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851 - Chapter 860

904 Chapters

제851화

백건은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리며 툭 내뱉었다.“그럼 아무 호칭도 부르지 마.”몇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남서연 역시 멍한 얼굴이었다.백건의 성격은 언제나 종잡을 수 없었다.파티가 끝난 후.남서연은 사촌 오빠 몇 명들과 함께 별장을 나섰다.그녀는 문 앞에 서서 남우영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멀지 않은 모퉁이에서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남서연이 궁금한 마음에 가서 살펴보니 모퉁이 빈터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가 한 종업원을 때리고 있었다.바로 와인을 한서연의 드레스에 쏟은 그 종업원이었따.“그만...”남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업원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제발 그만 때리세요. 제가 사실대로 말할게요... 사실은 유승아 씨의 고모님께서 그렇게 시키셨어요. 서연 아가씨가 파티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려고요.”남서연은 화들짝 놀랐다.유승아의 고모라면 아마 유미를 말하는 것 같았다.“꺼져.”양복남이 명령하자 종업원은 허둥지둥 도망쳤다.남서연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양복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을 때도 그녀는 발견하지 못했다.남자는 남서연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여기 계셨어요?”남서연은 남자의 낯선 얼굴을 보고 어느 사촌 오빠의 부하인지 알 수 없었다.“폭력은 불법이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모진 수법으로 묻지 마세요.”남자는 공손히 대답했다.“네. 아가씨.”남서연은 정문으로 돌아갔고 남우영을 따라 차에 올라 떠났다....다음 날 아침.남서연은 평소대로 출근했다.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좀 가라앉고 엄숙했다.디렉터가 대표 사무실에 갔다가 돌아온 후 안색이 매우 안 좋았다.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곧 상자를 들고 말없이 떠났다.온 사무실이 완전히 들끓었다.“대체 무슨 일이에요?”“몰라요. 디렉터 님이 왜 갑자기 물건을 챙겨 떠난 거예요?”“설마 해고당한 걸까요? 절차도 안 밟고 이렇게 매정하게 내쫓은 걸까요?”“신임 대표가 성격이 괴팍하고 종잡을 수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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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그쪽은?”남서연이 물으려는데 남자가 공손히 말했다.“저는 대표님의 비서 하현우입니다.”남서연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안녕하세요.”“안으로 드시죠. 아가씨.”하현우가 문을 열고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했다.남서연은 몇 초 동안 망설였다. 어젯밤에 종업원이 그녀의 드레스를 더럽힌 것을 이 남자가 왜 조사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건 아주 작은 일이었고 종업원이 고의적이라고 해도 그녀의 품위를 손상시킨 건 없었다.남서연은 사무실로 들어갔다.커다란 사무실은 밝고 심플했으며 호화롭고 대범했는데 통유리창 앞에 깨끗한 사무용 책상이 있었다.블랙 수트를 입고 우아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는 남자의 모습은 아주 매력적이었다.남서연은 그를 본 순간부터 괜히 마음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고민했다.삼촌은 통하지 않았다.“대표님, 저 찾으셨어요?”남서연이 다가가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백건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도 들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계속 수중의 서류를 보았다.남서연은 손가락을 꼬며 호흡이 더욱 어지러워졌고 남자의 잘생긴 옆모습을 바라보니 그녀의 몸은 떨릴 정도로 긴장되어 있었다.‘날 불러 놓고 왜 말도 안 하지?’남서연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바로 잡았다. 절대 사랑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고.“대표님?”남서연이 다시 한번 불렀지만 백건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백건 씨,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죠?”남서연은 이미 화가 나 있었다.그러나 백건은 다른 서류를 집어 들고 펼쳤다.남서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이런 천대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열이 차서 말했다.“백건, 사람을 왜 불렀냐고?”백건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손을 뻗어 서류 한 장을 뽑아 그녀를 올려다보며 건넸다.남서연은 멍해졌다.그의 반응을 보고 또 그가 건네준 서류를 보았다.이 남자는 깊고 어두운 눈으로, 차갑지만 아주 심오한 눈빛으로 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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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백건은 계약서를 가져가서 한번 보고는 덮고 서랍에 넣었다.“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남서연이 묻자 백건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남자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윽한 눈빛에 남서연은 영문을 몰라 당황했다.“너...”백건이 말을 하려는데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건아.”유승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노크 없이 바로 문을 열고 들어온 유승아는 남서연이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서연이도 있었네?”남서연은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승아 언니 오셨어요?”유승아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두 사람 방해했나? 나 잠시 나갈까...”백건이 바로 그녀를 불러세웠다.“아니야.”이윽고 남서연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더 할 말 없으니 나가봐.”남서연은 가슴이 조금 답답하고 아팠다.그녀는 자신이 왜 슬퍼하는지 몰랐다. 유승아는 백건이 몇 년 동안 사귄 첫사랑 여자 친구이며 그들은 다음 달에 약혼할 것이다.노크도 없이 들어오는 것은 백건이 허락한 것이 틀림없었다.유승아가 왔으니 나가야 하는 사람은 당연히 그녀였다.남서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마음 끝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쓸쓸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떠났다.사무실을 나온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눈물은 멈출 수 없이 눈가에 넘쳐흘렀다.그녀는 마음이 쓰라리고 괴로웠다. 황급히 눈가의 눈물을 닦고 고개를 젖히고 심호흡을 하며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했다.누군가를 짝사랑하는 기분은 정말 괴로웠다.12년의 감정이 잊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잊히는 게 아니었다.만약 그녀와 백건은 평생 불가능한 사이라면 그녀는 백건이 다른 사촌 오빠들처럼 그녀에게 잘해주길 바랐다.그녀에게 이렇게 소원하고 냉담하게 굴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잔인했다....정규직이 된 지 일주일 후.남서연은 갑자기 신임 디렉터 육나리의 업무 요청을 받았다.“서연 씨, 모레 나랑 같이 출장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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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남서연은 더욱 불편했다.“그럼... 나도 이코노미석으로 갈게요. 일반 직원인 제게 비즈니스석은 적합하지 않죠.”남서연은 방금 백건의 목소리가 나른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약간의 명령조가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앉아. 네 티켓은 회사 돈이 아니라 내 사비야.”남서연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며 물었다.“그럼 제가... 갚을게요. 얼마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백건은 책을 덮은 뒤 안경을 벗어서 옆 탁자 위에 겹쳐 놓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남서연은 휴대전화를 들고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백건은 그녀를 무시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휴대전화를 넣어두었다.이 남자는 정말 종잡을 수 없었다.몇 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그는 가끔 책을 읽거나 잠을 청했고 남서연은 계속 디자인 초안을 그렸다.비행기에서 내리자 남서연은 육나리와 또 다른 ND의 거물 디자이너 준을 따라 5성급 호텔에 체크인하러 왔다.로비 소파에서 남서연은 참지 못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하자 남서연은 기뻐하며 말했다.“우석 오빠. 나 지금 어디게?”진우석은 진연우의 아들이었다. 진연우와 그녀의 아버지는 절친이었으니 그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마침 진우석이 이 나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진우석은 감격해서 말했다.“이 말투와 이상한 질문은 뭐지? 너 설마 내 숙소 앞에 온 거 아니야?”“비슷해요. 회사 출장 왔는데 마침 이 나라로 왔어요. 오빠와 가까운지 모르겠어요.”진우석은 더욱 흥분했다.“서연아 너 어디야? 위치 보내봐. 내가 당장 갈게.”“그러니까...”남서연은 사방을 둘러보았다.“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위치 보내줄 테니까 시간 나면 찾아와요. 오빠 공부에 방해되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공부가 어디 너만큼 중요하겠어?”남서연은 피식 웃으며 말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휴대폰을 앗아갔다.화들짝 놀란 그녀는 홱 몸을 돌렸다.소파 뒤에 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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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체크인이 끝나고 디렉터는 남서연에게 방키를 줬다.호텔 직원이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얼떨떨해져서 잠시 방안을 둘러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나리를 향해 말했다.“디렉터 님, 방 키를 잘못 가져온 거 아니세요?”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닌데요. 서연 씨 그 방 맞아요.”말을 마친 육나리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남서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원래의 방으로 돌아갔다.이 방은 5성급 호텔에서 가장 호화로운 스위트룸일 것이다.내부 인테리어는 럭셔리하고 큰 평층처럼 기능이 잘 갖춰져 있고 거실과 부엌이 있고 조명이 좋고 넓은 베란다에 작은 정원이 있었다. 무엇보다 안에는 방이 세 칸이나 있었다.남서연이 들어가자 직원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손님, 어느 방 쓰실 건가요?”남서연은 혼자 이렇게 큰 방을 쓰는 것이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다 괜찮아요.”그러자 직원은 남서연의 짐을 메인 침실로 가져간 후 바로 떠났다.남서연은 넓고 호화로운 침실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웠다.그녀는 출장을 온 걸까, 아니면 휴가를 온 걸까?남서연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캐리어를 열어 안에 있던 옷을 옷방에 걸어 놓았다.옷을 걸어 놓은 후, 그녀는 캐주얼한 옷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씻고 나니 날이 이미 저물었다.그녀가 배가 고파서 침실을 나왔을 때 마침 벨이 울렸다.급히 달려가 문을 여니 입구 밖에는 직원이 푸드트럭을 밀고 나타나 예의 바르게 말했다. “손님, 저녁 식사입니다.”그러자 남서연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들어오세요.”직원이 푸드트럭을 밀고 들어왔다.아주 풍성한 저녁 식사였다.남서연은 비록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가족의 생활 철학은 항상 근면과 검소가 미덕이며 사치스러운 풍조를 추구하지 않았다.그러니 이 음식은 틀림없이 그녀의 오빠들이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백건이었다.‘대체 무슨 생각이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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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몇 년을 참았지만 결국 그녀의 얼굴을 만질 용기조차 없었다.백건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비웃었다.‘너 정말 병신이다.’그러나 그는 더 이상 참을 수도, 기다릴 수도 없었다.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안에서 솜털 이불을 꺼내 남서연의 몸을 덮어 주었다.그리고 자신은 침실로 들어갔다.그는 캐비닛 앞에 서서 손목시계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했다.그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휴대전화를 들어 발신자 표시를 한 번 보았는데 바로 그의 어머니였다.시차로 인해 그가 있는 이곳은 새벽 12시였고 M국은 점심이었다.그는 넥타이를 풀고 양복 재킷을 벗은 후 전화를 받아 귓가에 갖다 댔다.그의 나지막하고 쉰 목소리가 울렸다.“엄마 무슨 일이에요?”휴대전화 너머로 서윤아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백건, 너 미쳤어? 왜 서연이를 데리고 해외로 가? 대체 목적이 뭐야? 이 미친놈. 전에 나랑 약속했잖아. 해외 회사를 10년 동안 운영하다가 다시 M국으로 돌아오겠다고.”백건은 묵묵히 말이 없었다.“서연이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걸 알고 마에 씌운 거야? 겨우 2 년 만에 돌아왔잖아?”백건은 차가운 말투로 덤덤하게 말했다.“엄마가 내건 조건과 맞바꾸고 나 귀국한 거잖아요.”“무조건 내 말을 따르겠다고 약속했지. 내가 파티에서 너와 승아의 혼사를 발표했으니 넌 무조건 승아와 결혼하고 승아에게 충성해야 해.”서윤아가 으름장을 놓았다.“남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애가 서연이야. 만약 조금이라도 상처를 준다면 그 집안 사람들이 절대 너 가만두지 않아.”“말씀 끝나셨어요?”백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그러자 서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백건. 당장 서연이 돌려보내. 다른 사람은 네 속셈을 모를지 몰라도 엄마인 내가 모를 것 같아? 만약 서연이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남씨 가문 사람들이 너 처참하게 죽일 거야.”백건은 발코니를 나와 어두운 밤에 서 있었다. 마치 외로운 영혼처럼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쓸쓸한 말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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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중학교 때 백건은 서재에서 외국어 문장을 수백 번 배우면서 머리가 윙윙거렸는데 주위에는 선생님 빼고 시험지와 숙제밖에 없었다.그 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그가 가장 고통스럽고 무력할 때 서재 베란다 밖에서 남서연이 연줄을 잡아당기며 그의 유리문을 두드렸다.그가 문을 여는 순간 남서연은 연실을 건네주며 말했다.“우리 오빠가 삼촌 맨날 공부만 한다고 너무 불쌍하다고 그랬어요. 그만 공부하고 하늘을 보면서 연이나 날려요.”그가 처음으로 연줄은 잡은 건 중학교 때였다.처음으로 진정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의 색을 보고, 연이 나는 것을 보며 자신이 연 한 개만도 못하다고 느꼈다.그 후로 남서연은 자주 베란다 뒤로 몰래 달려가 그에게 재밌는 것을 건네주곤 했다.게임기, 오목, 만화, 다트판, 심지어 물총까지.그녀는 항상 잘 웃었다. 마치 그녀의 인생에는 근심과 고뇌, 어려움과 슬픔이 없는 것처럼 매일 낙관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즐거워했다.그녀의 눈으로 본 세상은 전부 아름다웠다.그와 정반대로 말이다.그의 어린 시절은 우울하고 고통스러웠고 하늘도 온통 회색이었다.그녀를 볼 때만 이 세상에도 색깔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더 슬픈 것은 남서연이 그와 친척 관계라는 것이다.이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평생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백건은 생각하다가 하늘을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유승아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M국으로 돌아가 남서연의 상사가 될 수 있었다.이런 기회는 이번 생에 딱 한 번뿐이었다.그의 시간은 이제 한 달 밖에 안 남았다.한 달 후, 그는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유승아와 약혼해야 한다.백건은 결연하게 몸을 돌려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30분 후 그가 방을 나섰을 때, 남서연은 여전히 리클라이너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그는 걸어가서 남서연을 살며시 안아 올렸다.잠에 취한 남서연이 천천히 눈을 뜨자 흐릿한 시선 속에 남자의 잘생긴 턱선이 보였다.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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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황금빛 가을 햇살이 베란다 정원에 쏟아지고 꽃이 만발하고 녹초가 우거졌다.남서연은 단잠에서 깨어나 정신없이 휴대전화를 만져 시간을 보더니 깜짝 놀라 침대에서 튕겨 일어났다. 그녀는 황급히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뛰어들었다.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인 후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거실을 지나자 그녀는 백건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앞에는 아침 식사 두 접시와 우유 두 잔이 놓여 있었다.“좋은 아침이에요.”남서연이 다가가 긴장하며 말했다. “알람 못 들었어요. 미안해요.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죠?”백건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맞은편 접시를 가리켰다.“1인분 더 만들었어. 같이 먹어.”그가 직접 만들었다고?남서연은 경악하며 접시에 든 음식을 바라보았다.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삶은 달걀 하나, 데친 브로콜리 몇 송이, 쇠고기 오믈렛 하나, 약간의 과일도 곁들어 있었다.너무 세련되고 건강해 보였지만 비주얼과 플레이팅은 평범해서 호텔 셰프의 솜씨가 아닌 게 분명했다.“하지만 디렉터 님은...”남서연은 고민했다.9시에 일어나 일하자고 약속했는데 지금 10시가 넘었으니 그녀는 상사에게 질책당할까 봐 두려웠다.“아직 나도 출근 안 했는데 뭐가 걱정이야?”백건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하자 남서연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의자를 당겨 앉아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비록 식었지만 맛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백건의 솜씨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단지 그가 아침 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심지어 그녀의 것도 만들어 줄 줄은 몰랐다.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만든 아침밥을 먹으니 남서연은 왠지 모르게 달콤하고 기분이 좋고 마음이 설렜다.그녀는 자세를 잡고 아주 담담하게 접시의 음식을 다 먹은 후 우유를 마셨다.백건은 아주 우아하게 먹었다. 그녀가 다 먹자 그는 손을 뻗어 접시를 거뒀다.“내가 씻을게요.”남서연이 긴장해서 말하자 백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너 설거지 해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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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아침에는 행사장에 방문했다.모두들 여전히 긴박하게 무대를 세우고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는데 행사장의 기본 틀은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행사장에서 한창 바쁘다가 또 차를 타고 지사에 가서 회의했다.회의는 오전 11시부터 점심 1시까지 이어졌다.남서연은 구석에 앉아 있자니 배고파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나고 자꾸 하품이 나왔다.그녀는 지친 목을 어루만지며 가볍게 흔들었다.무심코 백건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화들짝 놀란 그녀는 얼른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호흡마저 곤두세웠다.그녀는 속으로 아주 당황하고 걱정했다.방금 그녀가 꼼수를 부리는 모습을 백건이 본 건 아닐까?백건은 아마 그녀가 창피하다고 여길 것이다.남서연은 자신의 머리를 때려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회의는 계속되고 있었다.잠시 후, 하현우가 들어와서 남서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가씨 저 따라오세요.”남서연은 부랴부랴 공책을 챙기고는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하현우는 청하는 동작을 취했고 남서연은 그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사무실을 나선 두 사람은 나란히 휴게실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간 남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휴게실 식탁에는 점심과 주스가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싱글침대가 놓여 있었다.“아가씨 식사하십시오. 식사 후에는 여기서 조금 쉬시면 됩니다. 대표님께서 일 끝나면 오실 거예요.”남서연이 궁금해서 물었다.“디렉터 님도 지금 식사하시나요?”“그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말을 마친 하현우는 휴게실을 떠났다.남서연은 점심을 먹으면서 머릿속에 백건의 모습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점심 식사 후 남서연은 한 시간 동안 눈을 붙였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육나리는 다른 디자이너를 데리고 떠났지만 남서연은 영문도 모른 채 백건의 곁에 있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백건은 끝없이 회의를 이어갔다.무미건조한 데이터 보고서 그리고 책략 방안 등을 듣다 보면 남서연은 최면에 걸린 듯 잠이 쏟아졌다.그때 남서연의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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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남서연은 그가 직접 만든 아침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뭉클했다.진우석은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죽은 얼굴을 하고 있지. 마치 온 세상이 자신에게 목숨을 빚진 것처럼 얼굴이 차갑고 더럽잖아.”남서연이 불쾌한 투로 나무랐다.“오빠. 그렇게 비하하지 말아 줄래요?”“왜? 기분 나빠?”“아니요.”남서연은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진우석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너 기분 나쁜 말투 맞네 뭐. 주소 줘. 데리러 갈게.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데도 구경시켜 줄게.”“하지만 아직 퇴근하지 않았어요.”“그따위 일 집어치워. 이 오빠가 너 먹여 살릴게.”남서연은 쓸쓸하게 웃었다.“나도 나 먹여 살릴 수 있어요. 호의는 고맙네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무실 문이 열리고 백건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남자의 안색이 극도로 어두웠다.남서연은 제대로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다. 아마 그녀가 중간에 회의실을 나가 그를 존중하지 않고 또 자신의 업무를 존중하지 않아 백건이 화난 것 같았다.“나 이만 끊을게요. 바빠요.”남서연은 당장 전화를 끊고 긴장한 채 일어나 침을 꿀꺽 삼켰다.“대표님, 일 끝났어요? 이제 퇴근...”남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얼굴의 백건은 어두운 눈빛으로 남서연을 무시하고 그녀 옆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남서연은 놀라서 몇 초 동안 멍해 있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남서연은 의혹스러운 듯 남자를 바라보았다.아침에는 분명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안색이 변했을까?남서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분명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남자의 기분이 변했다고 느꼈다.그녀도 남자와 함께 회사를 떠났다.하현우의 인솔하에 그녀는 백건의 차에 탔다.굳은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자의 온몸에 두꺼운 얼음 서리가 드리워져 있어 보는 사람의 긴장감을 자아냈다.남서연은 차창 가에 기대어 조용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아마 이 시간에 호텔로 돌아가겠지?’30분 후.뜻밖에도 차량은 한 호화로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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