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551 - 챕터 1560

1693 챕터

제1551화

나도현은 지금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현재 무형의 힘이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양시은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익숙한 냄새를 맡고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도현아.”그런 나도현의 모습을 본 박은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나도현의 이름을 불러 그를 깨우려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상황 파악을 마친 양시은은 박은희를 위로하며 말했다.“사모님, 얼른 지석훈 씨한테 전화를 걸어서 급한 일이니 한번 와 보시라고 전해주세요.”나도현이 병원에 가게 되면 여러 가지 기사가 뜨게 되고 누군가 이 틈을 타 수작을 부릴 것이 뻔한 일이었기에 나도현을 위해서라도 지석훈을 부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그래, 지금 당장 연락을 하마.”박은희는 양시은의 말을 들은 뒤에야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한편, 지석훈은 박은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나도현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들고 이리도 달려왔다.나도현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돈과 명예 거의 모든 것을 손에 쥔 나도현을 이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이는 양시은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석훈이 양시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고개를 푹 숙인 채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양시은을 대신해 박은희가 대답했다.“이 모든 게 나 때문이야. 시은 씨 아이가 도현이 아이라는 것을 도현이가 알게 되었지 뭐야.”지석훈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나도현이 첫사랑을 지금까지 잊지 못한 것도 핫이슈인데 나도현과 양시은 사이에 아이가 있다니!지금까지 미워했던 첫사랑이 자신을 배신한 적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이를 혼자서 힘들게 키워온 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도현이 쓰러진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검사를 마친 지석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박은희가 급히 물었다.“석훈아, 우리 도현이 괜찮은 거야?”‘우리 도현이가 잘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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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양시은은 양채은의 실종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양채은의 시체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양채은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을 것이다. 그녀에게 가족은 동생 양채은 밖에 남지 않았다.“아니. 그런 거 아니야.”나도현이 잔뜩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채은이 도망갔어. 시은아, 채은이 배 속의 아이에 대해서 전부 설명해 줄 테니까 제발 믿어줘. 내가 채은이를 이용한 건 맞아. 하지만 걔한테 손을 댄 적은 없어. 내가 채은이를 속였지만 물질적인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잖아.”양채은은 나도현이 그녀에게 준 돈으로 양시은의 생활비와 하민이 병원비를 대어주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도현을 사랑했고 그와 함께 여생을 함께하고 싶었다. 양채은이 아직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제 그녀가 돌아와서 언니가 나도현과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 장면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양시은은 양채은을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4년이란 시간이 지났기에 그녀와 나도현 모두 많이 달라졌고 이제는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나도현, 우리는 이미 헤어졌어. 예전 건 따지지 마. 네 엄마가 너를 위해 고른 약혼녀는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임다혜 씨랑 잘 지내.”나도현은 양시은이 예전에는 400만을 위해 그를 포기하고 이제는 양채은 때문에 그를 포기할 줄은 몰랐다.양채은이 그에 대한 사랑은 정말 시험을 거칠 수 없었다.“양채은, 그럼 하민이는 어쩌려고? 하민이가 나랑 있으면 너랑 있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즐거울 거잖아? 내가 하민이에게 더 좋은 치료와 교육을 마련할 수 있어. 애는 아직 어리잖아. 예전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잖아.”나도현의 눈시울이 점점 빨개졌다.그의 말에 양시은의 머릿속에 문뜩 하민이가 떠올랐다. 나도현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민이가 나도현과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예전에는 어쩔 수 없었지만, 나도현이 하민이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걸 알았으니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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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나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고마워. 그쪽은 너한테 맡길게.”“그래.”회사에 있었던 여이현은 대답을 마친 뒤 나도현의 전화를 끊고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그의 전화를 받은 온지유는 웃음기 어린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근무시간에는 근무에만 집중하라고 내가 말했잖아. 집에 산후 도우미가 있으니까 집안일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사랑하는 여인의 웃음소리에 감염된 듯 여이현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네가 말한 거 다 기억하고 있어. 내가 너에게 전화를 친 건 다름 아닌 도현이 때문이야. 나도현 첫사랑의 애가 많이 아파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 네가 인명진 씨한테 연락을 보냈으면 해서 그래.”“알았어. 지금 당장 연락해 볼게.”나도현과 여이현은 절친이었기에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다.온지유가 인명진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 주자 인명진은 흔쾌히 승낙했다.“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같이 가보자.”인명진은 온지유가 먼저 그에게 연락을 줘서 엄청 기뻤다. 다른 이를 위해서 찾아온 것이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그는 온지유 마음속에는 여이현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바랄 것이 없었고 함께 있을 희망이 없으니 오로지 온지유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녀와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인명진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온지유는 근무 중인 여이현에게 방해가 될까 봐 전화 대신 문자를 보냈다.[인명진 씨 오늘 시간 없으니까 내일 당신이 인명진 씨랑 같이 도현 씨 만나러 가봐.][알았어.] 여이현은 아무런 의견 없이 채팅 기록을 캡처해서 나도현에게 보냈고 문자를 받은 나도현은 이 기쁜 소식을 바로 양시은에게 전해주었다.“시은아, 우리 아이 치료받을 수 있어.”하지만 양시은은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돈과 권력만 있으면 정말 뭐든 할 수 있구나.’나도현은 양시은의 복잡한 감정을 모른 채 그저 아이를 걱정해서 침묵을 지키는 줄로 알고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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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하민은 여태껏 나도현이 자기 친아버지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아이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막무가내로 데려간다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 틀림없다.하민의 이름을 들은 양시은은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가슴 한구석에 아릿한 고통이 퍼졌다.그녀는 잔혹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지만 나도현에게 붙잡혔다.“그만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을 지금 얘기해서 어쩌라고? 나도현, 난 절대로 널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나도 하민이를 그냥 보내줄 순 없어. 정말로 방법이 없다면 하민이에게 네 존재를 영원히 비밀로 하면 돼.”“시은아, 네 결정이 하민이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몰라? 하민이 올해 고작 3살이야. 어렸을 때부터 병마와 싸울 수밖에 없었고 아빠도 곁에 없었잖아. 지금 애 아빠가 나타났는데 그걸 끝까지 숨기겠다고?”양시은은 나도현의 말이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대답 없이 침묵을 지켰다.“내가 채은이를 데려올게.”두 사람 사이에 놓인 제일 큰 문제는 양채은이였기 때문에 양채은을 찾아온다면 모든 일이 나도현 뜻대로 잘 풀릴 것이다. 그리하여 나도현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동원해서 양채은을 찾아다니는 것에 몰두했다.한편, 양채은은 몸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산한 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해서 몸이 많이 허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요즘에 자주 악몽을 꾸니 정신이 흐리멍텅해졌다.나도현이 양시은을 위해서 하민이를 구하러 왔으니 하민이를 양시은 곁으로 돌려보낸 것이 분명했다.나도현은 양시은을 위해서 다시 강태경이 되었고 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도 여전히 양시은이었다.양채은은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것 같았고 그녀가 지금까지 벌인 모든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쪽이 이런 일을 벌인 이유가 도대체 뭐죠? 나도현 씨를 끌어내리기 위해서 인가요?”양채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마스크남을 주시하며 물었다.마스크남은 얼굴을 마스크 뒤에 숨긴 채 눈동자만 드러냈기에 말을 마친 양채은은 마스크남의 온도 없이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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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지금 이 순간 양채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양시은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고통을 가까스로 참으면서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양시은은 양채은으로부터 걸어온 전화를 보고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받았다. “너 어디야?”“언니...”전화에서 양채은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은은 이른 시간 안에 상황 파악을 마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급히 물었다.“채은아, 너 지금 어디 있어? 나도현, 채은이 아마도 사고 난 것 같아. 네 사람을 동원해서 채은이의 위치를 찾아봐 줘. 채은이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어...”양시은이 잔뜩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양시은의 말을 듣고 있던 양채은의 머릿속에 갑자기 언니와 나도현이 함께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나도현은 지금쯤 하민이를 집으로 데려가서 언니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양채은은 분노가 아닌 안도감을 느꼈다.“언니,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어. 이젠 도현 씨랑 잘 지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도현 씨가 아니라 강태경 씨였어. 그저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해서 그런 거야. 하민이를 위해서라도 내 생각하지 말고 나도현 씨와 행복하게 잘 살아. 하민이에게 아빠가 있어야 하잖아. 언니는 영원히 내가 제일 사랑하는 유일한 내 가족이야. 난 한 번도 언니를 원망한 적 없어...”나도현은 강태경이라는 이름으로 양채은을 만났기 때문에 그녀는 강태경만을 좋아할 것이다.양시은은 양채은의 상황을 눈치채고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채은아, 그런 말 하지 마. 너 지금 어디 있어? 어디 있는지 말해. 우리가 지금 널 찾으러 갈게. 꼭 버텨야 해. 제발.”“아니,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언니, 너무 슬퍼하지 마. 도현 씨는 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잖아. 난 언니가 행복하길 바래.”양채은이 가까스로 고통을 참아내며 힘겹게 진심 어린 마지막 축복을 했다. 점점 약해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양시은은 멘탈이 붕괴하기 직전이었다.나도현은 양시은의 말대로 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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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괜찮아. 먼저 아이 보러 가려고.”“알겠어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세요.”인명진이 아이 보러 떠나겠다고 하니 온지유도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떠나보냈다.여이현이 인명진을 데리고 나도현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나도현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고 박은희가 어린 남자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두 사람 눈에 띄었다.여이현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물었다.“아주머니, 잘 지내셨어요? 나도현이 말했던 아이가 바로 이 남자애인가요?”여이현은 양시은이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고 오늘이 하민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첫눈에 이 아이가 나도현의 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민이는 아버지인 나도현을 빼닮았고 박은희가 아이를 곁에서 지키고 있었기에 쉬이 알아볼 수 있었다.“옆에 있는 친구가 바로 네가 말했던 의사 선생님이지? 우리 하민이 잘 부탁드려요.”말을 마친 박은희는 하민이를 데리고 인명진에게 다가갔다.나도현과 양시은 모두 몸이 안 좋았기에 박은희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하민이를 정성스레 보살폈다. 하민이는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고 혈연관계가 있어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은희와 친해졌다. 양채은의 사망이 양시은에게 큰 타격을 주자 더는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없게 되었기에 박은희가 하민이를 데리고 있었다.인명진이 하민이에게 검사를 해주고 진단을 내렸다.“이 아이는 미숙아일 뿐만 아니라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어요. 몸은 약물치료를 통해 천천히 조리해야 하고 심장 이식수술은 최대한 빨리하시는 게 좋아요. 지금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켜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보네요.”인명진은 어릴 적부터 약인으로 자랐기 때문에 그가 의학을 배운 것은 온지유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에 의학을 더 깊이 연구한 것은 별이를 위해서였다.그때 온지유에게는 아이가 별이 하나뿐이었기에 온지유가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인명진이 경성에서 경영하는 병원은 아동병원이었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이제는 소아병 전문의가 다 된 인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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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그 말에 양시은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그녀는 양채은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지금까지 애써 버텼다.사람이 죽으면 과거의 모든 것과 나쁜 기억이 바람을 타고 사라져 오직 행복한 부분만 남는다. 하지만 그 부분을 회억하면 할수록 더 아팠다.나도현이 자신의 몸으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양시은은 바쳐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울고 싶으면 울어. 네 동생이 떠났으니 네가 많이 슬퍼할 거라는 거 알아.”그 말에 양시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미 눈물샘이 메마를 정도로 실컷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장례식을 치러 채은이를 보내야 할 때였다.장례식은 아주 오래 진행되었지만 양채은 생전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참가한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강태경은? 강태경은 왜 안 온 거야? ”장례식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양시은이 갑자기 물었다. 강태경이 오지 않았다. 채은이가 가장 잊지 못했던 사람이 강태경이였는데 그녀의 장례식에 강태경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양시은이 급하게 물었다.“나도현, 너 강태경한테 연락할 수 있어? 지금 당장 그 사람을 불러. 아직 늦지 않았어.”“시은아, 진정해. 너무 급해하지 마.”“내가 지금 어떻게 진정할 수 있겠어!”나도현은 양시은의 이상한 반응에 놀랐지만 아무 일도 없는 척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강태경은 오지 않을 거야.”양시은의 정신 상태에 좀 문제가 생긴 것 같다.양시은은 장례식장을 멍하니 둘러보며 화를 내야 할지 아니면 채은이 대신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채은이가 이렇게 됐는데도 그녀가 마음에 품은 사람은 그녀를 보러오지 않았다. 정말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안 돼. 그럼 내가 직접 강태경을 찾으러 가야겠어.”나도현이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네가 가도 소용없어.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잖아.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가 아닐 수도 있잖아? 안 그래?”양시은은 잠깐 멈칫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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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너 지금 열이 나고 있어. 얼른 물 마시고 약 먹어.”양시은은 자기가 쓰러지기 전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떠올려 보았지만 머리가 너무 흐리멍텅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물을 머금고 목을 축이니 그제야 창백했던 안색이 좀 나아졌다.양시은은 약을 먹은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왜냐하면 나도현이 당장 병원에 달려가서 하민이를 만나고 싶었던 양시은의 마음을 읽은 듯 그녀를 침대에 누르며 말렸기 때문이다.“네 몸이나 걱정해. 내가 말했잖아. 하민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머니께서 잘 돌보고 있으니까 괜찮아.”나도현이 생각을 바꿀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양시은은 입술을 깨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침대에 다시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아무런 생각 없이 넔을 놓고 있자 마치 세상을 떠난 채은이가 아직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너무 갑작스럽게 떠나서인지 아직도 양채은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있잖아. 채은이가 아직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게 아닐까?”그 말에 나도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떠난 사람은 그저 다른 세상에 먼저 도착해서 그리운 이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양시은은 그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나도현에게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등을 돌리고 실컷 울분을 토해냈다.나도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는 입을 열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녀 곁을 지켰다.이날 밤, 그들은 온기를 나누며 조용한 밤을 보냈다....한편, 병원에서는 하민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안 왔어요? 왜 아직도 하민이 보러 안 와요? 할머니, 하민이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박은희는 나도현이 보낸 문자를 통해 양시은이 하민을 보러 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하민이를 위로하며 대답했다.“하민아, 네 엄마는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곳을 떠날 수가 없어서 그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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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양시은의 상태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친동생이 죽은 뒤로 그녀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잠을 자기만 하면 양채은이 너무 아프다며 우는 모습이 꿈속에 나타났다.이번에도 양시은은 양채은의 모습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나도현이 먼저 불을 켰다.순간 방안은 따뜻한 주황색 불빛으로 가득 찼고 나도현의 듬직한 모습이 그녀 눈앞에 드리워졌다. 하민이가 지금 병원에 있으니 양시은은 애를 보러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나도현이 말렸다.“너 지금 그 몸으로 어딜 가리고? 걱정하지 마. 병원에는 어머니가 있고 의료팀도 있어.”양시은이 병원에 가지 않은 제일 중요한 이유는 하민이에게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 그래서 나도현의 말대로 별장에 남아 있었는데 그녀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지석훈을 불러줄까?”나도현은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지금 양시은의 모습은 너무나도 처참했다. 장례식에서 잠깐의 기억 혼란이 있었던 후로 나도현은 그녀가 동생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에 쌓여서 언젠가는 병이 될까 봐 걱정됐다.“지석훈 씨를 불러서 심리 상담을 하라고?”양시은이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지석훈은 의사였고 의사로서 능력이 출중했기에 심리 상담도 해줄 수 있었지만 양시은은 필요 없다고 하며 병 때문이 아니라 그저 너무 슬퍼서 그런 거라고 여겼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동생이 그녀 곁을 떠났다.나도현이 양시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주면서 말했다.“너에게 병이 있다는 뜻이 아니야. 난 네가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서 괴로울까 봐 걱정돼서 그래. 시은아, 채은이에 대한 일은...”그때 나도현이 강태경의 신분으로 양채은에게 접근한 건 양시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감정에 휘둘려 내린 충동적인 결정이었다.후에 돌발상황이 생겨서 양채은이 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양채은이 갑작스러운 감정폭발로 그 일을 저질렀을 때 양채은에게 분명히 말했었다. 양채은 배 속의 아이는 그의 것이 아니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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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나도현은 양시은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너랑 채은이 통화 내용을 전부 들었어. 시은아, 채은이는 네가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래. 과거에 갇혀 있지 말고 우리도 앞을 보며 살아야지.”나도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일은 이렇게 된 이상 그들도 이제는 앞을 향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들은 양채은의 장례식을 후하게 치러주었고 마지막을 잘 보내줬다.나도현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양시은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단 말인가?양시은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나도현, 난 잊을 수가 없어. 채은이만 생각하면 네가 걔한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생각나. 채은이 죽음이 네 탓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난 잊을 수가 없어. 이 모든 책임이 다 나한테 있으니까...”“정신 차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잖아. 그럼 하민이는 어떡해? 시은아, 넌 하민이가 아빠 사랑 없이 자라게 하고 싶어?”나도현의 말은 못처럼 양채은의 마음속에 박혀 들어갔다. 양시은은 양채은이 마지막 힘을 다해 그녀에게 전화로 나도현과 잘 지내라던 말을 잊지 않았다.나도현이 한창 그녀를 설득하고 있을 때 병원에 있는 하민이가 그녀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모님도 이제는 그들을 반대하시지 않았지만 너무 늦었다.양시은은 깊이 한숨을 들이키고 대답했다.“난 하민이가 널 따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우리 관계가 어떻든 우리가 하민의 아빠엄마인 건 영원히 변하지 않아.”양시은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의 그 장벽을 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양시은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더는 그들을 막는 사람이 없으니 나도현은 양시은이 마음의 문을 열고 그를 받아들여 한 가족이 오붓하게 잘 지낼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넌 먼저 휴식해. 내 얼굴 보고 싶지 않아 하니까 나는 밖에 나가 있을게. 시은아, 모든 걸 네 탓으로 돌리지 마. 탓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전부 내 탓이야. 내가 채은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오해하게 만든 거야.”나도현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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