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규리는 눈시울을 붉혔다.“아주머니, 제가 아주머니 며느리가 될 복이 없었던 거예요.”“그런 소리 하지 마라. 너는 착한 아이야. 네 복은 꼭 있을 거란다.”정미진은 석규리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리고 또 배진호를 불러왔다.배진호는 부름에 다가왔지만 석규리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는 석규리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정미진은 배진호의 손을 잡고 석규리에게 쥐여주며 말했다.“진호야, 엄마는 이번 생에 소원이 이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너는 기어코 나를 만족시켜 주지 않으려는 거니. 그럼 규리를 딸로 삼아 네 여동생으로 하련다. 그럼 됐지?”“어머니, 제게 동생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세요. 성연이가 옆에 있지 않아요?”배진호는 어이가 없었다.어머니는 아직 치매가 올 나이도 아닌데 왜 벌써 헛소리하는걸까.정말 딸이 갖고 싶었으면 왜 진작에 둘째를 갖지 않았단 말인가. 현대 의학 기술이 있으니 정 안되면 체외 수정으로 낳으면 됐지 않은가.차에 약을 타고 석규리와 같은 방에 가둬둔 일도 그렇다.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관계는 어색해졌다.그런데 지금 와서 오빠, 동생이 되라니 말도 안 된다.“성연이는 날 외숙모라고 부르는 사이잖니. 딸이랑은 달라. 진호야, 엄마는 네가 규리랑 사귀라고 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딸이 하나 갖고 싶을 뿐이다. 동생 하나 늘어나는 게 그렇게 싫어서 나를 반대해야만 하겠니?”정미진은 또 눈물 공세를 펼쳤다.“어머니, 딸이 갖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저는 동생이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사는 걸로 하죠.”배진호는 어머니에게 양보했지만 이런 터무니 없는 요구는 아무리 물러 선다고 해도 동의할 수 없었다.정미진도 그 점에 대해서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딸을 집에 들이겠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진짜 목적은 석규리를 계속 옆에 두고 있기 위해서였다. 배진호와 석규리가 같이 있을 명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배진호는 방금 직접 정미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는 석규리를 쫓아낼
Last Updated : 2025-01-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