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 Chapter 1561 - Chapter 1570

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1561 - Chapter 1570

1693 Chapters

제1561화

양채은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나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 왜 눈을 뜰 수 있는 거지?’“드디어 깨어났어요?”이는 낮고 익숙한 목소리였다.잠시 뒤 양채은은 눈앞에 나타난 얼굴을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이었구나!’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마스크남이였다. 마스크남은 양채은의 분노에 찬 모습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저를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제가 그쪽을 구해낸 거예요. 제가 아니었으면 그쪽은 이미 시체가 되었을 건데요. 생명의 은인에게 예의를 좀 갖추죠.” 양채은은 소리를 내지 못했기에 두 눈을 부릅뜨고 분노에 찬 눈길로 그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양채은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마스크남이 그녀를 툭툭 치면서 입을 열었다.“잘 치료받으세요. 그쪽이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요.”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채은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이 남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그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심한 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양시은이 잠결에 양채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사랑하는 여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나도현이 급한 마음에 지석훈을 불러왔다.“난 너희 둘만의 전용 의사가 아니야.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지석훈은 한바탕 불만을 털어놓았지만 결국 병을 보러 집으로 찾아왔다. 그가 검사를 마치자마자 나도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시은이 어때? 어젯밤부터 열이 나서 약을 먹였는데도 나아지지 않아.”나도현은 양시은 걱정에 너무 초조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무뚝뚝해 보였다. 그는 원래 양시은을 데리고 병원에 가보려 했는데 그녀가 원하지 않았기에 지석훈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나도현은 양시은이 허약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연약한 모습은 그로 하여금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지석훈은 한참의 고민 뒤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양시은
Read more

제1562화

“시은아, 꼭 나아야 해. 넌 아직 날 받아들이지 않았잖아.”나도현이 침대 앞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양시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등을 얼굴에 대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양시은은 한밤중에 정신이 들었다. 한잠 자고 깨어나니 두통이 한결 덜했다. 흐릿한 시야로 고개를 돌리자 침대 앞에 있는 나도현의 모습이 보였다.나도현은 평소 깔끔을 중요시하던 남자였는데 지금은 셔츠가 구겨지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담요도 덮지 않고 앉아 있었다.양시은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어느새 조각 같은 나도현의 얼굴에 닿았다. 그 얼굴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양시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내밀었던 손을 거두려던 찰나 손목이 잡혔다.“자고 일어나자마자 날 만지는 걸 보니 많이 좋아진 모양이네? 마음이 바뀐 거야?”나도현의 사포처럼 거친 목소리에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온종일 아픈 양시은을 돌보느라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그의 강인한 체력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도현의 말을 들은 양시은의 얼굴이 순간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손 놔! 그냥 네가 여기서 자는 걸 보고 감기라도 걸렸다가 내 탓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랬을 뿐이야.”말을 마친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적막이 흘렀다.예전에 그들 사이에 불쾌한 일이 많았었다. 그때 나도현은 듣기 좋은 말을 하지 않았고 싸울 때마다 상처는 늘 양시은의 몫이었다.양시은 역시 그 일에 자신이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미안해, 그땐 내가 잘못했어. 널 믿지 않았던 건 내 책임이야.”나도현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야. 별로 신경 쓰지 않아.”양시은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대로 혼자 있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예전의 일에 대해서 조금의 불쾌함 외엔 다른 감정이 없었다.“하민이는 어때?”“하민이는 괜찮아. 네 열도 내렸으니 내일 낮에 같
Read more

제1563화

양시은은 여전히 나도현은 양채은의 남자라고 고집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는 나도현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나도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내가 채은이 사람이라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내 생각은 물어본 적 있어? 아니면 내가 보이지도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 건가?”그는 양시은의 손을 잡고 그 손을 자기 가슴에 대었다. 나도현의 온도와 힘찬 심장 박동이 그녀의 손끝에 전해졌다. 양시은이 당황한 기색으로 몸부림쳤다.“나도현, 이거 놔. 난 이미 너와 아무 관계 없다고 했잖아.”“그럼 하민이는 어쩔 거야? 하민이 신경도 안 쓸 거야?”나도현이 그녀의 약점을 정확히 건드리며 말했다.하민이 얘기에 양시은은 잠시 멈칫했다. 그의 말이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을 쿡쿡 찔렀다.나도현이 침묵을 지키는 양시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시은아, 날 계속 밀어내지 마. 난 네 곁에 남아서 너를 계속 지키고 싶어.”그는 양채은과 아무 관계도 없었다. 양채은의 죽음이 안타깝긴 했지만 양채은보다 더 걱정됐던 사람은 양시은이었다. 나도현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평범한 남자일 뿐이었다.“나도현, 우린 이미 끝났어. 내가 아플 때 병간호해 줘서 고마워. 그럼 난 이만 돌아가 볼 거야.”“시은아, 내가 네 곁에 있는 게 너를 불편하게 만들었어?”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흐르자 나도현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덧붙였다.“너 아직 휴식이 필요해.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떠나는 게 어때? 지금 이 시각에 어딜 가려고?”양시은은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기에 지금 떠나는 것이 더 어색할 뿐이었다. 머릿속의 오만가지 생각을 정리한 뒤 침묵을 지켰다.말없이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나도현은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먼저 쉬어. 날 원하지 않으면 내가 떠날게.”나도현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가면서 하인에게 양시은을 돌보라고 명령을
Read more

제1564화

하민이가 수술실로 들어갔다.박은희의 초조한 모습이 눈에 뜨이자 양시은은 좀 전에 박은희를 의심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했어요. 전 또...”“괜찮아. 네 마음 이해해.”박은희는 복잡한 눈길로 양시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내가 예전에 얼마나 못되게 굴었던지. 하민이가 아니었으면 아직도 시은 씨를 미워했을 거야. 마음을 바꿀 리도 없을 것이고.’“모두 그만 하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오셨어요.”나도현이 두 사람의 얘기를 끊고 앞으로 나서서 의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나도현도 수술이 잘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도 양시은처럼 수술실에 들어간 아이가 마음에 놓이지 않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다.양시은은 바삐 돌아치는 나도현을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며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잠시 후 하민의 수술이 시작되었다. 심장 이식수술은 고난도 수술이라 지속시간이 아주 길었다. 그들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수술실 밖에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손꼽아 기다리며 수술중이라는 간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수술이 끝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양시은은 몸이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기다리는 내내 눈앞이 새까매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한 나도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넌 얼른 들어가서 휴식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난 떠나면 안 돼. 하민이가 수술이 끝나서 깨어났다가 날 만나지 못하면 울음을 터뜨릴 거야.”“걱정하지 마. 수술이 끝났다 하더라도 마취가 풀려야 애가 깨어나.”양시은이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세우자 나도현은 온갖 방법을 써서 그녀를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시은아, 네 모습을 하민이가 보면 걱정할 거야.”다른 핑계를 대면 양시은이 거절할 게 뻔해서 하민이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하민이는 양시은이 자신이 목숨처럼 끔찍이 아끼는 존재였기에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Read more

제1565화

양시은은 입원한 하민이를 돌보기 위해 모든 일을 뒤로 하고 매일 병원에서 지냈다.“엄마, 새우 죽 먹고 싶어요.”하민이가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자 양시은은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민이가 점차 건강을 되찾고 있었지만 새우 죽을 먹겠다는 아이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안 돼.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못 먹는다고 했잖아. 다른 거 먹는 게 어때?”양시은이 도시락을 꺼내며 단호히 거절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만두가 들어 있었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하민이는 그 말을 듣고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 “좋아요. 전 엄마가 만든 만두를 제일 좋아해요!”그 말을 듣는 양시은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엄마가 먹여줄게. 천천히 먹어야 해.”“뜨거워요.”두 사람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하민이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보더니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또 저 보러 왔어요?”양시은의 몸이 순간 조각상처럼 굳어졌다. 요 며칠 동안 나도현이 자주 와서 이미 익숙해진 줄로만 알았는데 그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심한 반응을 하게 되었다. 양시은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도현처럼 바쁜 사람이 어떻게 매일 시간을 내서 아이를 보러 올 수 있는 건지? 하민이가 있는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없어 나도현이 물건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하민이에게 줄 선물이야. 새로운 장난감 마음에 들어?”나도현이 가방에서 장난감을 꺼내며 하민이 앞에서 흔들자 하민이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였다.“좋아요, 감사합니다. 도현 아저씨!’하민이는 손에 작은 로봇 장난감을 들고 나도현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아이들은 정말 장난감을 좋아했다. 입원한 동안 이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지루해졌던 하민이는 새 장난감의 등장에 날아갈 듯 기뻐했다.“하민이에게 장난감을 가져다줬네.”양시은이 말했다.하민이는 심장병으로 앓고 있었지만 말을 잘 듣
Read more

제1566화

나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깐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괜찮아졌어.”그는 양시은의 상태를 확인한 뒤 큰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이 상황을 그녀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양시은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말을 믿었다.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나도현은 그녀가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설명했고 양시은은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이때 하민이가 양시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엄마 많이 피곤해요? 그럼 집에 가서 쉬어야 해요. 저는 남자아이니까 엄마가 항상 옆에 있을 필요 없어요.”양시은은 웃는 얼굴로 그의 통통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하민이 다 컸네. 엄마는 그래도 너를 혼자 두는 게 걱정되는걸.”나도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나도 네가 좀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양시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난 지금 아주 좋아. 만약 채은이 일 때문에 걱정하는 거라면 나 이젠 괜찮아.”“그럼 간병인을 부를게. 내일 하루는 쉬고 모레 다시 하민이를 보러 와.”양시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결정할 수 있어?”양채은의 사고 이후 모든 사람이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에 회복에 전념했다.일주일 동안의 치료를 거쳐 많이 나아졌는데 왜 나도현은 여전히 그녀를 믿지 않는 것일까? 나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는 지금 네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해? 화장실 가서 거울을 한 번 봐봐.”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요 며칠간 늦게까지 밤을 새웠고 다음 날 하민이를 보려 일찍 일어나야 해서 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엄청 피곤해 보였을 수밖에. 심지어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를 잡아 파운데이션으로 간신히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하민이도 같이 양시은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협공 덕분에 양시은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약속한 뒤 나도현은 믿을 만한 간병인을 구하러 갔다
Read more

제1567화

양시은은 한참 동안 복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약을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나도현도 그녀를 위한 마음이었으니 못 본 척 눈감아주기로 했다.하민이를 돌보는 간호사가 책임감 있게 일을 한 덕분에 양시은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음을 놓고 자신의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나도현은 지석훈에게 양시은의 진료를 부탁했다.“지석훈에게 별일 없다고 해서 네 진료를 부탁해 봤어.”양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석훈에게는 털어놓을 불평이 많았다.‘내가 할 일이 없었다고? 뭔 소리야? 나도현 네가 나를 병원에서 강제로 끌어낸 거잖아.’“진료는 끝났어요. 위가 좀 안 좋네요. 요즘 거의 안 먹죠? 그리고 조금씩 먹어야 해요.”양시은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처음으로 나도현 앞에서 죄책감을 느꼈다.나도현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양시은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물었다.“그 외에 다른 건 없어?”“다른 건 없어. 그냥 푹 쉬면 돼. 그럼 난 먼저 갈게. 병원 일이 많아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날 부르지 마.”지석훈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병원에 수술이 있다며 급히 떠났다.양시은은 나도현이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먼저 하인에게 물었다.“시은 씨, 최근에 음식을 거의 안 먹었나요?”하인은 양시은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네... 거의 안 드세요. 제가 설득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정말 입맛이 없어. 이 사람들 잘못 아니야.”양시은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날 이후, 양시은은 나도현의 집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처음에는 양시은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녀를 설득했고 후에는 하민이를 보러 가는 것이 편하다고 해서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속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나도현이 요즘에 선을 넘지 않고 조용히 있어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최근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그래. 입맛이 없어.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복용하고 있는 약도 그녀의 식욕에 영향을
Read more

제1568화

하민이 말을 들은 양시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하민이는 도현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네, 도현 아저씨는 하민이에게 아주 많은 선물을 줬어요. 그리고 전 그 할머니도 좋아요.”“그렇구나.”하민이는 도현 아저씨가 바로 꿈에서도 보고 싶다던 친아빠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양시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신나 하는 하민이를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 났다. 그때 나도현과 나씨 가문에게 하민이를 숨긴 결정이 옳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민이의 존재를 숨기지 않았다면 하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함께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하민이가 말하다 말고 누구를 봤는지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양시은의 손을 놓고 뛰어갔다.“도현 아저씨!”하민이가 나도현의 품에 와락 안기자 남자는 무릎을 꿇고 그를 안아 들었다. 평소에 다른 이들에게 얼음처럼 차갑게 굴던 나도현이 하민이를 만날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저씨가 바빠서 이틀 동안이나 하민이를 못 만났는데 엄마 말은 잘 들었어?”“네. 제가 말을 잘 들어서 엄마가 절 데리고 놀러 간대요. 도현 아저씨도 같이 갈 수 있나요?”두 사람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양시은을 바라보았다.양시은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는 하민이에게 다가가서 아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요 나쁜 아들, 도현 아저씨를 보면 엄마가 없어도 되는 거야? ”“아니요. 하민이는 엄마도 같이 있어야 되요.”양시은은 부드러운 눈길로 히죽 웃으며 그녀 손을 잡으러 다가오는 하민이를 바라보았다. 나도현이 머리를 돌려 그녀를 힐끔 보고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얼른 타.”양시은은 하민이를 안고 차에 올랐다. 하민이가 엄마와 앉겠다고 해서 조수석에는 사람이 앉지 않았다. 나도현이 운전기사를 불러와서 그들과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가운데 하민이가 끼어 있으니 거리가 너무 가깝지 않았기에 양시은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양채은이 세상을 떠난 후로 양시은은 나도현을 더 꺼리게 되었다.예전에는 혼자 있는 것
Read more

제1569화

하민이는 혼자서 회전목마를 신나게 타고 있었고 양시은은 머지않은 곳에 잇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나도현이 그녀에게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날씨가 추우니까 따뜻한 거 마셔.”양시은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서 산 거야?”나도현이 가까운 곳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직원들을 가리키자 직원들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놀이공원에 고객이 세 명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사장이 얼마나 기뻐하실까.양시은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밀크티를 받았다.“고마워.”나도현이 놀랍게도 그녀와 같은 의자에 앉으려 하자 양시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를 옆으로 비켜줬다. 나도현은 우아하고 깔끔한 사람이라 아무리 지쳐도 아무 곳이나 앉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사실 직원들한테 의자 하나 달라고 해도 돼.”“괜찮아, 이렇게 앉는 게 좋아.”나도현이 담담하게 거절했다. 깔끔하고 짧은 머리로 한쪽 눈을 가리자 평소 차가운 모습과는 달리 따뜻해 보였다. 양시은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마음을 뺏겼다.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자 양시은은 애써 다른 곳을 바라보며 딴청을 했다. 그러자 옆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부드러운 그 소리에 양시은의 귓방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신이 나서 요리조리 쏘다니던 하민이는 체력이 부족해 점심을 먹기도 전에 지쳐버렸다.나도현은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점심 먹으러 가자. 레스토랑 예약했어. 하민이가 자고 있으니 내가 안고 갈게.”말을 마친 그는 양시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양시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하민이를 조심스럽게 그에게 건넸다.나도현은 조심스럽게 양시은으로부터 하민이를 건네 안고 외투로 아이를 덮어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쌀쌀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지만 양시은의 마음속에는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었다.나도현은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리고 있었
Read more

제1570화

"시체도 찾았고 얼마 전 장례식마저 치렀는데 양채은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그 두 구의 시체는 누구 것일까?"너무 많은 문제가 풀리지 않자 나도현은 양시은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다.“사람을 찾더라도 지금은 아니야. 일단 차에 타. 돌아가서 얘기하자.”양시은은 밥도 먹지 못한 채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점심쯤 잠에서 깬 하민이는 하인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잤다.거실 안.양시은은 침대에 누워서 놀이공원에서 보았던 그 여자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반복해 떠올렸다. 확실히 비슷한 점이 많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정말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닐까?나도현은 돌아오자마자 차준기가 찾아온 놀이공원의 감시카메라를 확인한 후 양시은에게 알려줬다.“내가 확인해 봤는데 양채은의 모습을 보진 못했어. 아마도 네가 잘못 본 것 같아.”“그래?”양시은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과연 그녀의 착각이었을까?“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내가 다시 찾아보라고 할게.”“알았으니까 그만 나가 줘. 혼자 있고 싶어.”양시은은 지금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양채은을 만난 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은 그 순간의 기쁨과 사람을 잘못 봤다는 실망이 번갈아 가며 양시은을 괴롭혔다.나도현이 잔뜩 주눅이 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나는 이만 나가 볼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문이 살며시 닫혔다.양시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손에 쥔 휴대전화로 그날 양채은으로부터 걸어온 전화를 찾아보았다. 몇 초밖에 되지 않는 통화 기록이 눈에 들어오자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양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날 이후 양시은은 양채은에 대해 다시는 언급하지 않았다.양시은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던 나도현은 몰래 사람을 시켜 조사를 계속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로 생각했는데 며칠 동안 찾아본 끝에 끝내 단서를 발견했다.그 단서는 어떤 기자가 찍은 사진이었다.처음엔 그 사람을 변장한 연예인으로 착각해서 몰래 사진을 찍었는데 잘못
Read more
PREV
1
...
155156157158159
...
17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