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660 챕터

제621화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

설영준은 송재이의 옆에 앉아 시종일관 시선을 뗀 적 없었다.그는 송재이의 고통이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송재이의 절망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덜어줘야 할지 몰랐다.그와 그녀의 사이에 흐르던 침묵을 깨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문밖에 서 있었다.“송재이 씨 맞으십니까?”그중 한 명이 먼저 입을 열며 물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전 송재이 친구 설영준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시죠?”경찰은 공무원증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학교 화재 사건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어서 송재이 씨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설영준은 송재이를 힐끗 보았다. 송재이는 놀람과 불안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기에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경찰에게 말했다.“아직 대답하기엔 적합한 상태가 아닙니다. 그러니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희의 조사로 이번 화재는 누군가 일부러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방화 용의자가 될 만한 사람을 조사 중이니 송재이 씨가 저희에게 아는 것을 전부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경찰들의 말에 송재이는 순간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 일부러 학교에 불을 질렀다니 말이다. 무고한 생명을 죽이려 하지 않았는가.분노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치며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다.설영준은 송재이의 손을 꽉 잡았다. 무언가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주는 것 같았다.“재이의 도움이 필요하신 거라면 저도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됩니다. 재이는 지금 휴식과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서요. 그러니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경찰은 이해한다면서 얼른 진상을 캐보겠다고 약속했다.떠나기 전에 연락처도 남기면서 경찰은 설영준에게 송재이의 상태가 나아진 것 같으면 바로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설영준은 문을 닫은 뒤 송재이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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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흐트러진 모습

이틀 뒤, 설영준은 병원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서도재와 만나게 되었다.다소 의외였던 것은 서도재가 먼저 그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던 것이다.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서도재는 이질적인 미소를 짓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설영준의 두 눈을 빤히 보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형, 재이 씨랑 사이가 아주 좋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두 사람이 다시 잘 될 거라곤 생각 안 해. 그래서 난 재이 씨한테 내 마음을 전부 표현할 생각이야.”설영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서도재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놀라움에서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갑자기 웃어버렸다.설영준의 웃음소리는 꼭 서도재를 비웃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서도재가 대체 어디서 온 자신감으로 이런 시기에 자신과 송재이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는지 몰랐다.서도재는 설영준의 반응을 예상한 듯 설영준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자세하게 자기가 분석하며 말했다.“형, 재이 씨가 해원이 일로 저 상태가 되었다는 거 형도 알고 나도 알잖아. 해원이의 죽음은 재이 씨에게 엄청난 충격과 트라우마를 만들어 주었어. 형도 재이 씨도 그때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없지. 거기에다 문예슬은 재이 씨와 더 복잡하게 얽혀있잖아. 문예슬과 그간 벌어진 일들은 형과 재이 씨 사이를 방해하고 있지. 난 형과 재이 씨 감정을 의심하지 않아. 하지만 현실은 잔혹하고 가끔 감정이 이 가혹한 현실을 이길 수 없을 때도 있잖아.”서도재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설영준의 처지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던 그는 깍지를 끼면서 웃는 둥 마는 둥 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잔을 잡고 있던 설영준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감정을 억제하려고 애를 썼다.그는 서도재가 자신에게 도발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서도재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서도재.”설영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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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소유욕

설영준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하늘엔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다. 병원 복도엔 은은한 불이 켜져 있었고 그가 뚜벅뚜벅 걷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송재이의 병실 앞까지 다가온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송재이는 침대에 앉아 책에 열중하고 있었다.목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어 보기만 해도 안쓰러워 보였다.설영준은 문에 기대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송재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송재이는 은은한 독서등 아래 더 온화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지만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순간 충동이 일어났다. 얼른 송재이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그녀의 곁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드디어 그는 걸음을 옮겨 송재이게게 다가갔다.인기척을 느낀 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설영준은 여전히 다정하고도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송재이는 놀람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설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송재이의 침대 곁으로 간 뒤 팔을 뻗어 힘있게 그녀는 꽉 끌어안았다.그의 품에 안긴 송재이는 다소 경직된 몸으로 밀어내려고 하면서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설영준은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꽉 끌어안았다. 행여나 그녀가 사라질 것처럼 말이다.송재이는 목에 상처가 있었던지라 아직 말을 할 수가 없었고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다.자신을 꽉 끌어안은 설영준에게서 그녀는 다소 그의 소유욕을 느끼게 되어 불안감이 들었다.손을 휘적이며 표정으로 아직 자신에게 시간이 필요하니 놓아달라고 표현하고 싶었다.설영준은 그런 그녀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어쩌면 눈치채고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그는 점점 더 세게 끌어안았다. 꼭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에 대한 걱정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점차 숨이 막혀왔다. 당황한 눈빛으로 도움을 바라고 있었다.설영준은 그제야 그런 그녀의 상태를 인식하고 천천히 놓아주었다. 하지만 눈빛은 견고했기에 마치 송재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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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보고 싶어

송재이는 소리 없는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기 때문이다.설영준의 격렬한 포옹에 그녀는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다. 문예슬이 해원이를 옥상에서 밀어버리는 그 기억이 말이다.그 기억은 그녀가 잊으려고 노력하는 기억이었지만 그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매일 깊은 밤이 찾아오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면 마치 동영상 재생하듯 머릿속에 떠올라 그녀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설영준은 송재이가 흘리는 눈물을 보았다. 죄책감이 더 깊어져 버렸다.그는 자신이 이성을 잃기만 하면 그녀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악몽 같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침대에 앉아 우는 송재이를 무력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죄책감이 너무도 강하게 들었다.송재이의 손가락이 덜덜 떨리면서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을 들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렸지만, 최선을 다해 글자를 꾹꾹 눌렀다.[영준 씨, 이만 돌아가 줘. 나 혼자 있고 싶어.]설영준은 그녀가 작성한 문자를 보았다. 순간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자신의 충동적인 감정으로 송재이에게 위안이 되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더 큰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든 송재이를 잃을 것 같았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가로 갔다. 흐릿한 하늘을 막막한 눈길로 보았다.송재이는 그런 설영준의 모습을 보았다. 마음속의 갈등과 몸부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설영준의 그 포옹은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나온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포옹에 저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가슴 깊은 곳에선 설영준이 곁에 있어 주길 바라면서 그의 응원을 갈망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자꾸만 다가가면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를까 봐 두려웠다.혼자 침대에 누워있던 송재이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고요한 병실에 엄청 크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송재이는 눈을 감으며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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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또 다른 모습

어느덧 밤, 송재이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이 들어 겨우 잠든 그녀는 설영준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설영준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은 채 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보리밭을 걸어가고 있었다. 햇볕도 따사롭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불어왔다.그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어둠이 드리워지고 설영준의 얼굴에 미소도 사라졌다. 그는 어느새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송재이는 꿈속에서도 깊은 실망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필사적으로 설영준을 잡으려고 했지만 설영준은 그녀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갔다.눈을 뜨니 송재이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방금 꾼 꿈 때문에 불안해졌다.그녀는 아무리 도망치고 싶어도 사실은 여전히 설영준의 이해와 응원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한바탕 내적 갈등을 벌인 후 설영준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자세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와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날 송재이는 용기를 내어 설영준의 회사까지 찾아왔다.그녀는 로비 앞에서 심호흡한 뒤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설영준에게 해고당한 직원이 회사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옷매무새도 흐트러지고 안색은 초췌했을 뿐 아니라 두 눈엔 절망이 가득했다.남자의 손에는 팻말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설영준 대표님,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이었고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송재이는 그 직원의 이마에 새어 나온 피를 발견했다. 아마 죽음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그녀가 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 있는 설영준의 차였다. 설영준은 차에 탄 채 싸늘한 시선으로 직원을 지켜보고 있었다.설영준에게선 일말의 동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직원을 경멸하고 있는 듯했다.송재이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우뚝 멈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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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의심

송재이는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설영준의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도망을 선택했다.바로 학교로 달려온 그녀는 학원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려고 했다.그러나 학원으로 들어오자마자 이경하의 비서가 급하게 그녀를 맞이하며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송 선생님, 원장님이 하실 얘기가 있다고 얼른 방으로 오시라고 하네요.”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원장실로 들어가자 원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엔 문서 한 부가 있었다.“송 쌤, 오늘 송 쌤 앞으로 신고가 접수되었어요.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우리 학원에선 더는 송 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네요.”송재이는 순간 머리가 어질거렸다. 잘 못 들은 것은 아닐까 귀를 의심하기도 했다.“저를 해고하신다고요? 대체 왜죠? 제가 뭘 잘못한 거죠?”“여기에 상세한 신고 내용이 있습니다. 저희도 자세하게 조사하고 증거까지 찾아내서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니 얼른 짐을 챙기세요. 저희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희에게도 규정이라는 것이 있어서요. 이런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해고하는 게 저희 규정이에요.”송재이는 떨리는 손으로 문서를 받았다. 문서엔 상세하게 그녀의 ‘부당행위'에 관해 적혀 있었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도 있을 뿐 아니라 목격자 증언도 적혀 있었다.순간 당혹감과 분노가 느껴졌다.“이건 다 거짓이에요! 전 이런 일은 한 적 없다고요! 허위사실이에요!”“저희도 송 쌤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 뭘 어쩌겠어요. 혹시라도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차라리 법대로 해결하는 걸 추천해 드려요.”송재이는 무력감과 절망을 느꼈다. 어떻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할지 몰랐고 이런 허위사실을 누가 배후에서 만들어 낸 것인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전 최선을 다해 제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 하지만 제겐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 이렇게 빠르게 결정을 내리지 마시고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그녀는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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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해커

문예슬은 멈칫하더니 이내 차갑게 픽 웃었다.“송재이, 용케도 눈치챘구나? 그래, 맞아. 이 일은 나랑 연관이 있어. 하지만 잊지 마. 다 네가 자초한 일이라는 걸.”송재이는 발끝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한기에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문예슬! 너 지금 공적인 일로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 네 비열한 행동에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할 거야!”전화기 너머에 있던 문예슬은 그녀의 말에도 딱히 두려움이 없는 듯 오히려 웃어버렸다.“송재이, 넌 어차피 아무런 증거도 없잖아. 사람들이 네 말을 믿어줄 것 같아? 그냥 괜한 힘 빼지 말고 현실이나 받아들여.”분노가 치민 송재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가 손가락마저 하얗게 되었다. 몇 번의 심호흡 끝에 진정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화가 났다.전화를 끊은 후 문예슬은 살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몸을 돌려 맞은 편에 앉은 오빠 문성호를 보더니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오빠가 알려준 방법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송재이가 아무것도 못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통쾌하네요.”문성호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이건 시작일 뿐이야. 송재이가 감히 우리 집안을 건드렸으니 절대 편히 지내진 못할 거야.”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침묵하면서 머리를 굴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핸드폰을 들더니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연결되자마자 문성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명령했다.“나야, 문성호. 지난번에 내가 말해둔 것을 슬슬 진행해.”전화기 너머로 음성변조 처리된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문성호 님, 정말로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그러자 문성호는 픽 웃으며 두 눈을 서늘하게 빛냈다.“리스크가 크다고? 난 태어나서 그딴 걸 걱정해 본 적 없어. 넌 그냥 설영준이 지금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빼 오면 되는 거야.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그러자 해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결코 난이도가 높으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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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증언

송재이는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로 들어왔다. 그녀의 눈빛은 서늘하면서도 견고했다.주위를 두리번거리니 바로 창가에 앉아 있는 문예슬을 발견했다. 문예슬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어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그녀는 문예슬의 맞은 편에 앉았다.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바로 직설적으로 말했다.“문예슬, 우리끼리 서로 거짓말은 하지 말자. 학교에 나 신고한 사람 너지?”문예슬은 태연하게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저으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그게 뭐? 송재이, 대체 나한테서 어떤 대답을 원하는 건데? 아니면 나한테 그 신고 철수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온 건가?”송재이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했다.“난 그냥 이유를 알고 싶은 거야. 우리 사이에 원한이 될 만한 건 없지 않았나? 그런데 왜 자꾸 더러운 수단으로 날 괴롭히는 거지?”문예슬은 티스푼을 내려놓고 다소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왜라니? 네가 설영준을 좋아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두 사람이 날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생각 안 나? 난 그냥 너한테도 모든 걸 잃은 기분이 뭔지 알려주려는 거야.”송재이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문예슬이 더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예슬, 너 정말 미쳤구나. 네가 그러는 건 나뿐만 아니라 너까지 망치는 거라고.”문예슬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 속엔 광기와 절망이 가득했다.“미쳤다고? 그래, 어쩌면 미쳤겠지. 내가 정신병원에서 나온 뒤로 눈에 뵈는 게 없거든. 너랑 다르게 말이야. 그런데 너에겐 아직도 남은 게 있더라고. 명예랑 미래 말이야. 그래서 난 네게 남은 것들을 서서히 망쳐버릴 생각이야.”송재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문예슬과 대화를 나눌 가치가 없었다. 문예슬은 더는 정상이 아니었으니까.“문예슬, 난 네가 벌인 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반드시 증거 찾아서 네 계략을 전부 밝힐 거고 사람들에게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 밝힐 거야.”문예슬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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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위기

송재이는 핸드폰을 꽉 잡았다. 긴장감에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이내 문예슬의 번호를 찾아 누른 후 직설적으로 물었다.“문예슬, 난 네가 정신병원에서 그래도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넌 거기에 가서도 정신을 못차린 거였어.”전화기 너머에 있던 문예슬은 한참 침묵하더니 갑자기 차갑게 픽 웃으며 거만하게 말했다.“송재이, 넌 고작 그딴 곳이 날 온순한 양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은 거야? 정말 순진하긴. 그래, 하나 깨달은 건 있지. 강한 자만이 이 세상에 살아남는 다는 걸 깨달았지.”송재이는 숨을 깊게 들이 쉬면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네가 한 행동이 정말로 완벽 범죄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문예슬은 다소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분노는 전화기를 뚫고 나올 정도였다.“송재이, 넌 대체 뭘 믿고 나대는 거야? 고작 너 하나로 나한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두는 데, 나 문예슬은 살면서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 없어. 그러니까 주제 파악 좀 해. 자꾸 거슬리게 하지 말고.”핸드폰을 잡은 송재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협박은 나한테 안 통해. 난 반드시 진실을 밝혀서 세상 사람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 밝힐 거야!”문예슬은 송재이의 경고에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광기 가득한 목소리로 웃었다.“그래, 송재이.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하지만 네 처지부터 신경 쓰는 게 어때. 넌 이미 전부를 잃었잖아. 하지만 난 아니지. 난 당당하게 이곳에 서 있으니까.”화가 난 송재이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문예슬에게 화가 나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꼈다.온 오후 송재이는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기사를 읽고 있을 때 순간 그녀의 시선을 끄는 타이틀을 발견했다.[설한 그룹 주가 폭락]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클릭한 후 자세히 읽어보았다.기사엔 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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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문씨 가문

박윤찬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다소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재이 씨 말씀이 맞아요. 대단한 해커가 설영준 씨 컴퓨터를 해킹했어요. 그리고 안에 있던 기밀문서를 전부 빼돌렸죠. 이 일로 설한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저희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송재이는 가슴이 빠르게 되었다. 다소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영준 씨는 무슨 계획이래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요?”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영준 씨는 이미 계획을 실행하고 있어요. 일단 먼저 경찰에 신고했고 우리 기술팀에서 해커의 정보를 알아내고 있죠. 그리고 영준 씨는 회사의 법무팀과 함께 기밀문서 유출에 관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전화기 너머로 박윤찬은 계속 설영준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말해주었다.“재이 씨, 영준 씨는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에요. 경력이 아주 풍부하고 머리도 좋은 사람이라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죠. 영준 씨는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 했을 뿐 아니라 이미 다른 방법으로 국면을 안정시키려고 하고 있죠.”핸드폰을 든 송재이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녀는 열심히 박윤찬이 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영준 씨는 제가 잘 알아요. 분명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하겠죠. 영준 씨의 구체적인 계획이 뭔지는 알아요?”“일단 설영준 씨는 회사 임원진들을 소집하면서 긴급회의를 열었어요. 내부적으로 단결한 뒤 외부에 결의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죠. 영준 씨는 지금 순간에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게 회의를 하는 설영준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확실히 영준 씨 스타일이네요. 단합이 먼저죠.”“네, 맞아요. 그다음으로 영준 씨는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을 만나 상황에 관해 설명해준 뒤 최대한 손해 입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죠. 영준 씨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항상 뛰어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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