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871 - 챕터 880

904 챕터

제871화

“내 말 안 들려요?”남서연은 긴장되고 숨이 가빠졌다.마침내 백건의 깊은 목소리가 들렸다.“왜 성인 남자가 네 방에서 자는 거 그렇게 쉽게 동의했어? 내가 흑심이라도 품으면 어쩌려고?”남서연은 백건이 흑심을 품는 일은 상상도 못 했다.어쨌든 그에게는 약혼녀가 있었고 또 두 사람은 친척 관계였다.“그럴 리 없잖아요.”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허스키해졌다.“아니. 난 그럴 수 있어.”남서연은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긴장해서 미칠 것 같았다.두 사람 모두 성인이고 여기는 호텔이고 지금 같은 방에 있었다.장작을 피우는 일이 일어나기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남서연은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성 경험도 없지만 올해 22세였다. 주변 친구들은 이미 남자친구를 많이 사귀어 보았다.함께 있으면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성에 관한 얘기도 적지 않게 했었다.그중에는 성과 감정을 분리하는 친구도 많았다.남서연은 한 번도 원나잇을 갈망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그녀가 10년 넘게 짝사랑한 남자라면, 그녀는 어떠한 저항력도 자제력도 없었다.어두컴컴한 방 안에 야릇한 기류가 감돌았다.두 사람 모두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남서연은 정신없이 뛰는 심장을 움켜쥐고 큰 숨을 내쉬었다.‘저 남자가 갑자기 발정이 난 걸까?’백건이 만약 싱글이라면 그와의 원나잇을 시도할 수 있었다.결국 여자는 정조만 지킬 수 없으니 현재를 살아가려면 내면의 욕망에 순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하지만 그렇게 하면 유승아에게 너무 미안했다.그녀는 유승아의 남자를 훔칠 수 없었다. 너무 부도덕한 행동이었다.백건은 남서연이 오랫동안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그녀의 생각을 추측할 수 없었다.그녀는 늘 정조를 중시하고 진우석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침묵이 아니라 그를 욕하고 방에서 쫓아내야 했다.그녀도 원한다면 모를까.백건은 마음의 충동을 억누르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남서연, 너도 원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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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그녀가 긴장할수록 몸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로 미끄러져 내려가 치맛자락으로 들어갔다.귓가에서는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미 그의 큰 손에 빠진 지 오래였고, 혼란스럽고, 낯설고 매혹적인 공허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의 질문에 대답할 힘이 없었고 몸의 피부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뜨거워졌다.그녀의 묵언을 백건은 모두 묵인으로 간주했다.그는 남서연의 몸을 바로 눕히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 위로 올라타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음!”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운 소리가 남서연의 목구멍에서 터져 나왔다.간드러진 여자의 소리에 백건의 키스는 더욱 걷잡을 수 없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이 밤낮으로 원하고 꿈꾸던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백건은 가슴이 출렁이고 마음이 혼란스러우며 이미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했다.여자의 부드러운 촉감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그를 미치게 했고 푹 빠져들게 했고 욕망이 터지게 했다.그는 여자의 부드러운 피부와 통통하고 부드러운 몸을 만지며 충동적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했다.그녀의 몸과 마음을 모두 원했다.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그런 갈망이었다.백건은 빠르게 두 사람의 옷을 벗기고 그녀를 껴안고 미친 듯이 키스했다.자신을 삼킬 것 같은 키스에 남서연은 호흡이 가빴다.남자의 건장한 몸이 그녀를 품에 가두고 조금씩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미친 듯이 그녀의 입술과 혀를 장악했다.거의 서로 뒤엉킨 듯한 느낌에 남서연은 온몸이 나른하고 힘없이 물결처럼 출렁이며 전율하고, 긴장하고, 몸의 공허함이 그녀를 매섭게 괴롭히고 있었다.이 순간 그녀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모든 도덕은 뒷전으로 밀렸다.그러다 몸이 하나가 되는 순간.“아!”그녀의 모든 이성이 돌아왔고 곧 후회가 몰려왔다.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그녀를 죽도록 아프게 했다. 남자의 키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두 손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 올리며 눈물이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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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초가을 아침은 좀 쌀쌀했다.하늘이 희끗희끗해지자 베란다의 거즈 커튼이 은은한 빛을 비추었다.커다란 침대에 누운 상의를 벗은 남자가 얇은 이불을 허리까지 덮고 있었다. 완벽한 근육질 몸매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저세상 사람 같았다.찬 바람이 불어오자 거즈 커튼이 천천히 펄럭였다.서늘함을 느낀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옆을 만졌다.문득 그는 눈을 뜨고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며 순간 마음이 가라앉았다.당장 일어나 침대 밑에 있는 옷을 주워 재빨리 입었다.그는 긴장한 기색으로 황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다급히 외쳤다.“서연아!”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발코니, 거실, 주방, 서재를 뒤지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와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그는 전화를 걸고 무거운 호흡을 하며 이마를 짚고 침대 위의 검붉은 혈흔을 응시했다. 가슴은 마치 돌에 짓눌린 듯 숨이 막히고 답답한 고통이 느껴졌다.“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으니...”그는 쓸쓸히 침대에 걸터앉아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였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온몸을 뒤덮었다.그는 다시 번호를 눌렀다.휴대전화 저쪽에서 육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안녕하세요.”“남서연은 어딨죠?”“아침에 서연 씨가 이쪽 일이 다 끝났냐고 제게 와서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끝났다고 하니 돌아갔어요.”“어디로 돌아갔죠?”“M국으로 돌아갔습니다.”“내가 언제 귀국해도 된다고 허락했죠?”노기를 띤 말투에 육나리는 바짝 긴장했다.“저도 서연 씨에게 대표님 동의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지만 제 말을 듣지 않고...”그는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고 휴대전화를 휙 집어 던지고는 뒤로 넘어졌다.넋이 나간 사람처럼 우울한 기분이 점점 퍼지고 있었다.커튼이 천천히 나부끼고 방은 조용했다.오직 그의 고통스러운 호흡만이 남아 있었고 굳어버린 심장은 여전히 힘겹게 뛰고 있었다.남자는 침대에 가로누워 눈을 감은 채 우울하고 괴로워했다. 그는 힘없이 손을 들어 눈을 덮었다.‘남서연, 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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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진명수는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싱글벙글 말했다.“백건 도련님도 이제 27살이니 결혼할 나이가 되셨죠. 늦둥이로 태어나 부모님 나이도 많으시니 아마 손자 보기가 급하실 겁니다.”남서연이 망연자실한 듯 고개를 숙이자 눈 밑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몰래 눈물을 닦고 있었다.저녁의 따스한 태양이 그녀를 비추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더없이 차가웠다.그녀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어젯밤에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죽도록 원망하고 있었다.개인적인 욕망으로 백건과 설명할 수 없는 성관계를 했으니 그녀는 유승아에게 너무 미안했다.짝사랑은 짝사랑답게 몰래 사랑하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어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하며 그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지금 그녀는 드라마에 나오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그녀는 자신이 너무 미웠다.진명수는 남서연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황급히 물었다.“아가씨, 왜 그러세요?”남서연은 얼른 눈물을 지우고 굳은 웃음을 짜내었다.“저 괜찮아요.”그리고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갔고 으리으리한 거실에 들어섰다.“서연아!”정안의 부드럽고 자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서연은 헤벌쭉 웃으며 성큼성큼 달려가 정안의 곁에 앉더니 사랑스럽게 팔짱을 꼈다.“작은 엄마, 너무 오랜만이에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정안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거의 2년 만이네? 우리 서연이 점점 예뻐지고 있어.”“콜록.”남하준은 일부러 기침을 한 번 했다.힌트를 받은 남서연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보며 달콤하게 외쳤다.“작은 아빠.”남하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사랑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서연이 눈에는 작은 엄마만 보이고 난 안 보이는 줄 알았지.”“에이. 그럴 리가요. 이렇게 늠름하고 당당한 아우라를 풍기는 작은 아빠는 어디서든 사람의 이목을 끄는데 제가 왜 못 보겠어요?”“말도 점점 더 예쁘게 하네.”남하준의 부드러운 미소가 더욱 찬란해졌고 눈 밑에는 감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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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그때 남우영이 들어왔다.그는 단정하고 공손하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아빠, 엄마. 오셨어요?”정안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우리 우영이 왔어? 얼른 엄마 옆에 와서 앉아. 우리 우영이 너무 오랜만이다.”남우영은 정안의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고 눈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모자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남하준 얼굴의 미소가 서서히 가시더니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우영이 요즘 뭐 하고 지내?”“요즘 외삼촌을 따라 사업을 배우고 있어요.”남우영이 진지한 태도로 답하자 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일을 인정했다.백건을 언급하니 남서연은 괜히 긴장했다.그때 남우영이 갑자기 물었다.“서연아, 너 삼촌이랑 출장 갔었잖아? 왜 돌아왔어? 삼촌은?”남서연은 마음이 켕겨 긴장해서 답했다.“몰라요. 난 내 일이 끝나서 먼저 돌아왔어요.”“그래.”정안은 남서연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남우영에게 물었다.“우영아, 네 삼촌 언제부터 연애했어? 왜 이렇게 갑자기 결혼하는 거야? 어느 댁 아가씨야? 우리도 아는 사람이야?”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마음이 답답했다.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이 가슴이 먹먹했다.“두 분도 아는 사람이죠. 아빠 절친 유동진 아저씨의 딸 유승아요.”“동진이 딸?”남하준은 경악했고 정안은 안색이 확 굳어져 남하준을 돌아보았다.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남하준은 망연한 표정이었다.남우영은 부모님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해지자 황급히 말했다.“삼촌과 승아 누나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어요. 서로 친구이자 동창이죠. 대학교 때부터 서로 만났으니 몇 년 됐죠. 아마 삼촌의 첫사랑인 것 같아요.”“우리는 별로 만난 적이 없어. 승아 어떤 사람이야?”정안이 호기심에 묻자 남우영은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괜찮은 편이죠. 지적이고, 대범하고, 온화하고 어질고 밝은 사람이에요. 삼촌처럼 음울하고 차가운 남자랑 잘 어울려요.”정안은 감히 유미의 조카를 칭찬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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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남서연은 하루 휴가를 냈고 주말이 다가왔다.그녀는 3일 동안 계속 방에 틀어박혀 외출하지 않았다. 식사 시간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잠자는 것 외에는 노래를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베란다 바깥 경치를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을 비웠다.그때 벨이 울렸다.남서연은 무기력하게 휴대전화를 집어 발신 번호를 보니 동료 여다혜에게서 온 전화였다.“여보세요. 다혜 씨.”남서연은 핸즈프리를 켜놓고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른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서연아, 영화 보러 가자.”여다혜가 긴장해서 말했지만 남서연은 흥미가 돋지 않았다.“싫어요.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요.”“9시면 끝나. 나와. 내가 멋진 남자 소개해줄게.”남서연은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이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것 같았다. “또 다혜 씨 큰 오빠요?”“맞아. 너 계속 연애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22살인데 아직 연애도 못 해보고. 우리 큰 오빠 만나봐.”“우리 어울리지 않아요.”남서연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다혜 씨 큰오빠 아주 잘생긴 건 알지만 우린 안 맞아요.”가문 계급이 어울리지 않으면 그녀의 가족도 혼사를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여다혜는 그녀의 가정 형편은 모르고 항상 자신의 큰 오빠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고 싶어 했다.“만나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여다혜가 반문하자 남서연의 머릿속에는 백건이 다음 달에 결혼한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또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그녀와 백건은 평생 불가능할 운명인데, 굳이 자신을 괴롭히면서 불가능한 남자에게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남서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주소 보내줘요.”그러자 여다혜는 흥분해서 말했다.“좋아. 바로 보내줄 테니까 꼭 나와야 해.”남서연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었다.30분 후, 타임스퀘어 4층 영화관 입구.남서연은 멀리서부터 여다혜가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와 함께 서서 반갑게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남서연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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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남서연은 당황해서 황급히 설명했다. “아니에요. 동료 오빠예요. 방금 알았어요.”여민찬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안녕하세요.”유승아는 피식 웃더니 화제를 돌려 물었다.“영화 어느 타임이야?”“7시, 2번 홀이에요.”여민찬이 대답하자 유승아가 아쉬워했다.“아쉽네요. 우리는 6시 45분, 6번 홀인데.”남서연은 웃음을 짜내어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그러게요. 아쉽네요.”그때 여다혜가 팝콘이랑 음료수를 들고 와서 여민찬에게 건네주고 유승아를 보았다.유승아는 그들이 확실히 세 사람인 걸 확인하고 급한 척 자리를 피했다.“내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건이가 걱정할 거야. 나 이만 가볼게.”말을 마친 유승아는 돌아서서 떠났다.백건과 유승아가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고?남서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있으면서 마음이 차갑고 답답하고 괴로웠다.좋은 기분은 사라지고 잔잔한 감상이 밀려왔다.그녀는 슬픈 동시에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느꼈다.백건이 약혼녀와 같이 데이트하고 영화 보는 건 정상이 아닌가?외부인인 그녀가 왜 질투를 하고 슬퍼할까?그녀는 전혀 자격이 없었다.여다혜는 남서연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서연아, 가자. 10분 후면 시작이니까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자.”여민찬이 물건을 들고 그녀들의 뒤를 따랐다.유승아는 영화관에 들어서자 고모 유미에게 콜라를 건네주고 자리에 앉았다. “방금 밖에서 남서연을 만났어요. 동료와 그 동료 오빠랑 셋이서 2번 홀에서 영화를 본대요.”유미는 열심히 영화를 보며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느릿느릿 말했다.“이럴 땐 백건에게 전화라도 해야 했던 거 아니야?”“왜요?”유미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바보야, 전에 네가 말했잖아. 백건이 남서연을 좋아한다고. 두 사람이 비록 친척이긴 하지만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니야. 그럼 서연이가 너의 가장 큰 연적이라고. 모르겠어?”유승아는 유미의 뜻을 알아듣고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다이얼을 돌리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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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육나리에게 지금 당장 일을 핑계로 여다혜를 불러내라고 했다.15분 후.여다혜는 부랴부랴 영화관을 나서며 투덜댔다.“젠장. 주말인데 웬 PPT를 급하게 만들라고 지랄이야. 내일 써야 한다면서 사람을들들 볶아? 그럼 미리 얘기라도 해주든가! 지금이 몇 시야? 젠장...”여다혜는 폭언을 퍼부으며 빠른 걸음으로 유승아의 곁을 지나쳐 영화관을 빠져나갔다.곧 대어를 낚을 수 있었다....두 시간 후, 남서연은 여민찬과 나란히 영화관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내가 데려다줄게요.”여민찬이 예의 바르게 입을 열자 남서연이 엷게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그건 위험하죠.”“정말 괜찮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갑자기 광장 한복판에서 멈추었다. 심장 박자가 엇나가며 긴장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차량을 바라보았다.고급 차량의 운전석에는 백건이 앉아 있었다. 그는 창문을 내리고 남서연과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백건의 안색은 극도로 음산했으며 눈에는 분노가 가득하며 온몸에는 음울하고 무서운 냉기가 감돌고 있었다.남서연은 백건이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몰랐다.그녀는 너무 당황하고 불안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난처하고 긴장하고 수치스러우며 손바닥에 땀이 났다. 감히 그와 마주 볼 용기가 없어 서서히 시선을 내리뜨렸다.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태연하게 백건과 유승아를 대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유승아가 안에서 나와 남서연의 옆을 지나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건이가 벌써 차를 몰고 왔네. 나 먼저 갈게 서연아.”남서연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유승아에게 손을 흔들었다.“잘 가요. 언니.”“안녕.”말을 마친 그녀는 백건의 조수석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백건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네가 왜 앉아?”유승아는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고모가 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갔어. 가는 길에 나 좀 태워다 줘.”기분이 최악인 백건은 차가운 말투로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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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손님 도착했습니다.”택시 기사는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며 조용히 외쳤다.남서연은 사색에서 깨어나 황급히 눈물을 닦고 현금을 꺼내어 지불했다.“감사합니다.”남서연은 결제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내렸다.문이 닫히자 택시가 천천히 떠났다.남서연은 고개를 들어 불빛이 환한 별장을 올려다보며 침울한 숨을 내쉬었고 고개를 떨구고 걸어갔다.그녀가 막 철문에 접근했을 때, 갑자기 한 사람의 그림자가 그녀의 뒤에서 쫓아오더니 번개처럼 그녀의 팔을 홱 잡아당겼다. 깜짝 놀란 그녀는 어느새 옆의 벽에 눌렸다.“악!”남서연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어두운 그림자에 눌려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잔뜩 겁에 질린 채로 앞에 확대된 얼굴을 보았다. 어렴풋이 백건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발버둥 쳤다.“음!”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남자는 더욱 그녀를 짓눌러 숨도 쉴 수 없게 했고 그녀의 두 손목을 잡고 머리 위로 눌렀다. 그녀의 몸은 남자의 건장하고 튼튼한 가슴으로 촘촘히 짓눌려 있었다.남자의 키스는 마치 폭풍우가 습격하듯 사나웠다. 그녀의 입술과 혀를 아플 정도로 빨아들여 그녀는 산소 부족을 느꼈다. 당장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포악한 분위기와 광야적인 기세를 풍겼다.남서연은 사나워진 남자의 키스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마치 백건에게 잡아 먹힐 듯 했고 여태껏 느낀 적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녀는 키스로 인해 산소가 부족하고, 입술이 부풀어 올라 아프고, 몸은 눌려 숨이 막히고, 등에는 땀이 나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결국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흘러 그녀의 하얀 뺨 위로 흘러내렸다.그녀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목구멍이 시큰거리며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남자는 눈물의 짠맛을 맛보고 나서야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떠났다. 고개를 숙이고 떨리는 그녀의 이마를 맞대고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 깊고 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서연이 부풀어 오른 입술을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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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남서연은 당황했다.이 남자는 대체 무슨 뜻일까?남서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눈가에 맺힌 눈물도 흘러내리지 않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백건은 그녀의 억울하고 멍한 표정을 보니 화가 났다.“내 말 알아들었어?”남서연은 놀라서 침을 꿀꺽 삼키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가 알아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서연이 한마디 던졌다.“알아들었어요. 나 책임질 필요 없어요. 나도 당신 귀찮게 매달리지 않아요.”백건은 화가 나서 가슴팍이 아팠다. 그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고개를 숙여 심장 깊숙한 곳의 통증을 완화했다.순간, 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제 네가 나를 책임져야겠어.”남서연은 화들짝 놀라서 어찌할 줄 모르며 물었다.“내가... 당신을 책임져요?”백건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맞아.”남서연은 굳어버렸고 머리가 흐리멍덩했다.분명 먼저 잠자리를 원한 건 이 남자였다. 그녀가 거절하지 않았더라고 피동적인 입장이었고 과정은 너무 아팠다. 전혀 즐기지 못했으니 아무리 봐도 손해 본 쪽은 남서연이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더러 책임을 지라니?무엇보다 이 남자에게는 약혼녀도 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라는 걸까?설마 백건은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관계를 유지하고 그녀더러 빛을 못 보는 내연녀가 되라는 걸까?그건 때려죽여도 원하지 않았다.당황한 남서연이 황급히 거절했다.“싫어요.”백건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맑고 예쁜 여자의 눈을 주시하며 눈에는 온통 슬픔으로 가득 찼으며 약간의 노기를 띠고 있었다.“남서연, 네가 나랑 잠자리에 든 순간, 네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어.”남서연은 한 기류의 냉기가 발바닥에서 이마에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완전히 당황했다.백건은 애초부터 그녀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려는 계획이었을까?탈락한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고 해외 행사에도 데리고 가서 같은 방에 묵었다.알고 보니, 이는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기 위함이었고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육체관계를 유지하는 숨겨진 연인으로 삼으려는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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