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29화 위기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송재이는 핸드폰을 꽉 잡았다. 긴장감에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이내 문예슬의 번호를 찾아 누른 후 직설적으로 물었다.

“문예슬, 난 네가 정신병원에서 그래도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넌 거기에 가서도 정신을 못차린 거였어.”

전화기 너머에 있던 문예슬은 한참 침묵하더니 갑자기 차갑게 픽 웃으며 거만하게 말했다.

“송재이, 넌 고작 그딴 곳이 날 온순한 양으로 만들어 줄 거라고 믿은 거야? 정말 순진하긴. 그래, 하나 깨달은 건 있지. 강한 자만이 이 세상에 살아남는 다는 걸 깨달았지.”

송재이는 숨을 깊게 들이 쉬면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엔 힘이 느껴졌다.

“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구나. 네가 한 행동이 정말로 완벽 범죄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문예슬은 다소 광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분노는 전화기를 뚫고 나올 정도였다.

“송재이, 넌 대체 뭘 믿고 나대는 거야? 고작 너 하나로 나한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말해두는 데, 나 문예슬은 살면서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 없어. 그러니까 주제 파악 좀 해. 자꾸 거슬리게 하지 말고.”

핸드폰을 잡은 송재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네 협박은 나한테 안 통해. 난 반드시 진실을 밝혀서 세상 사람에게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전부 밝힐 거야!”

문예슬은 송재이의 경고에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 광기 가득한 목소리로 웃었다.

“그래, 송재이.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하지만 네 처지부터 신경 쓰는 게 어때. 넌 이미 전부를 잃었잖아. 하지만 난 아니지. 난 당당하게 이곳에 서 있으니까.”

화가 난 송재이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문예슬에게 화가 나면서도 자신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꼈다.

온 오후 송재이는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기사를 읽고 있을 때 순간 그녀의 시선을 끄는 타이틀을 발견했다.

[설한 그룹 주가 폭락]

송재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클릭한 후 자세히 읽어보았다.

기사엔 설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0화 문씨 가문

    박윤찬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다소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재이 씨 말씀이 맞아요. 대단한 해커가 설영준 씨 컴퓨터를 해킹했어요. 그리고 안에 있던 기밀문서를 전부 빼돌렸죠. 이 일로 설한 그룹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되었죠. 하지만 저희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송재이는 가슴이 빠르게 되었다. 다소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영준 씨는 무슨 계획이래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을까요?”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영준 씨는 이미 계획을 실행하고 있어요. 일단 먼저 경찰에 신고했고 우리 기술팀에서 해커의 정보를 알아내고 있죠. 그리고 영준 씨는 회사의 법무팀과 함께 기밀문서 유출에 관한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전화기 너머로 박윤찬은 계속 설영준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말해주었다.“재이 씨, 영준 씨는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에요. 경력이 아주 풍부하고 머리도 좋은 사람이라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죠. 영준 씨는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 했을 뿐 아니라 이미 다른 방법으로 국면을 안정시키려고 하고 있죠.”핸드폰을 든 송재이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녀는 열심히 박윤찬이 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영준 씨는 제가 잘 알아요. 분명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하겠죠. 영준 씨의 구체적인 계획이 뭔지는 알아요?”“일단 설영준 씨는 회사 임원진들을 소집하면서 긴급회의를 열었어요. 내부적으로 단결한 뒤 외부에 결의와 이번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죠. 영준 씨는 지금 순간에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송재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게 회의를 하는 설영준의 모습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확실히 영준 씨 스타일이네요. 단합이 먼저죠.”“네, 맞아요. 그다음으로 영준 씨는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을 만나 상황에 관해 설명해준 뒤 최대한 손해 입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죠. 영준 씨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항상 뛰어났으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1화 도발

    설영준은 예전에 송재이에 대한 불만을 회상했다. 그때의 설영준은 그녀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여 분노와 실망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는 송재이의 따뜻한 관심을 받았다. 이는 그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따뜻한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영준은 사무실 소파 앞에 앉아 깊은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 “저 확실히 예전에는 송재이한테 좀 실망했었어요. 송재이가 저희 사이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박윤찬은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며 약간의 위로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의 문제는 복잡해요. 재이 씨는 아마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던 것일 수도 있어요.” 설영준은 송재이의 관심과 자신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갑자기 박윤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를 탐색하려는 눈빛이 비쳤다. “윤찬 씨,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박윤찬은 설영준의 표정을 보고 다소 놀라며 물었다. “무엇을 물어보고 싶으신 거죠?” 설영준은 직접적으로 물었다. “윤찬 씨는 아직도 송재이를 좋아하나요?” 박윤찬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설영준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질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그는 곧 감정을 다스리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영준 씨, 재이 씨에 대한 제 감정이 변한 적 없다는 것은 인정할게요. 하지만 저는 영준 씨와 재이 씨 사이의 감정도 존중해요. 만약 어느 날 영준 씨가 재이 씨를 포기한다면, 저는... 저는 재이 씨를 계속 지켜줄 거예요.” 설영준은 박윤찬의 대답을 듣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의 웃음 속에는 조금의 날카로움이 담겨 있었고, 그는 돌아서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윤찬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질투와 불만이 담겨 있었다. “박윤찬 씨, 당신은 정말 감정이 깊은 사람이군요. 이렇게 애틋하게 지켜주려 하다니, 감동받을 뻔했어요. 하지만 윤찬 씨가 하는 이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는 좀 너무 진부하지 않아요?” 박윤찬은 설영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2화 덫에 걸리다

    설영준은 박윤찬의 보장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평온함을 찾지 못했다. 송재이의 문제로 그는 전례 없는 좌절감과 불안함을 느꼈지만,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한 그룹의 위기가 더 시급하기에 빨리 처리되어야 했다.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아 감정을 조절한 후, 문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설영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직접적이었다. “문 대표님, 저희 얘기 좀 하시죠.” 전화 건너편의 문성호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고, 마치 설영준의 전화를 예상한 듯했다. “설 대표님, 최근에 몇 가지 작은 문제로 저를 찾는 것 같군요. 언제든지 기다릴게요.” “반 시간 후, 자주 가던 그 장소에서 만나요.” 말이 끝나자 설영준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번 만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했다. 누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지는 상관없었다. 한편, 문성호는 신속하게 행동에 나섰다. 전화를 끊은 후, 자신이 고용한 사립 탐정에게 연락했다. “나야, 새로운 상황이 있어. 설영준이 뭔가 행동할 가능성이 있어. 설영준의 모든 움직임을 긴밀히 주시하고, 언제든지 나에게 보고해.” 사립 탐정은 전화 너머에서 짧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처리할게요.” 문성호는 전화를 끊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계획과 설계에 대해 매우 자신이 있었고, 설영준의 어떤 반격도 예상하고 있었다. 반 시간 후, 설영준과 문성호는 그들이 자주 가는 개인 카페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대치는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문성호는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는 설영준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었다. 설영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문 대표님, 저희 솔직하게 이야기합시다. 설한 그룹의 최근 주식 폭락과 해커 사건, 문 대표님이 하신 건가요?” 문성호는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설 대표님, 저는 억울하네요.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3화 보증

    사실, 설영준은 문성호와 전화 통화 중 이미 계획을 세웠다. 그는 문성호가 자신에게 어떤 수단을 쓸지 알았기에 미리 준비했다. 사립 탐정이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설영준이 배치한 사람들이 이미 대기 중이었다. 몇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빠르게 접근해 사립 탐정을 둘러쌌다. 탐정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도망치려 했지만, 곧 설영준의 사람들에게 제압당했다. 그들은 가차 없이 탐정에게 일침을 가하며 단기간 내로 그가 추적이나 감시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설영준의 사람들은 작전이 끝난 후 신속하게 철수하며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모든 것이 조용히 진행되었고, 문성호는 아직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카페 안에서 문성호는 전화를 끊은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계획에 몰두해 있어서 설영준의 반격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한편, 설영준은 사무실에서 조용히 앉아 책상 위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고, 자신의 계획이 초보적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성호, 당신만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해.” 설영준은 이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었고, 이미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설영준은 결코 보수적으로 대처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과 설한 그룹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취할 것이다. 한편, 설영준의 법률팀은 문성호의 행동을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반격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찾고 있었다. 설영준은 자신이 냉정하고 집중만 한다면, 결국 진실을 밝히고 문성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디어 측에서는 기자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곧 화제가 될 것이었다. 설영준은 이를 예측하고 있었고, 그의 홍보팀은 이러한 부정적인 뉴스가 설한 그룹에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설영준의 별장은 조용한 교외 한가운데 숨어 있어 도시의 소음에서 멀리 떨어져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4화 혼란

    사립 탐정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가득했다. 그는 설영준을 위해 증언하기로 선택하면, 문성호와는 완전히 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그의 미래는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설 대표님, 당신의 제안은 매력적이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당신이 저를 이용한 후 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습니까?” 설영준은 이미 예상한 듯 가볍게 미소 지으며, 서랍에서 한 개의 파일을 꺼내 사립 탐정 앞에 내밀었다. “당신의 걱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준비 없는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사립 탐정은 의아해하며 파일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의 아내와 딸의 사진, 그리고 그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그의 얼굴은 즉시 창백해지고, 손가락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당신... 당신 이게 무슨 짓입니까?” 설영준은 의자에 기대어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에게 당신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진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사립 탐정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그는 항상 자신이 다른 사람을 조사했고 다른 누군가에게 조사당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는 전례 없는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설 대표님, 당신은...” 탐정이 말하려 했지만, 설영준이 그의 말을 끊었다. “저는 악의가 없습니다. 저는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또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드릴 것입니다.” 사립 탐정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며 감정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는 설영준이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동시에 이것이 문성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좋습니다, 설 대표님. 저... 협력할게요.” 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사립 탐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건 현명한 선택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5화 전략

    사립 탐정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일은 설영준과 맞서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지혜와 경험으로 이 복잡한 세상에서 능숙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에게 가혹한 타격을 주었다. 설영준의 수단과 자원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그는 마치 손안에서 놀아나는 개미처럼 무력하게 느껴졌다. “설 대표님, 제가 당신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제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저는 단지 당신의 체스판 위의 한 마리 말일뿐이였네요.” 설영준은 미소를 지으며, 탐정의 깨달음에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드디어 깨달았군요. 이 세상에서는 힘과 정보가 진정한 왕도입니다. 저희 사이의 게임은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사립 탐정은 깊은숨을 쉬었다.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았고, 설영준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설영준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이 문성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설 대표님, 제가 당신 편에 서게 되었으니, 진실하게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이상 의심이나 숨김이 없기를 원합니다.” 설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합니다. 저는 당신의 전문성과 능력이 필요하고, 당신은 저의 보호와 자원이 필요합니다. 저희의 목표가 일치하니, 협력해야만 함께 이길 수 있습니다.” 사립 탐정은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었지만, 이미 돌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설영준을 믿기로 결심하고, 이번 협력이 자신이 기대하는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눈빛은 단호했다. “먼저, 상세한 계획을 세워 각 단계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행동으로 옮겨 문성호의 음모를 한 번에 깨뜨려야 합니다.” 사립 탐정은 설영준이 문성호에 대처하려는 계획을 들으면서, 문성호 역시 만만치 않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6화 동요

    사립 탐정과 설영준은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그 재무 고문에게 접근하고 설득하기 위한 상세한 계획을 세웠다. 사립 탐정은 자신의 인맥과 조사 기술을 활용하여 고문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그들은 고문이 한 사적인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고, 이는 그에게 접근할 기회가 되었다. 설영준은 우연한 만남을 마련해, 문성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고문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만찬 당일 밤, 사립 탐정과 설영준은 손님으로 위장하고 연회 현장에 섞여 들어갔다. 그들은 문성호의 눈길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결국 연회의 한구석에서 그 재무 고문을 찾았다. 연회의 소란 속에서, 사립 탐정과 고문은 칸막이 뒤의 작은 원탁에 앉아 있었고, 주위는 낮은 대화 소리와 부드러운 재즈 음악으로 가득했다. 사립 탐정은 최대한 편안한 태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최근에 골동품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몇몇 수집가를 아는데, 함께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고문은 살짝 미소 지었지만, 눈빛의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골동품? 아, 네. 역사에 항상 관심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매력적이지요? 오래된 비밀처럼, 한 번 밝혀지면 많은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고문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며, 사립 탐정의 말속에 숨은 의미를 감지한 듯했다. “비밀이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립 탐정은 살짝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모두가 다 알다시피, 어떤 비밀은 드러나면 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꿉니다.” 이때 설영준은 사람들 속에서 사립 탐정과 고문의 대화를 주목했고, 고문 얼굴에 불안이 드리워진 것을 보았다. 설영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사립 탐정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동시에 연회의 다른 쪽으로 이동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몇 가지 소장품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 가치가 저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37화 동반 매장

    고문이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뜻을 내보이자, 사립 탐정은 그들이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그들은 일어나 이 시끌벅적한 장소를 조용히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문성호의 측근이 무언가를 느낀 듯 그들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그는 그들이 측근의 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사립 탐정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그의 주의를 끌게요. 당신은 측문으로 고문과 함께 나가요.” 사립 탐정은 잠시 망설였지만, 설영준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심해요.” 사립 탐정은 간단히 대답한 후, 재빨리 고문과 함께 측문으로 이동했다. 설영준은 연회의 중심으로 걸어갔고, 그의 시선은 측근에게 고정되었다. 그는 일부러 한 웨이터를 밀쳐서 혼란을 일으켰다. “앗, 정말 죄송합니다!” 설영준은 주변의 손님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허둥지둥하며 웨이터가 떨어뜨린 술잔과 음식을 주워주려 애썼다. 측근은 이 갑작스러운 혼란에 이끌려 그쪽으로 다가갔고, 찡그린 얼굴로 설영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보려 했다.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측근이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영준은 고개를 들어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단지 웨이터와 부딪힌 것뿐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측근은 설영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그가 의심스러운지 판단하려 했다. 설영준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웨이터가 떨어뜨린 것을 계속 정리했다. 그 사이, 사립 탐정과 고문은 이미 측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립 탐정은 경계하며 뒤를 돌아봤고, 아무도 그들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이쪽으로 가세요.” 사립 탐정이 고문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재빨리 측문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설영준은 측근의 시선이 점차 느슨해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의

최신 챕터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60화 포기하면 안 돼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