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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1화

나도현은 차 키를 챙기고 외출하려고 하자 비서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변호사님,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아직 일정이 남아 있습니다만...”“오후 일정을 전부 뒤로 미루세요.”나도현은 말을 마친 후 성큼성큼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그는 심지어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양시은이 한 말 때문에 고분고분 찾아간다고?!'그는 다시 한번 고민하다가 결국 찾아가 보기로 했다.이때 검은색 차에 앉은 흉악한 얼굴의 두 남자가 나도현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이 옆에 있던 파트너의 어깨를 툭툭 쳤다.“이봐요, 저 사람 맞아요?”고개를 푹 숙인 채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던 남자는 고개를 확 들어 호화로운 차에 올라타는 나도현을 보더니 이를 빠득 갈았다.“맞아요.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 때문에 내 아들이 형량 아주 많이 받았다고요. 내가 죽어 재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저 사람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그럼 지금 혼자 차에 올라탄 이 시점이 아주 좋은 기회가 아닌가요?”두 사람은 그렇게 몰래 나도현의 뒤를 따라가게 되었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아하니 동료를 호출하는 것 같았다.양시은이 말한 무스 카페는 아주 외진 곳에 있었던지라 나도현은 내비게이션을 틀어서야 찾을 수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양시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미간을 확 구겼다.‘이 여자가 설마 또 날 속인 건가?'가슴 속에 분노가 슬금슬금 피어올랐지만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양시은을 발견했다.양시은은 양채은이 무슨 이유로 나도현을 부르라고 한 것인지 몰랐기에 일단 그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왔어?”“어젯밤에는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더니 오늘은...”나도현은 픽 소리를 내며 웃었다.“양시은,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지?”“난...”양시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 그녀는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일단 안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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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나도현은 양시은이 자신을 위해 대신 칼에 맞아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하고 있던 순간에 양시은이 그의 손을 잡으며 애원했다.“나도현, 제발 하민이를 구해줘...”...양시은이 다시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양채은에게 문자를 보냈다.[양채은, 죽어야 할 사람은 나야. 내가 죽을 테니까 하민이는 살려줘. 하민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 그리고 넌 하민이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잖아.]양채은은 지금 이성을 잃은 상태였던지라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간 쌓은 정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아이를 잃은 양채은에게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다.양시은과 나도현의 아이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양시은이 그녀를 동생으로 여기고 나도현을 본 순간 나도현의 정체를 알려주면서 그녀를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었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양시은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나도현에게 푹 빠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결국 그녀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도 없고 나도현은 애초에 그녀를 사랑하지도 않았다. 모든 건 양시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는 죽게 되는 한이 있어도 양시은이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이모, 우리 여기에 며칠 동안 있는 거예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모, 혹시 하민이가 잘못한 거 있어요? 왜 하민이랑 놀아주지 않는 건데요?”아이들은 감정에 민감했다. 양채은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뒤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 순간 양채은은 마음이 누그러지며 아이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하민아, 만약 이모랑 엄마가 싸우면 하민이는 누구를 선택할 거야? 이모 말 믿어 줄 거야?”양채은은 양시은을 증오하고 있었지만 하민이 앞에서는 완전히 냉랭해질 수 없었다. 하민이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조카였기 때문이다.전에 학교 다닐 때도 그녀는 학교 끝나자마자 하민이를 데리고 나와 간식도 사주면서 돌봐주었다. 심지어 돈만 생기면 하민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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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그 아이는 양채은이 나도현과의 유일한 아이였다.이때 나도현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도현의 전화에 그녀는 당연히 바로 받았다. 다만 그녀는 하민이에게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자리를 옮겼고 전화기 너머로 여전히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채은, 내가 예전에 쓰던 이름으로 네게 접근한 걸 인정해. 하지만 난 너한테 상처 주는 일은 한 적 없어. 네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나도현의 말에 양채은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아이가 나도현의 아이가 아니라면 누구의 아이란 말인가. 게다가 그날 그녀의 옆에 있던 사람은 분명 나도현이었다.그러나 나도현은 그녀에게 영상 하나를 전송했고 그 영상 속엔 악취미로 가득한 재벌들이 있었다. 양채은은 바로 진실을 알게 되었다.나도현이 지금 이런 때에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는 건 그녀가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에게 화풀이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하민이도 그녀가 예전에 온 힘을 다해 지켜주려고 했던 아이였으니까.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 해도 그녀는 직접 아이에게 손을 댈 만큼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결국은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곁에 나타난 나도현은 그녀 때문이 아니라 양시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나도현은 그녀에게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본명도 알려줄 생각도 없었다. 그녀에게 잘해주었던 것도 전부 그의 연기였다는 사실에 그녀는 역겨웠다.양채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줄래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요. 얼굴 마주 보면서 하고 싶거든요.”나도현은 이미 이 지경이 되었던지라 양채은과 만나 자세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그래.”양채은은 먼저 시간을 알려주었다.“그럼 사흘 뒤에 봐요.”말을 마친 양채은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나도현은 양채은과 했던 대화를 양시은에게 알려주었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양시은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이미 양채은과 좋게 얘기가 끝났고 하민이와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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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양시은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나도현이 자신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8억보다는 아니라니...나도현이 강태경으로 살 때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돈을 아껴 쓰라는 말을 한 적 없었고 나중에 나도현이 된 후에도 손에 돈이 부족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양시은의 말을 들으니 두 사람이 쌓았던 감정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가소로웠다.“양시은, 돈이 필요하면 나한테 말해. 내 기분만 맞춰주면 8억보다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지 않나?”나도현은 상처받은 두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양시은이 한 말이 제발 전부 거짓이길 바랐다. 그녀는 나도현이 자신에게 잘해줬던 시절은 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입을 열려던 순간 밖에서 콰당 소리가 났다. 박은희가 있는 힘껏 문을 밀어 연 것이다.엄청난 기세를 내뿜던 박은희는 바로 양시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양시은은 그녀가 좋은 의도로 찾아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문 채 박은희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박은희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지 않고 문에 서 있었다.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양시은 씨, 전에 8억 주면서 내가 뭐라고 했지? 내 아들 곁에서 떨어지라고 했잖아. 난 지금도 내 아들이랑 함께 있는 꼴 보고 싶지 않으니까 서로 좋게 합의 보자고. 얼마를 원하는지 말해.”박은희는 나도현이 양시은을 향한 마음을 접길 바랐다. 그래서 나도현이 보는 앞에서 양시은에게 얼마나 요구를 하는 것이냐고 물은 것이다. 양시은도 박은희가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다. 목구멍에 커다란 돌멩이가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그녀에겐 다른 선택은 없었다.“그때는 8억이지만 지금은 적어도 2배 정도는 주셔야 할 거예요. 하지만 전에 거래한 것이 있으니 12억만 주시면 영원히 눈앞에서 사라져 드릴게요. 아니, 죽으라고 하셔도 돼요.”양시은은 한 글자씩 내뱉을 때 나도현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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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양시은은 입술을 짓이겼다. 피가 많이 흘러나왔던지라 안색이 창백해져 자조적으로 웃었다.“나는 내 주제를 알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상처를 주겠어?”나도현은 가슴이 갑갑해졌고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불편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싸늘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양시은, 너 정말 뻔뻔하다.”박은희는 찬 바람만 부는 두 사람 사이를 보며 속으로 기뻐했고 이내 맞장구를 쳤다.“그깟 돈 때문에 너를 버리는 여자인데 왜 미련을 가지고 있는 거니.”“그만 하세요.”나도현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다시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이 여자에게 돈을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럴 만한 가치도 없으니까요.”그는 시선을 돌려 양시은을 차갑게 보았다. 박은희는 속으로 아주 기뻐했다.“네가 정신을 차렸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세상엔 좋은 여자는 많고 많단다. 너랑 결혼할 여자는 더 많고.”“나가서 말하죠.”나도현은 차갑게 말을 내뱉으며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렸다.양시은은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더는 참을 수 없어 침대에 털썩 엎드리게 되었다. 상처를 금방 치료했던지라 여전히 아팠고 바늘로 꿰맨 곳이 찢어질 듯 아팠다.하지만 하민이는 여전히 양채은의 손에 있었기에 마음 놓고 편히 있을 수 없었다. 결국 비틀대며 병원을 나선 뒤 양채은에게 전화를 걸어보려고 했다. 모든 일은 그녀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하민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병실 밖을 나가자마자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고 청량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조심해요.”“고맙습니다.”양시은은 고개도 들지 않고 상대의 손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상대는 다시 그녀를 잡았다.“양시은?”상대의 목소리에선 놀라움과 반가움이 묻어나 이어 그녀는 창백한 얼굴을 들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눈앞에는 잘생긴 얼굴이 있었고 품이 좀 너른 의사 가운은 유난히도 남자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양시은은 조금 생각이 나지 않아 뜸을 들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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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어쩌면 몸에 다친 곳이 있었던 탓인지 양시은은 힘을 쓸 수 없었고 그녀의 행동은 고양이가 버둥거리듯 했다. 임지욱은 그녀를 데리고 병실로 돌아온 뒤 아주 진지한 얼굴로 꼼꼼하게 검사를 해주었다.“그동안 동창회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는데 단 한 번도 널 보지 못한 것 같아. 혹시 해외에 있었던 거야?”양시은은 고개를 저었다.“사정이 있었어요. 말해봤자 좋을 것도 없는 사정이에요.”“그래도 힘든 거나 도움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도와줄 테니까.”임지욱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라곤 거의 없었다. 다만 피곤함에 찌든 두 눈은 예전의 빛을 잃어버린 듯했다.양시은은 침묵하다가 한참 뒤에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선배.”임지욱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럼 변호사 일 하고 있는 거야?”이 질문은 그녀의 아픈 곳을 쿡 찌르게 되었다. 순간 울컥 감정이 밀려온 그녀는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상처 부위는 어때요?”그녀가 일부러 화제를 돌리고 있음을 눈치챈 임지욱은 더는 묻지 않았고 상처 부위를 더 꼼꼼하게 살펴보았다.“또 터졌네.”“어쩐지 아프더라고요.”양시은은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넌 예전이랑 변한 게 하나도 없네. 여전히 힘든 거 억지로 참고 있네. 하지만 이번에 퇴원하면 절대 상처 부위에 물 닿게 하지 마. 그래야 빨리 나을 수 있으니까.”치료해주며 당부하는 임지욱의 눈빛은 아주 다정했다.양시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억지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선배.”“내가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의사한테 작업을 거는 거지?”언제부터 문 앞에 서 있었는지 모를 나도현이 눈을 가늘게 접으며 두 사람을 경멸의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언제 온 거지?'양시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괜스레 긴장하게 되었다.임지욱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나도현과 시선이 마주쳤고 두 사람 사이엔 스파크가 튀기고 있었다. 긴 침묵 끝에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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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더는 통증을 참을 수 없었던 양시은은 점점 숨이 거칠어졌다.“연기 그만해.”나도현의 내정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양시은은 한참 지나도 몸을 일으킬 수 없었고 이를 악물며 온몸으로 퍼지는 극심한 통증을 참아보려고 했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은 어느새 주르륵 흘러내리며 하얀 병원 이불에 떨어지고 있었다.“나도현, 네가 무슨 계획을 꾸미든 상관없어. 나한테는 소용이 없으니까. 난 내 아이만 무사하면 되거든.”양시은은 겨우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럼에도 목소리엔 확고함이 묻어났다.나도현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고 차갑게 말했다.“일단 치료부터 받아.”이 말을 던진 후 그는 빠르게 병실을 나섰고 양시은은 힘없이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차는 남쪽으로 향해 달리고 있었고 양채은은 내비게이션만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아주 외진 곳을 향해 달렸다. 해는 아직 저물지 않았지만 도로엔 차가 보이지 않았다.하민이는 눈을 비볐다.“이모, 우리 어디 가요?”아이의 목소리에 양채은은 정신이 들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고 마치 구천을 떠도는 귀신 같았다.“재밌는 곳으로 가는 거야.”하민이는 하품을 했다.“이모, 졸려요. 하민이 눈이 너무 무거워요.”“그래, 이따가 자게 해줄게.”양채은은 여전히 하민이에게 다정했다.하민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장난감을 안고 의자에 기대어 자버렸다. 그녀는 발 디딜 수 있는 곳에 차를 세운 뒤 하민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하민이가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가방에서 약병을 꺼내 몇 알 삼켰다. 온몸을 지배하던 고통이 그제야 가시는 기분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전원을 켜고 문자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침대에 기대어 떨어지는 노을을 보다가 잠들어 버렸다.그녀는 하민이가 웅얼대는 소리에 잠에서 깨게 되었다.“오지 마세요. 우리 이모랑 엄마한테 다가가지 마세요.”양채은은 눈을 번쩍 뜨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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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하민아, 눈 좀 떠봐!”양채은은 하민이를 데려가고 싶었을 뿐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이때 어둠 속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발걸음 소리와 함께 키가 큰 남자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밤이었던지라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신비로운 분위기 탓에 양채은은 바로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 남자는 바로 자신에게 강태경이 나도현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었다.“여긴 왜 왔어요? 제 꼴을 보니 이제야 만족했어요?”“멍청하긴. 사기를 당했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어요?”남자는 픽 웃어버렸다.“상처만 가득한 진실이었다면 전 차라리...”양채은은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그런 억지는 그만 부려요.”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대체 원하는 게 뭐죠?”양채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를 보며 그의 목적을 알아내려고 했다.“이대로 넘어가려고요?”남자의 질문에 양채은은 입술만 틀어 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온하고 행복했던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이런 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듯했다.“그 아이가 없으면 양시은은 분명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거예요.”양채은은 고개를 떨구고 하민이를 보았다. 하민이는 아직 어렸고 몸도 약했으며 그녀는 아이의 이모였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가 죽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안 돼요.”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전 하민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봐야 해요. 근처에 가까운 병원 아는 곳 있어요?”“아직도 이성이 남아 있나 보네요.”남자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차갑게 말했다.“우리가 손을 잡으면 될 텐데요.”양채은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대체 뭘 원하는 거죠?”남자는 아무런 감정의 파동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거죠.”양채은은 뜸을 들였다.“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생각해요.”남자는 그녀에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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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너는 환자고 나는 의사니까 보살피는 건 당연한 거야.”임지욱은 웃으며 그녀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상을 차린 후 그는 수저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먹어 봐.”배가 고프긴 했지만 입맛이 없었다. 그렇다고 거절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대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면 하민이를 찾아다닐 체력도 없었기에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그 순간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병실 문이 열리고 나도현이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표정을 굳혔다.“의사가 이런 식으로 환자를 보살피는 건가요? 아니면 양시은한테만 그런 건가요?”“오랜만에 만난 후배를 챙겨주는 건데 뭐가 문제죠?”임지욱은 심기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병실 안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나도현은 눈알을 돌리며 양시은과 임지욱을 번갈아 보더니 결국엔 양시은의 창백한 얼굴에 고정하게 되었고 아주 복잡한 눈빛이었다.양시은은 병실에 흐르는 분위기를 읽어내고 음식을 먹으려던 손을 멈추었다.“나 변호사님.”그러자 나도현은 픽 웃더니 어두운 아우라는 사라지고 조롱 가득한 어투로 말했다.“쓰러지기 전에는 눈물까지 흘리며 아들을 살려달라고 하기에 너한테 아들뿐인 줄 알았지. 그런데 고작 며칠이 지났다고 아들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여기서 의사한테 작업을 걸고 있는 거지?”양시은의 표정이 변해버렸다. 하민이는 그녀의 약점이자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가족이었다.느껴지는 배신감에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통이 상처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졌다.그런 그녀의 상태를 임지욱이 먼저 발견하곤 얼른 부축했다.“시은아,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까 화를 내면 안 돼.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해. 알았지?”양시은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았다.“괜찮아요.”나도현은 원래 아이를 언급하며 임지욱이 양시은을 포기하길 바랐지만 임지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양시은을 더 걱정해주고 있었다. 순간 분노가 치민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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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양시은은 눈을 감았지만 깊은 절망이 그녀를 감쌌다.나도현이 언제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불안감에 휩싸인 그녀는 퇴원하려고 했지만 지켜보는 이가 있어 병실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오후가 되자 간호사가 들어오며 약을 갈아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괜찮아요.”“안 돼요. 이건 임 선생님이 직접 시키신 일이니 전 대충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환자분도 치료에 협조 좀 해주세요.”간호사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고 양시은은 고개를 들더니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알았어요. 일단 약부터 갈고 휠체어 가져올게요. 환자분은 아직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 되거든요.”간호사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날씨는 좋아도 너무 좋았던지라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서 양채은에게 또 전화를 걸어보았다. 여전히 꺼져있다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을 보니 양채은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다시는 그녀의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양시은은 순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옆에 있던 간호사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임 선생님께선 왜 안 오신 거예요?”“모르겠네요. 혹시 휴가 내신 건 아닐까요?”“예전에 단 한 번도 휴가를 낸 적 없었잖아요. 게다가 이틀 동안 계속 회진하는 것을 봐서는 절대 환자를 두고 휴가 낼 것 같진 않았어요.”“그래요? 임 선생님은 우리 병원에서 알아주는 미남이라 매일 임 선생님 얼굴 보고 싶어서 찾는 건 아니고요?”“당연하죠. 임 선생님 얼굴만 봐도 힘든 게 싹 정화되는 기분이라니까요. 오늘도 보고 싶은데 안 보이네요.”원래부터 농담으로 한 말이었던지라 분위기도 쉽게 풀렸다. 간호사들은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면서 양시은 앞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양시은은 이상함을 눈치챘다.“임 선생님께서 언제 사라지신 거예요?”“아마 오전 일 거예요. 일이 있다고 나가신 뒤로 돌아오지 않으셨거든요. 아마 급한 일이 생긴 거겠죠. 안 그래도 휴가 한번 안 내던 사람이었는데 이참에 휴가 내셨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간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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