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301 - Chapter 310

916 Chapters

제301화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정안이 걸으며 물었지만 남하준은 말없이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정원 오솔길을 몇 군데 가로질러 갔다.펜션의 한 저택 문 앞에 멈춰 서자 그녀의 손을 놓았다.정안이 주위를 돌아보니 환경이 아름답고 푸른 식물이 둘러싸고 있어 독특하고 그윽한 곳이었다.남하준은 말없이 벤치에 앉더니 말했다.“나랑 같이 있어 줘.”정안은 흠칫 놀라더니 긴장해서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고개를 들어 정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어둡고, 입가에 어쩔 수 없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몸에 손 안 대. 그냥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정안은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의 뜨거운 눈을 바라보며 더이상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남자를 외면하고 옆에 있는 식물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시간이 늦었어요. 다 큰 성인남녀가 같이 있는 건 올바르지 않죠.”남하준은 차갑게 웃더니 말투에는 실망한 기색이 가득했다.“우리가 부부로 지냈을 때 한 침대에서 자면서도 너한테 강요한 적 없잖아. 근데 이제 와서 내가 너 다칠까 봐 두려워?”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긴장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몸이 굳었다.“네가 백완자든, 서다인이든 난 다 사랑했어.”남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전에는 내가 변덕스럽고 마음이 갈대 같은 남자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너였어. 네가 누구든, 어떤 이름이든 너에게만 마음이 움직였으니까.”남자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정안은 놀라서 얼어붙었고 심장이 심하게 벌렁거리고 호흡이 흐트러지며 긴장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오빠 취했어요.”정안은 부끄러움 때문인지 알코올 때문인지 귀밑에서 목까지, 뺨까지 빨개진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니, 안 취했어.”남하준은 손을 들어 아픈 이마를 짚고 팔꿈치를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나 좋아해달라고 강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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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오빠 미안해요.”장안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죄책감에 힘들었다.남하준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손을 힘없이 늘어뜨리고는 붉게 물든 두 눈을 감았다.“알겠어.”그는 쫓아가지 않고 벤치에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눈을 감아도 눈가에 두 방울의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따뜻한 노란색 불빛이 자욱하고 몽롱하여 남자의 쓸쓸하고 고독한 그림자를 휩싸고 있었다.정안은 빠른 걸음으로 뒤돌아보지 않고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그만큼 확고했다.남하준은 이마에 손을 얹고 눈가의 눈물을 가리며 외로움과 고통을 느꼈다.10년 전, 이미 이런 고통을 한 번 맛보았지만 지금 다시 겪으니 여전히 괴로웠다.정안은 펜션을 떠나 택시를 탔고 차에서 그녀는 내내 울었다.운전사는 그녀가 실연당한 줄 알고 계속 위로했지만 정안은 한 마디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는 남자에게 차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도 너무 사랑하는 남자를 거절했기 때문이다.백씨 저택에 들어왔을 때, 지윤이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었다.지윤은 눈물범벅이 된 정안이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채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언니 왜 그래요? 누가 언니 괴롭혔어요? 왜 울어요?”정안은 걸어가면서 눈물을 닦았다.“나 괜찮아.”“말해봐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누가 언니 괴롭혔죠?”지윤은 그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고, 정안은 무기력하게 침대에 쓰러져 이불 속에 틀어박혀 머리를 푹 덮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윤은 그녀의 옆에 앉아 걱정스레 물었다.“언니 대체 어디 갔었어요? 언니 이러면 내가 너무 걱정되잖아요?”정안은 이불을 들썩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한테 고백했는데 내가 무정하게 거절했어.”“누가요? 남하준 씨가요?”정안은 미쳐버릴 것 같은 아픔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응. 원하는 게 많은 것도 아니었어. 정말 아주 간단했는데... 부부도 아니고 애인도 아니고 심지어 친구도 아니어도 되니까 가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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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정안은 제자리에 멈추었고 백하린은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며 물었다.“너 하준 오빠한테 무슨 말 했어? 대체 뭐라 말했길래 갑자기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냐고?”정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백하린은 살벌한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너 맞지? 어젯밤에 하준 오빠 만나고 왔지 너? 사람이 묻잖아? 대답하라고!”“맞아.”“이 재수 없는 년이. 진짜 너였어!”백하린은 화가 치밀어 곧장 손바닥을 치켜들었다.그러나 그녀의 손바닥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달려온 지윤의 손에 쥐어졌다.백하린은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통증이 온몸을 관통하여 비명을 질렀다.“악!”아팠던 백하린은 지윤의 손을 세게 뿌리치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잡혔던 손목을 꼭 잡고 지윤을 경계하며 노려보았다.지윤은 아무리 봐도 연약한 여자인데 왜 이렇게 아픈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어느 혈 자리를 꼬집어 온몸의 힘줄이 공격당하는 듯한 저린 통증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지윤은 정안의 앞에 서더니 오만하게 웃었다.“백하린 씨, 배운 사람답게 앞으로 손찌검은 하지 마시죠? 만약 우리 언니 얼굴에 흠집이라도 난다면 그 손목 아작 날 줄 알아요.”백하린은 이를 악물었지만 겁에 질려 뭐라 할 수 없었다.“너...”“내가 뭐?”지윤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그녀를 노려봤다.“집사!”그때 집사가 급히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무슨 분부 있으십니까?”백하린은 정안과 지윤을 가리키며 노기등등해서 말했다.“지금 당장 이 뻔뻔스러운 두 년 쫓아내. 앞으로 우리 집엔 발도 못 들이게 하라고.”“네, 아가씨.”집사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고 곧 여섯 명의 보안 요원이 도착했다.지윤은 정안을 보호하며 긴장해서 물었다.“이제 어떡하죠?”정안도 어쩔 수 없었다.더 이상 백씨 저택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핑계가 없었다. 이대로 쫓겨나는 거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주거침입죄로 경찰서에 끌려갈 가능성도 있었다.기세등등해진 백하린은 오만하게 큰소리로 외쳤다.“당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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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할아버지 깨셨어요?”백하린은 달려가 백진의 팔짱을 꼈다.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감격한 척 눈물을 글썽였다.“다행이에요. 드디어 깨어났으니. 너무 다행이네요...”정안과 지윤은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백진이 깊은 눈으로 정안을 다정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소파로 부축해다오.”백하린은 눈물을 닦고 백진을 부축해 소파로 향했다.30분 후, 백인호가 부랴부랴 돌아와 소파에 앉아 있는 몇 사람을 보자 충격과 함께 백진을 바라보는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했다.백진은 눈도 안 들고 덤덤하게 차를 마셨다.이내 여은수도 급히 뛰어 들어왔고, 백진이 깨어난 것을 보고는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고 손을 떨며 눈물범벅이 되어 걸어갔다.“영감. 드디어 깨어났어...”여은수는 백진의 곁으로 가서 그의 얼굴과 몸을 만지며 말했다.“진짜 괜찮은 거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 정말 회복했군요.”백진은 여은수의 손을 밀치고 불쾌감을 드러냈다.“됐어. 모두 앉게.”백인호는 심호흡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가 앉더니 흥분한 척 입을 열었다.“아버지, 하늘이 도왔네요. 너무 잘 됐어요.”“그래.”백진은 싸늘하게 대꾸했다.백인호는 단정하게 앉아 있는 정안을 보고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윤을 보더니 눈빛이 싸늘해졌다.모두가 자리에 앉자 백하린이 참지 못하고 정안을 가리키며 말했다.“할아버지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이 여자 정말 괘씸해요. 하준 오빠가 나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여자가 오빠에게 뭐라고 했는지 하준 오빠가 결혼을 번복하고 있어요.”“그리고 나랑 하준 오빠 혼사로 할머니를 협박해 우리 집에 틀어박혀 있고요. 할아버지, 제발 따끔하게 혼내주세요.”백진이 백하린을 힐끗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써 숨겨둔 혐오감이 가득했고 다시 정안을 바라볼 때 눈빛이 한껏 부드러워져 나긋나긋 말했다.“이봐요. 우리 집엔 왜 들어온 거죠?”정안은 덤덤하게 말했다.“저 하준 씨랑 이혼하고 빈털터리로 나왔어요. 그리고 전 백 선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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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백하린도 따라서 일어서며 외쳤다.“나도 반대에요!”백진은 이 두 사람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백인호에게 물었다.“인호야. 이 아가씨가 너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정안은 천천히 백인호를 바라보았다. 촉촉하고 반짝이는 그녀의 부드러운 눈동자가 백인호의 심장을 저격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백인호는 순간 마음이 녹아내렸다.그녀가 진심이 아니란 것도 알고, 뭔가 음모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여기서 지내게 하죠.”정안은 생글생글 웃으며 백인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했고 백진도 즉시 입을 열었다.“그럼 앞으로 이 두 숙녀분은 우리 집의 귀한 손님이니 아무도 함부로 쫓아낼 수 없다.”“할아버지!”“이 미친 영감탱이가!”그때 백하린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그녀는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화면을 켰다.메시지를 본 후, 그녀는 백인호를 바라보며 눈으로 왜 메시지를 보내냐고 물었다.백인호는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휙 던지고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가 보낸 메시지를 열심히 읽은 백하린은 순간 얼굴빛이 어두워졌다.[남하준에게 접근하는 임무는 일단 제쳐두고, 백가의 재산을 상속받는 건 꿈도 꾸지 마. 늙은이 상태를 보니까 아직 죽기는 멀었어. 조직에서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정안이 아직 살아있어. 지금 중요한 임무는 정안을 찾고 나머지 48g 경분자를 얻는 거야.]백하린은 메시지를 삭제하고 불쾌하게 말했다. “좋아요. 굳이 여기서 지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죠. 미리 말해두지만 절대 나 건드리지 마. 험한 꼴 보기 싫으면.”말을 마친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위층으로 돌아갔고 백인호도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휴대전화를 들고 서재로 돌아갔다.여은수는 한마디 말도 없이 어두운 얼굴로 정안을 불쾌한 듯이 노려보았다.정안과 지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고 드디어 한숨 돌렸다.일주일 뒤.“언니, 큰일 났어요!”지윤이 불안하게 고함을 지르며 정안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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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M국 국경으로 가는 비행기는 결항됐고 기차와 고속철도도 전부 중단됐다.도저히 방법이 없어 그녀들은 차를 한 대 빌려서 출발했고 두 사람은 번갈아 운전했다.정안은 끊임없이 남하준에게 연락했지만 여전히 부재중이었다.이튿날 아침, 밤새 운전한 그녀들의 차량은 M국 국경에 도착했지만 검문소를 지키는 병사에 의해 저지당했다.마치 지구 종말이 다가오는 듯한 비극적인 장면이었다.구급차들이 끊임없이 밖으로 나갔고 대형 구조 트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안으로 들어갔다.하늘은 뿌옇고 짙은 보라색이었고, 공기 질은 매우 나빴고, 모두가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다.“죄송하지만 지금 이 구역은 재난지역이라 구조대원만 출입할 수 있고 민간인은 출입금지입니다.”정안이 불안해하며 물었다.“폭발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가 어디죠? 몇 명이 죽었어요? 군전 그룹은 괜찮나요? 남하준 장군은 어디 있어요? 그 사람 괜찮아요?”“죄송하지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죠.”정안은 보라색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군전 그룹의 방향을 바라보았다.지윤은 정안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이 위로했다.“언니, 하준 씨 괜찮을 거예요. 일단 인근 호텔부터 잡아요 우리.”정안은 하늘의 보라색 스모그를 가리켰다.“방사능은 없지만 오염이 매우 강해서 이곳의 모든 수원을 마실 수 없어. 그리고 가스를 흡입한 사람들, 부상당한 사람들, 모두 내 도움이 필요해.”정안은 다시 몸을 돌려 병사에게 말했다.“나 화학자예요. 들어가게 해주시면 안 돼요? 이번 폭발의 위험과 수습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당신들은 제가 필요해요.”병사는 손을 내밀었다.“증명서는요?”정안이 심호흡을 하고 상심한 듯 고개를 돌렸다.지윤은 정안을 끌고 차에 올라탔고 정안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는 기분이 가라앉고 불안했다.“언니, 혹시 그것 때문일까요?”지윤이 긴장해서 묻자 정안이 중얼거렸다.“하준 씨 손에 2g 있어.”“전에 아주 안정적이라면서요? 근데 왜 폭발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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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이 순간 남하준은 그녀의 눈에 비친 걱정과 슬픔을 보았다.그녀의 걱정과 슬픔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다른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뛰쳐나갔는데, 그녀는 왜 여기에 나타났을까?남하준이 문을 열고 내려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정안은 부랴부랴 주머니에서 새 방진 마스크를 꺼내어 허둥지둥 봉투를 찢었다.그가 다가오자 정안은 두말없이 그에게 마스크를 끼웠다.그녀의 손끝이 남하준의 귀를 돌아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는 몸이 굳어졌고, 방금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렸고, 뜨거운 눈동자는 깊은 사색과 근심으로 가득 차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오빠 보라색 먼지에는 독소가 있으니 마스크 착용해야 해요.”“돌아가.”남하준은 그녀에게 왜 여기 왔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그녀가 걱정되었다.정안이 긴장하며 말했다.“나도 같이 들어가게 해 줘요. 내가 도울 수 있어요.”남하준의 태도는 확고했고 말투는 엄숙하지만 가벼웠다.“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너 데려다줄 사람이 없어. 어떻게 여기 왔으면 다시 그렇게 돌아가. 지금 당장 여기 떠나라고.”“오빠, 내가 돕게 해줘요.”남하준은 쓸쓸해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전에 나한테 한 말 잊었어?”정안은 침묵했고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부부도, 친구도 안 되고 서로 만나지도 왕래하지도 않고 연락 끊고 살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여기 나타나. 네가 뭘 도울 수 있는데?”정안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구조대 자원봉사자요. 재난당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남하준은 그녀의 말에 또 한 번 상처받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녀에게 모질게 말하기 아까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너 필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돌아가.”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가려 했고 정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외쳤다.“하준 오빠!”남하준은 그녀의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폭발한 지 이미 10시간이 지났어요. 공기 중에 보라색 스모그도 떠다니고 있어요.아무리 전문적인 화학자 팀이 있다고 해도 이런 문제는 처음이라 아직 해결 방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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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군전 그룹.넓은 거리는 재난 구호물자, 깨끗한 음식과 생수로 가득했고 드나드는 사람들은 빠르고 긴장된 채 움직이고 있었다.차량이 멈춰 서자 정안과 지윤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한 시라도 빨리 구조작업에 들어가려고 애를 태웠다.“하준아!”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정안의 관심을 끌었고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유미가 재난 구조 작업복 차림으로 다가와 남하준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왔어? 해결 방법은 찾았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정안을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안색이 가라앉았다.“왜 여기까지 데려왔어?”남하준은 유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정안을 한번 뒤돌아보더니 말했다.“고생했어. 휴가 냈는데 와서 도와주고.”“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예의를 갖춰? 나랏일이 바로 내 일이지. 게다가 네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유미는 진지하게 말하고는 다시 정안을 가리키며 원래 화제로 돌아왔다.“근데 다인 씨는 폐만 끼치러 온 거 아닌가?”정안은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유미와 남하준의 친밀한 관계를 보고 마음이 조금 찡하고 괴로웠지만 애써 꾹 누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하준 씨 도우려고 오신 거예요?”유미는 가볍게 웃었다.“다인 씨, 그 허약한 몸으로 뭔 도움이 된다고 왔어요? 물건을 나를 수 있나? 사람을 들 수 있나? 별 도움 안 되니까 돌아가세요. 괜히 모두에게 폐 끼치지 말고.”“이봐요!”불쾌해진 지윤이 나서서 반격하려다가 정안에 의해 막혔다.정안은 지윤에게 말하지 말라고 잡아당겼다.남하준은 유미가 정안을 싫어하는 걸 눈치챘지만 지금 여자들 사이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없었다.“들어가자. 모두 기다려.”“그래.”유미는 말하면서 팔을 가볍게 흔들더니 괴로운 표정을 짓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아!”남하준이 그녀와 나란히 걸으며 관심했다.“왜 그래?”유미는 씁쓸하게 웃었다.“괜찮아.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바쁘게 일했더니 팔이 좀 뻐근하네.”“병원 가봐.”남하준은 멈칫하더니 곧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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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두 번째 엘리베이터가 왔을 때 정안과 지윤이 비집고 들어갔다.이 일행은 대부분 폭발 후의 재난 현장을 처리하러 온 M국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소곤소곤 말했다.“보라색 입자가 대체 뭐죠? 이런 현상은 처음입니다.”“경분자 미사일 개발 실험 단계에서 갑자기 사고가 났다네요.”“경분자요? 경분자를 개발한 과학자는 이미 죽었잖아요. 근데 왜 아직 남은 거죠?”“2g 있었는데 지금은 아마 없어졌을 거예요.”“경분자가 어떤 성분과 만나 보라색 입자를 분해한 건가요? 아주 무서운 폭발이었어요. 지구 절반이 흔들리는 느낌이었고 대륙판도 영향받아 지진과 쓰나미도 일어나고...”“쉿. 도착했어요.”엘리베이터가 땡 하는 소리가 났고 모두 나갔다.정안과 지윤은 서로 눈을 마주친 후 굳은 표정으로 그 일행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나와 큰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에서 정안은 군전 그룹의 고위층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각 분야의 최고 엔지니어들과 화학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정안이 앞서 만난 유주헌 교수와 하영진 교수도 현장에 있었다.모두 침울한 얼굴로 재해 복구에 대해 논의했다.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경력이 일천한 인재들은 모두 변두리에 서게 되었다.정안과 지윤은 구석에 서서 그들의 말을 들었고 남하준은 너무 바빠 두 사람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하영진은 파워포인트를 열어 이번 실패의 원인, 폭발로 인한 피해, 공기 중의 유해물질 취급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그들이 말한 방안을 들은 후 정안은 얼굴이 굳어졌다.“장군님, 연구 결과 짧은 시간에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을 줄이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임을 발견했습니다.”“얼마나 걸릴까요?”“공기 오염은 일주일 정도 걸리고 수질 오염 여과 시간은 60일 정도 걸립니다. 이 기간에는 인근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키는 것이 좋습니다.”그때 누군가 물었다.“그럼 우리 군전 그룹 몇만 명의 직원들과, 그 많은 무기 공장과 그 많은 설비를 전부 옮기란 말씀입니까?”“인근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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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사모님?”유주헌 교수가 감격에 겨워 일어서며 외쳤다.“사모님도 오셨어요?”유미가 담담하게 말했다.“사모님이라니요? 두 사람 이미 이혼했어요.”그녀의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하고 의아해했다.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그녀와 남하준의 결혼 상황을 폭로하다니. 유미는 정말 겁이 없었다.지금 난처한 사람은 오직 정안뿐이었다.그때 남하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완아, 할 말 있어?”“공기 중의 보라색 입자는 사실 보기 드문 경분자에 의해 압축 분열되어 나와...”정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미가 말을 끊었다.“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당신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어요.”말이 끊긴 정안은 멈칫했지만 남하준이 인내심 있게 말했다.“계속 말해봐.”“하준아, 너...”남하준은 유미에게 말하지 말라고 손을 번쩍 들었다.유미는 어쩔 수 없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차가운 눈으로 정안을 노려보며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남하준의 신뢰를 받은 정안은 전문지식을 피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다.“응축 흡착법을 사용할 수 있어요. 헬리콥터로 하늘에 유리 상태의 응축수를 뿌리면 이 응축수가 오염원과 산화환원반응을 일으켜 물안개가 되어 지상과 수원에 떨어지고 수원에서 반응해 수자원 속 오염원을 정화할 수 있습니다.”“유리 상태의 응축수라니. 그게 뭐죠?”유주헌 교수가 긴장해서 물었고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사모... 다인 씨,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정안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한 번 훑어보니 그녀가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다. 시간만 낭비할 뿐만 아니라 의심도 받고 일이 더 번거로워질 수 있었다.“실험실 열어주시면 바로 보여드릴게요.”유미는 가소롭다는 듯 입술을 찡그렸다.“이봐요, 서다인 씨. Z국의 최고 과학자도 해결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다인 씨가 화학 서적 몇 년 배웠다고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죠?”남하준이 막 말을 하려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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