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44 챕터
제101화
“지유처럼 예쁜 애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지유도 안목이 높아졌겠죠.”서승만은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민우도 나쁘지 않아요. 능력 좋은 데다가 성격까지 좋으니, 미래가 창창할 것 같네요.”여이현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서승만은 진심으로 나민우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온지유와 그를 이어주려는 마음도 진지해 보였다.나민우는 웃는 얼굴로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에요, 선생님. 지유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죠. 지유는 사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에요.”온지유는 약간 멈칫했다. 나민우의 말에 감동한 것이다.그는 그녀가 사랑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토록 다정한 말에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없었다.여이현도 온지유가 나민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답답한 기분이 들었던 그는 넥타이를 약간 풀며 말했다.“말보다는 행동이 좋을 것 같은데요. 온 비서님이 가장 힘들 때 나 대표님은 무엇을 했죠?”나민우는 눈빛이 약간 변했다. 온지유가 힘들 때 함께 있지 못했던 것은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이제는 도와주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물러날 수 없었던 그는 금방 말을 보탰다.“여 대표님 말이 맞아요. 앞으로 잘 신경 써야죠.”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챈 온지유는 바로 끼어들었다.“안에는 꽤 시원한 것 같아요. 빨리 들어가요.”서승만도 약간 눈치챈 바가 있는지 말을 보탰다.“맞아요, 빨리 가서 밥 먹어요.”그들의 선택한 것은 고급 호텔이었다. 조용하고 화려한 것이 부자들만 사용하는 듯했다.그들이 들어가자마자 예쁘게 생긴 여자애가 달려와서 말했다.“아빠!”서승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딸 오래 기다렸지? 왜 벌써 왔어?”“아니야, 나도 금방 도착했어. 이분들은 아빠 친구들이야?”“응, 아주 중요한 손님들이야.”서승만은 몸을 돌려 소개해 줬다.“이쪽은 나민우, 아빠 제자였어. 지금은 금융계의 거물로 아주 유명해졌지. 이쪽은 온지유, 지금 여의현 대표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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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서승만에게는 자식이 서은지밖에 없었다. 오늘은 손님이 있어서 한마디 한 것이지, 평소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든 다 따라줬다.그는 서은지와 함께 외출한 적이 별로 없다. 애초에 서은지가 관심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이현은 일부러 못 만나게 했다. 여이현과 같은 사람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여이현보다는 나민우가 마음에 들었다. 나민우처럼 나긋나긋한 사람이라면 결혼 후에도 잘해줄 것 같았다.하지만 나민우가 온지유를 좋아하는 것은 그도 알아차릴 정도로 선명했다. 더군다나 서은지는 여이현만 좋아하니 일단은 그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들뿐만 아니라 서승만의 다른 친구들도 왔다. 전부 서은지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아주 예뻐했다. 근황을 묻는 그들에게 서은지는 당당히 인사했다.사람이 전부 모인 다음 그녀는 여이현을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못 드시는 음식 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요!”여이현은 그녀가 갑자기 말을 걸 줄은 모르는 듯 차갑게 대답했다.“알아서 주문하세요.”이때 한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은지야, 삼촌들도 있는데 왜 안 물어봐 줘? 우리 은지 다 컸네. 벌써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거야?”서은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삼촌들은 뭘 좋아하는지 다 알아서 안 물었거든요? 그렇게 자주 만났는데 모르는 게 더 이상해요.”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서은지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여이현을 목표로 왔을 것이다.온지유는 여이현에게 들어대는 여자를 수도 없이 봐왔다. 하지만 서은지처럼 당돌한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을 바라봤다. 그는 감정을 알아볼 수 없는 담담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식사 자리에서 그들은 대부분 사업에 관해 얘기했다. 여이현과 서승만도 협력하는 것이 있는 듯했다.온지유는 말없이 곁에서 듣기만 했다. 나민우는 얘기하는 와중에도 잊지 않고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줬다.그녀는 잠깐 화제가 끊겼을 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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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중학교 때의 나민우는 몸매도 좋지 못하고 능력도 없었다. 그는 온지유에 대한 마음을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지금이라면 널 좋아할 자격이 있을 것 같아.”온지유는 이런 일이 있은 줄 전혀 몰랐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기도 했다.나민우는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나 사실 엄청 오래전에 돌아온 적 있어. 네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귀국했거든. 하지만 그때도 너한테 가까이 가지는 못했어. 네가 괜찮아진 걸 보고 몰래 좋아하기만 했지. 그때 다음에 돌아올 때는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온지유는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민우의 심정을 알았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가 여이현을 좋아하던 시간보다도 길었다.“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은 없어?”“없어. 우리 집안에 순정파 유전자라도 있나 봐. 그런데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난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아. 너 같은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나민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지금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마음 졸일 필요가 없었다.마음을 고백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적어도 고백 한 번 못 하는 그녀보다는 훨씬 용감했다.“고마워, 민우야.”온지유의 생각을 잘 알았던 나민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뭐 좀 먹자. 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나민우는 온지유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민우가 그녀는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내면세계가 아주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반대로 여이현은 두 사람과 꽤 떨어진 자리에 있었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한참이나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대표님, 저랑 한 잔 마셔줄 수 있을까요?”이때 서은지가 불쑥 나타나서 말했다. 거절당하기 싫은지 간절한 표정까지 지었다.여이현은 이제야 온지유에게서 시선을 떼고 술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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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이 순간 온지유는 벼락에 맞은 것만 같았다.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꼼짝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발은 바닥에 뿌리 박은 것처럼 추호도 움직일 수 없었고 시선도 마찬가지였다.‘내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새로 키스까지 하는 사이가 됐다고?’이때 여이현이 서은지의 손을 풀어냈다. 그러다가 온지유와 시선이 마주친 그는 잠깐 멈칫하더니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여이현에게는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 그는 일단 서은지와 거리를 두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서은지 씨, 선 넘지 마세요.”서은지는 여이현을 쫓아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여이현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애정 행각을 벌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자신처럼 예쁜 여자를 거절할 남자는 없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만 마음먹으면 여이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이현과 같은 남자와는 하룻밤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득이었다.여이현에게 밀려난 것도 그녀는 밀당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아까는 쿨하게 허락했잖아요. 혹시 여자가 주동적인 건 싫은가요? 약간 새침한 척해볼까요?”자신을 거절할 사람은 없다는 듯한 당당한 말투였다.여이현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그는 약간의 혐오가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서은지 씨가 쉽게 행동하는 건 상관없지만 저한테 이러지 마시죠. 저는 아무 여자나 건드리지 않거든요.”그의 말에 서은지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저 쉬운 여자 아니에요. 대표님을 좋아하니까 이러는 거죠.”“지금 보니 쉬운 여자 맞는데요.”여이현은 그녀의 체면을 지켜줄 생각도 없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외국에서 자라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직진이에요. 실례가 되었다면 사과할게요. 앞으로는 대표님의 취향에 따라 행동할 테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세요.”그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여이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서은지 씨한테 관심 없어요. 시간 낭비하지 마요.”여자와 엮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여이현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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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두 사람은 더 이상 가까워질 방법이 없었다.감정을 추스른 온지유는 고개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대표님의 비서로서 방해가 된 것은 사실이죠. 본 것도 못 본 척, 들은 것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는 사실 잘 알아요. 오늘 일도 절대 발설하지 않을게요.”이때 무언가 눈치챈 서은지가 걸어와서 말했다.“아까 사람이 있어서 저를 밀어낸 거죠? 대표님 비서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스캔들에 민감한 것 같은데, 저는 공개 연애 같은 거 필요 없어요. 그냥 몰래 만나주기만 하면 돼요, 괜찮죠?”서은지는 여이현이 진심으로 좋았다. 그래서 하루빨리 그를 정복하고 싶었다.여이현만 괜찮다면 그녀는 어떤 관계든 괜찮았다. 여이현 또한 거절하지 않으리라 믿었다.반대로 여이현은 온지유의 태도가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덩달아 서은지까지 쫑알쫑알 귀찮게 해대서 싸늘한 눈빛을 쏘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던 서은지는 그의 눈빛을 보자마자 얼어붙었다. 등골이 오싹하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낀 것이었다.“저는 서은지 씨한테 관심 없다고 했어요. 사람 말 못 알아들어요? 서승만 씨가 이런 모습을 보면 참 좋아하겠네요.”서은지는 자신감이 지나쳤다. 여이현에게 직진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도 오만했다.그는 다른 남자와 달리 그녀에게 관심도 없고, 체면을 챙겨 줄 생각도 없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었다.말을 마친 여이현은 더 이상 서은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는 온지유의 손을 덥석 잡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불만이라도 표시하는 듯 온지유의 손을 으스러질 듯 꽉 잡았다. 온지유는 아픈 대로 그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의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은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쫓아갈 수 없는지라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왜 나를 안 좋아하지? 왜 나한테 비서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지?! 이해할 수 없어! 말도 안 돼!’밖으로 끌려 나간 온지유는 여이현의 분노를 생생하게 느꼈다. 여이현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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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죄송합니다, 대표님. 오늘은 제가 실수했어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는 조심할게요.”온지유는 빠르게 잘못을 인정했다. 혹시라도 여이현이 폭발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그녀가 말대꾸하지 않는 것을 보고 여이현은 피식 웃었다.“사과 하나는 참 빠르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조금 전의 행동 사적인 거야, 공적인 거야?”그녀의 행동은 사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당연히 공적인 것이죠. 제가 대표님의 비서로 일하는 한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이번 일은 월급을 깎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요.”“...”여이현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토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놓아줬다. 그리고 다시 거리감 있는 자세로 돌아갔다.드디어 풀려난 온지유는 이대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이현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안 들어가도 돼요? 얼마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배고프지 않을까요?”“배 비서더러 나오라고 해. 돌아가자.”그는 아무래도 서은지 때문에 기분이 단단히 상한 듯했다. 원래도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이니 온지유는 크게 개의치 않고 배진호에게 빨리 나오라고 연락했다.나간 지 한참 됐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보고 나민우를 문자를 보냈다. 그녀는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답장을 남겼다.나민우는 이렇듯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녀를 챙겨줬다. 분명히 다 아는 것 같은데도 말하지 않고 그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에 머물러 있었다.그녀가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고 여이현이 힐끗 보며 물었다.“아까 나 대표랑 무슨 얘기 했어?”온지유는 말문이 막혔다. 나민우의 고백에 어떡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질문을 들었으니 말이다.대답하기 싫었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학창 시절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동창끼리 만나서 할 얘기가 그것밖에 없잖아요.”“흥, 그때 일을 기억하는 걸 보면 기억력도 참 좋아.”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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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밖으로 나온 배진호는 온지유를 흔들어 깨웠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왜 그래요?”“대표님이 술을 많이 마셨나 봐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요.”온지유는 황급히 여이현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는 조금 전의 자세 그대로 앉은 채 곤히 잠들었다.평소에는 한 번도 이런 적 없으니 진짜 술에 취했을지도 모르겠다. 온지유의 기억 속에는 이토록 곤히 잠든 그의 모습이 없었다.어느샌가 집 앞에 도착한 것을 보고 온지유가 말했다.“제가 사람을 불러서 대표님을 부축할게요. 시간이 늦었으니 배 비서님은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순간 정신을 차린 온지유는 빠르게 움직였다.“네, 수고하세요.”차에서 내린 온지유는 도우미를 불러 여이현을 부축했다. 그렇게 그를 침대에 눕힌 다음 온지유는 힘이 완전히 빠져나갔다.침대에 옮겨질 때까지 눈 한 번 뜨지 않은 남자를 보고 그녀는 신발에 정장 외투까지 벗겨줬다. 그의 몸에서는 짙은 술 냄새가 나고 있었다.‘정말 많이 마셨나 보네.’이때 여이현이 뒤척이며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온지유는 배를 그의 얼굴에 댄 채로 꼼짝 못 하게 되었다.지금 그녀의 무릎에 누워 있는 여이현에게서 평소의 예리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온기를 탐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누가 이 아이를 한 회사 대표로 보겠는가?온지유는 손을 올려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을 그의 콧대를 타고 내려갔다.‘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 그녀는 금방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따듯한 물을 받아와서 그의 몸을 닦아줬다.그녀는 차분하게 셔츠에 바지까지 벗기고, 따듯한 수건으로 몸을 닦아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어두운 조명을 빌어 그녀는 침대 가에 앉았다. 여이현의 몸에는 흉터가 아주 많았다. 직접적으로 몸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이제야 발견했다.‘전에는 왜 한 번도 볼 생각을 안 했을까. 이현 씨 몸에 흉터가 이렇게 많았다니...’복부에도 흉터가 있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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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온지유는 부랴부랴 눈물을 닦아냈다. 그리고 그나마 멀쩡한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많이 마셨어요. 얼른 다시 쉬세요.”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물었다.“너 방금 울었어?”온지유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숙였다.“눈에 먼지가 들어가서요.”“도대체 왜 울었는데?”온지유는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다.여이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아까 보니까 이현 씨 몸에 상처가 너무 많더라고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여이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기분 좋은 듯 말했다.“날 걱정해 준 거야?”여이현의 말에 그녀는 심장이 쿵 내려앉더니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비밀을 들킨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몸에 흉터가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봐서요. 많이 아팠죠.”그녀는 바늘에 찔려도 한참 낑낑대는 사람이었다. 이 정도 흉터가 남을 상처라면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다.여이현의 눈빛은 물씬 부드러워졌다. 냉정함과 거리감도 보아낼 수 없었다.“내 흉터를 보고 그런 말을 한 건 네가 처음이야.”그는 입꼬리는 올리며 피식 웃었다. 자신을 향한 비웃음인 것 같았다.온지유는 머리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왠지 모를 씁쓸함을 보아낸 그녀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그럴 리가요. 이현 씨 흉터에 속상해하는 사람 많았을 거예요. 할아버님도 어머님도... 이현 씨를 걱정하는 가족분들이 많잖아요.”온지유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그녀는 여씨 가문의 모두가 그를 아껴준다고 생각했다.애초에 그가 오냐오냐 자랐다면 이런 상처를 입을 일이 없었다. 총알이 남긴 흉터는 그녀 때문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흉터는 어떻게 왔단 말인가?온지유는 약간 놀라웠다. 눈빛에도 의혹이 담기기 시작했다.그녀에게 들킨 이상 여이현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는 셔츠를 완전히 벗으며 흉터는 다시 드러냈다.그 모습에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던 온지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이현은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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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여이현은 자신을 무방비하게 드러냈다. 등에도 험악한 흉터가 잔뜩 남아 있었고 조각 같은 몸매에 색다른 느낌을 줬다.온지유는 그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누가 여씨 가문의 여이현에게 이런 흉터가 있을 줄 알겠는가?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어루만졌다. 그는 잠깐 멈칫하기만 할 뿐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느끼던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안 아파.”흉터는 온지유의 심장에 거듭 꽂혔다. 그녀는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여이현이 말하기 싫어하는 걸 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났다.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지는 여이현에 그가 바로 기억 속의 ‘석이’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여희영은 여진숙을 대놓고 싫어했다. 심지어 여이현은 자신이 직접 키웠으니, 여진숙이 뭐라고 할 자격 없다고 했다. 여진숙은 어머니로서 여이현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가?어쩌면 여진숙이 여이현에게 무심했고, 그래서 여이현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만약 여이현이 얼마나 잘났는지는 중년에 가서야 알았다면 최근 갑자기 잘해주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머릿속이 복잡했던 온지유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이만 씻으러 가요. 술 냄새가 너무 심해요.”“알았어.”여이현은 무덤덤하게 셔츠를 챙겨 들고 샤워하러 갔다. 밖에서 온지유는 그의 잠옷을 챙겨서 욕실 앞에 내려놓았다.온지유는 그를 챙겨주는 데 익숙했고, 여이현도 그녀에게 챙김을 받는 데 익숙했다. 때로는 그녀가 이혼하고 떠난 다음 여이현이 적적해하지는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만약 그를 완벽하게 챙겨줄 수 있는 다른 여자가 나타난다면 그녀 따위는 금방 잊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어느 한 사람 때문에 돌지 않고, 여이현도 그녀 없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온지유도 이만 잠옷을 들고 다른 욕실에서 씻고 돌아왔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을 때 여이현이 샤워를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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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여이현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온지유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부드러운 키스는 소유욕으로 인해 점점 거칠어졌다.온지유는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이현이 그녀의 옷을 벗기는 순간 후딱 정신 차리고 아랫배를 감쌌다. 다른 한 손은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안 돼요!”한창 빠져있던 여이현도 밀려나면서 정신을 차렸다. 온지유는 두려운 눈빛으로 옷을 꽉 잡고 있었다. 그와 관계 맺는 것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모습이었다.욕망으로 불타오르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너 지금 이러는 거 나 대표 때문이야? 석이라는 자식 때문이야?”여이현은 그녀가 당연히 다른 남자 때문에 자신을 거절한다고 생각했다.반대로 온지유는 말없이 아랫배를 매만졌다. 임신한 이상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자칫 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여이현이 아무리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술에 취했고, 이성적이지 못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아이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생긴 것이었다. 그녀와 아이 모두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밀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그녀는 머리를 숙이며 아무런 변명이나 했다.“몸이 불편해서... 지금은 안 돼요.”이런 변명이 여이현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도 당연히 변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눈빛에 담긴 불쾌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분위기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차갑게 말했다.“다른 남자를 위해 날 밀어낼 정도면 같이 잘 것도 없겠네. 난 서재에 가서 잘게.”말을 마친 여이현은 머리도 돌리지 않고 멀어져갔다.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온지유는 옷매무시를 정리하고 침대에 앉았다. 그는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이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아가야, 아빠가 화를 낸 건 네 존재를 몰라서야. 엄마가 아직 용기 내서 말해주지 못했어. 대신 엄마가 배로 사랑해 줄게.”여이현이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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