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920 챕터

제381화

섬을 떠나는 요트 안에서 정안은 조용히 남하준 곁을 지켰다.그가 총에 맞았기 때문에 그들은 바다에서 바로 배를 타고 M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가장 가까운 접안 지점을 선택했다.상륙한 후 정안은 지나가는 행인의 전화를 빌려 구조 전화를 걸어 남하준을 병원으로 옮겼다.혼수상태에 빠진 남하준을 안고 그의 콧구멍을 들여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이번 일을 겪고 나니 마음까지 단단해졌다.세상에 그 무엇도 남하준을 잃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다.백인호가 아니었다면 남하준은 벌써 섬에서 죽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백인호에게 아무런 감사의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부모를 죽인 원수로 여겼다.언젠가는 반드시 직접 백인호를 죽이고 부모님의 복수를 할 것이다.병원, 수술실 입구의 의자에 앉아 있는 정안은 눈꺼풀이 무겁고 피로가 극에 달했지만 수술실에 있는 남하준이 마음에 걸려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수술은 새벽 4시부터 아침 9시까지 이어졌고 의사가 걸어 나왔다.정안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물었다.“선생님. 저... 저는...”정안은 멈칫했다. 그들은 무슨 사이일까? 아마도 친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사가 위로했다.“너무 걱정 마세요. 남편분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총알이 어깨 갑골에 박혔지만 급소를 다치진 않았어요. 총알을 빼내는 게 어려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으니 몸이 좀 허약할 겁니다. 당분간 안정을 취하고 잘 돌봐주세요.”정안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움을 전했다.“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꼭 잘 돌볼게요.”“환자 신원 정보가 아직 입력되지 않았으니 시간 내서 신원 정보부터 보충하세요.”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감사합니다.”의사가 떠나고 곧 간호사가 남하준을 밀고 나왔다.정안은 간호사와 함께 침대를 밀었다. 남하준은 옷을 입지 않은 채 어깨에 붕대를 두르고 창백한 얼굴로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다.병실로 돌아온 정안은 여전히 잠들 수 없었다. 남하준의 침대 가장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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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정안은 말없이 그녀를 가만히 지켜봤다.류청이 두리번거리더니 물었다.“정호랑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정안은 류청을 문밖으로 끌어내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자세한 상황은 하준 오빠가 깨어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정호 씨가 매수당했어요.”류청은 경악하더니 격하게 부인했다.“그럴 리 없어요!”그들은 형제 같은 전우였으니 한동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하준 오빠 부상도 그 사람 짓이에요.”류청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핏대를 세우며 애써 분노를 억누르려고 정안에게 등을 돌리고는 고개를 들어 심호흡했다.정안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이토록 분노하고 가슴 아파하니 남하준은 아마 그보다 백 배는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정안은 남하준이 생각 나 류청을 두고 병실로 들어갔다.그녀가 들어서는 순간, 눈앞의 광경을 보고 멈칫했다.유미는 침대 가장자리의 의자에 앉아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두 손으로 남하준의 손바닥을 꽉 잡고 자신의 얼굴에 대고는 애틋한 눈빛으로 남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더니 남하준의 손등을 자기 입술로 잡아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이런 애틋한 장면을 보며 정안은 들어가야 할지 물러나야 할지 몰랐다.그녀에게 남하준의 손을 놓으라고 할지, 아니면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아쉽게도 그녀는 유미에게 남하준을 놓아주라고 할 어떠한 명분도 없었으니 혼자 기분 나빠할 수밖에 없었다.정안은 들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서서 말했다.“유미 씨...”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고 싶었는데 유미가 고개도 들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돌아가세요. 여긴 내가 지킬게요.”정안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유미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지도 않자 불쾌한 눈빛으로 정안을 올려다보고는 남하준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왜요? 더 볼 일 남았어요?”정안은 심호흡을 한 뒤 설명했다.“하준 오빠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요.”“그럴 필요 없어요. 깨어나면 류청 씨가 알려줄 거예요.”“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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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그랬구나.’유미는 안색이 창백하고 정신이 혼미한 정안을 보며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왜 그래요?”“아... 아니에요.”집안은 애써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서운함을 감추려 했다.유미가 일어나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우리 사귀는 거 방금 알았어요? 하준이한테 못 들었어요?”정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지만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하준 오빠 탓 아니죠. 제가 친구도 안 하고 연락도 끊고 살자고 했으니 나한테 말해주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죠.”“아. 그랬군요.”정안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언제 Z국으로 돌아가요?”흠칫 놀란 정안이 주머니의 박스를 만져보니 다행히 경분자는 그대로 있었다.“이번 주에요.”“대체 Z국에서 무슨 일 해요? 아니 계속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할아버지와 그 거대한 그룹을 두고 가는 게 아쉽지 않아요?”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으며 남하준을 슬쩍 다시 보니 가슴 끝이 아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아쉽죠.”그녀가 아쉬운 건 남하준이지 아무 의미 없는 재산이 아니었다.유미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며 긴장했다.“그래서... 안 가요?”정안은 몰래 눈물을 훔치고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가야죠. 가서 처리해야 할 급한 일들이 있어요.”“그럼 일이 잘 되길 바랄게요.”정안은 또 한 번 남하준을 훔쳐보았다. 이제는 그를 보고 싶어도 몰래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그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친구이고 앞으로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될 것이다.생각해보니 그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정안은 애써 슬픔을 억누르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행복하세요.”“당연하죠. 고마워요.”정안이 몸을 돌리자 눈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심장이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았다.정안은 이 세상에 한 여자를 계속 기다릴 수 있는 남자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 남하준처럼 좋은 남자가 왜 그녀를 기다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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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병원을 나온 정안은 은행 현금인출기를 찾아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돈을 인출했고 그 돈으로 비행기 표를 사서 M국으로 돌아갔다.비행기에서 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내 울었다.M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눈은 이미 무서울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랐다.지윤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언니, 도련님 죽었어요?”정안은 그 말을 들으니 가뜩이나 비통한 심정이 더 괴로워 지윤을 끌어안고 실컷 울었다.“언니,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요. 우리 고인의 명복을 빌어요.”지윤은 눈물을 적시고 안타까워하며 위로했다.돌아가는 길에 정안은 울다가 지쳐 차에서 잠이 들었고 백씨 저택에 도착해 샤워하고는 곧장 잠이 들었다.그녀는 무려 15시간을 잤다.백진과 여은수가 지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지윤이 말했다.“도련님이 돌아가셨어요.”백진과 여은수는 경악하더니 한참을 슬퍼한 후에야 류청에게 전화해 확실히 물어보려 했다.여은수가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연결했고 백진과 지윤이 붙어서 열심히 들었다.“류청, 하준이 죽었나?”류청은 경악했다.“어르신. 누가 그래요?”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고 여은수가 물었다.“안 죽었어?”“당연히 안 죽었죠.”류청은 좀 화난 듯했다.“도련님은 방금 M국으로 돌아오셔서 금원에서 쉬고 계세요. 상처를 입긴 했지만 목숨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에요.”“그럼 우리 손녀가 왜 저렇게 슬퍼하고 있나?”여은수가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애가 눈이 퉁퉁 부어서 방에서 지금 열 몇 시간째 자고 있어. 아무것도 안 먹고 잠만 자고 있다고.”“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마 도련님 때문에 Z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망쳐서 그럴 수도 있죠.”지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맞는 말이네.”“그럼 이만 끊겠네. 하준이한테도 안부 전해주고.”“네. 감사합니다. 어르신.”류청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고 세 사람은 다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같은 시각, 금원.류청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돌아서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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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유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의자를 끌어와 남하준의 침대 옆에 앉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위로했다.“하준아. 난 너 이해해.”“어릴 때부터 맘에 품었던 여자고 또 첫사랑이니 분명 잊기 힘들 거야. 또 성인이 돼서 어쩌다 네 아내가 되었지. 생긴 것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온화하니 어느 남자가 설레지 않겠어?”“하지만 네가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는 널 사랑하지 않아. 이게 가장 치명적이야.”남하준은 칼로 가슴을 베이는 것 같아 미간을 천천히 찡그리며 꾹 참았고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는 쉰 목소리로 슬픔에 잠겨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그 위험한 곳에 왜 나 구하러 왔겠어?”유미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제 발로 들어간 게 아니라 잡혀 들어간 걸 수도 있잖아? 물어본 적 있어?”남하준이 침묵하자 유미는 잠시 생각한 후, 그의 핸드폰을 가져갔다.“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사랑하면 고백해! 어차피 처음 거절당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번 거절당하면 네가 단념할 수도 있잖아!”남하준은 휴대폰을 홱 빼앗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유미는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난 너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너 그 총상도 그 여자 보호해 주다가 맞은 거지?”남하준은 말없이 휴대폰을 이불 속에 숨겼다.“넌 그 여자를 위해 목숨도 버렸는데 그 여자는 어떻게 했어? 너 병원에 데려다주고 말았잖아? 나랑 류청 씨가 병원에 도착하니 빨리 떠나지 못해서 안달이더라. 뭐 빨리 Z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나?”유미는 말할수록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Z국으로 돌아가긴 개뿔. 아마 지금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있을걸?”“하준아. 난 네가 너무 안타까워. 왜 굳이 한 나무에 목을 매는 건데?”“그 한 나무가 네가 목매 죽을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 여자는 너 안중에도 없잖아?”“너 지금 혼자 침대에서 내려올 수도 없이 심하게 다쳤는데 그 여자는 뭐 하고 있어? 반 시간 거리에 있으면서 너 보러 오지도 않잖아? 하물며 전화 한 통,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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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이튿날.남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금원으로 가 남하준을 문병했고 점심 무렵, 류청이 직접 차를 몰고 그들을 남씨 저택까지 데려다주었다.남씨 저택 앞에서 류청은 정안을 만났다.집안에서 나오던 정안은 류청을 보자 잰걸음으로 다가갔다.“류청 씨.”류청은 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준 오빠 좀 어때요?”류청은 좀 쏘아붙이듯 말했다.“아가씨 덕분에 도련님 아주 건강하세요.”정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걱정으로 가득 찼다.“도련님 가족분들 모두 아침 일찍 금원으로 가 도련님보고 이제 돌아오는 길이에요. 그런데 아가씨는 왜 여기서 나오세요?”정안은 단풍나무 집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태준 오빠 보러왔어요.”류청은 심호흡을 하더니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속으로는 앞으로 그가 좋아하는 여자가 백완자처럼 무심하고 냉혈한 여자라면 직접 목 졸라 죽이겠다고 생각했다.그는 화를 억누르고 또박또박 말했다.“저희 도련님이 대체 아가씨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피해 다녀요?”정안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류청이 왜 이렇게 화내는지 몰랐다.“그게 무슨 말이죠?”류청은 두 손으로 가슴을 두른 채 정안의 순진한 얼굴을 바라보며 분개해서 말했다.“도련님이 마음속 깊이 줄곧 사랑해온 여자가 백하린이란 거 누가 몰라요? 아니. 이젠 백완자죠?”정안은 멍해졌다.“사실 아가씨도 도련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근데 그 깊은 마음을 귀찮게 여기고 멀리하잖아요. 도련님은 당신을 존중하고 있어요. 방해하지 않고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두는 거죠. 겨우 그쪽을 내려놓고 새 삶을 선택했는데 왜 뜬금없이 목숨을 걸고 혼자 그 섬에 가냐고요? 그럼 도련님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정안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고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남하준은 정말 한 달 만에 그녀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새 삶을 시작한 것이다.어쩌면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유미라 새로운 사랑에 빨리 빠졌는지도 모른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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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깔끔하고 큰 방에서 남하준은 눈을 감고 침대 머리맡에 반쯤 누워있었다. 부드러운 노을빛이 베란다에서 비쳐 들어와 그의 잘생긴 얼굴을 매혹적으로 물들였다.지금의 그는 조금 초췌해 보여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정안은 오는 길에 이미 마음 다짐을 했다.그는 이미 싱글이 아니니, 기대하지 말자, 환상을 품지 말자, 절대 아무런 환상도 품지 말자고.하지만 그를 보고 나니 여전히 걷잡을 수 없이 설레었다.그녀는 베이지색 꽃무늬 롱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리고 왼손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흰색 국화 다발을 들고 오른손에는 보건 식품 두 상자를 들고 있었다.그렇게 불안해하며 쭈뼛쭈뼛 서 있었고 얼굴에는 반달 웃음을 지으며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남하준은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왔어?”“네.”정안은 보건 식품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보건 식품 사 왔어요.”“저기 둬.”남자가 방의 낮은 탁자를 가리키자 정안이 다가가 선물을 내려놓고 손에 든 꽃을 보더니 돌아서서 물었다.“오빠. 꽃은 어디에 둘까요?”남하준이 침대 옆 캐비닛을 가리켰고 정안이 다가가 꽃을 놓았다.아주 가까운 거리였고 남하준이 고개를 들어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고 있었다.정안은 그의 뜨거운 시선을 보더니 즉시 비켜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옆의 의자를 보고 그의 침대 옆에 당겨 앉았다.“몸은 좀 괜찮아요?”정안이 인사치레로 묻자 남하준이 씁쓸하게 웃었다.역시 그녀는 환경을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섬의 감옥에서 주동적으로 그의 손을 쓰다듬고 몸을 만지며 친밀한 행동을 서슴지 않던 그 완자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남하준이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응. 괜찮아.”“상처 아직도 아파요?”정안이 그의 어깨를 보며 물었다.그가 옷을 입고 있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지금 그와 눈이 마주칠까 봐 어깨를 볼 수밖에 없다.“가끔 아파.”“혼자 걸을 수 있어요?”그녀가 또 묻자 남하준은 말없이 그녀를 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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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남하준은 활짝 웃으며 부드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완아.”정안이 고개를 들어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네?”그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국가는 네가 필요해.”정안은 달콤하게 웃더니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오빠는요?”남하준은 경악해서 멍하니 정안을 바라보았다.순간 정안은 자신의 물음이 분수에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이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인데 이런 때아닌 물음은 선을 넘었다.남하준이 정신을 차리고 막 대답하려고 하자 정안이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사과했다.“미안해요. 장난이었어요.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남하준의 말은 목구멍에 막혀 버렸고 정안은 더욱 어색해져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빠. 푹 쉬세요. 나 갈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고 남하준이 급하게 소리쳤다.“완아!”너무 아쉬웠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려는 걸까?남하준이 불렀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급한 그는 이불을 제치고 침대에서 내려 쫓아가려 했다.“완아!”그가 부를수록 그녀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고 남하준의 목소리는 더욱 무거워졌다.“백완자!”정안의 손이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 남하준의 외치는 소리는 더욱 강해져 그녀의 풀네임까지 부르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돌아섰다.그녀가 막 몸을 돌리자 남하준의 허약한 몸이 갑자기 그녀 몸 위로 덮치며 쓰러졌다.정안은 뒤로 밀려서 등을 문짝에 부딪혀서 몸으로 막아냈고 빠르게 남하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남하준은 두 손으로 문을 받치고 안간힘을 쓰다가 정안의 도움으로 겨우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그는 몸의 힘의 태반이 정안을 누르고 있었다.당황한 정안은 긴장하고 가슴 아파하며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그가 침대에 앉아 있을 때 이렇게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로 허약하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남하준은 자신의 허약한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일어나면 현기증이 났지만 그녀를 보고 싶은 그의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백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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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너한테 해명할 일이 있어.”남하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깨너머로 속삭였다.“뭐요?”“나랑 유미 안 사귀어.”정안은 어리둥절하더니 순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있었다.다행으로 여겨야 하는지, 기뻐야 하는지, 분하고 화를 내야 하는지 몰랐다.하지만 유미의 적의는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그 수단이 더럽고 악랄했다.마음을 추스른 정안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은 손이 천천히 조여왔다.“하지만 유미 씨는 나한테 두 사람 사귄다고 했어요.”그래서 남하준은 반드시 그녀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든 안 하든 자신을 아무런 기회도 없는 위치에 놓이게 할 수 없었다.정안이 미혼이고 그도 싱글이라면 그래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응. 유미가 나한테 말했어.”정안은 갑자기 좀 무서워졌다.만약 남하준이 해명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원히 오해했을 것이다.그 오해가 풀렸다 해도 유미는 그저 친구의 원한을 풀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뿐이고,또 유미가 먼저 사실을 털어놓았으니 남하준은 그녀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이 세상에 이렇게 당당하게 수단을 부릴 수 있는 여자가 또 있다니.정안은 본인이 전혀 유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거 설명하려고 나 쫓아온 거예요?”정안은 그의 귀에 대고 조용히 물었다.“응.”“유미 씨는 아마 생각 못 했을 거예요.”“뭘?”‘오빠가 나 이렇게 사랑하는 거요.’정안은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가 나한테 이거 해명할 줄 몰랐을 거예요.”남하준은 몸을 곧게 펴고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그녀의 붉어진 뺨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너 신경 안 쓰는 거 알아.”‘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미치게 신경 쓰죠!’정안은 입을 벌려 설명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혔다.아직 남하준에게 마음을 전할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Z국 과학 연구원을 그만두고 계약 해지를 처리하고 국적을 M국으로 다시 옮기면 비로소 고백할 용기가 날 것이다.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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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방금까지 빨리 떠나려던 여자가 갑자기 왜 남아서 그를 돌본다고 할까?게다가 그렇게 다정하게 말이다.남하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궁금해서 물었다.“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오빠 나 구하다가 다친 거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내가 돌봐야죠.”남하준은 가볍게 웃더니 눈빛이 어두워졌고 정안이 애교스럽게 말했다.“옛날에는 여자가 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능력이 없으면 자기 몸까지 바치곤 했어요.”남하준은 몸이 뜨거워져 이불을 내리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보답할 능력이 없다고?”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맞아요!”남하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그런 농담 하지 마.”‘나 진짜로 여길지도 모르니까.’“농담 아니에요!”정안이 진지하게 말했지만 남하준은 다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정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이불을 더 끌어당겨 목까지 덮었지만 남하준이 천천히 아래로 당겨서 이불을 허리춤까지 잡아당겼다.정안이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이불을 잡아당겨 덮어주자 남하준은 눈을 꼭 감고 다시 아래로 내렸다.정안이 또 손을 뻗자 남하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눈도 뜨지 않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더워.”“몸이 허약한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요.”남하준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손을 놓았고 정안이 다시 한번 그의 이불을 덮어주었다.이번에는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정안은 방 안에 잠시 앉아 있다가 그가 꿈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도 살금살금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남하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방문을 바라보며 실의가 눈 밑을 스쳐 지났다.정안은 내려가 거실에 앉아 지윤에게 전화해 옷 몇 벌을 챙겨오라고 했다.그녀가 전화를 끊자 류청이 들어와 전보다 예의 바른 모습으로 말했다.“지금 가시게요?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정안이 피식 웃었다.“아니요. 가서 일 보세요. 제가 오빠 돌볼게요.”류청은 멍해 있었고 정안은 그의 표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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