잊어버린 것 같지?’ 그렇다. 그들 사이는 이미 서로를 모르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나도현은 이미 그녀의 목을 잡고 있었고 하얀 피부 아래에서 굵은 핏줄이 튀어나와 있었다. “뭘로 갚을 거야?” 그는 점점 더 다가갔고 그 표정은 악몽처럼 흉악했다. 양시은의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혔다. “나도현, 가까이 오지 마. 제발...” 끝없이 계속되는 악몽 그 안에서 현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결국 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나도현은 침대 옆에 서서 입술을 꽉 닫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무서워하냐?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왜 그때 날 떠났냐?” 침대 위의 양시은은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목까지 움켜잡은 채 얼굴이 창백하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렸다. 나도현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듯 급히 몸을 구부려서 그녀를 깨우려 애썼다. 그의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뺨을 두드렸다. 그 목소리 속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 “양시은, 깨어나. 꿈이야.” 하지만 피부를 만지는 순간 그는 즉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더 세게 만져보니 그녀가 열이 세게 나고 있었다. ‘아까 주사 맞고 약을 먹었는데 왜 갑자기 다시 열이 나지?’ 아무리 불러도 양시은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41화

    양시은은 잠시 말문이 막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 시절 자기가 나도현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를 이렇게까지 해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도현은 점점 더 그녀에게 다가가며 깊고 검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혹시 너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러면 안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양시은은 입술을 살짝 비틀며 못마땅하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현 변호사님, 이 세상에서 나만큼 마음도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도 없을 거야. 만약 내가 마음이 약해 졌다면 처음부터 돈 때문에 떠나지 않았겠지.” 그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늘 마음속에 떠안고 있던 사실을 잠시 잊어버리고 자신을 속여온 것이 얼마나 웃기다는 걸 깨달았다. 정작 그녀는 죄책감 없이 그저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 “용서해 달라는 거냐?”나도현은 침대 옆에 손을 대며 그 반짝이는 눈빛을 그녀에게 맞추었다. 그 눈빛 속에는 잔인함이 섞인 웃음이 묻어 있었다. “꿈도 꾸지 마. 양시은,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비로소 뭘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거야.” 양시은 그의 얼음처럼 차가운 눈을 바라보며 손이 살짝 떨려 뜨거운 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그녀는 입술을 꽉 물고 그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 지었다. “나한테 복수하려고 당신 원래의 평온했던 삶을 망치는 게 그 정도로 가치가 있어?” “너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 양시은.” 그가 마치 모든 것을 지해하는 신처럼 천천히 덧붙였다. 양시은은 무엇을 하든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듯 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그저 컵을 들어 물을 천천히 마셨다. 달콤하고 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그 불타던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나도현은 아무 말 없이 약을 그녀에게 던졌다. “먹어, 여기서 죽지 마.” 양시은 약을 받아 삼켰고 약의 쓴맛이 입안에 서서히 퍼졌지만 그녀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날 받아주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40화

    지석훈은 약을 처방하고 링거를 넣으며 약도 나눠줬다. “이건 먹는 약이야. 하루 세 번이고 식후에 복용해.”지석훈은 나도현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도현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연인의 눈에선 사소한 문제도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그냥 감기와 열뿐이야. 해열 주사도 맞고 링거도 맞고 약도 처방해줬어. 뭘 그렇게 걱정해? 약 바꿀 거면 내가 순서를 적어줄게. 이건 주사바늘인데 내가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그럼 난 갈게.” 마지막 말을 하기 전에 나도현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지석훈은 그만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링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나도현이 전화 폭탄을 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여자는 아직 깨지 않았지만 지석훈은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의 애정 어린 모습을 못 봐줄 거 같았다. 신석훈이 간지 얼마 안 되서 양시은이 눈을 떴다. 양시은은 침대 옆에 있던 나도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환각을 보는 게 아닌지 잠시 의심이 들었다.“나도현?”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었고 놀랍게도 나도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끝의 온기와 감촉을 느끼면서 양시은은 이것이 환상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양시은은 어쩔 줄을 몰랐다. 나도현은 눈앞에 있었지만 그는 그녀를 미워하고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다.“나...”양시은이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목도 엄청 아팠다.“말하지 마. 너 지금 40도 넘게 열이 나고 있어. 물 마실래? 내가 물 가져올게.”나도현은 예전과는 달리 부드럽게 말했다.그의 따뜻한 눈빛은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때 그와 함께 열렬히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 나도현은 그녀를 무척이나 아끼고 애틋하게 대했다. 나도현은 지금도 말 뿐인 게 아니였다. 나도현은 일어나서 그녀를 도와주려고 했고 그녀는 전혀 힘이 없었다. 그러나 나도현은 그녀를 가만히 들어서 편하게 기대게 해주었고 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39화

    양시은은 고통 속에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전에 나도현을 위해 칼을 대신 막아준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고 그 상처 위에 임다혜가 보낸 약까지 보내져 그녀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지금 양시은의 체온은 39도를 넘어서 거의 40도에 가까운 상태였다. 의식은 흐릿하고 이마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린다. 그때 음식을 가지고 온 가사도우미가 양시은이 침대에 누워서 꼼짝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입을 벌려 놀랐다. 마치 그녀가 이미 숨을 거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급히 나도현에게 전했다. “도련님, 양시은 씨가 죽은 것 같아요...” “뭐라고?” 나도현은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은 찰나에 이른 속도로 깊어진 흑단처럼 좁아지며 가사도우미를 향해 날카롭게 쏘아봤다.도우미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움찔거렸다. 도우닌 나도현이 이렇게 급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도현의 얼굴은 흰 종이처럼 창백하고 그의 눈에서는 한치의 흔들림도 볼 수 없었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있었고 그는 바로 서재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몇 걸음에 방에 도달하고, 그는 문을 급하게 열었다.침대에 누운 양시은을 확인한 그는 잠깐 멈칫했다. 양시은은 살고 있는 듯 숨을 헐떡이며 자고 있었다. 그러나 땀에 젖은 얼굴과 급한 숨소리가 그에게 명확히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었다.그는 양시은의 붉어진 뺨을 보며 이마를 만지자 그녀의 열기가 손끝을 뜨겁게 만들었다. 나도현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지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석훈, 지금 내 별장에 바로 와. 열 나는 사람이 있어.”지석훈은 피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너희 개인 의사야 뭐야. 열 정도로 괜찮은 거면 약 있잖아.”온지유가 아프면 여이현이 그를 찾았고 권다솔이 아프면 배진호가 그를 찾았다. “나도현의 여자가 아프다니... 아니. 잠깐만. 여자?”지석훈의 눈이 반짝였다. “나도현, 거기 아픈 사람이 여자라고? 어디서 생긴 여자야? 설마 그 전 여친이냐?”“그냥 빨리 와. 약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538화

    여자는 일부러 말을 모호하게 꺼냈다. 그녀를 보낸 사람은 임다혜였고 여기에 더해 박은희가 몰래 도와주면서 이 두 사람이 협력하여 별장에 하녀 한 명을 배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양시은에게는 그 의도가 확실히 잘못 전달됐다. 여기가 바로 나도현의 집이므로 이 여자는 분명히 나도현이 불러낸 사람일 것이다. 이 보약을 마시지 않으면 나도현이 분명히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약은 여기 두세요. 목마를 때 마실게여.”“양시은 씨, 저는 꼭 당신이 이 약을 마시는 걸 봐야만 갈수 있습니다. 지금 마시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기다리면 됩니다.” 여자는 그 말을 하고 나서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의자 하나를 끌어당겨 바로 양시은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양시은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녀 앞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이렇게 대담하게 나올 수 없었겠지만 이 상대는 양시은이었다. 그리고 박은희는 반드시 양시은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말한 바 있었다. 따라서 양시은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약을 언제 마시면 난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예요. 같이 기다려 보시든지.”양시은은 지금 아이를 찾는 일이 급해서 이 여자와 시간을 보내며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마셨으니 이제 가세요.” 그러자 양시은은 그 말과 함께 보약을 한 모금 두 모금, 금방 다 마셨고 그릇을 여자의 쪽으로 돌려보냈다. “다 마셨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물론이죠. 양시은 씨, 푹 쉬세요.” 여자는 목적을 달성하고는 그릇을 들고 떠났다. 여자가 별장을 나서며 길가에 서 있던 차로 올라타 이내 임다혜와 만날 예정이었다.양시은은 보약을 다 마신 뒤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리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나도현이 아무리 말을 까칠하게 해도 그녀를 정신적으로 괴롭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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