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실 대치를 끝으로 정식으로 체포된 문예슬은 현장을 벗어나 차가운 철창과 법의 심판을 마주했다.구치소에서 분노를 주체할 수 없던 마음은 어느새 절망과 억울함으로 서서히 바뀌었다. 자신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고, 앞으로 받게 될 처벌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문성호는 변호사 사무실을 서성거렸고 미간을 찌푸린 채 갈팡질팡했다.변호사로서 법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지만, 문예슬의 오빠로서 핏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이내 걸음을 멈추고 수화기를 들어 구치소 번호로 전화를 걸더니 문예슬의 면회를 다시 신청했다.구치소 면회실에서 두 남매는 마주 앉았고, 문성호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리드미컬하게 말했다.“예슬아, 네가 설영준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 이제 설영준도 고통을 맛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고개를 든 문예슬의 눈에 의혹과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죠? 저한테 뭘 원하는 거예요?”문성호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고, 문예슬에게 바짝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힌트를 줬다.“설영준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소해. 단지 이러한 혐의 자체만으로 명예 훼손은 물론 설씨 가문의 사업까지 영향을 미칠 거야.”문예슬은 깜짝 놀랐다. 예상치도 못한 오빠의 제안에 목소리마저 떨렸다.“하지만 가짜라는 게 밝혀지면 우린...”“가짜라니?”문성호가 그녀의 말을 끊더니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예슬아, 지금은 단지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택했을 뿐이야. 외부인은 설영준과 네 과거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끝까지 시치미를 뗀다면 과연 의심할 사람이 있을까?”갈등에 빠진 문예슬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비록 극도로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설영준을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여동생의 표정을 보자 문성호는 자신의 제안이 먹혔다는 것을 눈치채고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잘 생각해 봐, 예슬아.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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