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31 - 챕터 1340

1371 챕터

제1331화

온지유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두목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엔 공포가 어렸다.온지유는 너무 강했다. 게다가 공격도 서슴지 않고 가차 없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 와중에 특히 허리는 뼈라도 부러진 것처럼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너... 너 오지 마! 우리한테 손대면 조직이 널 그냥 두지 않을 거야!”온지유는 비웃는 얼굴을 했다.“내가 바보로 보여? 지금 너희를 풀어준다고 해서 조직이 물러날 것 같아? 게다가 너희들도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 같은데?”솔직히 말해서 이들은 조직의 개나 마찬가지였다. 명령받은 대로 더러운 일을 대신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 일이 성공하면 서로 좋은 거겠지만 지금 상황은 실패로 끝나가고 있었다.“내가 너희를 보내준들 살아서 갈 수나 있을 것 같아?”온지유가 되받아쳤다.두목은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온지유, 네 말이 맞아. 그러니 제발 우리를 놓아줘. 우린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대신 대가로 조직에 관한 비밀을 알려줄게.”“형님!”옆에 널브러진 부하들이 초조하게 외쳤다. 몸을 마음대로 쓸 수만 있다면 당장 달려가 그의 입을 막고 싶었을 것이다.지금 이 자리에서 조직을 팔아넘기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임무 실패 후 조직에 돌아가면 고생은 하겠지만 그래도 살아남을 여지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직을 배신하면 그때는 진짜 죽음뿐,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몰살당할 수 있었다.“당신 부하들은 생각이 다르나 보네.”온지유는 그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이 근처에 경찰서가 있어. 내가 경찰에 신고하면 5분 안에 출동할 거야. 너희 신분증 같은 건 없겠지? 불법으로 들어온 조직원일 테니까.”온지유는 조직의 실체를 몰랐지만, 이전에 소미가 외국 아이였던 점으로 미루어보면 아마 본거지는 해외일 가능성이 컸다. 이들 역시 비밀리에 들어온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 살인미수에 신분 미확인 불법입국자라면 잡혀도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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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온지유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굴렸다. 두목은 잠시 기다리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하나 더 알려줄게. 보물과 관련된 비밀이 있어. 그 보물을 손에 넣으면 진정한 부귀를 누릴 수 있어. 온지유, 가까이 좀 와봐. 이 비밀은 너만 들을 수 있어.”엄청난 재물이 눈앞에 있다면 누구라도 솔깃하기 마련이다.역시나 온지유도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녀는 한 발 한 발 그를 향해 다가갔다. 두목은 타이밍을 재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내 온지유 팔뚝을 향해 세게 찔러 넣었다.그는 정말 조직을 배신할 리가 없었다. 온지유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여자일 뿐이고, 여자는 속이 얕은 존재라고 그는 믿었다. 그냥 허황한 보물 얘기만 하면 금세 넘어올 거로 생각한 것이다.이 약이 주사되고 나면 5분도 안 돼 약효가 나타나고, 그때가 되면 온지유가 매달려 빌게 될 것이다. 여이현이 그녀를 얼마나 아낀다고 했던가? 아내를 붙잡고 협박하면 결국 여이현도 고개를 숙일 거고 조직에 보고하면 실적금이 나올 게 뻔했다.그는 벌써 미래의 달콤한 보상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온지유는 재빨리 팔을 빼고 그가 다친 발가락을 세게 짓밟았다. 동시에 반격하듯 주사기를 빼앗아 순식간에 그의 팔에 꽂고 남아 있던 약물을 주입했다.그 모든 동작이 한 흐름처럼 매끄럽게 이어졌다. 두목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온지유를 바라봤다.“어떻게 이럴 수가? 너, 넌 애초에 날 믿지 않았던 거지!”사람의 반응속도가 이렇게 빠를 리 없다. 딱 한 가지 가능성뿐이다. 처음부터 온지유는 그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고,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그가 늘어놓은 말은 온지유 귀에 한 자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이다.“내가 너희 같은 놈들을 왜 믿어?”온지유는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장해 있던 네 부하들이 보물 얘기를 시작하니 갑자기 태연해지더라고. 이건 네가 거짓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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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여이현 쪽.회의를 마치고 나서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시간상 지금쯤이면 온지유는 이미 집에 돌아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여이현은 바로 집 전화로 전화를 걸었다.벨이 몇 번 울리고 받아 든 건 별이였다. 아이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아빠!”“별아, 네 엄마는 지금 뭐 하고 있어?”여이현은 별이와 이야기할 때 한결 부드럽게 말하는 편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아직 안 돌아왔어요. 저는 아빠한테 묻고 싶었는데... 왜 엄마를 그렇게 오래 잡아줬어요?”별이는 살짝 불만스러운 듯한 톤으로 물었다.여이현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온지유는 서류를 전달한 뒤 회사에서 나갔다. 설령 잠깐 다른 일을 보더라도 이 시각이면 이미 집에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돌아가지 않았을까?“별아, 집에 무슨 일은 없어? 혹시 이상한 사람이 와서 문 두드린다거나 그런 거 없었어?”여이현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집에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 별일 없으면 좋겠지만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라도 있어야 아이들이 안전했다.별이는 하품을 하며 휴대전화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 집 안 모니터를 켰다. 화면 속 마당은 텅 비었고 경호원 두 명이 순찰 중이었다.“아무도 안 왔고 다들 괜찮아요. 동생도 방금 깨서 도우미 아주머니가 우유를 줬고, 제가 잠깐 놀아줬어요. 지금 다시 자고 있어요.”상황을 전부 설명한 뒤 별이는 잠시 고민했다. 여이현은 절대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는 예전에 소미를 대사관에 보낼 때 차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대화를 직접 들은 적이 있었다. 혹시 그들이 다시 나타난 걸까 싶었다.그리고 집에는 아무 일이 없지만 온지유가 밖에 있었다.별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빠, 빨리 엄마를 찾아줘요. 저 엄마가 위험할까 봐 걱정돼요. 엄마가 치킨을 사 온다고 했는데... 한 번도 약속 어긴 적 없는데 이렇게 오래 안 돌아올 리 없어요. 분명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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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여이현은 주변을 계속 돌며 온지유에게 전화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바로 이때, 그가 거의 절망하려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온지유였다.여이현은 급히 돌아서서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단숨에 안아 올렸다.“걱정했잖아. 널 찾을 수도 없고 전화해도 안 받고,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너무 무서웠어.”만약 온지유에게 큰일이라도 났다면 그는 어떻게 살아갈까 싶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린데 엄마를 잃으면 어떻게 건강히 자랄 수 있겠는가.“미안해, 방금까지 경찰서에서 진술하느라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놨어. 나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마.”온지유는 부드럽게 달래며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정말 괜찮아.”“근데 피가 묻었잖아.”여이현은 그녀를 놓고 위아래로 살펴보다 원피스 군데군데 묻은 핏자국을 발견하곤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어디 다친 거야? 지금 당장 병원부터 가자.”“내가 다친 거 아니야. 이건 그 인간들 피가 묻은 거고 나는 멀쩡해. 믿기지 않으면 봐, 상처 난 데 있어 보여?”온지유는 일부러 소매를 걷어 올려 맨살을 보여주었다. 팔에는 약간의 멍 자국만 있을 뿐 큰 상처는 없었다.그렇다 해도 여이현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저 자식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분명 또 찾아올 텐데...”“물 들어오면 둑 막고, 적 오면 장수로 막는 거지. 난 안 무서워. 게다가 너도 있잖아. 네가 우릴 잘 지켜줄 거라고 믿어.”온지유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단단한 신념을 담아 말했다.어떤 조직이든 둘이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녀에게 있었다. 오늘도 결국 그녀가 괴한들을 제압하지 않았던가.“그놈들은 벌써 경찰서에 넘겼어. 아무 말도 안 하긴 했지만 내가 이걸 챙겨왔거든.”온지유는 가방을 열어 포장해 둔 주삿바늘을 꺼내 여이현에게 건넸다.“그놈들이 이걸 내 몸에 주사하려고 했는데 실패했어. 도리어 내가 그중 한 놈한테 주사해 줬지. 여기 약물 조금 남았으니까 뭐가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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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온지유는 지금 당장 모임을 할 마음이 없었다.조직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괜히 권다솔과 배진호를 만나면 그 조직의 눈길이 그들한테까지 옮겨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건 감사가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일이었다.“집에 가서 내가 진호 연락해 볼게. 마침 회사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해보고 싶었어.”여이현은 한편으로는 배진호를 도와주려는 마음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성실한 인품을 믿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맡기면 제대로 해낼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다.“됐어, 운전에 집중해. 내가 그냥 다솔 씨한테 문자나 보낼게. 이 시간대면 두 사람 다 일하고 있을 수 있어.”온지유는 휴대폰을 꺼내 권다솔에게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 상대가 답장을 하지 않자 더는 방해하지 않고 휴대폰을 넣었다.곧 차가 집 앞에 도착했고, 온지유는 포장된 음식을 들고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별이가 후다닥 달려왔다.별이는 온지유 손에 든 음식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매달렸다.“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걱정했잖아요. 혹시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엄청 무서웠어요!”“엄마 괜찮아. 네가 좋아하는 치킨 사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 떨어졌었어. 그래서 새로 나오길 기다리느라 좀 늦어졌어.”온지유는 여이현과 눈이 마주치자 살짝 미소 지으며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별이는 마치 어른처럼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됐어요. 하지만 엄마 다음부터는 그런 상황이면 그냥 돌아와요. 굳이 거기서 기다릴 필요 없어요. 치킨 못 먹어도 상관없어요.”집에는 먹을 것도 많고 매일 식사도 푸짐하다. 굳이 치킨 하나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다.“우리 별이가 제일 착하네.”온지유는 별이를 번쩍 안아 한 바퀴 빙 돌았다.별이는 온지유에게 안겨 공중에서 빙글빙글 도는 느낌에 깔깔 웃었다. 그 모습에 온지유도 미소 지었다.한편 여이현은 온하윤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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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별이 아주 잘했어! 좋은 걸 나눌 줄도 알고. 우리 아들 정말 잘 크고 있네.”온지유는 아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부모로서 그녀는 아들과 딸이 화목하게 잘 지내고 힘들 때 서로 도와주며 의지하길 바랐다.여하간에 부모를 제외한 두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였으니까.여이현은 딸을 안고 거실을 두어 바퀴 걸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아기 흔들이 의자에 눕혀 김명자에게 맡겼다.저녁은 이미 준비되었다. 세 사람은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서 즐겁게 저녁을 즐겼다.저녁을 먹고 난 별이는 애니메이션을 보러 갔고 심심해진 온지유는 핸드폰을 들었다.그러다가 우연히 권다솔이 보낸 답장을 보았다.[다음 주에 진호 씨랑 가정 법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이혼할 거거든요.]온지유는 믿어지지 않아 눈을 비볐다.‘두 사람 사이가 좋지 않았었나? 얼마 전만 해도 다솔 씨가 나한테 임신한 소식을 알려줬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이혼한다고.?'그녀는 누군가 권다솔 핸드폰을 해킹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게임을 하다 져서 벌칙으로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농담이죠? 다솔 씨, 이런 농담은 재밌지 않아요. 이혼이란 단어는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에요.][전 농담이 아니에요. 정말로 이혼할 거예요. 무조건 이혼할 거예요. 전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누구도 절 말릴 수 없어요.]권다솔은 답장하면서도 답답한 가슴에 짜증이 솟구쳤다.만약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린다면 무조건 남태건을 칭찬하는 말만 가득할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찾아 상처만 준 배진호를 잊기를 바랄 테니까.하지만 친구들에게 털어놓기엔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결국 고민 끝에 온지유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된 것이다. 온지유에겐 아이가 둘이나 있었으니 그녀의 마음을 잘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했다.[혹시 전화 통화 가능해요? 아니면 영상 통화라도 가능할까요?]온지유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온 뒤 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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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너무도 평평했다.“전에는 먹는 걸 좋아해서 뱃살이 좀 있었거든요. 거기에다 임신까지 하니까 티가 나진 않긴 했어도 이곳이 조금 불룩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보세요. 아무것도 없어요.”뱃살뿐만 아니라 아기도 없었다.온지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더욱 입을 열기가 힘들었다.“아기... 아기가 없는 거예요?”아기를 품은 엄마로서 인생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것이 아기를 잃는 것이었다.권다솔은 전부터 아기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실을 온지유도 알고 있었기에 같은 아이의 부모로서 그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잃은 엄마에게 몇 마디의 위로의 말로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네, 아기를 금방 유산했을 때 머리가 멍했어요. 머릿속이 백지장이었죠. 무슨 생각을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바보라는 소리는 아니죠. 수술하고 나온 뒤에 전부 이해가 가더라고요. 배진호 씨 어머님이 얼마나 저를 싫어하셨는데 왜 갑자기 저한테 잘해줬겠어요?”시간을 되돌리는 능력만 있다면 권다솔은 그때로 돌아가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라고.애초에 정미진에게 기대를 품은 것이 잘못이었다. 고작 화목한 집안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정미진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애를 썼지만, 누구나 다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정미진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임신했든 말든 그녀는 영원히 정미진의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였다.“그럼 진호 씨는요? 진호 씨는 뭐래요?”“몰라요. 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말든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어차피 아기도 없는데 그 사람이랑 함께 살 이유는 없죠. 설령 어머님이랑 싸우고 연까지 끊는다고 해도 제 아기가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권다솔은 이 부분에선 이성적이었다.더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랬기에 배진호와 정미진이 그 정도로 싸울 리가 없었다.그녀에겐 정미진이 그녀의 아기를 해쳤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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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전 두렵지 않아요.”그녀에겐 생각이 있었다.권다솔은 온지유에게 자기 생각을 손가락을 접으며 보여주었다.“첫째로 그 사람들이 지유 씨 가족을 노리고 있다는 건 분명 지유 씨네 인맥까지 알아봤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친구라는 것도 알아냈겠죠. 두 번째로 전 경호원을 데리고 가면 돼요. 제가 데리고 간 경호원과 함께 산다면 더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그녀는 진심으로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남태건은 매일 찾아와 그녀의 부모님 앞에서 점수를 따려고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그녀는 정말이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하지만 남태건을 대할 때 진심으로 즐거운 표정을 짓는 부모님을 보면 권다솔은 남태건을 쫓아낼 수 없었고 심한 말도 할 수 없었다.이미 한번 그녀의 고집으로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었었으니까. 게다가 이혼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부모님에게 심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정말 그런다면 그녀는 불효자식이 되는 것이었다.그랬기에 이런 일은 마음속에 숨기고 끙끙 앓으며 혼자 소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그럼 와요. 요즘 대부분 시간을 제가 집에서 보내고 있거든요. 저랑 얘기를 나눠도 되고 같이 취미 활동도 해도 되니까 와요. 적어도 다솔 씨가 그 집에 있는 것보단 덜 답답할 거예요.”온지유는 그녀를 환영했다.상의가 끝난 후 권다솔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빠르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간단히 짐을 꾸리고 나서 방에서 나왔다.권용민과 김영은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바로 권다솔과 남태건이었다.“우리 다솔이는 대체 언제쯤 그놈을 잊을까요? 지금 상태를 봐서는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것 같던데... 볼 때마다 정말 속상해 죽겠어요.”김영은은 눈은 티브이에 가 있었지만, 마음은 권다솔에게 가 있었다.권용민은 옆에서 줄담배를 태우고 있었다.“다솔이한테 시간을 좀 더 주자고. 지금 법도 그래. 다솔이가 그간 얼마나 힘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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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다솔아, 어디를 가는 거니?”김영은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권다솔에게 다가갔다.권용민도 따라 일어나 권다솔이 든 짐을 들어주려고 했다.“네가 나가서 쇼핑하러 간다면 우린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오늘은 늦었잖니. 일단 오늘은 일찍 방에 가서 쉬어라.”“전 쇼핑하러 가는 게 아니에요. 친구 집에 가서 며칠 신세 지려고요. 지유 씨네로 가는 거예요. 두 분도 지유 씨 알고 계시잖아요.”권다솔은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온지유의 이름까지 말해주었다.두 사람은 확실히 온지유를 알고 있었다. 서로 시선을 주고받던 권용민과 김영은은 그래도 딸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애초에 권다솔과 배진호는 여진 그룹에서 일하다가 눈이 맞았기 때문이다.지금 겨우 이혼까지 오게 되었는데 권다솔이 온지유를 찾아갔다가 만약 옆에 배진호라도 있으면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마음이 바뀔까 봐 걱정되었다.두 사람은 절대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다솔아, 엄마는 네가 남의 집에 가서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한단다. 지유 씨도 아이가 둘이나 있잖아.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쁠 텐데 네가 가면 방해가 되지 않겠니? 오늘 밤은 엄마랑 함께 자는 건 어떠니?”김영은은 다정하게 권다솔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엄마로서 딸과 진지한 얘기를 하며 딸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다.권용민도 김영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권다솔은 당연히 두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저 혼자 가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없어요. 지유 씨가 바쁜 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며칠 신세 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거 도와주려고 가는 거예요. 전에도 제가 하윤이를 돌본 적 있었어요.”“다솔아, 그럼 며칠 지내다가 올 거니?”정곡 찔린 김영은은 거기에다 권다솔이 아이 얘기까지 하니 가지 말라고 설득하기 어려웠다.권다솔을 낳기 전에 그녀도 아기를 유산한 적 있었기에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수술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던 그 날을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었다. 지금도 그때의 그 기억이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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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남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으니 권용민은 여씨 가문으로 집안 도우미를 보내기도 어려웠다. 보내도 그 집안사람들이 기분 나빠할 것이 분명했으나 권다솔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주방장을 보내겠다고 한 것이다.“역시 아빠는 세심하시네요.”권다솔은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감동을 받은 것이다.이렇게 좋은 부모님을 만나게 된 것도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권용민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아빠가 세심한 게 아니라 아빠는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정말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네가 상처받는 걸 원치 않아. 이 말만 꼭 기억해.”권다솔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빠.”그녀는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정말로 멍청한 것이었다.여씨 가문에 거의 도착할 때 즈음 권다솔은 온지유에게 문자를 보냈다.문자를 받은 온지유는 직접 마중을 나오며 권용민과 인사를 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오셨는데 들어가서 따듯한 차라도 한잔하시고 가지 않으시겠어요?”“괜찮네요. 젊은이들끼리 있어야 대화가 통할 테니 나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겠네요. 오늘부터는 드디어 둘만의 세계가 되겠어요. 하하하.”권용 만은 웃으며 말했다.다음 날 아침이 되면 권용민이 뽑은 경호원들이 도착할 것이다. 권용민은 경호원들에게 당부했다. 배진호가 나타나면 바로 자신에게 알리라고.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그가 걱정할 게 뭐가 있겠는가.권용 국민이 떠나는 모습을 두 사람은 눈으로 배웅한 뒤 권다솔은 온지유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가던 도중에 권다솔은 걸음을 멈추었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과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먼지가 그녀의 눈 안에 들어가고 말았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온지유에게 물었다.“저 너무 불효자식 같죠? 아빠랑 엄마랑 나이도 많으신데 여전히 제 걱정하게 하고 있잖아요. 제가 아니었으면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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