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920 챕터

제371화

정안은 눈물 범벅이 된 채 우드를 향해 고개를 쳐들고 소리쳤다.“왜 죽였어? 대체 왜?”“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지 꼭 이유가 있어야 하나?”정안은 울다가 웃기 시작했다.눈물이 그녀의 입가에 떨어지자 그녀는 쓴맛과 짠맛을 느꼈다.그녀는 바닥에 앉아 남하준의 어깨를 허벅지에 안은 채 그의 머리를 팔로 받치고 그의 차가운 뺨에 얼굴을 기댔다.그녀의 눈물이 남하준의 얼굴에 방울방울 떨어졌고 그녀는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았다.그저 조용히 남하준의 차가운 몸을 안고 몸을 벌벌 떨며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그녀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목이 아파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준 오빠 죽으면 아무도 경분자 못 찾을 줄 알아. 정안의 행방은 더더욱 못 알려줘. 나 죽여.”“정안은 대체 어디 있어?”화가 난 우드의 말투가 좀 사나워졌다.정안은 남하준을 꼭 끌어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느끼게 되었다.너무 고통스러워 살아갈 용기조차 잃어버리고 세상 모든 것이 그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 같았다.“나 죽이라고.”정안은 흐느끼며 다시 한번 말했지만 이번에는 말투가 조금 무거웠다.우드가 다가가 정안의 옷깃을 홱 잡아당겨 일으켜 세우더니 차갑고 음산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못 죽일 것 같아?”너무 울어 눈이 새빨개진 정안은 여전히 몸이 떨리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그를 자극했다.“죽이라고. 이 새끼야. 이 짐승만도 못한 개 같은 놈. 쓰레기. 너 오늘 나 못 죽이면 사람이 아니지.”우드는 순간 격노하여 즉시 총을 꺼내 정안의 머리를 겨누었다.정안은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너무 편안하게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빨리 죽어서 남하준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저승길에서 그와 함께 부모님을 찾으러 갈 것이다.정안은 울먹이며 속삭였다.“미안해요. 오빠. 내가 늦었어요. 조금만 기다려요.”정안은 머리에서 총소리가 나기를 기다렸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빨리 총 한 발이 그녀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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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비좁은 감옥 안.희미한 햇빛이 창문으로 비쳐 들어왔다.정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남하준의 손을 꼭 잡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햇빛이 그녀의 옆구리에 비쳐 따뜻함이 넘쳤다.서서히 눈을 뜬 남하준은 몸이 허약하고 힘이 없었고 낡고 검게 변한 천장을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씁쓸하게 입술을 찡그렸다.‘염라대왕전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그가 약간 움직이니 누군가 손을 잡은 것을 느꼈고 힘껏 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정안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꿈에서라도 그녀를 이렇게 위험한 곳으로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것이 꿈이었으면 하고 긴장하며 움직였다.정안은 그의 기척에 깨어 고개를 들어 남하준을 보았을 때, 감격에 겨워 일어나 그의 이마를 만졌다. “오빠 깼어요? 드디어 깬 거예요?”남하준은 경악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그는 정안의 손목을 잡고 화를 냈다.“네가 왜 여기 있어?”정안은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다정하게 되물었다.“이틀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어디 아픈 곳 없어요?”남하준은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몸의 통증을 참으며 일어나더니 더욱 강경하고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말해. 왜 여기 있어?”정안은 말을 잇지 못했고 남하준은 단단히 화가 났다. 전에 없던 걱정과 두려움이 마음을 뒤덮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지만 정안이 위험에 처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그녀가 블랙 섀도우 본부에 온 것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간 것과 같았다.남하준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백완자. 너 미쳤어?”이렇게 무서운 남하준을 본 적 없는 정안은 놀라서 당황하고 또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그녀는 애써 설명했다.“그래요. 나 미쳤어요. 내가 오빠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오빤 이미 악취 나는 시체가 됐을 거예요!”화가 치밀어 오른 남하준은 호흡이 가빴고 창백한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럼 차라리 시체가 되는 편이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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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넌 오지 말았어야 했어.”남하준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지만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엷게 웃었다.“내가 와서 다행인 거죠.”남하준은 부드럽고 따뜻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근심이 가득했다.“오빠는요? 어쩌다 여기 잡혀들어왔어요?”정안이 궁금해하며 묻자 남하준은 씁쓸하게 웃고 눈을 감고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정호가 매수당했어.”정안은 경악했다. 뜻밖에도 정호가 배신을 했다니.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적의 손에 넘어간 남하준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정안은 마음이 울적하여 그의 품에 안기어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르고 얼굴을 그의 가슴에 붙였다.이 남자를 위로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남하준은 놀라고 경직되었다.곧 놀라움은 희열로 번졌고 남하준은 점점 설레었다. 정안이 먼저 그를 안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는 손을 살짝 들어 긴장한 채 그녀의 등에 올려놓았다. 미처 꽉 안지도 못했는데 정안이 벌떡 일어나 앉더니 약간 흥분해서 말했다.“이대로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만 없어요.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해요.”남하준은 떨떠름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정안은 그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오빠는 잘 휴식해요. 몸 회복하면 우리 다시 탈출할 방법 찾아요.”남하준이 주위를 살펴보니 침대 하나, 캐비닛 하나, 그리고 별도의 화장실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여기서 나랑 이틀 동안 있은 거야?”남하준이 묻자 정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넌 어디서 잤는데?”남하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어두운 얼굴로 묻자 정안은 침대 가장자리를 두드렸다.“여기 엎드려서 잤죠.”남자의 표정이 더욱 나빠지더니 침대에서 일어나려하자 정안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왜 일어나요?”“네가 누워.”“오빠 환자에요. 푹 쉬어요.”“이정도 부상은 아무것도 아니야.”남하준은 굳이 일어나 이불을 들추려 했다.“너 이미 이틀 동안 잘 쉬지 못했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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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어디 갔어? 너한테 무슨 짓 했어?”정안은 발끝을 세우고 손으로 가리며 그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내가 전에 오빠 구해주면 경분자 행방을 알려주겠다고 했거든요.”남하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래서 알려줬어?”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스러운 표정이었다.“안돼요?”“만약 저들이 경분자를 찾는다면 네 정체도 탄로 날 거야.”“그렇겠죠. 경분자를 어디에 두었는지는 나만 아니까. 저 사람들이 찾으면 내 신원도 곧 밝혀지겠죠.”“진짜 경분자가 있는 곳을 알려준 거야?”“네. Z국에 있어요. 경비가 삼엄한 연구소에 있어서 쉽게 얻을 수 없을 거예요.”남하준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를 풀어주고 자신의 짧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이 복잡했다.정안이 그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속삭였다.“내가 만약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 둘 다 무사하지 못했어요. 내 손에 카드가 있어야 그걸로 협박해 오빠를 M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요.”남하준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고개를 들어 심호흡하고는 가슴이 욱신거렸다.“절대 너 혼자 여기 두지 않아. 우리 내일 떠나자.”정안이 그의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만졌다.남하준은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가슴을 제멋대로 만지는 그녀의 손을 보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상처는 다 회복했어요?”남하준은 미간을 치켜올리더니 씩 웃었다.그의 상처가 괜찮은지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손으로 만져야 할까?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살짝 떼어내더니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나았어.”“탈출 계획은 있고요?”그녀가 나지막이 묻자 남하준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예리한 무기가 필요해. 내일 어떻게든 우드를 만나. 그리고 나도 꼭 데리고 가.”“우드를 인질로 삼으려고요?”“응.”“왜 그 나이 많은 수령을 인질로 삶지 않고요?”“수령은 이미 권력을 잃었어.”남하준은 장롱에 가서 사용할 수 있는 예리한 무기를 찾았다.“그 수령이 권력을 잡고 있었다면 감히 나에게 손대지 못했을 거야.”“그러고 보니 우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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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그녀가 머리에 꽂은 굵은 핀을 뽑아내자 폭포수처럼 새까맣고 부드러운 긴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흩어졌다.촤르르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선녀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웠다.남하준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하느라 총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넋을 잃은 남자를 보며 정안은 손에 든 비녀를 두어 번 흔들었다.“오빠, 이거예요.”남하준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녀를 들어 연구했다.“그저 평범한 비녀잖아? 좀 굵긴 하지만 속은 텅 비었는데?”정안이 엷게 웃더니 쪼그리고 앉아 구두에서 투명한 구슬 몇 알을 뜯어 남하준의 손에 넣었다.“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총탄이에요. 내가 만들었어요.”남하준은 손에 든 구슬 몇 개를 보면서 정안이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뒤돌아서서 그에게 등을 돌리고 옷을 잡아당기더니 속옷의 솜에서 가느다란 용수철을 빼냈다.남하준은 그녀가 옷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잠시 후, 그녀는 몸 곳곳에 숨겨진 총 부품을 찾아냈는데 전부 소형이었다.그녀는 모든 물건을 남하준의 손에 넣더니 곧 빠른 속도로 조립했다.남하준은 넋을 잃고 그녀의 화려한 얼굴에 천천히 시선을 옮겼는데 열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마치 우주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처럼 멀리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였다.정안은 총을 조립한 후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내흔들었다.총신은 굵고 둥근 펜처럼 머리에 작은 버튼이 있고 버튼에는 태슬이 달려 있었다.“이런 총은 처음 보는데 네가 개발했어?”남하준이 낮은 소리로 묻자 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건 스파이가 적 내부로 침투하는 데 아주 적합한 총이죠. 어떤 기계도 이 재질을 검측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서 숨기기 좋아요.”정안은 총을 남하준의 손에 놓고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여러 번 돌려 작은 똥머리를 묶더니 붓대총을 머릿속에 꽂아 비녀로 삼았다.남하준이 긴장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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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정안은 그의 반응이 못마땅하여 기분이 가라앉았다.보아하니, 그는 이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남하준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안이 화제를 찾아 물었다.“우리 여기서 무사히 탈출하면 오빠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남하준은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앉더니 덤덤하게 말했다.“블랙 섀도우 조직을 와해시켜야지.”“여긴 세트리아 섬이지 M국이 아니에요.”정안이 따라가 그와 나란히 앉았다.“근데 어떻게 이 암흑세력을 와해시킬 수 있어요?”“주요 인물을 없애버리면 리더를 잃은 용들은 저절로 흩어지는 법이야”“좋아요. 내가 도울게요.”정안이 따뜻하게 웃으며 말하자 남하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의혹스러움이 가득했다.‘날 돕는다고? 어떻게? 여기서 탈출하면 너 Z국으로 돌아가잖아?’정안은 그의 뜨거운 눈빛에 수줍고 불안해서 머쓱해 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그의 큰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 위로 끌어당겨 살짝 쥐었다.남하준은 또 멍해져서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지금 왜 이럴까?먼저 그의 손을 잡더니 부드럽게 문지르기까지 하고 있다.심장 박동 리듬이 완전히 흐트러진 남하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이런 다정한 행동은 그들이 부부였을 때도 먼저 한 적이 없었다.정안은 그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더니 또 자연스럽게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우린 분명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어요. 난 오빠 믿어요.”남하준은 천천히 손을 빼내며 말했다.“너 이러면 나 오해해.”정안은 움찔하더니 그가 빼낸 손을 보고 또 그의 가슴 쓰린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났다.이 대쪽같은 남자는 그녀가 직접 고백해야만 그녀의 마음을 알까?정안은 부끄러운 듯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후 두 사람은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심지어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대비했다.정안은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녀가 정안인 이상 그 사람들을 협박해 남하준을 M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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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못 열어서 다행이야.”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건 산소랑 만나도 반응하거든. 만약 열었다면 여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을 거야.”“이게 그렇게 대단해?”우드가 호기심에 박스를 들고 연구했다.48g, 아주 적은 물체로 투명하고 액체 젤리 같았다.“경분자는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해야 해. 지난번 M국 국경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대해 못 들었어? 폭발로 인해 큰 구덩이가 파지고 지역 전체가 보라색 유독 가스로 오염됐어.”우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정호와 백인호를 쳐다봤고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표시했다.정안이 정호를 힐끗 쳐다보니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좋은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잘해줬더니!’정안이 힐끔 남하준의 기분을 곁눈질해 보니 그는 여유롭고, 차갑고, 도도해 보였고, 변함이 없어 보였다.그가 지금 정호를 보면 살심이 생길지 모르겠다.그러자 침대에 있던 노인이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정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네 대체 누군가?”“내 이름은 백완자에요.”정안이 백인호를 가리키며 말했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 사람 조카.”수령이 냉소를 짓더니 느릿느릿 말했다.“자네가 정안이군.”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하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긴장하고 의심스러워했다.남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정안에게 물었다.“왜 다들 너 이렇게 쳐다봐? 저 노인이 뭐래?”정안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 정체를 의심했어요.”남하준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경분자를 찾았으니 그녀의 정체는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백인호가 두 발짝 나와 믿을 수 없는 듯 정안을 쳐다봤다.“네가 정말... 정안이야?”정안은 그를 흘겨보면서 대답하지 않았고 우드가 박장대소했다.“하하... 정안이 제 발로 찾아왔다니. 이렇게 좋은 일이 다 있나!”“기뻐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내가 정안이라면 정안인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야. 누구도 내가 하기 싫은 짓 강요 못 해.”우드가 총을 빼 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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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남하준은 슬퍼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그녀를 꼭 껴안고는 귓가에 대고 위로했다.“완아, 기운 내.”정안은 양손을 남하준의 품에 맡긴 채 울부짖었다.“오빠. 저 자식이 우리 엄마 아빠 죽였대요. 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엄마 아빠를 죽였어요.”남하준이 그녀의 귓가에 기대어 속삭였다.“강해져야 해. 엄마 아빠를 위해 복수해야지.”정안은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야죠.”“준비됐어?”남하준은 한 손으로 천천히 정안의 뒤통수를 걸어 품에 안았고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정안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남하준은 눈 깜짝 할 새 없이 정안 머리의 비녀를 뽑아 침대 위의 수령을 향해 총을 쐈다.둔탁한 소리는 아주 희미했다.모두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을 때, 침대 위 노인의 이마에 갑자기 붉은 점이 하나 생겼다.노인은 순간 경직되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반응이 없어졌다.수령의 상태를 파악한 우드가 막 손에 든 총을 들려고 했을 때, 남하준은 이미 손에 있는 비녀로 그를 겨누고 있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남하준과 정안에게 총을 겨누었다.우드는 놀라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이봐. 죽이지 마.”남하준은 우드의 손에 있는 총을 잡아당겨 정안에게 건넸다.그녀는 총을 들고 눈물을 닦고는 우드의 반대편 이마에 총을 겨누었다.“부수령님을 놓아줘.”옆에 있는 총을 든 건장한 남자가 소리쳤다.“너희들 부수령이 지금 우리 손에 있는데 감히 총을 쏴?”우드는 두 손을 들고 눈꼬리를 위로 올리며 남하준의 손에 있는 물건을 흘겨보았다.그는 이렇게 무서운 총을 본 적이 없었다. 소리가 작지만 위력이 크고,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에 비녀로 꽂았다니. 그 누구도 이것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이라고 추측할 수 없었다.우드가 긴장해서 물었다.“이거 어떻게 갖고 들어왔어?”정안이 우드의 옆에 다가가 물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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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네가 진짜 정안이었어.”우드가 충격을 받아 반복해서 말하자 정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수령은 너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 넌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아둔하고 악한 인간일 뿐이야.”우드는 이를 갈며 정안을 노려보았고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그때 부하가 돌아와 말했다.“부수령님, 요트 준비했습니다.”정안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요트에 폭탄 같은 거 설치할 생각 마. 너희들 부수령도 우리와 함께 이 섬을 떠날 거니까. 우리가 무사히 세트리아 공항에 도착하면 그때 풀어줄 거야.”부하는 그 말을 듣더니 질겁해서 곧장 폭탄을 제거하러 갔다.남하준이 부드럽게 물었다.“완아, 준비됐어?”세트리아어를 모르는 남하준은 그저 정안의 지시만 기다릴 뿐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잠깐만요. 저 자식 폭탄 제거하러 갔어요.”정안은 우드의 몸을 수색해 그가 몸에 지닌 총기와 칼들을 모조리 찾아냈다.“저 자식들이 배에 폭탄을 설치했어?”정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그 부하가 다시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이미 준비했습니다.”정안과 남하준은 총으로 우드의 머리를 겨누며 밖으로 걸어갔다.휘영청 밝은 달이 맑은 하늘에 높게 걸려있는 섬의 밤. 밝은 달빛이 그들의 길을 비추었다.정호와 백인호는 총을 든 건장한 남자 몇 명을 데리고 그들이 배에 오를 때까지 따라갔다.남하준이 정안에게 물었다.“요트 운전할 수 있어?”정안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남하준은 손에 든 총을 그녀에게 건넸다.“겁먹지 마.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쏴버려.”정안은 경계하며 몸이 빳빳해졌고 양손에 총을 든 채 우드의 머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조준했다.배가 출발했고 곧 해안에서 빠르게 멀어졌다.해안에 서 있는 정호는 즉시 다른 사람의 총을 빼앗아 배에 타고 있는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그러자 백인호가 그의 총을 꽉 누르고 긴장한 채 물었다.“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부수령님이 아직 위에 있어.”정호가 고함을 질렀다.“남하준은 내가 잘 알아. 위험에서 벗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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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남하준이 가볍게 대답했다.“응.”정안이 마음을 추스르고 하늘의 별빛을 보니 마음이 상쾌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얼굴에 열기가 오르더니 수줍게 물었다.“오빠 지금 내 몸에 얼마나 오래 엎드려 있은 줄 알아요? 배가 지금 산으로 가고 있어요.”남하준은 천천히 움직이더니 두 손으로 몸을 받치고 일어났지만 곧 다시 정안의 위에 쓰러졌다.정안은 그의 튼튼한 가슴에 눌려 숨이 막혔을 때, 비로소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오빠, 왜 그래요? 총 맞았어요?”정안은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등을 이리저리 만졌다.그의 어깨에 닿았을 때 손가락에 촉촉함이 느껴졌고, 그녀는 손을 빼서 콧김에 대고 피비린내를 맡았다.그녀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고 떨리는 손으로 피가 흐르는 곳을 꽉 누르고 울먹였다.“오빠 총 맞았어요.”남하준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가냘프게 중얼거렸다.“나 괜찮으니까 놀라지 마.”정안은 이미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천천히 그를 밀어내고 그의 품에서 기어 나왔다.그녀는 남하준의 다친 등을 손으로 꽉 눌렀다. 그가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왜 이렇게 멍청해요?”정안은 울먹이며 쩔쩔맸고 남하준이 연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좀 부축해줘.”정안이 그의 팔을 부축해 앉혔고 남하준은 의자 옆에 기대어 남쪽 별을 가리키며 말했다.“완아. 저기 가장 밝은 별 보여?”정안은 그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보고는 눈물을 닦았다.“보여요.”“가서 뱃머리 돌려. 저 방향으로.”정안은 가서 방향을 돌리고 고정 항해 버튼을 눌렀다.다시 남하준의 옆에 돌아와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준 오빠.”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정안은 턱이 가늘게 떨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볼을 쓰다듬으며 울먹였다.“오빠. 나 놀래키지 마요.”남하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호흡도 미약해졌다.놀란 정안은 그의 목을 와락 껴안았고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이 볼을 적셨다.“하준 오빠!”남하준의 낮고 쉰 목소리가 천천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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