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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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그건 할머니가 너무 자주 오셔서 확실히 공부에 방해됐단 말이에요.”“그게 할머니가 널 사랑하는 방식이었어. 근데 네 행동은 확실히 할머니에게 상처를 주었지.”정안은 여태껏 모르고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말씀하시자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백진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사준 선물을 넌 뜯지도 않고 사물함에 넣어뒀어.”정안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할머니가 주는 선물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선물에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공부, 독서, 기구, 천문지리, 지식에 관한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할머니는 다양한 옷과 치마, 곰인형, 장신구, 보석, 가방, 신발, 사치품, 심지어 화장품까지 선물하셨다.“할머니가 너랑 얘기하면 몇 마디 하기도 전에 넌 인내심을 잃었어.”백진은 아내의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하지만 나랑은 밤새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지.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다. 할머니는 가방끈이 짧아 집안의 자질구레한 이야기와 이웃의 가십거리만 얘기했지. 하지만 그게 할머니 세상이었어.”정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음이 괴로웠다. 한 번도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할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그래도 할머니는 널 사랑했어. 널 너무 사랑해서 가짜 손녀가 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다.”“가짜 손녀는 더 이상 공부에 몰두하지 않고, 할머니가 알아보지도 못하는 연구도 안 하고 또 할머니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하지 않으니까.”“말주변이 좋아 늘 할머니를 기쁘게 해줬어. 할머니가 입까지 가져다준 간식도 먹고,할머니가 사주신 선물도 잘 받고, 할머니가 말하는 가십거리도 잘 들어줬어. 할머니에게 달라붙어 뽀뽀하고 안아주고, 네가 지루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같이 해줬거든. 그게 바로 네 할머니가 원하는 손녀였어.”“너를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커서 돌아온 손녀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지.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자신을 싫어하는 손녀를 말이야.”정안은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눈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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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10년 만이었다. 그녀가 기억을 되찾은 이후로 계산하면 정확히 10년이었다.그녀는 남하준을 10년 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그녀를 10년 동안 사랑했고 기다렸다.비록 아무런 결과가 없더라도 계속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정안은 더 이상 밥이 넘어가지 않아 휴대폰을 들고 일어났다.“할아버지 천천히 드세요. 저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날게요.”“그래.”정안은 휴대전화를 들고 방으로 올라가 문을 닫고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앉았다.남하준의 번호를 눌렀지만 주저하며 보고 있었고 손가락은 다이얼 버튼에 굳어 있었다.그가 보고 싶었다.고작 이틀 보지 못했지만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늘 이성적인 그녀는 여태껏 감정에 얽매인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갈등을 느끼면서도 손가락은 말을 듣지 않고 다이얼을 눌렀다. 연결음이 울리자 그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신경이 곤두서 손바닥에 땀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남하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완아, 무슨 일 있어?”정안은 그의 말에 좀 언짢아졌다.“무슨 일 없으면 전화하면 안 돼요?”남하준은 침묵했다.전화기 너머로 남하준은 멍해 있었다. 그녀는 늘 무슨 일이 있어야만 그에게 전화했는데 이번엔 그저 그와 대화하고 싶었던 걸까?그의 입가에 점점 미소가 번졌다.“당연히 되지.”정안은 어떻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다. 긴장하고 부끄러운 듯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고 남자의 다음 말을 기다리지 못했고 그녀도 마땅한 화제를 찾지 못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남하준이 먼저 기다리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밥은?”“먹었어요.”“할아버지와 할머니랑은 잘 지내고?”“할머니랑은 아직 그래요.”“그래. 시간이 필요할 거야.”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대답했고 이 화제는 그렇게 끝이났다.남하준은 또 침묵 속에 빠졌다. 그제야 정안은 말주변이 없는 그가 계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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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지윤과 함께 온 정안은 금원에 들어서자마자 유동진 남매를 만났다.그들에게 지윤을 간단히 소개하고 네 사람은 앉아서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고 정안은 계속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남하준을 찾았다.유미가 그녀의 시선을 파악하고 느릿느릿 말했다.“하준이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고 있어요.”정안은 놀라서 물었다.“오빠가 직접요?”유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셰프들이 모두 해고됐고 마땅한 셰프를 구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하준이가 직접 해야죠.”정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제가 가서 도울게요.”유미가 즉시 일어나 그녀를 잡아당기며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그냥 앉아 있어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가면 괜히 방해만 될 거예요.”옆에서 이 말을 들은 지윤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이마를 찡그리고 유미를 보며 그녀의 질투를 느낄 수 있었다.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꾹 참고 앉았다.그때, 진중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정안이 고개를 돌려 보았다.큰 쟁반을 들고 걸어 나오는 남하준은 뜨겁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정안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장이 빠르게 뛰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정안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오빠.”남하준은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음식을 내려놓고 주스 한 잔을 정안 앞에 놓았다.“네가 좋아하는 생과일주스.”정안은 약간 감동되고 수줍기도 했다.“고마워요, 오빠.”유미, 유동진, 지윤 세 사람은 모두 남하준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탄산음료와 맥주를 마시지만 정안은 갓 짜낸 생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었다.이건 명백한 차별대우였다.남하준은 쉬지 않고 화로를 돌려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유동진이 말했다.“하준아, 네 부하한테 구우라고 하고 넌 이리 와서 앉아.”“내 부하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 내 머슴이 아니야.”그의 말에 유동진은 말문이 막혔다.정안은 그런 남하준의 생각과 일 처리 방식이 맘에 들었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하준 곁으로 가 말했다.“내가 뭐 좀 도울까요?”남하준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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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정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애써 괜찮은 척 새콤달콤한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나 신경 안 써.”지윤이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정말요?”정안은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의 모습을 한번 쳐다보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사실 저 두 사람 잘 어울려. 집안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또 모두 M국 지도자이니까 공동한 화제와 꿈을 갖고 있겠지.”지윤은 그녀의 말에 담긴 질투를 알아채고 이것이 그녀의 진심임을 알아챘다.“언니, 다시 고민해봐요.”지윤의 말을 들은 유동진이 물었다.“지금 누구 얘기해요? 뭘 고민해요?”정안이 엷게 웃었다.“별 것 아니에요.”지윤은 맥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동진이 정안에게 다가가 활짝 웃으며 물었다.“이제 어떻게 불러야 하죠? 백하린? 백완자?”“그냥 완자라고 불러주세요. 백하린이란 신분은 이미 10년 전에 사라졌어요.”“왜요?”“Z국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거든요.”“백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인데 왜 국적을 옮겼어요?”유동진은 궁금증이 더해져 긴장한 말투로 또 물었다.“그럼 앞으로 Z국에 정착할 생각이에요?”정안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 대신 주스를 들고 유유히 마셨다.유동진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화제를 바꾸었다.“하준이랑은 정말 인연이 있는 거네요. 기억을 잃은 후에도 결혼했으니 말이에요.”정안은 엷게 웃으며 여전히 침묵했다.“듣자 하니 하준이가 전에 그쪽을 엄청 좋아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동진 오빠, 우리 다른 얘기 할까요?”유동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그러죠 그럼.”그때 남하준이 구워진 해산물과 고기를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유미도 따라와 앉았다.“나랑 하준이 솜씨 한 번 맛봐요.”지윤은 망설임 없이 집어서 먹더니 예의 바르게 칭찬했다.“맛있네요.”남하준은 새우 두 마리를 집어 들고 껍질을 벗기고는 정안의 접시에 놓았다.“방금 네가 구운 거야. 먹어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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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얼굴이 뜨거워진 정안은 시선을 옮겼다.“진실게임.”유동진이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이상형이 뭐야?”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이것도 물음이라고 물어? 뻔한 거 아닌가?’“기회 낭비했네요.”지윤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고 유미는 기대에 차서 바라보았다.남하준은 정안을 한 번 쳐다본 뒤 덤덤하게 말했다.“백완자 같은 여자.”유미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뒤늦게 반응한 유동진은 그제야 자신이 기회를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기서 누가 남하준이 백완자를 좋아하는 걸 모를까?정안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후끈후끈해 어색하게 주스를 마셨다.유동진이 떼를 쓰기 시작했다.“아니야. 이 질문은 무효야. 네가 완자 씨 좋아하는 거 누가 몰라? 내가 다시 질문할게.”남하준은 보기 드물게 여유롭고 느슨해 보였다.“물어봐.”유동진이 막 입을 벌리려는데 유미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그녀는 다급하고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일과 사랑 중에 뭐 선택할 거야?”그녀의 물음에 남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지윤과 유동진도 멍하니 놀라서 유미를 바라보다가 안색이 안 좋은 남하준을 바라보았다.그야말로 독한 질문이었다.급해 난 지윤이 나서서 말했다.“무슨 질문이 그래요?”유미는 불쾌한 듯 지윤을 흘겨보았다.“진실게임은 뭐든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에요?”“당신...”지윤이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하고 정안을 올려다보니 그녀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남하준은 심호흡을 하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가슴이 답답했다.유동진이 급히 어색함을 달래려 했다.“질문 바꿔. 바꿔.”하지만 유미가 차갑게 말했다.“안 바꿔. 하준아. 둘 중에 골라봐. 일이야, 사랑이야?”정안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연히 일이죠.”유미는 화가 나서 정안을 노려보았다.“난 하준이한테 물었어요!”정안이 단호하게 말했다.“이게 오빠 답이에요.”“그쪽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준이 뇌에 들어가 보기라도 했어요?”정안은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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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유미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불끈 쥐고 꾹 참았다.“그 여자는 백완자가 될 수 없어.”남하준은 가볍게 말했다.“나에게 여자는 백완자밖에 없어.”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복잡한 심경으로 손가락을 문질렀다.지금의 그녀는 무척 감동했지만 마음이 아팠다.유미는 차갑게 웃더니 질투 섞인 어조로 조롱했다.“너 내가 아는 남하준 맞아?”남하준은 술잔을 들고 손을 뻗어 유미의 술잔과 부딪치며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는 의미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유미는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 말했다.“넌 백완자를 선택했지만 백완자는 너 선택하지 않을 거야.”“그러니까...”남하준은 그 말을 인정하며 씁쓸하게 대답했다.“이 문제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정안은 마음이 더욱 불편해 일어나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화장실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떴고 남하준은 이글거리고 애틋한 눈빛으로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유동진이 웃으며 말했다.“에이, 이게 뭔 벌칙이야? 하준이 고백 타임이지. 하준이 여자 마음 홀리는 능력이 점점 더 좋아지는데? 이런 거짓말도 하고.”남하준은 시선을 거두고 유동진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웠다.“나 어릴 때부터 꿈이 의사였어.”이 말에 현장에 있던 세 사람은 모두 멍한 눈으로 그를 놀라서 쳐다보았다.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남하준은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하고 술을 한 모금씩 마시며 말을 이었다.“태준이 형 꿈은 나라를 빛내는 군인이 되는 거였어. 늘 직위가 높을수록 권력이 높고 능력이 강할수록 책임이 커진다고 했어. 그렇게 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유용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며 위대한 꿈을 갖고 있었지.”유미가 궁금해서 물었다.“두 사람 꿈 모두 위대해. 근데 넌 왜 의사가 아니라 태준 오빠가 원하는 군인이 된건데?”남하준은 눈을 늘어뜨리고 말했다.“완자는 어릴 때부터 태준 형을 좋아하고 숭배하고 우러러봤어. 태준 형이 아마 완자 우상이었을 거야.”지윤은 완전히 멍해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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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지윤은 남하준이 너무 괴로워 계속 술로 마음을 달래는 걸 알았다.유미는 시무룩하게 식탁을 떠나 별장으로 향했고 마침 안에서 나오던 정안과 마주쳤다.유미는 그녀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얘기 좀 해요.”정안이 발걸음을 멈추고 차분하게 바라보며 그녀가 말하길 기다렸다.유미는 마음을 가다듬더니 말했다.“나 하준이 좋아해요.”정안은 비록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듣고 나니 조금 괴로웠다.“알아요.”유미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니 그녀는 경국지색이라 할 수 없지만, 앳되고 둥근 얼굴을 하고 있어 귀엽고, 몸매도 좋은 편이고 성격도 좋고 목소리도 달콤했다.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재능도 있고 갑부의 손녀이기도 한데, 이런 여자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게다가 남하준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좋아했고, 십여 년간의 정은 이미 뿌리 깊고 뼈에 사무쳤다.유미는 자신이 그녀와 겨룰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물었다.“하준이 사랑해요?”정안은 대답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몇 초 기다려도 여전히 답을 듣지 못하자 유미가 또 물었다.“앞으로 Z국에 가서 살아요?”“맞아요.”정안이 답하자 유미는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내 눈에 태준 오빠는 하준이랑 비교가 안 돼요. 어느 방면으로 봐도 하준이가 한 수 위죠. 어쩌면 눈에 콩깍지가 씌었는지도 모르겠네요.”정안은 어리둥절했다. 그녀가 왜 갑자기 남태준을 언급하고 또 남하준과 비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쪽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고, 돌아가고 싶은 나라도 있고 자기 사업과 인생이 있으니 여기에 속하지 않고 하준에게도 속하지 않죠.”유미는 거의 애원에 가까운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제발 하준이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말아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정안이 주먹을 천천히 쥐자 눈시울이 흠뻑 젖고 가슴 끝이 살살 아팠다.유미가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확고하게 말했다.“하준이가 그쪽을 얼마나 사랑하든 그쪽이 떠나기만 하면 난 하준이가 그쪽을 잊게 할 자신 있어요. 1년이 걸리든, 1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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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정안과 유미는 앞뒤로 걸어서 자리로 돌아갔다.유동진은 진작 종이뭉치를 준비해놓고 다음 게임을 준비했다.“계속하죠.”정안은 남은 주스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놓았다.“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 나서 저 먼저 가볼게요. 재밌게 노세요.”지윤은 멍해져서 정안을 바라보다가 따라 일어섰다.정안이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려고 돌아섰을 때 남하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정안은 멈칫했다. 앉아서 그녀의 손을 꼭 잡은 남하준은 손을 놓기 아쉬웠다.모두의 시선이 남하준의 손에 고정되었고 그의 얼굴은 잿빛이 되어 자제하고 침묵했지만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정안은 그의 손바닥 온기를 느끼고 가슴이 떨리고 은은한 통증이 밀려왔다.“오빠, 나 가봐야 해요. 할머니가 찾으세요.”정안은 핑계를 대고 천천히 손을 밀었지만 남자의 손바닥이 두툼하고 힘이 세서 그녀는 전혀 밀어낼 수 없었다.술을 마신 남하준의 고통은 알코올에 의해 100배 증폭되고 절제된 감정은 거센 파도처럼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쳤다.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허탈한 표정으로 식탁 위의 빈 잔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손가락은 조금씩 정안의 손목을 놓아주었다.그저 간단한 손 놓는 동작이었지만 남하준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숨을 쉬는 것조차 칼을 삼키는 아픔을 느꼈다.그의 손이 다 풀려 힘없이 흘러내리자 정안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인사했다.“나랑 지윤이 먼저 갈게요. 다음에 봐요.”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바람을 맞으며 하나둘 가로등을 지나니 정안의 눈물이 후광에 비친 것처럼 맑고 투명하게 눈앞에서 뒹굴었다.정원의 식탁 앞에서 유동진은 정안의 뒷모습이 금원의 정원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남하준을 바라보니 그는 넋을 잃은 듯 산송장처럼 묵묵히 앉아 정안이 마신 빈 잔을 초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조명이 어둡고 노랗게 변해도 남하준의 눈동자가 붉고 촉촉한 것을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유동진이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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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남하준은 술을 마시며 유미가 그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을 들으며 저릴 정도로 아파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하준아, 유미 말이 맞는 것 같아. 유미 말 들어.”유미가 일어나 남하준이 들고 있던 술을 덥석 빼앗았다.“그만 마셔.”남하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젖은 눈을 천천히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자신이 슬퍼하는 모습을 그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푹 숙였다.유동진이 조용히 술을 마시고 한숨을 내쉬었다. “휴, 불쌍한 우리 하준이. 완자 얼굴 한번 보려고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 거잖아. 사람이 많으면 완자가 덜 불편해할 것 같아서. 근데 주스 한 잔 마시고 새우 한 입 먹고 가버렸네.”유미는 남하준의 옆에 앉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하준아, 넌 더 좋은 여자 만나야 해.”“그래. 유미 말이 맞아.”한참 후 남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울먹였다.“완자한테 내가 많이 부족해.”유동진은 깜짝 놀랐고 유미는 분해서 눈물을 쏟으며 울먹였다.“그게 무슨 소리야. 그 여자가 뭐 그렇게 대단해?”“부족한 사람은 그 여자지. 안목도 없고 소중함도 모르고.”“하준아, 그 여자는 너 좋아한 적 없어. 기억을 잃은 후에 너랑 결혼하긴 했지만 그건 그저 당시 신분이 미천하고 생활이 어려워 의지할 곳이 필요했을 뿐이야.”“기억을 회복하고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자기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삶과 좋아하는 직업도 있고 꿈의 나라도 있고. 그 여자는 너 눈곱만큼도 생각 안 해.”남하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유미야, 앞으로 다시는 완자 그렇게 말하지 마.”유미는 불쾌해서 말했다.“내 말이 틀렸니?”남하준이 일어나서 비틀대자 유미가 급히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그는 유미의 손을 천천히 밀어냈다.“나 머리 아파서 먼저 방에 가서 쉴게. 너희들 계속 먹어.”“내가 부축해 줄게.”유미가 또 부축했지만 남하준이 다시 밀어내고 차갑게 말했다.“됐어.”남하준이 비틀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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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유미야!”유동진이 외쳤지만 유미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떠났다.유동진은 할 수 없이 혼자 술을 마시고 바비큐를 먹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백씨 저택.정안은 작은 박스를 들고 거실로 들어갔다.인기척을 들은 여은수는 얼른 젓가락을 놓고 허둥지둥 방으로 향했다.정안은 할머니가 계란후라이를 먹다가 그녀가 돌아온 걸 보고 당황한 기색으로 숨는 걸 보고 잽싸게 달려가 여은수 앞을 막았다.여은수는 당황하고 어색한 눈빛으로 침을 삼키고는 애써 도도한 척 고개를 젖히고 정안을 보았다. 그 으스대는 모습은 마치 ‘난 절대 사과 못 해. 어쩔 셈이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정안이 오만한 할머니를 바라보니 마치 잘못한 아이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이었다.정안은 피식 웃었다.“할머니, 왜 자꾸 나 피해요?”여은수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하지 않자 장안이 다시 그녀 앞으로 돌아가 손에 박스를 보이며 부드럽게 달랬다.“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 사 왔어요.”여은수가 차갑게 말했다.“내가 그걸 어떻게 받아?”“손녀가 할머니 좋아하는 디저트 사 왔는데 왜 못 받아요?”여은수는 차갑게 웃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억울하게 말했다.“나한테 잘해주는 척하지마.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아니까.”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제가 무슨 생각하는데요?”여은수는 다시 피하더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투덜댔다.“그래. 내가 바보다. 내가 눈이 멀어서 자기 친손녀를 못 알아봤어. 그래서 무례하게 돈 가지고 너 모욕하고 욕하고 또...”여은수는 말하면 할수록 괴로웠다. 마음속의 억울함이 죄책감으로 변해 목이 메어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런 사람이야. 교양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사람 귀찮게 하지. 난 원래 이런 사람이고 변하지 않아. 네가 나 미워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어.”정안은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는 분명 화가 나 있으면서도 전부 죄책감 가득한 말만 하고 있었다.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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