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할머니가 너무 자주 오셔서 확실히 공부에 방해됐단 말이에요.”“그게 할머니가 널 사랑하는 방식이었어. 근데 네 행동은 확실히 할머니에게 상처를 주었지.”정안은 여태껏 모르고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말씀하시자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백진이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사준 선물을 넌 뜯지도 않고 사물함에 넣어뒀어.”정안은 말이 없었다.그녀는 할머니가 주는 선물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선물에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공부, 독서, 기구, 천문지리, 지식에 관한 모든 것을 사랑했지만 할머니는 다양한 옷과 치마, 곰인형, 장신구, 보석, 가방, 신발, 사치품, 심지어 화장품까지 선물하셨다.“할머니가 너랑 얘기하면 몇 마디 하기도 전에 넌 인내심을 잃었어.”백진은 아내의 지난 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하지만 나랑은 밤새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지.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거다. 할머니는 가방끈이 짧아 집안의 자질구레한 이야기와 이웃의 가십거리만 얘기했지. 하지만 그게 할머니 세상이었어.”정안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음이 괴로웠다. 한 번도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할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그래도 할머니는 널 사랑했어. 널 너무 사랑해서 가짜 손녀가 오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거다.”“가짜 손녀는 더 이상 공부에 몰두하지 않고, 할머니가 알아보지도 못하는 연구도 안 하고 또 할머니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도 하지 않으니까.”“말주변이 좋아 늘 할머니를 기쁘게 해줬어. 할머니가 입까지 가져다준 간식도 먹고,할머니가 사주신 선물도 잘 받고, 할머니가 말하는 가십거리도 잘 들어줬어. 할머니에게 달라붙어 뽀뽀하고 안아주고, 네가 지루하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같이 해줬거든. 그게 바로 네 할머니가 원하는 손녀였어.”“너를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커서 돌아온 손녀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지.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자신을 싫어하는 손녀를 말이야.”정안은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눈물
Last Updated : 2024-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