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21 - 챕터 1330

1371 챕터

제1321화

“생선구이 다 먹고 나서 1층 좀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네가 피곤해 보이네.”남태건은 권다솔의 눈 밑 다크서클을 보며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권다솔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제 잠을 잘 못 자서요. 집에 가서 좀 더 자지 않으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그러자 남태건은 미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도 결국 인정했다.“그럼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우선 편히 쉬어.”그들은 더 이상 화장품을 고르지 않았다. 남태건이 아예 중장년층용 세트 전부를 싹 쓸어 담았다. 에센스 제품까지 통으로 챙기니 점원의 입꼬리가 귀 뒤까지 넘어갈 듯했다.“손님 정말 통 크시네요. 이렇게나 많은 세트라면 세 사람이 써도 다 못 쓸걸요?”점원이 감탄을 흘렸다.“어머니께 드리고 싶은데 어떤 걸 좋아하실지 몰라서요. 일단 다 사서 직접 써보시게 하려고요.”이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은 줄곧 권다솔에게 머물렀다.점원들은 눈치가 빨랐다. 입으로는 어머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예비 장모님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의미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느 남자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까?급기야 한 점원은 권다솔에게 다가와 치켜세웠다.“예비 신랑이 정말 좋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신경 써주는 남자 찾기 힘들어요. 저도 애가 있지만 친정 갈 때 뭘 좀 챙기려 하면 남편은 내켜 하지도 않거든요.”그러자 권다솔이 고개를 저었다.“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 세트들 제 카드로 결제할게요.”‘어차피 엄마한테 드릴 물건이니까...’점원 말대로라면 사위가 장모님을 위해 챙기는 선물이겠지만, 남태건과 그녀는 그저 친구 사이일 뿐 남의 돈을 이렇게 많이 쓸 수는 없었다.점원은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너무 들떴나 싶었다. 그래도 누가 결제하든 상관없었다. 팔기만 하면 되는 법이니까.카드 결제는 금방 끝났다. 잠시 후 남태건이 세트 박스를 다 포장해 들고 왔을 때, 권다솔의 손에 영수증이 있는 걸 발견했다.“왜 네가 결제했어?”남태건은 의아해했다.“원래도 엄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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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화

정말 기막힌 우연이었다.남태건과 권다솔이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오는데 멀리서부터 배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지금 배진호는 누군가와 부딪힌 차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그쪽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게 맞고 사진도 찍었으니 보험 처리를 할게요.”“안 돼. 네가 보험 처리한다면 바로 넘어가 줄 것 같아?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이 차 뭔 줄 알아? 비싼 차야. 당장 1000만 원 물어내. 한 푼도 깎지 말고.”남자는 막무가내로 우겼다. 그는 심지어 옆에 서 있던 석규리에게까지 시비를 걸었다.“너희 둘 어디 결혼하러 가? 운전은 왜 그렇게 급하게 해? 제정신이야?”배진호는 속에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참고 견뎠다.“책임질 테니 말 좀 가려 해요. 인신공격도 삼가세요.”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권다솔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문득 회사가 막 출범하던 시절을 떠올렸다.그때 배진호는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술자리에 나가야 했다. 아마 고객들을 대할 때도 지금처럼 불편해도 참고 화가 나도 웃어넘겼을 것이다.그녀 어머니가 말했던 것 중 하나는 틀렸다. 배진호가 정말 그녀를 이용하려 했더라면 고객 붙잡느라 고생할 시간에 차라리 그녀의 집안에 매달렸을 테니 말이다.“내 차를 망가뜨려 놓고 내가 한두 마디 하는 것도 못 참아? 너랑 네 마누라가 뭐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라고!”남자가 계속 악담을 퍼부었다.“우린 부부 사이 아니에요.”배진호가 짧게 반박했다.“부부가 아니면 내연 관계냐? 아니면 왜 손을 잡고 다녀? 내가 보기엔 둘 다 멀쩡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분명 매일 밤 한 이불 덮고 잘 거 아냐?”남자는 목청을 높여 일부러 주위 사람들 귀에 들어가도록 비아냥댔다.더는 참기 힘들었던 배진호가 경찰을 부르려 할 때, 그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남태건을 발견했다.“어이쿠, 남 대표님! 여기 어쩐 일이세요?”그는 태도가 싹 바뀌어 허리를 굽혔다.남태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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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3화

“태건 씨? 두 사람 무슨 얘기 해요?”권다솔이 이쪽으로 다가왔다.남태건은 바로 배진호에게서 한발 물러나며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돌아가자. 어머니가 선물을 보면 좋아할 거야.”두 사람이 등을 보이며 멀어지는 모습을 보자, 배진호는 순간 달려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억지로 자신을 누르며 집안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진 권다솔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진호 씨, 봤죠? 권다솔 씨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방금도 두 사람이 저희 앞에서 자랑하듯 굴었어요.”석규리는 서둘러 흉을 보며 배진호와 팔짱을 끼려 했다.배진호는 티 안 나게 몸을 빼며 말했다.“차에 타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알겠어요. 얼른 돌아가죠. 어머님이랑 성연 씨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늦으면 안 좋잖아요.”석규리는 마지못해 그의 말에 따르며 조수석 문을 열고 앉았다.배진호는 그녀를 힐끗 보고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뒷좌석에 앉아요.”“이미 앉았고 안전벨트도 맸는데 왜 또 내리라 하는 거예요? 어디 앉든 똑같아요. 얼른 출발해요. 여기서 병원까지 얼마 안 걸리잖아요.”석규리는 고개를 떨구며 눈에 못마땅한 기색을 감췄다.그가 이렇게까지 선을 긋고 멀리하니 답답하고 불쾌했다. 정미진에게 더 독하게 부탁해 그를 완전히 정신 잃게 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만 했더라면 이후 무슨 말을 꾸며내든 마음대로였을 텐데 말이다.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지만 석규리는 어떻게 하면 그가 권다솔을 완전히 잊을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계산했다.얼마 안 가 차는 병원 앞에 도착했다.배진호는 혼자 문을 열고 내려섰고, 석규리는 그 뒤를 따라 병실로 향했다. 그는 병실에 들어가 손에 든 봉투를 배성연에게 건넸다.“이거 선물이야.”“고마워, 오빠.”배성연은 봉투 안을 살펴보고 환히 웃었다.“나랑 언니 취향이 진짜 비슷한 것 같아. 파운데이션 컬러까지 똑같네.”하지만 배진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배성연은 혼잣말처럼 몇 마디 하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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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4화

“내가 무슨 일 있겠어? 너희도 알잖아, 나 원래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진호 앞에서 쇼하는 거야. 내가 이렇게 안 하면 어쩌겠어? 지금쯤 그 애는 요물한테 완전히 세뇌당했을걸.”정미진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꾀병을 부린다고 진짜 병에 걸리는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지금 정미진이 가장 신경 쓰는 건 배진호였다.“규리야, 아줌마가 부탁할게. 꼭 진호가 그 여자한테서 벗어나게 해줘. 내가 애를 간신히 정리한 것도 둘을 완전히 끊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배성연의 얼굴이 잠시 굳었다. 그녀는 옆에 놓인 선물을 힐끗 보더니 하고 싶은 말을 꾹 삼켰다.“알겠어요, 어머님. 남자는 가장 약해졌을 때 여자의 위로를 거부하기 어렵잖아요. 게다가 권다솔 씨는 벌써 다른 남자까지 구했으니 저희가 힘 합치면 둘이 절대 다시 붙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석규리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그녀는 오늘 남태건을 본 순간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바로 알아챘다. 어쩌면 그녀와 같은 부류일 지도 몰랐다.정미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잘 돌아가고 있군.’한편 병실 밖에서 배진호는 정미진의 검사 기록을 들고 의사를 찾았다.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였다.“에휴, 어머님 상태가 정말 심각하네요.”의사는 병록을 뒤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배진호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어머님한테 잘해드려요. 자식으로서 효도하는 게 중요하죠. 괜히 화나게 했다가 정말 ICU라도 들어가면 그땐 후회해도 늦어요. 심장도 안 좋네요. 심장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요?”배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몰라도 수술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마음 한구석에 부끄러움이 스쳤다.‘엄마가 잘못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엄마 병까지 의심하다니...’“이 수술은 위험 부담이 커요. 어머님 몸 상태도 좋지 않아서 수술대에 오르면 무사히 끝날지 장담 못 해요.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는 게 좋아요.”의사는 계속 효도를 강조했다. 사실 그와 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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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5화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정미진은 다시 석규리와 함께 권다솔을 헐뜯는 말을 이어갔다. 둘이 한마디씩 주고받을 때마다 병실 안 분위기는 한층 가벼워지는 듯했다.그러다 문이 열리고 배진호가 들어왔다. 그는 분노를 감추지 못한 얼굴로 병실 안 사람들을 바라봤다.“다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왜 모두 권다솔을 헐뜯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화 주제는 죄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고 음해와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진호 씨, 어머님 몸도 안 좋은데 들어오자마자 왜 그렇게 언성을 높여요?”석규리가 부드러운 척하며 그의 손등을 잡았다.“진호 씨가 싫다면 얘기 안 할게요. 안 하면 되잖아요.”“그만해요. 연기 너무 어색하네요.”배진호는 바로 그녀를 밀어내듯 말했다.그는 문밖에서 모두 듣고 있었다. 석규리와 정미진이 서로 딱딱 맞춰가며 권다솔을 비난하는 모습이 너무나 노골적이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정미진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 마음을 가차 없이 짓밟았다. 그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진호야, 왜 들어오자마자 소란이니? 네가 계속 이런 태도면 다음부터 오지 마. 내가 죽어도 안 와도 돼.”정미진은 아까 의사가 보낸 문자를 떠올리며 배진호를 자극했다. 의사가 자신의 상태를 심각하게 말해두었으니, 지금쯤 그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맞서지 못하리라 생각했다.하지만 배진호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어머니, 이 병실 하루 입원비가 40만 원이 넘어요. 제가 한 달 치를 미리 냈고 집에 돌아가면 중개인을 통해 간병인을 구해서 어머니를 잘 돌볼게요. 제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직접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진호 씨, 무슨 일이 그렇게 바빠요?”석규리가 불만스러운 듯 물었다.“회사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어머니보다 중요할 순 없죠.”배진호가 오지 않으면 둘이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면 석규리가 호감을 쌓을 여지도 없었다. 이미 회계자료를 통해 배진호 회사가 곧 크게 성장할 것임을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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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6화

그들은 정말 거짓말조차 제대로 못 했다. 아니면 속으로 배진호가 그들의 아들이기만 하면 혈연관계가 있으니 무슨 짓을 해도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자식이 되어서 어떻게 부모랑 진심으로 따질 수 있겠는가? 따지면 불효자라는 딱지를 씌우면 그만이니, 자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잊지 마요. 다솔 씨는 권씨 가문의 귀한 딸이고, 저랑 결혼했다고 해서 신분이 낮아지는 건 아니에요. 어머니가 함부로 짓밟아도 되는 사람은 더욱 아니고요!”정미진이 처음 배상준과 결혼했을 때, 둘은 시골에 살았다. 배상준의 어머니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었고 날마다 별의별 방법으로 트집을 잡았다. 나중에 두 사람이 힘들게 도시에 집을 마련해 따로 살게 된 뒤에야 상황이 나아졌다.정미진이 시어머니에게 시달린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권다솔은 다르다.이 점을 떠올리자, 정미진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배진호, 너 도대체 누구 아들이야? 설마 남을 위해 나랑 싸우겠다는 거야?”“제 아내는 당연히 저와 한 식구고 가장 가까운 사이예요. 남이니 뭐니 할 것 없어요. 그 말대로라면 어머니도 누군가의 아내이니 우리 집에서 남인 거네요?”배진호는 이런 낡고 뒤떨어진 생각에 진저리가 났다.이제야 그는 권다솔이 결혼 생활 동안 얼마나 많은 억울함을 참았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그는 모든 정력을 회사에 쏟았다. 그동안 정미진은 언제나 자애로운 어머니 역할을 했고 권다솔은 고자질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러니 배진호는 지금까지 완전히 속아 넘어간 셈이다. 이제야 정미진의 진짜 모습을 깨달았다.세간에서는 고부갈등이 남자가 중간에서 방관할 때 생긴다고 하는데, 그게 그의 잘못이라면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너!”정미진은 얼굴이 벌게지고 가슴이 다시 욱신거렸다.‘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하지만 돌아서 나가려는 배진호를 보자 그걸 따질 틈도 없었다. 정미진은 서둘러 배상준에게 말했다.“당신, 병원 뒷문으로 나가서 빨리 집에 있는 홍경천 버려. 반드시 진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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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7화

“별아, 엄마랑 정원에 잠깐 나갈까?”온지유는 별이 곁에 앉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섯, 일곱 살 아이는 가장 활발한 나이였다. 온지유도 계속 별이를 집에만 가둬두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선 이럴 수밖에 없었다.만약 별이가 또 위험한 상황을 겪는다면, 어린 나이에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겠는가. 그 조직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지만 절대 어린 나이라고 봐줄 녹록한 이들이 아닐 터였다.“알겠어요, 엄마.”별이는 손에 들고 있던 블록을 내려놓고 일어났다.별이는 흔들 침대에 누워 있는 온하윤을 바라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동생이 빨리 자라면 좋겠어요. 그럼 동생이랑도 같이 놀 수 있을 텐데요.”지금 온하윤은 울고 웃는 것밖에 못 하고 대부분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별이는 온하윤이 쉬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아빠가 그 나쁜 사람들을 다 잡으면, 그때 다시 예전처럼 친구들이랑 마음껏 밖에서 놀 수 있어. 동생도 조금씩 자라날 거야.”온지유는 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정원으로 나갔다. 온하윤은 집에 있는 도우미에게 맡겼다.지금 계절엔 정원에 꽃이 많이 피어 있었고 한쪽에는 작은 흔들의자도 있었다. 온지유와 함께라서 별이는 한껏 즐겁게 놀았고 두 시간쯤 지나 모든 체력을 다 소진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걸 받아들였다.“엄마, 아까 엄청 예쁜 꽃을 봤어요. 그거 사진 찍어서 나중에 제가 그림으로 그려 방에 걸어두고 싶어요.”별이는 들뜬 목소리로 일상을 온지유에게 전했다. 이런 사소한 일들도 모이면 행복을 이루는 조각들이었다.거실로 돌아오자, 별이는 한참 떠들어 목이 마른 듯했다. 마침 도우미가 물을 내밀며 말했다.“별아, 목마를 테니 이거 좀 마셔.”“감사합니다, 아주머니.”별이는 공손히 인사한 뒤 물을 받아 마셨다.그때 온지유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아직 잠든 온하윤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여보, 이 시간에 전화한 거 보니 조직에 대한 단서를 찾은 거야?”“조직 이름을 알아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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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8화

온지유는 별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좋아, 다 들어줄게. 집에서 얌전하게 기다려, 엄마 금방 올게.”그녀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차고에 가서 아무 차나 골라 탄 뒤 빠른 속도로 회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온지유는 뒤따라오는 차량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사거리를 지날 때 멀리서 뒤따라오던 차 한 대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붙고 있었다.곧 온지유는 회사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웠다.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 데스크 직원이 정중히 인사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바쁘신데 신경 안 쓰셔도 돼요.”온지유는 발걸음을 재촉해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여이현에게 서류를 건넸다.여러 사람 앞에서 둘은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된 부부인 만큼 눈빛 하나로 서로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작은 비밀이었다.회의실에서 나오는 길에, 온지유는 여이현이 새로 채용한 비서와 마주쳐 가볍게 인사했다. 그녀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회사를 나와 근처 쇼핑몰로 향했다. 거기에는 패스트푸드 가게가 있었고 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도 가까웠다.주말이라 패스트푸드 가게에는 인파로 북적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가 많았고 손님이 많으니 음식 나오는 속도도 더뎠다.종업원이 물었다.“손님, 에그타르트가 다 팔렸어요. 지금 굽고 있어서 2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하는데 괜찮으세요?”별이는 에그타르트를 유난히 좋아하고 특히 이 집 것을 제일 좋아한다. 이미 온 김에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괜찮아요. 다 되면 불러주세요.”온지유는 기다리며 옆자리에 앉아 휴대폰으로 국제 뉴스를 훑어봤다.그때, 누군가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초 만에 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주위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 뿐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착각인가?‘하지만 그녀는 원래 직업상 위협에 민감하며 여성의 육감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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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9화

“당신들 누가 보낸 거지?”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눈앞에 있는 다섯 남자를 주의 깊게 살피며 이들의 전투력을 속으로 가늠했다.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이 골목만 빠져나가서 남쪽으로 백 미터 정도만 가면 경찰서가 있었다. 설령 이들을 이기지 못하더라도 경찰서까지 달려가기만 하면 안전해질 수 있었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온지유의 속내를 알 리 없었다. 그저 그녀가 겁먹어 차 안에서 내리길 주저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냘픈 여자가 이렇게 덩치 큰 사내 다섯 명을 보고 겁에 질려 몸도 못 가눌 만했다. 얼굴색 안 변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기는 중이었다. 반항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이들은 남녀 체격 차이를 생각하면 원래부터 승산은 자기들에게 있다고 확신했다. 게다가 5:1이다. 온지유가 반항해 봤자 상대가 되겠냐는 식이었다.“누가 보낸 건지는 알 필요 없어. 조용히 내려오면 우리도 좀 부드럽게 대해줄 수 있어. 아니면 말이야...”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차창 너머로 온지유를 음흉하게 훑어봤다.창문 너머로도 느껴지는 그녀의 좋은 몸매에 남자들의 시선이 더욱 탐욕스러워졌다. 애 키운 여자로는 안 보였다. 게다가 밤이라 주변에 사람은커녕 그림자도 없고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이가 없었다.“형님, 좀 있다가 저희도 한몫 챙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옆에 서 있던 다른 남자들도 침을 흘렸다.두목은 크게 웃었다.“그래, 내가 먼저 놀고 끝나면 너희가 알아서 해. 단 숨은 붙여둬야 해. 조직에서 시킨 대로 살아 있는 상태로 데려가 약 실험해야 하잖아.”조직이라는 단어에 남자들의 얼굴에는 잠깐 긴장감이 스쳤다. 이 작은 표정 변화는 온지유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이들이 속한 조직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약 실험이라는 단어에서 온지유는 바로 소미를 떠올렸다. 아마 그때와 같은 조직이 보낸 듯했다.저번에는 온하윤을 노리더니 이번엔 그녀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다행히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돌아다닌 덕에 이들을 집으로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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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0화

셋이 합세하면 온지유 하나 제압 못 할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온지유는 한 팔로 두목의 팔을 낚아채 뒤로 돌더니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에 세게 차올렸다.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고 온지유가 팔을 꽉 잡아 허리를 펼 수도 없었던 두목은 독설을 퍼부었다.“놓지 못해? 안 놓으면 가장 독한 약을 주사할 거야. 그러면 넌 암캐처럼 땅바닥에 무릎 꿇고 구걸하게 될 거라고!”하지만 온지유는 이 말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지금 그들을 놓아주고 웃는 얼굴로 화해를 청한다고 해서 그들이 물러나기라고 할까? 생각할 필요도 없다.이들은 목숨을 걸고 그녀를 잡으러 온 악당들이다. 이미 그녀를 납치해 약 실험을 할 생각인데 전력을 다해 저항해야 희미한 생존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울고불고 애원해 봤자 비참한 결말은 뻔하다. 차라리 부딪쳐보는 게 낫다.온지유는 몸을 홱 돌리며 두목의 팔을 놓아주고 동시에 엉덩이를 세게 걷어찼다. 강한 충격에 두목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날아들었고, 그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공격 태세를 취하던 중 그대로 두목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말았다.“멍청한 놈아!”두목은 화가 치밀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편을 때리다니 적이 무서울 게 아니라 이런 동료가 더 무서웠다.그러나 잘못된 부하를 둔 걸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다른 동료들이었으면 진작 온지유를 잡았을 것이고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굴까지 한 대 맞았으니 그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죄, 죄송해요, 형님. 저도 반사적으로 그런 겁니다. 뭐가 갑자기 날아오길래 밀쳐내려다 보니...”남자는 허둥지둥 변명했다.조직 내 위계질서가 분명한 이상 두목은 그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존재나 다름없었다. 두목이 마음만 먹으면 그는 내일까지 살지 못할 수도 있었다.“쓸모없는 놈.”두목은 이를 갈며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따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방금 굴욕을 당한 이상 이 치욕을 배로 갚아주고 싶었다. 그는 온지유를 개만도 못한 상황에 몰고 가리라 결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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