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은 민망하게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남하준에게 했던 독한 말들을 떠올렸다.다시 만나지 말자고, 다시는 엮이지 말자고 정중히 거절하고는 이제 와서 뻔뻔하게 그에게 접근하다니. 비록 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그는 정말 믿을까?남하준은 그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더 할 말 있어?”남하준이 묻자 정안은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요. 없어요.”남하준은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난 남은 일 처리할게.”“네.”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당황해서 말했다.“그럼... 나 먼저 나가 볼게요.”남하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안은 뒤돌아서서 몇 걸음 가더니 고개를 돌려 남하준을 보았다.“나 지윤이랑 위층에 있는 손님방에서 지내고 싶어요.”남하준은 그윽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대답했다.“그래 그럼.”정안은 싱긋 웃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서재를 나온 그녀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웠다.예전에 남하준을 짝사랑할 때는 조금의 긴장감과 수줍음만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남하준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짝사랑했고, 지금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니 매번 그를 만날 때마다 긴장감과 수줍음 외에도 심장이 뜨겁고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가슴에서 용솟음치는 것 같았다.그를 보면 마음이 들쑤시는 게 너무 이상했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이렇게도 가슴 벅찬 일일까?그걸 느끼고 나니 곧 뼈아픈 고통이 뒤따랐다.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으니 고통스러웠다.그녀의 신분은 절대 두 사람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감히 남하준에게 고백할 수 없었다.그저 지금처럼 그의 평안을 바랄 뿐이었다.정안은 거실 소파에 가서 앉아 책 한 권을 들고 몇 페이지를 넘겨보다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서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서재 밖에서 남하준을 지키고 있었다.정안은 남하준이 이렇게까지 바쁜 줄 몰랐다.밤이 깊어 조용한 밤, 지윤이 거실로 와서 그녀를
Last Updated : 2024-08-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