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열어서 다행이야.”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건 산소랑 만나도 반응하거든. 만약 열었다면 여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을 거야.”“이게 그렇게 대단해?”우드가 호기심에 박스를 들고 연구했다.48g, 아주 적은 물체로 투명하고 액체 젤리 같았다.“경분자는 특정 환경에서만 작동해야 해. 지난번 M국 국경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대해 못 들었어? 폭발로 인해 큰 구덩이가 파지고 지역 전체가 보라색 유독 가스로 오염됐어.”우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정호와 백인호를 쳐다봤고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표시했다.정안이 정호를 힐끗 쳐다보니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좋은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잘해줬더니!’정안이 힐끔 남하준의 기분을 곁눈질해 보니 그는 여유롭고, 차갑고, 도도해 보였고, 변함이 없어 보였다.그가 지금 정호를 보면 살심이 생길지 모르겠다.그러자 침대에 있던 노인이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 두 손으로 무릎을 짚은 채 정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자네 대체 누군가?”“내 이름은 백완자에요.”정안이 백인호를 가리키며 말했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저 사람 조카.”수령이 냉소를 짓더니 느릿느릿 말했다.“자네가 정안이군.”현장에 있던 모두가 경악하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긴장하고 의심스러워했다.남하준이 고개를 숙이고 정안에게 물었다.“왜 다들 너 이렇게 쳐다봐? 저 노인이 뭐래?”정안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 정체를 의심했어요.”남하준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경분자를 찾았으니 그녀의 정체는 자연스레 드러날 것이다.백인호가 두 발짝 나와 믿을 수 없는 듯 정안을 쳐다봤다.“네가 정말... 정안이야?”정안은 그를 흘겨보면서 대답하지 않았고 우드가 박장대소했다.“하하... 정안이 제 발로 찾아왔다니. 이렇게 좋은 일이 다 있나!”“기뻐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 내가 정안이라면 정안인 거고 아니라면 아닌 거야. 누구도 내가 하기 싫은 짓 강요 못 해.”우드가 총을 빼 들더니
최신 업데이트 : 2024-09-0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