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660 챕터

제611화 체포

송재이와 설영준은 거실에 앉아 있었고, 방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리고 경찰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송재이는 직감적으로 문예슬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추측을 증명할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이때, 설영준의 휴대폰이 문득 울렸다.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다름 아닌 어머니 오서희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휴대폰 너머로 문예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영준 씨가 송재이랑 같이 있는 거 아니까 섣부른 행동은 삼가길 바랄게요.”그녀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지금 여사님이 옆에 계시니까 만약 경찰에 신고하거나 날 찾으려고 한다면 여사님의 안전은 책임질 수 없어요.”송재이와 설영준이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설영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대체 원하는 게 뭐지?”“간단해요. 영준 씨랑 송재이 단둘이서 날 만나러 오는 거.”문예슬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곧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줄 테니까 그전까지 무조건 내 말에 따라야 해요.”송재이는 설영준의 손을 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영준 씨, 절대로 상대방의 목적을 이루게 해서는 안 돼. 사모님을 구하고 문예슬의 음모를 밝혀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본인의 무능력함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알아, 하지만 모험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커.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해.”송재이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럼 일단 문예슬의 요구에 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워. 아무런 준비 없이 만나러 가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우선 사모님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해.”설영준도 송재이의 말에 동의하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송재이는 믿을 만한 사립 탐정한테 연락해서 문예슬의 은신처를 찾고 오서희부터 안전하게 구하기로 했다.한편, 설영준은 변호사에게 전화해 법적인 면에서 도움받기를 바랐다.비록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걸 알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법이다.몇 시간 후 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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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상처

경찰의 삼엄한 감시 아래 오서희는 보안이 철저한 취조실로 안내받았다.비록 안색은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단호하고 결연했다.문예슬이 들어서는 순간 두 여자의 시선이 부딪쳤고, 마치 불꽃이 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먼저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오서희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문예슬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문예슬, 도대체 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한 거야? 날 납치한다고 해서 영준과 송 선생님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것 같아?”문예슬은 피식 웃으며 광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쥐락펴락? 아니요. 단지 이 세상이 본인들의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계획이었죠. 사랑으로 뭐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겠지만 현실은 훨씬 더 가혹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오서희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넌 지금 남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격이야. 과연 그런다고 사람들이 동정해 줄 것 같아?”문예슬의 감정이 한층 격해지더니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동정? 난 동정 따위 필요 없어요. 단지 송재이한테서 대가를 받아내고 싶었을 뿐이죠. 영준 씨를 빼앗아 가고, 원래 내가 누려야 하는 모든 것을 망가뜨렸으니까!”오서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비아냥거렸다.“송 선생님은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전부 다 영준이가 스스로 선택한 거야. 하지만 네가 저지른 행동은 뭇사람의 비웃음만 사겠지. 왜냐하면 넌 이미 미쳤거든.”“미쳤다니?”문예슬은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렀다.“당신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은 범인이 바로 당신들이라고!”악을 쓰는 소리가 취조실에 울려 퍼질 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설영준과 송재이가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설영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문예슬을 빤히 쳐다보았다.“당신이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범행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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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말 못 할 비밀

취조실 대치를 끝으로 정식으로 체포된 문예슬은 현장을 벗어나 차가운 철창과 법의 심판을 마주했다.구치소에서 분노를 주체할 수 없던 마음은 어느새 절망과 억울함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자신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고, 앞으로 받게 될 처벌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문성호는 변호사 사무실을 서성거렸고 미간을 찌푸린 채 갈팡질팡했다.변호사로서 법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문예슬의 오빠로서 핏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이내 걸음을 멈추고 수화기를 들어 구치소 번호로 전화를 걸더니 문예슬의 면회를 다시 신청했다.구치소 면회실에서 두 남매는 마주 앉았고, 문성호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드미컬하게 말했다.“예슬아, 네가 설영준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 이제 설영준도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고개를 든 문예슬의 눈에 의혹과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죠? 저한테 뭘 원하는 거예요?”문성호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고, 문예슬에게 바짝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힌트를 줬다.“설영준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소해. 단지 이러한 혐의 자체만으로 명예 훼손은 물론 설씨 가문의 사업까지 영향을 미칠 거야.”문예슬은 깜짝 놀랐다. 예상치도 못한 오빠의 제안에 목소리마저 떨렸다.“하지만 가짜라는 게 밝혀지면 우린...”“가짜라니?”문성호가 그녀의 말을 끊더니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예슬아, 지금은 단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했을 뿐이야. 외부인은 설영준과 네 과거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끝까지 시치미를 뗀다면 과연 의심할 사람이 있을까?”갈등에 빠진 문예슬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비록 극도로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설영준을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여동생의 표정을 보자 문성호는 자신의 제안이 먹혔다는 것을 눈치채고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잘 생각해 봐, 예슬아.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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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전세 역전

이사회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고, 공중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기는 것 같았다.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는 설영준의 앞에 서류와 노트북이 놓여 있었고, 표정은 차분하면서 단호했다.심보가 고약한 이사 몇 명이 맞은편에서 마치 승리를 거머쥔 듯 비열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중 전유지 이사가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도발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현재 여론의 위기를 감안해서 회사가 외부의 압력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떠세요?”설영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흘긋 쳐다보더니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전 이사께서 오해한 것 같은데 난 쉴 생각이 없어요. 게다가 회사를 향한 믿음도 여전하죠.”이어서 또 다른 이사 이민철이 잽싸게 말을 보탰다.“대표님, 저희도 회사를 위해서 제안하는 거예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미 그룹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는데 한 사람 때문에 회사 전체 운영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없잖아요.”이때, 송재이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이사님께서 말씀하신 ‘개인적인 사정’은 조작이에요. 대표님은 항상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해 왔고, 본인의 명예와 회사의 이익을 일치하기 위해 노력했죠.”설영준의 휴대폰이 문득 울렸고, 증거를 확보했으니 행동을 개시해도 된다는 임상훈의 문자를 받았다.설영준의 눈동자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에 있는 이사들을 둘러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오늘 여러분과 더욱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려고 회의를 소집했어요.”말을 마치고 나서 회의실의 대형 스크린을 켜고 임상훈이 제공한 증거 자료를 하나하나 보여주었다.“바로 장 이사와 이 이사가 외부인 문성호와 결탁해 이번 사건을 발판 삼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증거입니다.”시한폭탄 같은 말에 회의실은 발칵 뒤집혔다.전유지와 이민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더듬거리며 반박하기 시작했다.“이건... 모함입니다! 저희는 그런 적이 없...”설영준이 두 사람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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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이간질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가득 찼고, 카메라와 마이크는 일제히 단상에 서 있는 설영준을 향했다.긴장감이 감도는 현장에서 다들 기대하는 얼굴로 설영준의 발언을 기다렸다.다크 네이비 정장 차림의 설영준은 유난히 차분하고 침착하게 보였다.이내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존경하는 기자님들, 오늘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 저와 우리 회사에 대해 떠도는 허위 보도를 정정하기 위해서 이번 기자회견을 개최했어요.”한 기자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설영준 씨, 혹시 오보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대응했다.“물론이죠. 최근 일각에서 제가 사업하면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거나 문예슬 씨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암시하는 루머가 떠돌아다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떠한 사실적 근거도 없는 날조된 혐의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또 다른 기자가 질문을 이어갔다.“그럼 본인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는 있나요?”설영준이 싱긋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제 결백은 물론 이러한 허위 고발은 전부 문성호 씨의 조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가 있죠. 명예를 훼손하고 우리 회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저랑 여동생인 문예슬 씨의 과거를 이용해 꾸민 음모였어요.”한 여기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날카로운 말투로 쏘아붙였다.“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에서 공개 가능한가요?”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던 법무팀 직원에게 증거를 보여 달라고 눈짓을 보냈다.이내 대형 스크린에서 문서와 이메일 내용, 녹음 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고 문성호의 음모가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설영준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러한 증거들은 이미 경찰에 제출했으며 법의 공정한 심판을 받을 거로 믿어요. 또한 기자님들한테도 허위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사실을 보도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기자들이 방금 보여준 증거에 대해 의논하며 귓속말로 숙덕거렸다. 설영준의 답변과 제시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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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질투

면회실을 나선 송재이는 갈팡질팡한 나머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비록 문예슬에게 무심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가시처럼 가슴 속에 깊숙이 박혔다.따라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답변이 필요했다.송재이는 설영준을 찾아가 불안한 눈빛으로 떠보았다.“영준 씨, 사실대로 얘기해줘. 문예슬이 영준 씨가 차를 사준 적이 있다고 했는데 진짜야?”설영준은 송재이를 바라보았다. 이 질문이 그녀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는지라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이내 심호흡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한테 굳이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차를 사준 적이 있는 건 사실이야.”송재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갑작스러운 배신감에 고통이 밀려왔다.“왜? 왜 그랬어?”설영준이 다가가 송재이의 손을 잡았고, 목소리에 후회가 묻어났다.“마침 우리 사이가 안 좋을 때라서 그만 실수를 해버렸어. 사실 나한테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한 질투심 유발 작전이었지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나도 알아. 지금은 너무 후회해.”송재이는 허탈한 기분이 들어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영준 씨,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문예슬의 성격을 뻔히 알면서 이런 식으로 우리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니!”이내 속으로 만감이 교차하면서 질투가 마치 교활한 독사처럼 가슴을 후벼팠다.고작 이런 이유로 질투를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특히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그녀의 질투심 때문에 본인은 물론 두 사람의 관계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송재이는 치열한 사상 투쟁을 벌였다.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했던 날들이 너무 그리워 설영준과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해원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다름 아닌 두 사람의 불화로 인해 미래를 잃은 무고한 어린 생명체 말이다.송재이는 서재에 홀로 앉아 있었다. 주위에는 설영준과 함께 골랐던 책과 장식품이 가득했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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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직면

그리고 손으로 어깨를 짚자마자 그녀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화들짝 놀라며 밀어냈다.공포에 질린 눈빛과 패닉에 빠진 표정,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은 마치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야... 영준 씨, 난 글렀어.”송재이는 흐느끼며 말하더니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머릿속은 온통 해원뿐이라서 지워지지 않아. 그동안의 일을 어떻게 그리 쉽게 잊겠어?”설영준은 마치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싶었고, 무력감이 느껴져 고통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송재이를 강요할 수 없는지라 충분한 공간과 시간을 주기로 했다.“알았어.”이내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기다릴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네가 극복할 때까지 기다려 줄게.”송재이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도망치듯 서재를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문을 닫고 등을 기대었는데 눈물이 또다시 조용히 흘러내렸다.밤이 깊었지만 침대에 누운 송재이는 도무지 잠이 들지 않았다.머릿속은 뒤죽박죽 했고, 고통에 빠져 허덕이고 있었다.비록 힘들게 꿈나라로 떠났으나 평화로운 안식처가 되어주지는 못했다.꿈속에서 송재이는 해원을 보았다. 귀여운 소녀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설영준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이내 손을 뻗어 끌어안으려는 순간 아이는 웃음기가 싹 사라지더니 두려움과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바뀌었다.“엄마, 왜 날 버렸어요?”낭랑한 목소리가 꿈속에서 메아리쳤다.“엄마, 나 무서워요. 너무 추워...”송재이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 비록 목놓아 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뛰어가려고 해도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결국 해원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마냥 지켜보기만 했다.“안 돼!”송재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둠과 적막만이 그녀를 반겨주었다.결국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의 죄책감과 고통을 직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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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치료

설영준은 송재이의 반감과 고통을 잘 알고 있기에 억지로 강요하는 대신 인내심을 가지고 곁을 지키면서 심리 치료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그리고 지인 추천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입소문이 자자한 심리상담사를 찾았다.상담사는 전문 지식이 뛰어날뿐더러 자상하고 끈기가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복잡한 감정 문제를 처리하는 데 능숙했다.설영준과 함께 송재이는 첫 번째 심리 치료를 시작했다.진료실에 앉아 있는 그녀는 한 편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차올라 만감이 교차했다.심리상담사 이서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송재이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그녀도 서서히 마음을 열려고 노력했다.처음에는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포함한 별 보잘것없는 일들을 털어놓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설영준과 이서군의 격려와 지지에 힘입어 점차 꼭꼭 숨겨둔 아픈 기억을 언급하기 시작했다.송재이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 무의식 중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나뭇잎 틈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카펫 군데군데 그림자를 생성했다.이서군은 송재이의 맞은편에 앉아 펜과 노트를 손에 들고 그녀가 했던 얘기를 빠짐없이 기록할 준비를 했다.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재이 씨,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망설이는 것 같은데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송재이는 손에 있던 휴지를 움켜쥐고 흔들리는 시선으로 대답했다.“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기억이라 매번 끄집어낼 때면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아요.”설영준은 송재이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격려의 눈빛을 보냈다.“재이야, 내가 있잖아. 넌 혼자가 아니야. 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송재이는 심호흡하고 설영준을 돌아보더니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영준 씨, 고마워. 영준 씨가 있어서 안심돼.”이서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재이 씨가 느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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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위로

이서군과 설영준의 설득에 송재이도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지만 끔찍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순간 문예슬을 향한 원망이 속에서 꿈틀거렸다.“문예슬!”송재이의 두 눈에 분노와 고통이 담겨 있었다.“뭐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수수방관했어. 문예슬 때문에 해원을 잃었으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설영준은 송재이의 손을 꼭 붙잡았고,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져 서둘러 다정하게 타일렀다.“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원망은 고통만 안겨줄 뿐이야. 부정적인 정서를 받아들이고 해소하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때?”이서군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보탰다.“원한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 줄 수 있는 굉장히 강한 감정이죠. 이러한 기분이 드는 이유를 찾아보고 다른 방법으로 대처 가능한지 함께 알아봐요.”송재이는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다.“알아요, 두 사람 말이 맞아요. 하지만 매번 해원을 떠올릴 때마다 제 무능력함 때문에 떠나보냈다는 사실에 마치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파요.”첫 번째 상담이 끝나고 이서군의 진료실을 나서는 순간, 송재이는 치료를 진행하며 모든 기력을 소진한 사람처럼 기진맥진했다.몸은 천근만근이며, 다리도 휘청거렸다.설영준은 그녀를 부축해서 함께 진료실을 나섰다.송재이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방금 나눴던 대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눈빛이 공허했다.“재이야, 잘했어.”설영준이 위로를 건넸다.“이러한 감정을 마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첫발을 내디디는 데 이미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해.”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지금은 단지 너무 피곤할 뿐이야. 남한테 털어놓으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나빠진 것 같아.”설영준은 이해한다는 듯 동조했다.“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니까 걱정하지 마. 감정을 분출함으로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항상 옆에서 응원해줄게.”두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했고, 설영준은 문을 열고 송재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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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극심한 통증

어느 날 점심시간, 송재이는 사무실에 앉아 잠깐의 여유를 만끽할 참이었다.이때, 코를 찌르는 매캐한 연기 냄새가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뜨렸다.처음에는 근처 어딘가에서 작은 불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문틈과 창문 사이로 뿌연 연기가 밀려들기 시작했고 멀리서 소음과 비명이 동시에 들려왔다.혼란 속에서 송재이는 겨우 눈을 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제야 학교에 불이 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물론 그녀도 즉시 패닉에 빠졌지만 그동안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응급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웠다.그리고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라 벌떡 일어나 휴대폰과 가방을 챙겼다.사무실 문을 열자 후끈거리는 열기와 짙은 연기가 그녀를 덮치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기침했지만 해로운 연기의 흡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빨리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탈출로를 따라 이동했고, 동시에 큰 소리로 외치며 아직 사무실이나 교실에 있을지도 모르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비상 상황을 상기시켰다. “다들 날 따라오세요!”비록 본인도 두려웠지만 목소리만큼은 단호하고 확신이 넘쳤다.짙은 연기와 혼돈 속에서 송재이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그녀는 겁에 질린 학생들과 교사들을 이끌고 계단을 내려와 신속하고 질서 있게 대피했다.모두를 걱정하는 마음에 행여나 뒤처지는 사람은 없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체크했다.그리고 대피시키던 와중에 송재이는 실수로 바닥의 잡동사니에 걸려 넘어졌다.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가득 메운 짙은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주변 상황을 즉각 판단하기 힘들었다.비록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 일어서려고 발버둥 쳤다.하지만 안간힘을 써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현기증이 밀려오더니 의식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정신을 잃기 직전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면서 그녀를 향한 도움의 손길도 느껴졌다.그러고 나서 모든 게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다시 눈을 떴을 때 송재이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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